숙의 하루 9

★숙의 하루 (제9부)★ 그녀들이 싫어하는 체위 ①
사방이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화장실 안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눈을 떴다. 자기가 발가벗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알았다. 여기가 어디지? 고개를 돌려 장소를
기억해내려 애썼다. 벽, 벽밖에 보이지 않는다.
안돼, 나가야 해, 그녀는 문을 찾아 벽들을 살펴 보았다. 그 때였다. 그녀가 마
주하고 있는 벽이 움직였다. 뭘까? 다음 순간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벽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시커먼 사람의 얼굴로 바뀌고 있다. 점점
돌출하는 그 얼굴에서 단 하나 눈만이 희번득이고 있었다. 귀, 귀신이야! 놀라며
그녀는 변기에서 벌떡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일어날 수가 없
었다. 일어나야 해, 제발 - 자신의 몸을 가누기 위해 아래를 내려다본 그녀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소름이 끼쳐 꼼짝할 수 없었다.
변기 아래에도 똑같은 시커먼 얼굴이 눈을 번쩍이고 있었다.
-정신 들어요?
누군가의 목소리에, 숙은 감았던 눈을 떴다. 커텐, 침대... 그리고 한 사내의 얼
굴이 보였다.
-여, 여기가 어디죠?
-어디긴 어디야, 학교 양호실이지.
사내의 얼굴이 그제서야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한선생이다.
-양호 선생 말로는 별 이상 없다는구만. 몸은 괜찮아?
맞아... 화장실... 숙은 자기가 왜 그곳에 있는 것인지 비로소 떠올릴 수 있었
다. 아랫배가 아파왔다. 놀라서일까, 생리통이 유난히 심해지고 있었다.
-다행이야. 남자 화장실에 선생님들이 있었어서... 그래도 밖에서 쓰러져서 그렇
지, 그 칸 안이었으면 난처할 뻔 했어. 후후... 업고 나올 수도 없었을테니.
그랬구나. 누가 날 훔쳐보고 있었어. 그것도 바로 옆칸에서. 그녀는 상황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그건 그렇고, 귀신은 무슨 귀신이야? 훤한 대낮에...
-제가... 그랬나요...?
피식, 한선생은 실없는 웃음을 지었다.
-학생놈이었어. 아마 점심시간동안 거기 숨어있던 모양이야. 흐흐... 그래도 볼
일 보기 전이었으니 망정이지, 막 옷벗고 있던 중에 봤으면 어쩔 뻔 했어? 큭큭.
..
그는 숙의 안위보다도 그 상황이 야릇해서 재밌다고 느끼는 모양이었다. 그나마
나았다. 그녀가 나갔다가 다시 들어온 상황에서 쓰러졌기에, 남들은 숙이 적나라
한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숙은 머리속에서 당혹스런 의
문이 생겼다. 그 학생 - 그 친구는 자기가 안에 들어가있을 무렵부터 거기에 있
던 것일까?
아, 안돼! 그렇다면 모든 것을 다보았을텐데 - 생리대가는 모습, 팬티 갈아입던
광경 - 그녀는 몸서리가 쳐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 그 학생... 어, 어떻게 됐나요...?
-모르지, 아마 교무위원회에 회부가 될꺼야. 지금은 학생부 총각선생들에게 맡겨
뒀으니, 아마 늘씬하게 두들기고 있겠지. 참, 그리고...
한선생은 둘러쳐진 커텐 바깥쪽의 눈치를 살피더니, 은근히 목소리를 낮췄다.
-내일 수업 쉬도록 해. 생리휴가쯤 치고...
그는 양복 안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어 침대 옆에 걸려있는 숙의 정장 윗도리에
-이건... 어제 일 사례야. 뭔지 알지?
돈봉투일 것이다. 어제 강변에서 나눈 그와의 정사에 대한... 그 때였다. 확, 커
튼이 열어 젖혀지며 노처녀 양호교사가 들어서고 있었다.
-주임 선생님, 말씀 끝나셨어요? 이제 숙쌤님 링겔 맞아야해요.
-허허, 그래요? 그럼 나는 교육관님 오실 시간이 되서... 푹 쉬어요, 숙쌤. 내
짐짓 점잔을 떨며, 한선생은 자상한 척 미소를 띠어보이고는 양호실을 나갔다.
양호 선생이 쟁반에서 일회용 주사바늘을 집어들고 있었다.
-생리중이라며요? 오늘 오후엔 이것만 맞고 쉬어요.
잠깐, 생리! 숙은 그 순간 퍼뜩 기억나는 것이 있었다. 아까 갈아입은 팬티 - 화
장실 손가방에 두고 왔는데.
-저... 잠깐 화장실좀 다녀오겠습니다...!
신문을 펴든 총각 남선생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갖다오라고 말했다. 석은 꿇고
있던 무릎을 펴며, 방구석에서 진땀을 뻘뻘흘리며 엎드려 뻗쳐있는 혁의 쪽을 흘
끔 보았다. 아까까지의 매타작과, 1시간이 넘도록 기합을 받고 있는 데에도, 혁
은 석을 보며 씩웃는 고개를 끄떡이고 있었다.
석은 재빨리 일층으로 내려왔다. 지금은 수업시간이니까, 아무리 직원 화장실이
라 하여도, 교사들은 거기에 없을 것이다. 녀석은 속으로 기원했다. 제발, 청소
부 아주머니가 치워버리지 않았으면.
그의 예상이 맞았다. 여교사 화장실이건 남교사 화장실이건, 선생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 누가 집어가지 않았기만 하면 되는데 - 석은 혁이 말한 칸
의 문을 잽싸게 열어 젖혔다. 바닥, 바닥... 이얏호!
석은 정말로 소리를 지를뻔 했다. 있었다. 혁이 녀석이 말한 그 자리에, 바로 그
것이 있었다. 그는 그것을 집어들고 교직원용 화장실을 나서며, 재빨리 속안의
내용물을 확인했다. 있었다. 가슴이 뛰는 소리가 귓가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있
다, 있어! 드디어 - 하지만 감격은 나중이다. 먼저 이것을 숨길 장소를 머리 속
으로 가늠하며, 석은 수상한 취급을 받지 않기 위해 서둘러 학생부실로 돌아가야
녀석이 교복 속에 숨긴 것은, 숙의 작은 손가방이었다. 그 안에는, 아직 뜯지않
은 스타킹, 로션과 립스틱 같은 간단한 물건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석과 혁이 원
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그들이 손에 넣은 것은 - 다름아닌 여교사의 팬티였던
것이다. 그것도 예쁘장한 음악선생이 방금까지 입고 있다가 벗은.
한선생은 교장실에서 마교장과 밀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럼 몇 사람이나 준비된 거요?
-은선생하고 희선생... 이렇게 둘입니다.
그들은 오늘 교육관의 접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마교장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두 명이란 말이지...
-예, 숙쌤은... 오늘 몸이 안좋답니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원래 마교장의 계획은 사실 이것이 아니었다. 그
는 오늘 새로운 맛을 들여보려 했던 것이다. 마주 선 한선생은 그의 속셈을 알고
새로운... 그것은 다름아닌 숙을 의미하는 것이다. 마교장으로서는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그렇기에 미리 오늘같은 기회를 위해 두툼한 돈봉투를 그녀에게 쥐어
줬던 것 아닌가. 그런데 그런 숙이 양호실에 누워있다... 그 모든 계산을 이미
한선생은 해두고 있었다. 그로서는, 적어도 자기가 보는 앞에서 이 호색한이 그
녀와 동침하는 것만 막아주면 되는 것이다.
-흠... 어쩔 수 없군. 그럼 영이, 영선생을 불러요.
어쨌든 머리 수는 맞춰야 했다. 그래야 분위기가 흐르지, 어설펐다가는 오늘의
이 굳히기 - 교육관에게 아부 - 가 수틀려질 수도 있으니까. 마교장은 다시 한번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그럼 그냥... 오늘은 기분에 따라 은이나 영, 둘 중의
하나를 침대 위로 끌어들이기로 생각하면서.
