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r내와 편.견 513~515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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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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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아연이의 연주회가 있는 12월 첫 주가 되었다.
아연이의 축제 연주회는 금요일 저녁이었다.
내가 연주를 하는 것도 아닌데 내가 더 떨리는 것 같았다.
일단 아연이가 무사히 맡은바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고, 아내가 무사히 아연이의 연주를 몰래 보고서 걸리지 않는것이
내 두번째 바램이었다.
머리속이 복잡했다.
마회장과 드론을 날려놓고 촬영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진짜 계절 안 타는 사업은 이거밖에 없다.
어떻게 날이 덥던 춥던 선선하던 화창하던 전혀 상관없이
떡을 쳐대냐….
인류는 절대로 멸망하지 않을꺼야….
놈들만 지랄하는게 아니라 년들까지 미쳐서 저 지랄들을 하니까 말이다."
마회장이 혼자서 궁시렁 대듯이 말을 했다.
"젠장 요새 미정이도 저기압이라서 또 한 일이주동안 잠수탈텐데…
하필이면 이럴때 당키페니스를 먹어서 곤란하네…나….이거참…."
"당키페니스면….그건가요? 당나귀 거시기?"
내가 마회장을 보고 물었다.
"그렇지….건강원 사장이 하도 강추를 해서 큰 맘 먹고 당나귀좆으로
만들었다는 건강식품을 먹고 있는데….이게 아주 사람 미치게 만드는것
같다…"
마회장이 웃으면서 말을 했다.
"회장님 혹시 예전에 드셨던 물개나 지네 그리고 자라의 효능이
지금 복합적으로 나타나는건 아닐까요?"
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걸 모르겠다…하도 잡탕으로 먹어대니까 말이다.
옛날에 폐르시아 귀족들은 나이 칠십이 넘어도 애를 봤다고 하던데…
그게 진짜 그럴수도 있겠는게…남자는 숟가락 들 기력만 있어도
진짜 가능하겠더라…..숟가락에 지네가루랑 해구신을 얹어서 먹으면
되니까 말이다."
우리는 잡담을 하면서 촬영을 계속했다.
"아차…근데 미정씨는 왜 잠수를 타요? 뭔 일 있어요?"
"응…..저번에 호텔에서 같이 일하는 남자랑 또 사귀게 되었거든…
하여간 미정이도 사랑에 너무 쉽게 빠져…그런데 또 차였나봐….
미정이 데리고 별짓을 다한 것 같던데…몸 축나고 돈도 왕창 쓰게하고…..
상처를 준 것 같더라구…..다른 년 만나나봐…
미정이 완전 저기압이더라구…호텔도 휴가내고 한 삼일 빠졌데…
계약직이 맨날 저렇게 남자한테 차이고 직장 빠지고 그러면
니가 사장이면 다음 계약할때 그 직원하고 계약하겠냐….
에이 속상해…."
"참….미정씨도 축구공도 아니고 진짜 엄청나게 많이 차이네요….
미정씨한테 뭔가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게 아니에요?"
"문제가 있지…..
애가 너무 솔직하고….지나치게 순진하고….지가 좋아하는 놈만
나타나면 그냥 헬렐레 해서 간이고 콩팥이고 다 빼서 바치잖아….
그러면 남자놈들이 그걸 그냥 내버려두냐? 빨대 꽂아서 쪽쪽 빨아먹고
싫증나면 헌신짝 버리듯이 던져버리는거지…..
에이 시팔….."
마회장은 이야기를 하다가 열이 받는듯 씩씩대는 것 같았다.
회사에서 오후일을 일찍 끝내고 편셔리로 향했다.
체육관에 영식이가 없었다.
애들이 많이 없는 시간이라서 체육관이 한산했다.
나는 옥상으로 올라가 보았다.
영식이와 홍진이가 같이 잡채밥을 먹고 있었다.
가운데 탕수육도 큰게 하나 있었다.
"니미 노가다 뛰는놈이 무슨 점심으로 탕수육을 처먹어…짜장면이나
한 젓갈 대충먹고 말지….."
"그리고 영식이 넌 왜 여기서 밥을 처먹고 있냐? 니가 인부냐?"
영식이와 홍진이는 점심때가 한참 지난 시간에 밥을 먹으면서 나를 보고
말을 했다.
"나 홍진이가 일손 딸릴때마다 잡부일 하잖아…일당받고…."
영식이가 씨익 웃으면서 말을 했다.
홍진이도 입에 씹고 있던 탕수육을 꿀걱 삼키고서 말을 했다.
"영식이형 노가다 완전 체질이야….니미 무슨 공병대 출신도 아닌데
못하는게 없어…"
홍진이가 영식이 칭찬을 했다.
내가 홍진이를 보고 어이가 없어서 말을 했다.
"니미 못할수가 없지…옛날에 취직 못해서 빌빌쌀때 노가다판에서
몇 년을 굴러먹었는데….노가다 판에서 별 지랄을 다하던 놈이 영식이야…
시팔….어떻게 못할수가 있냐….그짓을 얼마나 오래했는데…"
홍진이가 영식이를 보고 말을 했다.
"어 형…..시팔…노가다는 처음이라며….다 펜대 굴리고, 운전하는 것만
했다면서…."
영식이가 나를 보고 말을 했다.
"에이…시팔….잊고 싶은 과거를 들먹이고 그러냐….
난 잊고 살았었다…."
