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소나타 5~6
wujiang
0
61
0
02.22 18:06
현식이는 오후 네 시 반경에 아파트를 나선다.
차를 몰고 만나기로 한 미주의 가게 앞으로 가니, 계량한복으로 곱게 차려 입은 미주가 가게 앞 도로변에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차를 미주 앞에 갖다 댄다.
잠시 내가 탄 차인지 살펴보더니, 조수석의 문을 열고 차에 탄다.
“어서 와요! 미주씨! 많이 기다렸어요?”
현식이가 처음으로 미주의 이름을 처음 부르는 것일 게다. 미주도 좀 어색한지 잠시 현식이를 바라보다가 말을 한다.
“아니에요! 오늘 가게에 미리 와서 청소도 좀 하다가 시간이 되어서 방금 내려왔어요.”
“한번씩 미주씨 가게에 술 마시러 올 때는 저녁시간이나 밤시간인데다 조명 밑에서만 보다가 오늘 이렇게 밖에서 보게 되니, 참 고우시네요. 입으신 한복도 참 잘 어울리고요.””
“무슨 말씀을…”
미주가 얼굴을 붉힌다.
“어디로 갈까요?”
“어디 가까운데 식사할 만한 데가 있으면 그리로 가지요. 현식씨.. 무슨 음식 좋아하세요?”
미주도 처음으로 현식이의 이름을 부른다.
“저는 아무거나 다 잘 먹어요. 음.. 아구찜 먹으러 갈까요? 그건 너무 비싼가?”
“아니에요! 그 정도는 충분히 살수 있어요. 그렇게 해요! 아구찜 먹으러 가요.”
차를 운전해서 큰 도로에서 사잇길로 빠져 복개도로로 간다.
이 쪽으로 아구찜 하는 집이 여러 군데 있다. 조금 가다가 좀 깨끗하게 보이는 아구찜 식당 앞 도로 가에 차를 댄다.
“미주씨! 여기서 식사하지요?”
“그래요! 근데 이렇게 도로변에 차를 대 놓아도 괜찮겠어요?”
“여긴 간선도로라 단속하지 않아요.”
“그래도, 혹시 단속이라도 하면 어쩌시려고..”
“안되면 식당 주인한테 이야기 해 놓으면 돼요.”
같이 차에서 내려 식당 안으로 들어간다.
식당 주인을 불러 바로 앞 도로변에 차를 대 놓았다고 하고 차 키를 맡긴다. 이 식당은 작은 방들이 여러 개 있어서 방으로 들어가서 식사를 하게 되어 있다.
그 중에 한 방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아구찜과 식사, 그리고 백세주 한 병을 시킨다.
“현식씨! 술 마시게요?”
“아구찜에 술이 빠져서 됩니까?”
“차 운전은 어떻게 하시려고?”
“백세주는 술이 약해서 몇 잔 마셔도 관계없어요.”
상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아 새삼 미주의 얼굴을 바라본다. 정말 젊었을 때는 한 인물 했겠다. 키도 그렇게 작은 편은 아니고, 적당하게 날씬한 몸매에 갸름한 얼굴의 윤곽하며, 조금 큰 눈하고 도톰하고 작은 입술이 잘 어울린다. 이젠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눈가로 주름이 좀 잡히고 눈이 조금 처졌지만, 그 나이에 이정도의 인물이라면 누구라도 한번쯤은 탐을 낼만한 여자다.
“아니.. 제 얼굴에 뭐가 묻었어요?”
아무 말없이 미주의 얼굴을 바라보는 현식이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미주가 한마디한다.
자신도 모르게 미주의 얼굴을 바라보던 현식이 정신을 차리고
“아이구.. 이거 미안합니다! 미주씨의 얼굴이 예뻐서 감상하느라..”
“절 놀리시는 거예요? 이젠 할머니가 다 되었는데..”
미주가 말은 그렇게 하지만 별로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무슨 소리를요? 아직 한참 젊으신데.. 밖에 다니시면 새댁인줄 알겠어요.”
“호호호! 참.. 입에 침이나 바르고 그런 말씀 하세요!
현식씨도 그 나이치고는 동안이고 참 멋지세요.”
“어디 가서 그런 말 많이 들어요.”
“호! 호! 호! 호!”
“하! 하! 하! 하!”
미주는 오랜만에 한번 웃는 것 같다.
그 동안 술장사에.. 생활에 찌들려 항상 피곤하게 살았는데 오늘 모처럼 밝은 기분이 든다.
주문했던 음식들이 나오고 같이 식사를 한다. 현식이 술병을 따더니 미주에게 한잔 따른다.
