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r내와 편.견 398~400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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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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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연이는 입시가 끝났는데도 공부를 열심히 하고 바이얼린 연습도
더 열심히 했다.
아침을 먹으면서 아연이에게 했다.
"아연아, 아빠 같으면 한 두어달은 공부도 안하고 바이얼린도 안하고
게임만 하고 놀기만 하겠다. 넌 지겹지도 않아?"
내 질문에 아연이는 질문이 부끄러워지는 대답을 했다.
"응, 고등학교 가서 창피당하기 싫어서…..
다들 공부도 잘하고 바이얼린도 각 예중에서 제일 잘하는 애들이
올텐데, 초반부터 밀리면 좀 그렇잖아….."
아연이는 대수롭지 않은듯 대답을 했다.
"나도 공부하기는 싫은데 공부야 뭐 어쩔수 없는거구….
엄마가 옛날에, 그랬잖…."
아연이는 자기도 모르게 엄마라는 말이 튀어나왔다가 입을 닫았다.
그리고 잠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공부와 관련 되어서는 엄마 이야기가 할게 많을텐데….
아연이는 엄마라는 이야기가 자기 입에서 나온걸 무척이나 당황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내가 아파할까봐 그런걸까? 아니면 자기가 엄마가 미워서 그런걸까…..
"아빠, 나 진짜 엄마 생각도 하기 싫은데 내 입에서 은연중에 엄마이야기가
나왔네…..
미안해 아빠…
옛날에 엄마가 공부는 하기싫어도 어차피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려면
죽을때까지 해야하는게 공부라고 했었거든, 그말이 생각나서 말이야.
아빠, 나 진짜 바보인가봐….이젠 다시는 엄마 이야기 안할껀데 말이야."
아연이도 나에게 엄마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많을것이다.
하다못해 험담이라도 말이다.
그리고 나도 아연이에게 아내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들이 많지만 참고 있다.
내가 아연이에게 입을 열었다.
"아연아 그럴 필요없어, 니가 어떻게 생각해도 엄마가 니 엄마인것은
변하지 않아. 그리고 아연아, 아연이한테 어떻게 이야기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난 엄마가 다시 아빠곁으로 돌아온다고 믿고 있거든…..
엄마 다시 오면 아빠는 엄마를 따뜻하게 맞아줄꺼야….
아연이가 힘들더라도 그런 아빠 결정은 존중해주면 좋겠어."
아연이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말을 했다.
"아빠는 화도 안나? 아빠 엄마한테 편지 받았지? 나 무슨 내용인지 보여주면
안될까?
아빠가 보여주면 나도 엄마가 나한테 쓴 메일 보여줄께…..
응….아빠 나 그것 좀 보여줘….."
"안돼 아연아, 그냥 어른들끼리의 대화야…..
그리고 아빠도 아연이가 받은 메일은 안볼꺼야….
아연아 아빠도 화가나지 왜 안나겠어….
그런데 말이야….
아빠는 아직도 엄마 사랑해…..
엄마 보고싶어….그리고 엄마한테 너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예고에
합격했다고 알려주고 싶어….."
콧잔등이 시큰해졌지만, 아연이 앞에서 질질 짤수는 없었다.
"………………….."
아연이는 내 말을 듣고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연이가 갑자기 먹고 있던 클램 차우더를 앞으로 밀더니 나에게 말을 했다.
"아빠, 나 이제 클램 차우더는 먹기 싫어. 이젠 이거 그만했으면 좋겠어…."
아내가 제일 좋아하던 요리중의 하나이다. 클램 차우더는 말이다.
아연이는 아내 때문에 그렇겠지….
"알았어, 아빠가 앞으로 클램차우더는 아침에 준비하지 않을께….
미안해 아연아…."
"아빠가 뭐가 미안해…..내가 반찬투정이나 하고 미안하지…."
"아빠는 엄마가 하도 좋아하던거라서…..그냥 저절로 익숙해졌나봐…."
내가 말끝을 흐리자…아연이가 고개를 들고 나에게 가볍게 언성을 높였다.
"아빠!!"
"아…미안 미안….."
