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릭스 탈출

매트릭스에서 벗어나라
아래 상담 글을 보고 도움이 될까 해서 글 올린다. 26살에 지방국립잡대 졸업을 앞두고 가까운 공단에 생산직으로 취업해야 할지 아니면 9급을 준비해야 할지 갈등하는 널 보고 내가 조언을 좀 해주고 싶다. 이것은 솔직히, 나만 알고 있으면 되는 거고 남들까지 알게 되면 남도 잘 되기 때문에 말해서 좋을 것은 없는데 그대로 니 글을 보고 너무 답답해서 내가 한마디 해야겠다. 길어도 끝까지 읽으면 분명 니 인생에 획기적 변화가 올 것이다.
우선, 넌 지금 매트릭스의 구조 속에 사육당하고 있는 인간인 걸 알고 있는가? 넌 아주 잘 길들여진 사육된 인간일 뿐이다.
그리고 확언하건대, 9급도 할까 말까 고민하며 자신을 의심한다면 이 세상에 니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 이것이 진리다. 니가 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의 요소들이 결합되었을 때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냐? 한 번 곰곰이 생각해봐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두려움과 불안감은 다른 것에 비해 월등히 평가절상 되어 있다. 이것이 매트릭스의 기본 구조다. 너는 인정하기 싫겠지만 넌 매트릭스 안에서 사육된 감성이 이성이 항상 이기는 비이성적 인간일 뿐이다.
‘사회에 저항하면 난 죽는다. 집단에 저항하면 난 죽는다. 다수의 의견에 저항하면 난 죽는다’라고 각인된 아주 잘 사육된 인간일 뿐이란 말이다. 이 사회가 통제하기에 너무도 좋은 마인드를 가진 넌, 이것을 깨부수고 과감히 극복해야만 니가 원하고자 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19살에 친 수능이란 시험 하나, 그리고 니가 입학한 지잡대라는 별칭이 따라붙는 학교. 그 순간 너는 매트릭스의 세계에 영원히 갇혀 완벽하게 사육당할 최적의 요소를 얻게 되었다. 너는 분명 20살 때 부모님께서 삼수라도 해서 대학 이름을 올리라고 했지만 넌 자신감이 없어서 포기하고 점수 맞춰 대학에 그냥 갔다 하였지? 그런데 뒤돌아보니 그때의 선택으로 인해 지금 26살까지 6년이란 시간 아무 의미 없는 졸업 종이 한 장만 받게 되었다고 후회하고 있지? 하지만 지금 현재 니가 고민하고 있는 것은 또 무엇인가 생각해봐라. 26살에 20살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으면서 지금 그때와 똑같은 고민을 다시 하며, 다시 같은 ‘선택’을 하려 하고 있다. 나는 니가 분명 32살에 26살을 돌아보며 다시 후회할거고, 32살에 때에도 똑같은 고민, 똑같은 선택을 무한히 반복할 것을 확신한다. 지금 변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갈림길이란 것이 19살 수능이 아니더라도, 초등학교 어느 날 친 중간고사, 중학교 어느 날 친 중간고사, 혹은 친구와의 싸움에서의 패배, 혹은 명절 날 누구와의 대조 등 뒤돌아보면 과거의 경험들이 모여 생겨난 현재의 니 모습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필름처럼 지나가며 떠오를 것이다. 그 과정이 경험의 축적 속에 점점 더 확고해져서 니 마음속에 아주 견고하게 자리 잡았을 것이고, 이로 인해 끝없는 매트릭스의 굴레 안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을 것이다. 아직도
물론 자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대부분은 이 사실조차도 모르고 한평생 살다 죽어간다. 26살에 이 사실을 알았다는 것으로도 넌 엄청난 인생의 변화가 올 것이다.
우선 매트릭스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매트릭스를 깨기 위한 ‘믿음’에 관해 설명하겠다.