내가 쭈그려 앉아서 탕수육을 한웅쿰 젓가락으로 집어서
입에 넣고 씹으면서 말을 했다.
"젖까는 소리들 말고….어디 공사 잘 되나 볼까…."
나는 옥탑방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홍진이가 맨날 시팔 좆팔해도 실력 하나는 진짜 최고인것 같았다.
대충 와꾸가 보이는 것 같았다.
"오케이 좋았어…..하여간 빨리 끝내…그리고 구청에 뭐 허가받는거나
이런건 다 알아봤냐?"
"아이 그럼 형…내가 이짓이 몇 년인데…뭐 신고하거나 할껀 내가 다 알아서
하니까 아무런 걱정마셔….내가 잽싸게 끝날테니까 돈 쏴줄 준비나 하셔…."
그리고 내가 공사완료되고 어떤 사태가 벌어질것인가는 분명히
미리 설명 다 했어…
그건 부실공사 아니야….예견된거야…나한테 뭐라고 하지말어…."
홍진이가 나에게 개거품을 물면서 말을 했다.
영식이가 나를 보고 씨익 웃으면서 말을 했다.
"견아…홍진이 이새끼….요새 집에 들어가면 제수씨가 맨날 빨아준데…
이 새끼 시체처럼 가만히 누워서 편한상 받아먹는다고 하더라구….
시팔 이혼하자고 징징대다가 돈 잘 벌어오니까 완전히 집에서 황제
대접이라고 한다….이 새끼….공사비 졸라 부풀리는거 아냐?
부르주아 새끼……나 일당도 졸나 짜게주면서….."
"니미 형만하겠어…형수는 아예 체육관에 찾아와서 체육관에서 떡을 치더구먼…
내가 그때 시팔 다봤어…시팔 찍어서 인터넷에 올려야 하는데…
링위에서 떡들을 치고 있어…."
"아…징한새끼 그걸 훔쳐보냐…."
홍진이와 영식이가 티격태격 하면서 잡채밥과 탕수육을 신나게들 먹었다.
시팔….다들 저렇게 바퀴벌레들처럼 지 짝하고 헤어지지 않고 악착같이
잘들 사는데…..난 이게 뭔지….
셋중에 이혼남은 나밖에 없었다.
그때 영식이가 나를 보고 물었다.
"견아…근데 너 그때 밤에 건물 앞에서 니 차에 태우고 왔다가 잠깐
건물 앞에서 이야기 하고 다른데로 간 그 여자 누구냐?
몸매 졸라 잘 빠졌던데…무슨 모델이냐?
누드모델이야? 시팔…따먹을라고 돈주고 영입한거야?"
"아 시팔 예리한 새끼….그건 또 언제 봤냐?"
"좀 됐지….그때 보고 바로 이야기 하면 니가 지랄할까봐 내가 일부러 좀
지나고 이야기 하는거야….
니가 체육관에 달아놓은 시시티브이 사무실에서 화면 나오게 해놨잖아…
인도에서 체육관애들 담배피나 안피나 감시한다고….
그 화면에 딱 나오더라구…
그래서 내가 창문에 매달려서 봤지…
졸라 이쁘던데…."
"뭐 진짜야? 견이형 요새 여자만나?
제수씨는 어쩌고? 니미 위장이혼 아니었어? 형이 연지씨를 포기할수가
있나?"
홍진이가 더 흥분해서 말을 했다.
"아니야 그런거….그냥 친구야….."
나는 그렇게 말을 했지만 솔직히 자랑하고 싶었다.
핸드폰에서 사지연과 찍은 사진들과 셀카들을 열어서 영식이와 홍진이에게
보여주었다.
"우와 졸라 이쁘다….연지만큼은 아니지만…"
영식이가 말을 했다.
"거의 연지수준은 되지 않냐? 삐까삐까한 것 같은데…"
내가 영식이에게 말을 했다.
"에이… 연지는 좀 고급져 보이지…..여기는 그냥 이쁘기는 하지만
좀…뭐랄까 고급지고 세련된 맛이 없잖아…홍진아 넌 어떠냐?"
"응 난 잘 몰라, 졸라 이쁘기는 하다….난 둘 다 좋은데….시팔….
왜 내 주위에는 저런 여자들이 없을까….니미…."
홍진이가 젖가락을 집어던졌다.
"혹시 니네들 옛날에 큐티프랜드라는 걸그룹 모르냐? 졸라 오래되었는데
십 몇 년전에 말이다.
거기 멤버였었데…이름이 사지연이라고….
니미 나도 인터넷 검색했는데 나오지도 않더라구…."
내가 영식이하고 홍진이에게 말을 했다.
영식이가 내 말을 듣더니 바로 말을 했다.
"근데 여자친구 이름이 묘하게 기분 나쁘다.
얼굴은 이쁘지만 이름이 기분에 상당히 거슬리네…."
홍진이가 영식이에게 말했다.
"형…왜? 오연지인데 하나빼기 해서 사지연 해서 그런가…
오사삼이일? 그래서 그런거야?"
영식이가 가볍게 웃으면서 말을 했다.
"아니…시팔…그게 아니라….
사지연 이름을 꺼꾸로 하면 연지사잖어….
연지 이름이 들어가는데…그 뒤에 사자가 죽을사짜 아니냐….
졸라 찜찜한 이름이네…."
내가 바로 말을 했다.
"니미 가져다 붙이기는…..좆도…... 말이야 방구야….."
"뭐…... 하긴…..내가 너무 나쁜 쪽으로만 생각한건가?"
