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소나타 17~18
wuji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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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2 18:12
현식이는 회사에서 업무가 조금 한가한 오후 세 시경에 사무실에서 나와 복도 끝에 있는 휴게실로 간다. 자판기에서 커피 한잔을 뽑아 들고 의자에 걸터앉아 커피를 마신다.
여기 휴게실은 회사를 찾아오는 손님들을 면담하거나 업무시간 중에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직원들이 와서 쉬어가는 곳이다.
휴게실내에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커피를 다 마시고 담배 한대를 꺼내 문다.
그저께 토요일 날, 자신의 아파트에 찾아왔던 혜진이와의 두 번째 성 관계를 생각한다. 첫번째야 실수라고도 생각할 수 있고.. 아니면, 불가피하게 이루어졌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두 번째 혜진이를 안는 것은 어떤 말로도 변명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혜진이를 내 여자로 받아 들였다는 사실이외에 다른 이유는 있을 수가 없다. 이젠 딸이 아니라 내 연인이고 내 여자이고,, 미래의 반려자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남들에게 떳떳하게 사실을 밝힐 수는 없겠지만, 더 이상 내 감정을 숨기고 혜진이의 마음을 우롱할 수는 없다.
다시 혜진이를 안았다는 것은 혜진이의 진심을 내가 받아 들였고, 나 역시 혜진이를 딸이 아니라 여자로써 사랑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지금 심정은 혜진이를 다른 남자에게 뺏기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인혁이라 하더라도….
요즘 인혁이의 가슴은 답답하기 짝이 없다.
더 이상 혜진이와의 사이에 진척이 없을 뿐 아니라, 혜진이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자신을 견딜 수 없도록 괴롭힌다.
물론 자신이 이십오년을 살아오는 동안에 여자애들을 몇 번 사귀어 본 적이 있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일학년 이학기 때에 세 번째 미팅에선가 만난 여학생이 있었는데
나이는 자신과 같은 스물이었고, B대 영문과 일학년에 다니고 있었다. 이름이 윤 영신이었는데, 얼굴이 둥그스럼한 게 복스럽게 생겼었고 웃을 때 눈꼬리가 잡히는 게 남자를 잡아 끄는 매력이 있었다. 인혁이가 이학년 마치고 군대에 입대할 때까지 약 일년간을 사귀었었다.
군대에 입대하기 사흘 전인가 같이 만나서 송별주를 마신다고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진탕 마시고, 서로 술이 취한 상태에서 같이 여관에 들어가 몸을 섞게 되었는데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인혁이에게 안겨오는 영신이는 남자경험이 많은 것 같아 같이 몸을 섞으면서도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었다.
그리고 나서 인혁이는 군대에 입대하고, 그 이후로는 서로 연락을 주고 받지 않았고 그렇게 끝이 났다.
군대에서 제대하고 다시 학교에 복학하고 나서 동아리 모임에서 우연히 혜진이를 보게 되었는데, 영신이와는 달리 순수함과 무언가 포근함이 느껴지는 느낌에 반해서 그 동안 계속 혜진이한테 관심을 보이고 다가가려 했지만, 어쩐 일인지 생각처럼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지난번 혜진이 아버님을 만나고 나서, 혜진이 부모님이 이혼을 한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일로 인해서 혜진이가 남자친구를 사귈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을 거라 생각하고 시간이 흐르면.. 자신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혜진이를 대한다면 자신에게 마음을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혜진이한테 사귀는 남자가 있다니… 생각도 하지 못한 일이다.
처음에 혜진이가 사귀는 남자가 있다고 자신에게 말했을 때 믿지는 않았었는데, 요즘 예전보다 부쩍 화사해진 혜진이의 얼굴이나 명랑해진 혜진이를 보고 있노라면, 혜진이 말처럼 사귀는 남자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일단 사귀는 남자가 있는지 없는지 부터 알아봐야 될 것 같다.
