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천년 14장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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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14章 뇌신편(雷神鞭)과 빙하보홀(氷下寶笏)
헌데 그 직후였다.
「 그렇다면 다행??????? 흑! 」
안도의 표정을 짓던 무정모모의 입에서 돌연 경악에 찬 신음성이 터져나왔다.
퍼억!
축 늘어져 있던 옥비룡의 손이 갑자기 그녀의 옆구리에 자리한 연마혈(軟痲
穴)을 후려치는 것이 아닌가?
거리가 너무나 가까웠고 또 상상치도 못한 불의의 일격이었다. 제 아무리 절
정고수인 무정모모이라도 옥비룡의 그 일격을 피할 수는 없었다.
털썩!
무정모모는 온몸이 뻣뻣하게 마비되어 바닥에 넘어졌다.
연마혈은 사혈(死穴)은 아니지만 일단 타격을 받으면 무기력하게 된다.
물론 무정모모 정도의 고수라면 스스로의 힘으로 해혈(解穴)할 수도 있지만
그러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고 그때까지는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되고 만다.
무정모모으로서는 이 사태가 믿어지지 않았다. 죽은 아들의 환생으로 여겼던
옥비룡이 자신을 암산하다니????????!
「 이??????? 이게 무슨 짓인가? 」
바닥에 나뒹군 무정모모는 옥비룡을 올려다 보며 경악성을 터트렸다.
「 흐흐흐! 어리석은 계집! 아직도 모르겠느냐? 」
옥비룡은 바닥에 쓰러진 무정모모를 내려다보며 사악한 웃음을 흘렸다. 그자
의 모습 어디에도 지친 흔적 따위는 없었다.
「 나는 오늘을 위해 지난 2 년 동안을 늙어빠진 네년에게 온갖 아양을 떨면
서 지내왔다! 」
옥비룡은 경악으로 물든 무정모모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 순간 그자의 태도는 완전히 돌변해 버렸다. 표변(豹變)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완전히 다른 인간이 된 것이다.
착하고 순진하기만 하던 그자의 표정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음험하고 교활
하게 변해 마치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무정모모는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 네???????? 네가! 」
자신에게 서슴없이 상스러운 말을 내뱉는 옥비룡의 돌변한 태도에 무정모모
은 너무나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옥비룡은 그녀의 경악 따위는 개의치 않고 음침하게 웃었다.
「 흐흐흐! 이제 내 정체를 밝혀도 되겠지. 이 도련님은 네년을 없애고 신도밀
영(神刀密營)을 장악하라는 혈황(血皇)님의 명을 받은 혈의사자(血衣使者) 중
한분이시다! 」
「 혈황? 」
무정모모는 당혹과 경악의 신음성을 발했다. 견문이 넓은 무정모모으로서도
혈황이라는 이름은 처음 듣는 것이었다.
옥비룡은 음험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 흐흐흐! 그렇다. 그 분은 머지 않아 구주팔황(九州八荒)을 지배하실 존귀한
분이시다! 」
그렇게 말하는 그자의 어조는 경외의 빛으로 가득했다.
「 네가 남의 앞잡이였다니???????! 이럴수가??????????! 」
무정모모는 불신과 경악으로 진저리를 쳤다. 그녀는 비로소 자신이 치밀하고
도 악독한 함정에 빠졌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혈황(血皇)!
그자는 오래 전부터 무정모모를 감시해 왔다.
그리고 무정모모의 약점을 교묘하게 알아냈다. 그녀의 약점은 바로 일찍 죽
은 아들에 있었다. 이에 혈황은 자신의 수하들 중 무정모모의 죽은 아들과
가장많이 닮은 청년을 선발하여 역용술(易容術)로 완벽하게 변신시킨 뒤에
우연을 가장하여 무정모모와 만나도록 한 것이다. 그 사실을 까마득히 모른
무정모모는 혈황이 접근시킨 간세(奸細), 즉 옥비룡을 친아들처럼 끔찍하게
사랑했다. 그리하여 자신이 지닌 모든 것을 물려줄 작정까지 하고 있었다.
헌데 이 모두가 자신을 노린 음모(陰謀)였다니! 실로 하늘이 무너지는 엄청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무정모모는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다.
「 하??????? 하여간 좋네. 자네가 혈황이란 자의 간세이든 무엇이든 내겐 상관이
없어! 」
그녀는 옥비룡을 올려다보며 처연한 음성으로 탄식했다.
