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취한엄마 10~14
김끝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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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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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불을 끈 지 오래였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천장만 바라본 채 눈을 감아도, 아까 본 대화창이 그대로 떠올랐다.
마사지. 두 명. 당장이라도 갈 것처럼 가볍게 던지던 그 말들.
이대로 두면 엄마는 정말로 다른 새끼들한테 완전히 넘어갈 거야.
그 생각이 스치는 순간, 가슴이 먼저 뜨거워졌다.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나 앉아도 숨이 차지 않았다.
옆방 불은 꺼져 있었고, 집은 너무 조용했다. 그 고요함이 오히려 더 불안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일정이 잡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는 침대에 앉은 채로 방법을 하나씩 머릿속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첫 번째 — 사회적 자살**
엄마의 지인과 직장에 모든 것을 알리는 방법. 어플 대화, 야한 사진, 모텔 출입 기록. 회사 동료, 친구, 남편에게까지 보내는 것.
「임지혜 씨가 이런 짓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빠르고 확실했다. 동시에 엄마의 인생을 한순간에 파산시킬 수도 있었다.
회사에서 잘리고, 친구에게 버림받고, 남편에게 버려진 뒤. 그때 내가 안아주며 말하는 상상이 따라왔다.
엄마, 이제 울지 마. 내가 다 지켜줄게. 엄마는 나만 있으면 돼.
유일한 버팀목. 유일한 남자. 유일한 애인.
그 정도까지는 과했다. 그런데도 가슴은 달아올랐고, 그와 함께 자기혐오가 밀려왔다.
**두 번째 — 애원과 회유**
솔직하게 말하는 것. 엄마, 제발 그만해. 내가 옆에 있어줄게.
그러나 며칠 전, 취한 엄마에게 입을 맞추려다 밀려난 얼굴이 떠올랐다. 당황. 거부. 황당함.
이미 어플에 빠진 엄마가 아들의 애원만으로 멈출 것 같지는 않았다.
**세 번째 — 관전**
작업남을 붙이는 방법. 신상과 계정을 넘기고, 만나는 모든 것을 영상으로 받게 하는 것.
그 상상을 하는 순간 질투가 터졌다. 그런데도 그 장면으로 자위할 때의 쾌감은 선명했다. 변수도, 위험도, 분명했다.
**네 번째 — 방치**
그냥 두는 것. 타락이든 붕괴든 옆에서 보기만 하는 것.
그 끝에는 언제나 같은 내가 있었다. 대화창을 몰래 내리며 숨 죽이는 나. 사진 앞에서 수치심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는 나.
지킬 힘도 없는 대학생. 무력함을 방치라 포장하는 일. 어쩌면 그게 내가 고를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인지도 몰랐다.
그 생각을 하는 순간, 다른 장면이 밀고 들어왔다.
모텔 방. 낮은 불. 속옷만 남은 채 엎드린 엄마.
「자, 편안하게 누워 계세요.」
한 놈이 어깨를 풀고, 다른 놈이 허벅지 안쪽으로 올라왔다. 손끝이 팬티를 스치는 순간부터 이미 마사지가 아니었다.
「…아… 거긴…」
뒤집히고, 젖꼭지가 입에 물리고, 손가락이 안으로 들어갔다. 혀가 음핵을 핥자 무릎이 떨렸다.
「이제 진짜 할게요.」
한 번에 깊게 박히자 목이 젖혀졌다. 앞에서 다른 자지가 입을 열었다. 앞과 아래가 동시에 움직였다.
「으응… 세게… 나… 갈 것 같아…」
허벅지가 오므라들며 와 버렸다. 그 뒤로도 상상은 멈추지 않았다. 안에, 목에, 다시 안에. 허벅지 사이가 하얗게 번졌다.
상상 속의 엄마가 고개를 돌렸다. 나와 눈이 맞았다.
아들아. 엄마가 이렇게 됐어.
흥분은 손을 타고, 가슴은 그와 따로 아팠다.
안 돼. 다른 새끼들한테 넘어갈 수 없어. 엄마는 내 거야.
방법이 떠돌다 하나가 남았다.
어플 자체에 겁을 먹게 만드는 것. 다시는 켜고 싶지 않을 만큼.