인혁이는 학교를 마치고 오후 네 시쯤 학교를 나서는데 앞에서 친구인 종수가 걸어가는 것이 보인다.
같은 고등학교에 다닌..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친구중의 하나이다. 자신보다 한달 먼저 제대했지만 자신처럼 이번 학기에 복학했다.
“야! 종수아!”
종수가 뒤를 돌아다 본다.
“어.. 인혁이 아냐?”
인혁이가 걸음을 빨리 해서 종수의 옆으로 간다.
종수가 인혁이의 어깨를 치면서 반가운 듯 말한다.
“야!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도 이렇게 만나기 힘들어서야..”
인혁이는 건축과에 다니고 있고 종수는 컴퓨터 공학과에 다닌다.
“종수야! 우리 오랜만인데 어디 가서 소주나 한잔하자.”
“그럴까?”
같이 걸어서 학교 들어오는 입구에 있는 순대집에 들어간다.
이곳은 학생들이 주로 와서 순대를 안주로 소주를 마시는 곳이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들이 기분좋게 한잔하고 갈수 있는 곳이다.
인혁이와 종수가 자리를 정하고 앉아 순대 이인분과 소주 한 병을 시킨다.
종수가 인혁이에게 말을 붙인다.
“요즈음 어때?”
“뭐가?”
“학교 수업 말이야.. 군대에서 이년간 썩고 나왔더니 따라가기가 힘드네..”
“나도 마찬가지지 뭐.. 그냥 강의 빠지지 않고 열심히 듣는 수밖에 없지. 그보다 요즘 다른 일로 고민이다.”
“무슨 일인데?”
“술 마시면서 이야기하자.”
아줌마가 순대를 담은 접시와 소주 한 병을 갖고 온다.
“자! 한잔 받아.”
인혁이가 종수에게 술을 따른다.
“너도 한잔..”
서로 술잔을 들고 마신다.
종수가 묻는다.
“무슨 일인데?”
“내가 요즘 마음을 쏟는 여자가 있는데 잘 안되네..”
“그래? 뜻밖이다. 너를 마다하는 여자애가 다 있어?”
“나라고 뭐 특별한 게 있어?”
“너야 매너 좋지.. 인물 훤하지.. 사람 성실하지.. 그야말로 킹카 아냐?”
“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고.. 난 진심이야.”
“그래?”
종수가 정색을 한다.
“생각처럼 안되고 미칠 지경이다.”
“도대체 누군데?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어?”
“응.. 영문과 일학년이야..”
“이름은?”
“김혜진이라고...”
“혹시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가 있는 것 아냐?”
“자기말로는 그렇다고 하는데.. 사실인지 잘 모르겠어.”
“그러니까 너에게 마음을 주지 않겠지..”
“글쎄.. 그게 그런 게 아닌 거 같은데..”
“집히는 게 있어?”
“그 동안 걔를 쭉 지켜봐 왔는데 주위에 남자친구라곤 없는 것 같았거든..”
“네기 싫은 것 아냐?”
“내가 싫은 것 같지는 않았어..”
“그런데 왜 그랬을까?”
“내가 걔한테 정식으로 사귀자고 프로포즈를 하니까 싫다고 하면서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고 그러더군..”
“내가 생각하기엔 그 애한테 정말로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면 속이 쓰리더라도 네가 포기해야 할 것 같고, 만일 아니라면 무슨 이유인지 정확하게 알아봐. 먼저 그 애한테 정말 사랑하는 남자가 있는지 부터 알아봐야겠다.”
“나도 그럴려고 해.”
“야! 인생에서 여자가 전부는 아니잖아. 물론 네가 정말로 사랑한다면 꼭 붙잡아야 하겠지만, 너무 그렇게 목은 매지 마라. 자! 술이나 한잔하자.”
“그래! 한잔 마시자.”
벌써 소주 두병이 비워진다.
“한 병 더 시킬까?”
종수가 한잔이 되었는지 벌개진 얼굴로 인혁이한테 묻는다.
