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선의 선택 11부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은선은 김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정을 이야기하고 란제리 홍보용 카다로그 제작을 위해 사진촬영을 해줄 수 있는 지 물었고, 김차장은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직접 모델이 되시기까지...”
“사실 좀 창피해서 그렇긴한데...”
“기왕 찍으시는 것 제대로 하시려면 우리 공장으로 오시지 그러세요. 마침 말씀하신 이번주 토요일은 쉬는 주라 공장에 사람도 없고 조용히 작업할 수 있고, 옷도 여기 다 있으니까 그냥 몸만 오시면 되는데요”
“아, 그래요? 그러면 편하긴 한데...근데 장소가 섭외되어 있어서...한번 물어보고 다시 연락 드릴께요”
“그러세요”
은선은 송 영감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이야기 했고, 송 영감은 그게 좋겠다며 김차장 공장이 있는 청주에서 찍기로 이야기가 되었다.
“청주에서 저녁에 촬영하면 그날 못오는 거 아니야?”
“에이.. 좀 늦겠지만 오지, 왜 못와”
동철은 은선이 촬영후 늦어서 어쩌면 서울에 못올라 올 수 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송 사장님이 같이 가준데?”
“응, 그런다는데... 좀 불편해서...”
“내가 갈까?”
“애들은...?”
“데리고...”
“어휴, 애들 데리고 어떻게...”
“빨리 끝내고 올라올께요”
“토요일 인데 아침부터 하지 뭘 그렇게 늦게 해?”
“갑자기 잔업이 있다잖아요. 공장 사람들 없을 때 찍는게 낫죠”
그렇게 일이 진행되어 촬영일인 토요일이 되었고, 오후 4시가 되자 송 영감이 집앞에 도착했는지 전화가 왔다.
“여보, 다녀올께요”
“알았어. 조심해 그리고 일끝나면 바로 전화해, 알았지?”
동철은 문을 열고 나가는 은선의 뒷모습을 보면서 투피스 정장을 입은 은선의 치마가 좀 짧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며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안녕하세요?”
“응, 어서와. 와... 오늘 은선이 이쁘네”
“부끄럽게...”
동철은 아파트 베란다에서 아내가 송 영감 자동차 옆자리에 들어가 문이 닫히고 떠나는 자동차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
청주까지 가는 내내 조수석에 앉은 은선은 치마가 자꾸 올라가는 것 같아 연신 아래로 당겨 내리며 괜히 좀 짧은 치마를 입은 것 같아 불편해 했다. 사실 무릎바로 위까지 오는 스커트 였지 요즘 젋은 사람들에게는 전혀 짧다고 느껴지는 치마가 아니었지만 자리가 자리인 만큼 은선은 불편했다. 간혹 송 영감은 야한 농담을 던지며 오른손을 뻗어 은선의 허벅지를 지긋이 눌렀고 그럴 때 마다 은선은 당황해하며 창밖을 보며 송 영감의 손목을 잡고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게 하였다. 주말에 고속도로는 여행을 떠나는 차들로 붐벼 2시간이면 다달을 거리를 3시간 가까이 걸려 청주 공장에 도착하였다. 공장에 도착하니 김차장이 막 저녁식사를 하고 돌아와 송 영감과 은선을 맞이하였다.
“안녕하세요. 차가 많이 막혔나봐요?”
“네.. 죄송합니다”
“아니... 저는 괜찮습니다만 저녁은 어떻게...”
“저흰 휴게소에서 간단하게 먹었어요”
“근데 이분은...”
“나? 나는 은선이 애비 됩니다”
송 영감이 갑자기 자신을 은선의 아버지라고 소개하며 김차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은선은 깜짝 놀라 송영감을 쳐다보았고, 김 차장은 아버지라는 말에 놀라며 어떨결에 손을 내밀어 송 영감과 악수를 하였다.
“은선이 남편이 일이 있어서 내가 대신 같이 왔습니다”
“아...예... 알겠습니다”
송 영감은 자신을 악수한 손을 놓으며 은선을 향해 눈을 찡긋해 보였다. 송 영감을 은선의 아버지라고 알게 된 김 차장은 갑작스런 어르신의 방문에 적잖이 놀랐고, 어떻게 일을 진행할 지 난감했다.