나는 서랍을 열어 예전에 사 둔 선불폰을 꺼냈다.
그래. 이걸로 할 수 있어.
전원을 켰다. 액정 빛을 잠시 바라보았다. 이제 누르면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손끝은 이미 알고 있었다.
알고도 저장했다. 엄마의 번호를.
[나: 곱다님 안녕하세요. 어플에서 대화했던 175남이에요^^]
[엄마: 네? 아… 안녕하세요. 언제 대화하셨었죠. 기억이 잘 안 나네요. 제 번호는 어떻게 아세요?]
[나: 네. 그때 술이 좀 많이 취하신 듯했어요 ㅎㅎ]
[나: 오늘 저녁에 논현역 4번 출구로 오라고 하셔서, 지금 가는 중입니다 ㅎㅎ]
[엄마: 네? 진짜 기억이 안 나요. 오늘 시간이 없어요.]
[나: 그럼 00아파트 102동 1503호로 갈 테니, 잠깐 얼굴만 볼까요?]
[엄마: …!! 아파트는 어떻게 아세요. 전 말한 적 없거든요.]
[나: 아니면 내일 회사에서 뵐까요. 여의도 증권 본사 12층 마케팅팀. 퇴근은 보통 여섯 시쯤이시죠?]
[엄마: …당신 지금 뭐 하는 거야. 장난하지 마. 신고할 거야.]
[나: 신고? 그 전에, 남자들한테 보낸 사진부터 남편한테 보내줄까. 아니면 아들 번호로. 010-XXXX-XXXX.]
사진을 보냈다. 침묵이 비명보다 길었다.
[엄마: …제발… 하지 마세요… 당신… 뭐야…]
[나: 곱다님이 약속했잖아요. 만나서 놀자고.]
[엄마: 돈으로 보내드릴 테니 그만하세요.]
[나: 그럼 팔천만 원? 정신적 피해까지.]
[엄마: 미쳤어요? 더 연락하지 마세요.]
처음에는 겁만 주려 했다. 그런데 무너지는 속도가 빨랐다. 공포를 주려던 일이, 어느새 구경이 되고 있었다.
단체방을 만들었다. 엄마 계정과 내 원래 번호를 넣었다. 방의 거울과 시트가 드러난 사진을 보내고, 선불폰 계정은 나왔다.
잠시 후 내 폰이 울렸다.
[엄마: 뭐야? 엄마? 이거 뭐래?]
곧 방을 나갔다. 그리고 선불폰으로 다시 왔다.
[엄마: 제발 그만하세요. 뭘 원하시는 거예요?]
[나: 위로할 겸 사진 하나 보내주세요. 지금 셀카로 ㅎ]
[엄마: 미쳤어요 당신?]
[나: 남편분께도 보낼까요. 해외에서 고생하시는데 딸감이라도 ㅎ]
[엄마: 제발… 셀카만 보내드리면 되는 거죠?]
거실 거울 앞. 얇은 잠옷. 창백한 얼굴. 두려움과 수치심.
확대해 오래 보았다. 이제 엄마도 알았을 것이다. 어플 너머가 집 안까지 얼마나 쉽게 들어오는지.
[나: 잘했어요. 이번엔 동영상. 손가락으로. 얼굴 나오게. 소리도 나게.]
답이 없었다.
물을 마시는 척하며 문앞에 섰다.
「……흐윽……」
울음이었다. 그 사이로 젖은 살이 스치는 소리가 섞였다.
엄마가, 지금, 하고 있다.
미안해, 엄마. 다 엄마를 위한 거야.
그 문장을 삼키는 동안에도 귀는 신음만 쫓고 있었다. 구하고 있다고 되뇌면서, 이미 그 장면을 보고 싶어 하고 있었다.
내 방으로 돌아와 문을 잠갔다. 선불폰이 진동했다.
[엄마: ……보냈어요.]
재생.
잠옷 상의, 아래는 팬티. 고개 숙인 채 울다, 손을 내려 팬티 안으로 넣었다.
「……흐윽……」
충혈된 눈. 떨리는 입술. 렌즈를 피하다 못 피해 스치는 시선.
