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r내와 편.견 309~311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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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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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장소는 내가 정한 곳이었다.
그 장소를 정한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내가 찍기가 편하다는 것….
나는 회사에서 금요일날 퇴근할때 제일 망원이 잘 되는 고성능 렌즈를
가지고 퇴근을 했다.
카메라 바디는 필요없었다.
쟈니가 준 카메라에 장착을 해서 쓰면 되니까 말이다.
쟈니가 준 렌즈도 망원이 되는 것이지만 회사에서 쓰는 고성능보다는
거리나 성능면에서 조금 약한 면이 있었다.
지피에스를 따라서 갈 필요도 없었다.
나는 약속한 커피숖의 내부가 잘 보이는 그런 위치에 차를 세우고 망원렌즈로
유리창 안쪽의 커피숖 내부를 보고 있었다.
참 바른 녀석이다
약속시간 아직 15분 전인데 벌써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반면에 나보다 집에서 먼저 출발한 아내는 아직도 도착하지 않고 있었다.
천천히 오는건지, 아니면 어디를 들렀다가 올 생각인지 말이다.
도청장치는 배터리때문에 아껴써야 하기 때문에 아내가 여기 도착하면
가동을 하려고 했는데, 아내가 약속시간이 다 되었는데 아직 오지 않아서
장치를 작동을 시켰다.
접속신호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아내가 아직 신호 반경내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너무 초소형이기 때문에 녹음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쏘아주는
무전기 같은 방식이라서 아내가 어느 정도의 거리 이내에 들어와야만 한다.
나는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아내의 지피에스 신호를 확인했다.
도청기와 겸용으로 쓰는 도청장치의 지피에스는 아직 가동을 시키지 않았다.
아내의 지갑에도 숨길 정도의 초소형이라서 역시 문제는 배터리였다.
지피에스를 작동시키지 않으면 그만큼 배터리 소모를 하지 않으니까
도청에 집중을 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아내의 차에 숨긴 지피에스가 신호를 보내주고 있었다.
아내는 이쪽으로 오고 있는건 확실했다.
아내가 건물 뒤쪽의 공영주차장쪽으로 들어가는 모양이었다.
이 근처는 차를 대기가 편한곳이었다.
복잡한 시내기는 했지만 내가 일부러 아내가 차 대기 편하라고
이런 장소를 택한것이었다.
물론 일순위는 내가 몰래 망원으로 보는게 가능한 장소중에서 고른 것이지만
말이다…
귀에 꽂은 무선 이어폰에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내가 점점 근거리로 들어온다는 이야기 였다.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내는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차소리와, 소음과, 그리고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내의 목소리는 조금 빠른듯한 영어목소리였다.
집중을 했다.
계속 달러 달러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을 보니까 업무관련 전화인것
같았다.
달러라는 단어가 계속 나왔다.
아내의 모습이 커피숖 앞에 보였다.
아내는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커피숖 입구에 서서 전화를 받고 있었다.
그 목소리는 내 귀에 장착한 이어폰에 생생하게 들리고 있었고,
아내의 모습은 내가 보고 있는 망원렌즈에 생생하게 보이고 있었다.
아내의 통화가 끊겼다.
아내의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최대배율로 당겨 보았다.
아내는 화장을 고쳤다.
그러면 그렇지….
아내가 어쩐지 거의 안하다시피한 수수한 화장으로 나간다고 했다.
아내는 눈화장도 새로 한 것 같았고, 입술도 빨간 립스틱으로 새로
칠하고 있었다.
예쁜건 사실이었다.
진짜 이쁘다….
집에서 나갈때보다 진짜로 열살은 젊어보였다.
청바지까지 입어서 그런지 진짜로 미스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저걸 누가 마흔살이나 먹은 중학생의 학부형으로 보겠는가….
온건에게 마지막으로 이쁘게 보이고 싶었을까?
저건 아내가 나쁘고 음탕한 여자라서 그런게 아니라 세상 모든 여자들은
다 마찬가지일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내는 콤팩트로 얼굴을 한 번 다시 들여다 보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망원렌즈로 온건이가 앉아 있는 자리를 보았다.
온건이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아…진짜 잘생겼다.
잘생긴 놈이 진짜 옷태도 멋진것 같았다.
네이비색 자켓에 수수한 캐쥬얼을 입고 나온 온건이의 모습이 보였다.
네이비색 자켓에 노타이의 단정한 녀석의 모습을 보니까,
아주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 한 편이 머리속에 떠올랐다.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였다.
그 영화에 나오는 사립학교 애들의 교복차림이 생각이 났다.
늘씬한 키에 잘 생기고 단정한 외모들…..
지금 온건이의 차림이 마치 외국 사립학교의 단정한 청년들의
차림을 떠올리게 했다.
갑자기 그 영화의 마지막 장면중에 하나가 생각이 났다.
권총자살을 한 학생의 생각이 말이다.
나는 그 장면을 보고 아주 오래전에 진짜로 많은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었다.
그리고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그 장면이 잊혀지지 않았다.
그렇게 힘들면, 달아나서 가출을 하거나 피할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지…
권총으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해버린 영화속 학생의 행동에 진짜로
많은 충격을 받았었다…..
갑자기 왜 그 영화가 떠오르는지…….
