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따먹히는 나의 여친
나는 들떠 있었던 것 같다. 중고등학교를 어두운 청춘시대로 살아온 나는 대학 입학 전에 마음먹고 있었다.
앞으로의 대학 생활은 즐겁고 충실하게 보낼거라고.
일부러 집에서 멀리 떨어진 먼 대학을 선택한 것은, 과거의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다시 시작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모든 과거를 벗고 환생 한듯 싶었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는 스스로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었다. 밝게 행동하고 빨리 대학의 분위기에 적응하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순식간에 나에게는 몇 명의 친구들이 생겼다.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 늦게 까지 장난 칠 수 있는 친구.
친구는 이런식으로 간단하고 쉽게 사귈수 있는데 왜 중고등학교에서는 똑같이 할 수 없었던 걸까.
나는 중고등학교에서 투명인간이나 마찬가지였다. 나에게 말을 거는 여자애도 없었고 그저 교실의 구석진 자리에 앉아만 있었다.
나에게 사회관계능력이 부족했던것일까.
나에게 말을 걸어 오는 놈은 나를 업신 여기는, 흔히 어떤 학교에나 있는 불량학생들 뿐이었다. 어쩌면 일부러 내가 사람들을 배척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걸 깨달았을때는 이미 나는 반에서 고립되어있는 존재에 불과했다.
이런 나를 마음에 들지 않는건지 성격이 드러운 녀석들은 나를 괴롭히기도 했다.
빵셔틀 부터 시작해서 발길질까지..
그것이 대학에 들어와서는 모두가 "진수야" "진수야 오늘 시간 비냐?" "지금부터 술 먹으러 갈거야. 진수 너도 와라" 라고 말을 걸어준다.
모두가 나를 친구로 대해준다. 모든 것이 바뀌었다. 나는 다시 태어난것이다.
심지어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무려 나에게 여자친구가 생긴것이다. 정말 믿을 수 없었다.
내가 여자와 연애를 하다니.
그녀의 이름은 박아영이었다. 키 165cm의 날씬한 몸매를 한 인근 대학에 다니는 아르바이트에서 만난 동갑내기 학생이다.
처음 봤을때부터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아영이랑 친구가 되고자 적극적으로 말을 걸었다.
아영이는 웃는 얼굴로 항상 나와 대화를 나누었다. 아영이와 시간을 같이 보낼수록 나는 아영이에게 끌렸고 정신을 차려 보니 좋아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아영이에게 고백했다.
지금까지 여자와 사귄 적이 없었던 나는 아무래도 자신감을 가질 수 없었다. 주위의 친구들에게 "나중에 모두 위로 해줘"라고 미리 말을 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아영이의 대답은 OK였다. "앞으로 잘 부탁해"
이것은 꿈인가?? 아영이 같은 예쁜 여자가 내 여자 친구!? 믿기지 않지만 현실이었다. 친구들도 모두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며 축복해주었다.
"김진수, 새끼야, 여자친구 소중히해라. 임마"
그때부터 나는 매일이 즐겁고 재미있었다.
아영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물로 친구들과의 시간도 모두 즐거웠다. 아영이와 데이트하고 같이 아르바이트하고 친구들과 놀고, 반복되는 생활. 하지만 전혀 질리지 않는다.
아, 즐겁다 행복하다. 이것이 행복이구나. 평생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나는 완전히 들떠 있었던것 같다.
하지만 인생에는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고 했던가.
나는 내가 유급될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자업자득이었다. 오로지 놀기에만 바빠서 학생으로써의 의무를 다하고 있지 않았다.
너무 들떠있었던 걸까. 위험을 감지했을때는 이미 너무 늦어있었다. 신경이 느슨했다고 할까.
친구들은 내가 유급한것을 두고 깔깔거리며 웃거나 극소수이지만 나처럼 유급 한 놈도 있었고, 나를 위로해주는 녀석도 있었다.
그러한 주위의 분위기 때문인지 나는 침체되거나 하지는 않았다.(조금 우울했지만.)
하지만 아영이는 달랐다. 내가 유급당한 일을 말할 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뭐? 정말? 왜 그런거야??"
이때 아영이의 표정은 화가 나있는 건지, 기가막혀있던건지, 하여튼 내가 지금까지 본적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따.
나는 그런 아영이를 보고 내가 유급 해 버린 것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무거워지는 두 사람 사이의 공기.
"미안.."
"나에게 사과는 안해도 돼. 부모님은 이 사실 알아?"
"아니.. 아직."
"부모님이 학비 대주는 거지? 빨리 말해봐."
"그래. 맞아"
"부모님한테도 제대로 말해."
아영이 앞에서 점점 작아지고 있는 나. 그 후 나는 집에 전화하였고 당연하지만 부모님은 이 소식을 매우 언짢아했다.
며칠뒤에 집에가서 남은 대학 생활을 제대로 성실하게 보내겠다고 부모님에게 약속하고 어떻게든 용서받았다.
다시 돌아왔을 때 아영이가 나에게 사과를 했다.
"진수야, 너가 유급한건 내 책임이고해.. 미안"
"뭐라는 거야. 넌 책임없어. 이건 내가 그냥."
당연하지만 이건 내가 잘못한거지 아영이가 사과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나는 솔직히 기뻤다.
주위의 친구들은 아무리 사이가 좋아도 남의 일이니까 웃을 수 있지만 아영이는 진심으로 나의 일을 걱정 해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 건으로 아영이를 더 좋아하게 되었고 아영이를 더 소중히 해야지 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하지만 나의 유급이 결정된 이후 나와 아영이 사이에는 미묘한 공기가 계속 흘렀다. 왜냐하면 아영이가 데이트를 거절하는 횟수가 늘었다.
한번은 데이트를 할 때 아영이가 물었다.
"나랑 놀고 괜찮아?"
아영이는 나의 삶에 대해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 어느 날 우리 둘 사이가 조금 깨지는 일이 발생했다.
아영이는 학업에 전념하라며 친구들이랑 덜 놀고 아르바이트도 줄이라고 했다.
나는 나대로 그것에 대해 스트레스가 있었고 나름 줄이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아영이의 기준에는 못 미쳤었나보다.
결국 말다툼을 했다.
"진수야. 너 또 유급하면 어떡해."
"괜찮아. 괜찮아. 그런걸 쉽게 또 할리가 없잖아."
"하지만 이미 1년 했잖아. 뭐가 괜찮다는 거야."
"아, 짜증나게. 나도 알아. 나도 나름대로 조절하고 있다고. 이제 더 얘기하지마"
"누군 하고싶어서 이 얘기 꺼내는 줄 알아. 너 때문에 그러는거야. 이 바보야."
이 말을 끝으로 아영이가 눈물을 펑펑 쏟자 나는 사과를 하며 어떻게든 수습했다.