영식이가 웃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집으로 와서 져녁준비를 했다.
하지만 저녁 요리를 하는 내내 영식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
그 한 마디가 마음에 걸렸다.
사지연을 꺼꾸로 하면 연지 이름에 죽을사짜를 붙인게 된다는 그 말도
안되는 해석 말이다.
"에이….시팔…..괜히 찜찜하네…아무것도 아닌걸 가지고…."
나는 혼잣말을 하면서 열심히 찌게를 끓이고 밑반찬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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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이었다.
세탁소에 드라이 맡겨놓았던 새양복도 찾아다 놓았고, 백화점에서
사지연이 골라준 와인색의 새 넥타이도 잘 준비해 놓았다.
근사하게 차려입고 내일 아연이의 축제공연을 구경할 것이다.
아연이는 끝까지 자기가 중요한 역할이 아니라고 그냥 다같이 하는거라고
나에게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를 했다.
와서 직접 보면 알게될꺼라고….
아연이는 별로 초조해 하지도 않았고, 너무도 태연했다.
저놈의 기집애….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점점 더 오연지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서 살짝 겁까지 났다.
표정하나 안 변하고 구라를 치는 것 말이다.
정직하게 살아야 하는데…
아연이는 무섭게 공부하고, 무섭게 연습을 하며….무섭게 집중을 했다.
역시 어떤 분야에 전문가가 되려면 천부적인 재능도 있어야 겠지만,
무서운 집중력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춤에 미칠때는 춤에 집중을 하고, 바이얼린 연습을 할때면 연습방에 들어가서
기본 두세시간은 나오지도 않고 연습만 했다.
소변이 마려서 나오기 전에는 진짜 연습에만 집중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연이는 어느새 악기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지 엄마가 홍콩에서 보내주어서 작살을 내었다가 내가 수리해온
그 악기를 들고 연습을 하고 연주를 하고 있었다.
저게 도대체 얼마나 비싼거길래…아연이마저 저 악기를 잡게 만든건지는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아연이는 아마도 이번 연주회에게 저 악기를
들고 나갈 모양인지….그 바이얼린을 자기 바이얼린 가방에 넣어서
가지고 다니고 있었다.
확실히 소리가 좋아서 그런건지….하지만 아연이가 저 바이얼린을 쓴다고
지 엄마를 용서하는것 같지는 않았다.
절대로 입밖에 엄마의 엄자로 물어보지 않고 안부나 걱정하는 한마디
조차 한 적이 없었다.
문득 아연이가 저 바이얼린으로 연주한 쇼스타코비치의 왈츠에 아내가
첼로를 연주해서 같이 녹음한 그 선율이 생각이 났다.
아내와 아연이가 다시금 바이얼린과 첼로를 같이 연주하는 그런 모습을
내 인생에서 다시 볼 수 있을까?
아연이와 아내가 같이 파사칼리아를 연주하던 그때가….어쩌면
내 인생에서 제일 행복했던 시간이 아니었는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에 마회장과 근무를 마치고 점심을 먹은후에 마회장은 연락도 받지않는
이미정을 감시한다고 나가고, 나는 밀린 영상편집 작업들을 하면서
사무실에 있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보니 친자확인 업체의 유전공학박사였다.
박사님이 웬일로 직접 전화를 했을까?
내가 전화를 받았다.
"박사님 웬일이세요? 직접 전화를 다 주시고…."
"편이사, 혹시 오늘 시간 괜찮으세요? 저녁에 술이나 한 잔 했으면
좋겠는데요…."
친자확인업체 이사인 유전공학 박사는 뜬금없이 나에게 말을 했다.
"어…글쎄요…..내일이 딸래미 학교 연주회라서 제가 과음은 안되고
간단하면 괜찮기는 하겠는데요…"
나는 이사가 갑자기 만나자고 하는데는 뭔가 이유가 있을것 같아서
일단 그러자고 대답은 했다.
나는 오후에 집으로 가서 아연이 저녁을 차려놓고서 마대정보진흥 근처의
한 일식집에서 친자확인업체 이사를 만났다.
우리는 회를 앞에 놓고 저녁을 먹었다.
이사가 갑자기 만나자고 해서는 회를 사준다.
술이 막 당겼지만 나는 과음은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얼굴이라도 부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했지만…
사실 나는 워낙에 소화도 잘되고 술도 잘깨는 스타일이라서 새벽까지
술먹어도 몇시간만 자고 샤워만 하는것으로도 다음날 아무 지장이 없는
그런 스타일이었다.
저녁에 하는 아연이 축제 연주회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것을 나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편이사 너무 섭섭해요….난 우리 사이가 그냥 비즈니스 차원이 아니라…
그래도 진짜 인간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유전공학 박사님이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뭔 소리에요 이사님….제가 이사님을 형님처럼 얼마나 존경하는데요…"
내가 웃으면서 매실주로 입을 축이면서 대답을 했다.
"편이사, 얼마전에 00생명공학 사장님하고 같이 차마셨다면서요…."
나는 저절로 웃음이 터져나왔다.
얼마전에 오후에 다른 친자확인 업체인 00생명공학 사장이라는 사람하고
임원 한명이 나를 같이 찾아와서 사무실에서 차 대접을 한 적이 있었다.
우리가 워낙에 친자확인 의뢰를 많이 해서 자신들하고도 업무 협력관계를
맺어달라고 찾아온적이 있었다.
워낙에 비슷한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니까 그럴수도 있다고
대답을 했다.
