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r내와 편.견 385~387
네코네코
7
356
0
05.07 08:56
0385 / 0837 ----------------------------------------------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분명했다.
아내에게서 온 메일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아내의 주소가 아니었다.
해외 계정이었다.
내가 이 계정을 해킹을 할 수 있을까?
완전 해외계정은 해킹이 불가능할텐데 말이다.
아내가 메일을 보낸 날짜는 그저께였다.
아연이가 아까 저녁을 먹으면서 나에게 했던 말들은 아마 이 메일을
보고나서 한 것이겠지….
아연이는 이미 이 이메일을 읽은 모양이었다.
아연이가 아내에게서 받은것은 문자가 아니라 메일인것 같았다.
그래서 아연이가…..나에게 그런 말을 했던 것인가?
마우스를 잡고 있는 손이 떨렸다.
나는 천천히 아내가 아연이에게 보낸 이메일을 읽기 시작했다.
………………………………………………………………………………………..
아연아, 엄마야…
엄마가 아연이한테 할 말이 있어서 이렇게 메일을 보내는거야.
아연이 목소리를 듣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엄마가 선뜻 용기가
나지를 않네…
엄마가 아연이한테 사과를 해야 할 것이 너무 많은데, 어떤 것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지 엄마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아연아 이것 하나만은 먼저 알아주면 좋겠어.
엄마는 세상에서 우리 아연이를 제일 사랑한다는 것을 말이야.
지금은 우리가 이렇게 헤어지지만 영원히 헤어지는 것은 아니야.
아연아, 예쁘고 바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엄마가 같이 있지 못하더라도
엄마에게 보여주었으면 좋겠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엄마를 이해하지 못할꺼야.
그건 아빠도 마찬가지 일 것이고, 하지만 아연아
세상 사람들이 전부 엄마한테 손가락질을 하더라도, 아연이만큼은
나중에 성인이 된 후에 엄마를 이해해주면 좋겠어.
만약에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냥 이해하려는 노력이나 해주면
엄마는 아연이한테 너무 고맙겠어.
엄마가 자꾸 말을 빙빙 돌리기만 하니까 아연이 짜증나겠다.
아연아, 엄마가 아연이 입시 전까지는 숨기고 싶었지만, 그건 아연이한테
오히려 더 안 좋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
그리고 아연이는 생각보다 강하다는 것을 엄마는 잘 알고 있어.
아연이는 엄마딸이니까 말이야.
아연아, 엄마하고 상관없이 아연이는 아연이 인생을 살아야해,
엄마는 엄마의 인생을 살테니까, 아연이는 아연이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주면 정말 좋겠어.
우리 아연이 몸에는 엄마의 피가 흐르고 있으니까 엄마와 닮은 구석이
분명히 있을꺼야, 아니 엄마는 그렇게 믿어.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과, 한 번 매달리면 끝장을 보는 성격까지 말이야.
엄마도 네 나이때 너와 같았거든…..
아연아
이런 이야기 해서 정말 미안해.
엄마는 말이야….
엄마는 아빠와 이혼을 할꺼야.
엄마는 아빠만큼이나 아연이도 많이 놀랠것을 알아.
하지만 아연아 엄마가 즉석에서 생각하고 결정한 것은 아니야.
엄마가 이런 생각을 한지는 상당히 오래되었어.
하지만 아연아, 엄마가 아빠를 미워하고 싫어해서 이혼하는건 아니야.
엄마도 아빠를 좋아해.
세상에 니 아빠만큼 착하고 순수한 남자도 없을꺼야.
진짜 가족밖에 모르는 사람이잖아.
하지만, 엄마는 아빠를 사랑하지 않아.
아빠를 좋아하긴 하지만, 아빠를 사랑한적은 단 한번도 없어.
엄마 인생을 통틀어서…….살아오면서 말이야….
아연이가 어렸을때, 아빠가 참 사고를 많이 쳤었어.
물론 그때도 아빠는 한결같이 엄마한테 참 잘하기는 했지만….
그때 엄마는 너무 힘들때면 이렇게 생각했단다.
엄마는 긴 악몽을 꾸고 있는거라고, 이건 엄마의 진짜 인생이 아니라
그냥 긴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이고 이 악몽이 지나고 잠에서 깨어나면
엄마의 진짜 인생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이야.
