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r내와 편.견 333~335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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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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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 오십분에 커피전문점 앞에 도착을 했다.
하지만 유리창 안에서는 내가 오는걸 본 자리에 앉아있던 임연수가
벌떡 일어나서 커피를 주문하러 가는 모습이 보였다.
참, 진짜 흠잡을때가 없는 여자이다.
나는 십분 먼저 나왔는데, 저 여자는 나보다 더 먼저 나와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인간들이 시간 약속 안 지키는 인간들인데
그걸 뒤집어서 말을 하면, 나는 시간 약속 잘 지키는 인간들을 제일
좋아한다는 말이 될수도 있었다.
나는 임연수가 앉아있던 자리 맞은편에 앉았다.
제일 구석진 자리…..다른 자리들과 떨어져 있는 자리였다.
오늘 이 자리에서 정말 수많은 대화가 오가겠지…
임연수는 잠시뒤에 쟁반에 커피 두 잔을 가지고 왔다.
내가 좋아하는 생크림이 듬쁙 들어간 커피 종류인 것 같았다.
쟁반을 가지고 오는 임연수의 모습을 보았다.
인형처럼 이쁘다.
저 여자를 누가 내년에 마흔되는 여자라고 보겠는가…
티브이에 나오는 탤런트나 아이돌 가수들을 빼놓고서는
내가 직접 본 여자중에서 아내 말고는 임연수가 처음인 것 같다.
윤진경이도 이쁘기는 하지만 저 정도는 아니니까 말이다.
게다가 머리까지 좋아서 의사선생님이다.
그리고 시간 약속도 칼이고….
뭐 하나 흠잡을데가 없었다.
임연수는 테이블 위에 쟁반을 거칠게 내려놓았다.
그리고 자리에 털썩 주저 앉더니 입을 열었다.
"어떻게 이럴수가 있어…."
임연수는 나를 보지 않고 테이블 위를 쳐다보면서 말을 했다.
임연수가 뜬금없이 높은 언성으로 반말을 했다.
나는 깜짝 놀랐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내가 지금 큰 소리를 칠 입장은 아닌것 같았다.
임연수가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화가 난 얼굴이라기 보다는 뭐랄까, 참 복잡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화가 났다가 보다는 어이없어 하는 얼굴이었다.
"어떻게 이럴수가 있어요?"
임연수가 내 눈을 똑바로 보면서 말을 했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했다.
"미안합니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미안하다는 말부터 했다.
괜히 지금 분위기 이런데 임연수와 사이가 나빠지기는 싫었다.
적어도 아내가 아는 사람이다.
여지껏 내가 알던 임연수라는 생각을 버리고 아내의 지인이라는
생각으로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서 대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편견씨가 뭐가 미안한데요?"
임연수가 나에게 물었다.
"그냥 다 미안합니다.
아내와 아는 사이일 것 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잘못했습니다."
"내가 지금 편견씨한테 잘못했다고 하는건 아니에요.
그냥 이 상황이 믿어지지 않아서 그래요.
어떻게 연지언니가, 편견씨 아내…..아니아니….그게 아니네요…
어떻게 편견씨가 연지언니 남편일수가 있죠?"
임연수가 그 인형처럼 귀여운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 날 노려보면서
말을 했다.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되었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내가 말을 해놓고도 참 한심한 대답이었지만, 나는 그냥 무조건
미안하다고 말을 하면서 면피를 하고 싶었다.
그냥 아내와 임연수가 아는 사람이라는게 너무 싫었다.
임연수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실소를 터트렸다.
"내가 질문이 너무 우매했죠? 하지만 편견씨도 대답이 제 질문만큼
우매하시네요….우문우답인가요?"
임연수가 조금은 어이없어 하는 표정으로 말을 했다.
"편견씨를 무시해서 이런 말을 하는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동안 연지언니를 보면서 언니 남편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란
생각을 진짜로 많이 했었어요.
언니가 그냥 육아와 살림을 남편이 다 해준다고 했을때, 제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아요?
혹시 남편이 예술가가 아닐까?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예술가인데 언니가 괜히 저렇게 스스로 낮추어서 말하는게 아닐까
하는 그런 상상을 했던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연지 언니 남편이 내가 잘 아는 사람이네요.