교육관이 당도했을 때, 마치 장군의 열병식이라도 받는 듯, 마교장과 교감 그리
고 주임선생들은 학교 현관부터 늘어서서 그를 맞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교장실로 안내되어지고 있었다. 시찰이라던가 시범학
습은 필요없다. 이미 모든 것이 결정된 일인 것이다. 다음 년도에 이 중학교는
이 특별시의 전산화 시범학교로 당연히 지정될 것이란 사실을, 지금 교무실로 향
하는 무리 - 교육관, 마교장, 한선생 등 - 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곧 수억원의
예산이 그들 수중에 떨어질 것이다.
그들이 교장실 안에 들어서자, 공손한 차림으로 고개를 숙여 맞이하는 여자가 있
었다. 희였다. 그녀는 검은 색 정장 미니스커트에 흰 블라우스를 입은, 마치 사
무실 개인비서같은 차림으로 서있었다. 그녀를 본 교육관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어이구, 이게 누구야...!
희를 당장에 반기려던 그였지만, 자기가 지금은 공식직함을 갖고 나타난 것임을
간신히 기억해내고 계면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 교육관을 희는 한껏 만든 미소
로 정중하게 쇼파로 안내했다.
-허헛, 내 정신좀 보게...
그런 모습을 보며 마교장과 한선생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서로에게 보냈다. 저 교
육관은 지금 완전히 희에게 빠진 모양이 분명했다. 잘될 것이다. 오늘도 적당히
접대한 후에 저 과학여강사를 밤에 호텔방 안에 들여보내기만 하면 만사 오케이
-어이구, 마교장님, 그동안 잘지내셨습니까?
-허허, 교육관님 덕분에 저희 학교야 든든합니다.
불과 일주일도 안된 밤에 여교사들과 환락의 장소를 같이 해놓고도, 그들은 짐짓
정말 오랜만인 것처럼 굴고 있었다. 그들이 쇼파에 둘러앉자 곧바로 예의바르게
희가 차를 날라왔다.
-교육관님 어디 학교구경이라도 하시겠습니까?
-어이고, 구경은 무슨... 마교장님이 계시면 무사태평이겠지요...
교육관은 그런 염불보다는 젯밥에 관심이 있는 모양이었다. 찻잔을 내려놓는 희
쪽을 그의 눈이 은근하게 쫓고 있었다. 그런 희번득이는 눈초리를 놓칠 리 없는
한선생은, 차시중이 끝나자 재빨리 희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녀는 그의 신호를
알아차리고 다소곳이 교육관의 옆자리에 무릎을 모으고 앉았다.
희가 쇼파에 앉자 그제서야 교육관의 눈치가 만족하는 모양이었다. 당장에 그의
손이 팔걸이를 더듬는 듯하면서 그녀의 매끈하게 드러난 무릎 위에 슬쩍 얹어지
고 있었다. 그러나 좌중의 모두는 그 광경을 보면서도 짐짓 모른 체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희까지도 당연한 듯이.
-교육관님, 오늘 선약은 없으시겠지요?
-음... 뭐 별다른 것은 없습니다만.
-그럼 저희가 저녁을 안내하겠습니다.
-허어, 그래요? 근데 제가 번번이 폐를 끼치는 게 아닌지...
그들 모두는 이미 뻔한 일을 가지고도 마치 정말인 듯 거짓예의를 차리고 있었
다. 저녁이 끝나고, 술자리가 끝나고... 그 이후에도 무엇이 예정되어 있는지 다
알고 있으면서 말이다.
-어유,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자, 학교구경이나 한바퀴 하고 나가시지요.
-그럴까요, 그럼?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재빨리, 마교장이 일어서며 한선생에게 눈짓을 했다. 영을 부르라는 것이다.
학교구경을 하기 위해 - 좀 더 정확히는 저녁의 접대까지의 시간 때우기나 마찬
가지 - 마교장과 교육관, 그리고 시녀같은 희가 교장실을 나서자, 그는 전화를
집어들고 내선으로 국어교사 영을 호출했다.
-어, 영선생? 나 한주임이오. 지금 교장실인데, 이리로 좀 와요.
-어머, 무슨 일이세요? 한선생님이 저를 다 찾으시고...?
의외인 모양이었다. 하기야, 얼굴로 쳐도 이 학교 안에서 정교사들 중 수위를 차
지하는 영이었지만, 그에 걸맞게 콧대도 높았다. 그것은 특히나 마교장과 그녀의
관계 - 즉 학교 안에서는 주로 그녀와, 학교 밖에서는 주로 은과 - 덕에, 공공연
한 비밀이 되어 가한층 그녀를 그렇게 만들고 있었다.
그런 상황이니, 접대 자리에 나오라는 한선생의 지시를 듣고 기가 막히다는 듯
숙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어머, 무슨 소리하시는 거에요, 지금? 그래서 제가 그 강사 기집애들하고 같이
나가서 술 따르란 말이에요?
-어허... 왜 그러나, 다 아는 사이면서...
그녀로서는 술자리 접대, 그것도 정교사인 자기가 새파란 임시교사들과 어울려야
한다는 사실이 자존심 상하는 것이었다.
-말도 안돼요, 생각해 보세요. 전 정식 교사고, 은선생이나 희선생하고는 틀리다
고요. 그리고, 한선생님 모르세요? 전 다음달이면 시집갈 건데, 이런 소문 나면
어쩌란 말이에요?
한선생은 어쨌든 그녀를 달래야만 했다. 짜증나는 일이기도 했지만, 교장의 지시
-어허... 나야 다 알지, 그래도 교장 선생님이 특별 케이스로 부르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빠질 참이야? 생각해서 그 분은 찾으시는 건데.
그래도 신경질이 나는 듯, 숙은 고개를 돌리며 토라지는 시늉을 했다. 오히려 특
별히 부른다는 마교장이 그녀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이었다.
-어쩌겠어? 사실 나라면 영선생 안부를거야. 체면이 있지, 같은 교사입장인 내가
모르겠어? 그래도 어쩌나, 나야 시키는 대로 하는 일인 걸...
은근히 기분을 맞춰주는 그의 말에, 숙은 팔짱을 끼며 돌아 앉았다.
-정말이에요? 교장 선생님이 부른 거지, 주임선생님이 나 부르자고 한 것 아니죠
-에이, 정말이라니까. 아니면 둘이서 조용히 얘기했지, 내가 왜 교장실에 앉아서
전화했겠어... 걱정 마. 너무 늦을 것 같으면 내 차로 데려다주지. 어이구, 곧
새댁 소리 들을 사람인데, 신랑 쪽에 책잡힐 일 있나?
재삼 확인하자, 그제서야 그녀는 내키지 않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부아가 치민 모양이었다.
-알았어요. 그럼 저 술자리만 있다 갈 거에요. 아셨죠? 어유, 교장 선생님도 주
책이야, 다 늙은이가...!
마지 못해 응낙하고 교장실을 나서는 영을 보며, 한선생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
다. 잘만 하면, 일이 재미있게 될 수도 있겠는걸 - 만약에 마교장이 은과 접대자
리를 나서면 그녀는 자기의 파트너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엔? 남의 떡
될 여자, 한번 한강에 배 지난 자국을 만들어볼 기회가 올른지도 모르는 일이다.
건성인 학교시찰이 끝나자, 다정한 듯 교육관과 마교장은 같은 차에 올랐다. 어
쨌든 학교 교문을 나설 때까지는 여선생들과 짝을 이루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
으므로, 그들 둘은 함께 약속장소로 가는 것이다. 그들이 가서 자리를 잡으면,
알아서 여교사들을 챙기는 것은 한선생이 처리할 몫이었다.
그들이 탄 차가 출발하자, 한선생은 오늘의 파트너들인 은과 희, 그리고 영을 불
러 모았다. 현관 로비에서 마주친 그들 중에, 놀란 것은 은과 희의 쪽이었다. 그
녀들은 설마 숙 대신 영이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그녀들의 분
위기를 아는지, 숙은 아는 체도 않고 시치미를 떼고 따로 서있었다.
-자, 은선생님하고 희선생님은 저기 교육관님 차를 타고 가도록해요. 어차피 기
사가 알고 있으니까, 먼저 출발하세요. 그리고 영선생님은... 이쪽 제 차를 타시
별꼴이라는 듯, 의아한 표정의 은과 희는 기사가 딸린 교육관의 차에 올랐다. 그
녀들이 타고 떠나자, 한선생은 영을 자기 자가용에 태웠다. 마치 그녀에게만 특
별취급을 해준다는 것처럼.
