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소나타 최종화
wuji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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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2 18:15
현식이와 혜진이가 노래방에서 나와 아파트로 돌아오는 중에, 혜진이가 말한다.
“아빠.. 오늘이 우리에겐 특별한 날인데, 아파트에 가서 파티하자.”
“그렇게 먹고 노래도 부르며 놀았는데 또, 파티를 해?”
“오늘을 의미있게 보내고 싶어서 그래.. 오늘은 내가 아빠에게 시집가는 날이잖아?”
“녀석..”
현식이가 들떠 있는 혜진이의 기분을 가라앉히기 싫어서 더 말을 하지 않는다. 이제 같이 살게 되면 부부처럼 살게 될 것은 뻔한 이치이고, 앞날이 창창하고 젊디 젊은 혜진이를 정식으로 혼례를 치러서 자신의 짝으로 맞아들이지 못하는데 대한 미안함 때문에 오늘은 혜진이가 하자는 대로 해주고 싶다.
녀석.. 네가 무슨 죄가 있다고 떳떳하게 웨딩드레스를 입어 볼 수도 없겠구나.
혜진이가 현식의 팔짱을 끼고 걸어가면서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다가 현식에게 말한다.
“아빠! 마트에 들러서 파티 할 걸 사 가지고 가자.”
“그럴까?”
아파트 부근에 있는 마트에 들려 현식이가 카트를 끌고, 혜진이가 앞장서서 이것 저것을 고른다
“아빠. 과일은 뭐가 좋을까? 배가 낫겠지? 메론도 좀 살까?”
“네가 알아서 사.”
“음.. 와인도 한 병 사야지. 예쁜 양초도 사고.. 참! 반찬거리는 안 사도 돼?”
“내일이 일요일이니까 미리 생각해 놓았다가 사기로 하고, 오늘은 저녁에 필요한 것만 사.”
“아빠. 저기 그릇 있는 데 가 보자.”
“뭘 살려고?”
“예쁜 와인 잔과 커플로 된 컵을 사게..”
혜진이가 앞장서서 가고, 현식이가 카트를 밀면서 혜진이 뒤를 따라가면서 속으로 웃는다. 완전히 신혼부부가 된 기분이다.
자신이야 예전에 그런 시절이 있었고, 결혼한 지 이십년이 넘은... 그야말로 구혼(舊婚)도 한참 구혼이지만, 혜진이는 신혼 기분일 것이다.
그런 혜진이의 마음을 지켜주고 싶다.
혜진이가 와인 잔과 컵을 고른다.
“아빠. 이건 어때?”
혜진이가 짝으로 된 컵을 들고 현식이에게 의견을 구한다.
“네 마음에 드는 것으로 해.”
“컵 모양은 예쁜데 그림이 별로네..”
이것 저것 고르더니 마침내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한 모양이다.
“이걸로 해야겠다.”
컵의 겉면에 각각 신랑, 신부가 전통예복을 입은 그림이 있는 컵이다. 혜진이가 표현은 하지 않아도 속마음은 정식으로 신부가 되고 싶은 모양이다.
“그래.. 그게 좋겠다.”
현식이가 맞장구를 친다. 와인잔을 두개 더 고르고 계산대로 걸어 나온다.
꾸러미 두개를 현식이가 들고 마트를 빠져 나온다.
“아빠. 안 무거워? 내가 하나 들까?”
“인석아! 아빠 아직 싱싱하다. 이까짓 거야..”
“정말 그래? 아직 싱싱해?”
혜진이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되묻는다.
“암! 싱싱하지. 싱싱하고 말고..”
“아.. 이제 한시름 놓았다.”
“뭐가?”
“혹시나 아빠가 나보다 약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거든..”
“인석이 못하는 말이 없어?”
현식이가 잠시 서서 혜진이를 흘겨 본다.
“하하하! 아니야.. 그냥 농담 한번 해봤어. 아빠가 얼마나 튼튼하고 힘이 센데..”
혜진이가 현식의 팔짱을 낀다.
“인석이 또?”
“정말이야. 아빠 때문에 몇 번이나 졸도 직전까지 갔었는데..”
“뭐야? 하하하하!!”
“호호호호!!”
같이 이야기하며 걷다 보니, 어느 새 아파트에 도착한다. 서로 외투를 벗고 간편한 옷으로 갈아 입는다.
