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r내와 편.견 451~453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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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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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경이에게 결혼식에 대해서 그리 많은 설명은 듣지 못한 터라서
그냥 평범하지만 조금은 고급스러운 호텔의 결혼식을 떠올렸었다.
가족 친지만 소박하게 모여서 하는 결혼식 말이다.
하지만 웬걸…..
특급 호텔의 별관에 있는 정원과 연회장을 통째로 다 빌린 모양이었다.
그쪽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검정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철저하게 통제를
하면서 들어가는 사람들과 초대 명단을 일일이 대조를 하고 있었다.
나도 이름을 말하려는데 어떤 사람이 내 얼굴을 보고서는 손짓을
하면서 통과 시키라는 사인을 보내는 것 같았다.
내가 얼굴을 자세히 보니 레오나르도의 경호원이었다.
혼자 딸을 키우고 사는 경호원이 초대받은 사람들의 얼굴을
일일이 다 확인을 하는 것 같았다.
나를 보고 웃으면서 목례를 하길래 나도 웃으면서 인사를 해 주었다.
그림같은 잔디밭과 실내의 연회장이 이어진 곳이었다.
조금 언덕같은 곳 위에 평지가 있는것이라서 아래로 멋지게
강이 보이는 그림같은 경치였다.
홍콩에서 쟈니와 아내가 사는 곳은 산위에서 홍콩 앞바다가 그림처럼
보이는데….오늘 윤진경이 결혼을 하는 곳은 강이 보이는 멋진 경치의
특급 호텔이었다.
정원에 대충 있는 사람만 해도 백명은 훨씬 넘을 것 같았다.
남자는 육십 다되어 결혼을 하는 것이고 여자는 재혼이다.
뭘 이리 뻑적지근하게 하는가….
4월인데 정원 입구에 엄청나게 큰 날개가 달린 말의 형상을
얼음조각으로 해 놓았다.
대충 보아도 무지하게 비쌀것 같았다.
어차피 녹으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얼음이지만, 저렇게 조각을
해 놓으니 진짜 멋지기는 했다.
하도 신기해서 나도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주머니에 조금 두둑하게 축의금을 가지고 왔는데 입구에 축의금이나
축하 화환은 정중히 사양한다고 크게 써붙여 놓았다.
하긴 레오나르도 돈 많을텐데 뭐…..축의금 받아서 뭐하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마이크를 잡고 사람들에게 결혼식 장소인 가운데로 모여달라고
부탁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에이급은 아니지만 뭐 방송국 아나운서를 하다가 프리 선언을 한 왕년에
유명했던 아나운서였다.
프리로 케이블 방송 이곳 저곳에 나오는 사람인데….
세상에 그 사람이 사회를 보고 있었다.
진짜 돈 좀 들여서 결혼식을 준비한 것 같았다.
그때였다.
대머리 사장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 존슨과 그때 나머지 한명의 변태 사장까지….
오늘 신랑인 미스터 본드까지 합치면 변태 4인방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역사적인 날이었다.
나는 존슨과 마주치기 싫었다.
나는 일부러 존슨이 앉아있는 곳에서 멀찌감치 떨어져서 앉았다.
윤진경이 아기를 안고 등장을 했다.
여자 하객들이 너도 나도 몰려들어서 아기를 보고 감탄사를 연발을 했다.
커다란 극장 스크린 같은 화면에 그 장면이 생중계로 나오고 있었다.
나도 사진으로만 보았지…직접 아기를 보는건 처음이었다.
백일이 지났을 것이다. 벌써 4월이니까 말이다.
아……정말 다행이었다.
애가 아들이지만…엄마를 쏙 빼닮은것 같았다.
눈도 크고 코도 오똑하고……
혼혈이지만 별로 티도 안나는것 같고…티브이 연예 프로에 나오는 그런
잘생긴 혼혈들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크면 그런 미남자가 될 것 같았다.
하긴 윤진경의 미모도 빠지는 미모는 아니니까 말이다.
나도 저절로 얼굴에 웃음이 지어졌다.
윤진경은 순백색의 얌전해 보이는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치렁치렁 뒤로 길게 늘어진 드레스가 아닌 심플하고 편해보이는
웨딩드레스였다.
잠시후 레오나르도 본드도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윤진경이나 아기보다 본드를 보고 더 깜짝 놀랬다.
마지막으로 본드를 보았을때도 나이보다 젊어보이게 변했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젠 진짜….완전 훈남 아저씨가 된 것 같았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살을 무지하게 많이 뺀 것 같았다.
예전보다 적어도 십킬로그램 이상은 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레오나르도 본드가 아니라 공공칠 제임스 본드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변태 레오나르도는 온데간데 없고, 멋진 중년의 서양신사가 되어 있었다.
가족의 힘인가?
아들의 힘인가…
진짜 대단했다.
주례도 없이 사회가 식을 진행하면서 짧은 예식순서가 끝나고 바로 연회장과
잔디 정원이 파티 장소로 변했다.