내가 한 번 들었다가 놨다 가지고 놀려다가 실패한 남자…..
난 편견씨 아내는 그냥 평범한 그저 그런 여자일것이라는 상상을 했었는데
여지없이 또 내 편견을 무너트려 주시는군요.
편견씨는 진짜 이름처럼 다른사람들이 가지는 편견을 완전히 뒤엎어
버리는 재주가 있으신것 같네요."
"편견씨 충분히 매력적이고 착한 남자이지만, 연지언니의 남편일것이라고는
진짜 생각을 못했어요."
"미안합니다."
나는 미안하다는 말을 또 했다.
잘난 여자한테 장가간 못난 남자의 슬픈 사과였다.
내가 얼마나 못나보였으면 임연수가 저렇게 이야기를 할까 하는 생각을
하니까 서글픈 생각도 들었고, 내 스스로가 너무 작아지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를 때린것도 미안했다.
못난 남자 십칠년이나 데리고 살아주었는데, 호의호식하게 해주면서
살게 해주었는데 아내 말마따나 개패듯이 패기나 하다니….
마음이 아팠다.
"사년전인가 오년전인가 잘 기억은 나지 않아요…..
언니가 처음 우리 일유대 출신 여자들의 오피니언리더 모임에 참석을
한게 말이에요…."
"저는 언니보다 훨씬 먼저 그 모임의 회원이었어요, 그 모임에는 여의사들이
많거든요….저희 모임은 일유대 여자 졸업생중에 사회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회원들이 다른 회원들을 추천형식으로 신규 가입을 하게해요.
한 번 가입하면 거의 평생을 가지만, 자신이 스스로 모임에 나오기
초라한 신분이라고 생각이 들면 스스로 나오지 못하게 되어요.
여자들이 허세와 허영이 남자들보다 더 심한건 잘 알고 계시잖아요.
분기당 한번씩 모임을 가지는데, 자기가 잘난 여자들도 많지만 남편이
잘나서 나오는 여자들이 더 많은게 사실이기도 해요."
임연수는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 그 특유의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천천히 이야기를 계속했다.
"연지언니는 저를 그때 처음 만난걸로 기억을 하고 있겠지만,
저는 아니에요….
왜냐하면 저는 스물한살때부터 언니를 알았으니까요.
물론 언니는 제가 언니를 알고 있던걸 몰라요.
제가 예과 2학년때 언니는 3학년이었겠죠.
그때 외부기관에서 영어시험을 봐서 장학금을 주는 시험이 있었어요.
지금은 너무 오래되어서 잘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때 언니를 처음 보았어요.
그때 저는 장학금이 필요해서 응시한게 아니었어요.
대기업 해외주재원이었던 아빠 때문에 저는 장학금이 그렇게 필요하지
않았거든요. 단지 제 영어실력을 뽐내고 싶었을 뿐이에요.
전 아빠를 따라서 초등학교때 3년간 미국에서 살았었기에 누구보다 더
영어에는 자신이 있었거든요.
그 시험에서 제가 2등을 했어요. 일유대 전체에서…그때 일등을 한 사람이
바로 연지언니에요.
언니는 저를 기억못하겠지만 저는 그때 언니를 생생하게 기억을 해요."
"제가 왜 편견씨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제 얼굴은
그때와 많이 달라요….쌍커플도 사실은 한거고….나중에 성형을 많이 한
얼굴이에요….하지만, 연지언니는 그때 얼굴이나 지금 얼굴이나 달라진게
하나도 없더라구요.
영어 시상식때 언니를 보았어요. 언니는 저를 신경도 못 썼겠지만 저는 언니만
쳐다보고 있었어요.
싸구려 보세청바지에 티셔츠를 걸치고 있던 언니였지만 빛이 나더라구요.
뭘 입어도 빛이 난다는 여자를 제가 그때 처음 본거에요…..
사실 성형을 한 것도 언니를 보고 그때 충격을 하도 많이 받아서 나중에
그런것도 있을꺼에요….."
임연수가 잠깐 말을 멈추었다.
너무 길게 이야기를 해서 그럴까?