수치심 밑으로 얇게 스며든 쾌감. 평소 상상하던 눈과 닮아 있었다.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허벅지가 움츠러들었다.
「……하아…… 으응……」
손이 빨라지고, 다시 카메라를 보았다. 몸이 한 번 크게 접혔다. 입을 틀어막은 채 와 버리고, 카메라 쪽으로 걸어오며 끝났다.
다시 재생했다. 또 다시. 또 다시.
들어갈 때 구겨지는 미간. 빠질 때 따라오는 살. 잠옷 아래로 선 젖꼭지. 울음 다음에 붙는 「응…」. 눈이 먼저 쾌감에 넘어가는 얼굴.
절정 직전만 반복해서 보았다. 창피한 얼굴로, 손가락을 빼지 못한 채 와 버리는 얼굴.
그 남자도 이런 눈을 봤겠지.
미안해, 엄마.
그런데도 더 세게 쥐었다. 엄마가 나 때문에 무너지는 걸 보고 싶었던 거야.
이를 악물고 사정했다.
몇 초는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리고 세계가 식었다.
화면 속 얼굴이 갑자기 멀어 보였다. 울다 지친 중년 여자의 얼굴. 손에 묻은 것은 미지근하고 더러웠다.
원했던 게 아니라 싸고 싶었을 뿐인 것 같았다.
선불폰을 뒤집었다. 그래도 그 눈은 남아 있었다. 이제는 야하지 않고, 무서웠다.
엄마. 나는 대체 무슨 짓을 하는 새끼인가.
—
아침에 선불폰을 가방에 넣었다.
버스 안에서 눈을 감으면 그 영상이 다시 시작됐다. 그 기억만으로 자지가 천천히 섰다. 가방을 무릎 위로 끌어당겼다.
카톡을 열다가 손이 멈췄다.
내가 지금, 진짜로 협박범이 된 거구나.
화면 속 울음은 상상이 아니었다. 실제로, 저 방에서, 엄마가 울며 와 버린 거였다.
선불폰을 다시 넣었다.
그러자 다른 기억이 올라왔다. 마사지. 두 명. 웃으며 사진을 보내던 문장들. 어제 영상과 겹쳤다.
분노가 일었다가, 곧 식었다.
퇴근하고 하자. 난 엄마를 위해서지, 협박하려는 게 아니야.
그 말을 하면서도 회의실에서 손이 떨리고 있을 엄마를 상상하자 이상한 쾌감이 올라왔다. 애써 눌렀다.
저녁, 현관이 열렸다.
「엄마, 오늘 힘들었어?」
「……응. 힘들었어.」
그뿐이었다. 방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에 영상 속 허리와 벌어진 무릎이 겹쳤다. 바지 안에서 자지가 살짝 힘을 주었다.
지친 얼굴. 젖은 손가락. 어플 창의 웃음. 세 개가 한 사람 위에서 밀쳤다.
내 방에서 문을 잠그고 선불폰을 꺼냈다.
오늘은 더 세게 해볼까.
어제 울음. 처진 어깨. 「힘들었어.」
하면 안 되는 일이었다. 겁을 줬으면 놓아 줘야 했다.
그런데 손은 멈추지 않았다.
한 줄만 더 보내면 질려서 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한 줄만 더 보내면 더 무너진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생각.
둘 다 진실처럼 들렸다.
미안함이 손가락을 들게 했다. 흥분이 다시 내려놓았다.
그 변명을 믿기로 한 척하며 보냈다.
[나: 지혜씨 퇴근 잘하셨어요? 집이시죠 ㅎㅎ 어제 동영상 잘 받았어요. 좀 아쉬운 게 있어서요. 다리를 최대한 벌리고, 손가락 두 개. 천천히, 깊게. “나는 걸레예요.” 소리도 크게.]
오래도록 답이 없다가,
[엄마: …이걸로 또 협박하려는 거죠.]
[나: 이미 있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충분한데, 아직 모르시나 봐요.]
[엄마: …왜 나한테 이렇게 하는 거예요. 무슨 목적이에요.]
[나: 재미요. 마지못해 들어주는 모습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거든요.]
[엄마: …미친 새끼… 인터넷에라도 올릴 생각인가요?]