머리 스타일도 참 단정하고 옷입은 스타일이 참 꾸미지 않은듯 하지만
은근히 멋이 있었다.
나도 한 다섯살만 젊었어도 저렇게 한번 입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녀석은 고맙게도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 앉았다.
아내와 녀석의 모습이 너무나도 망원에 잘 잡혔다.
아내가 녀석에게 다가서자 녀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누나…."
녀석의 떨리는 목소리가 내 귀에 생생히 들렸다.
도청기 성능 진짜로 끝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온건의 앞쪽 의자에 앉았다.
아내는 청바지를 입은 늘씬한 다리를 꼬고 앉았다.
아내가 온건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말을 했다.
"건아, 잘 있었어? 얼굴 좋아보인다…"
"누….누나 어떻게……나한테 그렇게…..아니..아니…
누나….나 누나 너무 보고 싶었어요….."
아내가 아주 나즈막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미안해, 건아….."
"아차…내 정신 좀 봐……누나 뭐 마실래요?"
"응, 그냥 아무거나….."
온건이 일어나서 카운터로 가서 주문을 하는것 같았다.
그리고 벨을 받아서 자리로 돌아 왔다.
"나 많이 밉지? 거짓말 한거 미안해 건아…."
아내가 온건에게 말을 했다.
"아니…..아니요……누나….난 아직도 누나가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저씨가 그때 그랬어요…..누나 남편분이요……
누나게 나에게 말했던 누나의 모든것들이, 어쩌면 진짜로 누나가
누리고 살았을 일들이라고 말해주셨어요….
그냥 거짓은 아니라고….
아저씨가 그렇게 저에게 말 해주셨었어요……"
"………………"
아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누나 그동안 제가 보냈던 문자들은 다 보셨죠? 그렇죠?"
아내가 고개를 끄덕이는것이 보였다.
"누나, 누나 얼굴을 다시 보게되면 꼭 하고 싶은 말들이 참 많았는데
누나 얼굴을 다시 보니까 아무런 말도 생각이 나지 않아요.
우리 많이 좋았잖아요. 우리 만나서 단 한 번도 싸운적 없었잖아요….
난 누나가 유부녀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도, 단 한 번도 누나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았어요…..
누나 하나만 확인해 주세요. 우리 사랑은 진짜였죠? 그랬던거죠……."
아내는 잠깐 가만히 있다가 아주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응, 건아….누나도 건이 진짜로 좋아했었어…..진짜로 연애 감정 느끼고
마음 설렌거 진짜야…..
하지만 모든게 다 밝혀졌는데…..
이제 그게 무슨 소용이야…."
"…………………"
온건이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두 사람의 침묵을 깨고 테이블위의 벨에 진동이 울리는것 같았다.
이어폰에까지 드르르륵하고 테이블이 떨리는 소리가 들렸다.
온건이가 일어나더니 쟁반에 커피를 받아서 가지고 왔다.
생크림이 듬뿍 올려져 있는 맛있어 보이는 커피였다.
나도 저게 먹고 싶었다.
아내와 건이는 잠시동안 그냥 소소하게 사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아내가 건이에게 학교일들을 물어보았다.
"누나도 우리학교 경제학과 출신이라면서요?"
온건이가 아내에게 말을 했다.
"응, 건아 미안해….."
"선배님인줄 모르고…..제가 까분게 되네요….."
온건이 가볍게 웃으면서 아내에게 말을 했다.
"건아 그러지말어…..누나가 진짜 건이한테 미안한게 너무 많아,
그냥 건이를 피한건, 건이가 싫어져서가 아니야…..건이한테
너무 미안해서, 건이를 볼 자신이 없었어…
그리고 나는 작년에 남편이 바로 건이를 찾아낼줄 알았어…..
건이를 지켜주고 싶었어. 진심이야….."
저런 잡년….나를 그렇게 좀 지켜주지……
"건아 진짜 미안해…."
아내가 테이블 위에 놓인 온건이의 하얗고 긴 손에 아내가 살포시
손을 올려 놓았다.
"저기…누나…아저씨가, 누나한테 손대지 말라고 부탁 하셨어요…."
온건이 아내를 보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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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을 했다.
"건아….걱정하지 말아…..건이가 누나 손 잡은거 아니잖아….
누나가 건이 손 잡은거잖아…."
아내가 온건에게 말을 했다.
온건은 손을 빼지 않았다.
나는 아내와 온건의 모습 전체를 잡고 있는 장면에서 줌을 더 당겨서
두 사람의 손을 자세히 보았다.
아내가 온건의 손에 깍지를 끼는것 같았다.
그렇게 깍지까지 껴서 손을 꽉 잡고서 그 손을 놓지 않았다.
"누나, 아저씨 참 좋은 사람 같아요….."
이런이런…..저런 기특한 녀석을 보았나…
저 시키가 내가 도청을 하고 있는걸 알고 있나? 어떻게 저렇게 기특한
소리를 하는지 잘생긴 얼굴이 더 잘생겨보이는 것 같았다.
"교수님이 아저씨보고 깡패라고 해서 많이 걱정하고 있었어요….
깡패가 날 찾아올꺼라고 해서요….
그리고 아저씨 처음보고 진짜 많이 겁 먹었어요….
아저씨처럼 손이 그런 사람은 태어나서 처음 본 것 같아요….