“됐다. 그만하자. 한군데 들려봐야 할 곳이 있어서..”
“그래? 그럼 일어서자.”
종수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지갑을 꺼내 계산을 하려고 한다.
“야! 종수야! 내가 계산할게.”
“누가 내면 어때서? 다음에 네가 한잔사라.”
“그럼.. 그럴까?”
같이 순대집에서 나온다.
조금 걸어 내려와서 버스 정류소에 도착한다.
“종수야! 나는 건너편에서 차를 타야 하니까 먼저 갈게.”
“그래! 잘 가자.”
인혁이는 종수와 헤어져서 도로를 건너기 위해 지하도로 내려간다.
인혁이도 이 쪽에서 버스를 타야 하지만, 오늘 혜진이 아버지가 사는 아파트에 들리기 위해 반대편으로 건너 간다. 자신의 생각으로 혜진이가 대학에 와서 사귄 남자친구는 없는 것 같고, 만일 그렇다면 예전부터 사귄 남자친구 일 것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혜진이 아버님이 정확하게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한번 찾아 뵈려는 것이다.
반대편으로 건너와서 시내버스를 탄다.
한 삼십분을 걸려서 혜진이 아버님이 사는 아파트 부근에서 내린다. 시간을 보니 저녁 여덟시가 다 되어간다. 지금 이 시간이면 아마 계실 것 같다.
아파트로 들어가기 전에 부근에 있는 마트에 들려서 맥주 세 병과 오징어 포를 산다. 아파트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삼층에서 내려 혜진이 아버님이 사는 아파트 앞에 서서 벨을 누른다.
인터폰으로 누구냐고 묻는 소리가 들리고 인혁이가 자신의 이름을 대자 아파트의 문이 열리면서 혜진이 아버님이 모습을 드러낸다.
“안녕하세요.”
“아니.. 학생이 이 시간에 웬일이야?”
“아버님께 여쭤 보고 싶은 일도 있고 술도 한잔 대접해 드리려고 염치불구하고 찾아 왔습니다.”
“그래? 어서 들어와.”
인혁이가 아파트 안으로 들어선다.
“방금 식사하고 치우던 참이었는데, 학생.. 참! 인혁이라고 했지. 인혁군은 식사를 했나?’
“친구와 좀 요기를 했습니다. 식사는 집에 가서 하면 됩니다.”
“자네 손에 든 게 뭔가?”
“아버님과 같이 술을 한잔하려고 맥주 몇 병을 사왔습니다.”
“참! 자네도.. 맥주야 여기에 얼마든지 있는데. 쓸데없이 돈을 들여서 사왔구만..”
“아닙니다. 제가 대접하고 싶어서요. 별거는 아니지만..”
“아무튼 여기 와서 앉게.”
현식이와 인혁이가 소파에 와서 마주보고 앉는다.
“참! 잔을 가져 와야지.”
현식이가 일어나서 씽크대로 가서 유리잔을 두잔 들고 온다. 인혁이가 맥주병을 따고 현식이 잔에 맥주를 따른다. 다시 현식이가 맥주병을 들고 술을 따르자 인혁이가 두 손으로 술을 받는다.
“자! 한잔 하세나.”
“예! 아버님.”
같이 유리잔을 들고 맥주를 마신다.
현식이는 맥주를 마시면서 찬찬히 인혁이를 살펴본다. 전에도 느꼈었지만 볼수록 마음에 드는 친구다. 나이에 비해 예의를 차릴 줄 알고 얼굴도 남자답게 생긴 게 광명정대한 상이다. 주관이 뚜렷할 것이고 장래도 있어 보인다.
아마.. 여자를 사귀더라도 쉽게 사귀고 쉽게 헤어질 그런 타입은 아닐 것이다. 지금 자신과 혜진이가 그런 사이가 아니라면 자신이 스스로 나서서 짝을 지워주고 싶은 친구다.
맥주를 한잔씩 더 따르고 현식이가 맥주를 마시면서 물어본다.