“난 반드시 해내야 한다”, “내가 무언가를 해내기만 하면 너희들은 다 죽었다”, “제발 이것만 되게 해주세요”라는 식의 아주 강력한 열망과 간청 상태의 영혼은 안된다. ‘믿음’은 이런 게 아니다. 그것은 아주 사악한 탐욕 상태일 뿐이다. 영혼의 불균형 상태다. 결국 스스로 무너진다. 영혼은 아주 태연하게, 그리고 아주 담담하게, 물 흐르듯.. 이미 나는 해냈다라는 ‘믿음’그 자체로 허물이 없이 아주 깨끗하고 맑은 상태여야 한다. 탐욕도 아니며, 두려움도 아니며, 무색무취의 믿음 그 자체여야 한다.
믿음은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플러스이든, 마이너스이든 어느 쪽의 방향으로든 ‘나는 반드시 해내야 한다’, ‘이번에 실패하면 난 끝장이다’등은 안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이미 균형점을 잃고 흔들리고 있는 불안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가? 그렇다면 너는 야구를 좋아하는가? 야구에서 홈런을 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야구 배트의 질량 중심(스윗 스팟)에 공을 맞혀야 한다. 스윗 스팟에 공을 맞힐 경우 야구 배트에는 진동량이 최소화되고 에너지의 대부분이 야구공에 실려 날아가게 된다. 하지만 이 경우 외에 야구 배트가 야구공에 맞아 힘없이 부러지는 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야구공이 배트를 부러뜨린 것인가? 아니면 야구배트 스스로 부러진 것인가? 야구를 한 번이라도 해보았다면 스윗 스팟이 아닌 곳에 고이 맞았을 경우 배트에 심한 진동이 울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야구배트로 야구공을 때릴 씨 4톤 이상의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하는데 스윗 스팟에 맞을 경우 거의 모두 공에 힘이 실리고, 다른 곳에 맞을 경우 공에는 에너지가 적게 전달되고 잉여에너지가 모두 야구배트에 남아 불안정한 진동을 일으킨다. 그리고 이 진동을 배트가 이기지 못할 경우 배트가 스스로 부러진다. 너도 마찬가지다. 너도 너의 과잉된 에너지 때문에 균형점을 잃고 스스로가 자멸하게 된다. 항상 균형점을 유지해야 한다. 감이 오는가?
그럼 매트릭스란 무엇인가? 취직걱정 9급걱정을 하며 두려움과 불안감으로 밤을 지새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서울대를 다니며 좋은 학점에 취직이 보장되는데도 불구하고 고시를 도전해서 합격한 사람도 있고, 경찰대를 다니며 경찰간부로의 임용이 보장되어 있음에도 고시를 도전해서 합격한 사람도 있다. 과연 이런 사람들이 천재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다. 그들은 매트릭스의 허상을 벗겨낸 사람들이다. 글을 다 보고 나면 이해가 쉽겠지만 그들은 상위층 간의 매트릭스에서 허상을 벗겨낸 사람들이다. 경찰대 출신이 사법시험을 본다고 하였을 때 과연 서울대 법대 집단에서 곱게 보았을까? 경찰대 내부에서는 어떻게 보았을까? 사법연수원 이라는 또 다른 상위층 간의 매트릭스 구조로 넘어가서 경찰 내부의 매트릭스를 벗어나려 하는데 과연 좋게 보았을까?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어떤 식으로든 매트릭스를 벗어나지 못하게 온 사방에서 달려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들은 매트릭스의 허상을 벗어냈기에 원하는 바를 모두 얻었다. 이는 상위층, 중하위층 모두 똑같이 적용된다.
