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던 이웃집 아저씨와의 이야기 (2) ❤️
빈유납작빨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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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의 집은 33평형으로 꽤 넓었지만, 안에는 별다른 것이 없었어요.
거실에는 얼룩덜룩한 갈색 소파가 있었고, 그 앞 탁자에는 리모컨과 신문, 재떨이, 맥주캔이 놓여 있었어요. 벽에는 TV가 걸려 있었는데, TV에서는 TYN 채널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더라구요.
TV 위에는 시골집에 가면 꼭 볼 것 같은 디자인의 달력이 걸려 있었어요. 아줌마가 달력에 일정을 기록하시는지, 9월 2일에는 ‘아버님 제사’라고 적혀 있는 것도 보였어요.
달력 옆에는 시계가 걸려 있었고, 그 아래에는 뜻을 알 수 없는 한자가 적힌 족자가 걸려 있었어요.
TV 아래 선반에는 가족사진이 담긴 작은 액자가 놓여 있었고, 언니들이 낳은 귀여운 아기들 사진도 함께 놓여 있었어요.
부엌에는 나무 톤의 식탁과 의자가 있었어요. 식탁에는 흰색 망무늬 식탁보가 깔려 있었고, 그 위에는 유리가 덮여 있었어요.
옆으로는 낡은 쿠쿠 밥솥이 보였고, 아직 설거지를 하지 못한 그릇들이 싱크대에 어지럽게 놓여 있었어요.
음식물쓰레기도 아직 비우지 못했는지, 싱크대 옆 쓰레기통 주변에는 작은 날벌레들이 윙윙거리며 날아다니고 있었어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 할머니, 할아버지도 아파트에 사셨다면 이런 느낌으로 사셨겠구나.’
아기자기한 느낌은 오간 데 없고, 어딘가 고즈넉한 분위기만 남아 있는 그런 집이었어요.
아저씨는 거실로 가서 탁자부터 정리하셨어요. 리모컨과 신문은 탁자 모서리 쪽으로 치우고, 맥주캔은 빈 캔이었는지 그대로 구겨서 싱크대로 가져가 분리수거용 가방에 넣으셨어요.
그리고 냉장고를 열어 참이슬 두 병을 꺼내셨어요.
“아, 저 술 사왔는데...”
그러자 아저씨는 왜 이런 걸 사왔냐며 미안해하셨어요. 마지못해 제가 사온 술을 받아주시더니 냉장고에 넣으셨어요.
“여기까지 오는 동안 따뜻해졌을 테니까 이건 냉장고에 넣어두고, 시원한 참이슬 마시자.”
대신 제가 사온 육포와 과자는 아저씨가 꺼낸 참이슬과 함께 탁자 위에 놓였어요.
“아, 맞다. 술잔!”
아저씨는 안주를 탁자에 올려놓자마자 혼자 중얼거리시더니 부엌으로 가서 물잔을 가져오셨어요.
그러니까, 소주잔이 아니라 정말 물잔이었어요.
제가 소주잔은 없냐고 물으니 집에 따로 소주잔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러면서 소주잔만큼 마시고 끊으면 되지 않냐며 살갑게 웃으셨는데, 그 말이 너무 웃겨서 한참을 웃었어요.
결국 저는 아저씨의 말에 동의하고 물잔에 소주를 받아 마시기로 했어요.
탁자 뒤에 소파가 있었지만, 저희는 소파에 앉지 않고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어요.
제가 안주를 뜯는 동안 아저씨는 소주병 뚜껑을 열고 제 물잔에 소주를 따라주셨어요. 제가 안주를 뜯다가 허겁지겁 물잔을 잡자,
“편하게 받아.”
하시면서 물잔 가득 소주를 채워주셨어요.
말도 안 되게 많은 양이었어요.
제가 원망스럽다는 듯 쳐다보자 아저씨는 끊어 마시면 된다며 말씀하셨는데, 그 당황한 표정이 너무 웃겨서 또 깔깔 웃었어요.
그렇게 저희는 첫 건배를 하고 소주를 마시기 시작했어요.
대화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평범했어요. 저를 어릴 때부터 봐오신 분이잖아요.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근황 이야기를 한참 나누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너 옛날에 기억나니?”
하면서 과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게 정말 너무 재밌더라구요.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보겠다고 복도에서 까불거리다가 넘어져 무릎에 피가 났을 때 아저씨가 약을 발라주셨던 이야기,
1층 현관 계단을 올라오다가 넘어져 눈 위가 찢어졌을 때 저를 발견하고 병원에 데려가 주셨던 이야기까지.
온통 제가 말썽을 피우고, 아저씨가 뒤치다꺼리를 해주셨던 이야기뿐이었어요.
그렇게 옛날 추억을 이야기하며 술을 마시다 보니 어느새 저와 아저씨 모두 한 병씩은 마신 것 같았어요.
사실 제 주량은 한 병이 채 안 되는데, 그날은 컨디션이 좋았는지 술이 정말 잘 들어갔어요.
아저씨는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시더니 자리에 앉으면서 말씀하셨어요.
“그래, 요새 청춘사업은 잘되어가나?”
그 말에 저는 장난스럽게 빈 물잔을 원샷하는 시늉을 하면서 사업이 망했다고 드립을 쳤어요.
