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취한엄마 2부 6~7
김끝분
3
391
2
0
3시간전
전편다시보기
오랜만에 2부를 다시 엽니다.
한동안은 접속하는 일조차 싫었습니다. 번아웃이라고 부르면 간단해지지만, 실제로는 그냥 문을 닫아 둔 느낌이었습니다. 명절에도 집에는 가지 못하고 오래간만에 핫썰에 들어가, 글 바닥에 쌓인 댓글들을 읽었습니다.
평범한 댓글들과 재밌게 읽어주셨단분들,
그 댓글들을 보면서 마무리를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 소라넷에서 읽던 글들이 떠올랐습니다. 명작이니 고전이라고 부르기엔 장르가 조금 민망하지만, 십 년, 이십 년이 지나도 문득 생각나서 다시 찾아보게 되는 글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그런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야설이든 소설이든 에세이든, 이름은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시간이 지난 뒤에도 누군가의 밤에 한 번 더 열리는 글.
어느덧 나이를 먹고, 오십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살아 보니 글에 섞을 수 있는 경험이 생겼습니다. 경험이라고 거창하게 말할 것은 못 됩니다. 다만 젊을 때는 쓰지 못했던 온도가, 지금은 손끝에 남아 있습니다. 그 온도가 있고 나서야 겨우 문장을 이어 가게 된 면도 있습니다.
썰을 읽다 보면 누구나 같은 질문을 하게 됩니다. 실화일까, 소설일까. 저 역시 가끔 찾아보는 글들 앞에서 글에대해 생각합니다. 어떤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꾸며 낸 방 같고, 어떤 글은 실제의 숨이 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살점을 조금 붙인 기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저는 읽으시는 분들에게 조금 더 여운이 남았으면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다시 찾아보고 싶은 글이면 더 좋겠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실에 살이 붙거나, 생각의 그림자가 한 겹 더 덮일 수는 있습니다. 그 점은 양해를 구합니다.
하나만,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오십대가 다 되어 가는 사람의 성 정체성이, 어떤 계기를 만나 어떻게 흔들리고, 어떻게 조금씩 다른 모양이 되어 가는지. 그 과정은 생각보다 드라마틱하지 않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바뀌는 일도 드뭅니다. 다만 창문이 조금 열리고, 바람이 들어오고, 닫히지 않은 채로 계절이 바뀌는 쪽에 가깝습니다. 이 이야기는 그 바람에 관한 기록에 가깝습니다.
----------------------------
며칠이 지나고 저녁이 다시 왔다.
같이 밥을 먹고, 소파에 앉아 드라마를 보았다. 웃음이 나올 장면에서 짧게 웃고, 접시를 물로 헹구는 소리까지 평온했다. 엄마가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곧 다시 나왔다. 바바리를 걸치고, 한 손에는 종이봉투가 들려 있었다.
흠칫한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퉁명스럽게 물었다.
“어디 가.”
엄마가 조금 머뭇거렸다.
“산책 가려고. 저번에 가보니 좋더라. ㅎㅎ”
그뿐이었다. 어디로 갈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전이랑 다른 것은, 얼굴에 얇게 번진 홍조와 조금 두툼한 타이즈였다.
나는 무심한 척 다시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드라마의 대사는 들어오지 않았다. 신경은 온통 현관에 가 있었다. 신발을 신는 소리. 구두굽이 바닥에 짧게 닿는 소리. 문이 열리며 밤 공기가 들어오는 소리. 닫히는 소리 뒤로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가 귀에 남았다.
분명 또 그 공원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 것이다. 굳이 따라가 볼 필요는 없었다. 알고 있는 길을 한 번 더 훔치는 일은, 이제는 용기가 아니라 반복이었다.
왜 시키지도 않았는데 나갔을까.
겁이 났다. 그 고삐가 풀려 버린 건 아닐까. 흥분은 없었다. 기대도 없었다. 걱정만 무겁게 앉아 있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몸이 먼저 공원을 기억하는 것. 그 생각이 소파의 등받이보다 차갑게 남아 있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선불폰이 울렸다.