-어머, 고마워요.
문까지 열어준 한선생에게 숙은 살짝 인사까지 표시하고 있었다. 내심 친하지도
않은 임시교사들과 합승을 할까봐 망설여졌던 것이다.
-고맙기는... 내가 알아서 챙겨줘야지, 안그래 영선생?
사실 한선생의 꿍꿍이가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그런 그
녀를 태우고 목적지로 향하며, 한선생은 옆자리를 흘끔거렸다. 지금 그 자리에
숙을 태우고서 강변에서 진한 정사를 나눈지 채 만 하루도 지나지 않은 어제의
일이었다. 혹시라도 어젯밤의 정사가 남긴 흔적 - 분비물이라든가, 그럴 가능성
은 별로 없지만 숙이 벗어둔 속옷 나부랭이가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의 시야에 멋모르고 앉은 숙의 무릎 곡선이 들어왔다. 하늘거리는 줄무늬의 원
피스를 입은 그녀는 차 안인데도 다리를 꼬고 있었다. 꿀꺽, 동그란 무릎과 매끌
거리는 스타킹에 가린 숙의 허벅지를 훔쳐보며 한선생은 침을 삼키고 있었다.
그들의 차가 출발하는 광경을, 양호실의 창가에서 숙은 내려다보고 있었다. 영이
한선생의 차에 오르는 것을 보았다. 영선생, 그녀는 어제의 오전에 교장실에서
몰래 훔쳐본 광경을 떠올렸다. 쇼파 위에서 춤추듯 리드미컬한 정사의 움직임을
반복하던 남녀의 엉덩이 - 그녀와 마교장의 것 - 그리고 문틈으로 들려오던 헐떡
이는 신음소리... 숙은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흔들었다.
오늘 그들의 술자리엔 지금 여기 자신 대신 영이 따라나선 것이다. 그녀는 다행
이라고 느꼈다. 지금 그들과 떨어져 있으니, 지난 한 주간의 일들 - 한선생과의
호텔출입, 은과 희의 낯뜨거운 비밀들... 이런 모든 것에서 해방되었다는 느낌이
한선생... 그녀는 이상한 상상이 드는 것을 느꼈다. 그럼 그 사람은, 오늘 누구
와 밤을 보내게 되는 걸까. 희는 교육관을 따라나설 테고, 마교장은 영? 그렇다
면 그는 은과? 숙은 어제 은과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후훗... 그래서, 한선생님 어때? 잘해줘?'
'걱정마. 말 안해도 돼. 나도 다 알고서 물어본 거니까...'
은이 그녀에게 비웃듯이 건넨 말이었다. 한선생이 어떤지는 다 알고 있다 - 그럼
어쩌면 한선생과 그녀의 사이에 자기가 모르는 관계가 있어 왔는지도 모른다. 과
연 그는 다른 여선생과도 잤을까...?
아니야, 잠깐.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그 작자가 누구와 잤건
그게 무슨 상관이지?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애정 없
는 관계를 가져놓고서 지금 자기는 무슨 느낌을 갖는 것인가.
-괜찮아요? 생리 중이었다면서...
멍하니 창쪽을 향해 선 그녀에게, 양호 선생이 등뒤에서 묻고 있었다.
-예, 괘, 괜찮은 것 같아요.
-그럼 일찍 퇴근하세요. 어차피 수업시간도 다 끝났으니까, 집에 가서 쉬어요.
고맙습니다, 인사를 건넨 숙은, 퇴근하기 위해 교무실로 가기 전 여교사 화장실
에 들러 보았다.
역시, 이미 그녀의 손가방은 어디론가 없어져 있었다. 청소부 아주머니가 치웠겠
지, 그녀는 짐작했다. 아니면 내일 주변에 물어보거나... 하지만 어차피 간단한
화장품 따위 밖에 없는 것이므로, 별반 잃는다고 손해될 것은 없었다. 단지 벗어
놓은 팬티가 마음에 걸렸지만 - 어차피 치운 것은 용역 아주머니일테니까, 그다
지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녀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의 생리혈이 묻은 팬티가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 있으리라고는. 지금 그것이 석의 책가방 속 깊숙히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숙으로서는 알 리가 없었다.
-어머, 언니, 저 영선생님이 왜 우리랑 같이 가는 거죠?
운전기사가 몰고 있는 교육관의 중형승용차 뒷좌석에 앉아 희가 은에게 던진 질
-몰라서 묻니? 원래 교장선생님하고 저 여자랑 그렇고 그런 사이잖아.
-어머, 정말이에요?
희는 새삼스래 놀라고 있었다.
-몰랐어? 알만한 사람 다 아는 이야기인데. 숙쌤이 못가니까 대신 부른 거겠
-세상에, 그럼 그 소문이 사실인 모양이구나...!
골똘히 생각하는 척 하다가 희는 갑자기 생각나는 듯 중얼거렸다.
-그럼 숙 언니는 어떻게 되는 거지...?
-숙이? 왜?
-저... 이것 얘기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는데... 사실은요, 어제 숙쌤님이 물어
-뭘?
-우리 얼마씩 받았냐구요.
피식, 은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왜, 자기는 뭐 특별대접이라도 받았다든?
-예. 정말이에요, 언니.
순간적으로 은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숙이 마교장에게서 웃돈의 수표를 더
받은 사실을 아직 몰랐던 그녀였다. 설마... ?
-진짜? 얼마나?
-제가 알기론... 우리 두 배쯤이요. 아마 교장 선생님이 숙언니한테 관심 있나
봐요...!
은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두 배라니, 자기보다 더 많은 돈
을 챙긴다는 사실이 그녀를 노엽게 하고 있었다.
-근데 언니, 그럼 언니는 오늘 어쩌는 거에요? 원래 교장님은 언니 파트너였잖아
교육관의 차 안에서, 은은 마교장에게 열이 나 몸을 떨고 있었다. 자기가 있는데
도 영을 부르고, 게다가 숙에게도 손길을 뻗치려 하다니. 내가 그년들보다 뭐가
못하길래...
-걸레같은 년...!
희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은은 숙에게 엉뚱한 증오가 생기고 있었
다. 어제도 보아하니 한선생과 헐레붙은 모양이던데, 이젠 그녀를 제끼고 마교장
한테까지 넘어오려 들다니... 용서할 수 없어!
그녀로서는 그럴만 했다. 최초에 한선생의 소개로 이런 자리에 나서게 된 그녀였
지만, 마교장의 정부가 된 이상 자존심이 상할 수 밖에 없는 문제였다. 비록 마
교장의 엽색행각이 심하다 하여도, 그것은 일단 그녀로서는 신경을 쓸 문제가 아
니었다. 그러나 이런 학교 밖의, 즉 일전의 우이동 안가의 경우와 같이 그의 밤
파트너가 된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흥, 이제 내가 싫증이 난 모양이지? 정교사도 아닌 다른 여강사, 그것도 학교 안
자기 바로 옆자리의 숙에게 추파를 던지다니... 용서할 수 없어. 숙이 기집애 두
고 보자. 내가 너한테 밀려날 것 같아? 은은 속으로 이런 매서운 다짐을 곱씹으
며 치밀한 계산을 하고 있었다.
그들 일행이 도착한 곳은 강북의 스카이웨이에서 멀지 않은 고급 한정식집이었
다. 제일 먼저 도착한 마교장과 교육관은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마담의 안내에
따라 깊숙한 밀실로 향했다. 사방에 장지문이 둘러쳐진 한옥 방이었다.
-저, 아가씨들을 따로 불러 드릴까요?
-아니, 됐어요. 우리 파트너들은 따로 올꺼야. 그 아가씨들 오거든 이리로 안내
아가씨들, 그것은 기생들을 의미했다. 다시 말해 이곳은 특별시에서도 몇 안되는
최고급 요정인 셈이었다. 마교장은 마주앉은 교육관에게 은근히 몸을 기울이며
-어디... 교육관님, 이따가 술이 과하시면 잠시 주무실 방을 마련할까요?
주무시라...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가 모를 리 없었다. 교육관은 내심 음
흉한 미소를 감추면서 못이기는 척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허허... 그래요? 여기 어디 공기도 좋은데, 쉬었다 가면 좋겠지요.