그러자 아저씨는 유쾌하게 웃으시더니, 저 같은 여자가 왜 남자친구가 없냐며 남자들은 눈이 다 삔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자기가 40년만 젊었어도 저한테 열 번은 넘게 대시했을 거라면서, 제가 어릴 때부터 자기 이상형이었다고 하시더라구요.
저는 그 말이 고마우면서도 조금 어색해서 농담으로 받아쳤어요.
“10번 넘게 대시했으면 그 전에 제가 신고했을걸요?”
그러면서 아저씨에게 한마디 더 했어요.
“에이, 왜 40년 전이라고 해요. 아저씨 지금도 완전 중년미 넘치시는데!”
그러자 기분이 좋으신지 씨익 웃으시고는 물잔을 비우셨어요.
그러더니 요즘 여자들은 남자를 볼 때 어디를 보냐고 물어보셨어요.
“얼굴? 허벅지? 복근?”
하면서 여러 가지 선택지를 직접 말씀하시더라구요.
저는 잠시 생각하다가 얼굴과 어깨라고 대답했어요. 그러다 복근도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복근도 좋다고 했고, 허벅지도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허벅지도 좋다고 대답해버렸어요.
그러자 아저씨가 크게 웃으셨어요.
“그럼 안 보는 데가 어디야?”
저는 머쓱하게 웃다가 사실 안 보는 데는 없는 것 같다고 대답했어요.
그러자 아저씨는 허벅지는 꼭 봐야 한다면서, 허벅지가 좋지 않은 남자들은 남자 구실을 못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무슨 말씀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아저씨와 제 물잔에 소주를 따랐어요.
그때 아저씨가 물어보셨어요.
“여진아, 근데 너 남자 구실이 뭘 말하는 건지는 아나?”
ㅎㅎ...모를 리가 없잖아요. 제가 나이가 스물여덟인데요.
저는 물잔에 담긴 소주를 홀짝 마시고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아저씨를 바라봤어요.
“아니이... 아저씨 ㅋㅋㅋ 아저씨 눈에는 제가 아직 막 걸음마 시작한 애기로 보일지 몰라도 저 99년생이에요!! 알 거 다 안다구요 ㅋㅋㅋㅋ”
그러자 아저씨는 의외라는 듯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시더니 씨익 웃으며 술을 한 모금 마셨어요.
“그럼 뭐... 여진이는 남자친구 많이 사귀어봤니?”
...아실 만한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최근까지 섹파로 지냈던 오빠가 있었어요.
하지만 그 이야기는 할 수 없겠더라구요.
그래서 그 오빠를 제외하고, 남자친구는 한 명 만나봤다고 대답했어요.
그러자 아저씨는 그 나이가 되도록 남자를 그렇게밖에 못 만나봤냐며 오히려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셨어요.
“그럼, 그 남자친구는 남자 구실 잘하디?”
저는 술기운이 꽤 오르긴 했지만, 아저씨가 저희 부모님과도 워낙 친한 분이셨다 보니 이런 주제로 이야기를 하는 게 조금 거부감이 들었어요.
아저씨에게 말하는 것도 어색했지만, 괜히 이런 이야기를 했다가 나중에 부모님 귀에 들어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안 돼요, 아저씨한테 말하면 우리 엄마 아빠가 알게 될 것 같아서 말 못 하겠어요.”
저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인 채 술을 한 모금 더 마셨어요.
술이 마시고 싶어서라기보다는, 너무 부끄러운 대화 주제라 얼굴이 저절로 빨개지더라구요.
“아이, 뭐... 내가 너희 엄마 아빠랑 천날만날 전화하는 사이도 아니고. 알게 된다 한들 너희 엄마 아빠한테 전화해서 ‘너희 딸이 남자랑 그렇고 그런 짓 한다던디?’라고 말해서 내가 득볼 게 뭐 있냐?”
아저씨가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묘하게 설득이 되더라구요.
원래 아저씨가 말을 참 잘하긴 했지만, 굳이 제 성생활을 부모님께 말해서 아저씨가 좋을 이유도 없잖아요.
너무나도 설득력 있는 말이었어요.
저는 그 말에 피식 웃음이 터져 나오고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리고는 뭐... 전남친과 섹파 오빠 이야기를 적당히 섞어서, 마치 전 연애 때 있었던 일인 것처럼 이야기를 했어요. 수위가 너무 높은 이야기는 빼고, 그냥 평범하게 연애하면서 있었던 일 정도로만요.
“그래서, 그놈이 섹스는 잘하디?”
아저씨의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는 말하기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잘 모르겠다고 얼버무렸어요.
그러자 그때부터 아저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에 기대앉으시더니 자신만만하게 말씀하셨어요.
자기가 젊었을 때는 정말 여자들이 죽고 못 살았다는 이야기부터, 심하게 싸우고 헤어진 여자도 섹스가 생각나 다시 연락해온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까지.
온갖 무용담을 늘어놓으셨어요.
저는 그 말을 들으면서 열심히 맞장구를 쳐드렸어요.
“아저씨는 운동도 열심히 하셨고, 허벅지만 봐도 엄청 잘하실 것 같은데요?”
제 말에 아저씨는 저를 지긋이 바라보셨어요.
그러더니 조용히 말씀하셨어요.
“만져보겠니?”
| 이 썰의 시리즈 (총 2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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