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소》(歸巢) - 제2화: 스며들다
방구석딜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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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전
은주 이모는 자주 오셨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금세 "이틀에 한 번"으로 바뀌었고, 때로는 사흘 연속으로 묵기도 하셨다. 이유는 항상 많았다. "너희 아침 해주려고", "은영이 공부 자료 정리해 줘야 해서", "동네 마트 세일이라". 하지만 진짜 이유는 은영이가 불안해서였다. 나는 그걸 이해했다. 입대 전에도 은영이를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땐 고등학생이었지만, 조용하기는 해도 눈빛에 빛이 있었다. 지금 그 눈은 안개를 낀 듯 아무것도 선명하게 보지 못했다.
그녀는 매일 방에 틀어박혀 공부했고, 아침부터 밤까지 물을 마시거나 화장실 갈 때만 나왔다. 내가 말을 걸어 보았다. 같이 치킨 먹을래? 고개를 저었다. 공부는 잘돼? "그냥 그래"가 전부였다.
어느 날 밤, 물을 마시려고 내려갔다가 그녀의 방 앞을 지나쳤다. 안에서 억눌린 울음소리가 났다. 아주 짧게, 2, 3초 정도였고, 곧 완전히 조용해졌다. 나는 문 앞에 서서 컵을 쥔 손이 살짝 굳어졌다. 노크해야 할까? 스스로에게 물었다. 하지만 결국 그냥 걸어갔다. 가끔은 방해하지 않는 것도 친절이다. 군대에서 배웠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변화가 찾아왔다.
그건 금요일 저녁이었다. 은주 이모는 미용실에 급한 일이 생겨 오지 못했고, 집에는 나와 은영이뿐이었다. 나는 6시에 헬스장에서 돌아와 샤워를 하고, 민소매 티에 운동 반바지를 입고 거실에서 머리를 닦고 있었다. 물방울이 어깨를 타고 흘러내렸다. 은영이가 물을 마시러 방에서 나왔다. 우리 시선이 마주쳤고, 그녀는 내 젖은 머리와 드러난 팔뚝을 잠시 쳐다보다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 나는 그녀의 볼이 살짝 붉어지는 것을 보았다.
"저녁…… 같이 먹을래? 내가 부대찌개 끓여 줄게."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좋아"라고 답했다.
그 식사는 예상보다 순조로웠다. 나는 끓이면서 군대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 비상 집합 때마다 바지를 거꾸로 입는 동료, 신병이 "보고"를 "고백"이라고 잘못 외친 일. 은영이는 듣다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비록 아주 옅었지만, 적어도 진짜였다. 나는 그 미소를 보면서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민수 오빠, 군생활 힘들었어?" 그녀가 갑자기 물었다.
"힘들었지만, 단순했어." 나는 국자로 냄비를 저었다. "군대에서는 생각할 게 별로 없어. 오늘 뭐 먹을까, 내일 몇 시에 일어날까, 지휘관 기분이 어떨까. 돌아오니까……" 잠시 멈췄다. "오히려 생각할 게 너무 많아."
그녀는 눈을 내리깔았다. "그래, 생각할 게 많지." 그 순간 우리 사이에 묘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둘 다 '돌아온' 사람이었다. 다만 그녀가 무엇에서 돌아왔는지, 나는 몰랐다.
부대찌개를 먹고 나서 은영이가 스스로 설거지를 하겠다고 했다. 나는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며 유리 너머로 그녀가 허리를 굽혀 그릇을 닦는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녀는 넉넉한 홈웨어를 입고 머리를 올려 묶었고, 드러난 뒷목은 하얗게 빛났다. 갑자기 그녀가 뒤돌아 유리 너머로 입 모양을 만들었다. "고마워."
담배를 끄고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에는 스탠드 조명만 켜져 있었고, 따뜻한 노란 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췄다. 그녀의 눈은 처음으로 그렇게 경계하지 않았다. 나는 그 눈빛에 끌려 한 걸음 다가갔다.