어차피 마회장은 요새 변호사님쪽 일이나 친자확인쪽은 나한테 다 일임을
해놓고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커미션이 잘 들어오고 있나 그것만 열심히 확인을 하고 나머지는
이원화를 하던지 삼원화를 하던지 내 좆꼴리는대로 하라고 맡겨놓은
상태였다.
나는 찾아왔던 업체 관계자에게 마대정보진흥의 회사정책은
관우와 같다는 말을 했었다.
옛날에 고우영화백님이 그린 삼국지 만화를 보면서 느끼고 또 느낀것이었다.
남자는 의리와 대의명분이다…
뭐 만화책 보고 느낀것이기는 하지만….
괜히 가오잡을때는 관우를 들먹거리는게 뽀다구가 날 것 같았다.
마대정보진흥은 한 번 손잡은 회사는 끝까지 믿고 가는 의리가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죄송하다고 양해를 구한적이 있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내 앞에 앉아서 초조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는
이사님에게 설명을 했다.
이사님이 너털 웃음을 터트리면서 내 술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편이사….이 업계가 전부 비슷한 전공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서
소문이 엄청나게 빨라요…
나 이것 봐봐요…"
이사가 명함을 보여주었다.
찢어지지 않는 찰랑찰랑 명함이었다.
흔들면 소리가 나는….
어이쿠…이사에서 부사장으로 직함이 바뀌어 있었다.
"요새 회사 매출이 많아져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는데….
다시 이사로 강등하는거 아닌가 겁나서 내가 편이사 보자고 한거에요…"
"참…이사님도…아니…부사장님도….그냥 그런건 전화로 물어보시지…
뭐 저희가 밥 한두번 먹은 사이에요…."
젠장, 이사일때도 그 회사 2인자였으면서 이사나 부사장이나 그놈이 그놈이지..
나도 마회장에게 상무나 전무로 직함을 승진시켜달라고 할까?
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편상무 하면…..술상무같은 뉘앙스가 풍길것 같았다.
친자확인업체 사장님은 나이가 좀 있으셔서 그 사장님도 마회장에게
물어보지도 못하고 나한테 물어보지도 못하고….부사장을 시켜서
내 의중을 떠보게 한 것 같았다.
마회장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우린 의심이 많아서 아무하고나 친하게
안 지낸다.
하지만…일단 친하게 지내기로 손을 잡으면 우린 절대로 배신 안한다.
관우의 정신은 내가 만화책 보고 나오는대로 씨부린거지만…
남자라면 관우같은 의리와 대의명분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젠장 조금만 마신다고 했는데 오늘의 주방장 특선 참돔회가 입에 착착
달라붙는것 같아서 매실주가 목으로 살살 넘어가는것 같았다.
박사님과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다 하면서 신나게 술을 마셨다.
그렇게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하다가 나는 문득 아내와 아연이의 일이
생각이 났다.
솔직히 그런건 제일 전문가가….이 사람 아닌가…
유전공학 박사이기도 하고….실제 디엔에이나 이런건 이사람만큼 전문가도
없지 않는가….
"박사님….이게 저하고 아주 친한 사람 이야기 인데요…..
이런 일이 있을수가 있나요?"
나는 나와 아내의 이야기를 친한 사람 이야기처럼 돌려서 박사님에게
물어보았다.
"그때 분명히 말하셨잖아요…인간보다 더 오래 임신하는건 말새끼랑
낙타같은 놈들이라구요…..
사람이 44주를 임신해서 애를 낳을수도 있나요?"
그러자 박사님도 술이 올라서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
"편이사…편이사도 나랑 몇 살 차이 안나니까 알꺼에요…
우리 어릴때 보았던 만화중에서 칠삭동이란 만화 기억해요?"
기억이 안날리가 있나…..
"당근이죠…어떻게 칠삭동이를 까먹어요…제가 진짜 좋아하던 만화중의
하나인데요…칠삭동이가 거…뭐냐 강가딘 그린 김삼선생님이 그린
만화잖아요…"
"맞아요…그래…강가딘….하하…진짜 오랜만에 듣네요…."
박사님이 웃으면서 말을 했다.
"내가 그 이야기를 한 건….그 만화제목인 칠삭동이라는게…
애를 일곱달만 배고 낳았다는 거잖아요….
옛날에는 애 낳다가 사람 참 많이 죽었대요….
옛날에는 산부인과 의사가 있나요? 병원이 있었나요?
그저 애받는 산파가 애를 받았잖아요….
애를 40주동안 배에 고이 잘 간직했다가 건강하게 낳는것도
신의 축복이에요….
인간들이 인큐베이터라는걸 왜 개발했겠어요…
그만큼 칠삭동이들이 많다는것에요…
육삭동이도 있고….해외에는 그 보다 더 빨리 낳은 사례도 많아요.
그게 뭔지 알아요?"
박사님은 매실주를 한 잔 쭈욱 들이키고 말을 계속했다.
나는 책보는건 싫어해도 이렇게 이야기로 내가 궁금한걸 들을때는
이상하게 집중이 너무도 잘 되는 것 같았다.
"여자들은 제각각 몸이 달라요….
몸중에서 어디가 다르냐면….여자 거기 있죠….음부….
그러니까 질 내부를 보면 세상에 얼굴이 똑같은 사람이 없듯이
질 내부도 여자마다 천차만별이에요…
그리고 그걸 더 깊이 들어가면 뭐냐…
여자들은 자궁의 모양이 비슷하지만 조금씩은 전부 다른 특징이 있어요.
