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짓는 아내 12
무적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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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전
최악의 기분으로 시작한 자신과는 반대로 드넓은 하늘은 청량하고, 떠다니는 뭉게구름은 새하얀 와이셔츠처럼 산뜻함을 뽐내며 하늘을 유유자적 흘러가고 있다.
‘게다가 어째서인지 오늘은 별로 손도 안 대고 있고.’
정나은은 오늘도 얼마나 김우영에게 괴롭힘을 당할지 걱정을 했건만 그는 평소와 달리 가끔 자신의 몸을 더듬는 것 외에는 말을 거는 것조차 드물다. 남편과 싸웠던 일만 아니면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평온함에 정나은은 기분이 좋다.
‘이대로라면 오늘도 일찍 들어갈 수 있을 거 같은데?’
안 그래도 오늘 일찍 들어가야 남편에게 일방적으로 신경질 낸 것을 사과할 수가 있다. 다만 문제라면 이 남자는 자신의 편의 따위는 봐줄리 없다. 일찍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간 오히려 더 붙들어 놓을 것 같아 그저 묵묵히 그의 뒤를 평소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나름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쾌청한 날씨를 즐기려는 듯 공원등지를 산책하는 둥 오늘따라 기묘하리만치 평범한 행보에 정나은은 슬슬 의심이 피어오른다. 산책이 끝나자 근처 카페에 들어가선 디저트와 커피를 시켜놓고 시간을 죽이는 모습이 세상에 근심이라곤 없어 보이는 사람 같다.
“……할 말 있나?”
“……아냐.”
정나은의 의심어린 눈초리를 받으면서도 김우영은 그저 웃어넘길 뿐 별 다른 반응을 보여주지 않는다. 달콤한 커피를 빨대를 통해 쪽 빨면서도 점점 치켜 올라가는 정나은의 눈매는 그의 속셈을 까발리기 위해 부지런히 두런거린다.
“그나저나 한결같은 정장이라니 지치지도 않나?”
“누구와는 달리 난 사회생활을 잘한다고? 요즘엔 일을 거의 못했지만 곧 그 보상은 받을 수 있겠지. 그리고 누구 때문에 더러워진 정장 드라이하는 것도 고역이라고!”
안 그래도 몇 벌 없는 정장이 매일같이 더러워지니 드라이를 하는 것도 꽤나 힘들다. 그렇다고 정장 차림을 그만두자니 김우영에게 자신의 일상이 변한다고 여겨져 그건 또 싫다.
김우영은 커피를 쪽 빨면서 그녀의 정장 차림을 살펴본다. 부드러운 상아색과 깔끔한 흰색, 표준적인 검은색 정장만 입는 모습을 봐왔지만 그런 고역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생각해보니 그것도 그렇군.’
자신은 더럽히는 입장이다 보니 거기까지 생각이 못 미쳤다. 평소와 똑같이 틀어 올린 머리와 살짝 보이는 가냘픈 목선이 아름답다. 한결같은 티 하나 없는 흰색 와이셔츠와 그 위에 옷맵시를 살린 검은 정장. 날씨가 좋아서인지 검은 스타킹 대신 티가 안 나는 살색 스타킹을 입고와 그녀의 뽀얀 다리가 고스란히 햇빛에 반사되며 빛난다.
“슬슬 저녁이나 먹으러 갈까?”
“……아직 늦은 오후인데?”
카페에서 한참을 죽치고 멍하니 시간을 때우던 두 사람이었지만, 김우영의 뜬금없는 제안에 자리에서 일어나 이동을 시작한다.
“오늘은 고기나 먹으며 술 한 잔?”
“…….”
정나은은 찌푸려지려는 눈살을 억지로 되돌리며 평정을 가장한다. 여기서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내면 이 남자는 저녁자리를 길게 끌게 틀림없다. 그저 무표정하게, 아무렇지 않다는 듯 슬슬 그의 뒤를 따라 이른 저녁을 술과 함께 먹기 시작했다.
시간은 흘러 어스름한 황혼이 서서히 도시 저편으로 기울기 시작할 무렵, 길거리에도 일찍 퇴근한 직장인들이 하나, 둘 끼리끼리 어울리며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런 직장인들이 음식점으로 쏟아져 들어오며 서서히 시끌벅적함이 식당 안을 가득 채운다.
“꿀꺽, 꿀꺽!”
정나은이 500cc 맥주잔을 호쾌한 기세로 들이키고 있다. 이른 시간부터 고기를 먹으며, 조금씩 술잔을 기울이던 김우영과 정나은이었지만 저녁자리가 길어짐에 따라 술을 적게 먹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상당한 양의 술병이 나뒹굴고 있다.
“……은근히 주당인데?”
김우영은 정나은의 주당에 살짝 놀랐다. 사회생활을 오래해서일까? 아니면 선천적으로 술을 잘 마시는 걸까? 고기를 안주삼아 마시기 시작한 그녀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상당히 경계하며 술을 안 마셨지만 자신의 끈덕진 권유로 조금씩 술을 마시기 시작했는데…….