“여쭤보고 싶은 일이 무언가?”
인혁이가 맥주잔을 들고 단숨에 마시고 내려 놓으면서 말을 한다.
“저.. 아버님.”
“그래.. 이야기 해 보게.”
“혹시… 혜진이한테 사귀는 남자친구가 있나요?”
“그건 갑자기 왜 물어봐?”
“제가 혜진이한테 정식으로 사귀어 보자고 했더니 자신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안 된다고 하더군요. 제가 알기론 학교에선 사귀는 남자친구가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혹시 전부터 사귀는 남자친구가 있는가 해서 이렇게 염치불구하고 찾아 뵈었습니다.”
그랬었던가?
이 애가 혜진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장난이 아니구나.
이거 참.. 어떻게 해야 하나?
내 딸인 혜진이를 사이에 두고 삼각관계가 된 게 아닌가?
“저.. 사실대로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현식이가 잠시 자신만의 생각에 잠기자, 인혁이는 사실을 말하기가 곤란해서 그런 줄 알고 되묻는다.
“그게 말이야… 걔가 사랑하는 남자가 있긴 하네..”
“서로 사랑하는가요?”
“그런 것 같아..”
인혁이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
그게 사실이라니…
인혁이의 얼굴에 핏기가 없어지는 모습을 보니 현식의 마음 역시 편치 않다.
내가 어쩌자고…
같은 세대는 같은 세대끼리 어울려야 하는 것을…
한동안 넋을 놓고 앉아 있던 인혁이가 입을 연다.
“지난번에 제가 아버님을 찾아 뵈었을 때, 아버님께서는 그런 기색을 전혀 안 하셨는데.. 저희들이 사귀는 것을 크게 개의치 않으시는 걸로 생각했읍니다만..”
참.. 입장이 난처하다.
“그게 말이야.. 그냥 친구처럼 지내는 거야 어떨까 싶기도 했고.. 자네의 마음이 이 정도까지 인줄은 몰랐네.”
“그 상대가 누군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만일 나라고 밝히면 이 애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야길해도 자네는 잘 모를 걸세..”
“고등학교 때부터 사귀었습니까?”
“이제 그 이야긴 그만 하세. 자네도 혜진이에게 너무 마음을 뺏기지 말고 마음을 가다듬도록 하게.. 아직 나이가 있는데 자네도 그렇고 혜진이도 그렇고.. 앞날이 어떻게 변할지 어떻게 아는가?”
“예..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인혁이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현식이도 자리에서 일어나서 인혁이를 배웅한다.
인혁이가 아파트에서 나가고 현식이는 소파에 앉아 담배를 한대 붙여 문다.
일이 어떻게 이렇게 됐는가? 내가 만일 이혼을 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혜진이와 한집에 살았더라면.. 그리고, 혜진이 남자친구로써 인혁이를 만났더라면… 아마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을 것이고, 그들 사랑의 든든한 지원자가 되었을 것이다.
냉장고로 가서 마시다 남은 발렌타인을 꺼내 유리잔에 절반쯤 따르고 스트레이트로 단숨에 마신다.
독한 양주가 목구멍을 톡 쏘고 넘어간다.
내가 혜진이를 사랑하던 어쩌던... 일이 이 지경까지 온 게 난감하고 당혹스럽다.
인혁이는 하루하루를 혼이 빠진 사람처럼 허우적거리며 학교와 집을 오간다.
강의를 들으면서도 그게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그냥 눈앞엔 혜진이의 얼굴만 아른거린다.
이렇게까지 내가 혜진이를 생각했었던가?
그 날 혜진이 아버님 아파트를 다녀오고 난 이후로 혜진이를 깨끗이 잊으리라 결심을 했었는데 생각과 마음은 다른가 보다.
수염을 깎지않아 더부룩한 얼굴에 며칠사이에 얼굴이 많이 초췌해져 있다.