이건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 신의 영역이에요….
아기가 육개월 혹은 칠개월 아니면 그 시간도 못견디고 엄마의
배에서 탈출하게 되는건…..더 이상 자랄수 있는 환경이 안되기 때문이에요…
이건….자궁의 문제도 깊이 관여되어 있는거에요….
자궁문이 약하다던가…..아니면 기타 여러가지 이유로 말이에요…
반대로 말이에요…
옛날에는 애를 40주 다 채웠는데도 아기가 안나오는거에요…
그러면 의사가 그걸 눈치라도 채면 유도분만을 하겠지만…
유도분만 자체도 안되는 아기들이 있어요….
조선시대에 그렇게 달이 다 찼는데도 아기가 나오지 않아서
죽은 산모들과 아기들이 상당히 많아요…
난산이라고 하잖아요…
아기가 너무 커서 엄마 몸을 찢고 나오는거에요…
결국 여자는 하혈을 하고 아기도 죽고 산모도 죽어요…
조선시대 기록에 보면 그런 경우가 엄청나게 많았어요.
그것도 역시 자궁의 문제가 없다고 말할수는 없어요."
"의학의 발달이 얼마나 많은 아기와 산모를 살린건지…사람들은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요.
저도 돈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지만….제가 하나 기도하는게 있다면
저희가 검사하는 이 일로 인해서….
아기들이 버려지거나 슬픈 인생을 살지 않기를 저는 항상 기도해요…."
"편이사 아까 말한거 있잖아요….
그거 44주는 아무것도 아니에요…외국의 사례는 그것보다 긴 것도
훨씬 많아요.
그것도 요즘 현대시대에 말이에요…
왜 그런지 알아요?
진짜 임신기간은 44주가 훨씬 넘어가지만 의사는 그걸 그렇게 보지
못하는거에요….
여성의 자궁의 기형이나 문제로 인해서….실제는 그보다 낮게
임신기간의 추정이 되는거에요….
현대의학이 세상 모든걸 전부 밝혀낼수는 없는겁니다.
그런 경우는요….임신이 되어도 임신인줄 모를수도 있고
의사 역시 수정란이 착상된 경우를 자궁의 기형으로 인해서 초음파화면을
통해서도 오진을 내릴수도 있어요…
심지어 착상이 된후에 착상혈이 생리의 형태를 통해서 나타나기도 해요.
착상된 부위나 자궁의 문제로 인해서 말이에요.
이거 상당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차라리 칠삭동이가 더 나은거에요….
그렇게 오래 여성의 자궁에 아기를 품고 있다는건……그 자궁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수도 있어요.
정상이 아닌 기형이라는 거죠…."
"유전공학 차원에서 기형은 말이에요…..정상의 형태를 가지지 않은것이죠…
그건 말이에요….그런 아기를 낳은 여성은 나중에 자궁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수도 있는 잠재적 위험을 안고 살아간다는 거에요…
물론….괜찮을 수도 있어요…그런 비슷한 경우에도 백살 가까이 사는
사람도 많아요.
하지만….일반 사람들에 비해서 위험성이 높은건 사실입니다."
나는 진짜 토씨하나 놓치지 않고 집중을 해서 박사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휴우…어떻게 해석을 해서 연지에게 대입을 해야 하나….
그럼 결국…연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이다.
나이트의 원나잇 두 번…
모텔에서 한 번….그리고 화장실에서의 한 번….
그 두 번 중에 아연이의 친부가 있다는 연지의 말은….거짓이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그런 경우가 많은가요?
그런 비정상적인 경우가요?"
내가 다시 박사님에게 물었다.
"에이…편이사…그정도는요 요새 비정상이라고 안해요…
왜냐하면 여자 배에 한 두 달정도 아기가 더 있는다고 해도 죽는 사람
거의 없잖아요….제왕절개를 하거나 아니면 유도분만을 해서
아기를 잘 낳고 다들 잘 살아요….
현대의학의 쾌거입니다.
심지어…..질 내부가 일반인보다 더 건강한 일부 여자들은 그런 악조건
하에서도 자연분만을 성공시키는 사례들도 꽤 있어요…
애가 뱃속에서 한달을 더 자라도….그건 실제 한달을 더 자라는게
아니에요…자궁의 문제로 더 머무른것 뿐인데….
사실 그러면 태아의 건강에 문제가 있어야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사례가 있어요…
그건 신의 영역입니다…
그 정도는 비정상이라고 안해요.
너무 흔해서 말이죠…
진짜 비정상을 내가 이야기 해 줄께요….
편이사 잘 들어봐요….
실제 미국에서 있었던 사례입니다."
"백인남성과 백인여성이 임신을 해서 아기를 낳았는데…
애가 흑인이 나왔어요.
다들 발칵 뒤집어졌죠….
다들 백인여성을 의심했어요.
하지만 백인여성은 자신은 진짜 남편외에 어떤 흑인과도 관계를 하지
않았다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을 했죠…"
"결국 조사가 이루어졌어요.
그런데 진짜 충격적인 결과가 나온겁니다.
솔직히 나도 젊을때 그런 결과를 듣고 누군가 조작을 했겠지 하는 의심이
아직도 들지만….공식적인 조사는 그런 결과가 있었어요….
백인남편이 백인아내와 관계를 가지기 전에 다른 라틴계여성과
몰래 바람을 피웁니다.