“혜진이 너 내일 아빠랑 같이 백화점에 가야겠다.”
“왜?”
“앞으로 네가 여기서 생활 할려면 집에서 입을 옷가지도 좀 사고 여러가지 필요한 것을 좀 사야겠다.”
“그럼, 내일 엄마의 결혼식이 오전 열한시니까 내가 거기 갖다 오거든 같이 가.”
“그렇게 하자.”
혜진이가 식탁에다 사가지고 온 것들을 차린 뒤 장식양초에 불을 붙인다.
“아빠. 이리로 와서 앉아. 참! 실내 조명을 끄고..”
“알았습니다. 아가씨..”
“치이.. 아가씨라고 부르지 말고 여보라고 하면 안돼?”
“허허! 녀석..”
현식이가 실내등의 스위치를 내리고 식탁으로 가서 앉는다.
실내는 어두컴컴해지고 양초의 불빛만이 식탁 주변을 밝힌다. 현식이가 와인 병의 마개를 따고 먼저 혜진이의 잔에 와인을 따른다. 다시 혜진이가 와인 병을 받아 들고 현식의 잔에 와인을 따른다. 현식이가 와인 잔을 들어 올리며 말한다.
“자.. 건배하자.”
“그래. 아빠.. 우리의 정식 동거를 축하하며 건배.”
“서로에게 행복한 나날이 되기를…”
서로 잔을 들고 와인을 마신다.
혜진이가 와인 잔을 반쯤 비우고 내려 놓은 뒤, 상기된 얼굴로 현식이의 두 눈을 바라보며 말한다.
“아빠. 내가 아빠의 집으로 들어온 첫날… 아빠랑 언약식이랄까? 그런 걸 하고 싶어. 결혼식보다 다 의미가 있는 그런 언약식을..”
갑자기 현식의 가슴이 찡해 온다.
[녀석.. 말은 하지 않아도 그 동안 떳떳치 못한 우리의 관계가 마음에 맺혀 있었던 모양이구나.]
“아빠, 우리 서로 상대에 대한 사랑의 맹세로 언약식을 하면 어떨까?”
현식이가 대답대신 자신의 빈 와인 잔에 다시 와인을 따라 마신다.
“아빠, 내가 먼저 할게. 음… 나 혜진이는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내가 제일 사랑하는 아빠.. 아니, 현식씨에게 앞으로 아내 된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을 맹세합니다. 어떠한 일이 생기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믿고 따를 것이며, 우리의 보금자리가 사랑으로 충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임을 그대에게 맹세합니다.”
혜진이가 엄숙한 표정으로 두 눈을 현식의 눈에서 떼지 않은 채 말한다.
처음에 언약식이란 혜진의 말에 그 나이또래의 치기란 생각과 그걸 하려는 혜진이가 조금 안되어 보인다는 생각을 했는데, 엄숙한 표정으로 말을 하는 혜진이를 보고 있으니, 그 어떤 혼인 서약보다 더 가치가 있고 누구도 감히 깨뜨릴 수 없을 것 같은 굳건함이 보인다.
“이젠 아빠가 해야지?”
“그래.. 나 현식이는 혜진이를 이제 정식으로 나의 반려자로 받아 들일 것임을 맹세하며, 모든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식을 올릴 수가 없다 하더라도 우리의 사이는 이 세상 어떤 부부들 보다 더욱 사랑으로 맺어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목숨보다 더한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오늘의 이 언약식이 어떤 결혼식보다 더욱 가치가 있고 효력이 있다고 믿으며, 나의 모든 영혼을 그대에게 바칠 것임을 맹세합니다.”
혜진이가 비록 나의 딸이지만, 지금 혜진이에게 언약을 하는 이 순간만큼은 나의 아내로써 대접을 하고 싶다. 물론 지금 이후로도 그렇게 하겠지만…
혜진이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떨어진다.
“혜진아.. 우는 거니?”
“아빠.. 나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 면사포 쓰고 결혼식 올리는 것보다 더 감격스럽고 가슴이 떨려..”
“그래.. 너에게 정식으로 면사포를 씌워 줄 수가 없어 정말 미안했는데, 네가 그렇게 생각을 해주니까 마음이 가벼워진다. 자, 우리 합환주 한잔 해야지?”
“그래요. 같이 한잔 해요.”
얘가 갑자기 말을 다 높이고?
“혜진아. 네가 갑자기 존대를 하니 기분이 다 이상한데?”