혜진이는 한동안 자신의 주위에 인혁이가 보이지 않자 홀가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궁금해진다. 동아리 모임에도 인혁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번 인혁이를 만나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있던 인혁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자신을 그만큼 마음에 두고 있었던가?
하지만, 어쩌랴? 이미 자신에게는 세상에 둘도 없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것을…
그 동안 시험기간이라 근 보름간을 아빠의 집에 들리지 못했다.
전화야 서너번 했지만 전화를 받는 아빠의 목소리가 별로 밝지가 못했다. 웬일인지 궁금하긴 했지만 그 동안 자신이 들리지 못해서 서운해 하시는가? 아니면, 괜히 내 느낌인가 싶기도 하고…
오늘쯤 들리리라 생각하면서 학교를 파하고 학교정문을 나서는데,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뒤를 돌아다 보니 인혁이가 급히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자신의 옆에 다가오는 인혁이의 모습을 바라보니, 얼굴이 말이 아니다.
“선배.. 어디 아파요?”
혜진이가 걱정스럽게 물어본다.
“아니야! 아프긴… 잠시 이야기 좀 했으면 하는데..”
“저.. 어디 가볼 데가 있어서…”
“잠시면 돼..”
수염이 덥수룩하고 핏기가 없이 초췌한 인혁의 얼굴을 보니 거절을 할 수가 없다.
“그래요! 그럼 잠시만…”
같이 말없이 걸어서 길가에 있는 호프집으로 들어간다.
자리에 앉아 인혁이가 생맥주 3000cc짜리 피쳐를 시킨다. 주문했던 생맥주가 나오고, 인혁이가 자신의 잔에 생맥주를 따르고 혜진이의 잔에도 생맥주를 따른다.
“저는….”
혜진이가 술을 안 마신다고 말을 하려다가 인혁이의 굳은 표정을 보고 입을 다문다.
“자.. 한잔 마시자.”
인혁이가 잔을 들고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고 혜진이도 잔을 들고 조금 마시고 잔을 내려 놓는다.
인혁이가 잔을 다 비우고 다시 자신의 잔에 맥주를 따른다.
“혜진아..”
“왜요? 선배..”
“내가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해줄 수 있겠니?”
“가능하다면 말할게요.”
“네가 사랑한다는 사람이 있다는 게 사실이야?”
“..사실이에요.”
“누군지 말해줄 수 있겠니?”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요?”
“지난번에 너 몰래 네 아버님의 집에 들렀었다.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지.. 또, 그 사람이 누군지 알고 싶어서..”
혜진이의 가슴이 덜컹 내려 앉는다.
“그래서요? 제 아빠가 뭐라고 그러시던데요?”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그러더구나. 그런데 그 사람이 누군지는 말씀 안 하시고..”
자신 몰래 아빠의 집에 방문하여 그걸 물어보는 인혁이가 어이가 없고 괘씸하지만, 아빠가 그렇게 말했다니 한편으로는 가슴이 뿌듯하게 차 오르는 것을 느낀다. 아빠가 자신의 사랑을 인정해주니..
인혁이가 다시 맥주 한잔을 비우고 말을 계속한다.
“그 이후로 너를 깨끗이 단념하려고 했는데, 생각대로 포기가 잘 안되네.. 네가 사랑하는 그 사람이 나보다 너를 더 사랑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 그걸 알아야 너를 단념할 수 있을 것 같다.”
“세상 누구보다 나를 사랑 안할 수가 없는 분이에요. 나도 내 목숨보다 그분을 더 사랑하고요.”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니?”
“결혼은 사랑과는 별개라고 생각해요. 사랑하다 보면 결혼할 수도 있고..”
“나이는 몇 살인데? 어떻게 만난 사이인데?”
그걸 내가 왜 선배에게 말해야 하느냐고 하려다가 자신을 쳐다보는 인혁이의 표정이 너무 절실해서 차마 그 말을 하지 못한다.
“왜.. 말해주면 안되겠니?”