“술 한잔 하셔도 되지요?”
“예.. 한잔 할께요. 현식씨도 한잔 받으세요.”
미주가 술병을 들고 현식이의 잔에 술을 따른다.
현식이가 잔을 들고 미주에게
“자! 같이 건배합시다. 우리의 우정을 위해!”
미주가 잔을 들다 말고 현식이를 바라본다.
“우정.. 이라고 하셨어요?”
“왜요? 서로 친구하면 되지요.”
“좋기야 하지만.. 현식씨가 저 같은 걸 친구로 생각해 주시다니..”
“오히려 제가 영광이죠! 미주씨 같은 미인을 친구로 둔다면..”
“그래요… 앞으로 친구 해요.”
같이 잔을 들고 한잔 마신다.
“자! 듭시다. 아구찜이 참 맛있게 보이네..”
같이 백세주를 반주로 아구찜을 먹는다. 맛있게 먹는 현식이의 모습을 바라보던 미주의 눈에 남편이 오버랩 된다.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현식씨가 아니고 내 남편이라면..
남편의 사업이 그렇게 된 뒤로 같이 오붓하게 외식을 한적이 없다. 남편은 남편대로 자신 때문에 고생하는 마누라가 보기에 안되어서 그런지 일부러 미주에게 쌀쌀맞게 대하고, 속으로야 시커멓게 타 들어가던 어쩌던 겉으로는 별 고민이 없는 것처럼 행동을 한다. 그런 남편의 속을 어떻게 미주가 모르겠는가?
그렇다고 미주가 내색을 하자니 남편이 못 견딜 것 같고…
현식이가 아구찜을 먹다 말고 멍하니 앉아 있는 미주에게 말한다.
“먹지 않고 뭐해요? 멋진 내 모습 감상하고 있었어요?”
“아… 예! 많이 먹었어요. 현식씨나 많이 들어요.”
“제가 뭐.. 돼지입니까? 조금 더 먹어요! 제가 먹여 드릴까요?”
“아이 참! 현식씨두..”
“고민거리가 있어요? 식사를 하시다 말고 딴 생각을 하게?”
“그냥…”
“술이나 한잔 하세요.”
현식이가 비어 있는 미주의 잔에 술을 따른다.
벌써 세 잔째인가? 오늘따라 술을 마시고 싶다. 이 지긋지긋한 세상사를 모두 잊어버리고 싶다. 현식이가 따라주는 술을 숨도 쉬지 않고 마셔버린다.
“아니.. 천천히 마시지 않고?”
현식이가 그런 미주를 걱정스런 눈으로 미주를 바라본다.
이번엔 미주가 비어있는 현식의 잔에 술을 따른다.
어느 새 백세주 한 병이 바닥난다.
“미주씨! 한 병 더 할까요?”
“여기서 말고 좋은 데 가서 한잔 사 주실래요?”
“왜요? 한잔 하고 싶어요?”
“괜시리 오늘따라 그러네요.”
“그럴 때가 있어요. 그럼 대충 다 먹은 것 같은데 나가시죠?”
미주가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온다.
“미주씨! 노래 좋아해요?”
“노래방 가시게요?”
“노래방 말고 실내포장마차에 안 갈래요? 술도 마시고 노래도 부르고..”
“현식씬 노래를 좋아하시나 봐요?”
“잘 하지는 못해도 부르는 건 좋아해요.”
“저도 노래는 좋아하지만, 남들 앞에서 불러보지를 않아서..”
“친구들하고 노래방에 가지 않아요?”
“그럴 겨를이 없었어요. 전에 남편이 사업할 때는 친구들 만나도 식사만하고 집에 바로 가야하고, 그 이후에 남편이 사업 망하고 내가 일을 시작하면서는 내가 시간이 없을 뿐더러 그럴 여건도 아니고 해서…”
“그럼.. 실내포장에 한번 가 봐요! 우리 같은 서민들이 마시고 놀기에는 괜찮아요.”
“그럼.. 그렇게 할까요?”
현식이가 차에 올라탄다. 미주씨도 조수석에 올라타면서 걱정스러운 듯 한마디한다.
“술 마셨는데 괜찮겠어요?”
“몇 잔 마셨다고.. 지금 음주 측정해도 괜찮아요.”
차를 몰고 전에 현식이가 한번씩 가던 실내포장으로 간다.
위치가 전에 살던 집과 회사의 중간쯤 되는 곳으로, 마누라와 이혼하기 전에는 한번씩 들렸었는데, 최근에 약 두 달간은 들리지 못했다.