영상이었다. 길이가 오 분을 훌쩍 넘어 있었다. 어수룩한 공원, 어두운 벤치, 벌어진 겉옷. 딜도를 다루는 얼굴은 이미 조금 풀려 있었다. 참으려는 입이 아니었다. 혼자 와서 혼자 무너지기 시작한 얼굴이었다.
나는 끝까지 보지 못했다. 화면을 덮고 눈을 감았다. 현관은 아직 고요했다. 곧 산책하고 왔다는 얼굴이 돌아오겠지. 그 얼굴보다 먼저 와 있는 영상이 방 안의 공기를 조금 더 좁혀 놓았다. 시키지 않은 충성이 가장 무서운 충성이라는 것을, 그제야 알 것 같았다.
방에 누워 천장을 보고 있는데 현관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신발을 벗는 기척, 짧은 발소리. 엄마의 방문이 열렸다가 닫혔다. 물 소리도, 말도 없었다. 산책하고 왔다는 얼굴은 거실로 나오지 않았다. 제 방에 숨어 문을 잠그는 소리만 벽 너머로 남았다.
선불폰이 손안에 있었다. 시키지 않은 영상이 아직 그 안에 있었다.
[3자: 명령 없는 일은 금지입니다.
어긴다면 경고는 없습니다.]
[엄마: …알겠어요.]
그 짧은 줄이 기뻤다. 동시에 두려웠다. 창을 다시 연 손이 나다. 목줄을 채운 기쁨과, 목줄이 필요해진 몸에 대한 혐오가 같은 숨결에서 섞였다.
[3자: 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했죠.]
[엄마: …좋아해 주실 줄 알았어요.]
변명이 더 무서웠다. 명령이 없어도 삼자의 기분을 살피며 몸을 연다는 뜻이었다.
[3자: 지혜씨.
이제 제 미션이 기다려지나요?]
[엄마: ..아니요.]
좋아해 줄 줄 알았다는 입이, 기다림까지는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그 뒤로 짧은 답이 이어졌다. 아니요. 그냥요. 그런 거 아니에요. 묻는 쪽은 삼자의 입을 빌린 나였고, 엄마는 질문하지 않았다. 저항이라기보다, 더 이상 먼저 열어 주지 않으려는 답장에 가까웠다.
그러다 처음으로 물음표가 엄마에게서 왔다.
[엄마: 저… 나이 들었잖아요.
속살도 같이 늙는 거예요?]
그 한 줄에서 공기가 바뀌었다. 혼나는 여자의 답이 아니라, 삼자에게 물어보는 질문이었다. 나는 그 두 줄을 한참 내려다보았다. 낯선 질문이 아니었다. 밤에, 내 몸 위에서, 내가 먼저 꺼냈던 말이었다. 얼굴만 가리면 나이를 모르겠다는 말. 넣으면 어린 것도 못 버틸 거라는 말.
[3자: 왜 궁금한 거죠.]
다시 공백이 일었다.
[엄마: 애인이 어려요.
정말 날 좋아하는 걸까요.]
순간, 엄마에게 다른 남자가 생긴 건가 하는 충격이 일었다. 그러나 애인이라는 말로 나를 가리는 그 애인이 누구인지, 읽는 손만 알고 있었다. 나이 든 여자가 어린 사람의 만족을 걱정하는 투였다. 밤에 내 허리를 감던 다리, 다 나온 뒤에도 안을 물던 그 조임이 떠올랐다. 애잔했다. 동시에 좋았다. 그 조임을 내게 맞게 두려 창 너머에서 고민하는 한 사람의 여자였으니까.
삼자의 손가락은 그 기쁨을 받아 주지 않았다.
[3자: 나이 들면 조임도 줄어듭니다.
애인도 완전히 만족하진 못할 거예요.]
답이 바로 왔다. 이번에는 빨랐다.
[엄마: 그런 말 안 했어요.
속살이 쪼인다고…
젊은 남자들도 금방일 거라고.]
내 입에서 나온 말이 그대로 되돌아왔다. 넣자마자 못 버틸 거라는 농담, 얼굴을 가리면 나이를 모르겠다는 숨. 그 말을 할 때 안이 실제로 더 세게 물리던 감각까지 손끝에 되살아났다. 나는 그 줄을 내려다보며 침을 삼켰다.