하기야 숨길 이유가 뭐 있겠냐마는.. 그렇다고 아빠인 것을 밝힐 수는 없다. 나야 나지만 아빠의 입장이 뭐가 될까..
“선배. 저.. 말을 안 하면 안 하지.. 거짓말은 할 줄 몰라요. 그리고, 제 사랑을 선배에게 숨기고 싶지도 않고요.. 하지만, 그 사람의 프라이버시도 있고.. 그냥 나이가 좀 많은 분이에요.”
인혁이의 눈이 커진다.
“나이가 많다면.. 혹시.. 유부남이 아니야?”
“지금은 혼자 살고 있어요.”
“혜진아..”
“지금 선배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요. 객관적인 사실로만 평가하려 하지 마세요. 저.. 이만 일어설께요. 다시는 이런 이야기로 선배와 마주앉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에 대한 마음은 깨끗이 정리해주었으면 좋겠고요..”
혜진이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호프집을 나온다.
인혁이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다.
혜진이가 뭐가 아쉬워서 나이가 많은 아저씨를 사랑한단 말인가? 그럼, 이 사실을 혜진이 아버님도 알고 있다는 말인가? 알고 있으면서 말리지도 않고, 또 자신에게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처럼 말씀을 하셨단 말인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녀지간이다. 하기야, 사랑에 이념도 없고, 국경도 없고, 나이도 없다지만…
인혁이는 머리 속이 하나도 정리가 안된 상태로 자리에서 일어선다.
오늘은 어디 가서 진탕 마시고 깨끗이 잊어버리자. 동네 부근에 있는 포장마차라도 가야겠다.
혜진이는 인혁이와 헤어지고 나와 아빠 아파트로 가는 방향의 시내버스를 탄다.
인혁이에게 괜히 나이 많은 분을 사랑하고 있다는 말을 한 것인가? 자신을 바라보는 인혁이의 눈이 절실했지만, 자신 역시 자신의 사랑을 숨기고 싶지 않았다.
아빠의 아파트에 도착하니, 여섯시 반이 되어 있었고 아빠는 아직 오지 않았다.
오늘 좀 늦어시려나? 찾아온다고 미리 전화라도 할 걸…
배도 고프고 가스렌지에 물을 올리고 라면을 끓인다. 집에 전화를 하니 엄마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요즘 엄마는 종종 늦는다.
오늘도 그 분과 만나서 데이트를 하는지.. 요즘 자신에게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하기야, 오히려 그게 편하지만…
현식이는 그 시각에 미주의 가게에 들린다.
“아이고.. 김 사장님! 정말 오랜만에 오셨네요? 이리로 앉으세요.”
“정말 오랜만이네요. 요즘 여러가지로 일이 바빠서..”
늘상 자신이 앉던 자리에 가서 앉는다.
홀에는 한 팀이 와서 술을 마시고 있고 일하는 아줌마가 그들을 접대하고 있다. 그리고, 실내에는 부루스 풍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다.
어제 지난번에 빌려갔던 돈의 일부인 오십만원이 자신의 통장에 입금이 되었었다.
요즘 혜진이 문제 때문에 갈등을 많이 하고 있고, 오랜만에 미주도 생각이 나고 해서 퇴근하는 길에 여기 들렸다.
인혁이가 다시 자신에게 다녀가고 난 이후로 혜진이와의 관계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딸을 내 여자로 만들어서 되는가? 그 또래의 남자아이에게 가도록 해줘야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갈등을 많이 한다. 술이라도 한잔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
미주가 맥주 세 병과 안주를 가지고 와서 자신의 앞 자리에 앉으며 술을 따른다. 현식이도 미주의 잔에 맥주를 따른다.
“아무리 바쁘셔도 그렇지.. 그렇게 안 오실 수가 있어요?”
미주가 정이 담뿍 담긴 눈으로 자신을 쳐다본다. 서방님을 바라보듯이… 지난번 한번 몸을 섞고 난 탓인가?
“자.. 같이 한잔 합시다.”