다들 서서 접시를 들고 부페요리를 즐기거나, 안쪽의 테이블에
앉아서 요리들을 즐기고 있었다.
특급 호텔이라서 그런지 부페종류가 엄청나게 많고 술도 종류별로
많이 준비해놓은것 같았다.
윤진경이 나에게 다가왔다.
"오빠….고마워요….."
"진경아 너무 축하해…..아기 정말 예쁘더라….."
"아까 화면으로 봤어요? 식 시작하기 전에 모유를 잔뜩 먹였더니 졸린가봐요
지금 저쪽 안에서 자고 있어요…."
"아…모유먹여?"
나는 조금 놀래서 물어보았다.
"그럼요…..가슴 수술했는데도 모유가 콸콸 잘 나오네요….
오빠….나 요새 너무 행복해요….
근데 의사선생님이 조심하라고 하더라구요…가슴이 너무 커서
아기가 모유 먹다가 질식할수 있다고 조심조심해서 먹이라고 해서….
진짜 요새 긴장하면서 살고 있어요…"
윤진경이 환하게 웃으면서 나에게 말을 했다.
그때 레오나르도가 웃으면서 다가왔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내가 레오나르도에게 말을 했다.
"고맙습니다. 견씨도 얼른 좋은 분 만나서 새출발 하시길 바랍니다."
레오나르도가 나와 악수를 하면서 말을 했다.
"감사합니다…."
내가 크게 착각하고 있던게 하나 있었다.
레오나르도나 존슨이나 다들 변태새끼들이라서 내가 그들을 만만하게
보고 폭력을 행사했지만….
그들은 개인적인 성생활이 아닌 다른 사회생활에 있어서는 내가 감히
쳐다볼수도 없는 그런 그들만의 리그를 가진 부자들이었다.
오늘 결혼식에 참석한 남자들은 거의 다 중년의 품격있어 보이는
부자들이나 아니면 뭐 한 자리씩 하는 사람들 같은 느낌이 풍겼다.
여자들도 다들 고급져 보이고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것 같았다.
"오빠……내가 이런 행복을 누리고 살아도 될까요?"
본드는 다른 하객들에게 불려서 다른 곳으로 갔다.
혼자 남은 윤진경이 나를 보고 말을 했다.
"그럼…충분히 자격있어….
이젠….사모님이잖아….
아기 예쁘게 키우고 진짜 행복하게 살어…."
"고마워요….나 그때 힘들때 오빠가 없었으면…..아마 아직도 암캐 생활이나
하면서 지냈겠지요?"
"아니야…..그렇지 않아….그리고 그런 과거들은 다 잊어버려…
앞으로 좋은 날들만 있는데 왜 그런 생각을 해……"
내가 웃으면서 윤진경에게 말을 해 주었다.
윤진경은 나와 조금 더 대화를 하고 싶어했지만 여기 저기 부르는데가
많아서 끌려다니기 바뻤다.
나는 온김에 저녁은 확실히 해결을 하고 가야 할 것 같아서….
접시에 이것저것 음식을 담아서 먹고 있었다.
"견씨…….오셨네요…."
내 뒤로 존슨이 쓰윽 다가왔다.
나는 깜짝 놀라서 존슨을 쳐다보았다.
아까 멀리서 보았을떄는 잘 몰랐는데…웬 노인네가 내 앞에 서있었다.
그동안 레오나르도는 회춘을 한 것 같았고…..존슨은 더 팍삭 늙어버린것
같았다.
솔직히 존슨과는 아무런 이야기도 하기 싫었다.
그냥….존슨과 있으면 아내 생각이 날 것 같았다.
존슨은 아내가 쟈니랑 결혼식을 올린 것을 알고나 있을까?
존슨과 가볍게 대화를 하고 있는데 존슨을 누가 불러서 잠깐 존슨이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는 동안 내가 음식을 가지러 가는척 하면서
자리를 피했다.
음식을 가질러 가면서 우연히 대머리 사장과 다른 변태중 한명이 음식은
안먹고 술만 계속 먹고 있는것을 뒤에서 보았다.
두사람은 테이블에 앉아서 술만 먹고 있는데 대머리 사장은 계속 술잔만
들이키고 있는것 같았다.
다른 변태사장 한 명이 대머리 사장을 말렸다.
"그만 마셔…..남의 잔치 와서 이게 무슨 추태야……"
예전에 하얀가면의 파트너였던 중년남자가 대머리 사장에게 말을 했다.
"이…이사장…..나 왜 이렇게….오늘 가슴이 아프냐…..우리 윤진경이가 저렇게
행복하게 결혼식을 하는데…..내가 왜 이렇게 마음이 싱숭생숭 하고
여기 가슴이 아프냐…..
우리 윤대리가 저렇게 이뻤었나?
내 손안에 있을때는….소중한줄 몰랐다가….나중에 깨닫는다는게
진짜 맞는것 같다…"
대머리 사장은 혀가 많이 꼬여 있었다.
변태새끼….윤진경을 옛날에 여기 저기 남들 빌려줄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보니까 윤진경이 얼마나 보석이었는지….후회를 하는 모양이었다.