죽은 아들의 환생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옥비룡에게 배신당했음에도 불구하
고 무정모모의 마음에는 그를 원망하는 마음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그만
큼 그녀는 옥비룡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 자네가 원한다면 모두 주겠네. 신도밀영이든 십왕(十王)의 유물이든???????? 대
신 이 불쌍한 계집 곁을 떠나지만 말아주게나! 」
무정모모는 간절한 음성으로 애원하며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고인 눈으로 옥
비룡을 올려다 보았다.
「 ???????????! 」
그녀의 애정이 가득 담긴 눈을 접한 옥비룡의 음험하던 눈빛이 미미하게 떨
렸다.
비록 그자는 철저하게 혈황에게 세뇌당하기는 했지만 지난 반 년 간 무정모모
의 사랑은 너무도 극진했었다.
그 때문에 옥비룡의 내심에 자신도 모르게 무정모모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자리하고 있었다.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는 옥비룡은 불지불식간에 무정모모
을 친인처럼 여기게 되었다.
하지만 옥비룡은 흔들리는 마음을 모질게 다져먹기위해 입술을 깨물었다.
(안된다. 만일 내가 이 계집을 살려둔 사실을 혈황께서 아시면 나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혈황을 떠올리는 순간 그자의 전신에 세찬 경련이 일었다.
자신의 주인 혈황이 얼마나 무서운 인물인지는 옥비룡의 뇌리에서 결코 지워
지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혈의사자(血衣使者)가 될 소년들은 혈황을 절대 배신해서는
안된다는 세뇌를 받았다.
그리고 혈황은 만일 배신하면 어찌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정기적으로
소년들이 보는 앞에서 죄인들을 처형했다.
참수(斬首), 교수(絞首)같은 것은 가장 자비롭고도 기초적인 처형법에 불과했
다.
요참형(腰斬刑), 차열형(車裂刑), 오마분시(五馬分屍) 등은 비교적 중하고 끔
찍한 처형법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끔찍한 처형법은 산 채로 태워죽이는 포락(?烙), 짐승 우리에 던져 맹수
의 먹이가 되게하는 수교(獸咬), 교묘하게 살점을 발라내어 온몸을 해체한 끝
에 죽이는 능지(陵遲), 산 채로 삶아죽이는 팽자(烹煮) 등이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 그 공개처형식은 한마디로 지옥
도(地獄圖)였다.
서서히 살해당하면서 숨이 끊어질 때까지 토해내는 희생자들의 처절한 비명
과 그 부산물인 끔찍한 냄새는 보는 이의 혼백을 갈가리 찢어놓는다.
그 진저리쳐지는 장면들은 어린 소년들의 뇌리에 너무나도 강렬하게 각인이
되어 절대 혈황을 배신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 대가를 너무도 확실하고 구체
적으로 보았기에 감히 배신은 꿈도 꾸지 못하는 것이다.
「 ?????????! 」
무정모모의 간절하고도 애정이 가득한 눈빛에 잠시 동요되었던 옥비룡은 혈
황이 자행했던 그 끔찍하고 전율스러운 처형장면을 떠올리고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와 함께 그는 절실하게 깨달았다. 자신은 결코 혈황을 배신할 수 없음을!
「 흐흐흐! 나를 원망하지 마라! 나도 이럴 수밖에 없으니까! 」
그자는 잔혹한 표정으로 웃으며 뇌신편을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그것을 쳐들
어 무정모모를 내려치려고 했다. 뇌신편이 휘들러지면 무정모모의 몸은 형체
도 남기지 못하고 터져버릴 것이다.
「 ??????????????! 」
무정모모는 절망에 찬 표정으로 옥비룡을 올려다보았다. 죽음의 공포보다는
자신이 철저하게 배신당했다는 사실이 그녀의 가슴을 천 갈래 만 갈래로 찢
어놓았다. 헌데 막 뇌신편으로 무정모모를 내려치려던 옥비룡의 손이 멈칫
굳어졌다.
(혹???????? 혹시?????????!)
무정모모의 가슴속에서 꺼져가던 희망의 불길이 되살아났다.
옥비룡이 마음이 바뀌어 자신의 진심을 받아들인 것일까?
「 아쉽다만 이제 이별을 해야할 때가 왔다! 」
옥비룡은 잔인한 표정으로 뇌신편을 집어들었다.
촤라라락!
그자는 뇌신편을 무정모모의 얼굴에 대고 흔들어 위협했다.
파치치치!
그러자 시퍼런 벼락이 줄기줄기 일어나 무정모모의 시야를 가득 메웠다.