의미심장한 웃음을 주고받으며, 마교장은 옆에 선 요정 마담에 귀엣말로 지시를
-별채 두개만 마련해 두시게, 마담.
-그럼 그러셔요. 그리고 옆방에 가야금이라도 준비 시킬까요?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마담은 야릇한 눈웃음을 치며 물러갔다.
잠시 후 한선생보다 먼저 출발한 은과 희가 도착하여 방으로 안내되어져 들어왔
다. 넓다란 테이블에 가부좌를 한 교육관과 마교장을 보자, 은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흥, 내 자리를 딴 년들에게 뺏길 수는 없지...!
희가 교육관의 옆자리에 앉는 것은 당연했지만, 은은 시키지도 않는데 아양을 떨
며 마교장의 옆으로 다가가 찰싹 달라 붙었다. 영이 오더라도 그의 곁에 앉지 못
하게 하려는 속셈이었다.
장지문 건너에서 뚱따당, 은은하게 가야금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머 이런 덴 처음이네?
다소 늦게 도착한 영이 으리으리한 한옥을 보면서 내뱉은 첫마디였다. 씩, 웃는
한선생이었다. 아마 니 년도 이런 날 아니면 평생 한번 들어올 날도 없을 걸? -
속으로 비웃으며 한선생은 요정의 대문을 들어섰다.
-아까 도착한 손님들은?
그들도 역시 화사하게 한복으로 치장한 기생의 안내를 받으며 마교장과 교육관의
방으로 안내되어지고 있었다. 어유, 그 늙은이가 난 빼고 다른 년만 이런 곳에
데리고 들락거렸단 말이지...? 숙은 질투가 생기고 있었다.
사실이었다. 숙은 결혼을 앞둔지 얼마 안되었기에, 마교장과 관계를 맺더라도 주
로 낮의 교장실 - 두껍게 방음벽과 커텐으로 둘러싸인 - 에서 정사를 가졌었다.
행여 밖에서 따로 만났다가는 자기에게 안좋은 소문이 퍼질지도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렇기에 학교 안에서 눈치빠른 몇몇이 그녀의 일을 알뿐이었지, 마교
장으로서도 학교 밖에서 은과 딴살림을 차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그런 은
과 마교장의 사이를 그전까지 모르고 있었다. 즉 은과 희는 비교적 학교 안에서
는 소문이 돌지 않은 것이다.
숙은 처음이라는 듯 신기하게 두리번거리며 밀실로 들어섰다. 그러나 밀실에 들
어선 순간, 그녀는 저으기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자기가 앉았어야할 자리에, 버젓이 은이 앉아 히히덕거리고 있었던 것이
다. 어머, 어떻게 된 거야? 왜 저 기집애가 저기에 앉아있는 거지? 그녀는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러나 한선생은 이미 이럴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 자연스럽게 탁자의 한쪽에 앉
고 있었다.
-어이, 영이 왜 그래? 어서 앉아.
이럴 수가, 나더러 지금 한선생 술시중을 들라구? 그녀는 기가 막혔다.
-죄송해요. 저 잠깐 화장실좀...
숙은 앉으려다 말고 일어서며 다른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게 한선생의 와이셔츠
소매를 잡아당겼다. 잠깐 밖으로 따라 나오라는 의미였다.
떨떠름한 표정의 그가 장지문 뒤로 나오자, 그녀는 한선생의 팔뚝을 붙잡고 힐난
하듯 목소릴 낮춰 따졌다.
-어머 어떻게 된 거에요? 왜 저 은선생이 저 자리에 앉아 있어요?
-내가 그걸 어찌 아나? 교장님이 알아서 앉혔겠지.
-그래도 전 교장 선생님이 불러서 온 거잖아요?
자기가 마교장의 술시중만 들어야되는 줄 알고 따라온 그녀였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은 뭔가. 전혀 엉뚱한 이 한선생이라는 작자에게 술을 따라야할 판이었다.
-허허... 뭘 그리 신경 써? 이따 때되면 그 쪽에 앉히시겠지. 그냥 지금은 조용
히 들어가 앉자구... 그렇다고 지금 나갈 수도 없잖아?
황당했다. 그래도 그렇지, 마교장이 자기를 옆에 두리라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그녀였다. 다시 말해 숙은 은과 마교장 사이의 관계를 몰랐던 것으로, 자기가 숙
의 대타로 머릿수를 맞추기 위해 불려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것이다.
-아유, 뭐야 이게... 이럴 줄 알았으면 안오는 건데.
하는 수 없이 도로 방안으로 들어가며, 그녀는 짜증이 나는 듯 투덜거리고 있었
흥, 바보같은 년 - 그런 영을 보며 한선생은 비웃고 있었다. 남편될 놈도 버젓이
두고 있는 게, 자기가 무슨 열녀라고 따지나. 어차피 이쪽 저쪽 대주기는 마찬가
지인 년이...
그녀 뒤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서려 하는데, 아까의 마담이 다가왔다.
-저, 손님. 아까 두 분은 별채 예약하셨는데, 손님은 어쩌시겠습니까?
별채라고? 둘만 방을 잡았단 말이지... 한선생은 머리를 굴렸다.
-그럼... 나도 하나 주시오.
-예, 근데... 방이 모자라서 안에 계신 두 분중 한분 옆방을 드려야겠는데... 어
느 쪽으로 하시겠어요? 별실들 벽이 얇아서 신경 쓰이실까봐...
그래? 재밌겠는걸 - 흐흐, 그는 야릇한 계산을 머리 속으로 따지고 있었다. 실로
엄청난 계획이었다.
-후후... 그럼 저 교장님 옆방으로 해줘요. 그리고... 술상도 따로 준비해줘요.
고급 요정이었기에, 함부로 방을 내주는 일이 드문 곳이었다. 그리고 내주어도
일일이 이렇게 손님에게 방을 지정받고 있는 곳이었다. 그만큼 알만한 실력자나
갑부들이 들락이는 곳이라는 의미다.
일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잘만하면, 성공할 수도 있겠는걸...! 한선생은 내
심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어차피 모든 계산은 저 안의 작자들이 하는 것이다.
그로서는 손해를 볼 리 없다. 영이나 은, 그 둘 중의 하나, 아니 어쩌면 둘 모두
를 한꺼번에 품을 계획이 그의 머리 속에 든 계산이었다.
그가 방 안으로 돌아와 숙의 옆 방석에 자리를 잡자, 곧이어 상위가 그득하게 음
식들이 들어왔다. 상다리가 휘어진다는 말은 이 경우에 쓸만했다. 산해진미에
곧이어 술주전자들이 날라져 오고, 은과 희는 알아서 교육관과 마교장에게 술을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흘끗보니 숙은 팽 토라진 인상을 하고 있었다.
한선생은 슬쩍 상 아래로 손을 뻗어 그녀의 치마 아래로 드러난 허벅지를 꼬집었
다. 분위기를 맞추라는 신호였다.
아얏, 소리를 내지 못하고 숙은 눈을 흘기며 그를 쏘아보았다. 한선생은 모른 척
하며 짐짓 먼저 술을 들어 그녀의 잔을 채웠다.
-일전에, 한주임님이라고 하셨지...?
교육관이 그런 그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한선생은 자기에게 질문이 돌아오자 깎
듯이 공손하게 답했다.
-예, 교육관님, 그렇습니다.
-그런데... 파트너가 바뀌셨구만. 누구시죠? 혹시 부인 되시는가? 상당히 미인이
신데...
부인? 숙의 눈이 놀라 휘둥그레졌다. 그러나 한선생은 미녀 부인이라는 말이 유
쾌한 듯, 웃음을 터뜨릴 뿐이었다. 대신 마교장이 끼어들었다.
-하하... 아닙니다. 한선생 곁의 아가씨는 저희 학교의 국어교사이신 영선생입니
다. 아직 미스고, 다음 달에 결혼 예정입니다.
-허어, 그래요? 그럼 내가 실수를 했구만. 나는 또 아가씨가 바뀌었길래 재주도
좋으시다 했지... 허허...!
당황한 숙은 얼굴이 붉어지는 느낌이었다. 아가씨가 바뀌었다? 그럼 나는 다른
여선생의 대타란 말인가? 그 때 퍼뜩, 드는 생각이 있었다. 맞아, 그... 숙이라
던 음악 임시교사! 그녀는 어제 봉투를 쥐고 나서던 숙을 교장실 문 앞에서 우연
히 마주쳤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럼 - 내가 오늘 그 숙쌤 대신에...?