무능력하고 착하기만 한 아빠를 보면서 내가 왜 이 남자와 가족이
되었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혼자서 속으로 정말 많이 울었어.
아빠가 평생 엄마의 뒷바라지를 해왔지만, 그건 엄마도 마찬가지였어.
하지만 엄마가 아빠의 뒷바라지를 한 건, 아연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이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긴 악몽에서 깨어나기 위해서였어.
아연아 엄마는 악몽에서 깨어나서 이젠 현실로 돌아가고 싶어.
엄마는 원래, 아연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엄마 인생을 찾으려고 생각했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을것 같아.
우리 아연이가 너무 의젓한 숙녀가 되어서, 엄마가 용기를 얻었거든….
아연아
엄마는 사랑하는 남자가 있어.
아빠한테는 평생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그런 감정이야….
그래 맞어,
아연이가 홍콩에서 본 그 남자가 엄마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야,
엄마는 그 남자를 너무 사랑하고, 그 남자도 엄마 없이는 세상을
살아갈수 없다고 해….
우리는 같이 행복하게 사랑을 하고 싶어.
설령 그 사랑이 유효기간이 있는 나중에 식어버릴 사랑이라고 할지라도
엄마는 평생에 단 한번이라도 뜨겁게 사랑을 해 보고 싶어.
아연이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할꺼야.
아연이가 은서엄마때문에 상처받은거 잘 아는데….
엄마가 뭐라고 설명을 하고 변명을 해도 아연이는 엄마를 더럽게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안한건 아닌데…
그래도 엄마는 용기를 내기로 했어.
아연아,
엄마가 아빠 미워서 그러는건 절대로 아니야.
엄마한테 아빠는 일찍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대신에 아빠노릇도 했고
어떨때는 친오빠 같기도 했어.
아연이 친할아버지 할머니도 엄마한테 진짜 부모님처럼 너무 잘 해주셨고….
엄마는 그런 생각을 진짜로 많이 했어.
아빠랑 같이 노인이 되어서 노후를 즐기는 생각 말이야.
아빠는 엄마를 너무 많이 사랑해서 엄마가 할머니가 되어도 엄마만
좋다고 할 사람이야.
엄마 참 이기적이지?
아빠가 그런줄 알면서도 엄마의 행복을 찾아서 떠나간다는것 말이야.
아연아 엄마 진짜 인생에서 딱 한 번만 엄마 마음대로 살아볼께….
엄마는 아직도 조금은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를 원망해,
외할아버지가 사업에 망해서 엄마는 첼리스트가 되고 싶던 꿈을
접어야만 했어.
아연아,
엄마도 공부가 너무 하기 싫었어.
하지만 엄마는 공부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수도 없었어.
외할머니랑 엄마는 주변에서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거든
엄마 친척들도 모두 우리를 못본척 했어.
엄마는 목숨을 걸고 공부만을 해야만 했어.
그런데 공부만 한다고 인생이 달라지지는 않더라고….
그래서 대기업에 들어가서 미친듯이 일을 하고 더 노력을 많이 했어.
그런데 바로 너가 생긴거야….
엄마는 아빠랑 결혼을 하지 않을수가 없었어.
아빠를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엄마가 살아남으려면 아빠와 결혼하는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전혀 없었거든….
그리고 외할머니가 아빠를 너무 좋아했었어.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착한 남자라고 하면서…
외할머니한테 아빠랑 결혼을 하지 않을꺼면 다시는 보지 않겠다는
그런 이야기 까지 들으면서 엄마는 아빠를 선택한거야.
엄마는 아빠랑 결혼을 하지 않을수 없었어.
엄마도 솔직히 너무 아빠가 걱정이 돼….
앞으로 엄마 없이 살아갈 아빠가 말이야.
아연이가 아빠 잘 이겨낼수 있도록 도와줘
부탁이야.
아연아 예고 입시 꼭 합격해야해, 부탁이야.
엄마가 아연이를 완전히 떠나는 건 아니야.
아연이가 조금 더 컸을때, 엄마도 완전히 달라진 더 나은 모습으로
아연이 앞에 나타날께….