「 ?????????! 」
하지만 망연하게 치뜬 무정모모의 두 눈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수십 년
간을 지켜온 정조를 무참히 유린당한 지금 그녀에게는 아무런 삶의 미련도
남아있지를 않았다.
일찍 죽은 남편과 아들에게 죄스러울 뿐이다.
특히 스스로의 육체가 능욕에 열렬히 반응했다는 사실이 그녀로 하여금 차라
리 빨리 죽기를 바랄 정도로 엄청난 죄책감을 안겨주고 있었다.
「 그럼 잘가라! 」
촤앙!
한차례 무정모모를 위협한 옥비룡은 다음순간 그녀를 향해 뇌신편을 세차게
내려쳤다.
무정모모는 여전히 망연자실한 시선으로 자신의 머리를 후려쳐오는 뇌신편을
올려다 볼 뿐이다. 헌데 옥비룡의 손에 그녀의 머리가 박살나려는 순간이었
다.
「 크흑! 」
파앗!
갑자기 고통에 찬 비명과 함께 하나의 인영이 후딱 뒤로 물러났다.
「 ???????????! 」
죽음을 기다리고 있던 무정모모는 흠칫하며 시선을 돌렸다.
(이 아이는????????!)
다음순간 그녀의 봉목이 크게 치떠졌다.
언제였을까? 무정모모 옆에는 한 명의 건장한 소년이 우뚝서 있었다.
고풍스러운 붉은 피풍의를 걸친 짧은 머리의 소년은 바로 이검한이었다. 그
의 손에는 뇌신편이 들려있었다.
「 크???????? 네놈은????????! 」
쿵쿵!
무정모모를 살해하려던 옥비룡은 쓰러질 듯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준수
한 얼굴이 두려움과 낭패로 물든 그자의 오른손은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
무정모모가 옥비룡에게 살해당하려던 그 위기의 순간 갑자기 이검한이 밀실
로 뛰어들어 옥비룡에게 일격을 가하고 뇌신편을 빼앗은 것이었다. 그의 신
법은 너부 빨라 상당한 고수인 옥비룡이건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 육시를 할 놈! 행음(行淫)했으니 죽어 마땅하다! 」
저벅! 저벅!
이검한은 분노한 표정으로 성큼성큼 옥비룡에게 다가섰다.
「 바득! 죽어야할 놈은 네놈이다! 」
비틀거리던 옥비룡이 벼락같이 칼을 잡아뽑아 후려쳤다.
파츠츠츠!
그자의 칼에서 시퍼런 도기가 빗발치듯 일어나 이검한을 짓쳐왔다.
그 도법을 본 이검한은 일순 눈을 부릅떴다.
(이 도법은?????!)
그는 옥비룡이 쓰는 도법이 아주 눈에 익음을 느낀 것이다.
「 카카캇! 감히 이 도련님의 일을 방해한 대가다! 」
옥비룡은 경악하는 이검한의 모습을 보며 승리를 확신한 듯 광소를 터뜨렸다.
헌데 그 직후였다.
「 꿈깨라! 」
이검한의 입에서 냉혹한 일갈이 터져나왔고,
퍼억!
「 크악! 」
거의 동시에 한 마디 처절한 비명이 뒤따랐다.
이검한의 손이 선 듯 들리는 순간 독사처런 변한 뇌신편이 옥비룡이 펼친 도
세의 허점을 정확히 뚫고 들어가 가슴 부위를 강타하는 것이다.
(저????????? 저럴수가!)
무정모모도 이검한이 옥비룡의 도법을 단 일격에 파해하자 경악을 금치 못하
며 봉목을 부릅떴다.
콰당탕!
뇌신편에 가슴을 강타당한 옥비룡은 삼 장 정도나 날아가 후면의 석벽에 부
딪친 후 거칠게 바닥으로 널브러졌다.
「 크으! 어?????? 어떻게 네놈이 파천도법(破天刀法)의 파해법을? 」
간신히 상체를 일으켜 석벽에 기대앉은 옥비룡은 숨을 헐떡이며 불신과 경악
의 표정을 지었다. 뇌신편에 얻어맞은 그자의 가슴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파천도법!
방금 전 옥비룡이 시전한 도법은 바로 황역사천왕 중 도마(刀魔) 파천의 절
기인 파천도법이었다. 파천도법은 본래 무정모모 가문(家門)의 비전절기였는
데 그녀는 옥비룡에게 그것을 아낌없이 전수해주었었다.
물론 파천도법은 천하제일을 다툴 만한 뛰어난 도법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그 파천도법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무정모모가 아
니라 이검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하기에 그는 한눈에 옥비룡이 펼친 파천
도법의 허점을 발견하고 가볍게 파해할 수가 있었다.