“그래요! 오늘 저.. 한잔해야겠어요.”
“그럼.. 한번 마셔 봅시다.”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마시다 보니 어느 새 빈 맥주병이 열병을 넘어가고 미주가 꽤 취했는지 혀가 꼬부러 진다.
“김 사장님.. 사람이 어쩜 그리 무심해요? 저라는 사람은 아예 생각도 나지 않았나 보지요?”
현식이도 취기가 많이 올라온다.
“생각이야 많이 하지요.. 그런데 사람 사는 세상이 내 마음대로 되나요?”
사실은 미주한테 많이 미안하다. 나름대로 자신을 지켜가며 살던 사람이었는데..
다시 미주가 술이 취해 벌건 얼굴로 투정하듯이 말을 한다.
“저.. 김 사장님한테 아무 부담이 되지 않는 사람이 될 거라고 맹세했는데 사람의 마음이란 게 내 뜻대로만은 되지 않네요.”
“미주씨…”
“김 사장님이 누구를 만나던.. 누구를 사랑하던 관계가 없으니까 한번씩은 저를 생각해 달라고 부탁하면 무리한 부탁일까요?”
현식이는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미주가 그렇게 가여울 수가 없다. 그리고, 그런 미주를 안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래.. 내가 뭐가 잘났다고..
“미주씨.. 괜찮으면 같이 나갈까요?”
갑자기 미주의 얼굴이 환해지며, 고개를 숙인다. 취한 와중에서도 그 말이 무슨 말인 줄 안다. 자신이 그렇게 원하던 말인 것을… 미주가 부끄러운 듯 띄엄 띄엄 말한다.
“저기… 그럼.. 먼저 나가서… 기다려.. 주실래요?”
“그래요..”
현식이가 술값으로 십만원짜리 수표 두 장을 탁자 위에 놓고 밖으로 나간다.
혜진이는 현식이 아파트에서 한참을 기다리고 있다.
시계가 열시가 넘어가는데 아빠는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빠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다. 집으로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그냥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 TV를 켜 놓고 소파에 앉아서 무작정 아빠를 기다리고 있다. 도대체 어딜 가서 뭘 하시는 걸까?
현식이가 가게 앞에서 담배를 한대 피우고 있으려니까 미주가 가게 밖으로 나오더니 자신의 옆으로 온다.
“그 사이 많이 예뻐지셨네요?”
“아~이… 무슨 말씀을…”
미주가 수줍은 새 색씨 처럼 얼굴을 붉힌다.
사십 중반의 나이에도 부끄러움을 타는 모습을 보니 천상 여자다.
현식이가 지나가는 택시를 잡는다.
“아저씨! 조금만 가면 돼요.”
택시 뒷좌석에 앉아 현식이가 미주의 손을 살며시 잡는다. 미주가 잠시 움찔하더니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현식의 손위로 다른 손을 올려 감싸쥔다. 미주 성격이 수동적이고 부끄럼을 타는 편이지만, 자기 나름대로 현식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다.
조금 택시를 타고 가다 보니 도로가 뒤쪽으로 모텔의 간판이 보여 현식이가 택시를 세운다.
같이 택시에서 내려 조금 걸어 골목으로 들어간다. 미주가 현식이 옆에서 팔짱을 낀다.
“미주씨.. 괜찮겠지요?”
미주가 현식이를 바라보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모텔방으로 들어서서 외투를 벗어 옷걸이에 걸어두고, 같이 침대에 걸터 앉는다.
현식이가 미주의 어깨를 팔로 감싸 안는다.
미주가 현식의 품을 파고 든다. 처음보다는 미주를 안는 게 자연스러워진다. 한번의 몸 섞음으로 인해 미주와 자신이 스스럼이 없어진 것 같다.
미주 역시 오늘은 마음이 많이 편하다. 모텔에 들어설 때에도 많이 뻔뻔스러워진 것 같고.. 지난번에는 얼굴을 들 수 없더니..