잠시 쉬는것 같았다.
내가 입을 열었다.
"아내는 가정형편 때문에 장학금이 걸린 것이면 뭐든지 다 했어요.
성적 장학금도 한 번도 놓친적이 없어요."
임연수가 이어서 말을 했다.
"내가 자존심이 상하는건 그때 그 곳에 있던 교수님들이 이야기 하시는걸
들었어요. 언니는 외국은 고사하고 비행기도 한번 못 타본 진짜 토종이라는
이야기들을 교수님들이 놀랍다는 듯이 하시더라구요.
전 미국에 3년이나 살다가 왔는데도 영어시험에서 언니에 이어서 두번째를
했어요.
그게 나와 언니의 첫 만남이었어요."
"그 뒤로 가끔씩 캠퍼스에서 언니를 보았어요.
항상 잘생긴 남자들이 언니랑 같이 다니거나 언니 주변에 있더라구요.
그때 얼마나 부러웠었는지 몰라요.
전 성형전에는 그냥 공부만 잘하는 키작은 범생이였으니까요…."
"언니를 다시 보았을때, 언니는 저를 전혀 못알아 보았어요.
뭐 하긴 학교 다닐때도 나 혼자 알고 있던거지, 언니는 저를 몰랐으니까요.
언니는 정말로 학교 다닐때 얼굴 그대로더라구요.
언니 성형한데 한군데도 없죠?"
임연수가 나에게 물었다.
나는 솔직하게 대답을 했다.
상대가 나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 하는데, 나는 거짓을 말할수는
없었다.
"아니에요, 아내도 성형한데 있어요.
아기 낳고 제왕절개 자국 관리받고 성형할떄 배꼽성형을 같이 했어요."
내가 말을 마치자 마자 임연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지금 장난해요?"
이런 시팔….난 솔직하게 말했는데 지랄을 하다니….
"솔직히 난 연지언니가 좋아요, 내 친언니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적이 한두번이 아니에요, 오피니언리더 모임에서 우린 진짜 금방
친해졌어요. 언니는 누구에게나 항상 친절하게 대하니까요.
하지만 언니를 좋아하는만큼 솔직히 시기도 많이 하고 질투도 많이해요.
그게 솔직한 나의 심정이에요….."
젠장, 오연지 팬클럽이라도 하나 만들던지 해야지 전부 오연지 찬양일색이다.
오연지가 머드축제에 주인공으로 참여한 영상들을 보면 아마 다 까무러
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아마 그때즘일꺼에요…..일이 있었어요…..
모임을 마치고 우리 비슷한 나이 또래에 세명이서 와인클럽을 간적이
있어요. 연지언니도 술을 좋아하고 다른 한 언니는 남편이 대기업
임원인 언니인데, 그 언니도 술을 참 좋아해요.
우리 셋이 와인클럽을 간 적이 있어요.
보통의 손님들을 받는곳이 아니라 회원제 클럽이라서 남자나 여자나
수준들이 상당한 사람들만 오는 곳이에요.
우리 셋이 수다를 떨면서 술을 마시는데, 진짜 잘생긴 탤런트 같은
남자가 언니한테 다가와서 말을 거는거에요…."
안되는데, 아내가 또 뭔짓을 한게 나오면 안되는데….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임연수의 이야기를 돋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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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나이도 어려보이고 진짜 젠틀해 보이는 그런 멋진 남자였어요."
옆에 있던 제가 더 가슴이 설레일 정도였으니까요.
스킨의 향이 아주 감미로웠던 기억이 나요."
"연지언니는 그 남자가 기분 나쁘지 않게 사과를 하면서 거절을 하더라구요.
저는 그냥 솔직히 가볍게 같이 대화나 하면서 술을 같이 먹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거기가 무슨 퇴폐업소나 나이트 클럽도 아니고, 다들 분위기 있게
와인을 마시는 와인클럽이었거든요."
"그날 있잖아요.
정확하게 언니한테 세명의 남자가 대쉬를 했어요.
우리가 술을 먹으러 들어가서 나올때까지 그 시간동안에 말이죠…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어떻게 한 클럽에서 하룻밤에 세번의
대쉬를 받을수가 있죠?