이놈의 기집애 금이야 옥이야 어릴때부터 외동이라고 상감마마 모시듯이
곱게 키워놓았더니 아빠한테 언성이나 높이고….
초등학교 저학년때는 저녁에 욕실에서 볼일볼때도 내가 앞에 서 있어야
했었다.
귀신 나온다고 항상 화장실갈때는 내가 같이 가서 서있고는 했었다.
옛날 푸세식 화장실도 아니고 아파트 거실에서 욕실가는 것도
무서워 하던 아연이였는데….
그렇게 곱게 키워놓았더니, 아빠가 엄마 그리워하는걸 이해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긴 아연이도 답답할 것이다.
아연이는 나에게 소리지르고 싶을 것이다.
엄마가 젊은 놈팽이하고 달아난 것을 알고 있느냐고 나에게 소리지르고
싶겠지…..우리는 대놓고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임택봉이 온건이 민규를 비롯해서 아내의 기행과 만행들을
다 보고 살아오지 않았던가…..
돌아온다면, 그래주기만 한다면…..웃어줄텐데….
아내를 보고 웃어줄수 있을것만 같은데…
이젠 점점 더 멀어져 가는것만 같았다.
솔직한 심정으로 말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했는데 말이다.
나는 새벽에 아무도 몰래 혼자서 핸드폰에 저장해 놓은 아내가
마지막 이벤트를 해주었던 사진을 들여다 본다.
청바지에 흰남방을 입고 환하게 웃고있는 아내의 맨얼굴 사진이었다.
아내는 나와 헤어질 것이면서 왜 이런 이벤트를 해 준 것일까?
그동안 살아왔던 정때문에?
아니면 내가 불쌍해서?
나는 아연이의 말대로 그날 이후로 클램차우더는 더 이상 요리하지 않았다.
그리고 하나 바뀐게 있었다.
아연이는 홈페이지 주소를 바꾸어버렸다.
내가 핸드폰에 즐겨찾기 해 놓은 주소로 접속을 하니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할 수 없이 아연이의 컴퓨터를 다시 한 번 해킹을 해서 아연이가
새로운 주소로 기존의 홈페이지 데이터를 모두 옮긴것을 찾아내었다.
아연이는 홈페이지 주소 자체를 바꾸어 버린 것이었다.
아내는 더 이상 아연이의 주소를 접속하지 못할것이다.
혹시 모르지…외국에서 실력있는 해커를 고용해서 찾아낼지도 말이다.
그로부터 며칠뒤에 아연이의 계정으로 아내의 메일이 하나 도착을 했다.
도착한지 얼마 안 되는것 같았다.
아연이는 아직 확인전이었다.
나는 아연의 컴퓨터가 아닌 노트북으로 메일 확인을 했다.
…………………………………………………………………………………………..
아연아, 예고에 합격한거 축하해.
엄마가 함께 해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엄마 너무 밉지?
엄마는 우리 아연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엄마가 아연이한테 합격기념으로 작은 선물을 하나 하고 싶은데…
엄마는 밉더라도 아연이가 기쁘게 받아주면 좋겠어.
아연아 정말 사랑해.
……………………………………………………………………………………………
아내는 건강하게 잘 지내는 모양이었다.
망할년…..
내 이메일 주소는 모르나?
나한테도 무슨 소식이라도 좀 보내주면 안되나? 나한테는 망할놈의
변호사들이나 보내고 말이다….
그로부터 며칠뒤에 낮에 사무실로 DHL직원이 소포를 가지고 왔다.
나는 마회장이 외국에서 드론 부품을 구매한것인줄 알고 받아놓으려고
했다.
마회장은 고객을 만나러 외근중이었다.
그런데 DHL직원은 내 이름이 적힌 물건을 건네면서 나를 찾았다.
너무 놀라웠다.
내가 발신자가 누구냐고 물어보니까 DHL홍콩지사라는 것 외에는
발신자가 없다고 했다.
나는 제법 크기는 컸으나 크기에 비해서무게는 조금 가벼운듯한 소포를
뜯어보았다.
소포를 뜯으니 뽁뽁이 비닐로 칭칭 감긴 또 다른 상자가 나왔다.