차를 부근 주차장에 주차하고, 미주씨랑 같이 지하에 있는 실내포장 술집 안으로 들어가니 단골코너의 여자가 시쳇말로 버선발로 뛰어 나와 맞이한다. 그 여자의 코너에 미주와 같이 앉는다.
“아니.. 김 사장님! 그 동안 어떻게 한번도 안 올 수가 있어요? 어디 좋은 데라도 생겼나 보죠?”
“좋은 데는 무슨 좋은 데? 먹고 살기 바쁘다 보니 오질 못했지..”
“김 사장님이 그러면 우리 같은 사람은 뭘 먹고 살아요? 그리고, 옆에 계신 분은?”
“아.. 제 친구입니다.”
“그래요? 상당히 미인 친구분을 두셨네요?”
“한 미모하지요.”
“현식씨두 참…”
미주가 얼굴을 붉힌다.
코너 마담이 맥주를 내온다.
“안주는 뭘로 하실래요?”
“과일로 주세요.”
마담이 과일을 내오고, 현식이와 미주의 잔에 맥주를 따라 준다.
“자.. 미주씨! 한잔씩 합시다.”
“그래요!”
미주가 잔을 들고 단숨에 잔을 비워낸다.
“아니.. 미주씨! 무리하는 것 아니에요?”
“괜찮아요.. 술장사를 하다 보니 술이 느네요.”
사실 미주는 아까 식당에서 마신 백세주에다가 다시 맥주가 들어가니 취기가 올라온다. 예전에 장사를 하기 전에는 맥주 한잔을 못 마셨지만, 술장사를 하다 보니 술을
안 마실 수가 없고 한잔 두잔 하다 보니 주량이 조금씩 늘어 지금은 맥주 두 세병 정도는 마셔도 견딜만하다.
하지만, 오늘 남편도 아니고 외간남자인 현식이와 같이 손님으로 술집에 들어와서 술을 마시다 보니, 취기가 좀 올라오는 것 같고, 취하고 싶다.
지금껏 살아 오면서, 남자와 이렇게 술집에 들어온 적이 없다. 물론 처녀시절 남편과 데이트를 하면서 호프집에는 들어가 본적이 있지만..
남편이 사업 망하기 전에는 남편의 그늘아래 맨날 집에서만 지내다 보니 세상물정을 몰랐고 먹고 살기 위해 술장사를 시작하면서 부닥치는 일마다 생소한 것이었고 몸으로 직접 부닥쳐 가면서 세상사를 배우다 보니, 매일 사는 게 바쁘고 심신이 피곤하다 보니 단 한 순간이라도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 본적이 없다. 이렇게 누구랑 술집에 갈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고…더군다나 남자하고 라면 더욱 더..
오늘 이왕 이렇게 현식씨와 같이 술을 마시게 된 것.. 다른 일들은 다 잊어 버리고 그냥 이 자리를… 이 기분을 즐기고 싶다.
현식이와 같이 몇 잔을 마시다 보니 내온 맥주 세 병이 바닥나고, 현식이가 맥주 몇 병을 더 시킨다.
“미주씨! 괜찮겠지요?”
“그럼요! 이거 마시고는 안 되지요.”
미주 자신이 듣기에도 자신의 혀가 좀 꼬이는 것 같다.
현식이가 마신 술 때문인지 기분 좋은 소리로 말한다.
“미주씨! 이젠 술도 몇 잔 했고, 홀로 나가서 노래나 합시다! 마담! 우리 노래 좀 넣어줘요!”
일요일이다 보니 술집 안에 손님들이 별로 없고, 금방 현식이 코너의 차례가 된다.
“미주씨! 나가서 노래합시다.”
현식이가 미주의 손을 잡아 끌어 홀로 데리고 나간다. 밴드 앞에서 마이크를 잡아 미주에게 주며
“미주씨 먼저 노래 할래요?”
“아니.. 현식씨부터 먼저 하세요.”
”그럼 내가 먼저…”
현식이가 밴드를 보는 남자에게 곡목을 이야기 하자 음악이 흘러 나오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돌아서 눈 감으면 잊을까..
정든 님 떠나가면 어이 해…
…………………………………..
…………………………………..
사랑했어요.. 그땐 몰랐지만….
…………………………………….
현식이가 마이크를 잡고 폼을 잡아 가면서 노래를 부른다. 그 옆에서 미주는 박수를 치며 박자를 맞춘다.
현식이 노래가 끝나고 마이크를 미주에게 넘긴다.
“미주씨도 한 곡해요.”
“그럴까요?”
