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거부할 수 없는 유혹

<거부할수 없는 유혹>
부제: 너무아픈 사랑도 사랑이다.
1부
내가 우연히 한 남자를 알게 된 그날도 다른 나의 일상적인 날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그
냥 평범한 날이었다.
하지만 우린 모두 그렇게 평범한 날들의 연속 속에 살아가면서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는 세
상속으로 아니 자신과 상관없이 평생을 살아 갈 것 같은 사람을 어느 순간 알게 되는 그런
필연 속으로 편입될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 있는 한.... 그건 누구에게나 어느 순간 일어 날수 있는 일이다.
한 남자를 우연히 알게 됐다.
인터넷 문자 서비스를 무료로 서비스 해 주는 '다이알 패드'란 사이트를 이용해 인터넷으로
문자를 보내는 과정에서
난 남편에게 문자를 보내려다 실수로 엉뚱한 남자에게 문자를 보냈다.
"있다가 올 때 아이 분유랑, 기저귀좀 좀 사다줘요. 분유는 꼭 OO회사걸루."
라고 문자를 보냈다.
저녁거리는 그럭저럭 되는데 아이의 분유가 달랑달랑 했다.
그것 때문에 나가기도 귀찮아서 남편한테 문자를 보냈는데
난 문자 보내기를 할 때 핸드폰으로 보내는게 귀찮아서 인터넷을 하던 중에 종종 인터넷 사
이트를 이용해 문자를 보내곤했다.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려면 하나 하나 글자를 만들어 가면서 내용을 써야 하는게 여간 귀
찮은게 아닌데 인터넷으로 보내면 키보드 치는것도 쉽고 간편해서 그걸 잘 이용했다.
그런데 조금 후에 핸드폰이 울렸다.
내가 전화를 받으니 왠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보세요~ 조금전에 문자 보내신 분인가요?" 라고 물으며 그쪽에서 핸드폰 번호를 불러주
는데 분명 내 핸드폰 번호이다.
"어머~ 미안해요. 잘 못 갔나 봐요. 난 남편한테 보냈는데...왜 엉뚱한 곳으로 갔죠?
죄송하지만 017-377-OOOO아닌가요? 라고 남편 번호를 물었다."
목소리가 근사한 남자였다
왠지 얼굴도 모르는 사람인데 그의 목소리만으로 나도 모르게 어떤 모습이 그려지는 아주
기분 좋은 목소리다.
얼굴도 모르는 그가 말한다.
"아닌데요. 난 011-377-OOOO 번인데요..."
"어머~ 죄송해요. 제가 분명 017로 했는데 왜 011로 갔죠? 미안해요"
그랬더니 그가 듣기 좋은 목소리로 웃으면서 말한다.
"아뇨. 미안하긴요. 난 또 우리 집사람이 갑자기 왠 분유를 사오라고 하나 했죠.
우리 아이들은 다 컸거든요. 하하.." 라고 웃는다.
음...
그 남자의 웃음소리,
이 묘한 설레임은 무엇일까?
갑자기 내 안에서 이상한 설레임이 생기며 마치 바닷가에 온듯한 느낌으로 내 가슴에 파도
가 쳐온다.
우리는 별로 할 이야기도 없는데 그도 전화를 끊기를 머뭇거렸고 나도 그냥 끊어버린다는게
그래서 잠시 그대로 있었다.
그러다 그가 더 이상 이유없이 버티기 힘든지 "그럼.. 즐거운하루 되십시요."라고 말하고 전
화를 끊었다.
난 다시 인터넷의 문자 서비스 사이트를 열어보니 '문자보내기'에서 통신회사를 선택하지
않으면 무조건 011로 가게 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난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을 모르고 통신회사 선택을 하는걸 깜박 잊고 그냥 번호만 쳐서 보
낸 것이 보였다.
남편한테 이번엔 제대로 017를 선택해서 문자를 날렸다.
그리고 그 화면을 죽이려다가 문득 기분좋은 목소리의 그 사람 생각이 났다.
그래서 난 잠시 망설이다가 그에게 다시 문자를 보냈다.
그 번호는 통신회사만 다르고 남편과 같은 번호니까 왠지 친근감이 들었다.
"아깐 죄송했어요. 제가 요즘 이러네요. 벌써 치매가 오는지... 암튼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아까 실수한 여자가^^*" 라고 애교 문자까지 넣어서 문자를 보냈다.
잠시후에 내 핸드폰에 문자가 왔다.
읽어보니 그가 보낸 문자였다.
"아뇨. 저도 님 덕분에 잠시 즐거웠습니다.
담에도 종종 그런 실수 부탁해요..그럼..하하하..." 이렇게 써있었다.
난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실실거리며 웃었다.
그날 하루는 괜히 처음 데이트 신청이라도 받은 여자처럼 기분이 좋았다.
난 고등학교 선생으로 결혼3년차, 새내기 주부이다.
나이드신 분들이 말하는 새댁이라면 새댁인, 27살에 결혼해 지금은 결혼 3년차인 30살의 주
부.
교사 생활을 하다가 지금은 출산 휴가를 받아서 집에서 쉬고 있는 중이고 다음달이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
출산 휴가를 얻어 아이를 낳고 산후 조리를 하느라 한 달 동안은 시어머님께서 와 계셨다.
처음 한 달간은 시어머님께서 산후 조리를 해 주신다고 와 계시는 바람에 쉬는것도 자유롭
지 않았고 그때는 몸도 불편한 상태라 그 당시에는 휴가라는 기분, 또는 편하다는 기분, 그
런것들이 전혀 없었지만 막상 한달이 지나 시어머님께서도 가시고 몸도 조금 추스리고 나니
남편 출근하고 나면 얼마나 홀가분하고 좋은지 정말 이런 생활을 한다는게 꿈만 갔았다.
마냥 하고 싶은대로 할수 있다는 자유.
편안 옷 입고 언제든 자리에 눕고 싶으면 눕고, 또 머리를 질끈 동여 묶고 음악과 책을 벗
삼아 여유를 즐기는 생활을 했다.
아무튼 그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처음엔 무조건 좋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요즘은 점
점 따분해 지기 시작했다.
옛말에 듣기 좋은 꽃 노래도 한 두번 이라더니 역시 나는 밖에서 활동해야 하는 타입인가보
다.
집에서 살림만 하는 많은 주부들이 갑자기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따분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한것은 아이가 너무 순해서 별로 할 일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기는 거의 먹고 자고 귀저귀 갈아주고 그리고 밤이 되면 아이 목욕을 시키고 그러다 보니
점점 따분해 지고 어서 출산 휴가가 끝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는
욕구가 커지던 참이었는데 그런 문자 실수로 해서 오늘 하루만이라도 기분이 약간 들떴던거
같다.
아이한테는 되도록 모유를 먹이고 싶었지만 젖도 잘 안나오고 어차피 학교에 나가게 되면
아이 젖을 계속 줄수도 없는 상태라 아이한테 모유와 분유를 병행해서 먹이고 있던 참이었
다.
그런데 마침 분유가 떨어지고 기저귀도 몇 개 남지 않아서 남편한테 문자를 보내다 그 사람
을 알게 된 것이다.
남편과 나는 중매로 만났다.
26살까지 애인하나 없이 지내는 나에게 처음 그를 소개한 사람은 엄마 동생인 막내이모다.
이모로부터 한 남자를 소개 받고 몇번 만나며 뭐 싫다 좋다 아무런 감정도 없을 때 주위사
람들이 분위기를 잡아가며 내 감정과 상관없이 어떤 형식적인 진행순서 마냥 떠밀리는 기분
으로 결혼을 했다.
결혼을 결정하면서도 싫지도 좋지도 않은 그런 사람이었다.
난 그때까지 연애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연애는커녕 어떤 사람을 짝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라도 한번도 심하게 열병을 앓아 본적이 없
는 아주 재미없는 삶을 살아 왔었다.