내가 나쁘다. 이런 싸움을 한 것은 처음이지만. 그래도 우리 사이에서 ' 헤어지자 '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나는 아영이가 없는 인생은 더 이상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아영이를 좋아했고 아영이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다시 확인하고. 앞으로도 두 사람이 협력해 앞으로 잘 헤쳐나가자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맺었다.
우리들의 싸움은 그날 한 번 뿐, 나머지는 예전처럼 잘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 둘이 사귄지 1년이 되는 날이 다가 왔다.
사실 오래전부터 1주년 기념일을 맞아 제주도로 2박3일 여행가려고 계획하고 있었다.
푸른 바다와 아영이의 수영복 모습, 그리고 로맨틱한 밤.
나는 여행을 기대 하고 있었다. 그것은 아영이도 마찬가지 였고.
하지만 그것은 유급 전에 계획했던 것일뿐.
유급이 결정되고 아영이의 입에서도 여행얘기는 나오지않았다.
하지만 유급이어도, 1주년은 기념해야지.
그래서 아영이에게 은근 슬쩍 말을 꺼내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이제 사귄지 1년되네. 여행 슬슬 예약해야지. 비행기나 호텔 같은거."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아영이의 얼굴을 그리 좋아보이지않았다.
"여행? 갈려고? 유급인데..?"
나는 아영이에게 온갖 미사여구를 들여가며 한참을 설교했다. 우리가 왜 여행을 가야하는지에 대해서.
결국 아영이를 설득했고 여행은 계획대로 가기로 했다.
아영이도 본심은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이 강했던것 같다. 기뻐하는 얼굴을 보니.
우리는 여행 갈 준비를 했다.
여행 갈 옷도 사고, 해수욕장에서 놀 때를 대비한 수영복도 사고.
수영복을 살때 아영이는 처음에 스커트가 부착된 비키니를 골랐지만 나의 권유로 섹시라고나 할까. 조금 야한 것을 선택했다.
"이거 입으라고?"
"괜찮다니까 .이렇게 입으면 섹시하고 예뻐보여"
"그런가?"
아영이는 조금 망설이는 듯 했지만 결국 내가 골라준 수영복을 선택했다.
그래도 둘만 가는 여행, 여행가서 만나는 사람들은 다 모르는 사람뿐이니 조금 개방적이어도 괜찮겠지라는 마음으로 내가 골라준 수영복을 선택한것 같다.
수영복의 옷감은 약간 작은 것이고 흰색이었다. 조금 야해보여서 저속해보일수 있었지만 아영이의 몸매가 굉장히 좋고 가슴도 커서 충분히 맵시있게 입을 수 있어보였다.
나는 수영복을 입고 있는 아영이의 모습이 빨리 보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내 여행 당일 이었다.
준비는 모두 완벽했다.
"드디어 이 날이 오는구나!"
공항으로 가는 동안 아영이는 음식문제로 예민해있었다.
"아영아, 이 여행만큼은 칼로리 신경쓰지말고 원하는 것 맘대로 먹자."
"그럴까? 많이 먹어도 살 많이 안찌겠지?"
"이번 여행은 그런거 신경쓰지말고 즐겼으면 좋겠는걸"
"그래. 알았어."
아영이의 얼굴은 이내 밝아졌다.
우리는 공항에 도착해서 비행기를 기다렸다.
아영이는 계획일정을 보고 있었고, 나는 발을 까딱까딱 위아래로 흔들며 시계를 보고 있던 중이었다.
그때였다.
"어?? 진수? 너 명운고등학교 김진수 맞지? "
커다란 목소리가 로비에 울렸다.
김진수는 내 이름이지만 불리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혹시몰라 뒤를 돌아보니 거기에는 내가 알고 있던 남자가 서 있었다.
"오! 역시 맞네. 김진수. 오랜만이네" 이때 나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을까.
아마 똥씹은 표정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 남자를 보고 3초 정도 생각하고 나서 그 녀석의 이름을 떠 올렸다.
최찬영.
고등학교 때 반 친구. 아니 같은 반이기는 하지만 친구라고는 부를 수 없던 녀석.
나를 괴롭혔던 불량학생중의 한명.
굉장히 싫은놈. 어째서 이 녀석이 이런 곳에.
"우연이구나. 야! 건강하게 잘 지내보이네. 뭐야? 여행 가는거야?"
"아니, 뭐..응"
어째서 이 녀석 나에게 친근하게 구는거야? 우리들은 그런 사이 아니잖아.
"헤이.. 응? 어? 김진수. 옆에 예쁜 여자 누구야?? 혹시 여자친구?"
찬영이가 아영이의 존재를 알고 물어왔다.
"응, 뭐.. 그렇지."
"어! 진짜야?! 이야~ 능력 좋네. 엄청 예쁘게 생겼네" 상당히 놀란 모습으로 아영이를 빤히 보는 녀석.
왜! 나에게는 여자친구가 있으면 안되냐? 그러나 아무튼, 아영이를 예쁘다고 말하는것은 싫다고 생각들지는 않는다.
아영이는 나의 자랑이니까.
아영이는 최찬영에게 고개숙여 인사했다. 아마 나랑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는듯 했다.
"그래서 오늘 이분이랑 너와 둘이서 여행이었냐? 우와 부럽네 자식."
그렇겠지. 부럽겠지.
"좋겠다. 우리들은 다 남자뿐인데."
그렇게 말하는 녀석의 뒤로 보이는 두 명의 남자. 투박한 체격의 남자와 날씬면서 키 큰 남자.
최찬영, 그 녀석도 키가 크니까 평균신장의 나로서는 굉장히 위압감이 느껴진다.
그 녀석의 말로는 자기도 친구들이랑 여행간댄다.
남자들 세명이서 여행을? 뭐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나도 대학생활하면서 남자들끼리 여행도 몇 번 갔고 그것도 나름 즐거웠다.
물론 아영이와 단 둘이 가는 여행은 재미의 종류가 다르지만.
아무튼 이제 나와 아영이 곁에서 좀 떨어지라고. 우린 따로 가고 싶다고.
아까부터 아영이만 슬쩍슬쩍 쳐다보는 최찬영. 그 자식과 녀석의 친구들을 다른데로 떼놓고 싶지만 녀석들은 요지부동이다.
그래라, 예쁜 내 여자친구 아영이 실컷 보아라. 몇 시간 후에 나와 아영이는 제주도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테니.
나는 최찬영. 그 녀석의 얼굴을 보면 고교 시절의 나쁜 기억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불편했다.
그래서 마음 속으로 '빨리 떠나라' 라고 중얼거렸다.
그때 녀석이 물었다.
"그래서 김진수, 어디로 가는거야?"
나는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지만 빨리 대화를 끝내고 싶어 짧게 대답했다.
"제주도"
"어?제주도? 우리도인데. 다음 비행기지? 우리도 그거타."
거짓말이지?? 같은 여행지, 같은 비행기라니..
"뭐야? 그 표정은? 껄끄러워보인다?"
"하..하하 아니야."
"남자 3명이서 제주도에 가다니 불쌍한 놈들이구나 라는 얼굴 같은데?"