미주가 마이크를 잡고 밴드에게 곡목을 이야기하고 노래를 부른다.
-파도가 부서지는 바위섬..
흔적없는 이곳에…………..
……………………………….
어느 밤 폭풍우에 휘말려..
……………………………….
마이크를 두 손으로 모아 쥐고 가만가만 노래를 부르는 자태가 참 아름답다고 현식이는 생각한다.
미주의 노래가 끝나자 현식이 박수를 친다.
“이야! 미주씨 노래를 상당히 잘 하시네요?”
미주가 얼굴을 붉힌다.
“무슨 말씀을… 별로 못해요.”
다음 노래를 현식이가 부르고 곡목이 ‘난 바람 넌 눈물’이다. 노래를 부르며 슬며시 미주의 어깨를 껴안는다.
갑자기 미주의 가슴이 쿵쾅거리는 것 같다. 남편말고 자기의 어깨를 껴안는 것은 이 남자가 처음이다.
이 남자는 노래도 참 분위기 있게 한다. 웬만한 여자는 껌벅 넘어 올 정도는 되겠다. 더군다나 술을 한잔 마셔 감정이 좀 올라온 상태에서 자연스레 스킨쉽까지 당하다 보니,
온 몸에 달아 오르는 것 같다.
이래서 유부녀들이 바람이 나는 것인가?
노래 몇 곡을 더 부르고 코너로 돌아와서 앉는다.
코너 마담이 박수를 짝짝 친다.
“두 분이 너무 잘 어울리네요? 노래도 두분 다 너무 잘 하시고..”
현식이가 입이 벌어져서 되묻는다.
“정말 잘 어울려요?”
마담이 맞장구를 친다.
“그럼요! 두 분이 친구사이가 아니라 애인사이 같은데요?”
“미주씨! 그럼 애인 해볼까요?”
“아니.. 현식씨는..”
미주가 얼굴이 빨개져서 맥주잔을 입으로 가져간다. 애인 하다니… 가슴이 다 울렁거린다.
“미주씨! 오늘 너무 마시는 것 아니에요?”
“좀 취하네요.”
“그럼 그만 마시고 나가지요?”
“그래요.”
현식이가 지갑을 꺼내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온다.
시계를 보니, 밤 열한시가 다 되어간다.
조금은 쌀쌀한 가을의 날씨 탓인가? 밤거리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밤거리를 걸으며 현식이가 미주의 어깨를 껴안는다.
미주가 잠시 움찔하더니 그냥 현식이 하는 데로 몸을 맡기고 현식이와 같이 걷는다.
“미주씨! 오늘 재미있었어요?”
“현식씨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다른 생각없이 즐겁게 놀았어요. 고마워요! 현식씨.”
“고맙기는요.. 저도 그 동안 골치 아픈 일들이 많았는데, 미주씨 덕분에 많이 즐거웠어요. 앞으로 시간이 나면 한번씩 이렇게 미주씨랑 데이트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해줄 수 있겠어요?”
“글쎄요.. 시간이 날지…”
미주의 어깨를 감싼 현식의 팔에 느껴지는 미주의 몸은 참 부드러운 것 같다.
“미주씨 집은 어디에요?”
“OO동에 있는 주공아파트에요.”
“택시를 타면 이십분 정도 걸리겠네요?”
“아마 그 정도 걸릴 거예요.”
“제가 바래다 드릴께요.”
“괜찮아요. 그냥 제가 택시타고 갈께요.”
“그래도 시간이 늦었는데 밤길에 혼자 보내기가 그렇네요.”
“현식씨 차는 어떻게 하시고요?”
“내일 와서 찾아가면 됩니다. 어이! 택시!”
지나가던 빈 택시가 선다.
“미주씨! 탑시다.”
“그럼..”
같이 택시의 뒷좌석에 탄다.
“OO동에 있는 주공아파트로 갑시다.”
“알았습니다.”
택시가 출발한다.
현식이가 슬며시 미주의 손을 잡는다. 미주가 손을 뺄 듯 하다가 현식이가 잡은 손에 힘을 주자 그대로 있는다.
“미주씨! 우리 앞으로 좋은 친구 합시다.
나도 얼마 전 마누라와 이혼하다 보니 많이 외롭네요.”
“다시 좋은 분 만나면 되지요.”
”다시는 결혼 같은 건 하지 않을려고 해요. 그냥 미주씨 같이 좋은 사람 있으면 친구처럼 애인처럼 사귀었으면 좋겠어요.”
“………………….”
택시가 어느 듯 미주가 사는 아파트 입구의 도로변까지 온다.