당장 마교장에게 반감이 생기는 그녀였다. 세상에, 나를 이런 강사선생들과 같이
취급을 하다니...!
그러나 좌중의 아무도 그런 그녀를 무시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한선생까지도 시
시껄렁한 농담으로 좌중의 분위기를 맞추며 온갖 아첨의 말을 늘어놓고 있었다.
속이 상한 그녀는 스스럼 없이 자기 앞에 놓인 술잔을 들이켰다. 아유, 분해!
마교장 쪽을 보니 어느새 은의 엉덩이를 철썩거리며 그녀가 집어주는 안주를 덥
석덥석 받아물고 있었다. 그에 질새라 맞은 편의 교육관도 희의 허벅지를 주물럭
거리며 열심히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숙은 자기 앞에 놓인 술병을 집고 빈 잔
을 채우려 했다. 두고 보자! 다시는 저 마교장을 상대해주나 -
그 때, 은근히 그녀의 손목을 붙들며 술주전자를 건네받는 손이 있었다. 한선생
이었다. 그는 선심을 쓰는 듯 대신 그녀의 잔을 채워주었다. 그 잔도 연거푸 그
녀는 목구멍으로 넘겼다.
그는 연이어 술을 따라주며 슬쩌기 숙의 눈치를 살폈다. 그녀는 상당히 토라진
상황인 것 같았다. 잘 되가는군 - 계획대로 되가고 있어... 그 능글맞은 웃음의
의미를 자리에 앉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슬며시 몸을 기대며 달래는 척
-이것 봐. 좀 천천히 마시지 그래...?
눈치채지 못하게 속삭이는 그의 말을, 그러나 그녀는 콧방귀를 뀌듯 뾰루퉁한 표
정으로 대꾸했다.
-흥, 무슨 상관이에요? 어차피 내 돈 내고 마시는 것도 아닌데 뭘!
-어허, 다른 사람들 듣겠어...!
마치 그녀를 위로해주려는 것처럼 한선생의 팔이 그녀의 어깨에 둘러지고 있었
-취한다니까, 독한 술이라구...
-상관없어요...!
그녀는 분함을 삭히느라, 은근슬쩍 그의 손이 어깨 위에 얹어지는 것도 미처 거
부하지 않고 있었다.
워낙 널찍한 방안의 큼직한 상이라 - 게다가 옆방에서는 계속 뚱땅대는 가야금
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 영과 한선생이 벌이는 수작은 그닥 교육관과 마교장의
눈길을 끌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각기 희와 은에게 수작을 부리느라 말
석의 그들에게 채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그런 틈을 타, 한선생은 영이 잔을 비우는 족족 한손으로는 술을 따르며 다른 손
으로는 은근히 그녀의 등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어느새 조금씩 아래로 향하는 그
의 한손은, 그녀의 등뒤에서 하늘거리는 원피스 위로 그 안의 브래지어 윤곽을
더듬을 수 있는 위치까지 내려오고 있었다.
-그래 그래, 내 영선생 마음 다 알지... 어디 영선생이 저런 나이어린 강사들하
고 같아? 오늘 여기서는 좀 참으라구... 뭘 어쩌겠어? 잘못했다간 영이나 나나
모가지지... 안그래?
마치 동병상련이라도 되는 듯 그의 입에 발린 말은 숙의 기분을 맞춰주고 있었
-그래도 난 이렇게 생각한다구, 영이만큼 외모가 뛰어나니까 이런 데 와서 교육
관님한테 칭찬도 받는 것 아냐? 난 가끔 영이 남편될 친구가 부럽다구... 정말이
야. 그 친구는 영이같은 미인을 매일 밤마다 볼 것 아니겠어...?
외모에 대한 칭찬에 약한 것이 여자의 기본 속성인 탓일까. 가뜩이나 콧대 높은
숙은 그 말에 은근슬쩍 동하는 모양이었다. 그에 부응하여 한선생의 목소리는 더
욱 더 낮게 깔리고 있었다.
-날 보라구, 애들 뒤치닥거리에 퍼진 마누라까지... 알고보면 나도 참, 한심하다
구... 생각해 봐. 저 나리님들은 젊은 년들 끼고 놀지만, 난 뭐야? 그저 구경만
하고 있는 신세지...
숙은 그 말을 듣자 왠지 측은한 느낌이 드는 모양인지, 한선생의 얼굴을 동의한
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는 그런 시선을 느끼며 짐짓 담배를 피워 물었다.
-난 말야... 가끔은 나도 저러고 싶어... 영이처럼 미인하고 술도 마시고, 같이
밤새 살도 맞대고 말이야...
그들의 대화가 슬며시 야릇한 분위기로 흘러가는 데에도, 이야기에 취했음인지
숙은 잠자코 고개를 끄덕이며 술잔을 비우고 있었다. 그녀의 귀밑이 점차 술기운
으로 붉어지기 시작했다.
-생각해 봐. 일찍 들어가도 자식들 걱정이지, 자려고 누워봐도 펑퍼짐한 여자 궁
뎅이뿐이지... 어이그, 나도 답답하다구...
-어머... 너무 그러지 마세요, 한선생님...
어느새 이미 한선생의 손은 그녀의 허리께를 더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손바닥은
그녀의 몸매를 쥐고 점점 더 아래로 흐르고 있었다. 실로 교묘한 한선생의 수법
이었다. 그러나 이제 오히려 숙은 그를 위로하려들고 있었다.
-너무 상심마세요... 제가 오늘은 곁에 있어 드릴께요... 우리 술이나 한잔 해
요...
늦으면 그에게 바래다 달라고 아까 교장실에서 부탁했던 숙의 다짐은 어느새 술
을 권하는 목소리로 바뀌고 있었다. 흐흐... 이제 절반쯤 됐군, 그래 마셔라 이
년아 - 그러나 그런 그녀의 말을 들으며 한선생은 속으로 이런 쾌재를 부르고 있
었다. 그는 문득 좌중을 보고는 은의 팔꿈치를 툭툭쳤다.
-저기들 보라구...
한참을 한선생과의 이야기에 빠져있던 숙은 그제서야 취기에 붉어진 눈동자를 들
어 그가 가리킨 쪽을 보았다. 그곳에는 한층 야릇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희의 쪽을 보니, 희는 이미 열띤 표정으로 눈을 질끈 감고 교육관의 어깨에 기대
어 있었다. 교육관은 이제 숫제 술잔마저 놓고 한손으로 어깨를 그녀의 얼굴을
감싼 채 무어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때마다 작게 희의 고개가 끄덕이고 있었
다. 다른 한손은 희의 앞쪽을 가로질러 탁자 아래로 내려져 있었는데, 작게 희의
몸이 들썩이고 있는 걸로 보아, 필경 그녀의 치마 속 깊숙히 들어서 핵심 부근까
지 도달한 모양이었다.
은의 쪽 - 마교장의 쪽은 더 민망한 광경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은이 더욱 적
극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마교장의 한손을 들어 스스로 자신의 가슴,
블라우스 안으로 들이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블라우스가 겉으로 불룩거리는 것
으로 보아, 이미 그의 손은 그녀의 유방을 주물럭거리고 있음이 분명했다. 하지
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그녀의 입은 마교장의 귓가에 다가가 있었다.
숙은 맨 처음 그것이 귀엣말을 주고받는 거겠거니 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은의 고개가 이쪽저쪽으로 돌려지는 것을 보고서야 알았다. 은의 벌려
진 입술 안에는 마교장의 귓불이 들어가 있었다. 그녀는 잘근잘근 그의 귓불을
물며, 혀로 핥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은의 행동은 다분히 계산적인 데가 있었다. 즉 그녀는 일부러 마교장의 비
위를 맞추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갖은 기교를 동원함으로써 그를 꼼짝 못하
게 하려는 데에 있었다. 그리고 그 목적은, 바로 지금처럼 영이 보고 있는 상황
하에서 버젓이 마교장을 차지하려는 속셈이었던 것이다.
