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에 핀 꽃 6부
6부
“영호엄마 정신 들어?”
얼마나 누워있었을까? 몽롱하게 정신이 들며, 내려다보고 있는 창규엄마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가 어디에요?” 하며 몸을 일으키려던 영호엄마가 온몸에 통증을 느끼며 다시 쓰러졌다.
“안돼! 좀 더 누워있어. 근처 여관이야. 대충 약은 발랐는데 아직 많이 아플거야…”
“흑 흑 흑…”
그제서야 기억이 나는지 영호엄마의 눈에서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몹쓸 놈 들…기어이…”
창규엄마의 말은 이어졌다. 김 씨와 그 사내는 폭력, 강간 전과 등도 여러 번 있는 전과자인데 창규엄마도 첨에 그들이 친절히 대해 주어서 호감을 갖다 차례로 당했다
고 했다. 이후, 그만 둬야지 생각했지만 마땅한 자리도 그만한 벌이도 만만치 않아서
다시 일을 시작했고, 이후로도 그들의 추행은 계속됐지만 이젠 아예 매번 할 때마다 어느 정도 돈을 받고 그 짓을 한다는 것이었다.
정도에 따라 이만원에서 오만원까지 그 돈만 합쳐도 한 달에 백만원이 넘어서 아주 부업이라는 식이었다. 재미도 보고 돈도 벌고 꿩 먹고 알 먹고 아니겠냐는 식으로 얘
길 맺어갔다.
‘하긴 혼자인 그녀에게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호엄마! 툴 툴 털어버리고 나와…다 사는 길이 있는 거야… 호랑이가 물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잖아. 소장은 영호엄마가 몸살날줄 아니까 힘들면 하루 이틀 더 쉬
고 나와. 아무 걱정 말고… 알았지?”
집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창규엄마가 영호엄마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빠르게 스쳐가는 밤 풍경과 흔들리는 네온 속에서 영호엄마는 조금씩 작아져 가는 자신은 발견하고는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영호엄마 이거.”
집 앞에 다다르자 창규엄마가 불쑥 영호엄마의 손에 봉투를 쥐어주고는 달아나듯 가버렸다. 봉투 ? 돈이었다.
“주룩!”
영호엄마는 봉투를 손에 쥐자 또 다시 밀려오는 설움에 눈물이 흘렀다.
‘여보! 난 이제 어떻하나요? 내가 왜 이렇게 됐죠?…’
눈물 속에 설움이 메아리가 되어 영호엄마의 가슴을 흔들었다.
“엄마야? 엄마 왔어?”
영호의 목소리, 하루종일 엄마를 기다리던 영호. 어두워지자 창 밖만 바라보다 어른거리는 그림자에 엄마를 불렀다.
“으-응. 그래… 엄마야”
영호엄마는 아들의 목소리에 북 받치는 설움을 꾸욱 누르고,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대문을 들어섰다.
“엄마 피곤하니까 깨우지 마라.”
“으응 아빠.”
소근대는 소리에 잠이 깬 영호엄마. 등 뒤에 부스럭거리며 학교 갈 준비를 하는 아들과 불편한 몸을 반쯤 일으켜 아들의 채비를 돕는 남편, 고마움인지 미안함인지 모를
감동에 스르르 눈물이 볼을 타고 베개를 적셨다.
사랑스러운 가족들의 배려때문인지 부서질듯한 피로때문인지 영호엄마는 다시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화들짝 영호엄마가 깨서 시간을 보니 벌써 열 두 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아차 싶은 마음에 서둘러 일어난 영호엄마 부지런히 남편의 식사를 준비했다.
“여보 오늘은 병원엘 가봐요, 진작 갔어야 했는데 넘 늦었어요…”
“돈도 없을 텐데 병원은 무슨 약만 먹으면 됐지.”
싫다는 남편을 대야를 들여 억지로 씻기고는 택시를 불러 병원을 향했다.
“벌써부터 말씀 드렸지만 남편께서는 재활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매일 누워 만 계시면 상태가 더욱 악화될 뿐입니다. 영양상태도 좋지 않은 것 같군요. 부인께서 여러
가지로 신경써주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주사 맞으시고 일주일에 두 번씩 꼭 나오세요. 그리고, 경과 봐서 더 횟수를 늘려가지요.”
”아- 네, 선생님.”
똑! 똑! 똑! ? 떨어지는 잉겔 방울을 바라보며 영호엄마가 생각에 잠겼다.
‘계속 치료하면 좋아질 수 있다는데… 돈 때문에…돈…돈…돈… ’
사실 그랬다. 사고 이후 병 수발 때문에 집을 팔고, 전세에서 월세로 더 이상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간신히 약만 이어온 것이 벌써 여러 달 째 였다.
‘돈을 벌어야 한다….돈!’
집으로 돌아오니 이미 학교를 파하고 돌아온 영호가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아!”
오랜만에 낮에 보는 엄마,그리고 나들이를 다녀오는 아빠를 맞으며 영호는 뛸 듯이 기뻤다. 오후가 다 지나도록 밥 한끼 먹지 못했을텐데 짜증한번 내지않고 엄마 주위
에서 재잘 됐다.
“아 참! 우리 영호 배고프지? 뭐 먹고 싶니? 말해봐, 젤 먹고 싶은 게 뭐야?”
“으-음 짜장면.”
찌지지 ? TV를 보다 잠이 든 아들, 남편의 얼굴에서 슬쩍 안경을 들어서는 화장대위에 올려놓는다. 가만히 빽 속에서 봉투를 꺼냈다. 그리고, 하루사이에 많이 얄팍해진
봉투를 확인하듯 열어보고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았다.
서랍을 열자 스르르 서 너 개의 립스틱이 앞으로 굴렀다. 그 중 가장 진한 검붉은 색을 골라 입술을 바른다.
희미한 불빛아래 영호엄마의 입술이 탐스럽게 반짝였다.
| 이 썰의 시리즈 (총 14건) | ||
|---|---|---|
| 번호 | 날짜 | 제목 |
| 1 | 2026.06.28 | 공사장에 핀 꽃 14부 (1) |
| 2 | 2026.06.28 | 공사장에 핀 꽃 13부 |
| 3 | 2026.06.28 | 공사장에 핀 꽃 12부 |
| 4 | 2026.06.28 | 공사장에 핀 꽃 11부 |
| 5 | 2026.06.28 | 공사장에 핀 꽃 10부 |
| 9 | 2026.06.28 | 현재글 공사장에 핀 꽃 6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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