남편만 해도 지금은 살면서 정이 라면 정인 감정... 그런 감정외에는 별로 다른 감정은 없다.
내가 원래 그런 잔정도 없고 남편도 뭐 특별히 내게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사랑 같은 것 그런 사치스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그와 결혼을 선택한 것은 나보다도 우리
엄마 때문이다.
엄마는 그 사람이 무척 맘에 들어하셨다.
난 엄마 맘에 들면 그만이었다.
어려서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 혼자 나를 키우시면서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는 딸이
되려고 노력하며 살았기 때문에 엄마가 좋다면 나도 그가 싫지는 않기 때문에 굳이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고 남편도 남편 집안에서 결혼을 서둘러 시부모님께서 하루라도 빨리
손주를 보고 싶어 하신 데다가 시부모님들께서 왠지 나를 무척 맘에 들어하셔서 어느 순간
그냥 그런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친정 엄마도 역시 선생님이시다.
엄마는 편모 슬하로 키운 당신의 딸이 시부모님이 모두 계시는 집에서 나를 이뻐해 주시고
귀여워 해 주시면서 며느리 감으로 탐을 내시자 그런 집안에 나를 떳떳하게 결혼시키는게
대견하기만 하셔서 서둘러 결혼날을 받고 결국 난 결혼을 엉겹결에 하게 된 것이다.
엄마는 내 결혼식때 무척 많이 우셨다.
결혼을 하고 곧 임신을 하고...
막상 배가 불러서 뒤뚱거리며 걸어 다니다가 아이를 출산하고 나니 몸이 다시 가벼워지고
이제는 그런 내 몸을 한번 전신 거울에 비추며 돌아봤다.
새삼스러웠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배가 남산만 해서 과연 아이를 낳고 내가 예전의 몸매로 돌아갈수 있을
까 하고 참 걱정스러웠는데 아직 배는 완전하게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럭저럭 봐 줄만 했다.
다행히 임신중에도 살이 심하게 터지지 않았고 분만도 제왕절개를 하지 않고 자연분만을 해
서 출산한 흔적은 별로 없다.
그런 내 자신이 문득 우습다.
새삼 지금에 와서 거울에 몸을 비추어 보고 혼자 고개를 끄덕이고...
이런 내 자신이 우스워서 아이를 한번 들여다 보며 괜히 아이한테 혼자 중얼거린다.
'니 엄마 웃기지?" 라며..
결혼해서 살아보니 처음에 남편은 첫 인상 만큼이나 특별한 문제없이 평범한 사람이었다.
우리도 다른 부부처럼 결혼 생활을 하면서 남들과 같이 수순처럼 아이를 임신하고 지금은
출산을 하고...
남편은 나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표시하지도 않았고 또 자신도 내게 특별한 애정을 원하지
도 않고 지금까지 우린 어쩌면 나이먹은 부부들 처럼 아주 무의미한 그런 생활을 해 왔다.
나도 별다른 불만도 욕심도 없이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살아가고 있었다.
결혼에 대한 환상~
내게도 처음엔 남들처럼 결혼후에 어쩌면 결혼에 대한 약간의 환상을 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환상은 결혼 초 남편이 여지없이 무너뜨려 버리고 그 후부터는 어떤 희망도 갖지
않았다.
그에게는 남에게 말 못할 이상한 비밀이 있었다.
결혼초 아무것도 모를 때에는 그냥 그는 성적으로 욕구가 적은 남자인가 보다 라고 생각하
면서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나도 별로 색을 밝히는 여자는 아니라서 문제가 되지 않고 살고 있지만
가끔 남편을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지곤 했었다.
그는 나랑의 관계보다도 항상 다른 것을 꿈꾸는 듯했다.
2부
처음 결혼했을 때부터 남편은 나와 관계를 갖으려고 노력 하지 않았다.
친구들 이야길 들어보면 친구들의 남편들은 그저 밥먹다가도 설거지를 하다가도 발정난 개
처럼 남편이 덤벼서 못살겠다고 하던데...
남편은 전혀 그렇게 하지 않아서 난 오히려 편안했다.
그런 나였기 때문에 아이를 갖고 나서는 임신이라는 핑계로 그럭저럭 자연스럽게 잠자리를
하지 않고 잘 지내는 우리였다.
그런 부분 외에는 남편은 내게 그리 나쁜 남편은 아니었다.
그때 까진 그런 정도의 문제밖에 없는 줄 알았다.
살면서 문득 문득 남편에게서 묘한 분위기로 낯설은 느낌을 갖게 된 적이 있긴 한데 그건
단순히 느낌 뿐이었고 내가 남편이 다른 남자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결혼후에 어느날 남편이 샤워를 하러 욕실에 들어갔을 때였다.
우리집 욕실문은 닫을 때 꽉 잡아서 당기지 않으면 잠시 후 어느 순간에 삐긋이 자동으로
열리는 문이었다.
남편이 욕실에서 일을 볼때 외에 씻을때도 항상 욕실문을 잠그고 씻는 것이 나로서는 여자
면 몰라도 남자가 그것도 우리 부부만 단둘이 사는 집에서 그러는 것에 신경이 쓰였지만 그
냥 그 사람의 성격이 워낙 내성적이라 그런가 부다 했는데
남편이 그날은 욕실에 들어갔다가 중간에 무언가를 가지러 나왔다 다시 들어갔다.
잠깐 뭘 가지러 나왔다 다시 들어가면서 그가 문 잠그는걸 잊었는지 문을 잠그지 않은 상태
로 있다가 나중에 그가 샤워기를 작동시켜 물소리로 인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상태일때 문이 약간 열렸나 부다.
나는 학교 생활로 피곤하기 때문에 남편보다 잠자리에 먼저 드는 경우가 많았다.
남편은 인터넷도 하고 책도 본다고 먼저 자라고 하는 날이 많았다.
그날도 씻으러 들어가면서 나한테 먼저 자라고 해서 피곤한 마음에 잠시 눈을 감고 있는데
계속 샤워 물 소리가 들렸다.
이상하게 다른 날보다 크게 들렸다.
문을 닫고 씻으면 안방과 욕실 벽 사이로 멀리서 들리는 듯한 물소리가 그날은 유난히 크게
들려서 내가 잠이 안 들고 있었던거 같다.
그런데 규칙적인 물소리 사이로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사람이 씻다보면 물소리가 규칙적일수가 없는데 계속 물소리는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난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앞으로 갔다.
그때 차라리 내가 일어나지만 않았어도..하긴 모든게 비밀이 없다고 언제까지 모르고 지나칠
순 없었겠지만...
남편이 문을 등지고 샤워기 앞에 서있었다.
그러니까 샤워기의 물줄기는 욕실 벽에서 쏟아져 내리고 남편은 그 샤워기의 물줄기를 직각
으로 하고 서서 오른쪽 어깨 한쪽에 샤워기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이 떨어지고 있는 상태로
벽을 보고 있었는데 뭘 하는지 약간 고개를 문쪽으로 뒤로 젖히고 한손은 앞으로 해서 무언
가 만지는 듯하고 한손은 자신의 엉덩이를 짚고 있었다.
순간 나의 가슴이 갑자기 방망이질 치기 시작했다.
말로만 듣던 남자의 자위행위..남편이 마스타베이션을 하고 있었다.
그 기분이란...
처음엔 뭔가 아주 더러운 오물를 뒤집어 쓴듯했다.
부인인 나를 두고 그가 혼자 그런 행위를 하는게 여자인 나로서는 마치 거부당한 느낌이었
다.
내가 그렇게 여자로서 매력이 없는 걸까? 정말 자존심이 상하고 분했다.
그는 연신 가는 신음소리를 내면서 규칙적으로 자신의 오른쪽 팔을 흔들어 댔다.
아주 더러운 오물을 뒤집어 쓴 듯한 기분도 잠시 내 몸에서 이상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내 몸 어딘가에서 갑자기 차가웠던 방에 온기가 들어오듯 어딘가 한 부분부터 시작해서 서
서히 뜨거워 지는 것을 느꼈다.