현식이가 잔을 들어 올리다 말고 혜진이에게 말한다.
“이젠 정말 내 서방님인데 말을 높여야지요..
그런데, 부탁이 하나 있는데 들어줄 수 있어요?”
“무슨 부탁을?”
“한번 여보라고 불러줄래요?”
“허어..”
전에 몸을 섞는 중에는 한번씩 그렇게 한적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는 항상 딸로써 혜진이를 불렀는데, 이젠 정말 아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은지..
“어서요..”
혜진이가 재촉한다.
“여.. 여보.”
현식이가 와인을 한잔 마시고 조금은 어색한 말투로 혜진이에게 말한다.
“한번 더해줘요.”
“여보.”
“앞으로도 그렇게 불러 줄래요?”
“잘 될지 모르겠다.”
“앞으로 한 달만 그렇게 해줘요.”
“알았어. 그렇게 해 보지..”
와인을 몇 잔 더 마시니, 은근히 취한다. 아까 일식집에서 식사하면서 마신 청주와 노래방에서 마신 맥주 그리고, 지금 마시는 와인이 서로 섞여서 그런지..
“혜진아. 이젠 그만 마시자.”
“또, 혜진이래?”
“그.. 그래. 여보.. 이제 술 그만 마시지?”
"허 참.. 이거 낮 간지러워서.. 알았어요. 여보.”
혜진이가 식탁을 치우고, 현식이는 실내의 불을 켜고 소파로 와서 앉아 담배를 한대 붙여 문다.
잠시 후, 혜진이가 커피를 두 잔 타 가지고 온다.
“우리 커피 마시고 같이 목욕해요.”
“정말이야?”
지금까지 몸이야 여러 번 섞었지만, 같이 목욕한 적은 한번도 없다. 혜진이가 먼저 옷을 벗는다. 상의가 벗겨져 나가고 순백색의 브레지어가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 바지를 벗는다. 현식이도 마주서서 옷을 벗는다. 서로 몸에 걸친 것이 아무것도 없이 완전히 알몸이 된 상태로 손을 마주잡고 욕실로 들어간다.
샤워를 틀고 물의 온도를 조금 뜨겁게 맞춘다.
현식이가 샤워기를 들고 혜진이의 몸에 물을 뿌린다. 혜진이가 두 눈을 감고 몸을 현식이에게 맡긴다. 바디 클렌져를 타올에 묻히고 혜진이의 몸을 부드럽게 문지른다. 목부터 시작해서 두개의 융기가 있는 가슴을.. 다시 아래로.. 배를 둥글게 문지르고, 팔을 들어 올려 옆구리와 등뒤로 돌아가서 등을 문지르고 난 뒤, 샤워기로 혜진이의 몸에 물을 뿌려 거품을 씻어낸다.
혜진이는 계속 두 눈을 감은 채 자신의 몸을 씻겨주는 현식이에게 몸을 맡기고 있다. 두 눈을 감은 혜진이의 얼굴엔 흐뭇한 미소가 어려져 있다. 타올을 헹궈낸 뒤, 다시 타올에 바디 클렌져를 묻히고 혜진이의 정면에서 무릎을 굽히고 앉는다.
코앞에 혜진이의 수풀이 보인다. 잠시 그 상태로 혜진이의 숲을 감상한다. 윤기가 나는 까만색의 수풀이 물에 젖어 둔덕에 찰싹 달라붙어 있고, 비 오는 날 초갓집 처마끝에 빗물이 떨어지듯 수풀 끝으로 물이 떨어진다.
혀를 갖다 댄다. 혜진이의 허벅지가 파르르 떨린다. 젊은 혜진이의 싱그러운 향기가 묻어 있는 물맛이 감로수처럼 느껴진다.
“아~흥! 아… 여~보~~~”
혜진이가 두 눈을 감은 채 콧소리를 낸다.
타올로 혜진이의 허벅지와 수풀 위를 문지르고 허벅지 사이로 손을 밀어 넣고 앞뒤로 문지른다.
“아~하~ 나… 몰~라~~”
혜진이가 엉덩이를 뒤로 뺀다. 타올을 종아리로 내려 문지르고, 혜진이의 뒤로 돌아가서 알맞게 부풀어 오른 엉덩이를 문지른다.