뭐….대머리 사장만의 이야기는 아닐것 같았다.
모든 남자들이 다 그런 후회를 하니까 말이다.
오죽하면 노래가사도 있겠는가…
있을때 잘해…후회하지 말고…..
나는 한쪽 구석에서 이것 저것 열심히 주워 먹었다.
하객들이 많아서 여기 저기 숨을때가 많아서 좋았다.
진짜 초호화판으로 결혼식을 하는 것 같았다.
나중에는 존슨까지 대머리 사장의 테이블에 합류를 해서 대머리사장과
존슨이 미친듯이 술을 마시는것 같았다.
병신들 꼴값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남의 잔치에 초를 쳐도 유분수지….
존슨은 저렇게 빨리 늙다가는 조만간 칠십대로 보일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옛날에 브래드 피트가 나온 영화가 있었다.
나이를 꺼꾸로 처먹는 영화였다.
레오나르도가 딱 그 꼴이고 존슨은 나이를 빨리 처먹는 병에 걸린것
같았다.
나는 대머리와 존슨이 술에 취해서 헤롱거리는 것을 보고서는 조용히
연회장을 빠져나왔다.
편셔리 프라자 앞에 차를 대었다.
간판이 멋지게 엘이디 조명을 밝히고 있었다.
고영식 짐에서는 저녁운동들을 열심히 하는것 같았다.
그냥……편셔리 프라자가 있어서…..저 자리에 편셔리 프라자가 있어서
너무 좋았다.
너무 든든했다.
내가 뭔가 의지하면서 열심히 집중할 무언가가 있다는게 너무 행복했다…
아연이 생각을 했다.
나는 일단 마음속에서는 일학년 마치고 유학은 절대로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아연이가 대학생이 되면 그때 아연이하고 좀 깊게 상의를 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그렇게 편셔리 프라자를 한참을 차안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집으로 왔다.
아연이는 일찍 잠자리에 든 것 같았다.
아연이 방문을 살짝 열고 아연이가 침대에서 곤히 잠든 모습을 보았다.
아침에 워낙 일찍 일어나서 등교를 하니까 일찍 자는게 당연했다.
졸리고 피곤할 것이다.
좋은 습관이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은 말이다.
나는 주방에서 위스키 한병에 맥주 한병을 섞었다.
그리고 그걸 마시기 시작했다.
안주도 없이 말이다.
그리고 샤워를 하고 잠을 청했다.
여자를 품에 안지 못한지 벌써 몇개월인가…
자위도 한 번도 못하고….
한달에 한 번 정도 꿈을 꾸지 않는 몽정을 하는것 같지만….
이젠 진짜 성욕이 죽어버린 것일까?
여자 생각이 나지 않았다.
진경이의 행복해 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진경이와 본드는…..잠시 비정상적인 생활을 했었지만…..
이젠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너무도 멋지게 말이다.
이젠…..아내가 보고 싶지 않았다.
나도 정상적으로 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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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제법 봄 햇살이 따사로운 4월의 나날들이 펼쳐지는 것 같았다.
진경이의 행복한 결혼식과 우월한 유전자만 물려받은 빛나는 아기를
보고 온 뒤로 다시 평범한 일상이 계속되었다.
이제 아내의 빈자리는 아무곳에도 없었다.
집 안에도, 집 바깥에도…..
나는 편셔리 프라자 앞의 넓은 인도 한 쪽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멍하니
봄볕을 쬐고 있었다.
회사일이 한가할때면 항상 차를 몰고 이쪽으로 와서 오후의 봄볕을
쬐고는 했다.
이제는 운동도 영식이 체육관에서만 했다.
나와 영식이가 빠져나간후에 정관장은 체육관이 텅 빈 것 같다고
엄살을 부렸지만 영식이 체육관에 김코치와 모사범과 같이 놀러 와본후로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영식이가 너무도 진지하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서 한 번 놀랐고
명색은 복싱 체육관인데 복싱을 배우는 학생은 전체의 십프로도
안되고 거의 다 특공무술이나 다이어트 복싱을 배우는 여자들이어서
다시 한 번 놀란것 같았다.
"편이사, 영식이가 사람이 변한것 같지 않냐? 왜 저렇게 진지해?"
정관장이 나를 보고 말을 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서 그런건가보죠….."
내가 웃으면서 말을 했다.
그렇게 평범한 나날들이 지나던 어느날 늦은 오후의 햇볕을 쬐고 있는데
야쿠르트 아줌마가 건물앞을 지나가다가 나를 보고 인사를 했다.
이 동네를 담당하는 아줌마여서 가끔 야쿠르트를 사먹고는 했었다.
나는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애들 야쿠르트나 사다줘야 겠다는 생각으로
아줌마한테 야쿠르트 남은거 몇 개나 있냐고 다 달라고 했다.
나는 삼십여개의 야쿠르트를 커다란 봉투에 가득 담아서 받았다.
"감사합니다. 사장님…덕분에 오늘 남은거 다 끝났네요…"
야쿠르트 아줌마가 나를 보고 웃으면서 말을 했다.