[3자: 그건 기분 좋게 해주려는 말이죠.]
[엄마: …정말 그런 걸까요.]
서운함이 묻어 있었다. 애인의 칭찬을 의심받는 여자의 짧은 줄. 내 위에서 젖어 가며 듣던 그 말을, 지금은 다른 사람이 가짜라고 하고 있었다. 나를 두둔하는 입이 삼자에게 상처를 받고 있었다. 그 서운함 아래 보지가 떠올랐다. 칭찬을 지키려는 마음이, 결국 다시 열어 확인하고 싶어 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한 박자 뒤에 부드럽게 받았다.
[3자: 사람마다 다르니까
정말 지혜씨가 다를 수는 있겠죠 ㅎㅎ]
부정이 아니라 여지를 열어 주는 척하는 한 줄이었다. 확인해 보고 싶다는 말은 이미 나와 있었다. 이제는 그 확인이 기분 나쁜 시험이 아니라, 어쩌면 정말 다를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포장되고 있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확인은 삼자의 명령으로 몸을 여는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애인의 말을 믿어 보고 싶은, 가련한 나이 든 여자의 걱정일 수도 있다. 어린 사람이 해 준 칭찬이 거짓일까 봐. 속살이 이미 늙었을까 봐. 그 불안을 한 번만 지우고 싶은 마음. 음탕함을 섞지 않은 순수한 테스트처럼 보이기도 했다. 다른 남자를 원하는 게 아니라, 내 말이 참인지 알고 싶은 것뿐이라면.
그 포장이 편리했다. 삼자를 통해 밀어 넣어도, 밀어 넣는 이유는 복종이 아니라 안심이 된다. 박히는 동안에도 그녀는 애인인 나를 생각할 것이다.
다른 남자의 입에서 조인다는 말이 나오면. 젊은 것이 금방 끝나, 그 속살 안에 뜨거운 정액을 쏟아 넣는다면. 그때 내 말은 거짓이 아니게 된다. 밤에 허리를 붙들고 속삭이던 문장이, 낯선 숨 속에서 증거가 된다. 기분 좋게 해 주려던 말이 아니었다는 것. 나이 든 여자의 불안이, 한 번의 짧은 사정으로 가라앉는 것. 그 순간에야 애인의 칭찬이 참이 된다.
그 그림이 선명했다. 허리를 붙잡은 낯선 손, 금방이라는 신음, 안으로 퍼지는 열. 조인다는 말이 박히는 리듬 사이로 새어 나오는 장면. 나는 그 장면을 보는 쪽에 서 있었고, 엄마는 그 낯선 남자의 몸짓을 받아내며 내 말이 맞았다고 믿을 것이다.
그 얼굴을 보면 음란함보다 먼저 가련함이 보일 것이다. 나이 든 여자가 어린 애인의 칭찬을 확인받으려 다리를 벌린 얼굴. 그러면 나는 더 쉽게 볼 수 있다. 시킨 자리가 아니라, 나를 위해 확인하는 자리니까. 확인의 결과로 안도하는 얼굴.
그런데 그 안도의 밑에, 다른 얼굴이 겹쳤다. 영상 속에서 보던 것. 흥분에 몸부림치며 음탕하게 벌어지던 입, 초점이 풀린 눈, 낯선 것에 깊이 물릴 때마다 무너지던 그 표정. 가련함으로 포장된 확인이, 결국 그 얼굴로 끝날 것이라는 예감. 안도하는 눈과 욕정에 젖은 입이 한 여자에게서 동시에 열리는 장면.
그 얼굴이 보고 싶었다. 순수한 테스트라는 말이 목구멍에서 미끄러졌다. 보고 싶은 것은 안도만이 아니었다. 안도를 핑계로 다시 열리는, 액정 속의 그 얼굴이었다. 나는 그 겹친 얼굴을 선불폰의 어두운 화면 위에 올려놓고, 오래 눈을 감지 못했다.