남편의 자위행위를 보면서 기분이 묘해지는 여자.
남편은 규칙적으로 팔운동을 하다가 갑자기 빨라졌다.
그러더니 엉덩이에 있던 손을 올려 욕실벽을 짚고는 뒤로 제쳐졌던 고개를 갑자기 앞으로
숙여 벽에 머리를 박듯이 숙이고 격한 심음소리를 냈다.
그 순간은 남편의 신음소리가 아주 격해 졌다. 아마 자신도 놀랬을 것이다.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그는 고개를 숙이고 튀어 오르는 자신의 정액을 얼굴에 받는 듯 했
다.
난 너무 놀라서 얼른 다시 침대로 왔다.
그리고 진정되지 않는 가슴을 안고 자는척 하는데
자꾸 몸이 스멀거리며 어딘가 감전되는 듯한 느낌을 감출수가 없었다.
한참후에 남편은 다 씻은 듯 차가워진 몸을 내 옆에 누이더니 금방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난 남편이 완전하게 잠이 든 듯 하자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둘만 사는 집안이라 거실은 냉기를 머금고 있었다.
그 적막함 속에 망연히 서있는 나.
이런게 뭐란 말인가?
내가 그에게 뭐가 부족한 것은 아닐까?
그는 혹, 동성애자는 아닐까? 이런 저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났다 사라지기
시작했다.
난 집에 있는 양주를 한잔 따라 쇼파에 앉았다.
내 머리속 영상은 자꾸 남편의 신음소리와 격렬한 팔놀림이 되풀이 됐다.
한손에 양주잔을 들고 나의 한손이 나도 모르게 내 음부로 향했다.
내 음부, 그곳은 내가 생각했던 모습이 아니었다.
잠자기 전에 이미 깨끗하게 씻고 보송보송하게 닦은 후였는데 축축하게 젖어 내 음부는 벌
어져 있었다.
나도 모르게 손가락 하나를 가만히 꽃잎에 대고 살며시 비벼본다.
살살 문지르다보니 지금까지 내가 성에 대해 생각하고 살아왔던 그 모든 것들이 무색하게
다른 나의 모습이 나타나는 듯했다.
나의 꽃잎속은 젖어있었고 살짝 손가락으로 건드리자 마치 잘 익은 석류가 벌어지듯 속살을
내 비치며 어서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듯했다.
난 살며시 손가락 하나를 집어넣어보니 미끈 거리는게 쑥~ 하고 마치 안에서 내 손가락을
잡아 끌 듯이 들어가 버린다.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나고 어쩔줄 모르는 듯 비벼댄다.
난 나도 모르게 한 행위에 대해 너무 놀라서 갑자기 누군가 옆에서 날 훔쳐보기라도 한 것
처럼 얼른 손을 빼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했다.
술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음부속에 들어갔던 손가락을 보니 끝에 하얗고 진뜩한 그 무엇이
손톱속과 손가락 끝에 한 덩어리 묻어 있다.
난 그걸 다른 손가락끝으로 문질러 보다가 묘한 흥분에 휩싸였다.
그 순간... 그런 나 자신이 너무 묘해서
황급히 술잔을 식탁위에 놓아두고는 욕실로 들어가 손을 씻기 위해 물을 틀었다.
물이 쏟아지는 소리를 들으며 눈이 나도 모르게 거울속의 나를 본다.
거울속엔 충혈된 눈을 가진 헝크러지고 욕정적인 여자의 모습이 언뜻 보이는 듯했다.
난 아무것도 모르는척 비누거품을 내서 손을 씻고는 나오려다 다시한번 남편의 서있던 욕실
벽을 보니 남편의 뒷 모습이 내 머리속에 크게 크로즈-업 된다.
남편이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일까?
왜 그는 나를 두고 혼자 그런 행위를 의식을 치루듯 하는 것일까?
이런 저런 생각이 나를 힘들게 해서 그날 밤은 거의 잠을 못 잤다.
그 후부터는 난 애써 남편의 그런 욕실행이나 기타 혼자 있는 날의 특별한 느낌을 지우려고
노력했다.
그런데다 난 임신중 이었고 그것 때문에 점점 더 '성' 이란 것으로부터 정신과 육체가 해방
되어 갔다.
그러므로써 남편의 이상한 성향은 점점 나로부터 이해라는 개념보다도 무관심이란 표현이
적당할 듯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남편의 친한 친구 R 한테서 전화가 왔다.
오늘 만나기로 했는데 연락이 안된다는 것이다.
그 친구는 아직 미혼으로 애인은 있지만 아직 결혼은 하지 않은 상태로 나도 그 R의 여자
친구를 몇번 본적도 있고 R과 남편과는 가장 친한 친구다.
그는 애인과 같이 가끔 우리 집에 와서 놀다 가기도 하고 혼자 올때는 우리 부부가 사용하
지 않는 서재에서 자고 가기도 했던 친구다.
남편과 R은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유달리 둘의 친분이 두터운 듯했다.
가끔 우리 여자들을 빼고 둘이 만나서 맥주도 마시고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다 오는 듯했
다.
난 그들의 만남에 대해 별로 신경쓰지 않았고 가끔 부딪히는 R에게 항상 앤이랑 같이 놀러
오라고 말하곤 했고 그도 그런 내 말에 웃으며 알았다고 대답 하곤 했다.
남편은 집에도 아무 연락이 없었다고 말하자 R은 알았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그날 밤 남편이 아주 늦게서야 집으로 전화가 왔다.
R에게 무슨 일이 있어 집에 못 들어가거나 아주 늦을거 같다고 그러니 굳이 기다리지 말고
일찍 먼저 자고 있으라는 것이었다.
난 알았다면서 되도록 집에 와서 자고 출근을 하라고 했다.
그날 너무 피곤해서 난 남편을 기다리다 먼저 잠이 들었다.
항상 초저녁 잠이 많아서 고생을 하는 나는 결국 남편의 전화도 받았겠다 별로 남편의 귀가
를 신경쓰지 않고 잠이 들었는데...
어느 순간 어디선가 무슨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첨엔 내가 티브이라도 켜두고 잠든건가 싶었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고...
가만 잠 정신에 들어보니 멀리서 아마 다른집에서 들리는 듯 한 소리였다.
벽을 타고 희미하게 들리는 소리..약간 억제한 듯 격한 신음소리가 멀리 벽을 타고 들렸다.
옆집의 남자가 잠자리에서 내는 소린가 부다 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
그러다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 2시가 넘어 있었다.
여전히 내 옆의 남편 자리는 비어 있고 안 들어왔나부다..
되도록 들어오라고 말했는데...라며 약간 서운한 느낌을 감추려고 잠을 다시 청했다.
그러다 언뜻 들리는 소리가 우리집에서 들리는 듯 한 소리같았다.
서재로 쓰고 있는 방에서 무슨 소린가 나는 듯했다.
난 혹시 도둑이 든 것은 아닐까? 하는 겁이 덜컥 났다.
살금 살금 일어나 안방문을 열고 거실을 지나 작은 방으로 갔다.
방문은 어두운 상태로 닫혀 있었고 방 안에선 아무런 인기척이 없는 듯 했다.
방문을 열어 보는게 너무 겁이 났다.
아무리 내 집이지만 한 밤중에 닫혀있는 방문을 열어 보는게 얼마나 겁이 나던지...
마치 그 문을 열기만 하면 아주 무서운 괴물이라도 나올까 겁이 나듯이 살짝 소리가 안나게
손잡이를 돌렸다.
살그머니 손잡이가 돌아가고 방안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환한 상태였다.
컴퓨터 모니터의 불빛이 모니터를 등지고 앉아 있는 남편의 뒷모습을 적나라 하게 비추고
있었다.
남편이 언제 들어왔는지 그 방에 앉아서 불도 켜지 않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
이고 남편이 보고 있는 컴퓨터 화면이 내 눈에 들어왔다. 화면 가득 떠있는 사진...