그때 아연이가 엄마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빠는 죽어도 엄마랑 이혼하지 않으려고 할꺼야.
엄마를 미친듯이 찾아다닐것도 눈에 선하고 말이야.
아연아 엄마는 한국에 없을꺼야….엄마는 먼 외국에 나가서 살꺼야.
그러니까 아빠를 아연이가 좀 말려줘….
…………………………………………………………………………………………………………..
나는 여기까지 읽고나서 큰 한숨을 쉬었다.
아직 내용이 많이 남아 있는것 같았다.
지금 아내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나는 아내를 너무 사랑하는데….
아내에게는 내가 짐이 되었던 것일까?
머리속이 하얗게 되어버린것 같았다.
내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죽어도 이혼 못한다.
아니 안할것이다.
나와 살았던 시절들이 아내한테는 악몽같은 시간이었다니…..
나에게는 꿈결같이 행복했던 시간들이 아내에게는 악몽같은
시간들이었나…..
아내를 보고 말을 하고 싶었다.
아내와 대화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 가슴이 답답해서 더 이상 읽기가 힘들었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눈에 고인 눈물을 훔쳐내었다.
아내의 메일을 곧이 곧대로 믿을수만은 없었다.
거짓말쟁이 오연지다.
아니 시팔…..
이게 아니다.
이혼? 누구 맘대로 이혼인가?
옛날 우리 부모님들 싫어도 사십년 오십년을 그렇게 살았다.
그게 부부간의 정이고 믿음이다.
세상에 사랑빨아먹으면서 사는 부부가 어디있겠는가…
내가 때려서 그런가…..
정말 너무 후회가 되었다.
내 팔을 내가 때리고 싶었다.
아무리 화가 나도 폭력은 안되는건데…
파리채까지 바지 뒷춤에 차고 가서 폭력을 행사하다니..
그것도 자국도 꽤 오래 갈 정도로 심하게 말이다.
엉덩이같은데는 진짜 평생 처음 맞아본 것일텐데…..
너무 마음이 아팠다.
아연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가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아연이가 저토록 분노하면서 용서하지 않는다고 하니까
나도 마음이 무척이나 쓰라렸다.
아내가 지금 그럴듯 하게 메일을 써 놓았지만 결론은 간단히 말해서
남편하고 자식 버리고 바람 피우겠다고 달아난거 아니던가….
당장 대가리털을 붙잡아다가 묶어놓고 두들겨 패도 시원치 않은 일이지만
나는 분노보다는 아내가 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게 들었다.
내가 그렇게 싫으면 내색이라도 좀 하던가….
아니 싫다고는 하지 않았지….좋아하지만 사랑하지는 않는다고…
개코나….
사랑이 별거냐….
사랑이 별거냐고……
너무 화가나고 분해서 주먹으로 내 가슴을 쿵쿵 쳤다.
아이고…..
가슴에 통증이 왔다.
나는 숨을 크게 한 번 쉬고 다시 모니터에 집중을 했다.
나머지 이메일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0386 / 0837 ----------------------------------------------
눈앞이 흐릿하게 보여서 손으로 두 눈을 막 비볐다.
그러니까 조금 보이는게 나은것 같았다.
시간은 벌써 한 시 가까이 되어 가고 있었다.
내가 지금 무얼 하고 있는것인지…
아까 읽은 부분 다음부터 다시 이메일을 읽기 시작했다
……………………………………………………………………………………………………
아연아 엄마가 아빠에게도 따로 편지를 남겨두었어.
하지만 아빠는 한참 있다가 그걸 보게될꺼야.
아빠가 너에게 먼저 말하지 못할지도 몰라.
그러니까 제발 아연아, 아빠에게는 모른척 해주렴.
그래도 엄마가 아빠를 싫어하고 미워하는게 아니라서
아빠에게도 너무 미안해.
아빠가 그동안 엄마를 친오빠처럼 돌봐주었는데 아빠에게 상처주기는
싫어…
아연이는 아빠가 진짜 화난 무서운 모습을 단 한번도 보지 못했을꺼야.
엄마는 아빠가 아연이한테 평생 절대로 화를 내지 않을 것을 알고 있어.
아빠는 자기 가족한테는 그러는 사람이니까.