이검한은 옥비룡을 노려보며 부득 이를 갈았다.
「 도마 파천의 후예는 네놈 같은 패륜아를 용서치 않는다! 」
그는 마치 사신(死神)같은 표정으로 성큼성큼 옥비룡에게 다가섰다.
「 으으으! 」
옥비룡은 사색이 된 채 부들부들 떨었다. 지금 이순간 그자의 눈에는 이검한
이 마치 지옥사자인 듯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지하의 미궁을 헤매던 이검한은 옥비룡이 무정모모를 한창 겁탈하고 있
을때 이곳에 도착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흑의
부인이 옥비룡에게 정복당한 후였다. 이검한은 무정모모가 누군지 알지 못했
다. 하지만 무정모모가 옥비룡에게 겁탈당하는 중임은 한눈에 알아보았다. 나
이든 여인을 겁탈하는 옥비룡의 행위에 이검한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
다.
그러나 한데 엉겨붙어있을 때 뛰어들었다가는 자칫 무정모모가 다칠지도 모
르는 일이다. 그래서 옥비룡이 무정모모를 능욕하고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가 손을 쓴 것이다.
「 으으으! 」
옥비룡의 얼굴은 온통 공포로 물들어 있었다. 눈치가 빠른 그는 이검한이 결
코 자신의 실력으로는 상대할 수 없는 고수임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하물며 이검한의 수중에는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지닌 뇌신편까지 들려 있지
않은가?
옥비룡은 자신이 꼼짝없이 이검한의 손에 죽을 수밖에 없음을 깨닫고 절망했
다.
헌데 이검한의 앞으로 다가선 이검한이 막 그자에게 뇌신편을 내리치려고 할
때였다.
「 안된다. 죽이지 마라! 」
돌연 이검한의 등에서 다급한 여인의 교갈이 들려왔다.
물론 그것은 무정모모의 음성이었다.
이검한은 그녀의 교갈에 움찔하며 손길을 멈추었다.
스파앗!
그 짧은 틈을 타 옥비룡은 사력을 다해 옆으로 몸을 굴렸다. 그리고는 흑의
부인이 들어오느라 뚫어놓은 벽면의 둥근 통로로 몸을 날렸다.
「 바득! 오늘의 빚은 꼭 갚고야 말겠다! 」
악에 바친 옥비룡의 음성이 삽시에 이검한의 귓전에서 멀어져갔다.
이검한은 뇌신편을 거두며 돌아섰다.
「 왜 저런 파렴치한 음적을 살려두라 하십니까? 」
그는 무정모모를 바라보며 탄식했다.
헌데 그 직후 이검한의 얼굴이 벌겋게 물들었다.
(이런????!)
그는 당혹한 표정으로 급히 시선을 돌렸다.
혈도가 찍힌 무정모모는 옥비룡에게 겁탈 당하던 자세 그대로 누워 있었고
그 때문에 그녀의 은밀한 부분까지 이검한의 눈에 적나라하게 들어오는 것
이 아닌가?
다리가 활짝 벌려져 치부를 드러낸 그녀의 민망한 자태에 이검한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 험! 험! 어????????? 어디를 찍혔습니까? 」
급히 돌아선 이검한은 헛기침을 하며 물었다.
「 옆구리??????? 대횡혈(大橫穴)이네! 」
치욕으로 얼굴을 물들인 무정모모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
이검한은 뒷걸음질로 주춤주춤 무정모모에게 다가가 그녀에게 등을 보인 자
세로 쭈그려 앉았다. 그리고는 손을 뒤로 내밀어 무정모모의 옆구리로 믿어
지는 곳을 더듬었다.
땀에 젖은 비단결 같은 속살이 손 끝에 닿자 이검한은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 바람에 허둥대기만 할 뿐 대횡혈을 쉽사리 찾지 못했다.
「 좀 더 아래쪽????????? 거기네! 」
이검한의 손이 닿자 움찔 경련하던 무정모모가 보다 못해 그의 손길을 인도
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겨우 대횡혈을 찾은 이검한은 약간의 내공을 손 끝에 모아
타격을 가했다.
「 흑! 」
막혔던 대횡혈이 풀린 무정모모는 교구를 부르르 떨며 나직한 신음을 발했다.
그런 그녀의 두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휴우?????????????! 십 년 감수했군!)
이검한은 비지땀을 닦으며 다시 몸을 일으켰다. 물론 여전히 무정모모에게
등을 보인 자세였다.