[나: 싫어요. 다른 사람이 아는 건. 나만 알고 싶어요. 원하는 대로만 해주면 충분해요.]
[나: 계속 이러시면 연락처에 있는 사람들한테 다 보내야겠네요.]
오래 침묵 뒤, 영상이 도착했다.
부은 눈. 눈물 범벅인 볼. 천천히 열린 무릎.
이미 젖어 있었다. 두 손가락이 들어가자 미간이 구겨졌다. 야동에서 듣던 소리와 같았고, 그래서 더 이상했다. 밥 차리던 사람이 그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는… 걸레예요……」
대사를 읽듯 뱉는 말. 끝은 울음이었다.
손목이 움직이고, 잠옷 아래로 젖꼭지가 섰다. 시선은 자동으로 각도과 속도를 쫓다가, 얼굴에서 깨졌다.
현관에서 「힘들었어」 하던 입이 지금은 「걸레예요」를 반복하고 있었다.
손가락이 깊어지고, 허리가 들썩이고, 젖은 소리가 커졌다.
시키지 않아도 렌즈를 한 번 보았다. 그 눈이 이쪽을 보는 것 같아 숨이 막혔다.
화면을 보던 내가, 보여진 쪽이 된 기분이었다. 폰을 내려놓을 뻔했다.
「왜… 내가… 이렇게 됐을까… 더러운 년이… 됐을까…」
「그냥… 걸레예요… 제발… 이게 마지막이길…」
몸이 접히고, 손 사이로 신음이 새고, 와 버리는 순간에도 눈물은 가시지 않았다.
「…이제… 만족했어…? 제발… 이제 그만…」
화면을 오래 보았다.
절망이 가슴을 찔렀고, 그 복종이 아랫배를 당겼다.
이렇게 안 하면 또 빠질 거야. 막는 일이야.
그 모순이 목을 눌렀다. 눈물이 한 줄 흘렀다.
그런데도 그 입술이 선 채로 남았다.
미안할수록 손은 빨라졌고, 사정했다.
뜨거운 것이 식기도 전에 부은 눈가가 멀어 보였다.
남은 것은 미지근한 손과, 내가 시킨 울음과, 변명으로도 덮이지 않는 공백이었다.
다음날도 엄마의 퇴근은 무거웠다.
엄마의 발걸음은 평소보다 무거웠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설 때부터 어깨는 잔뜩 내려앉아 있었고, 손에 쥔 가방은 거실 바닥에 툭 떨어졌다. 제대로 눈도 맞추지 못한 채 방으로 직행하는 뒷모습을 보며, 나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엄마 왔어?"
"응~ 후..."
엄마는 옅은 한숨을 섞어 대답하며, 입고 있던 재킷의 단추를 천천히 풀었다. 단추를 쥐고 있는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보였다.
"좀 쉬어야 되는 거 아니야? 요즘 엄청 피곤해 보여."
"그래?... 후.. 말이라도 고마워. 밥은?"
지친 기색이 역력한 눈빛으로 나를 돌아보는 엄마의 눈가에는 묘한 그늘이 져 있었다.
내가 벌인 일이지만, 핼쑥해진 엄마를 보면 심하게 밀려오는 죄책감이 발목을 잡았다. 볼 때마다 영상 속 엄마의 모습에 흥분이 먼저 일었고,
그 흥분이 가라앉기도 전에 죄책감이 올라와 둘은 가슴 안에서 계속 부딪혔다.
익명 뒤에 숨어 엄마를 몰아세우고, 화면 속에서 비참하게 망가지는 모습을 보며 흥분했던 놈이 나다. 엄마를 내 뜻대로 주무르는 그 지배의 쾌감은 솔직히 중독적이었다. 하지만 현관문에서 마주치는 엄마의 처진 어깨를 보면 가슴 한구석이 아릿했다.
'내 손으로 이렇게까지 해야 엄마가 내 곁에 남는 건가?'
매번 혼란스럽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먹었지. 엄마 맛있는 거 해줄까?"
"아니야~ 배 안 고파. ㅎㅎ 엄마 씻으러 갈게."
엄마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어 보였지만, 그 웃음은 이내 힘없이 흩어졌다.