엄마가 아빠한테 이혼을 하자고 하면 차라리 아빠가 엄마한테 화를내고
그러면 좋겠는데, 아빠는 그러지 않을꺼야.
엄마는 이제 아빠의 마음속에 들어가 있거든. 아빠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보여…..
아빠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엄마를 잡으려고 할꺼야.
그래서 엄마가 이런 말도 안되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는것만 알아주길 바래.
아빠하고는 어른들끼리의 다른 대화를 나누어야 할 것 같아.
아빠는 일단 시간을 두고 천천히 설득할 예정이야.
아연이에게는 엄마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어.
쓰다보니까 엄마가 그동안 아연이와 얼마나 마음 깊은 대화가 부족했는지
새삼 깨달은것 같아.
아연아,
너무 부족한 엄마지만 엄마도 아연이한테 사랑을 받고 싶었어.
아연이가 자라는 동안 엄마가 아연이한테 해준게 없는걸 잘 알아.
엄마가 필요한 자리에는 늘 바쁜 엄마 대신에 아빠가 채워주고 있었다는
것도 말이야…
엄마가 너무 어리고 철이 없었어.
엄마는 돈만 많이 벌어서 풍족하게 해주는것이 최고의 사랑이라고
생각했었거든.
엄마가 학생때 집에 너무 돈이 없어서 돈에 한이 맺혀서 그랬나봐.
그래서 돈만 풍족하게 뒷받침해주면 다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을 했었나봐.
엄마는 아연이가 이제 어느정도 크고 나니까 그게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는지 깨닫게 되었어.
아연아 엄마가 고백할게 있어.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게 아연이야.
아연이는 안 믿을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아연이가 중학교 1학년때 홈페이지를 처음 만들었을꺼야.
엄마가 어떻게 알았는지 알아?
주말에 우연히 아연이가 장식장에 꽂혀있는 어린시절의 앨범들을
꺼내어 사진을 찍는것을 보았어.
엄마는 그게 너무 궁금했었거든, 그래서 엄마가 인터넷 접속 기록을
살펴보았어.
그때는 아연이가 지금 쓰는 새 컴퓨터가 아닌 다른 컴퓨터를 쓰고
있었을 때일꺼야….
그래서 엄마는 아연이가 홈페이지를 만든것을 알고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연이 홈페이지에 접속을 했었어.
아연이가 중학교 1학년이던 그때부터 얼마전까지 3년동안이나 말이야.
아연아, 니 홈페이지의 하루 첫번째 접속자는 언제나 엄마였을 것이고,
하루의 마지막 접속자도 아마 엄마였을꺼야….
엄마는 출근하면 제일 먼저 아연이 홈페이지의 아연이에게 입맞춤을 하고
하루를 시작했고,
퇴근을 해서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운후에 핸드폰으로 아연이의 홈페이지를
한번 보고서 차에서 내리고는 했었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
아연이의 어릴때 모습부터 자라온 모습들을 보는게 말이야.
아연이가 아빠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지 알아.
아빠는 아연이에게 아빠이자 곧 엄마였으니까 말이야….
아연아,
그런데 엄마는 니 홈페이지의 Daddy폴더에 있는 사진들을 보면서
눈물도 많이 흘렸어.
분명히 우리 셋이 같이 찍은 사진인데도 아연이는 아빠하고 나온 부분만
편집해서 올린 사진들도 있더라고…..
엄마는 기다렸었어….
언젠가는 엄마 사진도 홈페이지에 한장쯤은 올려주기를 말이야.
엄마는 그렇게 삼년이나 아연이의 홈페이지에 엄마 얼굴도 한번쯤은
올라오기를 바라고 또 바랬었어.
결국 엄마는 말이야, 아연이 홈페이지에 단 한번도 얼굴을 올려보지 못하고
아연이 곁을 잠시 떠나네….
아연아 섭섭해서 그런건 아니야.
엄마가 아연이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법이 서툴러서 잘 몰랐어.
엄마도 초등학교 나이에 집이 그렇게 망하고 중학교때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후로는 사랑이라는걸 받지 못하고 자라서, 사랑을 표현할줄을
잘 몰라…..
분명히 엄마도 초등학교 저학년때 사랑이라는걸 받고 자랐을텐데
그게 잘 기억이 안나….