이게 웬 걸? 어느 정도 술이 들어가자 알아서 꿀꺽, 꿀꺽 마치 물 들이키듯 마셔대는 그녀의 모습에 살짝 얼이 빠져버렸다.
‘게다가 소주, 맥주 할 것 없이…….’
술이라는 게 속에 들어가 섞이면 상당히 괴롭다. 폭탄주라는 게 도수보단 그것들이 섞이면서 생기는 시너지 효과 때문에 취하는 것이다.
“신경 끄시지?”
살짝 혀가 꼬일 뻔 했지만, 아직 죽지 않은 흉흉한 눈매하며 살벌한 눈빛으로 김우영을 쏘아본 그녀는 다시금 고기를 먹으며 술을 들이킨다. 정나은은 그와 술을 마시더라도 취할 정도로 마실 생각은 없었다. 그저 고기나 왕창 먹고 김우영의 지갑을 가볍게 할 생각이었는데, 직장인의 나쁜 버릇 중 하나가 튀어나와버렸다.
바로 술로써 현실을 잊고, 스트레스를 푸는 것.
‘으으, 남편 얼굴을 어떻게 보지.’
근래 들어 쌓일 때로 쌓인 그녀의 스트레스는 거의 한계에 달했다. 어제만 하더라도 술로써 쌓인 스트레스를 풀려다가 남편과 다투는 바람에 기분이 더욱 가라앉아 버렸다.
‘게다가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어……하여간 이놈의 자존심 때문에…….’
이미 브레이크가 고장 난 폭주 기관차에 올라탄 몸이다.
처음에 억지로 몸을 더럽혀지고, 떨어진 자존심을 회복하겠다고 여기까지 온 자신이 한심하다. 이미 내리기엔 너무 멀리까지 와 이젠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 밖에는 남지 않았다.
자신의 아니꼽고 높은 자존심 때문에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남편과 다퉜다는 것이 방아쇠가 되어 자괴감에 빠져 부글부글 끓던 참이었는데 술이 들어가니 알딸딸하게 달아오르는 기분 좋은 감각에 취해 연거푸 들이키고 있는 것이다.
‘이래서 직장인들이 술을 못 끊는 거야.’
사랑하는 남편을 보듯 그윽한 눈으로 술을 내려다보는 정나은의 모습은 현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이 술기운을 빌어 스트레스를 풀고, 현실을 외면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녀의 경우는 같잖은 자존심 때문에 하게 된 김우영과의 내기와 쌓인 성욕이라는 것이 더해졌으니 오죽하겠는가?
“슬슬 일어날까?”
전투적으로 술과 고기를 먹어치우던 정나은과 적당히 술을 즐기며, 마치 에너지라도 비축하듯 고기를 먹어치우던 김우영은 하늘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식당에서 나왔다.
“후우~”
식당 밖으로 나오자 시원한 밤공기가 술기운에 달아오른 정나은의 몸을 식혀준다. 김우영은 그런 정나은을 바라보다 걸음을 옮기자 정나은도 슬금슬금 뒤를 따르려는데, 발이 꼬인다.
“그렇게 들이붓고도 하이힐 신고 걷는 게 신기할 정도군.”
“이제 오늘은 해산이지?”
부축을 해준 모양으로 다가온 김우영의 팔을 쳐낸다. 죽어도 김우영의 부축을 받기 싫다는 것을 태도로 들어내듯 허리를 쫙 피곤 어설픈 걸음걸이로 걷기 시작한 정나은의 뒷모습을 보며 김우영은 비릿한 미소를 짓는다.
“정말이지 재미있다니깐…….”
김우영은 집으로 돌아가려는 취한 정나은을 근처 모텔로 억지로 데리고 사라져 버렸다.
굳게 닫힌 모텔 방 현관문 안쪽에는 검은 여성용 하이힐과 남성용 구두가 아무렇게나 내팽겨져 있고, 현관문부터 떨어져 있는 막 벗어놓은 옷가지는 구겨지는 것도 개의치 않고 어지럽게 흩어져 방 안쪽으로 이어져 있다.
방 안에 있어야 할 옷가지들의 주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방 안에선 여전히 적막이 흐르고 있다. 그럼에도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주듯 더욱 안쪽에 비치된 샤워실로 이어지는 문은 살짝 열려있어 쏴아아-하는 시원한 물소리와 더불어 수중기가 은은하게 새어나오고 있다.
“……! 잠깐!”
벌어진 문틈 사이로 당황한 여성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곧이어 목조 안의 여성이 발버둥이라도 치는지 욕조 안을 가득 채운 물이 출렁이며 넘치는 소리가 샤워실 안을 울린다. 머리 위로 계속해서 쏟아지는 샤워기의 뜨거운 물이 욕조 안을 채우는 소리와 여성의 당황스러워하며 발버둥 치는 목소리가 계속 새어나오더니 곧이어 벌어진 문틈 사이로 불쑥 여성의 뽀얗지만 육덕진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욕조에 걸쳐진 여성의 다리는 힘이 잔뜩 들어가 뻣뻣하게 굳어 부들부들 떨리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
한참을 그렇게 실랑이 하는 목소리와 출렁이는 물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는 샤워실 안은 곧이어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소리만이 가득 찬다. 욕조에 걸쳐져 있던 여성의 다리도 뻣뻣하게 힘이 잔뜩 들어갔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은 여성의 다리는 나른하게 축 처진 채 풀려있고, 종아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방울이 이따금 경련하듯 살짝 떨리는 다리의 움직임에 맞춰 욕실 바닥으로 떨어지는 모습은 아름다울 정도로 관능적이다.