이런 촉감하곤.. 탱탱한 엉덩이 감촉에 가운데의 그 놈은 하늘을 향해 고개를 치켜든다. 몸을 일으켜 샤워기를 틀고 온몸에 물을 뿌려준다.
“이젠 다 됐다.”
“이젠 내가 해 줄께요.”
“그래 줄래?”
혜진이가 샤워기의 물을 틀고 현식의 몸에 물을 뿌린다. 그리고, 타올에 바디 클렌져를 묻혀 현식의 몸을 구석구석 문지른다.
“아직 몸이 청년 같은데요? 가운데에 있는 그것도 씩씩한 게 쓸만하고…”
“당연한 걸 가지고 새삼스럽게..”
“뭐예요?”
혜진이가 손으로 현식의 자지를 꽉 움켜잡는다.
“아유.. 부러지겠다.”
“호호호호!”
샤워를 끝내고 타올로 서로의 몸을 닦은 뒤 욕실에서 나온다. 현식이가 혜진이의 몸을 번쩍 안아든다.
“어머!”
혜진이가 깜짝 놀란 듯 두 팔로 현식이의 목을 감는다.
“신혼 첫날 밤은 신랑이 신부를 안고 침대까지 가는 거야..”
“정말 그렇게 하는 거예요?”
“아직 몰랐어?”
현식의 품에 안긴 혜진이 알몸의 감촉이 너무 부드럽고 감촉이 좋아 환장할 지경이다. 헤진이를 안고 침대까지 걸어가서 혜진이를 내려 놓는다. 혜진이가 밝은 불빛에 눈이 부신 듯, 눈을 감고 현식이에게 말한다.
“불빛이 너무 밝아요..”
현식이가 실내의 조명을 흐릿하게 조절해 놓고 침대로 올라와 혜진이의 몸을 안는다. 혜진이가 현식의 품을 파고 든다. 자신의 품에 폭 안기는 혜진이의 알몸이 너무 황홀하다.
혜진이의 입술과 혀를 탐하다가, 알맞게 솟아 오른 봉우리를 손안에 가득히 넣고 주물럭거리고, 그 끝에 매달린 버찌를 입 속에 넣고 굴린다.
“하~아~하~아~하~아~”
혜진이의 입에서 뜨거운 입김이 뿜어져 나온다. 손을 아래로 내려 혜진이의 소중한 그곳.. 수풀이 소담스럽게 나있고 그 사이로 꿀물이 흐르는 그 곳을 쓰다듬는다.
“아~흥! 여~보~~”
혜진이가 신음소리를 내며 엉덩이를 들썩거린다.
가운데 손가락을 가랑이 사이로 집어넣자 그 곳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며, 흘러나온 애액으로 인해 꽃잎이 미끄럽다. 손가락을 아래, 위로 움직이자 애액과 마찰이 되어 질퍽거린다.
“여…보… 해줘요…”
현식이가 몸을 일으켜 혜진이의 다리 사이에 앉아 두 손으로 혜진이의 다리를 벌린다. 희미한 불빛에 조개살 사이로 흘러나온 애액이 반짝거린다. 현식이가 그곳에 입을 갖다 대고 위로 쓸어 올린다.
상큼한 애액의 맛이 세상 그 어떤 음료수보다 맛있다. 몇 번을 혀를 담가 물맛을 보다가 혜진의 몸 위로 엎어진다. 혜진이가 두 팔로 현식을 꼭 끌어 안는다.
혜진이의 꽃잎사이로 자신의 물건을 밀어넣는다. 혜진이가 비명을 지른다.
“아~학! 여~보~~”
뿌듯한 감촉과 뜨거움이 귀두에 느껴지며 자신의 자지에 마찰되는 혜진이 속살의 감촉이 너무 부드럽고 황홀하다.
서서히 몸을 움직이다가 점점 속도를 빨리 한다.
“아~하~하~악! 여~보~ 나~ 너무~ 조~아~~~”
자궁 끝이 닿도록 박아대다가 질 입구에서 깔짝거리다가.. 다시 자지를 밀어 넣은 채 좌우로 돌린다.
현식의 등을 안은 혜진이의 팔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온몸을 비틀며 신음소리를 낸다.
“혜..진이.. 조아? 헉! 허~억!”
“너..무 조아..요… 여~보! 하..아.. 하..아..”
그 동안 혜진이와 몸을 여러 번 섞었지만, 오늘의 기분은 남다르다.
