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중독일까요..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합니다.
몸이 먼저였을까, 마음이 먼저였을까.
어쩌면 그 둘 사이엔 별 경계가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 그녀를 알게 된 건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그 만남은 단순한 해소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우린 무언가 정리되지 않은 감정과 욕망을 품고 만났습니다.
무뚝뚝한 말투에 따뜻한 눈빛,
쓱 내 어깨에 닿는 손끝에
문득, ‘사람이 그리웠구나’ 싶었던 날이 기억납니다.
함께 있는 시간은 짧았지만 깊었습니다.
마치 서로를 완전히 꿰뚫는 것도 아닌데,
어느 타이밍에 눈을 마주치고,
어떤 순간에 입을 맞춰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
그녀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관계 속에서도 강약을 조절할 줄 알았고,
말보다 호흡으로, 신음보다 시선으로 대화를 나눴습니다.
나는 내 방식대로 애무했고,
그녀는 그걸 전부 느끼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끝은 언제나 같았죠.
모든 열기를 쏟고 나면 남는 공허감.
잠시 머물다 떠나는 이들 속에선
언제나 내가 가장 오래 남아 있었고,
그 자리에 앉아 지난 장면들을 되새기곤 했습니다.
나는 외로웠고, 그 외로움은 자주 욕망의 모양으로 피어올랐습니다.
그녀와 나눴던 감정, 그리고 몸의 기억들은
단순한 쾌락으로 설명하기엔 너무 명징했지만
감정이라기엔 너무 희미했습니다.
그렇게 수없이 많은 밤,
나는 누군가와의 접촉을 통해 나를 확인받고 싶어했고
그 욕망은 점점 '사람'이 아닌 '순간'에 집착하게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때때로 생각납니다.
내 옆에 있었던 그 사람.
내 무릎에 엎드려 잠들던 그 짧은 순간,
관계가 끝나고도 등을 쓰다듬던 조용한 손길.
이젠 압니다.
그건 사랑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사랑이 아니었다고 단정짓기도 어려운 감정이었다는 걸.
혼자인 지금, 나는 여전히 갈증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 갈증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어디로 흘러가는지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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