남편이 보고 있는 것은 어떤 여자의 사진이었다.
난 그 사진을 보고 너무 놀랐다.
3부
화면속엔 R의 애인인 지예씨가 이를 활짝 드러내고 환하게 웃음을 웃고 있었고
그 화면을 남편이 보면서 자신의 성기를 드러내놓구 열심히 주무르고 있는 장면이 내 눈에
들어왔다.
너무 놀랐다.
그렇다.
난 처음 남편이 자위행위 하는걸 알았을때 아내가 옆에 있어도 남자란 속성상 자위를 할수
도 있다고 이해했다.
하지만 그가 원한것이 혼자만의 성적 쾌락속으로 빠지는 것이 아닌 다른 이유,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의 애인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니 참으로 기가 막혔다.
난 어떻게 해야할까? 순간적으로 망설였다.
어떡해야 할까?
남편의 자위 장면이야 이미 지난번에 한번 보긴 했지만 다시 또 남편의 그런 모습을 봤을때
하지만 단순한 자위장면이 아닌 다른 여자를 보며 하는 자위행위...
그것도 포르노 배우나 유명 여배우를 보면서 해도 기분이 나쁠텐데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
의 애인이라니....
사실 나도 별로 섹스를 좋아하진 않지만 최소한 하고 싶으면 나하고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남편이 원한다면 내가 그 순간 아무리 섹스하기 싫어도 나는 응해줄수 있었고...
다른 여자도 아니고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의 애인을 상대로 수음을 하는 남편...
혹시 남편은 오래전부터 저 여자를 사랑한 것은 아닐까?
그 여자는,
남편의 가장 친한 친구 R과 그의 애인은 나와 남편이 중매로 알게 되기 훨씬 전부터 둘이
사귀던 사이였다.
남편이 사랑하는 여자는 내가 아니고 저 여자 라는 생각이 자꾸 내 머리속에 어지럽게 각인
되었다.
결국 남편은 친구의 애인을 사랑하고 그 사랑이 이루어 질수 없는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는
집에서 자신의 결혼을 서두르자 결국 사랑하지 않는 나랑 결혼을 한 것이다.
난 휘청이며 안 방으로 돌아왔다.
어떻게 침대에 누웠는지 모르겠다.
오래전에 남편의 자위행위를 봤던 것이 마치 머릴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이라면 그거에
비하면 이번에 본 아니 확인하게 된 모든것은 아주 큰 둔기로 머리를 한 대 강타당한 듯한
느낌이었다.
어두운 방에서 마치 그 어둠속에 자신을 은폐시키듯 그런 상황속에서 혼자만의 세상을 갖고
있는 남편의 실체가 마치 내게는 어떤 물체의 덩어리로만 보였다.
내가 본 남편이란 물체 덩어리는 정말 그로데스크한 모습으로 자꾸 내 눈앞에 어른거렸다.
난 숨을 고루 쉬려고 진정을 하면서 가슴을 쓸어 내렸다.
한참후에 남편의 기척이 들린다.
그리고 남편이 안 방으로 들어왔다.
난 자는척 하고 있었고 남편도 전혀 나의 깨어있음을 의심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는 이미 벗어 들고온 옷을 장롱문을 열고 옷걸이에 걸고는 트렁크 팬티만 입은체로 내 곁
에 누웠다.
남편은 곧 잠이 들었다.
난 계속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
그러다 벌떡 일어나 난 서재로 갔다
서재는 말로는 공동으로 쓰는 서재라고 하지만 거의 남편이 쓰고 있었고
책상 서랍중 하나는 남편이 자물쇠를 잠그어 놓은 게 있었다.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고 아무리 부부라지만 서로의 사생활은 침해하지 않겠다고 나로선 그
속을 궁금해 하지 않았었다.
남편이 열쇠를 숨겨 두는 장소는 이미 오래 전에 알고 있었다.
영한사전 케이스 안쪽에 보면 둥근 두꺼운 종이가 들어있는데 사전의 형태대로 보존하기 위
해 만들어진 공간이 있고 그 속에 키가 있었다.
난 사전을 만지다가 우연히 그 케이스 속에서 어떤 소릴 듣고 사전을 빼내고 그 둥근 종이
를 빼내고 보니 그 속에 서랍 열쇠가 들어 있었다.
참으로 웃겼다.
굳이 이곳에 이렇게 숨겨야 할 만큼 뭐가 있을까? 라고 중얼거리며 곧 잊어 버렸다.
어쩌면 남편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무관심이 가능했는지도....
난 키를 찾아 남편의 서랍을 열었다.
깨끗하게 정리된 서랍속엔 남편의 오래된 일기장과 그리고 지금 쓰는 일기장과 몇개의 카드
와 그리고 사진이 몇장 있었다.
처음엔 사진을 봤다.
사진은 주로 오래전 대학때 R과 그 애인과 남편과 셋이 찍은 사진들이었다.
어쩌다 하나씩 남편과 R의 애인 지예씨와 둘이 찍은 사진도 있었다.
그건 셋이 다니면서 같은 날 찍은 사진들 같았다.
셋이 찍은 사진과 입고 있는 옷이 같은 걸 보니..아마도 R이 장난삼아 둘을 찍어 준 듯했다.
이번엔 카드를 봤다.
R의 애인인 지예씨로 부터 받은 지극히 형식적인 크리스 마스 카드들이 몇개 있었다.
초기에 R과 지예씨와 사귀기 전에 남편과도 그냥 서로 친구로 지낼때 지예씨가 보낸 것 들
이었다.
난 그들의 그런 관계를 대충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사진과 카드들이 남편에게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갖으며 일기장을 애써 외면했다.
차마 일기장 만은 볼수 없을것 같았다.
난 정말 내 자신과 싸웠다.
모르는게 약이다. 아는게 힘이다..
알면 어쩔건데? 라는 나는 수없이 내게 자문한다.
그래도 알고 나서 그 후에 문제점은 생각해 보고 해결하자..는게 결론이었다.
남편의 일기장을 한권 들었다.
오래전에 아마 결혼 전에 쓴 것이었다.
날짜나 일기의 권수를 보니 자주 쓰는 일기는 아니었다.
어쩌다 생각나는 날 쓰는 것 들인거 같았다.
0월 00일...
지예야~
오늘은 R과 퇴근후 잠깐 만났다.
곧, 너를 만나러 간다고 하던데 R이 내게 돈을 빌려 달라고 왔더라.
그런데 R은 점점 너를 힘들게 하는 것 같다.
왜 넌 R을 택했니? 난 이렇게 너를 사랑하는데......
난 지예 네가 나와 R중 R을 택했기 때문에 네 의견을 존중하고는 있지만...
그래서 네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나는 됐다.
0월 00일....
지예야~
네가 오늘 R과 함께 우리 회사 근처로 왔을때 난 정말 세상속에 너만 존재하는
것처럼 온 세상이 환해지며 너의 모습을 보는 순간 내가 살아 있다는 것에
아니 내가 아직도 R의 친구로라도 너를 볼수 있다는 것에 행복했다.
지예야~
네가 내가 아닌 R의 연인으로라도 오래 오래 내 앞에 있어주었음 좋겠다.
난 그걸로 만족한다.
우리 극장에서 영화보다가 네가 화장실에 간다고 '잠깐만요..' 라고 하면서 스치듯 내 무릎
사이로 지날때 난 숨이 막히는 줄 알았다.
네 다리를 그대로 끌어안고 죽어도 소원이 없겠다는 충동을 억제하느라 힘들었다.
0월 00일.....
오늘은 술을 많이 마셨다.
넌 아무것도 모르고 나와 눈이 마주치면 웃곤 했지.
그렇게도 내 마음을 모르겠니?
내가 얼마나 널 사랑하는지...
아~ 이대로 라면 난 차라리 결혼이라고 해서 널 잊고 싶다..