연지언니는 진짜 한결같이 친절하게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남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더라구요."
"그 세명중에 한 명은 케이블 티브이에 자주 나오는 진짜 모델이었어요.
진짜 기가막힌 일이었죠."
"언니는 자기 때문에 자꾸 맥이 끊기는것 같아서 저하고 다른 언니한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더라구요."
"연지언니가 화장실을 갔을때 그 다른 언니하고 저하고 연지언니 흉을
봤어요.
저는 그냥 뭐 바람 피자는 것도 아니고, 저런 진짜 배우같은 남자들하고
언제 같이 술을 마실일이 있나 하는 그런 생각이었고,
그 다른 언니도 뭐 그냥 가볍게 같이 대화나누면서 술을 마시는것쯤
어떠냐는 생각이었죠.
언니가 남녀관계에 있어서는 마치 조선시대 사람같이 너무 고리타분
한것 아니냐는 그런 흉을 보았어요."
"그 다른 언니도 얼굴에 돈 많이 바른 언니에요.
연지언니보다 두어살 많은데, 진짜 외모 괜찮은 편이거든요.
근데 저희한테는 진짜 어떤 남자도, 그 누구도 말을 안 걸더라구요."
"우리는 자존심이 조금 상하기도 했고, 언니가 부럽기도 했어요.
하지만 언니가 그때 그러더라구요.
남편이 자신을 믿고 있는데 밖에서 다른 남자랑 같이 술을 마시는걸
남편이 알면, 얼마나 괴로워 할지 상상도 할 수가 없다고…."
"저하고 다른 언니는 진짜 많이 놀랬어요.
언니같은 미모의 여성이 저런 생각까지 하고 있다는게 진짜
믿어지지 않더라구요."
나는 임연수의 이야기를 듣고 입에 든 커피를 뿜을뻔 했다.
오연지 이 요망한년, 젊은 남자만 보면 환장을 하는년이 아닌척 하느라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내 아내이기는 하지만 진짜 대단한 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숭이 완전히 백단이었다.
"제가 젊은 남자애들을 꼬시고 다니는건 그것도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그러는데는 연지언니 책임도 있어요.
언니가 많이 부러웠어요. 솔직히 말해서 말이죠…."
"저는 혼자 있으면 남자들이 대쉬하지만, 연지 언니와 같이 있으면 그냥
들러리일뿐 그 이상은 절대로 되지 못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더 최선을 다해서 젊은 애들을 꼬셨는지도 몰라요."
"우리 오피니언리더 모임에서 회원들이 다들 겉으로는 언니를 환영하고
친한척 하려고 하지만, 속으로는 언니를 시샘하고 질투하는 그런
회원들이 상당히 많을꺼에요.
여자들이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여자들은 그러니까요."
"우리들이 식사를 하면서 남편자랑을 할때면 언니는 우리에게
남편이 너무 고맙다고, 남편이 살림하고 육아를 책임져 주지 않았으면
일에 집중을 하지 못했을것이라고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언니는 다들 남편자랑을 하고 돈 자랑을 할때 그런 이야기를 하는걸
전혀 창피해 하지 않았어요."
"근데 나 지금 그게 조금씩 이해가 되네요…..
편견씨 같은 남편이 있으면 진짜로, 집안일이나 아이일은 다 믿고 맡겨놓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말이 오피니언리더지 솔직히 학벌이 좋아서 남편 잘 만난 여자들이
자기 자랑 하는 모임이나 다름없거든요.
사회적으로 인맥을 쌓는 그런 모임인데…
그런데 그 모임에서 진짜 군계일학은 연지언니였어요.
제일 늦게 들어온 편이나 다름없는데, 회원들이….나이 50이 넘은 오래된
회원들도, 그리고 젊은 애들도 모두 연지언니랑 친한척 할라고 많이 노력을
해요. 다들 연지언니랑 친하게 같이 있으면 자기도 빛이 나는걸로
착각하는것 같아요. 뭐 저도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회원들이 남편이 잘난 이야기, 집안에 돈이 많은 이야기등으로 자기 자신들을
꾸미고 포장할때, 그냥 자기 스스로의 능력만으로 빛나는 사람이 바로
언니니까요…."