보고 난 뒤에 품으면, 공원의 끈끈함보다 더할 것 같았다. 다른 자지가 들어갔다 나와 발갛게 벌어진 그 자리를 내가 다시 채우는 일. 희망을 찾아 벌린 몸을, 희망의 출처인 내가 거두는 일. 그 결말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
욕정 때문에 다른 남자들과 몸을 섞는 엄마의 모습이 아니었다. 정말 어린 애인인, 아들인 나를 위해서 자신의 몸을 다른 놈들에게 내던지는 용기. 음탕해서가 아니라, 내 말이 참인지 확인하고 싶어서 벌리는 다리.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싶었다.
엄마는 나의 말에 더 용기와 안심을 얻을 것이다. 조인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게 되는 순간, 어린 애인을 만족시키지 못할까 봐 조이던 마음이 풀릴 것이다. 그 안심이 집으로 돌아와 품을 더 깊게 만들 것이다. 확인하느라 벌어졌던 몸이, 확인의 결과로 더 끈끈하게 달라붙는 일.
선불폰의 입력 창이 아직 열려 있었다. 상상만으로 끝내기엔, 여지를 열어 둔 웃는 표시가 너무 가까이 있었다. 손가락이 다음 줄을 골랐다.
[3자: 지혜씨.
그럼 확인해 볼까요?]
답이 바로 오지 않았다. 벽 너머가 더 고요해진 것 같았다. 그러다 창이 울렸다.
[엄마: …어떻게 해요?]
방법이 궁금한 물음이었다. 거절의 물음이 아니었다. 확인하겠다는 문이 이미 반쯤 열린 투였다.
[3자: 남자를 나이대별로 구해줄게요.
모텔에서 안대만 쓰고 있으면 됩니다.]
엄마의 입력 중 표시가 길게 깜빡였다. 알겠다도, 싫어도 아직 오지 않았다. 어떻게 해요, 라는 물음 위에 안대와 모텔이 얹힌 채, 창만 열려 있었다.
삼자의 입을 빌려, 내가 해보고 싶던 일을 해보려 하고 있었다. 걱정은 이미 뒤로 밀려 있었다. 짜릿함과 희열이 속에서 뭉게뭉게 피어났다. 애인을 위한 확인이라는 포장 아래로, 오래 참아 온 손이 드디어 방을 고르고 있었다.
창이 울렸다.
[엄마: 나이대라면
몇 살부터요?]
거절이 아니었다. 범위를 묻는 입이었다.
[3자: 20대부터 60대?
여섯 명 정도 ㅎㅎ
한 번씩 넣어 보고
몇 살 같다고 얘기하라고 해두는 거예요.]
침이 고였다. 확인의 방법이 숫자로 떨어졌다.
[엄마: 여섯 명은
너무 많지 않을까요?]
엄마는 저항없이 남자들의 머릿수에 대해 걱정했다
[3자: ㅋㅋ
그럼 20대부터 40대까지만 하죠.]
여섯을 세 명으로 줄여 달라는 말은 이미 다른사람과의 섹스를 전제로 흥정하고 있었다. 나는 폰을 쥐고 천장을 보았다. 걱정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는데, 희열이 그 걱정을 덮고 있었다. 확인은 이제 상상이 아니었다.
안대라는 단절이 더 선명했다. 눈을 가리면 누구의 것인지 모른다. 모르는 채로 받는다. 그 단절 앞에서 엄마는 이미, 남자들의 자지를 받아들일 준비를 끝낸 것 같았다.
이젠 아들인 내가 아닌, 삼자의 명령인지 엄마의 호기심인지 모를 그 테스트가 곧 시작될 것만 같았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나는 그 심장 소리를 누른 채 천장을 보았다.
다음은 공원 벤치 뒤에서 훔쳐보던 풀숲이 아니었다. 어두운 풀숲, 작은 액정 빛, 들킬까 봐 죽인 발소리. 그런 간접이 아니었다. 안대를 한 몸 앞에서, 다른 남자들이 실제로 넣고 빼는 장면. 숨과 살과 닫히는 문이 한 방에 있는 거리. 생생하게 벌어지는 그 삽입을, 이제는 나무 그늘이 아니라 바로 곁에서 보게 될 것이었다.
벽 너머의 고요가 그 예감을 더 크게 만들었다. 나는 눈을 감지 못한 채 천장을 보았다.
당장 어떻게 초대남들을 구할지가 막막했다.