난 그 부분에서 잠시 멈췄다.
결국 내가 알고 싶었던게 이런 것이었을까?
난 내 자신에게 묻고 싶었다.
'이제 속이 후련하니? 알고 싶은거 다 알아서 좋으니?' 라고 묻고 싶었다.
그때 갑자기 서재의 문이 열렸다.
남편이 자다 깬 눈으로 윙크하듯 나를 보더니 그다음 열려진 책상서랍 그리고 내 손으로 눈
이 간다.
그리곤 불같이 달려와 일기장을 잡아 채더니 그 일기장으로 내 머리를 후려 갈겼다.
그렇다...
그건 후려 갈겼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난 그 반동으로 다시 책상에 머릴 부딪혔고 반사적으로 한 팔을 올려 내 머리를 방어했다.
그리고 한 손으로는 내 배를 감쌌다.
임신중으로 많이 불른 배는 아니지만 그건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일어난 행동이었다.
금방이라도 남편의 발길질이 내 배를 향할것 같았다.
그가 증오하듯이 나와 내 부른 배에 발길질을 할것 같았다.
하지만 남편은 한동안 아무짓도 하지 않았다.
그는 구겨진 내 그 모습을 보고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더이상의 구타도 없었다.
나를 밀치고 다시 서랍속에 일기장이랑 이것 저것을 몰아 넣었다.
난 그런 남편을 등지고 안 방으로 돌아왔다.
우린 그 후에 그 일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남편이 왜 내게 자신의 서랍을 뒤졌냐고? 잠이 안와서 냐고? 그런걸 물었다면
나도 나를 변명하느라 아니라고 당신이 지예씨를 보며 수음하는 장면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돌았나 보다고.. 또는 그냥 정말 당신말대로 잠이 안와서 ... 이렇게 변명거릴 준비하고 있는
데...
그는 내게 아무 질문도 하지 않았다.
그 후...
너무나 많은 고민으로 주위 사람들로부터 어디 아프냐는 소릴 자주 들을만큼 나는 말라갔
다.
많은 여자들이 다이어트로 고민일 때 난 진정 그 여자들한테 행복한 고민이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살이 찌는 여자들은 모두 정신적으로 건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물론 역으로 스트레스 때문에 살이 찌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는 정말 드문 케이스다.
난 점점 말라가고 남편이 마치 외계인처럼 무서웠다.
겉으로는 우리는 여전히 사이좋은 부부로 지냈다.
남편은 내게 그런 일이 있기 전처럼 변함없이 대해 주었다.
그의 이중성을 알고는 처음엔 그걸 가식이라고 생각하고 그의 가면을 벗겨내고 싶었다.
하루에도 열두번씩 소릴지르며 '나는 너의 그 가면뒤의 얼굴을 안다' 고 소리치고 싶었다.
역겨웠다.
R은 알고 있을까? 자신의 가장 절친한 친구가 자신의 여자를 탐내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 많은 고민들로 인해 난 임신중임에도 불구하고 몸은 점점 꼬챙이처럼 말라갔다.
뱃속의 아이만 아니라면 당장이라고 이혼하고 싶었다.
그럴때마다 엄마가 생각났다.
엄마가 이걸 알면 어떤 모습을 하실까?
그런 생각을 하면 난 어떤 결정도 내릴수가 없었다.
4부
시간은 약이라고 했던가???
시간이 가면서 난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살아냈다.
하지만 내가 알수 있었던건,, 우리에겐 이제는 사랑은 없었다.
처음부터 없었던 사랑이지만 중간에 어쩌면 피어날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기대마져도 무산
되었고 어차피 나도 남편을 사랑하고 있지 않았고 남편도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엇
이 달라진단 말인가? 결국 나는 다른 대상이 없고 남편은 친구의 애인을 짝 사랑 하고 있다
는 차이 뿐이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게 남편의 대상이 결코 남편과 이루어 질수 없는 여자라는 것.....
난 그런 모든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받아 들이기로 했다.
모든 것은 처음처럼 다시 진행됐다.
중간에 내가 알았다고 해서 달라지는건 아무것도 없이 처음처럼 그렇게 시간이 느리게 흘러
가고 있었다.
결국엔 내가 내린 결론이 남편이 원하지 않는 한 나도 그냥 처음처럼 그렇게 살아야 겠다는
것이었다.
남편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 변함없는 그의 애정은 다만 섹스와 나
와 연결이 안 됐다는 것.
그리고 남편이 그 여자랑 직접적인 섹스를 한 것은 아니라는 것.
남들은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겠지만, 난 그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수용했다.
아니 그렇게 스스로 자위하며 나를 위로했다.
나의 결론이었다.
그 후 우리는 부부관계를 갖지 않았다.
원래 자주 부부관계를 갖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 두번 관계를 할 때도 그렇게 서로
나쁘진 않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후엔 그나마 전혀 관계를 하지 않았다.
모든 사실들이 희미해 지듯 점점 나는 그 상황에 적응해 갔다.
그는 여전히 엄마한테는 좋은 사위, 나한테는 좋은 남편이었으니까...
난 남편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편해지고 나름대로 그 부분에 대해서 잊어버리려고
노력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나는 그 충격적인 장면으로부터 점차 해방되기 시작했고
다시 예전의 나로 되돌아 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난 아이를 출산하고 집에서 출산휴가의 마지막 며칠을 보내던 중이었다.
난 다음날 다시 남편에게 문자를 보내려다 또 그 남자에게 문자를 보내 버리게 되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고 정말 아이 낳고 치매라도 걸린 듯이 자꾸 건망증에 시달리고 있었
다.
난 이번에는 남편에게 문자로 여성지를 한권 사오라고 부탁했다.
마침 여성지에서 이번달에 보너스로 주는 것이 맘에 드는 다이어리라 꼭 갖고 싶었다.
남편이 퇴근하면서 내가 말을 안해도 왠 만한 시장은 봐 오기 때문에 그렇게 살림에 필요한
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난 외출을 거의 안하고 남편에게 그런식으로
문자나 전화로 주문을 하곤 했었다.
생각도 못하고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 그에게 전화가 왔다.
"어디로 사다 드리면 될까?" 라고 그가 말했다.
난 첨엔 잘 못 온 전화라고 생각했다.
"잘 못 거신 것 같은데요..." 라고 말하니 그가 말했다...
"습관적으로 문자 잘못보내는 분 아니신가요??? "라고 그가 웃었다.
난 그 순간 또 내가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에게 "어머~ 또 011로 갔어요? 아휴~ 나 왜 이러지???" 라고 말하면서 나는 정말로 미안
해 했다.
그가 웃으면서 아니라고 사실 지금 일하다 갑자기 지루해서 커피나 한잔 마시려고 휴게실에
와 있는 중이라면서 님의 잘못 온 문자 정말 반가웠다고..했다.
그의 말소릴 들어보니 진짜 같기도 하고 나 역시 그와의 이런 통화가 기분이 유쾌해 졌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내가 정말 잘 못 보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말했다.
"음.. 나 농담 아니구 진짠데.. 내가 그 여성지 사다 드리면 안될까요? 어디 사세요?" 라고
그가 진지하게 물었다.
난 다른 사람 같았으면 내가 어디 산다고 말을 하지 않았을텐데 이상하게 그 사람한테는 거
리감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나도 모르게 사실대로 " OO동 살아요.." 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랬더니 그가 놀라며 "진짜요?" 라고 말하면서 "그 동네 어디세요?" 라고 또 묻는다..
난 "아파트인데요" 라고 말했더니 그가" 몇 동이세요?" 하고 당황해서 묻는다.
난 몇동이냐는 질문에는 금방 대답하기가 그랬다. 그래서 머뭇 거리고 있는데 그가 말한다.
"사실은 저도 그 동네 그 아파트 살거든요. 난 10X동 살아요.님은요?" 라고 말한다.
난 너무 놀랐다.