영국에 있을때 덩치 큰 남자들 많이 보았지만, 아저씨같이 그렇게
손에 굳은살도 많고 손이 큰 남자는 처음 본 것 같아요…"
"누나, 그런데요…아저씨랑 몇 마디 대화를 하다보니까,
내가 아저씨 외모만 보고 뭔가 잘 못 생각하고 있다는걸 깨달았어요….
아저씨 되게 순수하고 착하신분 같아요…..
그리고 누나 진짜로 아끼고 있으신 것 같구요…..
아저씨가 누나 만나는 장소 알려주시러 전화했을때 저한테 부탁을
하셨어요…..누나 몸에 절대로 손 대지 말라구요……
그래서 솔직히 오늘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나왔어요…
저도 솔직히 누나랑 이야기 하는게 더 좋아요……"
"나를 안는건 이제 싫은가보네…."
아내가 살짝 장난치듯이 웃으면서 온건이에게 말했다….
"누…누나…..그런뜻이 아니잖아요….."
온건이가 당황한듯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건아, 내 남편 참 좋은 남자야…..
비쥬얼은 무섭지만, 얼마나 순진하고 착한데…..
사람들은 우리 그이 손등만 보고 겁을 먹는데….
건이 혹시 우리 그이 손바닥 본 적 있니?"
아내가 온건의 손바닥을 펴 보면서 말을 했다.
"아…아니요……"
"우리 그이 손등은 무슨 무기처럼 단단하고 거칠지만 손바닥은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워……
우리 그이는 다른 사람들을 대할때는 손등으로 대하고….
나를 대할때는 손바닥으로 대해….
우리 그이 참 좋은 사람이야…진짜로….
건이 니가 정말 잘 보았어….."
나는 잽싸게 내 손바닥을 쫙 펴서 보았다.
살이 쪄서 손바닥에 살이 아주 탱탱했다.
하지만 뒤집으니 진짜 정권관절마다 굳은살이 두껍게 박힌 내 손등이 보였다.
다시 뒤집어서 보니 내 손바닥은 정말 너무도 통통하고 귀여워 보였다.
아내가 하는 말에…기분은 좋았지만,
긴장을 늦출때가 아니다.
오연지 저 년은 항상 저렇게 워밍업을 한 후에 사람을 뒤집기 해버리는
묘한 특기를 가진 년이기 때문이다…..
집착이라고 해도 좋았다.
어찌되었든 오연지 너는 내꺼다.
내가 온건이한테 얼굴은 안되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내가 더 크다…..
"건아, 솔직히 난 남편이 너랑 만나게 해 준거……
아직도 좀 의아한 생각도 들어…..
건이 누나랑 진짜로 오늘 만남을 끝으로 무자르듯이 인연을 자를수
있겠어?"
온건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채….고개를 가로 저었다.
"건아, 누나는 올해 40살이야…..
마흔살이라고 하기 싫어…웬지 더 많아보여서…그냥 사십살이라고 하고
싶어….나 혼자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누나는 아직도 여기 가슴이 뜨거워…..
누나는 마흔살이 되기까지 아직 진짜로 뜨거운 사랑을 제대로 못해본것
같아….
누나는 여건이 허락된다면 뜨거운 사랑을 해 보고 싶어…..
진짜로 말이야….
물론 가족들이 있긴 하지만….."
"누나가 낳은 딸이 올해 열여섯살이야……
내가 배아파 낳았지만…..내가 사랑을 주고 키우지는 못했어….
제대로 안아줘본 기억도 없고, 아팠을때 돌봐준 기억도 없어.
누나는 돈을 벌어야 했었거든….
누나는, 돈이 없으면 죽을수 밖에 없는….그런 돈버는 기계나 다름 없었어…..
그 딸을 내 남편이 키웠어….
하지만 내 새끼라서 그런지 나를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 열여섯인데 애가 야망이라는게 있더라고…..내가 그 나이때 그랬었거든…..
그래서 피를 못 속인다는 말이 진짜 생각이 나더라구...."
"누나는 아직 그애를 위해서 한참을 더 미친듯이 돈을 벌어야해…..
내가 그애 인생이 정상괘도에 오르기까지 해 줄수 있는 최고의 사랑은….
돈을 벌어서 뒷바라지를 해 주는 것이거든……"
"그래서 누나는 그동안 일만 하다 보니까, 누나 스스로의 인생을 살지 못했어…..
그래서…..나도 내 인생을 좀 살고 싶어… 물론 돈은 벌면서 말이야…..
누나도 이젠 많이 지쳤어 건아……"
아내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온건이 갑자기 아내의 손을 다시 잡았다.
아하…저런 개새끼….
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새끼들은 믿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터치하지 말라고 그렇게 약속을 했는데….
아내의 대사 하나에 그게 무너지다니….씨발놈……
붕알을 걷어차버리고 싶었다. 나쁜시키…..내가 그렇게 부탁을 했는데….
"누나는 그 상대가 너가 될 줄 알았었어….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되기는 힘이 들것 같아….
그이가 너라는 존재를 알아버렸잖아….
우리 그이 좋은 사람이지만 그리고 순박한 사람이지만…..
나에 대한 집착이 강한 사람이야…..
나 때문에 어떨때는 세상에서 제일 영리한 사람으로 돌변하기도 해…..