헌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번쩍!
등을 돌린 채 일어서는 이검한을 본 무정모모의 두 눈에서 섬뜩한 한광이 토
해졌다.
「 컥! 」
콰당탕!
직후 이검한은 비명을 내지르며 옆으로 나뒹굴었다. 갑자기 한줄기 지력이
날아와 그의 등쪽 배심혈(背心穴)을 찍은 것이다.
놀랍게도 암습자는 다름아닌 무정모모가었다. 그녀가 혈도가 풀리자마자 급
습하여 이검한의 혈도를 찍어버린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 뜻밖의 기습인지라 이검한은 피하고 어쩌고할 틈도 없이 그대
로 배심혈을 찍히고 말았다. 실로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
바닥에 나뒹군 이검한은 무정모모를 향해 버럭 일갈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 직후 이검한의 얼굴이 벌겋게 물들었다. 무정모모가 벌떡 일어나
그에게로 다가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녀의 행색이 옥비룡에게 능욕당하던 모습 그대로라는데 있었다. 튿
어진 검은색 저고리는 옆으로 활짝 벌어져 있고 하체는 발거벗은 상태다.
무정모모가 입술을 깨물며 걸음을 옮길 때마다 희고 풍만한 유방이 물결치듯
출렁거린다.
하지만 무정모모는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가릴 생각도 하지 않고 무서운
표정으로 이검한을 향해 다가섰다.
이검한은 그런 그녀의 대담한 모습에 얼굴을 붉히면서도 치미는 분노를 참지
못해 검미를 불끈했다.
「 이유가 뭡니까? 제가 부인께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단 말입니까? 」
그 말에 무정모모는 얼음장같이 싸늘한 음성으로 되물었다.
「 넌 내가 누군지 아느냐? 」
「 당연히 모르지요! 」
이검한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 내가 바로 하토삼밀세(蝦土三密勢) 중 신도밀영(神刀密營)의 당대 가주다! 」
무정모모는 이검한을 내려다 보며 냉막한 음성으로 말했다.
「 신도밀영! 」
순간 이검한은 기겁하며 눈을 부릅떴다.
「 그렇다면 선배님이 하토삼기(蝦土三奇) 중의 홍일점이신 무정모모(無情母母)
화소연(火少燕)?????????! 」
그는 비로소 무정모모의 정체를 알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무정모모(無情母母) 화소연(火少燕)!
하토삼밀세 중 신도밀영의 여종사다.
도법(刀法)으로 우내최강이었던 저 황역사천왕 중 도마(刀魔) 파천(破天)의
머나먼 후손이 바로 그녀였다. 무정모모의 정체를 알아차린 이검한은 내심
불신과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냉혹무비한 여장부가 어쩌다가 그 젊은 음적에게 겁간을 당했단 말인가?)
이검한으로서는 실로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토삼기의 일 인인 무정모모 화소연은 고독마야나 혈황 정도의 고수가 아니
면 제압할 수 없는 절정고수다.
헌데 그런 그녀가 새파랗게 젊은 음적에게 제압당해 몸을 더럽히다니????????!
(혈황!)
경악하던 이검한은 다음순간 혈황이 지둔노조를 시해한 호숫가에서 남긴 말
을 떠올리고 숨을 죽였다.
「 흐흐! 억울해할 것 없다, 지둔노조! 늙은이 뿐만 아니라 낭왕(狼王) 갈천사
(葛天師)와 무정모모(無情母母)도 곧 믿었던 측근에 의해 제거될 테니까! 」
혈황은 흑묘묘의 암습을 받아 쓰러진 지둔노조에게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다.
(그놈이 바로 혈황의 간세(奸細)였겠군!)
이검한은 대강 전후 사정을 깨닫게 되었다. 혈황이 무정모모를 제거하기 위
해 접근시킨 수족이 다름아닌 옥비룡이었음을???????????????!
흑의부인 즉, 무정모모 화소연이 잘근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 옥비룡! 그놈은 기필코 내 손으로 잡아죽이고 말 것이다. 그래서 죽이지 말
라고 한 것이다! 」
그녀의 두 눈이 새파란 독기로 이글거렸다.
「 그리고 오늘 이곳에서 벌어진 일은 절대로 세상에 알려져서는 안된다. 안되
었지만 너를 죽여 비밀을 지킬 수밖에 없다! 」
(살인멸구(殺人滅口)?????????!)
이검한의 얼굴이 이지러졌다. 비로소 무정모모가 왜 자기를 암산했는지 안
것이다.