미주가 택시기사에게 말한다.
“아저씨! 저기 세워주세요.”
현식이가 택시비를 내려는 것을 만류하고 미주가 택시비를 낸다. 현식이가 같이 택시에서 내리려고 하자
“현식씨는 그냥 이 차 타고 가시지요?”
“미주씨 들어가는 것 보고 갈께요.”
택시에서 같이 내린다.
“몇 동이에요?”
현식이가 묻자 미주가 대답한다.
“302동인데 두 동만 지나가면 되요. 그만 현식씨는 가시지요?”
“저기 까지만 같이 갑시다.”
입구에 있는 아파트의 뒷길을 따라 같이 걷는다.
늦은 시간이라 주위에 다니는 사람들은 없지만, 미주는 가슴이 떨린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 까지 이 남자와 같이 오다니…
아파트의 중간쯤 왔을 때 현식이가 멈춰 서서 미주를 부른다.
“저기.. 미주씨!”
현식이의 옆에 서서 걷던 미주가 걸음을 멈추고 현식이를 바라본다.
갑자기 현식이가 미주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키스를 한다.
“으..읍.. 현…식씨…”
졸지에 당하는 키스라 미주는 정신이 없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더군다나 내가 사는 아파트가 아니던가?
현식이의 혀가 미주의 입을 열고 들어오려 한다. 미주는 정신이 몽롱해진다.
어느 사이 자신이 입이 열리고 현식이의 혀가 미주의 입 속으로 들어온다. 술도 꽤 마신데다가 장소도 장소인 만큼 온몸이 흥분된다.
이런 느낌을 가져본 적이 언제던가?
요즈음은 남편과의 잠자리도 하지 않는데다가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어 버리고 살고 있었는데…
어느 새 자신의 팔이 현식이의 등뒤로 돌아가서 현식이를 껴안고 있고 적극적으로 현식이의 키스에 응한다.
현식이의 느낌도 새롭다.
처음엔 미주가 좀 거부하는 듯 하더니 잠시 후 적극적으로 키스에 응해 오자 가운데의 그 놈이 화가 나서 빳빳이 일어선다.
그 동안 마누라와 이혼하다 보니 잠자리를 가져본 게 한 달이 넘었다. 미주를 여관이나 모텔로 데리고 가서 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화가 난 자신의 중심부를 미주에게 밀착을 한다.
아랫도리에 느껴지는 미주의 치골 부근의 감촉이 환상적이다.
어느 순간 미주가 현식이의 품에서 떨어진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아파트로 뛰어간다.
“미…”
현식이가 미주를 부르려다가 만다. 미주는 자신의 아파트로 뛰어가면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좀 전에 현식이의 빳빳한 그것이 자신의 가운데에 닿을 때 까무러치는 줄 알았다.
미주는 정신없이 달려서 자신의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탄다.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게 정신이 하나도 없다.
엘리베이터가 미주가 사는 6층에 도착하고, 미주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자신의 아파트 앞에 서서 잠시 호흡을 고르고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간다. 시간이 열 두시가 다 되어갈 텐데 남편이 아직 자지않고 거실의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다가, 조금은 힐난하는 목소리로 미주에게 말한다.
“당신.. 왜 이리 늦었어?”
순간 남편한테 죄스런 마음이 들었으나, 그 마음을 감추려고 일부러 큰 소리로 말한다.
“오늘 고등학교 동창 모임이 있다고 했잖아요?”
“모처럼 쉬는 날인데. 빨리 돌아와 집에서 푹 쉬지 않고…”
남편이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다. 그 속이 오죽 하겠는가?
미주가 집안으로 들어서면서 술 냄새도 맡았을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난리가 났을 것인데…
미주가 안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 입는다.
그리고, 거실로 나와 욕실로 들어가서 씻는다.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 같다.
다 씻고 밖으로 나오니 남편은 안방으로 들어갔는지 거실에 보이지 않는다.
안방으로 들어가니 어느 새 남편이 침대에 등을 돌리고 누워 있다.
안방의 불을 끄고, 살며시 남편 곁에 드러눕는다. 아까 현식이와 키스하던 순간을 생각하니 얼굴이 달아 오른다. 현식이가 자신에게 키스를 한건 그렇다 치고, 자신은 왜 적극적으로 응했던가? 더군다나 현식이를 안고…
한동안 사는 것이 힘들고, 남편과의 잠자리도 오랫동안 하지 않다 보니, 아예 그 쪽은 잊어버리고 살았는데, 현식이와 키스를 하는 순간 갑자기 온 몸의 세포가 일어나고 까마득히 잊어버렸던 그 것이 한순간 자신을 그렇게 달아 오르게 만들었나? 나도 아직 오십이 안된 여자인데.. 불현듯 남자의 품에 안겨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이 열병처럼 피어 오른다.