세상이 좁다더니 내가 두 번씩이나 잘 못 보낸 문자의 주인공이 우리 동네에 같이 살고 또
우리랑 같은 아파트라는 소리에 너무나 놀랐다.
난 그에게 끝까지 내가 몇동이라는 소리는 하지 못했고
그도 내가 선뜻 대답을 못하자 끝까지 묻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신이 있다가 퇴근하면서 여성지 사다 경비실에 맡겨 둘테니 찾아 가시라고 하는
것이었다.
난 괜찮다면서 남편더러 사오라고 하면 된다고 했더니 그가 아니라고..꼭 자신이 사 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가 새삼 다시 반갑다고 말했다.
나두 웃으면서 정말 그러네요...라고 맞장구를 치고 여성지 사다 주시면 잘 보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난 그에게 거부할수 없는 갑작스런 선물을 받았다.
물론 처음은 내가 시작할 동기를 부여했지만 그는 나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도 않았고 뭘 바
라지도 않으면서 그렇게 내게 다가왔다.
내게도 남편이 모르는 은밀한 비밀이 생긴 것 같아 괜히 설레였다.
어쩌면 남편에게 복수하는 심정이 작용했는지도 모르겠다.
오후 늦게 문자가 왔다.
<책, 후문 경비실에 지금 막 맡겼습니다. 담에 통화하기로 하고..그럼.> 이렇게 써있었다.
난 바로 나갈수가 없었다.
기분은 하늘을 나는 듯했지만 문자를 받고는 목욕탕으로 들어가 거울을 봤다.
며칠전에도 난 그의 문자를 받고 거울을 봤던 적이 있는데 오늘 또 거울을 보고 있었다.
머리는 헝크러져 뒤에서 하나로 묶고 옷은 집에서 입는 헐렁한 홈웨어 타입의 꽃무늬 원피
스를 입고 있는 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거울속에 비쩍 마른 생기없는 여자의 얼굴이 보이고 그 생기없고 마른 얼굴이 곧 또다른 생
기없고 마른 여자의 얼굴을 보며 눈웃음을 친다... 그런데 그 마르고 생기없는 얼굴이 내 얼
굴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혼자 웃는 눈 웃음으로 인해 내 얼굴은 갑자기 혈색이 돌며 마치 시들어 가
는 식물에 물을 주어 파릇 파릇 살아나는 사람처럼 갑자기 행복지수가 넘쳐나는 듯했다.
마치 같은 아파트에 숨겨두고 이중생활을 한다는 어느 간부의 모습들이 생각났다.
이런 내가 너무 비약하는 듯했지만 나는 그런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헐렁하고 색바래고 너저분한 홈웨어를 벗어버리고 간단하게 회색 면 운동복을 입고 야구 모
자를 쓰고 후문 경비실로 나갔다.
가서 책 찾으러 왔다고 했더니 경비아저씨가 아무말도 안하고 선뜻 서류봉투를 내 준다.
난 그걸 소중히 받아서 가슴에 안고는 집으로 들어왔다.
혹, 책속에 뭐라도 있을까? 싶어 뒤적여 봤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약간 서운한 감정이 앞섰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게 책을 천천히 보기 시작했다.
다음날...그에게 문자가 왔다.
지금 통화해도 괜찮다면 문자를 보내 달라구....
그래서 난 문자를 보냈다.
딱 두글자..< O . K > 라고...
곧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난 마치 그와 오래된 연인처럼 편했다.
"너무 고마워요. 책 잘 보구 있어요" 라고 말했다.
그가 조금 웃더니 정색을 하고 꼬맹이가 가지고 가던데...라고 말했다.
"네?" 라고 내가 반문하자...그가 웃으며 "책을 아줌마가 가지고 가는게 아니고 꼬맹이가 가
지고 가더라구요..회색 츄리닝 입고 야구 모자쓴..."이라고 하는게 아닌가...
그럼 그가 어디선가 나를 봤다는 말인가?
"음... "
갑자기 난 심각해 졌다.
"그럼 절 보셨나요? 어디 계셨어요?" 라고 내가 묻자 그가 말했다.
"하하..너무 긴장하지 말아요. 그냥 멀리서 봤을뿐이니까..." 라고 웃는다.
"음..." 난 또 다시 할 말을 잊고 침묵만 지켰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난 아무것도 모르니까...님이 말해주기 전에는 아무것도 모르니까요.
님이 10Y동에 산다는 것도 모르니까요..." 라며 그가 우리동을 말하는게 아닌가?
난 점점 더 심각해지고 그는 점점 더 장난스러워 지고 있었다.
그가 살고 있는 10X동은 사실 우리 맞은편 동이었다.
그래서 난 그에게 우리 동이 10Y동이라고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인데...
왜 난 그가 어디선가 지켜볼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일까?
그와 그런 식으로 우연하게 알게된 후부터 우린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통화를 하고 문자
를 가끔 보내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난 점점 남편과 통화를 하는 시간보다 남편에게 문자를 보내는 횟수보다 그에게 문자를 보
내고 그에게 전화를 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날 꼬맹이라고 놀렸고 난 아니라구..아기도 있는 아줌마라구..소리질렀다.
그만큼 우린 서로 친해지고 거리감이 없어지고 있었다.
난 "이 아저씨가 누굴 꼬맹이 취급이야~" 란 소리까지 하게 되고..그는 마냥 유쾌한 듯이
호탕하게 웃었다.
그가 원래 그런 성격인지 아니면 나 때문인지 항상 기분좋은 웃음으로 나를 대했고 나 또한
그와 그렇게 연결되는게 조금치도 어색하지 않고 받아 들였다.
가끔 퇴근하는 길에 그가 경비실에 무얼 맡기는 날들이 생기고 그럴때마다 그는 철두철미하
게 경미실을 바꾸어 가면서 물건을 맡겼고 그리고 내게 문자를 보냈다.
우린 마치 첩보놀이를 하는 첩보원들처럼 그렇게 서로 마주치지 않으면서 경비들한테도 이
상하게 보이지 않게 하면서 무얼 주고 받고 그랬다.
주로 그가 보내는 작은 물건들이 많았지만 나도 가끔은 감명깊게 읽은 책을 맡기거나 또는
작은 소품들을 포장해서 맡기고는 했다.
그러다 나중엔 이제 그만 그런 짓 하지 말자고 그러다 큰일 나겠다고..서로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난 학교에 다시 나가게 되었다.
마침 아이를 10X동에 사는 아주머님께 맡기게 되어 난 자연스레 10X동을 아침저녁으로 들
리게 되었다.
10X동은 우리 집과는 달리 넓은 평수의 아파트였다.
우리 집은 방이 둘이고 거실이 좀 큰 작은 평수의 아파트인데 비해 그곳은 큰 평수였다.
그런 관계로 그 10X동의 구조를 잘 알고 난 장난을 치곤 했다.
'난 아저씨네 집에 가봤다~요...'라고 말도 안돼는 소리도 하고
어디서 뭘하는지 지금 작은 방이면 어디쪽에 있겠다 라고 장난치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 난 그에게 내가 남자 고등학교 교사라는 것을 말해주고 말았다.
그는 대단하게 생각했다.
"와~~ 순 꼬맹이 인줄만 알았는데..꼬맹이가 자기보다 더 큰 남학생들을 가르친다구???" 라
고 또 놀렸다.
그와 대화하는 시간들이 점차 많아 지면서 나는 지금까지 살아왔던 내 삶의 어느 순간보다
활기차고 쾌활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학교 생활을 하면서 집안 살림을 하는것도 또 아이를 맡기고 찾아오는 것도 즐겁고 행복했
다. 남편이 거의 저녁을 먹고 들어오는 날이 많았고 난 마치 아이를 혼자 키우는 미혼모 같
은 느낌이 드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저씨는 남편에 대해서 묻기도 했지만 난 아무것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나를 보고 내가 마치 그에게 남편을 이야기 하는게 양심에 꺼려서 그런다고 생각하는
듯했지만 사실은 그런게 아니었다.
