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이 내 첫사랑 (10) - 장모님노트

수현이는 어느날 갑자기 민준을 뒤에서
"아빠"
라고 불렀다.
민준은
등에 식은 땀이 나면서 뒤돌아봤다.
하지만 이내 애기아빠라는것을
알고는 다행이다 라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어떨 때는 수현이 엄마에게 자신의 아이를 잠시 맡겨두고 친구를 만나러 가기도 했고,
지윤은 민준에게 '수현이가 나간 틈을 타서' 아이와 함께 있을 것을 암시하는 눈빛을 보내기도 했다.
민준은 그런 일상 속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갔다.
자신의 아들들과 딸을 한 공간에서 동시에 아끼는 척해야 했고, 지윤과의 눈빛 교환 속에서는 여전히 금지된 욕망이 맴돌았다.
수현은 아무것도 모른 채 엄마와 남편이 자신의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행복해했다.
그들의 삶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는 모습이었지만,
그 속에는 세상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잔혹한 진실과 뒤틀린 운명이 모래성 위 집처럼 아슬아슬하게 공존하고 있었다.
이 가족의 비밀은 과연 영원히 감춰질 수 있을까
ㅡㅡㅡㅡㅡㅡㅡ
어느덧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세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지윤의 집은 이제 고요함이 내려앉았다.
장인어른은 지윤보다 열 살 많은 나이 탓에 몇 해 전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은 그들만의 은밀한 비밀을 영원히 봉인하는 듯했다.
지윤은 이제 76세의 할머니가 되었고, 민준도 노인이 되었다.
지윤의 친딸이자 민준의 친딸인 지아는 33세의 어엿한 여인이 되었다.
어느 날 오후, 민준은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다가, 어느새 훌쩍 자란 지아가 다가와 팔짱을 끼는 것을 느꼈다.
지아는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촉망받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 중이었다.
"형부, 오늘 저녁에 시간 괜찮으세요? 같이 영화 보러 가요."
지아의 말에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부름은 항상 민준의 가슴 한구석을 아리게 했다.
친딸이지만 처제였던 지아. 그녀의 해맑은 눈빛을 볼 때마다 민준은 죄책감과 동시에 설명할 수 없는 애틋함을 느꼈다.
몇년 전, 지아는 집 창고를 정리하다 우연히 낡은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그 안에는 어머니 지윤이 오래전에 썼던 듯한 낡은 시나리오 한 권이 들어 있었다.
잊고 지냈던 어머니의 꿈을 엿본 지아는 그 시나리오를 읽는 순간 전율했다.
너무나도 파격적이고 숨 막히는 이야기에 매료된 지아는 망설임 없이 그 시나리오를 영화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 영화는 대박을 터뜨렸다.
지아는 일약 스타 작가로 떠올랐고, 전국 극장가는 그녀의 영화로 떠들썩했다.
하지만 지아는 가족들에게 영화의 제목이나 스토리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저, 정말 재미있고 감동적인 스토리 인데, 꼭 보러 와주세요!"라고만 했을 뿐이었다.
그날 저녁, 민준은 수현, 그리고 지윤과 함께 극장으로 향했다.
지아의 성공에 모두가 뿌듯해하며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극장 안으로 들어서자, 스크린에 영화
제목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 장모님이 내 첫사랑 "
제목을 본 순간,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고, 막장이네!" "세상 말세다, 말세!"
수현 역시 처음에는 당황하고 웃음을 가득한 얼굴을 했지만, 이내 흥미로운 표정으로 스크린을 응시했다.
민준은 알수없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지윤은 옆에서 아무 말 없이 차분하게 앉아 있었지만, 그녀의 굳게 다문 입술은 묘한 긴장감을 내포하고 있었다.
영화는 민준의 중학교 시절, 지윤과의 풋풋하지만 강렬했던 첫 만남부터 시작되었다.
중학생 민준과 스무 살 과외 선생님 지윤의 금지된 사랑이 스크린에 아슬아슬하게 펼쳐졌다.
어린 시절의 순수한 열정, 그리고 이어지는 육체적인 관계는 관객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민준은 자신의 과거가 적나라 하게 드러나는 것에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수현은 처음에는 흥미롭게 보던 표정이 점차 굳어갔다.
시간이 흘러 23년 뒤, 민준이 의사가 되어 수현과 만나 결혼을 결심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리고 상견례 자리, 민준이 수현의 어머니인 지윤과 마주하는 순간! 극장은 숨죽인 정적으로 가득 찼다.
수현은 옆에 앉은 민준과 지윤을 번갈아 보며 혼란스러운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는 민준과 지윤의 은밀한 만남, 그리고 수현의 임신, 지윤의 임신, 그리고 장인어른의 무정자증 고백까지, 모든 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스크린 속 장인어른이 비뇨기과에서 무정자증 진단을 받고 돌아오는 장면에서는 수현의 입에서 작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민준은 고개를 숙였다.
영화는 결혼식 전날 밤, 장인어른과 민준이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장면이었다.
장인어른은 눈물을 흘리며 민준에게
수현이는 내 생물학적인 딸이 아니지만, 23년 동안 키워온 내 딸일세. 세상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내 딸이야."라고 이야기 했다.
그리고 다음 날 결혼식, 수현의 손을 잡고 버진로드를 걷는 장인어른의 모습이 스크린 가득 채워졌다.
그는 민준에게 다가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내 딸 수현이를 잘 부탁하네. 수현이는… 내 딸이네."
그리고는 뒤돌아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장인어른의 모습이 클로즈업되었다.
그 순간, 극장 안은 오열로 가득 찼다. 수현은 참지 못하고 펑펑 울기 시작했다.
그녀는 숨죽여 흐느끼는 민준의 손을 꽉 잡았다.
영화는 장인어른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딸의 행복을 지키고자 했던 처절한 부정을 생생하게 그려냈고, 그 모든 진실을 마주한 수현은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그제야 모든 것을 깨달았다.
그녀의 아버지가 얼마나 깊이 자신을 사랑했는지, 그리고 그 사랑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내했는지를.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졌을 때, 수현은 말없이 민준의 손을 잡았다.
"오빠… 나 아빠 납골당에 가고 싶어."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극장에는 쏟아지는 찬사와 비난, 그리고 묵묵히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지윤의 표정이 혼재되어 있었다.
지아는 무대 위에서 감격스러운 눈물로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었다.
민준과 수현은 택시를 타고 납골당으로 향했다. 차 안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납골당에 도착하자마자 수현은 아버지의 영정 앞에 무릎을 꿇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민준은 그녀의 옆에 서서, 이제는 하늘에 계신 장인어른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죄책감과 슬픔, 그리고 깊은 존경심이 뒤섞여 있었다.
"아버지… 정말 감사드립니다…."
수현은 흐느끼며 아버지의 영정을 어루만졌다. 그녀의 눈물은 뜨거웠다.
그녀는 이제껏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희생과 사랑을 깨달았다.
그 사랑은 친딸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 그 어떤 친부보다 더 깊고 숭고한 사랑이었다.
민준은 수현의 손을 꼭 붙잡았다.
차가운 납골당 공기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온기에 의지했다.
그들의 삶은 평생 잊지 못할 비밀을 품고 흘러왔지만, 오늘 이 순간, 그들은 진정으로 하나가 되었다.
아버지의 묵묵한 사랑이 그들의 삶을 지켜왔고, 그 사랑은 이제 그들의 영원한 유산이 될 터였다.
납골당을 나서는 두 사람의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그들의 손은 더욱 단단하게 얽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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