내가 아까 키스에 너무 적극적으로 응해서 현식씨가 나를 음탕한 여자로 보지 않았을까? 현식씨가 자기를 정말 좋아하고 있는 것일까? 그 사람은 이혼하고 혼자서 살고 있다고 하던데, 혹시 한순간 여자가 그리워서 자기에게 그렇게 했던 건 아닐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고 이런 저런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옆에서 누워있는 남편의 숨소리가 고른 걸 보니 남편은 잠이 든 모양이다.
현식이는 미주를 그렇게 보내고, 조금은 아쉬운 마음과 미주에게 미안한 생각을 가지고 택시를 탄다.
택시를 타고 오면서 현식은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남편이 있는 유부녀에게 그렇게 해도 되는가? 물론 키스를 하던 그 순간은 전혀 의도적이 아니었다. 갑자기 그녀에게 키스를 하고 싶었고, 술기운에 용기를 내서 키스를 했던 것이다.
현식이 역시 마누라와 이혼을 전후해서 한달 보름 가까이 여자를 접하지 않았었다.
현식은 그 나이에 비해서 여자를 안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 현식이가 한달 보름 남짓 여자를 안지 않았으니 당연히 여자의 살이 그리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안고 싶은 마음은 없다. 현식이의 주관이 사랑이 없는 성행위는 아무런 느낌이나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다.
미주는 나이에 비해서 젊게 보이는 편이고, 인물도 어디에 빠지지 않는 데다가 하는 행동이 막 산 여자같이 보이지 않고, 나름대로 부끄러워할 줄 알고 육감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니, 그녀를 안을 수만 있다면 하는 생각이 굴뚝 같지만 임자가 있는 유부녀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 새 차가 현식이가 사는 아파트에 도착하고, 현식이가 차에서 내려 아파트로 올라간다.
혜진이는 오후 강의 사이에 쉬는 틈을 이용해서 아빠에게 전화를 한다.
신호음이 두 번 울리더니 아빠가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아빠! 나.. 혜진이”
“응! 혜진이구나.”
“오늘 학교 마치고 아빠에게 들릴 께.”
“그렇게 해. 나중에 보자.”
학교 마치고 곧장 아빠의 아파트로 간다.
지난번에 아빠가 아파트 열쇠를 하나 준 게 있어, 열쇠로 아파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다.
혼자 사는 남자치고는 아파트 내부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지만, 홀아비 특유의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베란다 문을 활짝 열고 진공청소기로 바닥을 깔끔히 청소하고, 손걸레를 빨아서 응접탁자랑 소파, TV등 여기저기를 닦기 시작한다.
응접 탁자 밑에 있는 담배함을 닦다가 뚜껑을 열어보니, 담배와 일회용 라이타가 보인다.
술집이나 식당 같은 데서 줬는지 라이타에 상호가 전화번호가 적혀있다. 라이타를 들고 보니 ‘블루 문(BLUE MOON)’이란 상호와 함께 전화번호가 적혀 있어 손가방에서 수첩을 꺼내 상호와 전화번호를 적는다.
‘블루 문’이라… 아빠가 다니는 술집인가?
전화번호 앞자리 숫자가 혜진이가 사는 동네 쪽이다. 한번 본 상호 같기도 하고.. 갑자기 어제 아빠가 데이트 한다던 말이 떠오른다.
혹시.. 여기 마담과 아빠가?
청소를 끝내고, 혹시나 싶어 밥통을 열어보니 밥이 없다. 쌀통에서 쌀을 꺼내 전기밥솥에 밥을 앉힌다. 집에서 어쩌다 한번씩 밥을 한 적은 있지만, 제대로 될지 걱정이다. 밥을 못했다고 아빠가 흉을 보면 어쩌나? 냉장고를 열어보니 밑반찬들은 있고, 아침에 아빠가 먹던 것인지 김치찌개가 남아 있다.
반찬들은 이 정도면 될 것 같다.
잠시 소파에 앉아 쉬고 있노라니, 아파트 문이 열리면서 아빠가 들어온다.
“어? 혜진이 와 있었구나!”
“아빠! 어서 와! 수고 많았지?”
“아파트가 깨끗해진 것 같은데.. 네가 청소했니?”
“응! 내가 했어.”
“밥도 앉혔나 보구나?”