모자를 깊게 쓰고 있어서 눈이 잘 보이지는 않았으나 환하게 웃는
표정이었다.
"저 사장님 아닌데요…."
내가 웃으면서 말을 했다.
"여기 편셔리 프라자 사장님 맞으시잖아요…."
야쿠르트 아줌마가 웃으면서 말을 했다.
나는 조금 놀라면서 말을 했다.
나는 웬만하면 전면에 나서지 않고 청소만 했기 때문에 편셔리 프라자를
아는 사람은 많아도 나를 아는 사람은 없을텐데…
"그걸 어떻게 아세요?"
내가 아줌마에게 물었다.
"아…여기 건물 청소하는 아저씨한테 들었어요….청소하는 아저씨도
야쿠르트 자주 사드시거든요….
여기 앞에서 자주 청소하시는 덩치크신분이 사장님이시라고
이야기 하시더라구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우리 건물에는 청소하는 아저씨가 없는데…..
그때였다.
건물앞에 영식이의 승합차가 멈추고 애들이 우르르 내렸다.
애들은 건물안으로 들어가고 애들을 무사히 다 내려준 영식이가
마지막으로 차문을 닫고 걸어가고 있었다.
"아…저기 청소 아저씨 오시네요…."
아쿠르트 아줌마가 말을 했다.
홍진이는 봄이 되면서 내가 시킨 편셔리 프라자 앞 화단 공간에
각종 봄꽃을 색깔별로 맞추어서 화려하게 심는 공사를 하고 있었다.
거의 일주일 가까이 걸친 조경공사가 끝이 났다.
홍진이는 공사 짬밥이 있어서 그런지 자기 주특기 분야가 아니더라도 거기에
맞는 경력 인부를 어디서 잘도 구해와서 뚝딱뚝딱 내가 원하는대로
뭐든지 만들어 놓고 있었다.
나는 종이에 대충 연필로 내가 생각하는 것을 그려주기만 하면
홍진이는 진짜로 그걸 만들어 냈다.
맥가이버가 따로 없는 것 같았다.
건물앞에 멋진 꽃화단이 생기자 지나가는 행인들이 화단 앞에서
너도 나도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일층 점포들의 매출이 눈에 띄게 올라가고 항상 사람들로
붐비는게 눈에 띄게 보였다.
특히나 일층 약국은 항상 언제 보아도 사람들이 바글바글 한 것 같았다
이 근처에 대형약국이 없어서 더 그런것 같고 점포 두개를 터서
하나의 대형약국을 만든게 제대로 먹힌것 같았다.
심지어 아연이까지도 화단 공사가 끝난뒤에 너무 예쁘다고 꽃사진을
찍고 나랑 같이 화단 앞에서 셀카를 찍었다.
아연이는 아직 재산이나 이런것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것 같았지만
그래도 내가 편셔리 프라자에 관심을 많이 보이니까 가끔씩 나랑 같이
이곳에 와서 구경을 하고 갔다.
아연이는 특히나 건물 양쪽 측면에 그려진 벽화들을 보고서 누가 그린거냐고
나에게 물어보았다.
나는 차마 게이들이 그린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연이에게 못해주었다.
성적소수자들이 나쁜건 아니지만…..그런건 나중에 아연이가 성인이
되어서 직접 판단할 문제였고….내가 게이브라더스가 그렸다고 하면
일단 선입견을 가지고 그림을 볼수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긴 그 그림을 본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고는 했었으니까 말이다.
게이브라더스는 진짜로 실력이 있는 놈들은 확실했다.
모든 사람들이 벽화를 보고 인정을 하니까 말이다.
심지어 내 딸까지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처음 개업을 하는 이층의 피부과가 잘 되는것이
기분이 좋았다.
마회장 말에 따르면 피부과나 안과는 의대내에서도 최상위권의 성적을
올리는 애들이 지원을 한다고 했다.
의대내에서도 성적이 좋지 않으면 피부과나 안과는 나중에 레지던트할때
지원조차 힘들다고 마회장이 두병이의 말을 빌려서 이야기 해주었다.
그러면서 마회장도 혀를 끌끌 찼다
"우리 두병이도 피부과였으면 좋았을텐데….아깝다….
나중에 개원하려면 피부과가 제대로인데….."
마회장은 두병이가 피부과가 아닌것을 아쉬워 하는것 같았다.
나도 잘 몰랐던 사실인데 2층에 피부과를 가만히 들여다보니까
피부과라는 것이 미용목적으로 오는 여자들도 참 많았지만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피부에 뭐가 나거나 트러블이 생기는 그런 환자들이
참 많은것 같았다.
피부과에는 항상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것 같았고, 대출 왕창 받아서
각종 레이져 장비같은것을 들여놓은 젊은 의사는 가끔 볼때마다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것 같았다.
병원이 잘 되니까 항상 젊은 의사의 얼굴이 밝고 환해보였다.
나도 덩달아서 기분이 좋았다.