가짜휘발유를 사용하고….이메일 해킹같은걸 할 정도로 영리함을 보이다가….
누나가 손을 한 번 잡아주면…..내가 자기 눈앞에서 다른 남자랑
그짓을 해도 못본척 눈을 감아버리는 남자야…..
그게…..누나의 남편이야……"
"그리고 그 집착은 내가 죽을때까지 끝나지 않을꺼야…..
영원히 누나를 놓아주지도 않을 것이고…..
그이는 우리 딸 때문에 나에게 집착을 한다고 혼자 생각을 하면서
내가 무슨 잘못을 해도 다 용서해…..
하지만 그건 그냥 그이의 자기최면이고 자기 합리화일 뿐이야….
우리 딸이 생기기 전에도, 우리 그이는 내가 무슨 잘못을 해도 다 용서했었어…
누나가 보기에 그건 집착이지만…..남편은 그걸 나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해…"
렌즈가 떨렸다…..
내 손이 떨고 있었다.
시팔….이럴줄 알았으면 모노포드라도 하나 준비할것을 팔힘만으로 고정을
하려니까 팔이 떨리는것 같았다.
오연지 씨부리는거 듣는거 한두번인가….
당황하지 않기로 했다.
"누나는 결혼하기전에 그이의 집착이 무서웠던 적이 있었어….
누나는….그이랑 결혼을 하고 싶지는 않았어…..
하지만 대학 졸업반때 나는 나를 따라다니던, 그리고 내 주위에 있던
남자들을 정리하고 공부에 전념을 해야했고……따뜻한 안식처도 필요했어…
누나는 대학 졸업반때 누나엄마와 둘이서 보일러가 걸핏하면 고장나는
셋집에서 살았었거든…..
맘 편히 공부하기는 불가능한 환경이었어…..
엄마는 하루종일 일하고 들어오셔서 쉬셔야 하는데….나는 혼자 불켜놓고
공부할수는 없잖아…..
하지만 우리 그이랑 있으면 말이야….
내가 배가 고프면 그이는 내 입에 밥을 떠 먹여서 넣어주었고….
내가 졸리면 항상 기름보일러가 따뜻하게 돌아가는 그이의 방 아랫목에서
잠을 잘수가 있었어….
남자 품이 그리우면 그이와 관계를 했고, 그이가 없을때는 다른 남자들을
그이의 자취방에 데리고 와서 관계를 한적도 많아..…..
누난 그때도 남자들을 많이 좋아했었거든….."
"누나가 결혼하고 싶었던 의사선생님이 있었어….우리 학교 선배님이야….
그런데….그 남자 집에서 나를 반대를 했어…..
내가 너무 가난하다는 이유 하나로…..난 진짜 학교도 간신히 졸업했어….
난 졸업여행도 안 갔었다고…..엄마는 맨날 아프고….돈은 없고….
그런 내 생활에서 단숨에 탈출할수 있는 기회는 그 의사한테 시집을
가는 것 이었는데….
그 집에서 반대를 하니까….그 바보는….집안의 뜻을 거부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나와 헤어지지도 못하고 그냥 그렇게 우유부단한 상태만
이어가고 있었어…..
난….진짜…비참했었어…."
아내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망할년……
진심을 듣고 싶지는 않았는데…..
떨리는 내 손은 진정되지 않고 있었다.
나는 어떤게 아내의 진심인지는 몰랐다.
저년은 밥만 처먹으면 거짓말을 진짜처럼 말하는 능력자니까 말이다.
"그래서 누나가 말이야…..건아…누나가 말이야….."
아내는 건이의 손을 꼭 잡고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 그이가 집에 항상 오는 시간 바로 전에 그 의사선생님을
자취방으로 데리고 왔어.
물론 그 전에도 그 자취방에서 여러 번 관계를 하기는 했어도,
모두 우리 그 이가 학교 가고 없을때였거든…..
하지만 그 남자 집에서 나를 반대하고, 그 지루한 시간이 이어질때….
나는 그 모든 더러운 상황을 정리해 버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던거야…..
그래서 그이가 오기 바로 전에 옷을 다 벗고 그 의사와 관계를 맺었어….
그리고 바로 우리 그이가 들이닥쳤지…."
"누나가 시간까지 생각해서 다 꾸민 일이야…..
그 의사는 평생 맞을 매를 그날 하루밤에 다 맞았을꺼야…..
진짜 밤새 두들겨 팼으니까 말이야…..
우리 그이는 그때 세상에 눈에 보이는게 없던 시절이야….
오로지 나한테만 모든 세상의 시선이 맞추어져 있을때라고…..
하지만 나는 단 한대도 맞지 않았어…..욕도 안먹고…..
심지어 방에서 패다가, 나 공부하라고 하고 자취방 문 앞으로 끌고 나가서
패더라구…..
의사선생님은 도와달라고 나를 보았지만….난 그 시선을 무시해 버렸어…..
날 반대한 그 의사 집안에 대한 내 치졸한 복수였는지도 몰라……"
"건아, 내가 비정상으로 보이지? 이상한 여자 같지?"
아내가 눈물을 흘리면서 건이를 보고 말을 했다.
"아니요….누나 그렇지 않아요…..절대로 그렇지 않아요….."
건이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저런 씨발것들을 보았나….