"연지언니는 자신을 헐뜻고 시기하는 회원들에게도 항상 상냥하고 친절해요."
가만히 듣다 보니까 무슨 사이비 종교 교주님을 찬양하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난 세상앞에 한번도 위축된 적이 없었는데, 학생때나 지금이나 언니가
너무 부럽고, 샘나요……"
나는 순간 머리속에 무언가가 팍 떠올랐다.
오연지를 사이비 종교의 신으로 만들어 버리는 임연수의 찬양 일색의
이야기나 들으려고 이 자리에 나온건 아니었다.
나도 듣고 싶은게 있었다.
"선생님, 혹시 정신과적으로 봤을때 아내의 정신상태는 어떤가요?"
나는 대가리에 절반이상 남자와 성욕으로 가득찬 년이라는 것과 비슷한
대답이 나오기를 기대했다.
"연지언니를 뭘 정신적으로 분석을 해요.
정신적으로 깊게 들여다 보아야 할 사람은 편견씨처럼 좀 살짝 핀트가
어긋나 보이는 사람이나 그러는거지, 연지 언니같은 우수한 사람들은
정신적으로도 전혀 결함이 없어보여요.
언니는 지난 몇 년간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모습을 한번도 본적이 없어요.
예의 바른거야 뭐 말할것도 없구요.
제가 동생인데도 아직까지도 저한테 말을 높여주잖아요."
니미 정신과쪽으로 논문도 쓰고 공부도 많이 했다고 하더니
말짱 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보다 젊은 남자를 두배 더 밝히고, 완전히 남자에 반쯤 미친년이라는걸
임연수는 꿈도 못꾸고 있는것 같았다.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했다.
얼른 집에가서 아연이 맛있는 저녁반찬이나 준비하고 오래간만에 보들보들한
카스텔라나 만들어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 저를 왜 만나자고 하셨어요? 제 아내가 뛰어난 여자인걸
저에게 확인시켜주시려고 만나셨나요?
굳이 그럴필요 없어요, 저희 결혼한지 17년이나 되었구요,
사실 제가 이 지구상에서 오연지를 제일 추종하는 사람이자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니까 더 설명 안하셔도 돼요."
"저한테 과분한 여자인거 잘 알아요.
제가 많이 부족한거 잘 알구요.
그런 이야기는 저한테 따로 안하셔도 돼요.
저도 충분히 잘 알고 있으니까요.
제가 선생님한테 지금 따지거나 화내는건 아니에요.
오히려 너무 다행이어서, 혹시 제가 모르는 아내의 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나 걱정도 많이 했었는데….너무 좋은 말만 해주시니까
제가 긴장이 풀려서 그래요.
선생님 고맙습니다.
이젠 그만하셔도 돼요.
이제 그만 일어나시죠…."
내가 임연수를 보고 말을 했다.
"편견씨! 전 지금 아직 본론을 이야기 하지도 않았는데, 뭘 다 이야기 했다는
거에요? 전 지금 서론만 꺼냈을 뿐인데……"
임연수가 나를 보고 말을 했다.
이건 또 무슨 개소리인가.
뭐가 서론이라는 말인가?
임연수가 나를 보고 다시 말을 시작했다.
"너무 억울해요.
나는 젊은 남자 만나서 즐기고 살고 싶은데 남편은 자기만 바라보게 하고,
연지언니는 주변에 그렇게 젊은 남자들이 헌팅한번 해볼라고 달려드는데
다 튕기면서 살아가고, 그건 자기가 원하면 언제든지 원하는 남자는
다 꼬실수 있다는 이야기잖아요.
그리고 언니는 남편이 제 남편처럼 흥신소 시켜서 뒷조사 할 생각도 안하고,
제가 보기에는 편견씨는 진짜로 연지언니가 바람을 피워도 허허 웃고 넘어갈
사람같은데 말이에요.
제가 너무 몰랐어요. 저도 편견씨같은 부인한테 반미친 사람한테 시집을
갔어야 행복했었을텐데…."
어이쿠. 정곡이 아팠다.
정곡을 찔렸다.