성공의 비밀은 매트릭스라는 허상탈피+자신감(믿음)+실천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너도 명심해라. 매트릭스탈피+자신감(믿음)+실천! 분명히 말한다. 가슴에 새겨둬라. 이것만 알면 넌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우선 매트릭스를 탈피해야 하고, 그 이후에 자신감(믿음)+실천이 따라와야 한다. 셋 중에 하나만 있어서는 안되고 반드시 모두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 매트릭스를 탈피하지 못한 채 자신감+실천만 생기면 상위층이 가장 좋아하는 ‘적당히 만족하는 바보’, ‘굴려먹기 좋은 씨다바리 인재’가 된다. 실천이 결여된 자신감, 자신감이 결여된 실천은 니 인생 자체가 그랬으니까 누구보다 너가 더 잘 아리라 생각한다. 세 가지 모두 다 변해야 한다. 너의 마인드 자체를 통째로 바꾸어야 한다. 이건 니 인생에 있어서, 너의 뇌에 있어서 혁명적인 일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바로 그렇게 되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넌 26년간 아주 잘 사육된 길들여진 인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시 한번 너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넌 너 자신을 믿는가? 니가 무언가 결심을 할 때 뇌에서 ‘할 수 있을까?’라는 울림이 조금이라도 들리는가? 그렇다면 성공은 영원히 불가능이다. 니가 해병대 캠프를 가서 한달 내도록 극기 훈련을 받든, 지옥 같은 스파르타식 학원에 가서 공부를 하든, 새해를 맞이하여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다짐을 하든가 말든가, 니 뇌에서 ‘할 수 있을까’? 라는 울림이 들린다면 넌 아직도 매트릭스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육된 인간일 뿐이다. 무색무취의 ‘믿음’ 상태로까지 가야 한다.
다른 간단한 사례로, 실제로 지방잡대나 명문대나 여러 고시의 합격생수가 아닌 시험을 총 준비한 응시생의 합격률은 대동소이하다는 사실을 알면 니가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합격생수는 상위 대학이 휩쓸지만 실제로 각 대학별로 그 고시를 준비한 사람의 합격률을 보면 대동소이하다. 내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니가 졸업한 대학교에도 사법시험 합격자, 경찰간부 합격자, 로스쿨 합격자가 모두 있었다. 하지만 확언하건데 그 학교 전체에서는 대부분 애초에 사법시험, 경찰간부, 로스쿨 자체를 준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분명 소수만 준비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준비 기간 내내 사육자들의 아주 불쾌한 시선들을 맞닥뜨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스스로 매트릭스의 허상을 깬 사람들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허상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게 바로 이 세상의 정화시스템이자 사회를 유지시켜주는 매트릭스다. 우리 주변에 있는 수많은 사육자들이 지잡대에서 고시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수시로 포승을 매고 수갑을 채우고 엄한 눈빛으로 다시 사육장으로 들어가라고 공포를 줬을 것이다. 그리고 너의 두려움과 불안감은 무한히 평가절상되어 널 다시 사육장으로 보낸다.
명심해라. 지금 세상은 니가 무엇을 도전하든지 불쾌한 눈빛을 보낸다. 왜냐하면 넌 지잡대 생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상위 1%가 그 밑의 준 상위층을 다스리는 방법이고, 또 준 상위층이 그 밑의 하위 계층들을 다스리는 방법이다. 또 밑의, 또 밑의, 또 밑의.. 이런 식으로 너의 매트릭스까지 간 것이고, 이런 피라미드식 지배 구조의 매트릭스는 아주 견고히 유지된다. 특히 지방대 출신이라면 9급을 도전해도 불쾌하게 볼 것이다. 왜냐하면 지방대 출신이라면 in서울대 출신보다 더 큰 도전을 해서는 안 되는 건데 그렇게 하려고 하기 때문에 더욱더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그 사람이 속한 매트릭스는 소멸되지 않고 계속 유지되어 전체적으로 사회가 유지된다. 항상 상위층은 소수정예가 유지되어야 하고 그 상위층을 떠받쳐줄 중하위층은 상위층보단 항상 피라미드 모양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야 한다. 그래야 상위층은 모든 걸 편하게 다 하며 생활하고, 하위층은 상위층이 하기 싫어하는 온갖 궂은 노동들을 하며 산다. 예를 들어, 배를 만드는 조선회사에 아무리 똑똑한 경영자가 있고 아무리 좋은 배를 만드는 기술이 있다 한달, 맨 밑에서 막일꾼으로 뛸 사람이 없으면 배를 만들지 못한다. 땡볕에서 납땜을 하고 위험한 구조물에서 목숨을 걸고 작업을 하는 사람들 말이다. 이제 어느 정도 감이 오는가? 매트릭스를 벗어나지 못하면 한평생 결과는 똑같다.