편셔리 프라자의 모든 구성원들이 다들 행복하게 잘 되는것이
너무도 기분이 좋았다.
옥상은 평소에는 잠그어 놓았다.
혹시나 동네 비행 청소년들이라도 내가 없을때 몰래 올라와서 나쁜짓을
하거나 아니면 세상에 비관적인 사람들이 삼층 옥상에서
대가리부터 뛰어내릴까봐 그런 걱정이 있어서였다.
옥상 열쇠는 내가 하나 있고 영식이 하나 그리고 홍진이 하나만 주고
평소에는 잠그어 놓았다.
나는 토요일 낮에 아연이는 학교에 오케스트라 연습을 하러 간다고 나가고
혼자 할 일이 없어서 편셔리 프라자로 나왔다.
그리고 일부러 체육관도 안 들르고 옥상으로 올라와서 문을 잠그었다.
그리고 옥상에 있는 옥탑방에 들어갔다.
홍진이를 시켜서 일단 청소는 싹 해놓았고 인테리어 공사는 아직
하기 전이었다.
이 아까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을 하고 있었다.
제법 넓은 방이 내가 대학 졸업반때 머물던 자취방과 비슷한것 같기도
했다.
옛날 생각이 아련하게 떠오르는 장소이기도 했다.
나느 옥탑방의 문을 잠그고 가만히 누워서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누워서 이십여년전의 대학시절을 회상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무슨 소리가 들렸다.
옥상 철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영식이와 홍진이가 옥상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녀석들을 깜짝 놀래주려고 옥탑방에서 소리를 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창문만 살짝 열고 녀석들이 뭔 뒷담화를 할 것인가 엿듣기로 했다.
녀석들은 옥탑방 바로 옆의 난간에 기대어 서서 도시의 전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녀석들은 우리 아파트를 쳐다보면서 말을 하고 있었다.
"견이 형 뭐하려나? 토요일인데 건물에 안나오나?"
홍진이가 영식이에게 말을 했다.
"뭐하긴….이불빨래 하거나 요리재료 다듬고 있겠지…..
타고난 살림꾼이라니까….."
"진짜 옛날부터 연구대상이었어…그렇게 큰 손으로 어떻게 그렇게
파 채를 가늘게 썰고 요리를 하지? 견이형이 취사병 출신인건 진짜
미스테리해….."
"그건 약과다….너 저기 보이는 견이네 집 가면 진짜 집에 먼지 하나도
없다….
무슨 반도체 만드는 공장도 견이네 처럼 그러지는 않을꺼다….
덩치만 남자지……그런 섬세한건 완전 여자야….."
"하긴….저 앞에 꽃 심으라고 하면서 나한테 종이에 꽃 색깔별로 순서를
다 쩍어놓았더라고…..조경인부가 건물주가 여자냐고 나한테 묻더라니까…"
"뭐 어때….그게 견이 매력인데….
시팔….난 진짜 요새 견이때문에 인생 사는 맛이 난다…
저녁에 잠자리에 들때면 얼른 한두시간만 자고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침에 눈뜰때 마다 행복해 죽겠어….시팔……
애들 가르치는게…진짜 내 천직인가봐……시팔…."
"에이 시팔….말끌마다 시팔거려……그런데도 체육관 들어가면 시팔
안거리는거 보면 용하단 말야….."
"태극기에 대고 국기에 대한 경례 한 번 쫙 하고 들어가는 순간
내 입에서 욕은 사라지는거야…..
근데 이상한게 체육관 밖에만 나오면 시팔이 저절로 입에 착착 붙는다….
진짜 조심해야지….승합차에 관원들 태우고 다닐때 끼어드는 차에
대고 욕하지 않도록 마인트 콘트롤 좀 해야겠다 시팔….."
"또 시팔이래……"
"아…근데…형….그때 견이 형 딸래미 여기 화단에 와서 견이형하고
같이 사진찍는거 봤어?"
"그럼 봤지….너도 봤잖아..아연이가 인사 다 하고 다녔잖아…."
"그럼…나도 보긴 봤는데….난 아연이 어릴때 보고 되게 오랜만에 보는거라서
말이야…..
클수록 완전히 연지랑…..아니 형수랑 너무 똑같아 지는것 같지 않아?"
홍진이가 영식이를 보고 말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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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딸이 지 엄마 닮는게 뭐 이상한거냐…..당연한거지….."
영식이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답을 했다.
"아니 닮아도 너무 똑같으니까 그렇지….
난 아연이 보고 진짜 깜짝 놀랐다니까…..올해 열일곱살이 무슨 다 큰
대학생같아…..
옛날에 연지 우리 동아리 방에 견이 형이 처음 데리고 왔을때
난 아직도 그때 그 충격이 잊혀지지 않는데 말이야…..
시팔…..아직도 난 진짜로 그 순간이 잊혀지지가 않아….
방지대 캠퍼스에서 그렇게 이쁜 여자는 진짜 단 한 번도 본적이 없었거든…."
"시팔….또 괜히 눈치없이 견이 앞에서 연지 이야기 하지마라……
견이 요새 그냥 마음잡고 신경 끄고 사는것 같은데 말이다…."