훅, 그 광경을 보고서야 숙은 고개를 돌렸다. 실제로 그녀는 결혼 상대자와 더한
경험, 그리고 마교장에게서 더욱 노골적인 행위를 강요받은 적이 있었지만, 이렇
게 직접 다른 사람의 행위를 본 적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미, 미워 죽겠어...!
그녀의 입에서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말이었다. 자기말고 다른 여자에게 찝적거
리는 마교장도 그랬지만, 그것을 자기가 보는 앞에서 드러내고 하다니 - 숙은 술
기운 아닌 무언가가 자기의 얼굴을 달아오르게 함을 느꼈다.
-어때... 영이도 시집가면 저러겠지...?
한선생의 노골적인 질문이 귓가에 들려오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보다 적나라한
그들의 모습, 특히나 은이 보이는 마교장에 대한 수작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
고 그녀는, 어느샌가 그 틈을 틈타 한선생의 손이 은근히 자신의 엉덩이께까지
도달하고 있음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목이 타는 듯 숙은 거푸 술잔을 들이켰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엉덩이를 더
듬고 있다는 사실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갑자기 술기운이
몽땅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어때, 영이... 나가자구... 어차피 교장님은 저 은선생에게 빠진 것 같아... 그
냥 우리끼리 조용히 사라져주자구... 어쩌겠어, 저 두 사람은 이제 말리지도 못
할 것 같은데...
숙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더이상 견디기가 힘들었다. 임시교사들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데다가, 자기를 특별히 불렀다던 마교장까지 자
기를 끌어앉힐 생각을 않고 있으니, 그녀로서는 갈수록 가시방석이었던 것이다.
그런데다가 야릇한 광경까지 목격하고 있으려니, 차라리 한선생의 은밀한 제안에
끌리고도 남았다.
그녀의 엉덩이를 이제 노골적으로 매만지는 그가 다시 한번 어깨를 밀착시켜 왔
-저 사람들은 내버려두고 우리끼리 가지... 어차피 이쪽은 신경 쓸 것 같지도 않
으니... 나가서 술이나 한잔 더하자구.
숙은 멍하니 교육관과 마교장 쪽을 쳐다보더니 말없이 달아오른 고개를 끄덕거렸
다. 승락한다는 표시였다.
-그럼 조용히 나가서 기다려. 2차는 이미 마련해 뒀어. 나가면 마담이 데려다 줄
2차... 그것은 아까 마담에게 얘기해둔 별채였다. 한선생은 이미 그것까지 생각
해 둔 것이다. 은이 마교장을 차지했으니, 남은 것은 영일 수 밖에 없었고, 그럼
이런 기회를 그냥 놓칠 리 없는 그였다. 숙은, 밀실을 나가면 곧바로 별채로 안
내되어질 것이다. 그것도 자기가 일러둔 마교장의 옆방으로.
영이 먼저 나간 것을 확인하자, 그는 짐짓 예의를 차리며 말을 꺼냈다.
-저... 교장 선생님.
-어... 뭐요...?
한선생이 끼어들자, 짐짓 멎쩍은 듯 은의 가슴 속에서 손을 빼내며 마교장이 그
를 보았다. 은도 그의 귓가를 지분거리던 입술을 떼며 돌아 보았다.
-적당히 술이 과하신 것 같은데... 자리를 옮기셔서 별채로 가셔서 좀 쉬시죠.
교육관님께서 약간 피곤하신 것 같습니다만...
그제서야 교육관도 희의 벌려진 허벅지 사이에서 손을 빼내며 그들 쪽을 향했다.
물론 피곤하다는 말을 꺼낸 적이 없었지만, 그는 당연히 별채로 가자는 말에 귀
가 솔깃할 따름이었다. 마교장은 그의 의중을 떠보았다.
-어쩌시겠습니까? 별실에서 일찍 쉬시겠습니까, 교육관님?
마다할 리가 없다. 교육관은 마치 그 말이 언제 나오느냐를 기다렸다는 듯 맞장
구를 쳤다.
-어허... 아닌게 아니라 좀 노곤하긴 하군요.
-그럼 별채로 옮기시죠...?
-허허, 어디 그럼 그럴까요...
교육관과 마교장이 강권에 못이긴 척 일어섰다. 그런 그들을 향해 깊숙히 고개를
숙이며 한선생은 깎듯한 인사를 했다.
-그럼 올라들 가십시오. 여자분들은 옷을 좀 챙기고 보내겠습니다.
이런 면에야 베테랑인 그였다. 아닌게 아니라 지금 은과 희, 둘 다 옷매무새가
엉망이었다. 교육관과 마교장은 서로 취기어린 얼굴을 앞세우며 방을 나섰다. 그
들도 보나마나 마담이 별채 방으로 안내할 것이다.
그가 짐짓 돌아서서 있는 동안, 은은 블라우스의 단추를 잠그고 엉망이 된 립스
틱을 고쳤다. 희는 흘러내린 스타킹을 치마 속에 손을 넣어 끌어올리고 구겨진
스커트를 다듬었다.
한선생은 그들을 데리고 직접 별채로 수행했다. 별채란 산자락의 깊숙한 나무숲
뒤에 위치한 자그마한 한옥이었는데, 두 채로 나뉘어 있었다. 안내한 기생 하나
가 희를 한쪽 별채로 안내했다.
-잘 모셔야 돼.
늘 하는 다짐이었지만, 한선생은 그 말을 잊지 않았다. 발그레한 얼굴로 돌아보
며, 희는 살짜기 웃어보였다. 이미 익숙한 상대이니, 걱정말라는 투였다. 나머지
한 쪽 별채는 은의 몫이었다.
-후훗, 오늘 은이 오버하는 것 같아. 영선생이 신경쓰인 모양이지?
그녀는 고소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한선생에게 물었다.
-흥... 미쳤어요? 제가 그런 유부녀 될 여자에게 봉을 뺏기게? 왜요, 아까 둘이
한참을 떠드는 것 같던데...?
-안그래도 펄펄 뛰더군...!
-누가요, 그 영이요? 호홋, 쌤통이다. 정신 차리라고 해요. 어차피 곧 아줌마 될
여잔데...
은은 마교장이 기다리고 있을 방을 향하기 위해 말을 멈췄다. 그 때였다. 한선생
이 은근히 그녀의 팔을 붙들며 속삭였다.
-나도 옆방에 있어.
-어머, 그래요? 그럼... 영선생 그 여자랑?
한선생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나, 재주도 좋으셔... 남의 여자 될 사람도 꼬시구...
-그래봤자 뭐하나... 아침에 보낼 수는 없지 않겠어?
그랬다. 지금 한선생이 영을 어쩐다 하여도, 내일 아침까지 붙잡아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쨌든 곧 결혼할 여자가 함부로 외박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래서 말인데... 교장이 자거든 건너오라구.
한선생의 은밀한 요구였다. 바로 이것이 그가 이 요정에 들어오면서 생각해낸 계
획이었다. 즉 아직 늦지 않은 저녁때에 영을 건드리고, 곧이어 새벽에 마교장의
방을 나설 은을 또한번 갖는다... 정말 한선생같은 정력가가 아니면 생각해내지
못할 속셈이었다.
-왠 일이야... 저한텐 다시 손도 안댈 것 같더니...?
흐흥, 은은 의외라는 듯 코웃음을 쳤다. 사실은 그랬다. 한선생이 학교 비리에
관계되면서, 맨처음 끌어들인 것이 이 은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그는 마교장에
게 그녀를 넘기기 이전에 몇번 잠자리를 같이 한 적이 있었다. 결국 숙의 짐작 -
아까 양호실에서의 - 이 맞는 셈이었다. 그래서 어제 그녀는 한선생의 허리힘이
어떤지 다 안다고 숙에게 떠벌렸던 것이다.
하지만 한선생이 채홍사로서 마교장에게 영을 소개시키면서, 그녀로서도 순순히
받아들였던 이유는, 우선 첫째로 이미 마교장이 영과 관계를 갖는다는 소문을 들
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그것은 그만큼 그녀가 마교장의 욕구를 채워주기가
수월했음을 뜻하는 것이고,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그녀는 외부 접대, 숙은 교내
접대 - 이런 스타일이 되어갔던 것이다. 그리고 물론 나중에 끼어든 은이의 존재
를, 숙은 오늘까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둘째는 돈 - 돈의 문제였다. 즉 한선생은 그녀를 꼬드길 때에 유부남의 능란함으
로 꼬아낸 것이지만, 마교장에게서는 그런 것보다 더 큰 실질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종종 그녀의 미술 임시교사로서의 월급을 능가
하고 있었다. 또한 정교사 임용의 기회가 보장된다는 점에서도 메리트가 있었기
에, 지금껏 은으로서는 마교장과의 동침에 이렇다할 반대의사가 없어왔던 것이
다. 그런 그녀이니만큼, 숙이나 저 영 따위에게 그 위치를 내주기가 싫었던 것이
-흐흐, 그럴 리가 있나... 나야 그저 그동안 밀린 이야기나 오랜만에 하자는 것
이지...