엄마도 너무 힘들게 살아오면서 좋은 기억들은 다 잊어먹었나봐.
아연아,
엄마가 우리 아연이한테 미안한테 미안한게 한두가지가 아니야….정말 미안해
그 대신에 엄마가 하나 약속할께…
지금은 잠시 엄마가 니 곁을 떠나지만 우리 아연이 이십살, 삼십살
넘어서라도 하고 싶은거 다 할 수 있도록 끝없이 물질적인 지원을 해줄께.
엄마가 할 수 있는건 그것 뿐이야.
많이 사랑해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엄마가 우리 세가족에서 빠져 나가도, 크게 문제가 없을것 같아서
엄마가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더 쉽게 할수 있었어.
아빠가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아빠는 평생 그럴꺼야.
아빠는 절대로 엄마 포기하지 않을꺼야….
아빠한테는 미안하지만, 그래도 아빠한테는 아연이가 함께 있어줄 꺼잖아.
아연이가 아빠에게 힘이 되어주길 바래….
엄마도 이젠 엄마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으면서 편하게 살고 싶어.
아연아 엄마 말이야, 이제 너무 많이 지쳤어.
엄마 이제 전화도 안되고 모든 연락이 다 안될꺼야, 하지만 아연이랑은
이 메일주소로 계속 연락하고 싶어…..
아연이만 허락해 준다면 말이야.
이만 맺을께…
아연이한테는 안녕이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아.
아연아 너무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
…………………………………………………………………………………….
이메일이 끝이났다.
나는 정말로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내는 많이 많이 아팠던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아연이한테 홍콩에서 그짓하는걸 걸렸던게 가장 크지 않았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지…..
정말 어쩌지…..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아연이의 이메일 목록을 계속 보았다.
아연이가 친구들과 주고받은 메일들은 손도 대지 않았다.
특별한 메일은 수신함에 그저께 받은 아내가 쓴 메일 하나였고,
나머지는 친구들이나 아니면 학교에서 받은 메일들이었다.
보낸편지함을 보았다.
이런…..
아연이가 아내에게 보낸 메일이 있었다.
시간을 확인했다.
아연이가 아내의 메일을 확인하고 바로 몇시간 후에 보낸것 같았다.
아연이가 아내에게 보낸 메일을 열어보았다.
…………………………………………………………………………………..
엄마…..
내가 잘못했어, 나도 엄마 많이 사랑해.
사랑한다는 표현 못해서 너무 미안해.
자라오면서 엄마는 항상 내 곁에 없어서 엄마한테 사랑을 표현하는게
서툴러서 그렇지 나도 엄마 진짜 사랑해.
아빠는 그냥 너무 편해서 그런거야.
엄마, 내가 아빠한테는 아무말도 하지 않을테니까 그냥 아무일도 없었던걸로
하고 집으로 돌아와줘.
그럼 내가 엄마가 시키는대로 뭐든지 다 할께.
진짜야 엄마가 교수가 되라고 하면 교수가 되고 뭐든지 엄마가 원하는
대로 다 할테니까 아무일도 없었던것처럼 집으로 돌아와죠…
엄마, 아빠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
얼마전에 엄마가 보름이 지나도 안돌아와서 아빠가 나하고 밥을 먹다가
내 이야기를 듣고 숟가락을 바닥에 떨어트릴 정도로 손을 벌벌 떤적도 있어.
엄마, 아빠는 지금 나에게 말도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고 있을꺼야.
엄마, 아빠 몰래 사랑해도 좋은데, 제발 집에 돌아와죠….
이런식으로 엄마가 아빠 버리면 아빤 아마 폐인이 될지도 몰라….
아빠가 얼마나 마음 여린 사람인지 엄마가 제일 잘 알잖아.
제발 부탁이야, 엄마 집으로 돌아와줘…..
엄마, 돌아와 주기만 한다면 내가 진짜 엄마 시키는대로 다 하고
세상에서 엄마에게 제일 자랑스러운 딸이 될께….
엄마, 엄마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진짜로 아빠를 버린다면
난 평생 엄마를 용서할수 없을꺼야.
제발 그렇게 만들지는 말아줘….
엄마 사랑해….진짜 사랑해….