전기밥솥에서 김이 뿜어져 나오는지 추가 흔들거리며 쉭쉭하는 소리가 난다.
"몰라! 제대로 될는지.. 아빠 밥이 제대로 안됐다고 흉보면 안돼?”
“우리 공주 착한데?”
“그~럼! 내가 얼마나 착한데?”
“보자.. 옷을 갈아 입어야 겠는데… 혜진이 너.. 돌아 앉아 있어!”
“손으로 눈 가리고 있을게.”
“손가락 사이로 다 보려고?”
“피이! 보면 또 어때?”
“인석아! 다 늙어 쭈그러진 아빠 몸 보면 뭐해?”
“뭘? 아직도 쓸만한 거 같은데?”
“얘가? 아빠를 다 놀리려고 하네?”
현식이가 다가와서 혜진이 머리에 꿀밤을 먹인다.
“씨이! 내가 어린애야? 심심하면 꿀밤을 먹이게?
알았어! 돌아 앉아 있을게..”
혜진이가 돌아 앉고 현식이가 옷장을 열고 옷을 갈아 입는다. 갑자기 아빠의 벗은 몸이 궁금해진다.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로는 아빠의 벗은 몸을 본적이 없다.
이제 얼마나 늙었을까? 설마? 아직 아빠의 나이가 오십도 안됐는데.. 혜진이가 슬며시 고개를 돌린다.
막 바지를 벗고 팬티바람에 츄리닝 바지를 입으려던 현식이의 눈과 마주친다.
“아니? 인석이…”
현식이가 황당한지 얼른 츄리닝 바지를 끌어 올린다. 그리곤 쫓아와서 혜진이의 머리에 다시 꿀밤을 먹인다.
“깔깔깔깔! 이야! 아빠 몸매 멋진데? 아직도 이십대 청년같아!”
“인석이 아빠를 놀리고 있어! 너 앞으로도 이러면 이 집에 출입금지야!”
“알았어! 알았어! 앞으론 안 그럴게! 이미 볼 거 다 봤는데..”
“인석이 또?”
“미안.. 미안..”
현식이가 욕실로 들어가서 씻는 사이 혜진이가 김치찌개를 데우고 전기밥솥을 열고 밥을 펀다.
현식이가 욕실에서 나오며 혜진이에게 대견한 듯 말한다.
“이제 너.. 시집가도 되겠구나!”
“난 아빠한테 시집갈 거야!”
“또 그 소리.. 네가 초등학교 삼학년으로 다시 돌아갔어?”
“그러면 안돼?”
“그걸 말이라고.. 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고 식사나 하자.
어디 혜진이가 밥은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다.”
현식이와 혜진이가 식탁에 앉고 식사를 시작한다. 현식이가 밥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는다. 물을 조금 적게 넣었는지 밥이 선 것 같다.
“역시 그러면 그렇지..”
혜진이가 아직 밥을 먹지 않고 현식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듯 물어본다.
“왜? 잘 안됐어?”
“인석아! 물을 적게 넣었잖아!”
“그러면 어떡해?”
“어쩌기는 어째? 그냥 먹어야지..”
“흐응! 나 몰라!”
혜진이가 울상을 짓는다.
“괜찮아! 먹을 만해!”
“정말이지?”
“그래! 인석아.”
혜진이가 밥을 떠서 먹어 본다. 역시 밥이 좀 선 것 같다. 괜히 약이 오른다.
“뭘.. 맛만 좋은데?”
일부러 맛있는 표정을 지으며 밥을 먹는다.
“그래? 그럼 이 밥 네가 다 먹어!”
“그래! 오늘 내가 이 밥 다 먹을 거야!”
“너 배터져 죽으면 아빠보고 어쩌라고?”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며?”
“인석이 터진 입이라고 말은 잘해! 밥이 좀 설어도 이 밥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 누가 해준 밥인데?”
“그~럼! 아빠의 하나밖에 없는 이 공주가 한 밥인데..”
혜진이는 밥을 절반쯤 먹다가 숟가락을 놓고, 현식이는 한 그릇을 다 비운다.
“왜 그것밖에 안 먹니?”
“요즘 다이어트 하느라고..”
사실은 선 밥이 먹기 싫어서 다 먹질 못했다.
그런 밥을 다 먹어주는 아빠가 너무 고맙다.
“네가 다이어트 할 살이 어디 있다고?”
“내가 속살은 좀 있어..”
“그래?”
아빠가 알고 속아주는 것인지.. 모르고 속는 것인지..