바람을 피워도 허허 웃고 넘어간다는 대목에서 가슴이 철렁했다.
예리한 년, 나한테만 정확하다. 오연지의 위선은 벗겨내지 못하면서
내 심리만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전 항상 연지언니한테 열등감 같은게 있었어요.
제가 세상에서 저보다 똑똑하다고 제 스스로 인정한 사람이
딱 두사람이에요, 한명은 제가 그 똑똑함에 반해서 결혼한 제 남편
황박사님이고, 다른 한명은 연지언니에요."
"편견씨, 서론은 여기까지고 지금부터 본론이에요.
전 지금 만나는 남자들도 다 정리하고 새로 만나는 남자도 없어요.
다 당신네들 흥신소 때문이에요.
난 솔직히 배가 아파요.
연지언니는 모든걸 다 가졌는데, 편견씨까지 가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앞으로 내가 원할때, 나랑 같이 자요.
물론 낮에 말이에요. 그러면 우리 둘다 걸릴 일이 없잖아요."
임연수가 나를 째려보면서 쏘아붙이듯이 말을 했다.
"커…컥….컥…."
나는 커피가 목에 걸렸다.
나는 잽싸게 테이블 위에 물을 마셨다.
"그…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세요?"
내가 놀란 얼굴로 임연수를 보았다.
임연수가 내 눈을 똑바로 보면서 말을 했다.
"내가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나랑 편견씨랑 모텔에 가서 했던일들
연지언니한테 다 이르겠어요.
어차피 저도 이제 연지언니한테 계속 열등감 가지고 살기는 싫어요.
언니가 그렇게 고마워하는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언니한테
다 말하겠어요.
그래서 언니가 어떻게 나오나 한 번 보고 싶어요."
이런 진상같은년…..
나는 배째라는 식으로 짝다리 짚으면서 나를 협박하는
임연수의 얼굴을 쳐다보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면서 멍을 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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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절 협박하시는거에요?
선생님은 제 혈압약을 처방해주시는 주치의이시면서
아내와도 대학 선후배 관계이신데, 꼭 그렇게 진흙탕 싸움 같은걸
하셔야 겠어요?"
"협박하냐구요? 아니요 그냥 협박이 아니라 공갈협박하는거에요."
임연수가 날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을 했다.
"난 솔직히 다른 똑똑하고 잘난 남자들보다 편견씨처럼 우직하게
뒤에서 받쳐줄 그런 스타일의 남자가 더 필요하다구요."
시팔 눈치를 보아하니 임연수는 쉽게 물러날것 같지 않았다.
나는 갑자기 고개를 숙이면서 임연수에게 빌었다.
"선생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진심으로 사과할테니까요, 노여움 푸시고 냉정을 찾으세요."
"다 필요없어요, 얼른 일어나요, 우리 지금 당장 가도록 해요.
내가 지금 기분이 별로라서 그런지 기분전환 좀 하고 싶어요.
가서 내 몸을 완전히 좀 쥐어짜 주세요."
임연수는 진짜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했다.
솔직히 임연수랑 하는게 좋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 아내와 나는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
간신히 아내 주변의 남자들 다 쳐내고서 요새 분위기가 조금 좋은데…
아내가 나한테 미안한 마음에 음부 위에 내 이름의 이니셜인
P자까지 크게 새기고 다니는데, 그 좋은 분위기를 내가 망칠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럴때는 방법이 없었다.
항상 머리 아픈문제가 생길때 제일 좋은 해법은 제일 단순한데 있는 법이다.
제일 단순한 해결책은 간단하다.
정면돌파이다.
"선생님 미워요, 실망했습니다.
정 그러시다면 이르세요. 선생님 마음대로 저하고 떡을 쳤다고 제 아내에게
이르세요."
나는 임연수를 당당하게 쳐다보면서 말을 했다.
임연수는 조금 당황하는듯 했지만 내색을 하지 않으면서 말을 했다.
"그게 정말인가요? 정말로 내가 말을 해도 후회하지 않겠어요?"
임연수는 조금 언성을 높여서 나에게 말을 했다.
내가 조금 차분한 음성으로 임연수에게 말을 했다.