그리고 집에와서 바로 또 자신의 백인아내와 관계를 했구요…
그런데…그 바람을 피운 라틴계여성은 백인남편과 관계를 하기 바로전에
다른 흑인남성과 관계를 했던 겁니다.
결론적으로 흑인남성의 정자가 바람을 피운 라틴계여성의 몸에 있다가
백인남편과 관계를 하면서 묻어서 백인아내의 안으로 들어가서 수정이
되었다는건데….
이게 확률적으로는 벼락을 연속으로 열번을 맞을 확률보다 더 낮은
확률이에요….
여자의 질 내부는 복잡 미묘합니다….
이 사실이 발표되었을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결과를 믿지 않았어요…
신뢰하지도 않았죠…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죠….
누군가 두 명만 입을 맞추면 거짓을 말할수 있잖아요…
아닌말로 흑인남성과 백인아내가 둘이서 입을 맞출수도 있는거구요…
하지만 제가 유전공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감히 드릴수 있는 말씀은요….
남자의 정자와 여성의 난자가 만나서 생길수 있는 경우의 수는
인간의 영역으로는 도저히 계산될수 없는겁니다.
그건 신의 영역이에요….
인류의 존폐가 달린 일입니다.
우리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수도 없고 학문적으로 규명이 힘든
그런 일들이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어요.
편이사 지인이라는 그 분들의 이야기는….
이야기 거리도 안돼요…
너무 흔해서 말입니다.
그건….그냥 정상의 범주에서 살짝 경계선에 걸친다고나 할까요?
그런 일들이 있어서 그런걸 규명해 주기 위해서 저희같은 업체가
친자확인을 다 해드리는거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먹고 사는거고…..
하하하….
오늘 편이사때문에 진짜 몇 십년만에 강가딘이라는 단어 다시 듣게
되네요…."
박사님은 내가 다른 업체와 협력할 뜻이 없는걸 확실히 안 후에는
기분이 너무 좋아서 신나게 술을 마시고 내가 물어보는건 정말 친절하고
세세하게 잘 설명을 해주는것 같았다.
우리는 그렇게 술을 거하게 먹고 헤어졌다.
나는 집으로 가는데 정신이 더 멀쩡해지는것 같았다.
정자와 난자…그리고 자궁…..
그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술을 먹으니까 말이다.
나도 소망이라는게 생겼다.
간절한 소망이라는게 말이다.
아연이를 너무도 사랑하고 끝까지 사랑할것이지만….
난…아연이 동생이 가지고 싶었다.
즉….내 유전자를 물려받은…
진짜 내 새끼를 낳고 싶었다.
나도……내 피를 물려 받은…..내 친자식이 너무도 가슴 사무치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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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이 되었다.
아침 일찍 아침식사를 한 후에 단정하게 교복을 입고 집을 나서는
아연이를 안아주었다.
예전에 축제 연주회를 할때는 아내가 바쁜 와중에서도 드레스는 무얼 입는지
일일이 신경도 써주고 조언도 많이 해주었는데…
이번에는 연주회 의상도 아연이가 직접 고르고 나는 그저 의상 대여료 같은
아연이가 필요하다는 돈만 내주고 있었다.
모든걸 아연이 스스로 알아서 하는게 대견하기도 했지만…
내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조언이나 어떤 더 세밀한 신경을 써주지 못하는것이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좀 그랬다.
아연이를 꼭 안은후에 말을 했다.
"아연아, 아빠는 너를 믿어, 오늘 진짜 잘하자….학창시절의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면 평생을 그 좋은 기억들을 꺼내보면서 살 수 있는 거래….
오늘 좋은 추억, 멋있는 추억 많이 만들자…."
내가 아연이를 꼬옥 안고 말을 했다.
"아빠…숨막혀….."
아연이가 웃으며서 말을 했다.
초등학교 삼사학년때까지 틈만나면 안아달라 업어달라고 하던 꼬맹이가…
어느새 성인의 모습을 한 열일곱 청춘으로 변해있었다.
아연이를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하면서 속으로 빌었다.
오늘 진짜 잘 하기를….
오늘 진짜 오연지가 안 걸리기를….
나는 아침 설거지를 하면서 생각을 했다.
연주회가 다 끝나고 마음이 조금 안정이 되면 지연이를 만나서
내 생각을 이야기 할 것이다.
내 아기를 낳아주면 안되겠냐고….
결혼은 조금 늦게 하더라도…우리 아기를 가지고 싶다고 말을 할 것이다.
평소의 지연이 성격 같으면 나를 이상한 놈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지연이는 초산인데다가 노산이기까지 하다.
그래서 지연이도 더 이상 늦출수는 없는 나이였다.
지연이한테 올 12월이 가기전에 말을 하고 내년에 둘이 같이 2세계획을
세우도록 노력을 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복잡했다.
당장 아연이와 같이 살수는 없을테고…..가정을 합칠수도 없을텐데..
어떻게 해야할지…
하지만…..내 아기는 정말 가지고 싶었다.
매번 생각이 바뀌는것이 좀 그랬다.
아기를 가지고 싶다가, 포기했다가, 다시 어떤 계기가 생기면 또 가지고
싶다가, 또 포기했다가…
하지만….그만큼 내가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왜 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언지…
내가 진정 바라는 삶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잘 생각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일을 마치고 오후에 아내의 집으로 갔다.
아내는 단정한 치마 정장에 코트를 입고 있었다.
아내가 사놓고 몇 번 입지 않았던 그런 근사한 명품 옷들이었다.