무정모모는 일문을 이끌어가는 종사(宗師)다. 그런 그녀가 남에게 능욕당했다
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 신도밀영 전체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무정모모쯤 되는 여인이 정조를 잃고도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은 이유도 거
기에 있다.
그녀는 죽을 수가 없는 것이다. 자결했다가는 자신이 외간사내에게 몸을 더
렵혔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질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몸에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생명의 은인인 이검한을 죽일 생각까지 한 것이다.
그녀가 조금의 부끄러움도 없이 벌거벗은 몸을 이검한 앞에 드러내고 있는
것은 이검한이 어차피 죽어야할 인간이라고 생각한 때문이리라.
「 용서해라! 네 시신은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마! 」
주르르!
무정모모는 치미는 죄책감을 주체 못해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서 천천히 손을
쳐들었다. 이검한은 마혈이 찍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상태였다. 그런 그의 얼
굴 바로 위로 무정모모의 벌어진 허벅지 안쪽의 형상이 정통으로 쏘아져 들
어왔다.
아랫도리를 벌거벗은 무정모모의 모습은 실로 자극적이다.
하지만 이검한은 지금 거기에 정신을 팔 여유가 없었다. 무정모모 화소연의
섬섬옥수가 내리쳐지면 꼼짝없이 이승을 하직해야할 판이었기 때문이다.
「 잠??????? 잠깐만요! 」
이검한은 자신을 내려치려는 무정모모에게 다급하게 외쳤다.
「 무엇이냐? 남기고 싶은 유언이 있으면 말해라! 」
무정모모는 손을 쳐든 채 이검한을 내려다 보았다.
이검한은 고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 유언 같은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선배님께 드릴 물건은 하나 있습니다. 」
「 무슨 수작이냐? 」
이검한의 말에 무정모모는 아미를 상큼 치뜨며 이검한을 노려 보았다.
이검한은 한숨을 팍 내쉬며 말했다.
「 휴! 죽는 마당에 신외지물을 가져갈 필요야 없겠지요. 제 피풍 속을 보면 선
배님 사문(師門)의 물건이 있을 겁니다. 그것을 드리고 싶습니다! 」
무정모모는 이검한의 말에 흠칫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이검한의 피풍을 들춰보았다.
「 이?????? 이건?????????! 」
다음순간 그녀는 봉목을 치뜨며 경악성을 발했다.
「 마도(魔刀) 파천(破天)! 」
그녀의 음성은 절로 떨려 나왔다.
이검한의 등 뒤에는 두 자루의 병기가 나란히 꽂혀 있었다. 날카로운 날이
숭숭 박힌 낭아검(狼牙劒)과 새파란 도광을 흘리는 한 자루의 얇은 강도(剛
刀)가 그것이다.
그 중 강도는 바로 황역사천왕 중 도마(刀魔) 파천이 남긴 파천마도(破天魔
刀)였다.
파천마도를 본 무정모모는 격동과 흥분을 금치 못했다.
(분????? 분명히 파천마도다! 한데 이것을 어떻게 이 어린 놈이????????????)
그녀의 머리는 순간적으로 빠르게 회전했다.
「 설??????? 설마 사왕(四王)의 후예이십니까? 」
이윽고 무정모모는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그녀의 물음에 이검한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글쎄???????? 사왕후예(四王後裔)가 누구를 가리키는 말인지는 모르나 제가 황
역사천왕이란 분들의 진전을 이었음은 사실입니다! 」
「 아! 」
부르르르!
무정모모의 벌거벗은 몸에 세찬 경련이 흝고 지나갔다.
「 용??????? 용서해 주시옵소서, 영주님! 」
직후 무정모모는 이검한의 앞에 털썩 무릎을 끓었다.
그녀는 자신이 하체를 벌거벗은 상태라는 사실조차 잊고 이검한의 앞에 오체
복지했다. 벌거벗다시피한 여인이 오체복지한 모습은 야릇한 느낌을 불러 일
으켰다.
이검한은 그 모습에 고소를 지으며 말했다.
「 나를 죽일 생각이 없으시면 우선 혈도나 풀어주십시오! 」
「 죄??????? 죄송하옵니다! 」
파앗!
무정모모는 급히 이검한의 혈도를 풀어 주었다.
「 휴우! 이제 살 것 같군! 」
혈도가 풀린 이검한은 한숨을 내쉬며 일어나 앉았다.
「 파????????? 파천조사님의 후예이신 줄도 모르고 불경했으니 이 계집 죽어 마땅
합니다! 」
무정모모는 가부좌를 틀고 앉은 이검한 앞의 돌 바닥에 이마를 찧으며 흐느
꼈다.
