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선의 선택 9부
김 차장의 배려로 2개의 토르소 마네킹을 받은 은선은 기분이 좋았다. 하나는 전기를 켜면 불이 켜지는 하얀색 마네킹으로 살려고 해도 몇십만원은 들여야 할 것 같이 좋아 보였다.출하차가 내려 놓은 박스를 동철과 같이 옮기며 속옷코너의 디스플레이를 하고 있는데 송 영감이 들어왔다.
“어이~ 빨리 진행됐네”
“오셨어요”
“아이구, 어서 오십시요. 사장님”
“보기 좋네…마네킹에 입혀놓으니..꼭 진짜 같은데…허허허”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이 들더라구요…히히히”
공교롭게도 동철과 송 영감은 란제리가 입혀진 마네킹을 보며 은선이 입으면 어떨까 하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송 영감은 바닥에 놓여진 빈 박스를 주워들며 일을 거들었다.
“아닙니다. 두세요.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동철은 빠른 손 놀림으로 박스들을 모아 창고로 가지고 갔다. 동시에 송 영감의 눈에는 비닐포장과 낱개박스포장 그림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건 뭐여? 잉? …우와…은선씨..이런것도 취급해?”
“…그냥…조금만…잘 나간다고 하기에…”
“하기사…요즘 것들은 아예 안입고도 다니제… 은선이도 브라자 안하니 어땠어?”
은선은 깜짝놀라며 고개를 돌려 동철이 들어간 곳을 보고, 그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을 확인한 후 눈살을 찌푸리며검지 손가락을 입에 세로로 가르며 송 영감에게 조용히 하라는 사인을 주었다.
“허허허…알았어…알았어”
“근데, 다음주에 사진 촬영 괜찮아?”
“….제가 꼭 해야돼요?”
“그럼 내가 할까?”
“……………..알겠어요”
“그럼 나 가네…”
은선은 모델이 되는 것이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지만 모델을 따로 쓰면 비용이 더 들고, 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모델이나 스튜어디스의 꿈이 있는 만큼 은선도 그런 꿈을 꿨었던 생각에 그냥 찍어야겠다고 다시한번 생각했다.
계속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다 몇몇 매장 손님들이 옷을 구경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동철이 먼저 전화를 받았다. 송영감이었다.
“은선아, 송 사장님인데 바꿔 달래”
“…알았어요..그럼 잠시 이분 좀 도와드리세요”
은선은 간만에 바쁠려고 하는 데 걸려온 전화가 짜증이났고, 특히 송 영감이라니 또 무슨 요구를 할 지 몰라 불안했다.
“여보세요…”
(응..날세…)
“무슨 일 때문에…? “
(으응…다른게 아니고 내일모레 목요일 저녁에 찍기로 했어. 괜찮지?)
“네…”
(일단 올라와봐, 그거에 대해서 상의하게)
“지금 바빠서…”
(브라자 안 찾아갈꺼야?)
“네?……나….나중에요”
(아…아…좋다…은선이…젖…)
“…지…금… 바빠서요.. 끊을께요”
은선은 손님 상대를 어떻게 할 지 몰라 자신을 자꾸 쳐다보는 동철의 시선도 부담스러웠고, 송 영감이 전화에 대고 무슨 말을 할 지 몰라 서둘러 전화를 끊고, 기다리는 손님에게로 돌아갔다.
잠시후 2층 포토 스튜디오에서 촬영에 대해 상의 하자며 은선의 방문을 요청했고, 은선은 스튜디오로 올라가 촬영기사를 만났다.
“카다로그는 총 몇 페이지 생각하시나요?”
“…한 8페이지 정도…?”
“그러니까 표지하고 마지막 맨 뒷면 빼고, 총 6면 이네요?”
“네..그 정도 생각 했어요”
“그러면 한 면에 옷을 어느 정도 보여 줄까요?”
그렇게 촬영기사와 은선은 카다로그 제작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있는데, 송 영감이 들어왔다.
“다 되어가?”
“아..예…거의…근데 나머지 마지막 2면은 어떻게 채우실 지…”
“거긴…속옷으로 갈꺼야. 어차피 이제 속옷도 판매하는데 알려야지”
송 영감은 그냥 밀어 부쳤다. 은선은 어떻게 속옷 촬영을 할 지 막막했거니와 같은 건물에서 자주 마주치는 촬영기사 앞에서 옷을 벗고 속옷 촬영은 절대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잠시만…”
은선은 송 영감에게 잠시 이야기 하자며 잠시 사진관 밖으로 나왔다.
“저… 저 분 앞에서는 절대 못 벗어요”
“왜?”
“아니…어떻게…거의 매일 오며 가며 인사하는 이웃인데 그 앞에서 속옷만 입고…”
“그래?...그럼 어쩐다…다른 사진관에서 찍을까?”
“속옷은 그냥 마네킹에 입혀서 하면 안될까요?”