서둘러 고개를 돌려 욕실로 향하는 걸음걸이는 어딘가 쫓기듯 도망치는 인상을 주었다.
철컥, 하고 욕실 문이 닫혔다.
잠시 후, 세차게 물이 쏟아지는 샤워 소리가 거실을 채우기 시작했다. 거실 소파에 다시 앉아 멍하니 욕실 쪽을 바라보았다.
엄마의 외도를 알게 된 이후, 모든 것이 예전 같지 않았다. 평온했던 우리 집의 공기도, 나를 대하던 엄마의 다정한 태도도 전부 어긋나 버렸다
. 나는 하루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나, 엄마가 다시 예전의 평범한 모습으로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물소리에 섞여 전해지는 묘한 긴장감 속에서, 다시금 불신이 피어올랐다. 이 정도까지 했으면 정신 차리고 어플을 끊었기를 바라는 마음과,
아직 그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동시에 올라왔다.
'아직도… 그 새끼랑 연락할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살금살금 엄마의 방으로 다가갔다. 문은 살짝 열려 있었고,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섰다.
어둡고 가라앉은 방 안. 책상 위에는 휴대폰이 무방비하게 놓여 있었다. 잠금조차 걸려 있지 않은 폰을 집어 들고,
나는 홀린 듯이 카톡을 열어 그놈과의 대화창을 확인했다.
그리고 화면에 떠오른 내용에, 내 심장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발신함에는 엄마가 보낸 메시지가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오빠, 저 지금 난처한 상황이에요. 제발 도와주세요."
숫자 1은 지워지지 않고 그대로였다. 그놈은 이미 엄마를 차단한 것 같다. 읽지도 않은, 허공에 대고 부르짖은 그 구차한 문장을 보는 순간
내 안에서 뭔가가 툭 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숨이 턱 막혔다.
'난처한 상황? 내가 엄마 하나 제자리로 돌려놓겠다고 이 지랄을 떨고 있는데, 고작 난처한 상황이야?
그렇게 수치스러워하며 다 포기한 줄 알았더니… 뒤에서는 나 몰래 이딴 새끼한테 매달려 도와달라고 빌고 있었어?'
배신감에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나는 엄마가 망가질까 봐 밤잠을 설쳐가며 괴로워했는데,
엄마는 그 눈물 뒤에서 고작 3천만원 때문에 버린 그 어플남 새끼에게 구원을 바라고 있다.
내가 그동안 안쓰러워하며 망설였던 시간들이 순식간에 바보 같은 짓으로 전락해 버리는 기분이다.
떨리는 손으로 화면을 거칠게 빠져나오다, 내 시선이 한곳에 멈췄다. 앙톡. 그 어플이 여전히 지워지지 않은 채 구석에 버젓이 남아 있었다.
'아니.. 저게'
황급히 어플을 눌러 접속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새로운 대화 목록은 없었다.
하지만 그 화면 속 남자들이 보낸 메시지와 읽지 않은 꼬리표 99가 나를 더 미치게 만들었다.
당장이라도 삭제했어야 할 어플을 굳이 남겨두었다는 것. 그것은 언제든 조건만 맞으면 엄마가 또다시 낯선 남자들을 찾을 거란 확신을 심어주었다.
나는 홀린 듯이, 가장 상단에 고정된 대화창을 눌렀다. 'elephant'라는 아이디였다.
[elephant : 지혜 씨, 보지 안은 털 다 밀었어? 검은 레이스 팬티 입은 거 상상하니 꼴리네. 내 손가락이 오늘 거기 얼마나 깊숙이 쑤셔 박힐지 상상하니까 벌써 좆이 딱딱해지는데.]
[엄마 : 으응.. 다 밀었어요.. 오빠 만나면. 치마 속엔 아무것도 안 입고 나갈게.. 오빠 차에 타면 바로 오빠 거 빨아줄래..]
[elephant : 하, 씨발.. 진짜 미치겠네. 차 타자마자 내 거 입에 물고 정액 한 방울도 안 남기고 다 받아먹어.]
[엄마 : 응.. 응.. 나 빨리 오빠한테 박히고 싶어.. 젖어서 팬티 다 젖을 것 같아..]