지둔노조의 유사마부(流砂魔府)처럼 그녀의 신도밀영 역시 오랜 세월 조사인
도마 파천의 귀환을 기다려왔다. 헌데 얄궂은 운명으로 무정모모는 자신의
사문이 천 년 넘게 기다려온 도마 파천의 후손에게 불경한 죄를 지은 것이다.
「 고정하십시오. 그리고 제가 오늘 이곳에서 본 일은 절대 외부에 발설하지
않을 것을 맹세할 테니 안심하시구요! 」
이검한은 바닥에 이마를 찧어대는 무정모모를 부축해 일으키며 진지한 음성
으로 말했다. 얼마나 세게 바닥에 이마를 박았는지 그녀의 이마는 피투성이
가 되어 있었다.
「 감???????? 감사합니다, 영주! 」
무정모모는 뜨거운 회한의 눈물을 쏟으며 몸을 일으켰다.
이검한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침중한 안색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 어찌된 사정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
그의 말에 무정모모는 멈칫하는 기색이었다.
믿었던 옥비룡에게 배신당하고 능욕까지 당한 일은 떠올리기도 싫은 악몽이
었다.
하지만 상대가 누군가? 하토삼밀세가 천 년 이전부터 간절히 기다려온 우상
이 아닌가?
결국 무정모모는 죽고만 싶은 수치심을 억누르고 이검한에게 전후사정을 설
명하기 시작했다.
「 역시 모든 게 혈황의 짓이었군! 」
그녀의 설명을 듣고난 이검한은 침중하게 중얼거렸다.
그 말에 무정모모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 혈황이란 자에 대해 아시는지요? 」
이검한은 침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습니다. 유사마부의 지둔노조께서도 그자가 접근시킨 요부 흑묘묘의 손
에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습니다! 」
「 그럴 수가! 」
무정모모는 경악을 금치 못하며 분노의 표정을 지었다.
이검한은 혈황에 대해 자신이 아는 사실을 모두 무정모모에게 들려주었다.
무정모모는 혈황이 하토삼밀세의 장악을 노린다는 사실에 대해 치를 떨며 분
노했다.
잠시 후 무정모모는 옥비룡에 의해 벗겨진 나신을 의복으로 대충 가렸다. 너
무 흥분하여 벌거벗은 몸으로 이검한 앞에서 설쳤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무정모모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검한은 무정모모가 대강 몸을 가리자 그제서야 비로소 그녀를 정면으로 쳐
다보며 말했다.
「 십왕총에는 처처에 살기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모모께서는 그만 십왕총을
빠져 나가십시요. 제 생각이 틀리지 않는다면 오래지 않아 신도밀영을 공격
해 오는 무리가 있을 것입니다! 」
말과 함께 그는 들고 있던 뇌신편과 빙하신홀을 무정모모에게 내밀었다.
하지만 무정모모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 영주께서 제때 구해주시지 않았다면 이 계집은 배은망덕한 놈의 손에 죽었
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뇌신편과 빙하신홀은 영주의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
그러나 이검한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 그런 말씀 마십시오. 어쨌든 뇌신편과 빙하여제의 유해를 처음으로 발견한
것은 모모가 아닙니까? 」
무정모모는 그 말에 당혹한 표정을 지었다.
「 그럼 이렇게 하는 게 어떨런지요? 」
그녀는 복안이 떠오른 듯 입을 열었다.
「 말씀하십시오! 」
「 뇌신편은 양강지보(陽强之寶)라 음유한 기공을 연마한 노신에게는 아무 쓸
모가 없습니다. 그러니 뇌신편은 영주가 가지시고 빙하신홀은 노신은 갖고
있다가 나중에 적당한 아이를 만나면 전수해 주도록 하겠습니다! 」
「 그게 좋겠군요! 」
이검한도 무정모모의 말이 최선이라 여기고 동의했다.
두 사람은 뇌신편과 빙하여제의 유물을 나누어 챙겼다.
벽력신편의 시신에서는 뇌신편 외에도 뇌정문(雷霆紋)이 새겨진 무쇠로 된
팔찌 하나의 기이한 비늘을 엮어 만든 장갑이 들어 있었다.
-뇌정철환(雷霆鐵環)!
-화왕수갑(火王手匣)!
이것이 그 두 가지 기물의 이름이었다.
뇌정철환-!
그것은 벽력당(霹靂堂)의 당주의 신물인데 그 표면에 새겨진 벼락무늬에는
한 가지 극강한 내공심법이 숨겨져 있었다.