현식이가 미주의 어깨를 안고 침대위로 쓰러트리면서 미주의 몸 위로 올라와 미주에게 키스를 한다. 미주는 오늘 술이 많이 취한 상태에서 현식이가 자신에게 키스를 하자 온 몸의 열기가 오르면서 적극적으로 키스에 응한다.
현식의 혀가 자신의 입 속에 들어오자 지체없이 입을 벌려 현식의 혀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자신의 혀를 현식의 입 속으로 보낸다. 현식이가 입술로 미주의 혀를 정신없이 빤다. 현식이 역시 술이 취한 상태에서 다른 생각은 할 겨를도 없이 오로지 미주의 입과 입술.. 그리고, 혀를 탐한다.
한동안 키스를 하다가 현식이가 몸을 일으키더니 미주의 바지 쟈크를 열고 바지와 팬티를 같이 벗겨 내린다. 그리고, 방바닥에 꿇어 앉아 침대 모서리에 걸터져 있는 미주의 다리를 벌리고 입을 갖다 댄다.
미주의 허벅지에 힘이 잔뜩 들어가며 신음소리를 뱉어낸다.
“아~하! 거기는… 더러운데… 아… 몰~라!”
현식이는 미주의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조금 찌릿하고 새콤한 보지 속살을 허벅지게 빤다.
미주는 상의는 입은 채 아랫도리만 벗겨져 유린을 당하는데다가, 모텔방으로 들어서서 샤워도 하지 못한 채 현식의 입이 자신의 부끄러운 부분을 게걸스럽게 빨아대자 색다른 느낌에 환장할 지경이다. 갑자기 자신의 아랫도리를 빨아대던 현식이 입의 감촉이 없어, 감았던 눈을 반쯤 뜨고 바라보니 현식이가 일어서서 바지를 벗고 팬티까지 벗더니 그대로 자신을 올라탄다. 그리고는 자신의 보지에 현식이의 단단해진 자지가 밀고 들어온다.
“아~흑! 여~보~~~”
현식이 역시 위의 옷은 입은 채 아랫도리만 벗고 미주를 박아대기 시작한다. 상의를 입은 미주를 껴안고 발가벗은 아랫도리를 밀착시킨 채 박아대고 있노라니 영 색다른 느낌에 흥분이 머리 끝까지 올라온다.
“아~하! 미주씨… 너무…좋아…”
“하~악! 저두요~~~ 아~하! 여~보~~~”
보통 때보다 사정감이 빨리 오는 듯 하다.
미주 역시 신음소리가 높아지고 얼굴이 벌거진 채 있는 힘을 다해 현식이를 끌어 안는다.
“아~악!!!”
미주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른다.
현식이는 자신의 자지를 미주의 보지에 끝까지 밀어 넣은 채 사정을 시작한다. 현식이가 미주의 몸 위에 엎어진 채 숨을 헐떡거리며 한동안 그렇게 있다가 미주의 옆으로 굴러 떨어진다.
“미주씨.. 좋았어요?”
“….그래요. 그런데 씻지도 않았는데.. 그런 법이 어딨어요?”
“옷 벗고.. 씻고… 그런 시간들이 아까웠어요..”
“현식씨..”
“왜요?”
“저에 대한 부담감은 갖지 말고.. 영.. 잊어 버리지는 말고 저에게 한번씩 들려줘요. 현식씨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관계 없어요..”
“미주씨…”
현식이가 몸을 돌려 미주를 꼭 껴안는다.
같이 옷을 벗고 샤워를 한 뒤, 한번 더 서로의 육체를 불사른 뒤 모텔에서 나온다. 같이 택시를 타고 미주의 아파트 부근에서 미주를 내려준 뒤 현식이는 아파트로 돌아온다.
아파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혜진이가 자신의 품으로 뛰어든다.
“아니? 너…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여기에 있어?”
“몰라! 아빠 미워!”
혜진이가 자신의 품에 안겨 조그만 주먹으로 하염없이 자신의 가슴을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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