혜진이와 사랑하는 남녀 사이로 발전하고 난 뒤, 한집에 같이 살게 되서 그런지.. 아니면, 아까 서로 사랑의 맹세를 해서 그런지.. 딸이 아니라 내 색씨와 신혼 첫날밤을
가지는 기분이다.
자지 끝에 힘이 몰린다.
“혜..진아.. 나…올것.. 같아..”
“아~학! 저도..요..”
혜진이가 온 힘을 다해 현식을 끌어안는다. 현식의 자지에서 용암이 솟아 오르듯 정액이 분출한다.
서로 천정을 바라보고 누운 채 숨을 헐떡인다.
“아빠. 아니.. 여보. 나 오늘 너무 행복해요.
이젠 정말로 아빠의 부인이 된 것 같아요..”
“나도 그래.. 이젠 넌 내 색씨야. 딸이 아니고..”
혜진이가 몸을 돌려 현식의 품을 파고 든다.
서로 몸을 꼭 껴안은 채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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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네 시경 현식이와 혜진이는 정원에 있는 안락의자에 나란히 앉아 화창한 초 여름날의 햇살을 받으며 커피를 마신다.
두 사람의 앞에는 두살배기 진돗개인 ‘동지’가 엎드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다.
현식이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혜진이에게 말을 건넨다.
“참.. 세월은 유수와 같다더니 어느새 내 나이가 육십을 바라보네..”
“그래도 당신.. 아직 정정하잖아요?”
“그렇긴 하지..”
“어제 저녁도 당신 때문에 몸살 나는 줄 알았어요..”
“괜찮았어?”
“괜찮은 정도가 아니었어요.. 그나저나 당신 요즈음 갈수록 젊어지는 것 같아요?”
“젊은 색씨랑 살다 보니 나도 따라서 젊어지나 보지..”
“알기는 아시네요..”
“뭐야?”
“호호호호!”
“하하하하!”
지금 현식의 나이는 쉰 아홉이고 혜진이는 서른 둘이다.
현식은 삼년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그 동안 저축했던 돈과 퇴직금으로 아담한 카페를 하나 차렸다. 주 고객층을 중년의 남녀로 잡고 차와 간단한 경양식을 팔고 저녁으로 맥주와 양주를 판다.
찾아오는 손님들이 주위의 방해를 받지 않고 최대한 편히 쉬었다 갈수 있도록 좌석들은 여러 개의 작은 방들로 꾸며져 있다. 실내장식은 원목의 질감이 살아나는 자재로 꾸며 최대한 아늑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실내에는 흘러간 추억의 노래들을 틀어놓아 중년의 남녀들이 옛날의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배려를 해놓고..
처음 얼마간은 손님이 별로 없어 고전을 했지만, 한번씩 왔던 손님들의 입 소문으로 이젠 중년의 남녀들에게 제법 특색이 있는 곳으로 알려져 손님들이 끊이질 않는다.
가게 문은 오후 두시에 열고 밤 열두시가 되면 꼭 문을 닫는다. 아무리 장사가 잘되어도 일요일은 꼭 쉬고..
일을 하는 것도 좋고 돈을 버는 것도 좋지만, 그 보다도 더 중요한 건 인생을 즐기는 것이기 때문에..
혜진이는 대학을 졸업하고 난 뒤, 대학원을 이년 더 다니고 모교에서 조교생활을 좀 하다가 지금은 전임강사로 있다. 아마 내년이나 후 내년쯤이면 정식교수로 발령이 날 것 같다. 현식의 가게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난 뒤, 혜진이가 학교를 그만두고 현식이 가게에서 일을 도울려고 했지만, 현식이가 극구 반대를 했다.
네가 할 일은 따로 있으니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고.. 물론 혜진이가 가게 일을 도와주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어차피 지금도 많은 월급과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약속하고 마담을 쓰고 있다.
혜진이가 가게 마담을 하면 주머니 돈이 쌈짓돈이니 경비가 그만큼 줄어들 것이고 믿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젊고 예쁜 혜진이가 가게에 있으면 그만큼 손님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꼭 돈만 생각하고 이 가게를 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를 퇴직하고 난 후 자신이 할 일이 있어야 하고, 혜진이와 어려움 없이 여유롭게 살아 가려면 어느 정도 돈은 벌어야 한다.