"난 옛날에 연지 참 좋아했었는데…..나 같은 병신한테도 오빠라고 불러주고
말이야….
형도 연지 생각하면서 딸딸이 졸라 많이 쳤지…..뭐…..안그런 놈이
어디 있었겠어…."
홍진이가 허공을 쳐다보면서 말을 했다.
"시팔….니가 병신인줄은 알고 있었냐?
하긴….연지가 참 착했지….우리 동아리 애들 무시 안하고…..
오빠 오빠 해가면서 진짜 잘 해줬지…..
아…..시팔 연지 생각 하지 말아야지…..
연지가 그래도 참 착해…돈 벌어서 전부 지 남편하고 새끼한테
주고 가고……
요새 그런년이 어디있냐…시팔…..이혼은 이혼이고….재산은 재산이지…"
"그러게 말이야…..
그러게….연지 착한건 옛날부터 알아봤다니까…..
형이나 나나 우리 전부 연지랑 눈도 못마주치고 말도 더듬었잖아….
완전히 여신이었는데…."
홍진이가 한숨을 쉬면서 말을 했다.
"너….근데 이 빙신아 진짜로 견이 앞에서 연지에 연자도 꺼내지 말어….
견이 보기보다 맘이 상당히 여리다…..
너 시팔 견이가 몸만 아놀드지…..맘은 진짜 여리다…
빙신같이 견이 상처주지 말고 아가리 딱 쫌매고 있어….
견이가 겉으로 허허 웃지만 지금 진짜 폭파 직전이야…
너 시팔 견이한테 학교 다닐때 진짜로 맞은적 한번도 없지…"
"견이형이 뭐 언제 후배들 때리나? 그냥 장난으로만 툭툭 치지…."
"견이 의경시절에도 그랬나보더라구….후임들 절대로 손으로
안 때리고 말 안 듣는 애들은 꼬집기만 했데….
견이도 지 주먹이 얼마나 아픈줄 아니까…애들 함부로 안 때리잖아….
견이가 보기보다 맘이 상당히 여려…..
자기 무시하거나 욕하지 않으면 웬만하지 않고는 절대로 폭력 안쓰다고…."
영식이가 홍진이를 보고 말을 했다.
"알지….견이형처럼 착한 형이 어디있어…
그러니까 견이형 결혼할때 다들 배 아프면서도 박수는 크게 쳤잖아…
시팔……"
"솔직히 너나 나나 견이 아니었으면 지금 이렇게 웃으면서 이바구 털겠냐….
견이 덕분에…..이렇게 요새 기름지게 살잖아….시팔….감사하자…
난 시팔 진짜 견이 아니었으면…..어휴…..인생 진짜 막장이지 뭐…..
하긴 뭐 넌 다르냐…시팔…..
견이나…..아니면 위자료 듬뿍 준 연지한테 진짜 감사하자….."
"근데….형…..있잖아….시팔….나 이런 이야기 했다고, 견이 형한테
이르지 말어….시팔…견이형 이런 이야기 들으면 삐질라….
그냥 어릴때는 잘 몰랐는데…..아연이 있잖아….
견이형 진짜 하나도 안 닮은것 같지 않아? 형은 못 느꼈어?"
"이런 미친새끼가….어디서 아가리를…."
영식이가 홍진이에게 버럭 화를 냈다….
"아니….내가 견이 형 없으니까 이런 이야기 하지…..
그냥….에이…시팔….아니겠지…..
형은 진짜 몰라?"
"모르긴 뭘 몰라…..시팔…..
난 옛날부터 그런 생각 가끔했어…
내가 아연이 진짜 애기때부터 지금 열일곱살까지 모든 성장과정을
다 지켜본 산 증인 아니냐….
솔직히 견이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는것 같기는 한데….
시팔….그게 뭐가 중요하냐…..
너는 니 딸래미가 너랑 똑같냐….시팔 여자가 니 얼굴이면….."
그때 홍진이가 핸드폰을 꺼내더니 사진을 열어서 영식이를 보여주었다.
"아….시팔….계집애가 어떻하냐….인생……..
어쩌다가 애비랑 풀빵이네….."
영식이가 웃으면서 말을 했다.
"시팔….이게 정상이지……
나도 졸라 속상해…..지 엄마를 안닮고 나를 닮아서 말이야…시팔……"
"아니…..나는 아연이 얼굴만 연지 닮아서 그랬다는게 아니야….
골격이 그래도 견이형 애면 조금 떡대가 있지 않을까 했는데….
완전 골격도 지 엄마야……그냥 너무 연지….아니 형수쪽 피만
잔뜩 받은거 아닌가 해서 말이야…."
"시팔…..근데 그 이야기를 지금 왜 해?"
영식이가 대답을 했다.
"아니…그냥…견이네 그 피는 이어받지 않은것 같다고 말이야….
근데 그게 뭐가 중요해……아연이 이쁘고 공부도 잘하고….
흠잡을때가 없는데 말이야….