"선생님, 아직 남편분하고 결혼한지 오래되지 않으셔서 모르시나본데,
저희 결혼 17년차에요. 말이 17년이지 강산이 한번 바뀌고 두번째
바뀌려고 할 정도로 긴 세월이에요.
17년전이면 지금같은 날렵한 스마트폰은 고사하고 벽돌 반쪼가리만한
무거운 핸드폰 들고 다닐때에요."
"그때 우리는 연애결혼해서 결혼했다구요.
다 일르세요. 아내앞에 무릎꿇고 칠박 팔일을 빌더라도 아내한테
제가 먼저 고백을 하겠어요.
그래야 선생님이 이르셔도 아내가 덜 충격을 받겠지요.
선생님 마음대로 하세요.
선생님이 그때 저한테 친구를 하자고 해서, 솔직히 저는 그런 마음이
조금은 있었는데, 이제는 진짜 힘들겠네요.
친구사이에는요, 절대로 공갈협박같은거 하지 않는거에요.
저 우리 딸 카스텔라 만들어 주러 가봐야 해요.
먼저 일어날께요…."
내 말을 다 들은 임연수가 나를 보더니 말을 했다.
"집에서 카스텔라를 만든다구요?"
내가 가볍게 웃으면서 말을 했다.
"제가 취사병 출신이라서 요리를 좀 해요.
저 먼저 가겠습니다. 커피 잘 마셨습니다.
아내한테 고자질 하신 후에 문자나 하나 남겨주세요. 미리 현관에서
무릎꿇고 기다리게요."
나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임연수를 남겨놓고 커피전문점 밖으로 나왔다.
젠장, 일단 세게 지르기는 했는데, 솔직히 아내한테 안 이르기만 바랄
뿐이다.
일르면 진짜 망하는데…..
내가 이렇게 나가면 혹시나 안 이를까봐 대가리 좀 썼는데 먹힐지 안 먹힐지는
진짜로 예상 밖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같은데 보면 이럴때 맘대로 하라고 세게 나가면 의외로
안이르는 경우가 많이 있는것 같았다.
나는 그것만 노린것이다.
내가 절대 아내한테 내 입으로는 말 못한다.
임연수의 그 새하얀 백옥같은 속살과 진짜 아주 새까맣게 윤기가 흐르는
반짝반짝 빛이 날 정도의 그런 윤기나는 음모의 상태를 어떻게
아내한테 이야기 한단 말인가?
나는 집까지 걸어가면서 별의 별 생각을 다 했다.
하지만 역시나 결론은 임연수가 고자질을 안하기만을 바랄뿐이었다.
안 일러주면 진짜 나중에 다 잠잠해지면 삽입은 안해도 한시간동안
빨아주는 정도의 서비스는 해 줄 의향도 있었다.
어차피 그건 하는게 아니니까 말이다.
집에와서 아연이 반찬들을 하면서 오븐에 카스텔라 반죽을 넣고 카스텔라를
만들기 시작했다.
호텔 제과점에서 파는것 처럼 아주 부들부들 맛있게 해서 오래간만에
나도 좀 많이 먹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연이는 저녁을 먹고 카스텔라도 디저트로 아주 많이 먹었다.
우리딸 살이 조금 더 쪘으면 좋겠는데, 요새 얼굴이 더 헬쑥해진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아연이의 몸과 마음이 다 힘들것 같아서 나는 마음이 아팠다.
얼른 중3이 지나가고 고1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올 한해 아연이가 힘들어할 생각을 하니까 입맛이 다 없었다.
아니 솔직히 입맛이 없는건 아니고 걱정이 되는것이었다.
입맛은 좋으니까 말이다.
다른 집들은 고3때 겪는 일들을 우리집은 중3부터 겪는것 같았다.
아내는 열한시가 다 되어서 살짝 한 잔 걸치고 들어왔다.
아내가 씨익 웃으면서 들어오는것을 보니까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보통의 집안 같으면 멍석말이를 해서 부산앞바다에 던져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게 도대체 바람을 몇 번을 핀건가? 바람만 폈냐? 똥도 싸고 처녀라고
구라도 치고다니고, 나 몰래 결혼식을 따로 안올린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그래도 출장이나 워크샵을 빼놓고는 외박을 하지 않으니 어디가서
몰래 애를 배서 낳았을 리는 없을것 같았다.