십일년 전에 혜진이 엄마가 재혼을 하면서 혜진이가 자신에게 오고 난후, 전에 살던 집이 팔리고 집을 판 돈의 절반인 팔천만원을 전처에게서 받아 그 돈과 갖고 있던 돈을 보태 스물다섯평짜리 아파트에서 살다가 작년에 단독주택인 이 집을 사서 왔다.
대지가 육십평이 조금 넘고 건평이 사십평정도 되는 단층주택으로 정원이 조금 넓어 정원 한편에 화단을 만들어 철 따라 화초를 심고, 대문에서 현관으로 오는 길을 빼고는
잔디를 심어 놓아 쉬는 날은 맨발로 정원을 다닌다. 그냥 잔디 위에 엎드려 책을 보기도 하고 졸리면 하늘을 보고 누워 얼굴에 책을 덮고 잠을 자기도 한다.
“여보. 무슨 생각을 그리 해요?”
혜진이가 생각에 잠겨있는 현식이를 보고 말한다.
“잠시 지난간 일 생각하느라고.. 정말 꿈결 같은 날들 이었어..”
“정말 꿈 같은 나날이었어요.. 전 정말 좋았어요.”
“그래? 나 때문에 웨딩드레스도 입어 보지 못하고.. 서운하지 않았어?”
“그깟 웨딩드레스가 무슨 소용이에요?
전 당신에게서 얼마나 소중한 선물을 받았는데요..”
“무슨 선물을?”
“당신 잊어버렸어요? 저한테 언약식할 때 한말을..”
“왜 잊어버리겠어..”
“그때의 언약식이 어떤 결혼식보다 더 효력이 있고 가치가 있다고.. 영혼을 모두 저에게 바친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 말을 아직까지 기억해?”
“물론 기억하지요. 지금까지 그 말을 가슴속에 새기고 살았어요..”
“그 동안 나랑 살면서 좋기는 좋았어? 처음 아빠한테 준 순정을 지키느라 참고 살아온 것은 아니고?”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다시 태어나더라도 똑 같은 길을 갈 거예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내 어릴 적 초등학교 사학년 때인가.. 아빠한테 시집가겠다고 한 이후로 단 한번이라도 그 마음 변한 적이 없어요.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내 이상형의 남자는 내 아빠인 당신밖에 없었어요.”
“참.. 우리 사이는 정말 특별한 관계인가 봐. 부녀지간으로 맺어져 다시 부부지연을 맺었으니.. 세상에 우리 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아마.. 없을 거예요..”
“항상 당신이랑 살면서도 적당한 짝이 나타나면 언제든지 보내줄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그 세월이 십일년이 되었어.. 이젠 늦었겠지?”
“당신은 저를 부인으로 인정하고 살면서도 항상 그런 생각을 갖고 계신 것은 어쩔 수 없이 저의 아빠이신가 봐요.. 만일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짝이 저에게 나타난다고 해서.. 그리고, 그 사람에게 제가 간다고 해서 제가 행복하리라 생각해요? 저는 손톱만큼이라도 지금 나의 행복을 의심하지 않아요. 사실 지금 너무 너무 행복하고요., 저 역시 처음에는 근친이라는 사실 때문에 갈등도 많이 했고, 내가 가는 길이 파탄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하고 고민도 많이 했지만, 사랑을 확신한 내 선택이 옳았다는 확신을 해요.”
“내가 앞으로 몇 년을 더 살수 있을까? 일흔을 넘길 수 있을까?”
“지금도 당신 너무 건강하신데 그깟 일흔을 걱정하세요? 제가 보기엔 여든도 문제 없을 것 같은데..”
“내 나이 여든이면 당신은 몇 살이 되나? 스물 일곱살 차이니까 오십셋이 되나?”
“그렇겠네요..”
“그러고 보면 같이 늙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혹시 모르지요.. 같이 손잡고 저 세상으로 갈지도..”
“허허허! 그럴 수 있을까?”
“앞날을 어떻게 알아요?”
“근데, 궁금한 게 하나 있어..”
“뭔데요?”
“예전에 당신을 좋아했던 그 친구.. 인혁이라고 했던가? 그 친군 어떻게 됐어?”
“궁금하세요?”
“그때는 우리 혜진이랑 잘 어울리는 짝이라고 생각했는데.. 남자답게 생긴데다 성격도 괜찮고..”