화왕수갑-!
그것은 일종의 호신도구다.
벽력당 인물들은 늘 화약 속에서 살기 때문에 언제 위험을 당할지 모른다.
그래서 강력한 폭발력을 지닌 화기(火器)를 다룰 때 손을 보호하기 위해 사
용하는 장비가 바로 화왕수갑이었다.
화왕수갑은 무려 천 근 화약의 폭발에도 거뜬히 견디어내는 기보였다. 다시
말하자면, 화왕수갑은 어떤 신병으로도 상처를 내지 못한다.
무정모모도 빙하여제의 유해에서 두 가지의 물건을 챙겼다.
한 가지는 빙잠천의(氷蠶天衣)라는 신비한 보의(寶衣)였다.
빙잠천의는 만년빙잠(萬年氷蠶)이라는 영물이 토해낸 비단실로 짠 최고의 호
신보의인데 그 빙잠천의의 안쪽에는 북해빙궁(北海氷宮)의 비전 절기들이 빼
곡하게 적혀 있었다.
무정모모가 빙하여제의 유해에서 얻은 다른 한 가지 보물은 반 자 길이의 수
정(水晶) 막대기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은 수정이 아니라 만년빙정(萬年氷精)이었다.
빙하(氷河)가 수백만 년 분의 빙기(氷氣)로 응축된 것이 만년빙정인데 그것을
이용하여 음한기공을 연마하면 무엇이라도 얼려 버릴 수 있는 빙백강살(氷
魄?煞)을 얻을 수 있다.
빙하여제의 유물을 갈무리한 무정모모는 이검한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
다.
「 이 천한 계집이 영주님을 수행하게 해주세요! 」
이검한은 그녀의 말을 거절하려다가 그만 두었다. 어차피 무정모모는 십왕총
의 내부 지리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행여 십왕총 안을 헤매다 혈황이라도 만나면 위험천만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검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 좋습니다.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
「 무엇입니까? 하교만 하세요! 」
무정모모는 이검한의 말이라면 무엇이라도 따르겠다는 태도였다.
이검한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진지한 음성으로 말했다.
「 나이도 어린 저를 영주라 부르고 존대하니 여간 불편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는 제 이름을 부르십시오! 」
무정모모는 눈을 크게 떴다. 냉막하기만 하던 그녀의 두 눈에 이내 뽀얀 물
기가 차올랐다.
(나란 계집은 정말 사람보는 눈이 없구나. 단지 죽은 아들과 닮았다는 사실
때문에 옥비룡이란 음흉한 놈의 본성을 몰라보고 모든 것을 주다니! 이 아이
가 찬연한 황금이라면 옥비룡은 돌덩이만도 못하다!)
그녀는 내심 중얼거리며 가슴 저리는 회환을 느꼈다.
이검한이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 어디 한 번 제 이름을 불러보십시오! 」
무정모모는 잠시 머뭇거렸다.
「 검?????? 검한아! 」
그녀는 나직하게 떨리는 음성으로 이검한을 불렀다.
이검한은 그 말에 흔쾌한 듯 웃음을 터뜨렸다.
「 하하! 한결 듣기 편합니다. 저도 앞으로 선배님을 백모님이라 부르겠습니
다! 」
말과 함께 그는 무정모모를 향해 즉시 포권해 보였다.
(백모?????????!)
무정모모는 가슴이 세차게 두근거림을 느끼며 입 안으로 나직이 뇌까렸다.
백모라는 이검한의 말은 그녀의 가슴 깊이 따스하게 스며들었다.
이검한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 그럼 나가보도록 하지요, 백모님! 빨리 낭왕이란 분과 제 의모님을 찾아야만
하니까요! 」
그는 몸을 돌려 성큼성큼 앞서 걷기 시작했다.
무정모모도 말없이 그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이검한의 뒷모습을 주시하며 그윽한 눈빛을 지었다.
(옥비룡이 아니고 바로 저 아이였다. 내 모든 것을 바쳐야 하는 대상이!)
그녀의 가슴은 기쁨과 설레임으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비로소 그녀는 자신
의 인생의 목적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그와 함께 그녀는 가슴 한쪽이 찢어지는 듯한 참담한 슬픔을 느껴야만 했다.
자신의 가장 소중한 정조를 옥비룡에게 속아 빼앗긴 사실 때문이었다.
그녀는 걸음을 옮기며 소리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뜨겁게 흘러내리는 회한의 눈물, 그녀는 행여 이검한이 볼세라 눈물을 감추
며 총총히 이검한을 따라 석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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