"아니, 별로 그런것은 아닌데.."
나는 마음을 읽어 버린 것처럼 순간 움찔했지만 녀석은 능글능글 미소를 지으며 내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왔다.
"제주도에 남자만 있는것은 아니잖아?."
나는 알고 있다.
최찬영의 고교시절을. 녀석은 변함없는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 녀석은 여자랑 수없이 자봤고 온갖 야한 얘기를 입밖으로 꺼냈다.
어제는 누구와 잤고, 내일은 누구와 잘테고. 누구는 얘민하고, 신음 소리는 누가 크고.
신입생이 들어오는 시기에는 자신을 포함한 몇몇 남자들에게 "3개월안에 아다 몇명 먹는지 승부하자"라고 대화한 것을 들은적도 있다.
그래서 나는 녀석하고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 가치관이 너무 맞지 않는다. 그러나 최찬영은 그런 종류의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반에서, 아니 학교에서 인기인이었다.
특히 여자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키가 크고 잘생긴 외모가 갖추어졌고 무엇보다 녀석의 말빨도 좋았다.
체육대회에서도 문화제에서도 항상 중심에 있었다.
그리고 그런 반 애들한테 진저리가 있던 나는 점점 고립되어갔다. 바로 최찬영과 나는 대조적인 고교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괜찮아..
나는 대학생이 되어 다시 태어난거니까. 게다가 지금의 나에게는 아영이가 있다.
그리고.. 비행기 탑승 시간이 되었다.
보안 검사를 마치고 우리는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그러나 비행기를 타면서 더 좋지 않은 사실을 알았다.
녀석들의 자리랑 우리들의 자리가 옆이었던 것이다. 설마 여기까지 우연이 겹쳐 버리면은..
아무튼 옆이라고 해도 정확하게는 창가에는 아영이와 내가있고 통로를 사이에두고 녀석들이 있는 위치였다.
녀석들이 때때로 말을 걸어왔지만 내가 아영이와 녀석들을 가로 막는 형국이었기에 녀석들이 아영이에게는 말을 별로 붙이지 못했다.
녀석들과 만난건 의외였지만 제주도에 도착하면 그때부터는 흩어지니 비행기만 참으면 된다.
그리고 잠시후 비행기는 무사히 공항을 이륙했다.
"진수야, 이거 봐봐" 창가의 자리에 앉은 아영이가 눈을 반짝거리며 말해왔다.
아영이가 가리키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니 상공에서의 절경이 펼쳐져 있었다.
사실 나는 비행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아영이와 창에서 이런 경치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비행기가 점점 좋아졌다.
확실히 예쁘다. 밖의 경치를 보고 감동하는 아영이가 순수하게 보였다.
저쪽 녀석들도 이런 아영이를 많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나에게는 이런 여자친구가 있다. 부러워하라고.
아영이과 최찬영무리들 사이에는 내가 앉아 벽을 만들고 있었기에 아까처럼 아영이를 빤히 보는 일도 없었다.
그러나 상황은 오래 가지 않았다..
비행기를 타고 수십 분후 갑자기 내 몸에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갑자기 복부가 땡겨지며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윽"
"무슨 일이야?"
"자, 잠깐 배가..."
"괜찮아?"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는 아영이.
"하하, 괜찮아, 괜찮아. 화장실 좀 다녀올게."
옛날부터 체질적으로 허약했던 나였다. 이런 복부 통증은 과거에도 간헐적으로 일어났었기 때문에 익숙하다.
하지만 하필 여행할때 아프다니. 화장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 괜찮아질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자리를 비우고 서둘러 화장실로 향했다.
20분정도 화장실에서 복부의 통증과 씨름하고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통증이 조금 누그러지자
나는 화장실을 나왔다.
그리고 비행기가 섬에 도착 할 때까지 자리에 조용히 앉아있어야지 라고 생각하며 자리에 돌아가자
보기 싫은 광경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아영씨는 비행기 타는거 몇 번째??"
"저는 처음이에요. 그래서 이번 여행 기대되는데요"
최찬영이 아영이와 말을 하고 있다.
게다가 녀석은 내가 앉아 있던 아영이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어느새 아영이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찬영씨도 처음이세요?"
"아뇨, 전 한 5,6번 타봤죠."
"좋으시겠다. 제주도도 많이 와봤어요?"
"그럼요. 괜찮으면 좋은 곳 안내해 드릴까요?"
두 사람은 상당히 즐겁게 이야기 하고 있었다.
아영이는 그녀석을 향해 시종일관 미소를 짓고 있다.
말을 건네면 누구에게나 웃는 얼굴로 대하는것이 아영이의 매력이었다.
나랑 처음 만났을 때도 나를 보며 짓는 아영이의 그 미소를 좋아했다.
"맛집 같은 곳 위치 아세요? 달콤한 디저트 가게라던지."
"디저트 가게요? 하하, 글쎄요"
"아, 그래요. 남자는 별로 그런 것 먹지 않나봐요."
"그렇죠. 아, 하지만 그러고 보니 맛있는 팬케이크 가게라면 알고 있죠."
"정말요? 저 진짜 팬케이크 좋아해요!"
"저는 그런거 싫어하는데 이 가게는 특히 맛있더라고요."
"아~나도 먹어보고 싶다."
"그렇다면 우리들 렌터카 빌릴 예정이니까, 데려다드릴까요? 진수랑 같이 오세요."
"네, 좋아요. 진수오면 물어보고요."
나는 아영이와 찬영이쪽으로 다가 갔다.
'아영아, 그 미소, 저 녀석따위에게 짓지마.'
나는 분명히 아영이가 그녀석과 즐겁게 이야기를 하는것을 질투하고 있었다.
"어? 진수야. 괜찮아?"
"야. 괜찮냐?"
자리에 돌아온 나에게 두 사람이 같이 물어왔다.
"이제 괜찮아. 별거 아니니까."
"위장약이라도 내가 받아 올까?"
"아니야 아영아, 괜찮아."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최찬영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즉시 그녀석이 나에게 자리를 양보해왔다.
"아까전에 아영씨랑 제주도 얘기 좀 하고 있었어."
"응, 진수야. 찬영씨가 맛있는 팬케이크 집 알고 있대."
"우리들이 렌터카 빌릴거니까 진수 너랑 아영씨랑 태워서 데려다줄게."
'나는 아영이랑 단 둘이 시간을 보내려 온거라고. 너희 무리랑 놀기 위해 온것이 아냐.'
"우리들도 우리들만의 예정이 있어서..."
나는 표정을 바꾸지 않고 은근히 거절했다.
"그래도 전혀 시간이 없는건 아니잖아. 비어있는 시간이 있으면 가르쳐 줘. 마중 나갈게."
"아니야. 너희들도 너희 일정이 있는데 뭘."
나는 분명히 싫어하는 티를 내고 있다.
"그래. 알았다. 그러면 만약 가고 싶어지면 연락해라. 데려갈테니."