나는 한숨을 크게 쉬고, 후들거리면서 떨리는 내 손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렌즈를 내려놓을수는 없었다.
아내와 온건이를 더욱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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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아 근데 세상은 참 아이러니해….
그때 그 밤새 그이한테 얻어터지던 그 의사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돈을
제일 많이 버는 의사중에 한명이 되었어….
뭐 집안이 의사집안이니까 좋은 의사가 될 것은 어느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예전에 국세청에서 상도 받았더라구….
건이 너도 웬만큼은 알꺼야…
국세청에서 상을 줄 정도면 세금을 얼마나 많이 내야 하는거고….
그 정도로 세금을 내려면 돈을 얼마나 많이 벌어야 하는지…."
"그 남자를 예전에 우연히 병원을 갔다가 만났어….
병원 복도에서 말이야….그 사람 병원인줄도 모르고 말이야….
그런데 말이야….
그 십수년이 흐르고 그 사람을 만나니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드는거야….
하지만 나는 그 사람을 그냥 지나칠수 밖에 없었어…."
아내가 조금전까지 눈물을 흘리던 얼굴에 쓴웃음을 지었다.
기묘한 표정이었다.
눈에는 아직 운 자국이 있지만, 웃음을 짓고 있는 표정…..
"하지만 그 사람은 그냥 지나치려는 나를 불러 세웠어…
그 남자는 아직 나를 잊지 못하고 있더라구….."
아내가 말 끝을 흐렸다.
"하지만…..나는 조금이라도 더 대화를 하고 싶어하는 그 남자를 뒤로 하고
잠깐의 안부인사와 일상적인 대화만 나누고는 그냥 그 자리를 피했어…..
그 의사와 결혼을 하고 싶었을때도 그 의사를 뜨겁게 사랑한 것도
아니었고….
나는 단지 그때 현실을 탈출하고 싶었을 뿐이야….."
아내가 탈출하고 싶다는 말을 하면서 살짝 고개를 숙였다.
아내는 잠깐 고개를 숙이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냥 기가 막힐 다름이었다.
한마디로 지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인가….
뭐든지 자기 입장에서 새로 이야기를 써 나간다……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나는….
그냥 기가 막힐 다름이었다.
아내의 말대로 하면 박재호는 아주 이상한 쪼다가 되어 버리는데….
내가 박재호를 미워하기는 하지만…..그런 쪼다까지는 아니었다.
지금 이야기 하는 상대가 과연 박재호가 맞는지 의문이 생길 정도였다.
아내의 이야기를 듣다보니까….기가막힌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남편은 건이 너와 내가 찍은 그 동영상을 보고, 내가 널 진짜로
좋아하는거라고 느꼈나봐……
제대로 본거야….
우리 그이 나한테 집착이 강한만큼….그런것만 보일테니까….
건아…..너 그거 알아?
임택봉 교수님도 우리 그이에게 얻어맞기는 했지만….
장난처럼 가볍게 맞았어…..
왜인지 알아?
우리 남편 스스로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스스로 판단을 해 버려서
그런거야…..
난 알고 있다고….
내가 진심이 아니란걸…..남편은 본능적으로 알아채서 그런거라고….
오늘 남편이 널 다시 만나라고 한건….
건이 너에게 보내는 남편의 최후통첩인지도 몰라……
우리 남편, 집착이 강한만큼 무서운점도 있어…..
건아…..이제 나 잊어….
지금까지 내가 한 말….다 들었잖아….
나….한 여자로써는 바닥이야….
이보다 더 추잡할수가 없어….그게 내가 살아온 내 인생이야…
나는 인정하지 않지만…..
원래 내 인생은 이게 아니지만….난 살아남기 위해서 몸부림쳤어…
그리고 그 와중에서 어쩔수 없는 작은 쾌락을 위해서 잠깐잠깐
일탈을 했었던것 뿐이야….
난…때로는 미친년이 되고 창녀가 되고……세상에서 제일 부끄러운 짓까지
해 봤다고……
건아…..이제 누나 잊어….
누나는 뜨거운 사랑의 대상으로 더 이상 너를 끌고갈 자신이 없어….
정말 자신이 없어….."
"하아…….저런 미친년…….."
내 입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누나…..하지만 아저씨는 누나를 진짜로 좋아하고 사랑하는것 같았어요……"
온건이 입을 열었다.
아내보다는 그래도 저 놈이 조금 더 정상에 가까운 것 같기는 했다.
"내가 그이와 결혼을 할때 우리 엄마가 울면서 반대를 했어,
한번을 살더라도,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랑 결혼을 하라고…..
하지만, 난 뱃속에 아기가 있었어…..
그래서 어쩔수가 없었어…..
우리 엄마는 우리가 결혼을 한 뒤에도, 그이를 살갑게 대한적이 단 한 번도
없어…..
눈을 감으시는 그날까지 말이야…..
딸이 많이 불쌍하셨겠지……"
아내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흐르는것 같았다.
나는 기가 막혀서 렌즈를 차 바닥에 떨굴뻔 했다.
그냥 듣고 있기가 힘들었지만….난 그것보다도 놀라운게….
아내의 얼굴에는 거짓을 말한다는 그런 죄책감 같은게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건아…..그래도 난 지금 우리 그이 원망하지 않아…..