그리고 그 상자안에 다시 완충제인 스폰지들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제일 안쪽에 보기만 해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갈색의 가죽으로
뒤덮인 바이얼린 하드케이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하드케이스를 열어보았다.
내가 아무리 악기에 문외한이지만 그래도 아연이가 꼬맹이때부터 바이얼린을
하는걸 따라다닌 학부모였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고악기인것 같았다.
바이얼린은 오래된 고악기일수록 고가의 제품이 많았다.
물론 관리가 잘 된 제품들 말이다.
아연이가 지금 쓰는것보다 진짜 웬지 모를 그런 근사한 포스가 풍기는
그런 바이얼린이 하드케이스 안에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쪽지가 들어 있었다.
[아연아, 예고합격 축하해
정말 대견하고 멋지다.
엄마가…]
아내였다.
아내가 아연이의 메일로 말했던 선물이 새 바이얼린이였던 모양이었다.
나는 퇴근을 해서 저녁에 아연이에게 바이얼린을 내밀었다.
그리고 아내의 쪽지도 말이다.
나는 혹시나 아연이가 화부터 낼까봐 아연이가 저녁을 다 먹고
티브이를 보고 기분이 좋을때 일부러 바이얼린을 내밀었다.
아연이는 쪽지를 보고 바이얼린을 한참을 보았다.
그러더니 아무 말 없이 하드케이스는 내버려 두고 쪽지와 바이얼린만
들고 자기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아연이가 그래도 화를 내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상당히 심사숙고 해서 골랐을 악기인데…
아내가 밉더라도 악기는 잘 사용하면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연이는 악기를 천천히 자세히 보기 위해서 자신의 방으로 악기를
가지고 간 것일까?
그런데 잠시후 아연이의 방에서 우당탕 뭔가를 때려부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불길한 생각에 아연이의 방을 향해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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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연이의 방문은 잠겨 있었다.
"아연아…아연아 뭐하는거야? 문열어봐…"
아연이의 방문은 열리지 않았다.
나는 방문위마다 일일이 문이 잠길때를 대비해서 핀을 올려 놓았기에
그걸 꺼내어 바로 문을 열었다.
나는 아연이의 방을 보고서는 너무 놀라서 뭐라고 할말을 잃어버렸다.
바이얼린이 부서진채 방바닥에 있었고, 그 위에 아내의 쪽지가
조각조각 찢어진채 뿌려져 있었다.
아연이는 그것을 자신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아연이는 사진을 다 찍은후에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아연이에게 언성을 높여서 소리지르듯이 말을 했다.
"아연아, 이게 무슨짓이야, 쓰기 싫으면 말지 이걸 때려부수면 어떻게 해….."
아연이는 내가 소리를 지르자 깜짝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아….아빠……"
"편아연, 넌 니가 잘나서 좋은 악기에 좋은 집에 사는줄 알아?
엄마 아빠가 젊어서 진짜 안먹고 안쓰고 아껴서 그렇게 살아서 그런거야….
어떻게 물건을 때려부숴….엄마가 미우면 그냥 안쓰면 되잖아….
엄마 돌려주면 되잖아….
이게 뭐야….
너 이런 나쁜 버릇 생기면 나중에 화날때마다 물건 때려부수고 밥상 들어엎고
그럴꺼야?
아빠 진짜 화가난다….
세상에서 화난다고 물건이나 기물을 때려부수는게 제일 바보같은
사람들이야…."
나는 아연이를 쳐다보면서 흥분한채로 말을 했다.
내가 아연이한테 이렇게 화를 내었던 적이 있을까?
아마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바이얼린이 아까워서라기보다는 내가 어릴때 우리 아버지한테 그렇게
배웠다.
어릴때 사촌형이 화가 난다고 집에서 쓰던 의자를 들어서 던져버렸다가
우리 아버지한테 진짜 눈물이 쏙 나도록 혼났던걸 본 기억이 있었다.
어릴때 무얼 떄려부수는 애들이 커서 집안살림 다 때려부순다고
아버지는 사촌임에도 불구하고 형을 눈물을 쪽 빼도록 혼을 낸 적이 있었다.