“그건 아니고… 그럼 촬영기사 보조, 걔는 어때? 걔도 사진은 잘 찍는 것 같은데..”
“….정말 못할것 같아요…. 속옷은….”
“정말 이럴거야? 그렇게 프로의식이 없어서 어떻게 의류사업한다고…내가 헛투자 했구먼…”
“… 죄송해요…”
“그럼 속옷은 다른데서 찍어서 카다로그 만들때 붙이자구. 그럼 됐지?”
객관적으로 은선이 송 영감에게 미안할 것은 없었지만 송 영감 앞에서 은선은 자신이 없었다. 자신의 몸을 허락한 남자라서 일까? 속옷 촬영이 정말로 하기 싫었지만 그의 결정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결정을 하고 은선은 매장으로 내려갔다. 기다리고 있던 동철에게 상의 한 내용을 알려줬지만 속 옷 촬영에 대해선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려고 말하지 않았다.
송 영감은 은선의 속옷 촬영을 위해 경기도 파주의 작은 사진관을 찾았다. 송 영감의 건물내 포토스튜디오의 촬영기사로 부터 미리 연락을 받은 사진관 주인은 송 영감을 기다리고 있었다. 송 영감은 사진관 대여 계약을 위해 촬영장 안을 둘러 봤다. 작은 사진관이라 그런지 카운터를 통해 들어간 안쪽에는 5평 남짓한 촬영장이 있었고, 벽에는 배경으로 쓰이는 듯한 천이 드리워져 있었다. 주변 바닥에는 각종 조명기물과 촬영에 쓰이는 듯한 기구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송 영감은 작고 조용한 이 사진관이 은선의 속옷촬영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다. 송 영감은 사진관 영업후 하루 저녁 사진관을 빌리기로 계약하고 사진관을 나섰다. 돌아오는 길에 송 영감은 은선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주 토요일 저녁에 속옷 촬영을 하기로 했으니 준비하라고 연락했고, 은선은 당장 오늘 있을 의류 촬영 때문에 미장원에서 송 영감의 전화를 받고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동철은 은선의 촬영에 함께 있지 못해 못내 아쉬웠으나 아이들을 챙겨야 하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은선에게 잘 하라며 먼저 집으로 향했다. 은선이 일찍부터 미장원에서 머리와 화장을 하고 준비하여 촬영은 저녁 7시부터 시작되었다. 포즈를 취하고 계속해서 옷을 갈아 입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은선은 모델들이 어떻게 이렇게 힘든 일을 할 수 있는지 존경할 따름이었다. 특히 단추가 많은 옷이나 스타킹을 입었다 벗었다 할 땐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었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프로 모델들처럼 코디 나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으니 더욱 힘들었다. 촬영 보조가 있었지만 그도 남자라 옷을 갈아입는 데에는 도와줄 수가 없었다.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준비한 30여벌의 촬영이 끝났다.
“수고하셨습니다”
“아이구…이 사장님이 더 수고하셨지요. 저는 셔터만 눌렀는데 옷 갈아 입으시랴…포즈 취하시랴…어쨌든 이 사장님, 이 참에 전문 모델로 나가셔도 될 것 같습니다. 하하하”
“호호…별 말씀을…어쨌든 수고 하셨어요”
“태호야, 너도 수고했다. 이 사장님 옷 가방 들어다 드리고 너도 바로 퇴근해. 너무 늦었네, 오늘…”
“네, 선생님.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은선은 촬영한 옷들을 가져온 가방에 담았고, 촬영기사도 카메라와 작업한 도구들을 챙기며 오늘의 촬영을 마무리했다. 은선은 가져온 옷을 가져왔던 대로 5개의 가방에 나눠 담고, 촬영기사에게 인사를 한 뒤 보조기사의 도움으로 모두 아래층의 매장으로 운반했다.
보조기사가 가고, 은선은 가져온 가방에서 옷들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하나씩 걸어서 정리를 하려다 시간이 너무 늦은 것 같아 내일 하기로 생각하고 가방을 정리해 놓고 집에 갈 준비를 하였다. 그렇게 얼추 정리가 될 무렵 은선의 핸드폰이 울렸다. 동철이었다.
(왜 이렇게 늦어? 아직 안 끝났어?)
“다 끝났어요. 옷 좀 정리 해 놓느라고…”
(내일 하면 되지)
“알…어?”
(왜그래?)
대답을 하는 순간 매장에 송 영감이 들어왔다.
(왜그래?)
“아…아니예요……”
(누구 있어?)
은선은 송 영감을 한번 보고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아니요”
은선에게 다가온 송 영감은 말없이 전화통화를 하는 은선의 뒤로 돌아갔다. 은선은 동철과 통화를 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온갖 신경은 송 영감에게 가 있었다. 언제쯤 송 영감이 다가올지 모르는 불안한 마음이 몸에서 피어나는 작은 기대와 상충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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