“물론 좋은 선배였지요.. 일편단심 저를 생각했고요. 하지만, 그 선배한테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조금도 없었어요. 이미 내 마음은 온통 당신께 다 가 있었는데..”
“그 친구 근황은 알아?”
“오늘 당신 이상하네요? 갑자기 그 선배 이야기를 하고..”
“그냥 궁금해서.. 나만 아니었다면 사위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사실은 저희 학교에 같이 있어요. 저처럼 전임강사하고 있어요.”
“나한테는 일언반구의 이야기도 없었잖아?”
“일부러 말씀 드리기도 그렇고.. 지금은 결혼해서 아이가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해요.”
“요즈음은 당신을 어떻게 대해? 아직도 미련을 가지고 있는 건 아냐?”
“걱정되세요?”
“허허허! 걱정했으면 좋겠어?”
“그냥 좋은 선,후배 관계예요. 그 사람 부인이 저랑 고등학교 동기이고요. 예전에 그 사람과의 관계를 정리할 때.. 뭐 관계라고 할 것도 없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이가 많은 홀아비라고 했어요. 하필이면 나이가 많은 사람이냐고 하더니, 나중에는 나의 사랑을 인정하더군요. 요즈음도 한번씩 물어봐요. 질 지내고 있느냐고.. 그래서 그랬지요. 너무 너무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니 다행이네..”
“그건 그렇고 저도 당신에게 궁금한 게 있어요.”
“뭔데?”
“예전에 그 분.. ‘블루 문’인가? 그 카페 마담 되시는 분.. 그 이후에 어떻게 됐어요? 한때 당신을 좋아했다면서요? 당신도 잠시 그 여자를 마음에 두었잖아요?”
“마음에 두었다고 하기엔 그렇고.. 참! 당신.. 그 카페 어떻게 알았어?”
“예전에 당신 아파트에서 그 카페 이름이 있는 일회용 라이터를 봤어요. 그래서 찾아갔었지요. 그 분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당신과 데이트를 했다는 분이 그 분인 줄 알았어요.”
“그랬었군.. 어떻게 알았을까 많이 궁금했었는데..”
“그 이후로 당신.. 한번씩 그 카페에 들리시는 것 같던데..”
“그랬지. 한 날 당신에게 말했지. 그 사람과 선을 그어야 되겠다고..”
“그랬었지요.”
“그 이후로 그 사람과는 그냥 술집 마담과 손님사이로만 지냈어.”
“그냥 담담하게요?”
“언젠가 내 친한 친구 하나가 나처럼 부인과 성격차이로 이혼을 해야 되겠다고 나에게 상의를 하더군. 그래서 그랬지. 꼭 이혼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아이 문제도 있는데..
같이 살면서 부족한 부분은 따로 채우면 되지 않느냐고.. 애인을 만들 수도 있고.. 부인에게 얻지 못하는 부분을 애인에게 얻을 수도 있을테고.. 여자 역시 마찬가지일 테니까.. 같은 입장에 있는 여자를 만나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보라고 했지.”
“그랬더니요?”
“날보고 좋은 사람이 있으면 소개를 해 달라고 그러데? 그래서 미주씨가 생각나더군. 그 카페 마담 말이야.. 그 여자도 남편과의 문제가 있는 것 같았고.. 하루는 그 친구를 데리고 그 카페에 갔었지. 그런데 한눈에 그 친구가 미주씨에게 반한 거야.”
“그렇다고 그 카페 마담이 당장 좋다고 그래요? 당신도 있는데..”
“그렇기야 하겠어.. 그냥 그날은 소개만 시켜주고 나왔지. 그 이후에 그 친구에게 이야길 들어 보니까 꾸준하게 그 카페에 다니면서 미주씨의 마음을 사로 잡았던 모양이야.
요즈음은 서로 죽고 못사는 모양이야. 그렇다고 서로 가정을 내팽개치고 만나는 건 아니고, 서로 적당하게 가정을 지켜가면서 애인 사이로 잘 지내는 모양이야.”
“잘 됐네요.”
“음.. 시간이 다섯시 반이 됐네. 우리 나가서 외식할까?”
“그렇게 해요.”
두 사람이 정원에서 실내로 들어온다. 현식이가 양복을 찾아서 입는다.
“여보. 넥타이는 어떤 게 좋을까?”
혜진이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묻는다.
“당신.. 오늘 갑자기 왜 정장을 해요? 그냥 외식하고 올 건데..”