아내는 선글라스에 검정색과 회색이 섞인 스카프를 머리에 둘렀다.
"어때요? 감쪽같죠? 나인줄 전혀 모르겠죠…."
아내가 나를 보면서 물었다.
"나는 알지….나는 니 몸매만 봐도 넌지 딱 알어…."
내가 웃으면서 말을 했다.
니미…말은 그렇게 했지만…옛날에 아내가 가면쓰고 변태짓을 했을때는
긴가민가 한적도 많았었다.
솔직히 내가 말을 그렇게 해서 그렇지 아내는 얼굴과 머리를 거의 완벽하게
가리고 있어서 진짜 누구인지 알수가 없을것 같았다.
아내가 내 양복입은 모습을 보고서는 말을 했다.
"당신은 모르겠지만 아연이가 나 홍콩에 있을때….당신 새양복 입은 모습이
무척이나 멋지다고 메일을 보낸적이 있었어요.
진짜 근사하네요…..당신 다른데는 다 그대로고 얼굴살하고 뱃살만
빠진것 같은데도…..수트가 이렇게 근사하게 잘 어울리네요…."
내가 뻘쭘해서 한 마디했다.
"비싼데서 맞춘거야…기성복은 잘 안맞더라구…"
내가 너털 웃음을 터트렸다.
"넥타이색도 양복하고 참 잘 어울려요….아연이가 정말 멋있다고
할 만하네요…"
살짝 긴장을 했다.
짙은와인색 넥타이는 얼마전에 사지연이 골라준건데…..
아직 아내는 사지연의 존재를 모르기 때문이었다.
사실 나는 아연이와 아내의 이메일을 다 훔쳐보았는데…
아내가 이렇게 먼저 이메일의 내용들을 이야기 할 줄은 몰랐다.
아내와 같이 강이를 데리고 아파트 옆동에 있는 어린이집에 갔다.
아내가 강이를 맡기고 나왔다.
아내를 차에 태우고 아연이의 예고로 갔다.
"떨려요…."
아내가 나에게 말을 했다.
"그러게 떨리는 짓을 왜 하냐….내가 동영상 찍어다 준다니까…."
내가 가볍게 웃으면서 말을 했다.
"오빠…난 아연이 순서만 끝나면 먼저 나와서 택시타고 갈께요…
오빠가 끝까지 아연이 잘 챙겨줘요…."
내가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여지껏 내가 잘 챙겨주고 살았어…..니가 그런말 하고 좀 웃기지 않냐…"
아내도 나를 보고 씨익 웃었다.
"조심해….진짜 조심해서 잘 하자…"
내가 아내에게 다시 말을 했다.
아내를 학교 운동장에서 먼저 내려주었다.
아내는 먼저 걸어서 콘서트 홀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벌써부터 수많은 학부모들과 관객들로 인산인해였다.
말이 예고 축제의 연주회지….그 수준은 성인연주회 못지 않은
그런 자리라는 아연이의 이야기가 있었다.
국내에서 제일 내놓으라 하는 애들만 들어오는 국내 탑의 예고였다.
거기서 음악을 하는 애들이 하는 연주회였다.
수준이 높지 않을수가 없었다.
차를 세우는데 진짜 무슨 외제차 전시장 같았다.
차로 사람의 레벨을 평가하는 우리나라의 후진적인 문화는 진짜 고쳐야
할 가장 큰 나쁜 문화같았다.
집은 없어도, 혹은 당장 사업이 쓰러져가도 우리나라는 차는 좋고 봐야한다는
그런 사고방식에 빠져있는것 같았다.
하긴 내가 남들 욕할수는 없었다.
나도 아연이 체면때문에 외제차를 산거니까 말이다.
회사 신입사원들도 요새는 월급받으면 할부로 차부터 산다고 하던데….
우리 젊을때는 그러지 않았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도 대기업에 처음 들어가서는 진짜 소형차를 샀던게…우리 집의
첫 차 였었는데…
그때가 생각이 났다.
아내의 돈으로 첫 차를 샀을때의 그 기쁨 말이다.
오연지도 참 옛날에 열심히 살기는 했었다.
나쁜년….
개 창녀 짓을 하더라도…..달아나지만 않았었으면…..이혼은 하지 않았을텐데…
나쁜년….미운년…..
나는 차에 잠깐 앉아 있었다.
아내와 시간차를 두고 들어가기 위해서였다.
수많은 외제차들에서 근사하게 입은 학부모들이 속속 내리고 있었다.
내가 아침저녁으로 하도 차를 닦아서 차가 진짜 너무 번쩍번쩍 대는 것
같았다.
이젠 좀 적당히 닦아야지…하여간에 내 물건 사랑하는 습관은 죽을때까지
고쳐지지 않을 것 같았다.
청소왕이 되려고 그러나….
미리 유투브에서 비발디의 사계 연주 영상을 낮에 시간날때마다 여러 번
반복해서 봤었다.
각 계절마다 바이얼린 솔로 연주가 있었는데…아내가 아연이는 겨울 1악장의
솔로를 맡는다고 했었다.
대충 보기에도 진짜 빠르고 어려워 보이는 연주였다.
바이얼린을 잘 모르는 내가 대충 봐도 말이다.
아연이가 저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실수라도 하면 안되는데….
진짜 너무 가슴이 떨리고 겁이났다.
스마트폰을 열고 아내의 지피에스 추적을 했다.
나도 콘서트홀로 들어갔다.