나는 그걸 보고 자랐었다.
아연이가 저렇게 뭘 부순걸 보는건 처음이었다.
이게 다 망할놈의 오연지 때문이다.
법없이 살아도 되는 아연이가 누구 때문에 저렇게 과격하게 변한것인가…..
내가 화를 내자 아연이는 침대에 걸터앉아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
아연이한테 미안하기도 했지만, 잠시 울게 내버려 두는게 더 나을것 같았다.
나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부서진 바이얼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걸 거실로 가지고 나가서 하드케이스 위에 올려서 안방에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작은 진공청소기로 아연이 방에 어지렵혀진 쪽지조각들을 다 빨아
들였다.
아연이한테 화를 낸건 잘못한거지만, 아내의 일을 떠나서 잘못한건
혼을 내야만 했다.
이제 어쩌면 진짜 아연이를 엄마 없이 혼자 키워야 할지도 모른다.
나중에 바른 성인이 되려면 잘못한건 분명히 혼을 내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아연이는 오늘일로 인해서 아무리 화가 나도 절대로 물건을 때려부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부숴도 집안의 살림을 부수면 안된다.
나도 어릴때 사촌형이 아버지한테 혼나는것을 본 이후로는 절대로 살림은
부수지 않았다.
길에서 돌멩이를 걷어차서 발가락이 부러지는 한이 있어도
내 집안의 물건을 부수는 일은 평생 없었다.
앞으로도 없을것이고 말이다.
그렇게 한시간 정도 지나고 나서 아연이의 방에 들어갔다.
아연이는 울음을 멈추었는지 침대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나는 아연이 옆에 걸터앉았다.
"아연아, 아빠가 소리 질러서 미안해….."
"……………."
아연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어릴때 내가 보았던 사촌형이 화난다고 의자를 때려부수었던 이야기를
아연이에게 천천히 해주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사촌한테까지 그렇게 죽일듯이 화를 내셨던 그 이야기를
모두 다 아연이에게 해 주었다.
내가 어릴때 내가 교육받은 이야기를 아연이게 다 해주었다.
내가 그렇게 화를 낸 이유까지 말이다.
아연이는 이야기를 다 듣고 나에게 말을 했다.
"아빠….미안해….정말 너무 화가나서….나도 모르게….."
"아니야, 괜찮아…..아빠는 있잖아….우리 아연이 마음 이해해….
화가 나는것도 다 이해해…..
하지만 아연아…..엄마가 미우면 그냥 엄마한테 무관심 해버리면 되는거야….
세상에서 제일 큰 복수는 말이야…
그냥 신경 안쓰는거야….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잖아….
사랑의 반대는 무관심이야…."
아연이가 나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가 화낸건 진짜 미안해….아까 이렇게 다 이야기 했으면 아연이가
잘 알아들었을텐데….."
"아빠……
나 엄마 없어도 진짜 괜찮아…
아빠가 힘들어 할까봐, 엄마가 돌아오기를 바랬던 적도 있었는데….
이젠 아니야….
아빠 나 신경 쓰지말고 아빠도 아빠 좋아하는 여자 만나면 안돼?"
휴우…열여섯 아이 입에서 저런말까지 나오게 하다니…
오연지 진짜….너란 여자는……
"아빠는 아연이 시집가기전에는 절대 누구 만날 생각 없어…
그런 이야기는 해봤자 입 아프니까 앞으로는 하지말어….."
내가 웃으면서 말을 했다.
다음날 아침 아연이는 평소처럼 나와 웃으면서 아침을 먹고 등교를 했다.
그래도 잘 마무리가 되어서 다행이었다.
나는 출근을 하기전에 아내의 서랍에 있는 명함들을 뒤져서
수제바이얼린을 취급하는 곳의 연락처를 찾았다.
아내가 분명히 연락처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명함이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바이얼린 제작 기술을 익히고 돌아온 유명한 분이라고
했던 기억이 들었다.
오전에 회사에서 일을 하고 오후에 시간을 내어 부서진 바이얼린을 가지고
수제바이얼린 전문점을 찾아갔다.