최찬영은 나의 싫은 내색을 감지했는지 신경쓰는 것처럼 그렇게 말했지만 그녀석의 표정은 분명히 불만이었다.
옆에 있는 아영이도 조금 아쉬워하고 있다.
"진수야, 혹시 팬케이크 싫어해?"
"아니, 별로 그런건 아닌데."
사실 우리들은 그렇게 빡빡한 스케줄이 아니다. 제주도를 떠나기 전 산책정도 할 수 있는 비어있는 시간은 분명히 있었으니까.
그래서 아영이는 왜 거절한 거야?라는 궁금한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때 아영이가 내 귓가로 말했다.
"미안, 우리 두사람의 기념일인걸 깜빡했어."
"아니야. 뭐, 그런걸 갖고 사과하고 그래."
아영이와 나는 다시 제주도에 가면 할 것들을 얘기했고 얼마 뒤 비행기는 무사히 도착했다.
최찬영은 공항에 도착하고서 우리에게(사실 우리라기보다는 아영이에게) 연락처를 건네왔다.
"한가해지면 언제든지 연락 해줘. 뭔가 곤란한 일이나 있으면. 우리들은 이곳이 어느 정도 익숙하니까."
"아, 고마워요."
아영이가 감사표현을 했다.
"아, 그러고보니 두 사람 어디에 묵는거야? 혹시나 가게 되면 위치는 알아야되니까."
어쩔수 없이 녀석들에게 위치를 알려주었다. 하지만 나는 녀석들을 부를 생각은 전혀없다.
"위치는 그곳이고 예약한 숙소는 별장 타입의 호텔!이야."
나는 호텔이라는 말에 특히 강조를 했다.
"아~알아 알아 거기. 그럼 우리들이 묵는 곳하고 꽤 가깝네."
"찬영씨네도 그쪽에서 묵으세요?"
"네. 펜션이긴 하지만."
"아, 저 알아요. 인터넷에서 봤어요. 호텔하고 펜션하고 어디서 묵을까 하다가 호텔을 고르긴했지만."
"하하. 그래요. 아무튼 오고 싶으면 놀러오세요. 아영씨라면 언제든지 환영하고 하하"
'안됬지만 너희들하고는 여기서 작별이다. 이제 끝이라고.
최찬영이 끝까지 아영이에게 끈질기게 말을 걸어왔지만 우리들은 공항에서 작별 인사를 했다.
나와 아영이는 짐을 들고 우선 예약해 놓은 호텔로 향했다.
우리들이 묵을 호텔은 사진에서 본 것보다 조금 낡아 있었지만 그래도 바다가 보이는 최고의 입지였다.
"꺄. 진수야. 드디어 왔어." 방에 있는 침대에 뛰어 들어 소란을 피우는 아영이.
이렇게 기쁜듯한 아영이는 오랜만에 보는 건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아영이를 보는것만으로도 여기 온 보람을 느꼈다.
"바다 진짜 푸르다. 내가 이런 예쁜 바다를 보는건 난생 처음이야."
"그러네. 예쁘다."
이 날은 벌써 해가 기울기 시작했지만 아직 예약되어있는 저녘까지는 시간이 있었기에 나와 아영이는 모래사장을 걷기로 했다.
"진수야. 이거 봐. 모래가 부드러워."
물가의 아이처럼 들뜬 아영이는 굉장히 귀여웠다.
주위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해변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내일은 나랑 아영이랑 수영복입고 이 아름다운 바다를 마음껏 만끽해야지.
푸른 하늘, 푸른 바다, 하얀 모래 사장, 그 속에서 빛나는 아영이의 미소와 아영이의 수영복 입은 모습을 빨리 보고 싶다.
잠시 후 석양의 빛이 바다에 내려올때 아영이에게 물었다.
"이제 레스토랑에 갈까"
"응, 어떤 요리일까, 기다려진다."
우리들은 첫날부터 제주도 현지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 제주도 향토 음식을 예약했다.
그런데 그 식당에 도착했을 때부터 또 한번 내 몸에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비행기에서 일어난 복통은 단순 복통은 아니었던 것 같다.
"와아, 맛있겠다! 이런 거 처음이야."
"맛있다! 진수야, 이거 먹어봐. 엄청 맛있어."
제주도 향토음식이 나오고 그 맛에 아영이는 감동하며 즐거워했다.
"내일은 바다에서 많이 놀아야 되서 에너지는 많이 축적해야되.진수 너도 빨리 먹어"
나는 내 자신의 신체의 이변을 눈치 챘으면서도 즐거운 저녘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서 조용히 참아내고 있었다.
혹시나 아영이의 미소를 보면 상태가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진수야, 왜 그래?. 별로 안먹는 것 같애. 입에 맞지 않아?"
"아니, 맛있어. 많이 먹어.."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내 몸은 악화되어갔다. 복통은 아까보다 괜찮았지만 서서히 머리가 어질어질해왔다.
'저녘 식사 후에도 아영이와 드라이브하는 일정이 있는데..정신 차려야 되'
하지만 나의 인내는 디저트를 기다리는 동안 한계에 도달했다.
물을 마시려고 잔을 가져가려는 순간 갑자기 현기증이 와서 잔은 내 손에서 미끄러졌다.
"진수야 왜그래. 괜찮아?"
"어.. 그래"
"왠지 얼굴도 빨갛고.."
아영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이마에 손을 댄다.
"열나네. 이마가 뜨거워."
"그래? 여기 앉아 있으면 괜찮아질거야. 걱정마."
그러나 테이블에 놓여져 있던 숟가락을 떨어뜨리는 나. 머리가 휘청 휘청하여 손끝의 감각도 둔해지고 있었다.
"괜찮지 않잖아.. 이렇게 열이 나는데."
결국 우리들은 디저트를 먹지 않고 저녘을 중단했다. 나는 아영이의 손을 빌리면서 숙소로 돌아왔다.
침대에 겨우 도착했을 무렵에는 내 몸은 더욱 악화되어 체온도 급상승했고 얼굴은 새빨개지고 두통도 심해지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 거친 호흡을 하는 나의 머리에 레스토랑에서 받아 온 얼음을 넣은 비닐을 올려두는 아영이.
"병원에 가야 하지 않을까?"
"..병원?"
"약도 없고, 원인도 모르니까, 제대로 의사에게 진찰받지 않으면.."
나는 더 이상 아영이에게 폐를 끼치기는 싫어 일단 병원에게 가기로 했다.
"호텔 직원에게 물어 보고 올게."
"...응"
날 위해 바쁘게 뛰어 다니는 아영이.
나는 천장을 바라며 몸의 나른함과 악화 되어가는 강렬한 두통과 싸우고 있었다.
머리가 깨져 버릴 정도로 아프다.. 죽겠다...
빨리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 어서 병원에 가서 치료해줬으면.. 이런 생각들이 강해져간다.
하아,정말 힘들어진다. 아영아.빨리 돌아와줘
나는 아영이가 의사나 호텔직원을 데려오리라 기대했다.