그 이랑 부부로 산 십칠년간 우리 그이의 도움이 없었다면 결코 이 자리까지
올라오지 못했을 것이야….
그리고 이젠 나도 정이 들었어….
우리 그이한테 정이 많이 들어서 나도 힘들어….
나 어쩔때는 진짜 그냥 다 놓아버리고 싶어 건아….."
"누나, 자학하지 마세요….
누나는 저한테는 세상에서 제일 깨끗하고, 순결한 여자에요…."
온건이 눈물을 흘리면서 말을 했다.
지랄들을 하고 있다.
저런 시팔것들….
내가 거의 매일 촬영하는 불륜 커플들하고 지금 내 눈 앞의 저것들은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같은 부류의 인간들이다.
"건아……나 답답해…..나가자…..정말 미쳐버릴것 같아……"
아내가 가슴을 가볍게 치면서 말을 했다.
아내는 갑자기 먼저 일어나서 나가기 시작했다.
온건이 아내의 뒤를 따라서 나왔다.
나는 당황을 했다.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사태였다.
밥시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설마 저 인간들이 지금 떡을 치러갈건
아니지 않겠는가…
오연지가 아무리 양심불량이라고 해도, 남편이 잡아준 약속자리인데….
설마 그럴리가 없었다.
나는 당황을 하면서 차를 움직였다.
그리고 공영주차장 근처로 차를 몰았다.
지피에스 신호가 움직이는것이 스마트폰 화면에 보였다.
나는 다급했다.
아내의 번쩍대는 고급 외제세단이 주차장을 빠져나와 큰길로 접어드는 것이
보였다.
나는 아내의 차를 너무 가까이 따라가지 않고 지피에스를 보면서
따라가기 시작했다.
도청기에 달린 지피에스까지 켰다.
일단 지갑에 달린건 말고 핸드백에 달린것만 켰다.
배터리를 생각해서 하나씩 수신을 받아야 했다.
스마트폰 화면에 두개의 신호가 떴다.
도청신호가 잘 안 잡혔다.
차를 조금 더 가까이 붙였다.
목소리가 들렸다.
"누나 어디가시는거에요?"
"그냥…..건아….우리 오늘이 어쩌면 우리 인생에서 마지막 만남이
될지도 모르잖아…..누나가 가는데로 따라와 주면 좋겠어…."
"누나…설마…..그건 아니죠……
저….아저씨하고 약속…."
"건아…그만…"
아내가 가볍게 언성을 높였다.
"아쩌씨 아저씨….그놈의 약속 이야기…..그만 좀 해….
건아….누나는 너에게 중요하지 않니? 아저씨와의 약속이 중요해?
누나는……그냥 지금 너무 힘이 들어…..그이의 집착 때문에…
잠깐만 누나랑 같이 있어주면 안되는거야?
나 너무 머리가 아파서 쉬고 싶어…..
어쩌면….우리 둘이서…..건이 너도 아니고 나도 아닌 다른 이유때문에
죽는날까지 평생 못 볼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누나한테 그럴수가 있니….."
"누나 미안해요….."
"아니야…건아….짜증내서 진짜 미안해…..진심이…아니야….
진짜….미안해….."
니미랄…..건이 말고 견이한테 좀 그렇게 미안하다고 해보지…..
아내의 차는 커피숖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모텔들이 엄청나게
많은 모텔촌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이어, 규모가 거의 호텔규모 같은 새로 지은것 같은
무인텔의 주차장으로 아내의 차가 미끌어져 들어갔다.
아이고……
진짜 내가 할 말이 없었다.
나는 주차장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근처 이면도로에 차를 세웠다.
........
........
차에 달린 지피에스는 제자리에 멈추어 있었다.
나는 스마트폰에서 그 신호는 아예 꺼버렸다.
이젠 소용없는 신호였다. 혼란스럽기만 했다.
핸드백에 달린 지피에스의 화면을 최대한으로 세분화 해서 키웠다.
카메라는 차에다가 놓고 이어폰만 꽂은채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트렁크에서 내가 전에 실어놓은것을 꺼내서 허리 뒤춤에 찼다.
"들어가자…."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나……이래도 되는 건가요?"
"건아 누나가 너한테 거짓말을 했다고 해서, 내가 널 좋아하는 마음까지
거짓이었다고 생각하지는 말아줘….."
"누나, 그게 무슨말이에요…..전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누나 이제 집에 갇혀서 지낼지도 몰라…..
그이가 오늘 날 만나게 해준건….앞으로 나에게 자유를 주지 않겠다는
뜻일지도 모른다고….."
지랄 염병을 하고 있네…진짜 듣자 듣자 하니까…
내가 가둔다고 지가 갇힐년인가….
진짜……아가리에 참기름을 발라버리고 싶었다.
저렇게 뺀질뺀질할수가 있나…..
여자 약장수, 여자 사기꾼 같으니라고…..
저런 년을 데리고 17년을 살았다.
미움도 없고, 증오도 없다.
나쁜 여자는 아니다.
마음이 고운 여자지만…..
젊은 놈팽이들만 보면…..저 지랄을 한다.
지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 알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돌아가신 장모님 보기에 진짜 죄송했다.
얼마나 저런 딸이 걱정되었으면 나에게 신신당부를 하고 돌아가셨을까….
뭐가 어쩌고 어째? 장모님이 나를 눈물로 반대를 해….