바이얼린 장인이라는 50대의 남자가 부서진 바이얼린을 보더니 나를
보고 말을 했다.
"이…이거 어디서 난 겁니까?"
"아…네….외국에서 들여온건데요, 이게 실수로 좀 파손이 되어서요….
혹시 수리가 가능할까요?"
남자는 안경을 고쳐쓰더니 나를 다시 한 번 뚫어지게 쳐다보고는 말을 했다.
"지금 수리가 문제가 아니라, 이게 어떤 악기인지 알고는 계신건가요?"
나는 속으로 살짝 짜증이 났다.
거 씨발놈이 참 말이 많았다.
수리가 가능하냐 아니냐….딱 봐서 진단내리고 기면 수리비가 얼마다
하고 견적을 뽑아주면 될것이고 아니면 가라고 하면 될것을….
이탈리아에 가서 쪼개는것만 배우고 왔는지 계속 물어보기만 했다.
나는 하는수 없이 대답을 했다.
"네….바이얼린이라는 악기 입니다."
남자는 내 엉뚱한 대답에 웃지도 않고 나에게 말을 했다.
"나에게 이 악기를 파시겠습니까?"
아니 고쳐달라니까 자기한테 악기를 팔라고 한다.
"아니요 사장님, 제가 이 악기를 팔려는게 아니라요 그냥 수리가 가능한지
알아보려고 왔습니다."
남자는 한숨을 내쉬더니 말을 했다.
"그러면 선생님, 내가 이 악기를 그냥 무료로 고쳐드릴테니까
부탁하나만 드리면 안될까요?"
나는 깜짝 놀랐지만 일부러 안놀라는척을 했다.
속으로 마지노선이 수리비 이백 이상이면 그냥 부서진채로 보관을 하고
이백 이하면 돈내고 수리를 하려고 했었다.
아내에게 이야기 듣기로 이 냥반이 바이얼린 제작을 직접 할 수 있는
분이라서 웬만한건 다 수리를 한다고 들었던것 같았다.
그래서 이백을 생각했는데 공짜로 수리를 해준다고 한다….
이렇게 고마울때가…..
뭔 부탁인지는 모르겠지만 수리비와 퉁을 친다고 하면 후장 대달라고
하는것 말고는 다 해줄수 있을것 같았다.
"네…사장님, 어떤 부탁이신지?"
"내가 이 악기를 좀 느껴보고 싶습니다.
완전히 분해해서 사이즈 다 재고 나무 결 다 파악하고 사진찍고
그런 완전 분해후 재 조립을 해서 내가 이 악기를 좀 공부하려고 하는데….
그걸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시간은 한 달 정도면 되겠습니다. 제가 완벽하게 수리를 해드릴테니까
부탁을 드립니다."
"아…수리가 한 달 걸린다구요? 뭐 그거야 사장님이 알아서 해주시기
바랍니다. 저야 수리만 해주시면 상관없습니다…."
나는 흔쾌히 대답을 했다.
바이얼린 장인이라는 남자가 천천히 말을 했다.
"선생님, 이 악기 소유는 선생님것이 맞으시죠?"
"네…..제 악기가 맞습니다."
"선생님, 왜람된 말같지만 이 악기에 대해서 전혀 모르시고 계시는군요….."
남자가 말을 했다.
내가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남자는 내 말을 자르고 말을 했다.
"이건 부르는게 값인 명기 입니다.
지금 유통되고 있는게 몇 점 되지도 않을텐데 이걸 어떻게 구하셨는지요?
게다가 위조품도 아니고 진자 정품이군요…..
정말 가슴이 뜁니다.
저는 이 악기 이미테이션들만 다루었는데…국내에 이 정품이 들어와서
이렇게 부서진걸 보니까 진짜 너무 황당하면서도 반가울 다름입니다….
제가 이 악기를 공부해서 이미테이션을 한 번 만들어보겠습니다.
바이얼린 장인들은요….이 악기 이미테이션을 가지고 더 나은 소리를
찾는다는….그런 말도 못하게 소중한 악기입니다…."
"이…이게 그럼 얼마나 하나요?"
나는 장인에게 물었다.
장인이 나에게 다시 말을 했다.