그런 나의 희망과는 다르게 귀에익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김진수, 몸 안좋다매. 괜찮냐? 조금만 기다려.병원에 데려다줄테니까"
아영이 뒤에 붙어서 들어오는 3명의 남자들
'이녀석들이 여기는 어떻게..'
아영이가 나의 속마음을 눈치채고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아영이의 말에 따르면 호텔직원이 병원은 알고 있으나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직원들이 전부 퇴근했다고 했다.
그렇다고 119를 부를 정도로 심각한것같지는않았고.
그때 마침 아영이는 렌터카를 가진 녀석들을 생각한것이다. 사실 택시를 부를수도 있었지만 이쪽에 여러번와보고 안면있는 녀석들이 신뢰감이 느껴져서 연락했다고 했다.
나는 어느새 몸상태가 더 악화되어 혼자서도 걷기 힘들 정도가 되자 근육질의 체격이 투박한 남자가 등에 업고 차까지 옮겨주었다. 이 남자는 자신의 이름이 박우진이라고 했다.
덧붙여서 또 한명의 키크고 날씬한 사람은 오지훈이라 했고. 나를 포함한 5명은 차를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죄송해요. 찬영씨네도 여행와서 즐기고 있는 중이었을텐데.."
아영이는 차가 출발하자마자 최찬영무리에게 사과를했다.
"하하.그런거에 신경쓰지마세요."
"맞아요. 어차피 우리들 할거없어서 빈둥대던 참이었죠. 마침 딱 아영씨가 전화한거고요."
"그러면 다행이고요"
아영이가 최찬영과 박우진의 말에 웃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진수씨는 어쩌다 아픈거래요? 뭐를 잘못 먹으셨나"
오지훈이 운전을 하며 아영이에게 물었다.
"글쎄요. 저도 같은 음식을 먹어서..저는 괜찮고 진수만 이러는건 말이 안돼요. 음식때문은 아닌것같아요. 어쩌다 이렇게 됬을까"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아영이
"제주도에도 큰 병원 있으니까 크게 걱정말아요.진찰도 잘 해줄거에요"
"그렇..겠죠?"
나는 녀석들과 아영이의 대화를 들으며 한심한기분이 들었다.
모처럼 여행을 왔건만 아프다니. 나 자신이 한심하다.
아영이도 분명히 마음속으로는 실망하고 있을것이다.
병원에 도착한 나는 진찰을 받을수 있었고 진찰결과는 위염과 감기였다.
비행기에서 배가 아팠던것은 전조에 불과한거였다.의사는 약을먹고 2.3일 푹 쉬라고 했다.
나는 여행기간동안 침대에 얌전히 있어야하는것인가
하지만 진찰을 받고 약을 받으니 조금 편해진것같다.하여튼 병원에 데려다준 그녀석들에게 조금은 감사한 마음이 생겼다.
"진수야. 진찰결과는?"
아영이가 걱정스럽게 물어오자 나는 아영이에게 진찰결과를 설명해주었고
"다행이다" 이내 안심한 표정이 되는 아영이었다.
이후 돌아오는 차안에서 아영이는 나에게 말을 건네지않았다. 다만 때때로 "하아" 하고 한숨을 쉬었다.나는 느껴졌다. 아영이의 진실된 감정이.
아영이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얼굴에 드러낸다. 아영이는 나를 걱정해주지만 한편으론 매우 실망하고 있다.
'모처럼의 여행이 어째서 이렇게되버리냐고. 왜.'
아영이는 속으로 실망하고 있으면서 그것을 나에게 말하지않는다.
'미안해.아영아' 숙소로 돌아와서 나는 바로 침대에 누웠다.
아직도 두통은 있었다. 녀석들은 나를 위해 음료와 소화하기쉬운 음식들을 사다놓았다.'아까는 고마웠다. 이제 가. 어서. '나의 속마음과는 다르게 녀석들은 떠날생각을 않고있었다.
그렇다고 도와준 사람에게 용무끝났다고 바로 가라고 하는것도 예의는 아니고.녀석들은 내가 자고 있는 방 옆방에서 지들끼리 담소를 나누고있다.
아영이도 '진수야. 무슨일 있으면 불러. 나 옆방에 가 있을게. 아까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해서' 라고 말하고는 옆방으로 들어갔다.
솔직히 아영이가 그녀석들과 있는것이 싫지만 어쩔수없는 상황이다.
지금은 아영이가 내 옆에 있어도 즐겁지않을것이다.
"아영씨는 대학 어디다녀요? 진수랑 같은?"
"아뇨. 진수랑은 대학은 달라요. 저는 k대학이라."
"헤에. 공부잘하셨나보네요. 그런분이 어떻게 진수녀석이랑 만났어요?"
"아르바이트에서요."
"아,그렇구나. 진수 그녀석 운 좋네요. 아영씨같이 귀여운분이랑 아르바이트에서 만나서 사귀고."
나는 몸이 안좋아 일찍 자야했지만 아영이가 녀석들과 무슨대화를 하는지 궁금해서 잠자는것을 미루기로 했다.
녀석들의 큰소리와 가끔 들리는 아영이의 웃음.
왠지 옆 방은 상당히 고조되고 쾌활했다.
최찬영.박우진.오지훈.
이 세사람은 분명 여자들과 많이 놀아봐서 여자를 즐겁게 하는법을 알겠지.
낯을 가리는 여자도 이 세명과 대화하면 금세 자연스레 이 세명의 분위기에 동화될것이다.
아영이의 즐거워하는 웃음이 끊이지않는것이 그 증거다. 1시간 정도 되었을까.
아영이는 내가 누워있는 방으로 돌아왔다.
"진수야. 자고 있어?"
"으음.아직"
"미안. 시끄러워서 잘 수없었지?"
"아냐. 괜찮아. 약때문인지 잠이 잘 안와서그래"
"그래. 몸은 괜찮고?"
나는 괜찮다고 말했고 손으로 아영이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었다. 그런데 아영이는 뭔가 할 말이 더 있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영아. 왜? 더 할 말있어?"
"으응..찬영씨네가 밤 드라이브가는데 함께하지않겠냐고해서"
"밤 드라이브? 어디까지?"
"야경 예쁜데 볼 수 있는곳 있다고해서.."
아영이가 거기에 가고싶어하는건 표정으로 바로 드러났다.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으로 단 둘이 온 여행. 그런데 나는 아프다. 내 간병때문에 아영이가 여행을 즐기지 못하고 있다. 나는 묶어둘 이유가 없었다.
"다녀와.나는 상관말고"
"정말 괜찮아?"
"나는 자고있을게.갔다와"
"정말로 간다?"
"어. 갔다와. 신경쓰지말고"
"으음..알았어. 다녀올게"
아영이도 환자인 남자친구를 두고 나가는것에 망설임이 있었나보다.
'이걸로 된거야. 아영이라도 즐겁다면. 컨디션관리를 잘못한 내가 잘못이지'
"아영아.대신 너무 늦지는 마."