“…….”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소리 말고도 이따금 물이 출렁이는 소리와 가냘프면서도 무언가 본능을 자극하는 여성의 비음이 살살 흘러나온다. 그렇게 한참을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뜨거운 물속에 들어가 있던 방 안의 주인은 곧이어 샤워실을 나선다.
샤워실의 문이 열리고 모습을 드러낸 건 알몸의 김우영과 정나은이었다.
“……으음.”
김우영은 축 처진 정나은을 부축한 채 샤워실을 나섰는데, 온 몸이 노근하게 퍼져 힘이 안 들어가는지 그녀의 입에선 나른한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김우영은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그녀를 부축한 채 침대 위에 휙 던지자 정나은은 그대로 침대 위로 쓰러진다.
“…….”
침대에 내동댕이쳐진 충격을 부드러운 침대가 고스란히 받아내는 것도 잊은 채 정나은은 노곤하게 퍼진 몸과 나른함을 느끼며 잠이 오려는 걸 억지로 참고 있다.
‘이 남자 정말이지……여자를 기쁘게 하는 건 뭐든 잘하는구나.’
욕조 안에서 한 그의 마사지는 묘하게 성감대를 자극시키는 것도 모자라 쌓인 피로감을 해소시키며 온 몸을 노곤하게 퍼지게 하는 그 섬세함에 속으로 혀를 내두르고 있다. 지금껏 난폭하게만 다뤄져 몰랐지만 의외로 섬세하기 그지없는 그의 손놀림에 저항할 새도 없이 들이닥치는 나른함에 정신이 몽롱하다.
‘이래서 술을 마신건가…….’
술기운도 있지만, 오랜 시간 뜨거운 물속에서 묘하게 성감대를 자극하면서도 피로감까지 날려주며, 섬세하게 이뤄진 그의 마사지에 기분 좋은 현기증마저 느끼며 지금 당장이라도 꿈의 나라로 날아가려는 의식을 억지로 붙들고 있다. 지금 잠들었다간 절대로 오늘 내로 집에 못 들어간다. 그걸 알고 있기에 버티고 있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반대로 푹 퍼져버린 자신의 몸은 휴식을 요한다.
김우영은 침대 위에 쓰러진 정나은을 내버려둔 채, 미리 준비해둔 콘돔과 최음 효과가 들어간 젤을 가지고 온 김우영은 콘돔을 하는 등 준비를 하며 찬찬히 푹 퍼진 유부녀의 여체를 내려다본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흑단 같은 머리칼은 뽀얀 피부에 달라붙어 있고, 반쯤 감긴 눈망울은 평소의 고양이 같은 날카로움은 남아있지 않고 몽롱하니 초점이 맞지 않는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잠들 것처럼 흔들리고 있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에 선홍빛 입술은 촉촉하게 젖어있고, 입에서 색-색-새어나오는 숨결은 달콤한 술의 향기가 풍겨온다. 닦지 않아 군데군데 맺혀있는 투명한 물방울이 그녀의 탐스런 몸매 라인을 따라 또르르 흘러내리며 침대 시트를 적시며 탐스럽게 부풀어 오른 젖가슴과 풍만한 엉덩이는 푹 퍼진 몸의 영향을 받기라도 했는지 한결 부드러워 보인다.
‘슬슬 시작해 볼까?’
노곤한 몸을 주체 못하고, 나른함이 풀풀 풍겨져 나오는 유부녀의 여체를 감상하던 김우영은 능글맞은 미소로 그녀의 몸을 뒤집어 엎드리게 한다. 정나은은 노곤한 몸 때문인지 평소와 달리 그저 김우영의 손길에 저항감 없이 뒤집어 진 채 잠들 것처럼 고요한 숨결을 내뱉을 뿐이다.
“햐읏?!”
의식의 끈을 놓고 꿈의 나라로 여행을 떠나려는 정나은이었지만, 엉덩이 골 사이로 파고드는 차갑고, 질척한 감각에 자신이 낸 것이라곤 믿어지지 않는 귀여운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김우영이 그녀의 엉덩이 골 사이로 최음 효과가 있는 젤을 듬뿍 흘려 넣었기 때문이다.
나른하게 퍼져있던 그녀의 몸이 새로운 자극에 살짝 힘이 돌아오는 걸 느끼고, 버둥거려봤지만 김우영은 그녀의 등을 내리 누르며 섬세한 손길로 젤을 꼼꼼하게 마사지 하듯 펴 바른다.
“…….”
| 이 썰의 시리즈 (총 22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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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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