“우리 외식하고 요 앞에 있는 카페에 들렸다 오자구.. 당신도 정장을 입어.”
한번씩 혜진이랑 술 마시러 가는 카페다.
홀에는 대 여섯명이 앉아서 술을 마실 수 있는 좌석이 예닐곱 군데 있고, 한쪽에는 벤드와 춤을 출수 있는 스테이지가 조금 넓게 되어 있다.
오십대 초반정도 되는 부부가 운영하는 카페인데, 사십대에서 오십대 손님들이 주로 오고 대부분 점잖은 손님들이다. 주인 부부가 오는 손님들을 가려서 받는다.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 보다 현식이 처럼 자신의 일을 가지면서 나름대로 손님들과 교분도 쌓는 재미로 가게를 하는 모양이다. 주인 남자와 현식이와는 서로 호형호제하면서 친하게 지낸다. 현식일 보고 어떻게 하면 젊고 아름다운 부인하고 사느냐면서 부러워하곤 한다.
같이 집을 나와 랍스타 전문점으로 가서 식사를 하고 나니, 저녁 일곱시가 다 되어간다.
“지금쯤 손님들이 좀 와 있겠는데? 슬슬 가보지.”
저녁 여섯시쯤 카페 문을 연다.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와서 카페를 향해 같이 걷는다.
혜진이가 옆에서 팔짱을 끼면서 말한다.
“당신이 이렇게 정장을 하고 가니까 아주 중후하고 멋있어요.”
“당신도 아주 멋있어. 당신과 같이 걸어가면 내 어깨가 다 우쭐해지는데?”
“정말이죠?”
“암! 정말이지. 정말이고 말고..”
지하에 있는 카페로 내려가니 주인 부부가 반색을 한다.
“아이고, 오셨어요? 오늘따라 두 분이 아주 멋있네요? 정장을 다하시고..”
현식이가 농담을 던진다.
“누가 더 멋있어요?”
주인 남자가 얼른 대답을 한다.
“당연히 아주머니가 멋있죠.”
그러자 주인 여자가 질세라 나선다.
“어머.. 당신은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해요? 내가 보기엔 김 사장님이 중년의 중후함이 보이는 게 더 멋있는데요.”
현식이가 너털웃음을 웃으며 답례를 한다.
“하하하! 서로 멋있다고 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주인 남자가 좌석으로 안내를 한다.
“자.. 이리로 앉으시죠.”
현식이와 혜진이가 안쪽으로 들어오면서 보니까 좌석의 절반정도 손님들이 있다. 개중에는 안면이 있는 사람들도 보여 목례를 한다.
현식이와 혜진이가 좌석에 앉자 주인남자가 주문을 받는다.
“뭘로 드릴까요?”
“맥주로 줘요. 안주는 알아서 주시고..”
잠시 후, 맥주와 안주가 나오고 같이 술을 마신다.
현식이가 말문을 연다.
“혜진아. 행복하니?”
“네! 정말 행복해요. 당신은요?”
“나도 너무 행복해.. 처음에 너랑 맺어지면서 많이 고민하고 갈등했지만, 이렇게 별탈 없이 너랑 잘 지낼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고, 이렇게 사는 게 꿈만 같다. 처음에 네 엄마를 만나서 나의 결혼생활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너를 나에게 주었구나. 참.. 세상은 살아볼 만한 것 같다. 우리 같이 나가서 춤을 출까?”
“춤을 추고 싶어요?”
“그래! 너를 처음 여자로 느꼈던 그때가 언제인 줄 아니?”
“글쎄요.. 언제인데요?”
“네가 내가 살던 아파트에 놀러 와서 같이 왈츠를 추었을 때 였어. 오늘 그때의 기분을 느끼고 싶구나..”
현식이가 주인남자를 부른다. 주인남자가 오더니 묻는다.
“뭐 필요한 것 있으세요?”
“왈츠곡 하나 부탁할께요.”
“알았습니다.”
주인남자가 밴드에게 가서 이야길 하니 조금 있다가 왈츠곡이 흘러 나온다.
현식이가 일어나서 혜진이에게 손을 내민다. 혜진이가 현식이가 내민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같이 손을 잡고 스테이지을 돌아간다.
천정의 조명이 돌아가고 바닥이 돌아가고 홀의 손님들이 돌아간다.
그리고, 혜진이와 같이 부부로 살았던 세월이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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