그것만 해도 감사하고 살아야 하는건가?
정말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새로 산 명품 미니 정장을 입고 있었다.
치마의 옆트임 사이로 밴드스타킹 끝의 맨살이 보였다.
아내는 안방으로 가서 옷을 벗으려고 하는데 또 분위기가 수상하다
자켓은 벗는데 치마를 안벗고 괜히 자꾸 딴짓만 하고 내 눈치를 보았다.
나는 일부러 오줌이 마려운척 하면서 욕실로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
빤스를 안입고 왔던 스타킹이 찢어졌던, 그냥 오늘은 웬지 모른척 해주고
싶었다.
고자질쟁이 임연수때문에 그런게 가장 컸지만, 그냥 기분이 그랬다.
아내처럼 잘난 여자한테 얹혀 사는 주제에 작년하고 올해 내 본분을
망각하고 너무 날뛰어댄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연이 때문에라도 참고 살자고 몇 번을 다짐까지 해놓고 아내에게 매타작을
하다니….
무슨일이 있어도 여자 때리는거 아니라는 아버지가 알면 경을 칠 노릇이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여자때리는 놈이 제일 못난놈이라던 그 이야기가
귓전에 맴돌았다.
소변을 누고 나가니까 아내는 옷을 다 벗고 있었다.
나를 보고 멋적은 미소를 지으면서 욕실로 들어가고 있었다.
손가락을 아내의 음부에 한번 넣어볼까 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그냥
포기했다.
오늘은 그냥 넘어가고 싶었다.
아차 아내가 내일 출장을 가는건지 모레가는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내는 샤워를 다 하고 나왔다.
샤워를 하고 양치까지 하고 나오니까 아내의 입에서는 술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불을 끄고 아내와 같이 누웠다.
아내는 내 바로 옆에 바짝 붙어서 누웠다.
나는 아내에게 팔베게를 해주었다 아내가 내 배를 만지면서 잠을
자려고 하고 있었다.
"나 내일가요, 삼박사일 정도 걸릴것 같아요."
"응 조심해서 다녀와, 근데 그럼 주말에 올라올수도 있겠네."
"그러게 말이에요, 뭐 국내인데 어때요, 끝나는 대로 바로 올라오죠 뭐…"
"여보!"
아내가 나를 불렀다.
"왜?"
나는 아내가 오늘도 하자고 하기를 바라면서 아내를 보았다.
요새 아내가 너무 자주 하자고 해서 내가 하자고 하기가 조금 민망했다.
아내가 피곤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나 이번에 출장갔을때, 사장님이 또 술마시자고 하면 어쩔꺼에요?"
"나? 어휴 모르겠어. 사장님은 왜 당신이 어디 출장갈때만 자꾸 나를
부르지? 나도 공짜술도 하루이틀이지 이제는 불편해.
근데 사장님이 부르는데 빼고 안갈수도 없고, 나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근데 그건 왜?"
아내가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아니요, 그냥 나만 없으면 사장님이 계속 당신을 부르니까 이번에는 어떻게
할지 궁금해서요. 그냥 당신이 내키는 대로 하세요.
괜히 나 때문에 원하지도 않는 불편한 자리 가서 억지로 마시지 말구요."
"에이 이번에는 국내출장인데 뭐 전화오겠어? 그리고 주말도 안꼈잖아.
사장님은 거의 주말에 주로 불렀는데 말이야."
그래요, 알았어요 당신 피곤할텐데 얼른 자요."
"내가 뭘 피곤해, 당신이 더 피곤하지….당신 얼른 자 내일 출장가려면
피곤하겠다."
"네, 잘자요 여보…"
"사랑해 자기야, 아주 많이……"
오래간만에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아주 꼭 안아주었다.
"쾍쾍…사람살려…"
아내가 장난을 쳤다.
아내를 안고 잠을 청했다.
설마 존슨이 이번에 나를 부르는건 아니겠지? 평일인데 그럴리가 없었다.
점점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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