"응. 예쁜 야경사진 많이 찍어올게"
아영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 나갔다.
아영이를 보냈지만 나 혼자 남게되자 불안하기시작했다.
아영이는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할까. 유급도 당하고 여행와서도 이 모양.
나에게 호감이 떨어졌을까
나는 아영이에게 버려질지도 모른다. 아영이가 다른 남자에게로..계속 그렇게 생각하니 불안해진다.
아영이는 바람을 피울 여자가 아니다.그 점을 걱정한것은 여태 한번도 없었고 아영이가 다른남자에게 마음을 주는것은 상상 조차 한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없다. 잠을 잘 수가 없다. 아영이와 녀석들은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정말 야경만 보러 간 것일까. 이런 생각을 시작하니 걱정이 늘어갔다.
그 때 내 휴대폰이 울렸다. 아영이였다.
「야경 굉장히 예쁘다. 우와 (^o^), 내일 진수 컨디션 괜찮아지면 둘이서 또 오고 싶다. (*o*)」
그리고 그 문자에는 아경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나의 단순한 걱정이었구나.아영이의 문자를 읽고 조금 전까지의 불안이 사라지고 마음이 놓였다.
아영이는 여전히 나를 생각해주고 있구나, 아영이의 마음속엔 내가 있구나 라고 안심했기때문일까.나는 아영이에게 야경 예쁘다라고 답장을 보내고는 잠이 들어버렸다.
내가 눈을 떴을 무렵, 창밖을 보니 아직 밤이었다.시계를보니 새벽 3시.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아도 아영이는 없었다.
아영이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왜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거지?'
그때 밖에서 차소리가 들렸다.그리고 들리는 차문이 닫히는 소리와 아영이와 녀석들의 말소리.
왠지 4명 모두 들떠있는 목소리였다.
"아, 정말 즐거웠어. 그런 야경을 볼 수 있었다니.모두 고마워"
"우리도 즐거웠어. 그런데 아영이,너 의외였다. 얌전한 애 인줄 알았더만"
"어? 그랬어? 즐거워서 너무 흥에 취했었나.헷"
'뭐야. 그새 서로 말 놓은거야?'
아영이와 녀석들은 차에서 내리고서도 밖에서 잠시 대화를 계속했다.
녀석들이 농담을 하면 아영이는 특유의 웃음소리로 화답하는 식이었다.
그러다 어느순간 아영이가 녀석들에게 물어왔다.
"지금 몇시지?"
"3시정도 되었을걸"
"아, 진수가 늦지 말랬는데. 미안. 이만 들어가야 될것같애"
"하긴. 늦은 시간이긴 하다. 아영이 너 내일 일정이 바다 가는거라고 했지? 우리들도 바다갈게. 아영이 너가 수영복 입은 모습 보고싶어지는데? "
"뭐야..부끄럽게"
아영이가 부끄러워하자 박우진이 이어 말했다.
" 아영이 너가 스타일 좋다는 건 옷 위로 봐도 알수있어."
"그런가? 난 자신없는데... 사실 스타일하면 너희들 아니야? 모두 모델들처럼 키 크고 "
"뭐? 우진이 이 자식은 근육밖에 없는 근육바보라고.이 근육들봐라. 가진건 근육 밖에 없는 바보."
"뭐라는거냐. 나의 이 근육들의 아름다움이 보이질 않는거냐? "
박우진의 근육자랑소리가 한동안 들려온다.
"우진이 근육이 그렇게 대단해? "
"어? 아영이 너 근육에 관심있는거야?"
"어? 아니. 그냥..딱히 싫어하거나 그러진 않아"
"하핫.알았어. 우리 여기 너무 오래 있었다. 가자. 체력충전을 해놓지 않으면 내일 밤늦게 까지 놀지못하니까. 아영아. 우리 갈게 잘자라.내일 봐"
"응. 모두 잘자"
이 대화를 끝으로 녀석들은 돌아갔고 아영이는 방으로 들어왔다.
아영이가 들어오자 나는 얼른 눈을 감았다. 아영이는 침대 옆으로 와서는 내 얼굴을 확인하고 옆에 조용히 누웠다.
그러고는 내 자고있는 얼굴을 바라보며 "진수야,조금 늦어버렸어. 미안" 이라고 말한뒤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다음날
제주도의 날씨는 화창했다.
해변에 가기에도 좋은 날씨.
"진수야.괜찮겠어?"
"괜찮아. 괜찮아. 열도 많이 내렸는데 뭘. 방안에 누워만 있어도 좋지 않은거야."
"정말?"
"진짜라니까. 어제보다 확실히 몸도 가볍고."
"다행이다. 계속 컨디션 나쁘면 어쩌나 걱정이었는데"
"걱정끼쳐서 미안해. 하지만 이제 괜찮아졌어.얼른 수영복 갈아입고 와"
"응. 조금만 기다려" 라고 말한 아영이는 수영복을 갈아 입으러 갔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아직 완전히 낫지않았다.
의사는 2,3일 쉬라고 했었으니까. 하지만 어제보다 괜찮아진것은 사실이다. 아직도 열과 복통이 조금은 있었지만.
하지만 여행 2일째는 내가 가장 기대하는 날이었다. 하루종일 방안에 있을 수 없었다.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아영이와 바다를 즐기고 싶었다.
"진수야.. 이거 진짜 괜찮을까. 입어보니 조금 당황스럽네"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아영이가 방문에 얼굴만 내밀고 말했다.
"그렇게 말해도 보지 않으면 몰라. 나와봐 "
아영이는 "응, 알았어" 라고 말하고는 비키니를 입은채 천천히 나왔다.
"진수야. 어때?"
나는 아영이가 비키니를 입은 모습을 보자 그 아름다움에 넋이 나갔다.
우리들은 이미 사귄지 1년이다. 나는 아영이의 알몸도 본적이 있다.
그렇지만 아영이의 비키니모습은 내 눈에 신선하게 비쳐졌다.
"뭐라고 말 좀 해봐"
"어.. 어? 예뻐. 아니 아름다워. 너한테 다시 반했어.아영아."
"다시 반했어? 정말? "
기뻐하면서도 부끄러워하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비키니 모습을 확인하는 아영이.
흰색바탕의 파란색 줄무늬 비키니가 아영이의 흰 피부와 잘 어울린다.
조금 원단이 작은 비키니라 섹시한 느낌도 주었다. 하단의 비키니 팬티 옆면은 끈 형태로 되어 있어 허벅지가 위에까지 드러났다.
그리고 아영이의 부드러운 가슴과 엉덩이 살이 비키니 천 옆으로 살짝 빠져나오는것이 야해보일수 있었지만 아영이가 입어서인지 천박하거나 싸보이는 느낌은 아니었다.
잘 샀다.조금 야해보여도 아영이에게 상상 이상으로 잘 어울리고 귀여워보인다.