난 정말 남편이랑 상관없이 나, 오로지 나 만 아저씨와 관련있고 싶었다.
난 남편과 상관없이 충분히 행복했다.
난 한번도 그의 모습을 본적은 없었지만 그를 좋아했다.
그가 꼭 나의 '키다리 아저씨'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뒤에서 나를 언제든 지켜보면서 내가 위험한 상황이거나 내가 뭔가 필요한게 있으면
그는 척척 알아서 해결해 주는 그런 '키다리 아저씨' 비록 내가 소녀가 아니어서 동화속 이
야기 처럼 그와 결혼을 할수는 없지만.......
5부
나의 이런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내 삶의 방식이 많이 바뀐 듯 했다.
남편의 심리적 외도로 인해 처음 수많은 고민을 했고
어쨌던 심리적이든 직접적이든 그건 알수 없었지만 지금의 나로선 남편이 나 아닌 사람과의
현실적인 외도를 한다해도 더 이상은 정신적인 충격도 받지 않을 것 같았고 그가 그런 모든
상황속에서 지금처럼 내게 또는 우리 아이에게 변함없이 행동한다면 나도 별로 문제삼고 싶
지 않았다.
나의 현재의 상황이 그런 점을 아주 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내가 학교에 다시 출근하게 되면서 난 그에게 내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었다.
내가 수업에 들어가게되면 아저씨의 전화를 받는 것도 자유롭지 못했고 그렇다고 아저씨가
내 수업 시간표까지 챙겨가면서 전화를 하기엔 서로 무리가 가서 우리 이메일 주고 받으면
어때요? 하고 그에게 제안했더니 그도 선뜻 좋은 생각이라면서 메일을 주고 바자고 했다.
그래서 서로에게 이메일을 통해 많은 이야길 나누고 사실 전화로 할수 없는 이야기 들까지
하게 되었다.
직접 말이 되어 나오지 못하는 수 많은 맘 속의 글들이 이메일을 통해서 전해지고 전해왔
다. 우린 마치 사춘기 소년, 소녀처럼 펠팔친구에게 하듯이 편지를 주고 받았다.
그는 나를 알게 된게 자신으로선 행운이라고 말했고.
난 여전히 그를 키다리 아저씨라고 말하며 아저씨를 알게 되어 행운인 것은 나라고 말했다.
그는 웃으며 자신은 키가 그리 크지 않은데 꼬맹이가 실망하면 어쩌지? 라고 말했고 그 후
에 난 그럼 키작은 아저씨라고 말하곤 했다.
그는 많은 이야길 했다.
아저씨 자신의 가슴속에 영원히 사장될 뻔 한 이야기 들이 살아서 내게로 왔다.
가끔은 아저씬 내가 필요한게 아니고 혹 그의 이야길 들어줄 누군가만 있으면 되는건 아닐
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자신의 많은 이야길 내게 했다.
그의 살아 왔던 이야길 들어보면 그는 숨이나 제대로 쉴수 있었을까? 싶게 힘겹게 살아온
듯 했다.
꼭 물질적인 것이 아닌 정신적인 결핍감.
그의 아내는 이미 여자로서는 매력을 잃어버린 탐욕스런 아줌마 모습의 표본같은 여자였다.
아이들을 키우며 그 자식들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고 마치 사육하듯 자식을 키워냈고 또
아저씨 한테 마저도 자신의 욕망의 배출구로 삼았던 듯 했다.
그의 부인은 다행이 재산증식에 꽤 날카롭고 본능적인 능력이 있어서 그것만은 그로부터 해
방이 되었던 듯했다.
쉽게 말해 그 부인은 복부인 기질이 타고난 아주 탐욕스런 성격이었다.
그런 이야기들로 미루어 그가 꽤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는것을 짐작할수 있었다.
아저씬 자신의 나이를 말하지 않았다.
그냥 꼬맹이 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아저씨라고만 했다.
왠지 자신의 나이를 말하길 두려워 하고 있었다.
내가 아마 자신이 늙었다는 것을 알면 친구하기를 포기할까봐 그런 듯 했다.
난 정말로 아저씰 알게 되면서 부터 남편과 상관없이 충분히 행복했다.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그를 만났다.
우리 학교 개교기념일 이었다.
그래서 당직이 아닌 선생님들은 하루 쉬게 되어 있는데
얼마 전에 내가 그런 소릴 했었던 것을 그가 기억해 내고 나한테 낮에 만나자고 했던 것이
다.
난 많이 망설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한 아파트에 사는 외간 남자를 밖에서 몰래 만난다는게 상당한 부담이
되었다.
하지만 내 머리속에는 온통 그의 생각 뿐이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무척 궁금했다.
어떤 모습을 갖고있는지 키는 큰지 몸은 말랐는지 또는 헤어는 어떤 스타일인지..
그동안 문자와 통화로 인해 정이 들만큼 들고 그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늘 앞섰다.
하지만 나는 한번도 그런 내색을 했던 적이 없었다.
그를 만나면 안될 것 같았다.
만약 그를 보고 나서 그의 외모가 내가 상상했던 모습이 아니라면..
그렇게 되면 실망을 하게 될텐데...그렇게 되면 나의 키다리 아저씨는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데...그 후에 나의 상실감을 어떻게 극복할수 있을까? 아무래도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막무가내로 이번기회를 놓칠수는 없다고 말하면서 꼭 봐야 겠다고 했다.
그는 나를 어렴풋이 본적이 있기 때문인지 그는 나와 같은 고민 같은건 없는 듯했다.
난 수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다.
아파트내에서 부딪히는 수많은 아저씨들을 대할때면 혹, 저사람이 그 사람은 아닐까? 하는
기대반, 호기심반, 괜찮은 사람을 보면 저사람이 나의 그사람이었음 하는 마음,,,
나의 모든 촉각은 모두 그에게 향해 있었고 그를 향해 열려 있었다.
그러던 참에 이번의 그의 제안은 나로서는 이런 나의 행복하고 로맨틱한 감정을 차단하느냐
또는 증폭시키느냐의 기로에 와 있었다
내가 계속 망설이자 그가 이미 늦었다면서 자기는 그날 벌써 휴가를 신청해 뒀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그를 만나기로 했다.
그가 만나자는 장소에 갔다.
그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사람이었다.
머리가 희끗희끗하게 세고 음..한마디로 말하면 로맨스 그레이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낸
듯했다.
그러니 그의 눈에는 내가 꼬맹이로 보였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약간 놀란 것을 눈치 채고 그가 무척 미안해 했다.
"실망했어요? 늙은이가 나와서???" 라고 그가 말했다.
"아뇨. 약간 놀랐을 뿐이예요" 라는 말이 서슴없이 튀어 나왔다. 정말 실망했다는 기분보단
놀랐다는 표현이 적절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어느 기업체의 이사급 간부였는데 이번에 명예퇴직하고 어떤 밴처회사에 투자하게 되
었다고 말했다.
잘 아는 후배가 하는 사업인데 자세히 따져보니 전망도 꽤 있고 또 그 후배를 좋아해서 그
후배랑 동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사이트 관련의 일이라 그런지 무척 나이보다는 모든 사고가 젊은 사람들 못지 않았
고 그가 그 동안 나에게 했던 말들이나 문자들..그런 모든 것들이 나로서는 그가 아무래도
나이가 약간은 많을지도 모르겠다고 가끔은 생각은 했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많아도 40대 인줄로만 알았지 그가 50대의 초반일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그가 그렇게 나이가 많은 로맨스 그레이 라는 것을 나로서는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내가 50대 초반일줄은 몰랐다고 말하자 그가 웃었다.
자신은 50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원래 유전자가 머리가 빨리 하얗게 되는 조상을 둬서 그렇지 40대라고 했다.
그가 그렇게 나이를 한 살이라도 내리려고 하는 걸 보니 귀엽다는 나중에는 귀엾다는 생각
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는 나이와는 상관없이 보면 볼수록 멋지게 생겼다.