그리고 9급 시험도 상담의 편의상 선택한 것일 뿐 하위 계층의 매트릭스일 뿐이다. 너에게 당장 하버드나 서울대를 도전하라거나 새로운 창조에 도전하라고 하면 와닿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너가 만약 9급학원에 가게 된다면 이런 광경들을 보게 될 것이다. 모두가 모여 벽보에 붙은 20살이 9급이나 순경시험에 합격했다는 뉴스나 대학을 졸업하고 9급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의 눈물의 합격수기를 보고 감동하는 학원생들의 모습 같은 것 말이다. 놀랍지 않은가? 같은 세상에서 같은 20살인데도 아이비리그, SKY, 경찰대 등에 합격한 사람들이 있고, 같은 20살인데도 새로운 창조적 마인드로 새 영역을 개척해 엄청난 부를 쌓은 사람들이 있는데도 그들의 눈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왜냐면 그들은 9급이라는 매트릭스의 틀 안에 갇혀 있기 때문에 더 큰 세상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겐 9급 시험이 자신들의 정해진 운명이며, 9급 시험이 자신들의 마지막 한계이자 능력이다. 따라서 세상의 그 어떤 사람보다 9급에 합격한 사람을 가장 존경한다. 그렇게 그들은 9급 공무원이라는 매트릭스에 갇혀 평생을 단순 반복 사무와 위험한 업무 등의 일을 하며 하위직 공무원으로 산다.
다소 섬뜩한 비화를 하나 말해줄까? 어느 날 해외 유명 그룹 사장이 지방대에 강연을 하러 간 적이 있었다. 차를 통해 강연장으로 가고 있는데 지방대 학생들이 대낮부터 벤치에서 음주가무를 즐기고 있는 장면을 보았다. 그러자 직원 한명이 “사장님, 참 큰일입니다. 여건이 안 좋으면 공부라도 열심히 해야 할 텐데..” 그러자 사장이 말하기를 “놔둬라, 저런 애들이 있어야 공장에서 일할 사람도 있고 제품 나를 사람도 있지. 사회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야. 우린 저 애들이 긍정적인 마음으로 자기의 영역 안에서만 평생을 열심히 일해주기만을 바라지. 영역을 벗어나려고 하면 골치 아픈 거고.. 허허” 섬뜩하지 않은가? 저 장면을 공무원 사회에 그대로 다시 적용시켜서 생각해 보아라. 9급 공무원이 그런 존재다. 고위 공무원이 9급 수험 준비생에게 느끼는 마음도 저 사장의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
그래서 난 너에게 말한다. 그 어떤 매트릭스에도 소속되지 말라고. 니가 상위 층의 매트릭스로 올라가더라도 그 매트릭스마저도 소속되지 마라. 그래야 자유자재로 매트릭스를 이동할 수 있고, 또 나중엔 너가 아예 완전히 새롭게 창조할 수도 있다. 그 어떤 매트릭스라도 그 허상의 틀에 소속돼서는 안 된다. 그저 너의 몸을 빌려만 줘라. 그저 바람이 숭숭 빠져 지나가는 망처럼 텅 비어 있어라. 너는 지금 너의 능력이 의심되어 일단 9급 학원에 다닐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9급의 매트릭스 안에 널 소속시키지는 마라.