그녀의 코웃음에 돌아오는 한선생의 대답이었다. 밀린 이야기... 그녀는 숙을 떠
올렸다. 그래 맞아, 이 사람이 요새 숙과 예전의 나처럼 그렇고 그런 관계인 것
같은데... 좋아, 확인해 둘 필요가 있겠지...!
-좋아요, 근데 정말 설마 이야기만하자는 건 아니겠죠?
-무슨 소리... 저 늙은 마교장보다는 내가 좀 더 낫지 않겠어...? 내가 보기엔
은이도 별로 만족하지 못할 것 같던데...
아주 노골적인 유혹이었다. 그는 은근슬쩍 손을 뻗어 은의 엉덩이를 어루만졌다.
-어머 왜 이러셔... 내가 뭐 색녀인 줄 아시나봐...!
눈꼬리를 감추며 눈웃음을 치고는, 그녀는 마교장이 기다리고 있을 별실로 향했
다. 출렁출렁, 꽉낀 치마뒤로 그녀의 색기어린 엉덩이가 흔들렸다. 한선생은 바
지 속이 불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래, 드디어 두 년 다 한번에 품을 수 있겠군 - 입맛을 다시며 능글맞은 웃음을
흘리는 그는, 자기도 영이 기다리고 있을 옆방으로 가기 위해 어둠 속에서 별채
로 향했다.
-어, 얼른 이리와!
이미 희가 들어선 방에서는 한창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희가 들어오자마자, 오
래 기다렸다는 듯 교육관은 다짜고짜 그녀를 깨끗하게 펴진 온돌방 이불 위로,
손목을 끌어당기고 눕히고 있었다.
-어머, 교육관님...!
그의 옷을 벗기는 동작이 하도 격렬하였기에, 희는 자신의 블라우스가 찢겨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아니나 다를까, 투두둑, 블라우스의 단추가 떨어져 나
가는 소리가 들렸다. 전번의 호텔 방에서도 그랬지만, 일단 달아오르기만 하면
앞뒤 안가리는 스타일의 교육관이었다. 희는 작달막한 이 중년사내의 몸에서 어
떻게 이런 힘이 넘치는지 의아했다.
-교, 교육관님, 서둘지 마세요! 오, 옷 찢어진단 말이에요...!
그러나 막무가내로, 그의 손길은 블라우스를 젖히자 이번에는 그녀 하반신의 검
은 색 정장치마를 거칠게 끌어올리고 있었다. 아예 이제는 치마 따위는 벗기지도
않을 심산인 모양이었다. 스커트를 간신히 허리 위로 끌어올리자, 이번에는 치마
단이 뜯어지는 소리가 났다.
-아흑, 처, 천천히요...! 이, 이러시면 저 내일 집에 못가요!
-조용히 해, 이년아!
교육관은 이제 욕까지 해대고 있었다. 희는 스타킹과 한꺼번에 팬티까지 내려지
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행히 그녀의 팬티스타킹과 속옷만큼은 그가 완전히
벗겨내었다. 졸지에 그녀는 치마 - 그것도 걷어올려진 - 와 브래지어만을 걸친
요상한 옷차림이 되고 있었다. 다짜고짜 그녀의 풍만하게 드러난 허연 유방위로,
그의 얼굴이 쳐박히고 있었다. 희는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들고 있었다.
숙은 마담이 안내한 곳이 퍽 이상하다고 느꼈다. 마치 한옥집의 안방같은 구조였
다. 미닫이 장지문이 있을 뿐이지, 안의 내부구조는 무슨 호텔방을 연상시킬 정
도로 깔끔하고 화려했으며, 방안에는 곧바로 이어져 딸린 욕실까지 있었다.
온돌 방의 한가운데는 깔끔한 이부자리와 요가 단정하게 펼쳐져 있었고 그 옆에
는 조그만 술상이 한식 안주상과 함께 놓여져 있었다. 마치 무슨 사극영화에 나
오는 신방같네... 그녀는 너무나 깨끗한 방의 구조에 얼떨떨하여 채 앉지도 못하
고 있었다.
그 때 한선생이 방으로 들어왔다.
-아니 왜 그러고 섰어? 앉지 않구서...
그는 마치 자기 집 안방에 들어온 듯이 털썩, 주저앉아 넥타이를 풀어 던지고 있
-거기 앉으라니까, 영이. 우리끼리 한잔 더하기로 했잖아?
엉거주춤, 그와 술상을 마주하며 앉은 그녀는 왠지 이곳이 2차의 술자리란 말이
믿기지가 않았다.
-여, 여기는 뭐하는 곳이죠...?
-보면 모르나, 술집 아냐?
-그, 그래도 여긴 꼭 호텔방 같아요... 화장실도 있고...
피식, 술을 따르려던 한선생은 그녀의 의아한 표정을 쳐다보았다.
-후훗, 여기는 별채라서 그래.
-별채... 라니요?
-별채 몰라? 기생들 나와서 술 따라주고 손님하고 같이 자는...
숙의 눈이 휘둥그레지고 있었다.
-그, 그럼 여기가...?
기생들이 몸을 파는 곳이라니... 그녀로선 전혀 상상하지 못한 곳이었다.
-그, 그럼 아까 그 한복 입은 아가씨들이...
-그래, 맞아. 쉽게 말해 기생들이지.
기생집 - 그럼 여기는 요정? 왠지 한선생의 대답에 불안해지는 영이었다.
-교, 교육관님하고 다른 분들은... 다 가신 건가요...?
-글쎄, 갔을까?
갔을까라니...? 그럼 아직도 술을 마시고 있나? 아니 잠깐, 설마 -
갑자기 그녀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그 때, 마치 그 당혹
스런 숙의 상상을 확인이라도 시키듯이 옆방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
-어머, 어머엇, 아흑... 교, 교장 선생니임...!
은이 별실에 들어섰을 때에, 마교장은 이미 속옷차림이 되어 이불 속에 드러누워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옷을 벗을 생각도 하지 않고 그가 누운 이부자리 옆에
등을 돌리고 주저앉았다.
-아니, 왜, 들어오지 않구서...?
의아한 마교장이 몸을 일으키며 물었지만, 그녀는 대답 대신 날카롭게 등뒤로 그
를 쏘아보고 있었다.
-말해 보세요. 왜 저 영선생이 오늘 이 자리에 나온 거죠?
-응? 영선생...?
속으로 뜨끔한 그는 적당히 얼버무리려 적당한 대답을 찾고 있었다.
-아아... 아 그거야 머리 수를 맞추려고 그런 거지... 그럼 어쩌나, 짝은 맞춰서
놀아야지. 은이도 알잖아, 오늘 접대 중요한 거...
-흥, 짝이요? 그래서, 제가 먼저 안앉았다면 영인가 그 년 끼고 놀았겠네요? 여
기 자러도 그 여자랑 오고...!
어허, 이 여자가 질투를 하는 게로구먼... 다소 난처해진 마교장은 한사코 해명
하려 애썼다.
-에이, 그럴 리가 있나... 그럴려면 은이말고 걔를 앉혔겠지, 안그래? 그냥 짝
맞추려고 부른거라니까. 왜 그... 숙인가 그 기집애도 오늘 못나오게 됐다며...?
숙, 맞아, 그녀는 까딱하면 그 문제를 놓칠뻔 했다. 은의 목소리는 한층 더 으르
렁거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래서요? 누가 모를 줄 알아요?
-아니 모르긴 누가 뭘 몰라?
-숙이 말에요. 그 기집애한테 돈도 더 줬다며요? 왜요? 저 대신 걔 데리고 자려
엇, 그걸 어떻게 이 년이 알지? 일순 당황하는 마교장이었다.