내가 잘못했어……
제발 돌아와줘……
………………………………………………………………………………
아연이는 급하게 쓴 메일 같았다.
아연이가 그렇게 보내고 나서 아내에게는 답장이 없었다.
그래서 아연이가 오늘 홈페이지에 그런 말을 올렸던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울수도 없었다.
아연이는 아빠 생각을 한다고 아까 웃으면서 억지로 아빠에게 그런말을
했었던것 같았다.
이젠 정말 어떻게 해야하지……
두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정신을 차렸다.
내가 지금 정신을 놓으면 안된다.
어린 아연이조차 아빠 걱정을 하면서 저렇게 의젓하게 행동을 하는데,
내가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0387 / 0837 ----------------------------------------------
아내의 계정을 해킹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해보았다.
하지만 서버 자체가 외국에 있는 처음 보는 이메일 계정이기 때문에
쉽게 뚫리지가 않았다.
아마 아내는 그래서 자신이 평소에 쓰던 두개의 계정이 아닌 전혀 새로운
메일 주소를 사용한 것일까?......
포기를 했다.
일단 아내와 아연이의 메일 내용들을 다 복사해서 노트북으로 옮겼다.
한숨만 나왔다.
아내에게 화가 난다기 보다는 내가 혹시 아내에게 지난 17년동안 정말
큰 상처를 준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자책감부터 들었다.
그래도 우리는 부부인데….
세상에 꼭 사랑하는 사람들만 결혼을 하는게 아닌데,
우리가 함께 살아온 날들 동안 들은 정이 있는데….
사랑에는 유효기간이 있다고 해도, 사랑은 식어버린다고 해도
사람이 사랑으로 사는게 아니라 정 때문에 사는것인데….
내가 아내한테 그렇게 악몽같은 사람이었을까?
나만 혼자 진짜 그렇게 미치게 사랑했던 것일까?
아내가 나를 보고 웃던 그 얼굴들은 가면이었을까?
아내는 나에게 엉덩이를 맞으면서 치욕을 느꼈을까?
머리속에 계속 의문만이 떠올랐다.
이제는 슬퍼서 절망하는것 보다는, 머리속이 복잡하게 얽히는것만 같았다.
컴퓨터를 정리하고 뒷방에서 나왔다.
잠을 잘수가 없었다.
너무 온몸에 힘이 빠져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며칠을 그렇게 힘 없이 보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도 아내가 어디서 사고가 나거나 실종된 것이 아니란것은
확인이 되었다.
자기가 내가 싫다고, 사랑하고 싶다고 기어나간 것을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있겠는가….
일단 아연이 앞에서 최대한 괜찮은 척을 하고 태연하게 지냈다.
아연이도 조금 조심스러워진것 같지만 나에게 아무런 티를 내지 않고
의연하게 지냈다.
아연이에게 저녁을 먹으면서 이야기 했다.
"아연아, 입시준비 하기 많이 힘들지?"
"뭐…괜찮아..입시 끝나고 겨울방학때 신나게 놀지 뭐….."
아연이는 밝게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아연아, 합격하고 아니고가 중요한게 아니라 얼마나 최선을 다했느냐가
더 중요한거니까 그냥 나중에 후회 안하게 최선을 다하자…..
그리고 합격 못해도 그날의 운때문일수도 있으니까….너무 절망같은건
하지 말자구….인생은 길어,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아연이에게 웃으면서 천천히 말을 했다.
아연이의 심적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었다.
"싫어, 난 꼭 합격할꺼야….
안 된다는 생각 한번도 해 본적 없어.
아빠….내가 좋아서 선택한 길이잖아.
나는 절대로 흔들리지 않아…."
아연이가 당찬 목소리로 말을 했다.
진짜로 피는 못속이는 법이다.
아연이의 당찬 목소리에서 오연지가 보였다.
오연지의 젊은 날이 말이다.
대기업 입사시험을 보러가기 전에 오연지도 저랬었다.
떨어지는 것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아내가 메일에 남겼듯이 아연이는 지 엄마를 꼭 빼닮은것 같았다.
악바리 근성이 말이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아연이는 지금 마음속으로 상처가 있을텐데 저렇게 강하게 버텨주니까
말이다.
나는 일단 아연이를 위해서 아무런 티도 내지 않기로 했다.