“저...먼저 이쪽으로 오시죠”
김차장이 안내한 방으로 들어가니 넓은 쇼 룸이었고 한쪽벽이 검은천으로 드리워져 있었고, 그것이 임시로 사진을 찍기 위해 걸쳐 놓은 배경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주변엔 큼직한 조명이 서너개 세워져 있어 마치 전문 사진관을 연상케 했다.
“여기서 촬영 많이 하시나봐요”
“아...네..여기서 저희도 사진 촬영합니다”
은선은 이제 옷을 벗고 촬영을 한다는 것이 쑥스러운지 시간을 끌며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었다. 김차장은 뭔가 말을 하려다 쑥스러운지 어물쩡대고 있었고, 송 영감이 다가와 김차장에게 촬영을 재촉했다.
“차장님, 언제 시작하나요? 촬영기사는 어디있어요?”
“아...예...그게.. 촬영은 제가 하는데...”
“아, 그래요? 그럼 빨리 시작하시죠”
은선은 촬영을 김차장이 한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근데...그게...”
“왜? 무슨 문제 있습니까?”
“사실...미리 말씀을 드렸어야 했는데, 남편 분 같이 오시면 말씀 드릴려고 했는데...”
“잠깐만요, 차장님. 사진촬영 차장님이 직접하세요?”
“아...네...”
“어휴... 그러면...”
“왜? 문제있어?”
송영감이 짜증 난다는 듯 은선을 보며 쏘아부쳤다.
“그냥... 아는 분이라...”
“사장님, 괘안습니다. 일 아닙니까? 어차피 이 나이에 여자 몸 다 알고, 그냥 우리 누님이거니 하며 찍을 테니 걱정마세요. 그리고 우리 사진기사 부르면 따로 돈 줘야되고... 저도 나름 아마추어 사진 동호회에서는 알아주는 사진광입니다. 믿어보세요.”
“...”
은선은 창피해서 어쩔줄을 몰랐지만 이제 이상황에서 안한다고 할 수도 없었다. 수년째 보아 온 김차장 앞에서 속옷차림으로 사진을 찍는다는게 너무 창피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근데...차장님, 아까 말씀하시려는게...”
“아...예...그게 쫌... 말씀드리기가...”
“은선아, 저쪽 좀 가 있어봐. 나 한테 말해보소”
송 영감은 김차장이 은선이 때문에 말을 못하는 것 같아 자리를 피해서 말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은선이 조명 들이 세워져 있는 뒤쪽 흰색천이 드리워져 있는 곳으로 자리를 피해주자 김 차장이 은선이 멀어지는 것을 보다가 송 영감에게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게...혹시 면도는 하셨는지 해서요? 죄송합니다. 아버님에게 이런걸 여쭤서...”
“무슨 면도?”
김차장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사타구니를 가리키며 쑥스러운듯 말했다.
“그러니까...거기...”
“아아...항”
송 영감은 그제서야 눈치를 채고, 씨익 웃으며 김차장의 어깨를 툭쳤다.
“에이.. 이사람, 뭐 어때서... 알겠어. 알겠다고. 껄껄껄..”
“죄송합니다...따님에게...”
“뭐가? 뭐가 죄송하단 말이야? 참내.. 일하는데.. 무슨 딴 맘 있나?”
“어이쿠.. 무슨 말씀을... 아닙니다”
“그래. 어떻게 깎으면 되는거야. 다 깎나?”
“아니요. 다 깎는게 아니고...”
김차장이 설명하기 난처한듯 머리를 긁적이며 얼버무리자, 송 영감은 김차장이 자신을 은선이의 아버지라고 알고 있어 말하기 어려워하는 것을 눈치 채고 말하기 편하게 먼저 대 놓고 말을 했다.
“자자... 여기 종이에 그리면서 말해보세요. 여기 둔덕하고 그 밑으로 보지 구멍 옆으로 난 털하고 어디를 어떻게 깎아야 되는지 설명해보세요. 그런데 빤스 입고 찍는데 이 털을 깎아야 되나?”
“아...예.. 제가 사장님 거기를 못봐서...죄송합니다... 털이 삐져 나올수도 있고, 나중에 티팬티 같은 것 찍을 때는 다 보이기 때문에...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 좀 그만하게..”
“예 예”
“난 털이 있는게 좋은데”
“예?”
송 영감은 은선이의 무성한 털이 섹시해보이고 좋았는데 깎아야 된다니 못내 아쉬워 혼자말을 했고, 김차장이 들었는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아..아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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