엄청난 규모였다.
벌써부터 수많은 학부모들과 관객들로 자리가 꽉 차 있었다.
나는 화면에 찍히는 좌표로 이층 구석에 혼자 앉아있는 아내를 찾았다.
스카프와 선글라스를 하고 있어서 쉽게 아내를 볼수가 있었다.
진짜 이층 구석에 쳐박혀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층도 사람이 많아서 나나 되니까 아내를 찾지….쉽게 아내를
구별할수는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일층 앞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연이를 잘 보기 위해서였다.
연주회가 시작되었다.
프로그램을 보니 오케스트라 명단에는 아연이가 없었다.
역시나 말이다.
아내가 인터넷에서 본대로 아연이는 실내악 연주를 하는 학생들 명단에
있었다.
일학년은 아연이 혼자인것 같았다.
전부 이학년 삼학년들이었다.
각종 악기들의 연주가 진행되었다.
아연이의 실내악 연주는 뒤쪽이었다.
두시간에 가까운 연주회의 순서에 마지막이 오케스트라의 연주였고
오케스트라 연주가 시작되기 바로 전의 연주가 비발디의 사계 실내악
연주였다.
공연 중간중간에 고개를 뒤로 돌려서 이층 관객석을 보았다.
아내가 보였다.
먼 거리였지만 내 눈에는 아내가 또렷하게 보였다.
그리고 드디어 아연이의 실내악 순서가 되었다.
무대준비가 되면서 무대위에 열 개가 조금 넘는 의자가 배열되었다.
넓은 접시 형태로 의자가 배치가 되고 잠시후에 학생들이 등장을 했다.
전부 하얀색 드레스들을 똑같이 맞추어 입고 나온 열명이 넘는 학생들이
의자에 앉았다.
아연이는 관객석에서 내가 볼때 제일 왼쪽의 의자에 앉았다.
저 예쁜 드레스를 대여하고, 저렇게 예쁘게 꾸민 머리를 하는데…
아빠는 아무런 신경을 못 써주었다.
지가 알아서 다 했다.
기특하고 대견했다.
아연이의 손에는 아내가 홍콩에서 보내주었던 그 악기가 들려있었다.
내가 바이얼린장인에게 가서 수리해 온 그 악기였다.
아내도 분명히 알 것이다.
아연이가 가지고 있는 원래 악기와 나무색이 눈에 띄게 차이가 나는 악기니까
말이다.
연주가 시작이 되었다.
비발디의 사계중에서 봄이었다.
비발디의 사계중 여름 가을 겨울을 모르는 사람은 많아도 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봄만되면 티브이에 심심하면 나오고 각종 광고음악으로도 나오고
학생때부터 학교에서도 지겹게 듣기 때문이었다.
나는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을 다잡으면서 주머니에서 안경을 써서
썼다.
동영상 촬영이 되는 안경이었다.
아연이의 연주모습을 녹화하고 싶었다.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촬영하면 연주에 집중을 할 수가 없을것 같았다.
몇몇 학부모들은 캠코더를 들고 벌써 찍고 있는것 같았다.
원래 진짜 돈내고 가는 연주회를 가면 촬영은 일체 못하게 하는것 같은데…
여기는 학교 축제 연주회라서 그런지…따로 그런걸 통제하고 그러는
사람은 없는것 같았다.
나는 카메라가 달린 안경을 쓰고서 연주회에 집중을 했다.
아연이는 다른 학생들과 호흡을 맞추어 열심히 연주를 하는 것 같았다.
비발디의 사계중에서 봄만 알아들었지 여름과 가을을 어떤게 어떤건지
모르게 그냥 지나가 버렸다.
하지만….가을의 마지막 악장은 알고 있었다.
내가 겨울 1악장을 듣기 위해서 계속 가을 마지막 악장의 끝부분에서
다시 되풀이를 하고 또 되풀이를 해서 보았기 때문이었다.
가을의 마지막 악장도 끝이났다.
다른 계절의 솔로는 다른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한 것 같았다.
바이얼린과 첼로 그리고 콘트라베이스까지 모두들 자신이 맡은
악기에서 최선들을 다 하는 것 같았다.
오케스트라와 다른 점은 열명 조금 넘는 적은 인원이 하다보니
각 개인이 파트별로 내는 소리의 구분이 명확하고….실수가 용납이
안되는것 같았다.
실수를 하면 바로 티가 날 것 같았다.
겨울이 시작되었다.
시작부터 빠르게 진행되었다.
악기 파트별로 첼로부터 시작해서 바이얼린까지 하나가 되어서
점점 연주소리가 커졌다.
그때였다.
왼쪽 제일 끝에 앉아있는 아연이의 솔로부분이 되었다.
무척이나 빠른 속주부분이었다.
나는 숨이 막혔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아연이는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바이얼린의 현을 하나씩 하나씩 정확하게…하지만 무척이나 빠르게
누르면서 연주를 하고 있었다.
아연이가 연주에 심취를 한 것 같았다.
빠른 솔로연주를 하면서 아연이의 고개가 흔들렸다.
아연이의 웨이브진 앞머리가 이마를 가리면서 찰랑거렸다.
순간…..클럽에서 춤에 심취해서 눈을 감고 고개를 흔들던 아연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연이는 지금 악보도 보지 않고 그저 본능에 의지해서 연주하는 음악에
깊이 취해버린것 같았다.
아연이는 거의 무아지경처럼 보였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윤지
카쿠리
와다바
비와you
타르타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