바다로 가니 비키니입은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아영이는 비키니 차림이 아직 부끄러운듯 해서 위에 T셔츠를 입고갔다.
바다에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 충분히 바다를 즐길수 있을것같다.
"와아. 바다 진짜 예쁘다. 빨리수영하고싶어.그치? 진수야"
"그러게. 이런 바다는 TV로만 봤었는데."
바다를 눈 앞에 두고 기분이 업 되는 나와 아영이.
하지만 그때!! 타이밍을 맞춰 들려오는 소리.
"어이~~"
뒤를 돌아보니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녀석들이 걸어 오고 있었다.
나는 아영이가 녀석들을 볼 때 표정이 확 밝아졌다는것을 놓치지않았다.
'아영이는 저녀석들이 와서 기쁘구나. 어제 저녀석들과 놀고 즐거웠던거야..'
"아영아. 어제 잘 잤어?.김진수 왜 나온거야?몸은 괜찮아?"
'왜 나오기는. 아영이 남자친구인 내가 아영이 옆에 있으면 안되냐?'
이런 생각을 뒤로하고는
"어제보다는. 근데 아영이랑 말놓은거야?"
"어.말 놓았어. 우리. 어제 놀다 보니까 동갑인데 서로 ㅇㅇ씨,ㅇㅇ씨하면서 말하니까 좀 그렇더라고."
"그래? 크흠. 어제는 병원 데려다줘서 고마웠다."
"우리 아니었으면 너 여행내내 침대에 누워있을뻔했어.자식" 이라고 최찬영이 말하며 내 등을 두번 친다. 팡 팡
"우리 바나나 보트 이따가 예약되어있는데 같이 탈래?" 최찬영이 나와 아영이를 보며 물었다. (정확히는 아영이쪽을 보면서지만)
나는 거절을 하려고 했으나
"바나나보트? 탈래. 탈래. 나 그거 타보고싶었어"
아영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럼 보트타기전까지 우리랑 같이 있자. 어때?"
오지훈이 우리 둘에게 제안했다.
'후우 결국 이렇게 되는건가. 아영이와 단 둘이 놀고 싶었는데..'
하지만 어제 도와 준것도 있고해서 거절할 명분이 없다. 결국 우리 5명은 같이 해수욕하기로 했다.
"어? 아영아. T셔츠 입고 바다들어가려고?"
바다로 들어가기전 비키니위에 T셔츠를 입은 아영이의 모습을 보고 최찬영이 물었다.
"응, 입고 들어가려고. 왜?"
"그러면 애초에 비키니를 입을 필요가 없지. 비키 니위에 T셔츠는 모양새가 좀 그렇다"
"그래?...듣고보니 그렇네"
녀석의 말을 듣고는 아영이가 양손으로 T셔츠 밑자락을 잡고 들어 올린다.
그러자 옆에 있던 박우진과 오지훈도 기다렸다는듯이 시선이 아영이에게로 향한다.
밑단이 들리고 드러난 아영이의 하얀피부와 비키니에 감싸인 부푼 가슴.
"오오~"
아영이가 T셔츠를 벗고 비키니 차림이 된 순간 녀석들이 목소리를 맞춰 높였다.
그리고 녀석들의 눈이 아영이의 몸 전체를 한번 훑는다.
"아영아. 잘 어울리는데"
"그래. 진짜 잘 어울린다"
"정..말?"
아영이의 양볼이 살짝 붉어진다
"우진아.왜 그래? 너 얼굴 빨개."
"나? 어..이건 그냥..그러니까"
"우진이.이 새끼 아영이 비키니입은 모습 보고 흥분한거냐"
"얌마, 아영이 같이 예쁜 애가 비키니 입은 모습보고 흥분하지않을 사람이 어딧어!"
버럭 최찬영에게 소리 지르는 박우진.
비키니입은 아영이의 모습을 칭찬하는듯 하면서도 그 시선과 말에는 성적인 의미도 담겨있었다.
하지만 아영이는 얼굴을 붉히고 부끄러워하고 있을뿐,싫어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아마 단순히 자신의 비키니차림을 칭찬한다고 생각하는듯 했다.
우리는 다같이 바다로 들어갔다.파도가 조금 있었지만 수영하지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뭐니뭐니해도 바닷물이 깨끗해서 마음도 정화되는기분이었다.
"아, 좋다"
가져온 튜브로 둥둥 떠다니며 즐거워하는 아영이
나도 그런 아영이 근처에서 발밑까지 보이는 바다의 투명감을 만끽하고 있었다.
나는 아직 몸이 완전히 낫지않아 얕은 물에서 아영이와 노는것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런데 또 다시 녀석들이 훼방을 놓는다.
"아영아, 그런 얕은곳에서 노는 거 재미없지않아? 저기 저 바위 있는데 가지않을래? 우리들이 데려다줄게"
"저기? 저기말하는거야? 좀 멀지않아?"
"우진이 수영부 출신이야. 아영이 넌 튜브만 잡고 있으면 돼"
"저 바위에 앉을 곳도있어. 가자."라고 박우진이 말하고는 아영이의 튜브를 잡고 바위를 향해 헤엄친다.
'자..잠깐!아영이를 마음대로 데려가지마'
"김진수, 너도 같이가자"
최찬영과 오지훈도 박우진의 뒤를 쫒는다.
'젠장, 지금의 몸 상태론.. 아영이는 가고싶어하는 얼굴이고. 아영이를 혼자 둘 수도 없고. '
어쩔수 없다. 나도 가야한다.
"와아~ 우진아. 너 진짜 빠르다."
아영이는 튜브를 잡고 헤엄치는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빠른속도로 가는 박우진을 보고 흥분하고 놀랜 기색이 가득했다.
나도 그 속도를 따라가려고 필사적이었다.
"박우진 ,이 새끼. 고등학교때 전국대회까지 갔었다니까."
"헤에~정말? 굉장하다! "
그래서 저렇게 체격이 좋은거였나.
헤엄치는 중간중간 아영이가 나에게 "진수야, 괜찮아?"라고 걱정스럽게 물어왔지만 나는 그 때 마다 "괜찮아"라고 대답했다.
실제로 아직까지 아무렇지않았고 초등학교졸업때까지 수영을 배웠기때문에 수영에 자신감이 있었다.
너무 자신만만했던것일까. 보통 물속에 있다가 육지로 올라오면 갑자기 몸이 무겁게 느껴지곤 한다. 수중에서는 몸의 피로를 인식하지 못하기때문이다.
이때 내 상황이 이랬다.바위에 도착하고서 올라갈수가 없었다. 물속에서는 손발이 움직이는데 물밖으로 꺼내면 힘이 없어진다.
"김진수, 빨리 올라와라"
아영이와 녀석들은 먼저 바위 위에 올라가 있었다.
나는 간신히 무거워진 팔과 다리로 바위 위로 올라갈수 있었고 그 시점에서 녹초가 되버리고 말았다. 중력이 평소의 몇배로 느껴진다.