[elephant : 근데 지혜 씨, 우리 언제 만날까? 벌써 몸이 근질거려서 참기 힘든데.]
[엄마 : 에이, 오빠 급하긴~ 더 친해지면 봐요~~]
[elephant : 이미 친해진 거 아니었어?ㅋㅋ]
[엄마 : 히히, 못 살아 정말. 그래도 조금만 더 애태워줘요.. 오빠가 나한테 얼마나 안달 났는지 더 보고 싶으니까.. ^^]
화면 속에서 엄마는 마치 여왕이라도 된 양 여유롭게 남자를 조련하고 있었다.
비록 최근에 나눈 대화는 아니지만,
엄마라는 이름 뒤에서 즐겼던 그 가증스러운 밀당을 볼때마다,
아까까지 나를 괴롭히던 죄책감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를 걷잡을 수 없는 배신감과 비틀린 악의가 채웠다.
'대체 어플은 왜 안 지운 거지? 그렇게 울고불고 매달려놓고, 속으로는 언제든 딴 놈한테 갈 여지를 남겨둔 거라고?'
카메라 앞에서 수치심에 몸을 떨며 자위하게 만들었던 일조차 엄마의 미련을 끊어내진 못했다.
행여나 엄마가 완전히 무너질까 봐 눈치 보며 적당히 멈췄던 내 알량한 배려가 우스워졌다.
아직도 그놈에게 매달리고 어플을 쥐고 있는 꼴을 보니, 가슴속에서 억눌려 있던 악의가 다시 뜨겁게 끓어올랐다.
눈시울이 조금 뜨거워졌지만, 그 눈물보다 배신감이 먼저였고,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그 뒤를 밀어냈다.
적당히 겁만 주면 알아서 예전으로 돌아올 거란 내 착각이 완전히 부서졌다.
고작 방 안에서 수치스러운 짓을 시키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다.
저 쓸데없는 미련을 뿌리째 뽑아버리려면, 훨씬 더 숨 막히고 지독한 자극이 필요했다.
그런데 그 자극이 뭔지는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영상을 하나 더 받는 것.
다리를 더 벌리게 하고, 말을 더 더럽게 시키는 것.
그건 이미 해봤다.
엄마는 울면서도 했고, 그 다음 날에도 어플은 그대로였다.
화면 앞에서 무너뜨리는 정도로는 밖을 향한 미련이 안 끊긴다는 걸, 방금 본 대화창이 증명하고 있었다.
만나라고 시키는 쪽이 더 세다는 건 알았다.
다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직접 나가게 하면, 통제가 내 손을 떠난다.
모텔에 들어가면 그 새끼 손이 엄마 몸에 닿고, 나는 영상으로만 보게 된다.
그걸 원해서 시키는 건지, 미련을 뽑으려고 시키는 건지, 둘 다 아닌 척하면서 둘 다 원하는 건지 갈렸다.
선을 넘기면 엄마가 완전히 깨질 수도 있었다.
안 넘기면 또 그 창을 연다.
다른 방법도 스쳤다.
어플을 당장 지우게 하는 것.
계정까지 탈퇴시키는 것.
그런데 그건 순한 명령이었고, 엄마는 이미 순한 명령 뒤에서 메시지를 남겨 두고 있었다.
지웠다가 다시 깔면 그만이다.
증거가 손에 있는 동안은 협박이 되지만, 협박만으로 마음이 돌아간 적은 없었다.
돈을 끊는 쪽도 아니었다.
엄마가 먼저 돈을 내밀었고, 나는 거절했다.
돈으로 끝나면 거래가 되고, 거래가 끝나면 엄마는 다시 밖으로 나간다.
남는 건 하나였다.
엄마가 스스로 그 자리에 걸어 들어가게 만드는 것.
원해서가 아니라, 거절하면 가족이 본다는 공포 때문에.
검은 레이스를 입고, 차에 타자마자 빨아주겠다는 말을 자기가 치게 하고, 답장이 온 화면을 내게 바치게 하는 것.
그 정도면 미련은 수치로 덮일 테고, 수치는 다시 그 창을 열기 어렵게 만들 터였다.
그렇게 정리하고도 손가락은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시키면 엄마는 한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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