아연이는 세상에 지 아빠밖에 모르는애인데….
너 괜히 견이 앞에서 쓸데없는 소리하지말아라…..
견이 뚜껑 열리면 너 바로 아웃이다….
다시 변기나 고치러 다니고 싶으면 맘대로 해…."
"에이…시팔…내가 형이니까 말하는거지….
근데 형은 아들 두명 친자 검사 다 했다면서…."
"응….시팔..나는 견이는 믿어도 시팔…내 마누라는 안 믿어서 한 번
해봤지…..전부 내 새끼래…나는 솔직히 둘째를 좀 의심했거든….."
영식이가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나도 한 번 해볼까?"
홍진이가 웃으면서 장난스럽게 대답을 했다.
"니미 아까 그 사진이 친자확인이지 뭘 더 검사가 필요하냐….."
영식이와 홍진이가 크게 웃었다.
"너….진짜…..조심해…..장난이나 밥먹을때라도 견이 앞에서 연지나
아연이 이야기 함부로 하지말어….견이 지금 아연이 때문에
저렇게 버티는 거야…..
너 그거 알아….
견이는 연지 없이는 살수 있어도 아연이 없으면 못사는 놈이다.
지금 아연이가 있기때문에….연지가 없어도 견이가 버티는거야…."
"휴우……알았어….그냥 나도 속상해서 그러지….
견이형….요새 힘이 하나도 없어….
입에 시팔을 달고 다니던 사람이…맨날 고운말만 쓰고…..
얼굴에 살빠진것 봐…..얼굴이 옛날 대학시절보다 살이 더 빠진것 같아…
영식이형 견이형 배 쏙들어간것봐봐….배에 왕자 보이게 생겼던데….."
"오죽하겠냐…..견이가 연지 얼마나 사랑했냐…..
견이 처음 연애상대인데….
그게 연지라서 더 심한것도 있지만….
견이는 자기것에는 엄청나게 애착이 있어….
아연이한테 하는것도 그렇고….
이 편셔리 프라자 가꾼것 봐라…몇 달만에 살인사건 나서 완전 죽어있던
빌딩을 이 동네에서 제일 잘나가는 건물로 바꾸어놨잖아…..
시팔…..연지도 너무해……견이가 뒷바라지를 해줘서 오늘날 연지가
있는건데….그걸 몰라주고……에이…..
근데…..다른 사람들 다 몰라도 나는 안다….
연지는 나중에 견이 찾게 될꺼야…십년이 되었든…이십년이 되었든
말이야…..
나중에 견이가 자기한테 얼마나 잘해주었는지….
돈이고 이런걸 떠나서….이놈 저놈 다 만나보면…견이만한 따뜻한 놈이
없다는걸 알게 될꺼다….
시팔…..나중에 그때…만약에 견이가 연지 받아주면 내가 진짜 플래카드
들고 반대 데모라도 할꺼다……
근데…그러면 견이가 날 패겠지….
에이…불쌍한 새끼…..
졸라게 정 많아…."
"아…시팔 맘이 짠하네…….
니미 옥상에 여름철 일광욕 할 선베드 설치하는거 구상하러 올라왔다가
딴소리만 실컨하네….."
홍진이가 영식이를 보고 말을 했다.
"야….얼른 내려가서 체육관 샌드백 위에 보강공사나 하자…
시팔 견이 펀치가 하도 세서…웬만큼 강하게 안 해놓으면 한 달이면
다 고장난다….아주 이번엔 강하게 고정을 해버려라…."
"오케이…..토요일인데 후딱 끝내고 들어가자고….."
홍진이와 영식이는 옥상문을 잠그고 아래로 내려가버렸다.
나는 잠시동안 그 자리에 앉아서 움직이지를 못했다.
집에와서 아연이랑 저녁을 먹으면서 아연이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떻게 저렇게 오연지 대학생때의 얼굴하고 점점 똑같아 질까?
초등학교 고학년때까지만 해도 그냥 귀엽고 이쁘다 이 정도였지
아내의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었는데….
중학교 3학년정도부터 점점 얼굴이 피기 시작하더니
고등학생이 되고 가볍게 화장을 하고 난후부터는 영락없는
이십여년전의 오연지가 아연이의 얼굴에서 보였다.
나만 그렇게 본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영식이야 아연이 아기때부터 시작해서 초등학생, 중학생, 그리고
최근까지 계속 보아와서 판단이 좀 흐릴수도 있다고 해도….
홍진이는 진짜 어릴때 보고 오랜만에 아연이의 얼굴을 다시 본 것이었다.
홍진이의 눈이 정확한것일수가 있다.
진짜 객관적으로 봤을때 말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연이는 저녁으로 내가 구워준 스테이크를 썰어먹다가
나를 보고 말을 했다.
"아빠….춤추러 가고 싶어….."
"학기중에 어떻게 가….여름방학때 상황봐서 결정하자….."
"우리반 애들중에 주말에 가끔 다니는 애들 있던데…..