"가격이 없어요. 부르는게 값입니다.
왜냐하면 유럽에 소유하고 있는 귀족의 후예들은 많지만 유통을 안시켜요…
다들 집안의 가보식으로 자신의 후손들에게 물려주니까 말입니다….
정말 소중한 악기 입니다….."
나는 속으로 이 새끼가 혹시 모조품하고 바꿔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했지만, 공짜로 고쳐준다는데 의심을 할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진짜 그렇게 좋은 악기면 아무데나가서 대충 고칠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저녁에 아연이를 재우고 아연이 새로 옮긴 홈페이지도 확인을 하고
아연이 메일 계정도 확인을 했다.
이런……
나는 아연이 메일계정을 보고 할말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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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연이는 어제 밤에 나에게 혼난 이후에 자기전에 자기 엄마한테
기어코 메일을 보낸것 같았다.
아내가 보낸 메일에 답장으로 메일을 보낸 것이었다.
아연이는 글씨는 단 한마디도 쓰지 않고 메일 제목도 쓰지 않았다.
다만 첨부파일로 부서진 바이얼린 위에 쪽지가 갈기갈기 찢어져
있는 사진을 올렸다.
부서진 바이얼린과 쪽지조각이 너무도 선명하게 메일에 첨부가 되어
있었다.
나는 한숨을 쉬면서 메일을 닫았다.
아내가 저 악기를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공을 많이
들여서 준비했을텐데…..
저렇게 사정없이 박살난 사진을 보면, 분명히 눈물부터 흘릴것 같았다.
머리좋은 아내는 이제 느낄것이다. 어설픈 메일 자꾸 보내봐야 아연이만
긁는 효과가 나올것이라는 걸 말이다.
아연이에게는 차라리 엄마가 자연스럽게 그리워지도록 시간을 두고
내버려두는게 나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연이의 합격후에는 세상에 급한게 별로 없었다.
웃을일도 별로 없고, 울 일도 없었다.
아연이는 바이얼린 때문에 그 난리를 친 이후로는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었다.
11월말이 되었다.
아직 많이 추워지지는 않았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했다.
하지만 낮에는 아직도 햇볕이 따뜻한게 늦가을 분위기가 나고 있었다.
영식이는 체육관에 이제 거의 매일 나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주류배달 하다가 쉴때는 아예 우리 건물앞에 차를 대 놓고
동네 터줏대감노릇을 하려고 하고 있었다.
영식이와 햇볕이 좋은 오후에 건물 앞 벤치에 앉아서 노가리를 풀고
있었다.
마회장은 외근중이고 오후에 동영상 작업도 다 해놔서 창문밖을 보다가
영식이 트럭이 마침 들어오길래 아래로 내려왔다.
"술이나 열심히 배달해…왜 자꾸 여기서 개기냐…..
너 아침에 운동도 하고 갔잖아…."
내가 영식이를 보고 핀잔을 주었다.
영식이는 대답은 안하고 딴소리를 했다.
"견아 심심한데 술이나 퍼 마시자….
노래방이나 오랜만에 갈까?"
"아연이 방학하면 마시자….너랑 술 먹으면 하룻밤 꼬박 세우는데…
아연이 방학하면 시골 할머니네 내려갈꺼니까 그때 마시자…."
"아….방학 언제하나…술 땡기는데…"
영식이가 입맛을 다시면서 말을 했다.
"야, 저기 가서 감자핫도그나 좀 사와라 졸라 맛있어 보인다."
나는 노점에서 파는 감자를 숭숭 썰어서 핫도그 표면에 듬쁙 발라서
튀겨낸 감자핫도그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말을 했다.
"돈…"
영식이가 두 손을 내밀면서 말을 했다.
"에이….시팔…"
나는 주머니에서 만원짜리를 꺼내서 주었다.
내가 가서 사면 뚱뚱한놈이 군것질한다고 사람들이 흉볼까봐 조금
쪽팔린 생각이 들었다.
영식이가 노점에서 감자핫도그를 사왔다.
망할놈 네개를 사와서 두개씩 먹으면 되는데 달랑 두개만 사왔다.