그리고 시간이 제법 흘러 니가 점점 더 발전하여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시야를 갖게 되었을 때, 새가 되어 세상을 내려다보는 Bird’s Eye view를 가지게 되었을 때 결국 대학 제도도 국가시험이라는 제도도 권력자가 만들어 놓은 매트릭스 시스템이란 걸 깨닫게 될 것이다. 하나의 박스 안에 미로를 만들어 놓고 출구를 찾는 생쥐 실험을 본 적이 있는가? 거기 생쥐의 모습이 자기의 모습이란 생각이 문들 들 때가 있을 거다. 미로의 출구를 찾을 필요 없이 간단히 점프를 해서 그 미로를 나오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지만 매트릭스를 벗어나지 못하면 항상 그 틀 안에서만 생각한다. 틀을 벗어나서 직접 창조할 수 있다면 이미 형성되어 있는 매트릭스를 이용(소속이 아니라 이용)하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최우선은 매트릭스라는 허상 탈피다. 그리고 궁극의 힘이자 목표는 창조다. 창조엔 정해진 절차나 방법이 없다. 창조엔 그 어떤 정해진 룰도 무의미하다. 그래서 항상 고뇌해야 하고, 그래서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깨어 있는 의식이 널 창조자로 이끈다.
기억해라. 이 세상에서 위대한 업적을 이룬 사람은 과감히 매트릭스의 허상을 벗겨낸 사람들이다. 매트릭스의 허상을 벗겨내면 주변의 사육자들이 뭐라고 하든 흔들리지 않게 되며, 자신을 믿게 된다. 그리고 실천하여 꿈을 이룬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이 순간이 너의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분명 그렇게 될 거라 믿는다. 수고해라
노무1현 사시수기
나 는 경남 진영이라는 읍에서 약 10리나 떨어진 산골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위로는 형님이 두 분으로, 큰형님은 부산 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고등고시를 준비하였으나, 본래 가난한 살림에 벅찬 대학 공부 때문에 가세는 더욱 기울어 내가 국민학교 5학년 때쯤 끝내 응시도 해보지 못한 채 그만두고 말았다.
살림은 더욱 기울어 작은형님은 학업을 중단했다. 부모님의 노동 능력은 차츰 줄어갔고, 마침내 최후의 명줄로 남아 있던 조그만 과수원마저 빚에 쪼들려 처분해야 했다.
나 는 3학년이 되면서 일찌감치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5급 공무원 시험을 거쳐 독학으로 고등고시에까지 밀고 나가 보겠다는 결심으로 옛날 형님께서 보시던 누렇게 바랜 [법제 대의]와 [헌법의 기초 이론(유진오)]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해 10월에는 일자리를 찾아 나갔던 형님께서 돌아와 내가 하는 꼴을 보고 크게 나무라시며 진학을 권하셨다. 나도 가정 사정을 들어 고집을 부려 보긴 했으나 끝내 강권에 못 이겨 부산 상고에 장학생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예순이 넘으신 부모님들의 생활은 아무런 토지의 근거도 없이 자신들의 노동으로 해결하시도록 내버려 둔 채 작은형님이 어렵고 힘든 직장을 전전하며 벌은 돈으로 내 숙식비를 부담해야 했으니, 대학 진학은 아예 엄두도 내어 보지도 못하고 취직반에 들어갔다.
그래도 역시 막연하게나마 길러 오던 고시에의 꿈을 버릴 수는 없었던지 3학년 말 농협에 취직시험을 치른 후 발표도 나기 전에 65년도 11월호 [고시계]를 한 권 샀다. 고시의 냄새를 알기 위하여.....
농 협에의 낙방에 이어 개인 회사에 취직했으나 생각보다 급료가 박했고 근무 시간이 많았던 것은 고시로 향한 출범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야산 돌밭을 개간하여 심은 고구마와 영세민 취로 사업장에서 내주는 밀가루로 연명하시는 부모님들의 실망을 모른 체하고 직장을 그만두었다.