마회장에게 이야기를 했다.
아내가 딸에게 이메일을 보냈다고 대충의 내용을 설명해 주었다.
마회장은 내 이야기를 듣고 한숨을 쉬었다.
나는 솔직한 내 심정을 마회장에게 이야기 했다.
그냥 당분간 아내를 내버려두고 싶다고….
어차피 우리가 지금 발악을 한다고 해서 아내를 찾을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잠깐만 숨을 고르고 싶었다.
다른것보다 아연이를 위해서 말이다.
아연이에게 당장이라도 쟈니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 남자가 맞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죽어도 그 짓은 못할것 같았다.
아연이에게 그건 너무도 큰 상처가 될 것만 같았다.
아내도 중요하지만 아연이는 지금 성인이 아니다.
아연이를 보호하는게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바람나서 지 발로 기어나간년을 어떻게 한단말인가….
그냥 정신차리고 빨리 들어오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이혼? 웃기는 소리다.
죽어도 이혼 안해준다.
설령 남자랑 밖에 나가서 살림을 차렸다고 하더라도 이혼 안해준다.
죽는날까지 이혼 안해줄 것이다.
법적인 남편은 나 외에는 아무도 될 수 없었다.
돈…..필요없다.
아내와 아연이가 완전체로 있을때 돈도 빛이 나는 것이지…
아내가 없는데 이런 아파트가 내 이름으로 되었다고 한들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아차….
아내의 급여에서 자동이체되는 적금들이 상당히 많을텐데…..
오후에 조금 일찍 나와서 은행으로 가서 아내의 적금통장들을 다 조회해
보았다.
이제 직장을 그만두고 잠적했으니 돈이 들어올리가 없었다.
적금은 모두 해지되어 있었다.
나는 아내의 통장들을 모두 정리해 보았다.
적금은 모두 해지가 되어 있었고, 아내의 이름으로 된 급여통장에서 약간의
잔액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아내의 이름으로 된 금융자산이 모두 증발해 버렸다.
아내는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를 했던 것일까…..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 이름으로 된 공과금과 보험료가 자동이체되는
통장을 조회해 보았다.
이럴수가……
내 통장에 엄청난 거액이 8월중순에 입금이 되어 있었다.
적금을 해지한 금액들의 합계보다도 훨씬 많은 금액이었다.
아내는 자신의 이름으로 된 현금자산들을 모두 해지를 한 모양이었다.
더 이상 적금을 부을수 없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현금들을 모두 내 이름으로 된 공과금 통장으로 입금을
시켜놓은것 같았다.
어마어마한 액수였다.
이 정도의 현금이면, 아연이가 대학졸업할때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내가 당장 마대정보진흥을 때려치워도 아연이랑 나랑 먹고 사는건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졸지에 이 도시에서 제일 비싼 동네의 대형평수 아파트와 엄청난 액수의
현금통장을 지닌 부자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진심으로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이거 다시 다 가져가도 되니까, 아내가 다시 돌아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내는 나에게 있어 억만금을 주어도 바꿀수가 없는 그런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나에게 필요한건 돈이 아니라…..사랑하는 아내였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는 아직도 아내를 사랑한다.
짝사랑이면 어떻고, 외사랑이면 어떻단 말인가….
아내가 정말 보고 싶었지만, 이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짜 속수무책인
상황이었다.
아내도 아연이의 홈페이지를 매일 보았다고 했는데, 나도 아내의 메일을
본 이후로 아연이의 홈페이지를 매일 보았다.
아연이가 올렸던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꺼라는 게시물은 올린지 이틀인가만에
삭제가 된 것 같았다.
그리고 새로운 게시물이 올라왔다.
[기다릴꺼에요, 제발….내가 다 잘못했어요….]
아연이는 기다린다는 새로운 메모를 적은 게시물을 올렸다.
그리고 그걸 지우지 않았다.
아연이는 엄마가 돌아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대디 폴더에 아연이가 발표회가 끝나고 찍은 가족사진이 새로 올라왔다.
나와 아내 그리고 아연이가 같이 활짝 웃으면서 찍은 사진이었다.
아내의 사진이 드디어 아연이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것이었다.
아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아내의 얼굴이 말이다.