"잔돈 내놔…"
"좆까…심부름값…"
영식이는 웃으면서 손으로 좆을 만들어서 나에게 내밀었다.
우리는 늦가을의 따뜻한 오후 햇살을 쬐면서 감자핫도그를 뜯어 먹고
있었다.
그때였다.
전화가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핸드폰 번호는 아니고 개인집이나 사무실인것 같았다.
일단 받았다. 고객일수가 있었다.
"여보세요?"
"편견씨 오랜만이네요…."
이런 목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딱 알수가 있다.
흰피부에 검은털….임연수였다.
"왜 병원 안와요…약 다 떨어진지 한참 된 것 같은데 말이에요…."
나는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다.
"요새 혈압은 일주일에 한두번씩 재는데…약 안먹어도 정상혈압 나와요.
보통 125에 80이나 130에 80나와요…..
그 이상은 안넘어가요…"
"그래요? 하여간에 병원에 조만간 한 번 나와봐요…
내가 확인해 볼테니까요…."
"네…선생님…."
그래도 걱정을 해 주니까 싫지는 않았다.
"근데요, 연지언니 어디 갔어요?
얼마전에 모임 있었는데 나오지도 않고, 총무가 그러는데 연락 자체가
안된데요….."
나는 급하게 얼버무렸다.
"아…해외에 급한일이 있어서 몇 달…아니 좀 오래 외국에 있어야 하나봐요….
다녀오면 다시 연락할꺼에요…걱정 마세요….."
나는 대충 둘러대고 임연수와의 통화를 끝냈다.
말이 길어지면 거짓말이 티가 나는 법이었다.
진짜 오랜만에 임연수의 목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나도 신기했다.
분명히 체중은 거의 비슷한것 같은데 혈압이 내려가고 있었다.
나는 내 배를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배가 조금 들어간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도무지 알수가 없었다.
"영식아 내 배가 좀 들어갔냐?"
"몰랐냐 병신아….연지 집 나가고 집에서 졸라게 딸딸이만 치니까
지 아무리 똥배 아니라 돌배라도 견디겠냐…..
기어 들어가야지…"
"아니…씨발놈아 잘 봐봐 진짜로 좀 들어간 것 같은지 말이야….
살은 안빠지는것 같은데 혈압이 조금씩 내려가고 있어서 말이야.
요새는 약도 거의 안먹거든…."
영식이는 감자핫도그를 입에 물고 옆에서 내 배를 유심히 보았다.
"그러고 보니 배가 좀 들어가 보이는것 같기도 하다.
옛날에는 완전히 남산만했는데 조금 들어간것 같기도 하고….
에이…시팔 몰라….
니 몸 니가 제일 잘알지 왜 나한테 물어봐…."
영식이는 내 팔을 만져보더니 말을 했다.
"아….시팔….팔이 어떻게 나이가 쳐먹을수록 더 굵어지냐….
가만히 있어도 삼두가 딴딴하네…..시팔 이러다가 근육 터진다….
푸쉬업 좀 그만해 병신아…."
영식이가 내 삼두를 만지면서 지랄을 했다.
"니미 푸쉬업 없었으면 우울증 걸려서 뒈졌을지도 몰라……
연지가 보고 싶다….."
"에이 시팔 그만 좀 해….언젠가는 오겠지 뭐…..
설마 평생 그러겠냐…..자식이 한국에 있는데…."
영식이는 핫도그를 먹으면서 건성으로 대답을 했다.
그때였다.
"야….견아…저…저기 그때 그 병신들 아니냐…….저기 맞지? 맞는것 같은데…"
나는 길가를 보았다.
영식이 트럭뒤에 고급 승용차 한대가 세워지고 사람들이 거기에서 내려서
우리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때 그 남자 변호사와 여자 변호사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둘만이 아니었다.
키가 훤칠하게 크고 떡대가 장난이 아닌 검정 양복에 안에는 흰셔츠를 안 입고
검정 티셔츠를 받쳐입은 살벌해 보이는 인상의 40대 남자가 같이 오고 있었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고 눈매가 장난이 아니었다.
"겨….견아….저….저 씨발놈….재봉이 아니냐…김재봉…."