요즘 혜진이는 아빠가 많이 그립다. 예전에 아빠가 집에 있을 땐 모르겠더니, 아빠의 그늘이 너무 컸었던 것 같다.
물론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아빠를 보지만, 저녁으로 집에 있으면 아빠가 없는 공간이 너무 큰 것 같고, 엄마 역시 풀이 죽어 있는지 집안분위기가 쓸쓸하기 짝이 없다.
괜히 아빠가 얄밉다.
“아빤 이렇게 나와 있으니 좋아?”
“글쎄.. 좋은지 안 좋은지 잘 모르겠어. 홀가분하기는 한데 쓸쓸한 것 같기도 하고.. 처음엔 쓸쓸한 것도 다 좋더니.. 아마 혜진이 너 때문에 그런가 보다.”
“뭐가 나 때문에 그런데?”
“너 크고 나서는 품을 떠난 자식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 보다. 아직도 품안의 자식 같아.”
“그럼 내가 더 자주 오면 안될까? 일주일에 한번이 아니라 두번 세번이라도..”
“안돼! 네 생활리듬이 깨져서 안돼. 엄마는 또 어쩌고? 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고 소파에 가서 앉아 TV나 봐! 아빠가 설거지 할게!”
“설거지 내가 할게. 아빠!”
“너 오늘 청소에다가 밥까지 했는데 설거지는 당연히 아빠가 해야지. 너 말대로 설거지 못하게 하면 아빠가 울거야!”
“울어! 아빠! 혜진이가 달래줄게.”
“인석이.. 못하는 소리가 없어.”
현식이가 식탁에서 일어나서 그릇들을 치우고 설거지를 시작한다. 하는 수 없이 혜진이는 소파에 와서 앉는다.
잠시 후, 설거지가 끝났는지 현식이가 커피 두 잔을 들고 소파로 온다.
“너.. 여기 오는 걸 엄마는 알고 있어?”
“아마 알고 있을 거야. 내가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그건 그렇고 어제 데이트는 어땠어?”
“좋았지!”
“정말? 어디 갔었는데?”
“식사하고…”
“식사하고 또 어디 갔어?”
“그건 비밀이야.”
“혹시.. 아빠! 사고친 거 아냐?”
“인석아! 내가 이십대야? 사고치게..”
“왜 있잖아? 사십대 중년 남성들 바람 많이 피운다던데? 자식들은 다 크고, 마누라는 내살 같아서 맹숭맹숭하고..”
“너.. 모르는 게 없구나?”
“내가 얼마나 똑똑한데?”
“아빠 딸이니 당연히 똑똑해야지.”
“전에 엄마 아빠는 내가 잘한 게 있으면 서로 자기 닮았다고 다투었잖아? 내가 중간에서 누구 편을 들어줄 수도 없고 입장 곤란하데..”
“하하하! 인석이 못하는 말이 없어? 너.. 이제 집에 가 봐야지?”
“벌써?”
혜진이가 서운한 표정을 짓는다.
“뭐가 벌써야?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아직 아홉시도 안됐는데? 아빠는 다 좋은데 이게 싫어! 꼭 아빠 티를 낸다니까..”
“오늘 내가 좀 피곤해서 그래. 그리고, 내가 아빠지 아저씨야?”
“알았어..”
혜진이가 일어서서 외투를 걸친다.
“오늘 아빠 못 바래다 준다. 아빠가 어제 술을 좀 마셔서 그런지 좀 피곤하네.”
“그렇게 해. 아빠!”
“내가 버스 정류장까지만 바래다 줄게!”
“아니야. 아빠! 피곤한데 그냥 쉬어.”
현식이도 일어나서 현관까지 혜진이를 따라 나온다. 현관에서 혜진이가 신을 신더니, 갑자기 현식이의 목을 두 팔로 감고 현식이의 입에 뽀뽀를 한다.
얼떨결에 혜진이에게 입술을 당하고 어쩔 줄 모르는 사이 혜진이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며 큰 소리로 말한다.
“아빠! 잘 있어!”
참 어이가 없다. 저 녀석이..
어제 내가 미주씨의 입을 훔치듯이 혜진이가 나의 입술을 훔쳤다고 생각하자 실소가 나온다.
그 아빠의 그 딸이 아니랄 까봐..
어이가 없으면서도 혜진이가 현식이의 목을 두 팔로 감았을 때, 화장품 냄새인지 향수 냄새인지.. 아니면 혜진이의 살 냄새인지 잠시 정신이 몽롱했었다.
그리고, 현식이 입술에 닿은 혜진이 입술의 감각이 세상 무엇보다 부드러웠고…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ABS VI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