아빠가 만약 살아계셨다면 우리 아빠보다는 약간 젊고 그렇다고 오빠 뻘 되는 정도는 아니
고...아무튼 나와는 20살정도의 나이 차이가 났다.
난 그 자리에서 왜 그렇게 나이 계산까지 해 가면서 그를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많은 나이 차이가 나는 커플들이 수없이 내 머리속에서 스쳐 지나갔다.
그런 생각을 하니 아저씨와 나와의 관계는 뭐 별로 그렇게 심각한 축에도 못 드는 듯했다.
그래서 난 그를 그전에 장난처럼 아저씨라고 불렀던 것에 익숙해져서 그냥 아저씨라고 했
다.
그가 웃었다..
아저씨라니... 젊은 오빠를..이라고 말하는 그가 전혀 추하거나 느끼하지 않았다.
"그럼 아저씨가 싫으면 선생님이라고 할까요?" 라고 물었더니 "선생님은 무슨....
선생님은 꼬맹이가 선생님인데.." 라고 그가 말했다..
"에구~ 난 모르겠어요. 그냥 안 부를래요..." 라고 나도 모르게 어리광을 피우듯이 말을 편하
게 했다..
그의 모습을 보고 나니 오히려 이상하게 더 편해지는 나를 찾을수 있었다.
만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마구 마구 들었다.
우린 정말 오래전에 알게된 사이처럼 금방 친해졌다.
그는 정말 젊은 사람들 못지않은 진취적이고 개방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
어떤 웃기는 소리라든지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들도 모두 다 두루 섭렵하
고 있다고 해야하나?
우린 아주 쉽게 친해져서 거릴 쏘다니다가 그가 출출하지 않냐면서 나를 끌고 보쌈집에 들
어갔다.
나도 좋아하는 종목이라서 흔쾌이 따라 들어가서 소주와 보쌈을 시켰다.
그는 나를 보고 계속 웃었다.
그러면서 식탁 너머로 내 볼을 꼬집고 가끔 한번씩 쓰다듬듯이 만져주었다.
그가 나이 먹은 사람이라 그런지 그런 모든 행위들이 이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음..그럴때마다 난 부끄럽기도 하고 또 기분이 묘해졌다.
갑자기 어떤 사람으로부터 애정을 듬뿍 받는 기분...아빠한테 받아 보지 못했던 부정이 이런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
이런 저런 생각들이 나를 감쌌다.
그러면 또 그가 우리 꼬맹이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할까? 그러면서 또 내 볼을 잡아 비튼다.
그럴때 난 기분이 참 묘했다.
그러는 그의 손길속에..
나도 모르는 어떤 감성이 몸과 마음속에 아지랭이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내가 남자의 손길에 반응 하다니..
그것도 젊은 남자도 아닌 나이먹은 남자의 그런 손길에 내 몸과 마음은 이상한 반응을 보였
다.
그가 꼭 수학공식에서 1/2만 배운 사람처럼 자신이 술을 두잔 마실 때 나에겐 한잔을 주었
다.
그러면서도 날 더러 잘 마신다며 이쁘다고 했다.
젊은 사람을 이런곳에 데리고 오면 싫어할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 이쁘다면서 또 볼을 잡
고 흔든다.
난 한없이 그런 그에게 빠져 들어갔다.
낮술의 적당한 취기와 그런 분위기의 기분좋은 느낌에 난 취해서 휘청거렸다.
그가 연신 내게 맛있어 보이는 부분으로 고기를 집어주며 먹으라고 했다.
그리고 그 투박한 손으로 연신 내 볼을 꼬집거나 비틀고 그랬다.
그 곳에서 나왔을 때 그가 말했다.
어디 우리 꼬맹이 손좀 한번 잡아 볼까? 라고...
난 서슴없이 그에게 손을 내밀고 그는 투박한 손으로 내 갸냘픈 손을 꼭 감싸쥐고는
그렇게 걷는게 쑥스러운지 자신의 주머니속으로 내 손까지 같이 집어 넣었다.
난 한손을 그에게 잡힌채 한손을 그의 팔을 잡고 그에게 메달리듯이 걸었다.
난 기분좋은 상태로 계속 재잘 거렸고 그는 그런 나를 이쁘게 받아 주었다.
난 내가 그렇게 수다를 잘 떠는줄 몰랐는데 그에겐 이상하게 편하고 어리광도 부리고
친정아빠한테 못한던 애교까지 떠는 나를 발견하고 나 스스로 놀라고 있었다.
그와의 하루 데이트가 끝나고 우린 적당한 거리에서 헤어졌다.
6부
아저씨와 만나고 나서는 우린 더욱 더 할 말이 많았다.
그는 그때까지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제는...나를 빼면 자신은 없는 듯 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널 모르고 지금까지 살아왔는지 참으로 신기하다고 말을 할때는 가슴이 뭉클했다.
그건 나도 그런 마음이었기에 더욱 더 아저씨의 그런 마음이 공감이 갔다.
남편은 점점 더 늦게 집에 왔다.
나는 남편과 상관없이 잘 지냈다.
남편도 나와 상관없이 잘 지냈다.
우린 같은 집에서 각자 다른 꿈을 꾸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와 나를 연결시켜주는 연결고리는 우리 이쁜 아기 밖에 없었다. 그리고 또 한분...시아버
님, 다행히 시아버님께서는 여전히 날 이뻐해 주셨고
가끔 밤 늦게 집에 전화가 울려 그의 전화인가? 하고 받아보면 아버님께서 안부 전화를 해
주시곤 했다.
난 남편과 상관없이 그런 아버님이 참 좋았다.
가끔은 이런 내 자신이 아빠에 대한 애정결핍증 환자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나 붙잡고 울고 싶었다.
아버님의 목소릴 들으면 아버님을 붙잡고 울고 싶었고, 아저씨의 목소릴 들으면 아저씨를
붙잡고 울고 싶었다.
난 행복한 나날을 보내면서도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우울을 견딜수 없어 했다.
내 얼굴에 그런 그림자가 보이는지 주위 동료 선생님들께서 많이 걱정을 해 주셨다.
아이를 보면서 학교 생활하는게 무리냐고 걱정해 주시곤 했다.
그럴때마다 난 마치 그런것처럼 그렇게 행세하면서 남편에 대한 이야긴 하지 않았다.
아무도 남편과 나와의 사이에 있었던 일은 몰랐다.
내가 힘들어 할때 마다 아저씨가 위로해 주셨고 물론 아저씨도 남편의 이야긴 모른다.
내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마치 그에게 짐을 떠 맡기는 듯한 느낌이 들까봐.. 그건 나 혼
자만의 문제로 삼고 싶었다.
아저씬 무엇 때문인지 내가 힘들어 할때 마다 자신때문에 그러는 거라 생가하시고
그럴때 마다 그가 맛있는거 사줄까? 아니면 어디 바람이라도 쐬러 갈까? 하고 많은 신경을
써 주셨다.
그가 보자고 할때마다 나도 마음같아서는 나가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그럴 기회를 갖지 못하
고 시간이 흘러 가고 있던중에 드디어 그를 다시 볼 기회가 생겼다.
어느 날 어쩔수 없는 숙명처럼 그의 거부할수 없는 유혹을 받았다.
그리고 모든 일들은 짓궂은 비극의 운명처런 아니 숙명처럼 내 주위??
[출처] [펌]거부할 수 없는 유혹 ( 야설 | 은꼴사 | 성인사이트 | 성인썰 - 핫썰닷컴)
https://hotssul.com/bbs/board.php?bo_table=pssul&wr_id=44556
[이벤트]이용후기 게시판 오픈! 1줄만 남겨도 1,000포인트 증정!!
[재오픈 공지]출석체크 게시판 1년만에 재오픈!! 지금 출석세요!
[EVENT]04월 한정 자유게시판 글쓰기 포인트 3배!
- 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