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아버지랑 사이가 서먹해진 이유
우리 아버지는 엄청난 애처가인데, 반면에 하나밖에 없는 아들인 나와는 굉장히 서먹서먹하다.
예를들어 어제 아버지와 나눈 대화가
"아부지 귤드실래요?"
"아니"
대충 이정도임.
이에 대해서는 굉장히 잘 짚히는 점이 하나 있으니 썰을 풀어볼게.
중학교 2학년때의 일이다.
그날은 주말이었는데,
그 무렵 나는 시험기간이라 내 방에서 한자 공부를 하고있었지.
어머니는 외출한 상태였고, 나는 내방에서 공부, 아버지는 거실에서 컴퓨터를 하는 중이었다.
나는 어릴때부터 씹 빠가여서 한자를 봐도 도저히 이게 뭔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나름 한자로된 책도 읽고 하시던 유식한 아버지의 모습이 생각나서 거실로 나가 아버지에 한자좀 물어보려고했지.
"아부지 이거좀 알려주요~"
그런데 내가 아버지를 부르면서 거실로 나가니까 갑자기 아버지가 당황하시더니 모니터를 파팍 꺼버리더라.
그리고는 생전 본적없는 혈기 업 된 모습으로
"어어.. 엉? 오오 그래그래그래그래 알려주께알려주께 어디어디어디"
하면서 막 내방으로 서두르면서 잰걸음으로 들어가시더라.
아부지의 엄청난 학구열에 나는 깜짝 놀랐는데 이내 그 이유를 알게되었지.
우리집 모니터가 버튼이 전부 정전식 터치방식이어서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아부지가 모니터 전원 터치를 연타해버렸기때문에
모니터가 한번 꺼졌다가 다시 켜짐ㅋ
화면 한가득 차오른 살색과 주민번호 6103**까지 적혔던 회원가입창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거같다 ㅋㅋㅋㅋ
내가 따라들어오지 않자 다시 거실로 나왔다가, 켜져있는 모니터와 나를 번갈아가며 바라보며 망연자실해 하는 아버지 ㅜㅜ
물론 거기까지라면 사태는 악화되지 않았겠지.
내가 조금 더 나이를 먹었더라면
"어... 아부지. 이런데 말고 그냥 제 폴더 들어가세요."
"그..그래? 허허 우리아들 효자구먼."
이정도 해프닝으로 끝났을텐데.
그 당시 내가 무슨생각을 한건지 두어시간쯤 후에 외출에서 돌아온 어무이에게 아빠가 빨간사이트 들어간다고 고자질을 해버린거임.
어머니는 인자함 그윽한 표정으로
"네 아버지는 어른이니까 그럴수 있는거란다."
라고 하셨고.
그 후 아버지는 근 3개월동안 소파에서 혼자 주무시게 되었다.
세줄요약
1.아부지 ㅍㅍㄸ
2.들킴 -> 믿었던 아들의 배신
3.서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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