"은영아," 나는 부엌 문설주에 기대었다. "무슨 일 있으면 도와줄 수 있어……"
"괜찮아." 그녀가 나를 끊었다. 하지만 예전처럼 차갑지는 않았다. "진짜, 그냥 시험 스트레스야."
그녀가 그렇게 말하니 더 묻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날 밤 꿈을 꾸었다. 은영이가 복도 끝에 서 있었고, 흰 드레스를 입고 있었으며, 손목의 흉터는 빛나는 문양으로 변해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고 싶었지만 발이 땅에 박힌 듯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가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깨어 보니 심장이 뛰고 있었다.
사흘 후, 또 다른 변화가 찾아왔다. 그날 은주 이모는 오지 않았다. 대신 은영이가 직접 부엌에 서 있었다. 그녀는 앞치마를 두르고 미역국을 끓이고 있었다. 내가 부엌에 들어가자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오빠, 맛없어도 먹어 줘." 그녀는 웃었지만 손이 떨리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뒤에 서서 국물을 저어 주는 그녀의 손목을 살짝 잡았다. "이렇게 하면 돼."
그녀가 놀라 몸을 움찔했다. 하지만 손을 빼지 않았다. 오히려 그대로 내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그 손은 차갑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그녀의 등이 내 가슴에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를 느꼈다.
"……고마워, 오빠." 그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응."
우리는 그대로 몇 초간 서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내 팔에 스쳤고, 나는 그녀의 샴푸 향을 맡았다. 라벤더였다. 은은하고 편안한 향.
그날 저녁, 우리는 함께 미역국을 먹었다. 맛은 괜찮았다. 은영이는 내가 두 그릇을 비우자 눈이 반짝였다. "정말? 맛있었어?"
"응, 나중에 또 해 줘."
그녀가 활짝 웃었다. 그 웃음은 내가 본 그녀의 모든 미소 중 가장 밝았다. 나는 그 미소를 보면서 무언가가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자라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그 후 며칠간, 은영이는 눈에 띄게 태도가 누그러졌다. 택배를 받아 줄 때 도와주기도 했고, 내가 요리할 때 가끔 옆에서 구경하기도 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은 그토요일 저녁에 찾아왔다.
은주 이모는 동창회가 있어 늦게 돌아온다고 했다. 나와 은영이는 거실에서 <기생충>을 보기로 했다. 그녀는 내 옆에 앉았고, 처음에는 쿠션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10분쯤 지났을까, 그녀가 살짝 내 쪽으로 기울었다. 나는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그녀의 체온이 느껴졌다.
영화 중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는 장면에서 그녀가 갑자기 내 팔을 붙잡았다. "오빠, 무서워……"
나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내 팔을 꼭 움켜쥐고 있었다. 그 손가락이 내 팔뚝에 파고들었다.
"괜찮아, 영화야." 내가 가볍게 말하며 그녀의 손을 내 손으로 덮었다. 그녀의 손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녀가 내 손을 놓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천천히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나는 온몸이 굳었지만, 그녀는 그냥 기대어 있었다. 잠시 머무는 피난처를 찾은 듯이. 나는 팔을 들어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그녀가 몸을 떨었다.
"추워?" 내가 물었다.
"……아니."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오빠 손이 따뜻해서."
영화는 흘러갔지만, 나는 더 이상 화면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녀의 숨결이 내 목덜미에 닿았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내 뺨을 스쳤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가 내 품에서 긴장을 풀고 있음이 느껴졌다.
영화가 끝났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니 그녀가 잠들어 있었다. 숨결이 가볍고, 속눈썹이 꿈결에 살짝 떨렸다. 나는 이십 분 동안 그 자세를 유지했다.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내 옷자락을 잡을 때까지. 그 순간 내 마음의 어떤 줄이 톡 끊어졌다.