머릿속이 파도처럼 흔들리고 기분도 나빠지고 구역질이 올라왔다.
"김진수,왜 그래. 임마."
"진수야. 상태 또 안좋아?"
창백한 얼굴을 하고 녹초가 된 나에게 아영이와 녀석들이 달려온다.
'하아, 하아 제기랄'
1시간후
나는 방 침대에 누워있었다.
"의사 말을 들었어야 했어"
"..미안"
아영이의 표정을 보니 걱정하면서도 실망하는 표정.
오늘은 최고의 하루가 될 것 같았는데 바다에 들어가자마자 이렇게 되다니.
나는 그 바위에서 아영이가 쓰던 튜브에 넣어져 녀석들이 차례로 헤엄치며 당겨주면서 어떻게든 육지에 돌아왔다.(아영이도 수영은 잘 하지못했기에 튜브 뒤를 잡고 같이 이동했다)
나는 또 그 3명의 도움을 받아 버렸다.
"내가 나쁜애야. 진수가 아픈지 파악도 못하고."
"아니야..그런건. 아픈 내가 잘못이지"
아영이가 자책하자 마음이 아팠다.
날씨는 어느때보다도 화창했지만 우리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어두워지고 있었다.
"또 열 올랐네"
아영이가 내 이마에 손을 대면서 말했다. 컨디션도 어제로 돌아간 것 같다.
"어이~얼음 사왔다!"
그 녀석들이다. 녀석들이 큰 소리로 말하며 양손에 쇼핑백을 들고 방에 들어왔다.
"정말 고마워. 마침 진수가 열이 올라와서 딱 필요한거였는데. 너무 도움만 받는것 같아서 미안하네."
"하핫. 신경쓸필요 없어. 아영아. 뭐, 나중에 우리도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주라고.자, 여기 음료도 사왔어."
"얼마정도 들었어?"
"괜찮아.괜찮아. 이건 그냥 우리가 사주는거야."
아영이는 쓸데없이 친절하게 녀석들에게 몇번이나 고맙다고 인사했지만 나는 이 녀석들에게 그렇게 고마움은 못느꼈다. 애초에 따지고 보면 녀석들이 이 아픔의 원인제공도 했으니까.
바위만 안갔으면 이정도로 컨디션이 무너지지는 않았을것이다.
게다가 녀석들의 눈은 쓰러진 나를 비웃고 있는것처럼 보였다.
아영이는 몰라도 나는 알 수 있었다.
녀석들이 입으로는 친절한 척 말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날 바보취급하고있어.
"뭐, 어쨋든 김진수.푹 자. 문제있으면 또 부르고. 도와줄테니까"
"....."
나는 녀석들과 말하기 싫어 이불속에 들어가 입을 다물고 있었다.
"참, 아영아 여기 근처에 맛있는 햄버거가게에 점심먹으러 가려했는데 너도 같이 갈래?"
"맛있는 햄버거 가게?"
"응. 여기와서 거길 안 갈순 없지. 진수도 자는 것 같고. 아영이 너도 여기에만 있으면 심심하잖아. 갈거지?"
"맛있는 햄버거 가게.. 그런데 진수 혼자 두고 가기엔..좀.."
아영이는 가고싶겠지. 정말 날 두고 가버릴까.
"아무래도 안되겠어. 미안. 난 여기 있을게"
아영아. 난 아영이의 상냥함에 감동했다.나 같은애를 이렇게 걱정해주다니.
"알았어. 그래도 우리끼리 먹는건 그렇다. 테이크아웃으로 사다줄게"
"응? 하지만 그렇게 받으면..너무 미안한데.. 아까도 음료와 얼음도 사다주고."
"괜찮아.괜찮아. 신경쓰지마. 이 버거는 진짜 꼭 너가 먹어봐야돼. 진짜 맛있다니까."
"그렇게 맛있어? 그럼 부탁할게. 돈은 이따가 줄게"
"알았어. 잠깐 기다려. 빨리 갖다올게 "
그렇게 말하고 녀석들은 방을 나갔다.
그러자 둘 만 있게 된 조용한 방에서 아영이는 내가 자고 있다고 생각했던지 작은 목소리로 토로한다
"이번 여행. 완전엉망이야.."
내 마음이 무거워진다.가슴을 후비는 말.
아마 자고 있어서 내가 듣고 있지 않는다고 생각한 아영이가 속내를 내보인것 같다.
아영이가 혹시 나에게 신물이난걸까. 나는 이불속에서 얼굴을 내밀수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녀석들이 돌아왔다.
"아영아. 우리 왔다"
아영이는 지금 까지 여러번 한숨쉬며 생각에 잠겼지만 녀석들이 돌아오자 밝은 목소리로 대답하고 옆방으로 갔다.
"와아.이렇게 많이?"
"여러종류 있어서 그냥 하나씩 다 샀어. 여기서 다 먹자"
"굉장해.맛있겠다."
"아영이가 좋아하니 다행인데. 여기 햄버거는 다 맛있어"
옆방은 어제보다 분위기 업 되있었고 아영이도 즐거워했다.
햄버거도 취향에 맞는지 몇번이나"맛있어~!"라고 말하는 아영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영아. 오후에 예약했던 바나나보트 타러갈거지?"
"아,바나나보트 ..어떻게.. 할..까"
"가자. 여기 혼자 있으면 뭐해"
"진수 자고.. 있겠지? 모처럼 여행왔는데 방콕신세라니.너무 따분해. 으음..좋아. 나도 갈게"
"좋아.결정끝. 가자"
나는 혼자 이불속에서 아영이와 녀석들의 대화를 듣고 우울했다.
나는 이제 안된다.못난 놈.나는 어느새 1시간 반 정도 잠들었고 일어났을때는 아영이와 녀석들이 없었다.
바나나보트를 타러 간 것일까.
하아..열이 나고 있던 터라 땀이 흠벅이다.하지만 자고나서인지 편안한 느낌이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아직 점심시간을 조금 넘겼을 뿐이라 해가 높이 떠있다.
푸른바다와 하얀 모래사장이 눈부시다.아영이는 녀석들과 즐거운시간을 보내고 있겠지.아영이는 그 3명과 의기투합하고 있는것 같았고 조금 신경이 쓰였다.
아영이가 잘 놀고 있는지 살짝 보고만 올까.
아영이만 보고서 다시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는거야.
나는 음료수를 하나 집어 수분을 섭취한 후 샌들을 신고 밖으로 나왔다.
역시, 아직 조금 어지럽네.아영이는 어디있지?해변근처로 가서 나무그늘에 앉은 나는 아영이를 찾기 시작했다.오전보다는 사람이 늘었지만, 혼잡하지는 않았다.
어딨을까. 저깄다. 찾았다.
표정까지 보일정도의 그리 멀지않은 위치에 아영이와 녀석들이 바나나보트에?
[출처] [펌]따먹히는 나의 여친 ( 야설 | 은꼴사 | 성인사이트 | 성인썰 - 핫썰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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