책값을 벌겠다고 울산 한국비료 공장 건설 공사장에 막노동을 하러 갔다가 이빨이 3개나 부러지고 턱이 찢어지는 불운을 겪으면서도, 용케 11월에는 제7회 예시에 합격하였다.
책을 잡기만 하면 예의 증세가 나를 괴롭혔다. 고시를 그만둘까도 싶었다.
그러나 상고를 졸업한지 너무 오래되어 새로운 진로를 찾기는 어렵고 하여 고시를 그만두지는 못했다. 다만 이제는 고시 아니면 파멸이라는 배수의 진은 거두어 버리고, 하나의 직업인이 자기의 생각에 충실히 종사하듯이 고시 공부도 평범한 생활의 일부로 생각하려 했다. '수석 합격'이라는 표어 대신에 '천직 =소명'이라 써붙이고, 숙소를 마옥당에서 집으로 철수하여 직장에 출퇴근하는 기분으로 낮에는 마옥당에서 공부하고 밤에는 집에 와서 여유가 있을 때만 공부하기로 하였다.
집을 나서면서 아내에게 "신문 기자들이 수석 합격자 인터뷰하러 올 테니 당신도 피력할 소감 한 마디 준비해 두지 그래."하고 허풍을 쳤다. 건강은 좋았고 시험은 순조로웠다.
집에 와서도 역시 출발 전의 호언장담을 되풀이했다. 3월 27일 아침 먹고는 불안을 떨쳐 버릴 수 없어 진작부터 낮잠에 들어갔다. 꿈결에 "무1현아! 무1현아!"하는 친구의 떨리는 목소리, 그도 뒷말을 잇지 못했고 더 들을 필요도 없이 아내는 내 무릎에 엎드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노무1현 제17회 사법고시 합격
1) 독학에 대하여
응 시자 중에 4년제는 물론 초급대학에도 안 간 사람들만을 독학도로 계산해도 그 수는 600명을 넘는데, 이 수는 서울대 출신 응시자 800명에 거의 육박하는 수임에도 합격자 수는 수년만에 하나씩 나올 뿐으로 도저히 비교가 안된다. 이런 점을 보면 대학교에는 꼭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주로 경제 사정과 연령이 문제인 것 같으나, 경제 문제라면 요즘 일부 사립 대학에서 고시반을 편성하여 학비는 물론 숙식 일체까지 밀어 준다고 하니 오히려 독학보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가벼울 것이다. 연령 문제도 생각 나름이 아닐까?
2) 그래도 구태여 독학을 하겠다면 독학도들의 고시 합격률이 지극히 저조한데 반하여 대학 출신자 중에는 법대 출신이 아니고도 고시에 합격하는 사람이 많고 17회에는 수석 합격자가 공대 출신이다. 이러한 결과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연유하는 것이겠으나 나는 이 점을 대학에서 얻게 되는 일반 교양 과정의 지식 탓이 아닌가 생각한다.
흔히 독학도들은 소위 공부 방법이나 수험 정보, 고시 기술론, 고시 분위기 등에 생소함을 걱정하게 되나 그런 점은 고시 잡지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수험 기간 중 많은 사람들과 많은 얘기들을 나누어 보았으나, 수험 잡지의 합격기나 좌담회, 통계 기타 안내편에 나오는 이상의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었다.
메트릭스에서 탈출한 사람은이 외에도 김동연 경제부총리(상고, 야간대출신 5급행시합격 후 미국박사), 이명박(일당노동자 생활이 힘들고 지쳐 대학진학을 목표로 공부함), 또 이승만대통령(전형적인 조선의 선비에서 신식학문을 받아들인 신개화파로의 전환) 등 많이 있다.
모붕이들도 메트릭스에서 탈피하자
아니 씨발 근데 왜 ㅁㅎㅕ이 금지어냐? 어이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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