저런 잡년 진짜 듣자 듣자 하니까….
사람이 죽기 직전에도 구라를 치고 죽나…..
하다하다 돌아가신 장모님을 가지고도 구라를 치다니….
남자에 미친….
아니다…이건 나한테는 미치지 않으니까…
젊은 남자에 미친 년이다.
뭐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었다.
젊고 싱싱한 남자애들은 전부 지 장난감이라고 생각하는 년이다.
늙은 놈들은 전부 지 밥이고…..
하여간에…남자 알기를 개떡으로 아는 년이라는 말 외에는
내가 할 말이 없었다.
뭐라고…내가 집착을 한다고….
하아…..
시팔……지 아가리로 사랑한다는 말을 백번 아니지 시팔 몇천번은 더 해놓고
내가 집착을 한 거라고 씨부리고 다닌다…
사랑이고 집착이고 이젠 그런말 나불댈때는 솔직히 지나버린거 아닌가…
17년을 살을 비비고 살았다.
이젠 사랑이고 집착이고 그런 말 자체도 시들할 때이다.
그 무슨 망발이란 말인가…
17년이면 그냥 이제는 피붙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야 할 세월아닌가….
그 긴세월에 무슨 사랑을 찾고 집착을 찾나…..
지피에스의 가장 큰 단점은 신호를 수평으로만 볼수 있다는 것이다.
수직방향으로는 아직 약하다.
즉 층이 있는 건물에서는 지피에스만으로는 위치 추적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수직방향의 약점은 내가 몸으로 뛰어야 한다.
무언가 소리가 들렸다.
기계가 작동하는 소리다.
즉….무인텔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주차장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복도 안으로 조심조심해서 천천히 들어갔다.
무인텔이라서 그런지 차는 되게 많은데 사람들은 진짜 개미새끼 한마리
보이지 않았다.
아…아니다…지금 또 한 커플이 들어간다.
이것들 불륜이다.
토요일 오후에 불륜을 하다니 간땡이가 부은 것들이다.
직업병이라서 그런지 모텔 들어가는 인간들만 보면 불륜인지 아닌지
딱 답안지가 나왔다.
들어가는 커플이 천천히 기계 앞으로 다가가는것 같았다.
나는 급하게 몸을 숨겼다.
엘리베이터 앞에 건이의 뒷모습이 보였다.
아내가 건이의 옆에 있는것 같았다.
나는 잽싸게 비상계단으로 가서 2층으로 달려 올라갔다.
그리고 2층의 엘리베이터 앞에서 엘리베이터 층수 올라가는 것을
보려고 대기하고 있었다.
이어폰에 소리가 들린다 엘리베이터문이 열리는 소리 그리고 살짝 덜컹
하는 소리까지 말이다.
나는 이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몇층에 서는지 보았다.
분명히 나중에 들어간 커플은 아내와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지 않을것이다.
불륜커플은 기다렸다가 따로 타지 절대로 다른 커플들과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려고 하지 않는다.
모텔 엘리베이터의 법칙이었다.
젠장…직업이 이거다보니까 별 거지같은 법칙을 다 알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9층에 멈추었다.
그리고 이어폰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비상계단으로 미친듯이 올라갔다.
하지만 말이 구층이지 이층에서 구층까지 뛰어올라가는게 맘처럼
금방 올라갈수는 없었다.
이어폰에서는 아직 아무소리도 안들리고 있었다.
달려 올라가는동안은 귀에 잘 들리지도 않았다.
구층 비상계단문을 열고 복도로 나가니 9층에는 거의 이십개에 가까운 많은
방이 있었다.
이건 완전히 초대형 모텔이었다.
이렇게 많은 방이 있다니….
시설도 아주 최신이었다.
떨렸다. 솔직히 말이다.
뒤춤에 차고 있는 물건을 만져보았다.
잘 있었다.
내가 왜 이걸 오늘 가지고 왔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아내와 온건을 만나게 해준다는 생각을 한 그 시점에 나는 차 트렁크에
이걸 실어놓았었다.
나는 이상한 예상을 이미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실제로 그런 일이 생길줄이야……
아내의 말 소리가 들렸다.
"건아…..나 좀 안아줘……"
아내가 소근대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시팔….떡치기 전에 들어가야 하는데…..
지피에스 수신화면을 최대한 세분화해서 키웠다.
이 신호만 가지고는 이 수많은 방중에서 아내와 온건이 들어간 방을 찾을수가
없었다.
마회장에게 배운 기술들을 하나씩 생각을 했다.
마회장은 이럴때 내 핸드폰의 신호를 같은 화면에 잡으라고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나는 스마트폰에 깔린 어플에서 내 핸드폰 신호를 잡도록 조작했다.
화면에 내 핸드폰에서 보내는 신호가 지피에스 신호처럼 빨간점으로 나왔다.
자…이제 방을 하나씩 돌면서 내 핸드폰 신호와 아내의 핸드백 지피에스에서
나오는 점이 최대한 가까워 지는 방이…..아내와 온건이 들어간 방이었다.
이어폰에서 소리가 들렸다.
이어폰 소리가 아주 잘 들리는거 보니까 분명히 이 층 어딘가의 방에서
아내와 온건이 있는 것이었다.
"건아, 누나랑 같이 씻을래?"