-대답해 보세요. 왜 걔만 두배로 주는 거죠?
낭패였다. 그나저나 은이 알게 됐다니... 숙이 그 기집애가 보기보다 멍청하군 -
은은 정말로 토라진 듯 그에게 등을 돌리고 있었다. 멎쩍은 상황이었다. 어쩐다?
별 수 없었다. 이럴 때는 그저 몸으로 부딪히는 방법이 제일 나았다.
-어머, 어머멋...!
마치 레슬링을 하듯, 마교장의 억센 팔이 그녀의 등뒤에서 허리를 감고는 이불
위로 쓰러뜨리고 있었다.
-앗, 아흑... 시, 싫어요, 이러지 말아요...!
-이, 이봐, 은이, 은이... 미안해, 내가 더줄테니 이리 와, 응?
그의 손이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더듬으며 은의 옷가지들을 하나씩 벗겨내고 있
-아잉, 싫단 말이에요... 아이 참...!
그러나 슬며시 저항하는 척 바둥대는 몸과는 달리, 은의 머리 속에는 이제 됐어
- 라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녀는 마교장이 이렇게 나오기를 은근히 바랬던
그의 손이 그녀의 치마를 벗겨내자마자, 곧바로 그녀의 가랑이 사이를 덮고 있는
팬티 위로, 마교장의 코가 마치 냄새라도 맡듯 처박히고 있었다. 그녀는 일부러
계산된 목소리로 한껏 목청을 높여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다분히
옆방의 영에게 들려주기 위한 목소리였기에, 다름아닌 옆방에서 영이 들었던 것
은 바로 이 은의 콧소리였다.
-어머, 어머엇, 아흑... 교, 교장 선생니임...!
이, 이 소리는? 숙은 민망한 추측이 맞아 떨어짐에 놀라 숨을 멈추었다. 교장선
생님이라니 - 그럼 옆방에 있는 것은 마교장과...은...!
-큭큭, 왜 그러나...? 한두번 듣는 소리도 아니면서...
한선생은,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혼자웃음을 킥킥대며 술을 따라 잔을
-거기 있지 말고 이리 좀 가까이 오지 그래... 술 한잔 안하겠어?
-아, 아니에요, 저, 저 나가겠어요...!
숙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마교장뿐 아니라 교육관도 이곳 어디에선가
희와 저런 행각을 벌이고 있는 것이 뻔했다. 그렇다면 그녀도 한선생이 여기로
부른 이유는 -
-왜? 영이 너도 맨날 마교장 배밑에서 저런 소리 내잖아. 다른 사람이 교장 밑에
서 내는 소리라 낯선가?
막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에 그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그녀를 그 자리에 얼어붙게
-내가 모를 줄 알아? 니가 교장실에서 벌이는 짓거리를...
-무, 무슨 소리 하시는 거에요, 지, 지금...!
한선생의 태도는 아까 밀실에서 술을 마실 때와는 완전히 180도 바뀌고 있었다.
숙은 그에게 속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세상에, 아까는 그렇게 날 위하는 척 해주
더니...
-나, 난 모르는 일이에요!
-글쎄, 그럼 이건 어때? 내가 영이 신랑될 남자에게 전화라도 걸어줄까? 니가 교
장실에서 훤한 대낮에도 무슨 일을 벌이는지를... 아니 글럴 필요도 없지. 저 방
의 은이도 아마 알긴 다 알지않을까?
말도 안돼...! 그녀는 두려움으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선택을 해. 내가 어떻게 굴지는 니가 하기에 달렸어. 어쩔꺼야? 나갈꺼야, 아니
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하겠어?
노처녀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간신히 중매로 얻은 결혼날짜였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다가는 완전히 파멸의 길로 들어설 판국이었다.
-어때? 내가 시키는 대로 하겠어?
숙은 으스러지게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럴 수가 -
-빨랑 결정하도록 해... 너무 늦으면 집에서도 책잡힐 테니까...
-시... 시키는 대로 하는 게 뭐, 뭔데요...?
-간단하지. 우선 이리로 와서 술이나 따르지 그래?
숙은 눈물을 머금고 한선생이 시키는 대로 해야만 했다. 그녀가 엉거주춤, 그의
곁에 다가와 앉자 그가 빈잔을 든 손을 쑥 내밀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술을
-잘 선택해... 그나마 시집가지 직전에 신세 조지지 말고...
그럴 수는 없었다. 그녀의 외모를 최대한 이용해 만들어놓은 혼사처였다. 게다가
학교 안에 소문이라도 파삭하게 돌아버리면... 그녀는 저 마교장에게 버림받을
것도 뻔했다. 시키는 대로... 그녀는 작정했다. 어차피 한선생이 원하는 것은 나
와의 정사일 것이 뻔해 - 그렇다면...
-시, 시키는 대로 할테니 어, 얼른 나가게나 해줘요.
-어떻게 할까? 시간이 없으니 엎드려봐
-이, 이렇게요...?
그녀는 그가 지시하는 대로 자리에 납짝 엎드렸다.
-아니... 엉덩이를 내 쪽으로.
두 눈이 질끈 감겨졌다. 이건 마치 노예 같았다.
-좀 더 엉덩이를 들고... 그렇게... 좋아.
한선생은 여유만만이었다. 그는 한손으로 빈잔에 술을 채우며 말로만 지시를 내
리고 있었다. 그녀가 엉덩이를 올리고 완벽한 후배위를 취하자, 그녀의 원피스는
끌어당겨져 허벅지 뒤로 절반쯤 드러내고 있었다. 한선생의 손이 휙, 그녀의 하
늘거리는 줄무늬 원피스 자락을 들어올렸다.
세상에... 숙은 부끄러움에 귀밑이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녀의 허리 아래가 뒤쪽
으로 훤히 드러나고 있었다. 등뒤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그녀의 하체는, 밴드스타
킹과 얇은 천조각인 팬티 하나뿐이었다.
한선생의 손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의 두손이 갑자기 확, 아래로 움직였
다. 그녀의 엉덩이 사이와 뽀얀 둔부가 남김 없이 드러나고 있었다. 수치심이 순
식간에 숙의 몸을 감쌌다.
[출처] 숙의 하루 9 ( 야설 | 은꼴사 | 성인사이트 | 성인썰 - 핫썰닷컴)
https://hotssul.com/bbs/board.php?bo_table=pssul&device=mobile&wr_id=48460
[이벤트]이용후기 게시판 오픈! 1줄만 남겨도 1,000포인트 증정!!
[재오픈 공지]출석체크 게시판 1년만에 재오픈!! 지금 출석세요!
[EVENT]03월 한정 자유게시판 글쓰기 포인트 3배!
이 썰의 시리즈 | ||
---|---|---|
번호 | 날짜 | 제목 |
1 | 2025.03.06 | 숙의 하루 23 (1) |
2 | 2025.03.06 | 숙의 하루 22 |
3 | 2025.03.06 | 숙의 하루 21 |
4 | 2025.03.06 | 숙의 하루 20 |
5 | 2025.03.06 | 숙의 하루 19 |
6 | 2025.03.06 | 숙의 하루 18 (1) |
7 | 2025.03.06 | 숙의 하루 17 (1) |
8 | 2025.03.06 | 숙의 하루 16 |
9 | 2025.02.28 | 숙의 하루 15 (3) |
10 | 2025.02.28 | 숙의 하루 14 |
11 | 2025.02.28 | 숙의 하루 13 (1) |
12 | 2025.02.28 | 숙의 하루 12 (1) |
13 | 2025.02.28 | 숙의 하루 11 (1) |
14 | 2025.02.28 | 숙의 하루 10 (4) |
15 | 2025.02.28 | 현재글 숙의 하루 9 (1) |
16 | 2025.02.28 | 숙의 하루 8 (1) |
17 | 2025.02.28 | 숙의 하루 7 (1) |
18 | 2025.02.28 | 숙의 하루 6 (2) |
19 | 2025.02.07 | 숙의 하루 5 (2) |
20 | 2025.02.07 | 숙의 하루 4 (1) |
21 | 2025.02.07 | 숙의 하루 3 (4) |
22 | 2025.02.07 | 숙의 하루 2 (7) |
23 | 2024.11.21 | 숙의 하루 1 (xtc666 작가님) (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