그녀를 방으로 업어 갔다. 생각보다 가벼웠다. 침대에 눕히자 그녀가 중얼거리며 몸을 뒤척였고, 팔이 침대 밖으로 늘어졌다. 이불을 끌어 덮어 주다가 손가락이 그녀의 손등에 스쳤다. 그녀가 반사적으로 내 손을 꼭 쥐었다.
"오빠…… 가지 마……" 그녀가 자면서도 중얼거렸다.
나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내 손을 놓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조용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잠든 그녀의 얼굴은 평화로웠다. 평소의 불안과 긴장이 모두 사라진 얼굴. 나는 내가 그녀에게 무언가가 되고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이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다.
그녀가 깊이 잠들었을 때,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빼내고 방을 나섰다. 복도에서 심호흡을 했다. 옆방인 은주 이모 방은 비어 있었고, 침대 옆 탁자에는 액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은영이와 은주 이모의 사진으로, 은영이는 아마 열여덟, 아홉 살쯤, 웃음이 가득했다. 액자 옆에는 책 한 권이 있었다. 제목은 《아이의 심리적 외상에서 돕는 방법》이었다.
내 방으로 돌아가 찬물 샤워를 했다. 하지만 찬물은 내 마음을 식히지 못했다. 거울 속 내 얼굴은 어리둥절했다. 나는 은영이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게 단순한 동정인지, 외로움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진짜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내 심장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은주 이모가 돌아왔다. 그녀는 아침을 차리면서 내게 말했다. "민수야, 어제 은영이 잘 봐 줬다며? 영화도 같이 봤다고?"
"네, <기생충> 봤어요."
"아이고, 그 영화 너무 음침하잖아." 은주 이모가 내게 계란 프라이를 건네며 웃었다. 그런데 그 웃음 뒤에 뭔가가 있었다. 그녀의 눈빛이 나와 은영이 사이를 오갔다. 나는 그 눈빛을 읽을 수 없었다.
그날 오후, 은영이는 내 방으로 찾아왔다. 그녀는 문가에 서서 망설이다가 내게 다가왔다.
"오빠, 어젯밤…… 고마워."
"괜찮아. 잠들었더라고."
"나…… 사실 일부러 잠든 척했어." 그녀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나는 깜짝 놀랐다. "……뭐?"
"오빠가 나를 안아 주는 게…… 너무 좋았어."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그래서…… 계속 있고 싶었어."
그녀가 내게로 다가왔다. 나는 숨이 멎을 것 같았다. 그녀는 내 앞에 서서 내 눈을 바라보았다.
"오빠, 나…… 오빠를 좋아하는 것 같아."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눈빛은 단호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대신 손을 내밀어 그녀의 뺨을 감쌌다. 그녀의 피부는 따뜻했다. 그녀가 내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았다.
"나도……" 내가 말을 꺼냈다. "나도 모르겠어. 이게 맞는 건지. 하지만 너를 보면…… 심장이 뛰어."
그녀가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눈물기 없이 밝았다. 그녀가 발끝을 들어 올려 내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첫 키스는 짧고 떨렸다. 하지만 그 온기는 오래도록 남았다.
그날 이후, 우리는 조금씩 변했다. 은영이는 더 자주 내 방에 왔고, 나는 그녀의 손을 잡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함께 소파에 앉을 때면 그녀는 내 어깨에 기대었고, 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어느 날 밤, 우리는 베란다에 나가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내 손을 잡았다.
"오빠, 나……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할 것 같아."
"왜?"
"왜냐하면," 그녀가 내게 기대며 말했다. "내가 다시 살아 있다고 느낀 순간이니까."
나는 그녀를 껴안았다. 그녀의 심장이 내 가슴에 전해졌다. 똑똑, 똑똑. 살아있는 소리.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결심했다. 이 여자를 지키겠다고. 상처받지 않게 하겠다고.
비록 그 길이 험난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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