이런 잡아 죽일년 말하는거 보소….내가 좀 같이 씻자고 하면 맨날 욕실
문을 잠그는 년이 젊고 싱싱한 놈은 먼저 같이 씻자고 한다….
"아니요, 누나…먼저 씻으세요….."
"그래…누나 얼른 씻고 나올께……"
"누나….저 웬지 불안해요……"
"괜찮아 건아….우리 오늘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아무 걱정하지 말어, 누나랑 같이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아내가 아주 부드러운 음성으로 온건에게 말을 했다.
문소리가 나고 아내가 욕실문으로 들어간 모양이었다.
나는 방문 하나 하나 앞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벌써 엘리베이터를 타고 세커플이나 기어 올라왔다.
두커플은 20대 초반의 애들이고 한커플은 50대였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20대 애들이 많았다.
호적에 잉크가 채 마르지 않은 것들이나 잉크색이 다 바랜것들이나
열심히 떡을 치러 오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떡 공화국이었다.
쿵떡쿵떡….에이 시팔…..
그 대신 그 세커플 때문에 방 세개는 일단 용의선상에서 제외가 되었다.
9층에 방을 세어보니 정확하게 방이 열여덞개였다.
그중에서 세개를 뺴면 열다섯개고 지피에스 신호를 방마다 전부 확인해 보니
열다섯개의 방중에서 두개로 좁혀졌다.
913호 아니면 914호 두개의 객실중 하나에 아내와 온건이 있을것 같았다.
두개의 방은 붙어 있는 방이었다.
두개의 방에서 내 핸드폰과 아내 핸드백에 달린 지피에스 신호가
붙어버렸다.
아….시팔….어디일까…..
일단 다시 비상계단으로 갔다.
이어폰에 소리가 들렸다.
"건아….얼른 씻어….."
"누나 잠깐만요 문자 온 것 좀 보구요…."
이것들 모텔을 얼마나 많이 다녔으면…..
모텔에 몇 번 안간것들은 모텔에 들어가자마가 빨고 비비고 떡을 치지만
아주 오래된 연인들은 들어가서 아주 태연하게 다 씻고 천천히 떡을 즐긴다.
내가 그걸 모를리가 없었다.
나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내 귀에 목소리가 들렸다.
"건아, 우리 그이야….잠깐만 조용히 해봐….."
"누…누나…."
건이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건아 괜찮아….누나만 믿어…."
"여보세요…."
아내가 전화를 받았다.
"자기야….미안해. 집에서 자기 기다리다가 그냥…너무 궁금해서 전화 좀
했다."
나는 최대한 불쌍한 목소리로 아내에게 말을 했다.
"아니에요 여보 전화 잘 했어요…..
그렇지 않아도, 건이랑 만나서 지금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오늘 우리 만나게 해준거 고마워요.
당신이 원하는대로 오늘 그동안 내가 건이한테 거짓말 한것들 다 사과하고
우리 관계 깔끔하게 정리하려고 해요……
이야기가 좀 길어지네요….
이야기 끝나는 대로 들어갈께요. 여보 이따 나 들어가서 우리끼리 술 한잔
하면서 서로 오해한 부분에 대해서 많은 대화를 좀 했으면 좋겠어요…."
대화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씻고 나와서 홀랑 벗고 있으려나?
에이 진짜…..약장수 같은년…어떻게 저렇게 모텔방에서 태연하게 말을 잘할까…
"아직 커피숖이야?"
내가 물었다.
"아니요, 답답해서 나와서 좀 걷다가 조용한 전통 찾집으로 들어왔어요…..
건이가 아직 어려서 마음이 좀 그런가봐요.
여보, 다 내 잘못이에요.
나 지금 마음이 너무 많이 그래요…..
건이 잘 달래서 들여보낼께요….."
"그래, 자기 잘…해….
근데 자기 혹시라도 이따가…….그거…내가 걱정하는거…."
"여보…….오늘 당신이 만들어 준 자리에요….
내가 어떻게 감히…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어요…."
"응….그렇지…알았어 자기야….미안해 쓸데없는 의심해서…
운전 조심해서 들어와…."
"그래요….이따가 꼭 한 잔 같이해요…..
건이하고 이야기가 더 길어질것 같으면 미리 문자라도 보낼께요…"
"응…그래…."
아내와 전화를 끊었다.
뭐 이딴 년이 다 있지?
목소리도 하나도 안 떨리고 말이다.
이어폰에 목소리가 들렸다.
"누…누나 어쩌면 좋아요…….난 겁나요…."
온건이는 진짜 순진한 놈인것 같았다.
하지만 촉은 예리한 놈이다.
이제 곧 엄청난 사태가 닥칠것을 예견한 모양이었다.
"걱정마 건아……
우리 남편, 오늘만큼은 내 말을 다 믿어줄꺼야……아무 걱정하지말고
얼른 씻고 나와…..누나도 그동안 너 진짜 많이 보고 싶었어……"
이런 쓰발년….
나는 아내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아내가 다시 전화를 받았다.
"어 자기야 미안해 뭐 한가지 더 물어본다는게 깜박했어…."
"네….여보 물어보세요…."
아내가 공손히 대답을 했다.
"자기 지금 혹시 913호야 아니면 914호야…영 헷갈리네…..시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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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윤지
경타이
도담삼봉
타르타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