그리고 사진 아래 글이 써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우리 엄마…]
코끝이 시큰했다.
아연이가 나보다 나은것 같았다.
아내가 저 사진을 보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아내가 돌아온다면 그래준다면, 나는 진짜 앞으로 아내만을 위해서
살 것이다.
남자로써 병신같은 짓이겠지만, 쟈니를 만나던, 건이를 만나던 그냥 못본척
해줄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너무 치욕적이고 싫었지만…..그런 생각까지 했다.
그렇게 혼자 끙끙대면서 지내는동안 9월말이 가까워 오고 있었다.
아내가 없어진지 한달 가까이 지나가고 있었고, 나는 너무도 무기력하게만
지내고 있었다.
마회장도 너무 걱정이 되는지 내 눈치를 항상 살피는 것만 같았다.
홍콩쪽에서는 아직 아무런 소식도 없는것 같았다.
시골에 전화를 해서 엄마, 아버지에게 용돈을 좀 부친다고 말을 하면서
아연엄마가 해외지사일때문에 몇 달간 한국에 못온다고 이야기를 했다.
엄마나 아버지는 워낙 자주 있는일이라서 별로 대수롭게 생각하지도
않으시는것 같았다.
나는 억지로 더 열심히 지내야지….아연이를 위해서 내가 쓰러지면
안되지 하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운동하고, 더 많이 먹으려고 노력을 했다.
하지만, 점점 체중이 줄고 있는것 같았다.
이유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였다.
새벽에 항상 잠이 깼다.
아내없는 침대에서 혼자 일어나면, 거의 뜬눈으로 새벽을 보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아내가 메일에서 나한테도 편지를 남겼다고 했는데 그건 도대체 언제 오는
것일까?
한참 있다가 내가 그걸 보게 된다고 말한걸 보면 아내는 아직 그 편지를 나에게
보내지 않은 것인가?
집 컴퓨터에는 아무것도 남긴게 없었다.
그건 아연이의 메일을 해킹한 이후에 다 확인을 한 것이었다.
노트북이야 내가 사무실에 가지고 다니는것이니까 아내가 볼수도 없는것이고
말이다.
내 이메일 계정으로도 온게 아무것도 없었다.
아내는 미리 날짜를 예약을 해서 등기우편같은걸 보낸것일까?
생각해보니 이상했다.
핸드폰을 열어서 복사해놓은 아내의 메일을 다시 읽었다.
편지를 남겼다고 했는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새벽에 혼자 안방의 불을 켜고 아내의 물건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이런…아내의 보석함에 우리 엄마가 해준 아내의 결혼반지가 잘 담겨져 있었다.
아내가 놓고 나간 모양이었다.
나는 아내의 물건을 거의 다 뒤졌다.
아내는 특별히 가지고 간 물건도 거의 없는것 같았다.
값비싼 패물도 모두 놓고 나갔다.
진짜 몸만 빠져나간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아내의 옷들을 주머니까지 다 뒤졌다.
편지는 없었다.
진짜 시간이 지난후에 나중에 배달이 오는것일까?
이상한데….정말 메일에 남긴 아내의 문구가 읽을수록 이상했다.
아내가 안방이 아닌 다른방에 편지를 두었을리는 없다.
나와 같이 생활하는 안방이 아니고서야 아내의 물건이 있는곳이 많지
않았다.
나는 안방의 한쪽 모서리에 서서 안방을 쭈욱 둘러보았다.
장롱과 화장대는 모두살폈다.
심지어 장롱위까지 모두 다 살폈다.
그때 순간 무언가 번쩍하고 머리속에 떠오르는게 있었다.
아내가 침대위에서 오줌을 싸던 그 날이 생각이 났다.
침대커버….침대보….
설마….
나는 침대의 매트리스를 번쩍 들어올렸다.
이럴수가…..
매트리스 아래 커다란 서류봉투가 하나 있었다.
내가 한 달에 한 번씩 매트를 들어서 진드기 잡는 항균소독을 다 하고
침대커버와 이불들을 싹 교체한다는 것을 아내는 잘 알고 있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침대매트 아래 감추어져 있던 서류봉투를 열어보았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비아그라 직구
쏭두목
비와you
타르타로스
스타킹럽1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