영식이가 입을 떨면서 말을 했다.
서…설마…..진짜 김재봉이인가?
나는 두 남녀 변호사 뒤에 서 있는 남자를 자세히 보았다.
이십여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분명히 김재봉이었다.
우리보다 한다리인가 나이가 많은 체대출신의 복서….
우리가 동아리 대항전에서 좆뺑이 칠때 MBC신인왕전 미들급에서
우승을 했던 김재봉……
그리고 그 이후에 아마 한국챔피언인가 까지 했던걸로 기억이 나는데…
일반인들은 재봉이가 누구인지 전혀 모르겠지만 우리 나이 또래에 복싱을
하는 놈들치고 재봉이를 모르면 간첩이었다.
그 정도로 막강한 녀석이었다.
박종팔의 뒤를 이을 재목이라고 했었는데 대학 졸업전에 교통사고로
맛탱이가 가서 동양챔피언까지는 못하고 한국챔피언까지만 한 것으로
기억나는 김재봉이었다.
"아니 저 개새끼가 왜 저기 서 있지? 설마 해결사인가?"
영식이가 나에게 소근대었다.
나도 긴장이 되었다.
맞장을 떠본적은 없지만 김재봉이는 진짜 프로다, 나나 영식이가 대적할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게다가 김재봉이는 현역시절 미들급이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김재봉이 떡대가 옛날보다 더 좋아진것 같았다.
체중이야 내가 더 나가겠지만 전체적인 떡대가 나한테
밀릴것이 전혀 없는 당당한 체구였다.
그리고 이상하게 옛날부터 김재봉이만 보면 후달렸던건 사실이었다.
김재봉이의 경기를 영식이랑 다른 친구들하고 가서 몇 번을 본 적이 있는데
당시 미들급의 파워중에서는 진짜 최강이었다.
큰 키에서 내려꽂는 스트레이트는 진짜 일품이었다.
"영식아, 난 재봉이는 별로 상대하고 싶지 않다. 난 옛날부터 저 새끼
졸라 무서워 했었어….저 새끼가 우리보다 한두다리인가 선배잖아…."
내가 영식이에게 말을 했다.
"니가 무서울 정도면 나는 어떨까? 나는 지금 졸라게 오줌이 마렵다…."
나는 영식이에게 말을 했다.
"씨발놈아 넌 특공대 출신이잖아….팀 스프리트 훈련 한다고 생각하고
적을 격파해봐 이 병신아….."
"조까네….재봉이 주먹봐라…..저 새끼 요즘도 운동 하나 보다…."
우리 앞에 거의 다 다가온 재봉이의 주먹을 보았다.
진짜 일반인들의 주먹하고는 완전히 다른 각진 주먹이었다.
저 주먹에 스치기만 해도 진짜 졸라게 아플것 같았다.
어설픈 복서 두명이 같이 덤벼봤자 진짜 프로한테는 안될텐데….
시팔….그나저나 대단했다.
저 변호사들이 재봉이를 어떻게 섭외를 했지…
내가 복서인걸 알고 복서출신 해결사를 구한건가…
진짜 대단했다.
복서를 잡으려면 더 센 복서를 구하면 그건 직빵이었다.
나는 진짜 후달림을 느꼈다.
40대 들어서 처음인것 같았다.
진짜 싸움은 붙어봐야 알겠지만 20대때 정신적으로 한박자 꿇리고
들어갔던 상대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전의가 살아나지 않았다.
"편견씨, 오랜만이죠……오늘 우리 합의할게 좀 있네요….
이혼 이야기 오늘 좀 끝냈으면 좋겠습니다.
서명할 서류가 한두개가 아니니까 저기 커피전문점으로 좀 들어가시죠…."
"시..싫어요…."
나는 재봉이 때문에 쫄고 있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내가 우수꽝스럽게 대답을 하자 뒤에 서있던 재봉이가 나서면서
나에게 말을 했다.
"편견씨 혹시 나 알아요?"
김재봉이 나를 노려보면서 물었다.
알기야 졸라게 잘 알지만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는 아니었다.
안다고 말하기가 더 쪽팔렸다.
"아…아니요…"
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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