나도 가고싶다…"
"안돼 아연아….나쁜 애들하고 어울리면…..인생 망치는거 순식간이야…
아빠 학생때 고등학교때 공부 안하고 술먹고 춤추러 다닌 친구들
많았었거든….지금 다들 눈물로 후회해….젊어서 즐기면 나중에
나이 들어서 피눈물 흘린다니까….
3년만 딱 참자…..대학생 되면…아예 춤추는데 텐트 쳐놓고 춤춰도
뭐라고 안할테니까…..그때 되면 니 맘대로 해…."
내가 농담을 하자 아연이가 웃었다.
나도 아연이와 같이 웃고 있기는 했지만…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었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었다.
아연이를 현관에서 마중하면서 아연이의 머리카락을 만지면서 말을 했다.
"잠깐만 아연아…뒷 머리카락에 티끌이 붙었다….아파도 참아…"
나는 아연이의 뒤통수에서 머리카락을 몇 개 뽑아내었다.
"아야….아퍼…."
"밥먹으면서 티끌이 붙었나봐…."
나는 웃으면서 아연이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아연이가 엘리베이터에서 손을 흔들면서 내려간후에 나는 손에
몰래 숨겨둔 아연이에게서 뽑은 머리카락을 지퍼백에 넣었다.
모근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방금 뽑은 머리카락이었다.
나는 오후에 친자확인 샘플들을 맡기면서 내 머리카락을 뽑아서
지퍼백에 넣었다.
그리고 업체에 이건 특별히 두번 검사를 해달라고 말을 해 놓았다.
업체에서는 모든 검사에 오류가 없도록….왜냐하면 몇 명의 인생이
뒤바뀔수도 있는게 검사결과니까…... 항상 진짜 최선을 다해서 정확히
검사를 했지만….내가 요청하는건 일부러 다른 테스트로 두번씩
검사를 하곤 했었다.
내일 바로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회사에서 편셔리 프라자로 차를 몰고 가다가 예전에 걸어다닐때
내가 기도를 했던 교회가 있었다.
나는 차를 세우고 교회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자세로 기도를 했다.
예전에 이곳에서 아연이 합격과 아내가 집으로 돌아오게 해달라는
두가지 기도를 했는데 둘중의 하나만 이루어졌다.
그래도 하나라도 이루어진게 어디인가….
나는 기도를 했다.
그럴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의심이 들어서 어쩔수 없이
멍청한 짓을 했지만….그 결과는 당연히 맞는다는 결과로 나오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
아내의 입으로….생물학적 아버지는 당연히 나라는 확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이런 확인을 하지만…
결과는 너무도 당연한 결과가 나오기를 기도했다.
더도말도 덜도말고 내 친자이기를 기도했다….
마음이…..뭐랄까….짠했다.
괜한짓을 하는것 같았다.
아닐수가 없었다.
같이 산부인과에 가서 수정이 된 예상날짜를 받았을때
그 날짜가 나와 연속으로 며칠동안 계속 했던 날짜였었다.
다른 놈이 끼어들 그런 날이 없었다
내 애가 아닐수가 없었다.
편셔리 프라자를 한바퀴 둘러보고 집에와서 아연이 저녁을 준비했다.
괜한짓을 하는것 같아서 스스로 좀 우습기도 했는데…..
이상하게 밤에 잠이 안왔다.
내가 마대정보진흥의 일을 하면서 친자검사를 했던 진짜 수백명 아니
수천명의 케이스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정말 말도 안되는 결과가 나온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럴리가 없다고 재검을 해보고 다른데 가서 또 검사를해서 결과가
바뀐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디엔에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을 해서 관리를 하기에
아예 검사 초기부터 결과가 바뀔수 없게 모든 안전장치를 다 하고
하는 검사였다.
다음날 점심을 먹고 마회장이 외근을 가고 나는 바로 업체에 가서
검사결과들을 받아왔다.
다른 봉투와 달리 내가 의뢰한 봉투는 더 두꺼웠다
두 번의 검사를 한 결과가 들어있기 때문이었다.
이니셜로 이상한 이름을 적어놓았기에 이게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검사업체도 말이다.
나는 텅빈 사무실에서 봉투를 천천히 열어보았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안의 내용물을 꺼내어 펴 보았다.
내 손이 떨리고 있었다.
나는 하나의 종이를 책상위에 놓고 다른 종이를 폈다.
내 손이 떨리고…..
손에 쥐었던 종이를 떨구었다.
나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내 눈이 보이지가 않았다.
눈이 보이지 않는게 아니라….
눈물이 너무 빨리 눈에 고여서 내 시야를 가로막고 있었다.
내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는 너무 당황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누굴 원망하고 누굴 미워하고 이런게 아니었다.
"우…우리 아연이 불쌍해서 어쩌지…..아연아…….우리 아연이……"
나는 앞이 보이지 않아서 정수기를 꽉 끌어안고 혼잣말을 했다.
아무것도 눈 앞에 보이지 않았고…..아무것도 내 귀에 들리지 않았다.
이대로 그냥 내 머리속의 모든 기억들이 다 지워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Highcookie
타르타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