어플을 먼저 열었다. 초대남을 구한다는 글에 답은 빨리 왔다. 너무 빨랐다. 사진부터 보내는 사람, 지금 어디냐는 사람, 돈을 줄 테니 한 번 하면 안 되냐는 사람. 확인이니 규칙이니 하는 문장은 읽히지 않았다. 죄다 발정 난 개처럼 달려들었다. 그런 것들을 방에 들이면 나이 맞히기는 사라지고, 기껏 세운 계획만 틀어질 것 같았다.
소라넷 쪽으로 옮겼다.
엄마의 얼굴을 가린 사진을 올리고 초대남을 구했다. 글은 짧게 썼다. 애인 초대남을 구한다. 애인이 자기 속살의 나이를 궁금해한다. 말은 금지. 들어가 삽입하고 사정한다. 이어폰을 빼 나이만 귀에 말한다. 다시 끼우고 나간다. 그 이상 하지 않는다.
몇 시간이 지나자 댓글이 수십 개로 불어 있었다. 손만 올리라는 사람, 가려진 몸매를 칭찬하는 사람, 초대를 구걸하는 사람, 라인 아이디를 적고 가는 사람. 그중 몇을 추려 메시지를 보냈다.
처음 계획대로 나이대별로 고르려 했다. 생각보다 나이 든 손이 많았다. 규칙을 끝까지 읽은 사람만 남기니, 스무 살로 보이는 한 명과 마흔 전후의 두 명이 남았다. 서른은 비었다. 완벽한 배분은 아니었으나, 계획이 틀어지지 않게 따라올 손들이었다.
저녁, 내 방에서 선불폰을 열었다.
[3자: 지혜씨.
십오 일 저녁입니다.
모텔.]
답이 조금 늦게 왔다.
[엄마: 네,,
벌써요?]
이미 승낙한 입이 막상 날짜를 받자 당황하는 줄이었다.
[3자: 네, 아니오로만 대답하세요.
여덟 시.
늦지 마세요.]
바로 이어서 보냈다.
[3자: 침대 위에 안대랑 이어폰 있습니다.
착용하고,
방문은 살짝 열어 두세요.
티비는 크게 켜 두시고요.]
입력 중이 잠깐 깜빡였다.
[엄마: 뭘 입고 가면 좋을까요….]
규칙을 벗어나 물은 첫 줄이었다. 거절은 아니었다. 그 방에 맞는 몸을 고르려는 물음이었다.
[3자: 애인 앞에서 입던 대로 예쁘게 입고 오세요 ㅎㅎ
남자들도 흥분되게 화장도 예쁘게 하시고.]
[엄마: …알겠어요.]
벌써요, 라고 묻던 당황이 알겠어요로 닫혔다. 설명을 덧붙였다.
[3자: 세 명이 한 명씩 들어갑니다.
말은 하지 않아요.
끝나면 이어폰을 빼고
지혜씨 속살 나이만 귀에 말합니다.
다시 끼우고 나갑니다.
다음이 들어옵니다.]
[엄마: …세 명요.]
물음이라기보다 숫자를 삼키는 줄이었다.
[3자: 네.]
[엄마: …알겠어요.]
그 알겠어요 뒤의 침묵이 궁금해졌다.
[3자: 하자고 한 건 지혜씨 같은데
지금은 아닌 것 같네요.]
[엄마: 아니..
막상 조금 걱정도 되고.]
거절은 아니었다.
[3자: 남자들이 지혜씨 속살을 맛보고
몇 살이라고 할까요.]
입력 중이 길게 깜빡였다.
[엄마: 모르겠어요.
그런 말 들으면…
이상할 것 같기도 하고.]
걱정 속에 다른 열이 섞여 있었다. 귀에 나이를 받는 장면을 이미 한 번 그려 본 투였다.
[3자: 궁금하지 않아요?]
[엄마: …궁금해요.
뭐라고 할지.]
짧은 줄인데 숨이 붙어 있었다. 다리를 벌리는 일보다, 열린 뒤에 숫자로 불리우는 일이 더 깊게 가 있었다. 스물이라고 하면 안심이 될 것인지, 마흔이라고 하면 애인의 말이 무너질 것인지. 숫자가 떨어지기 전의 두려움과, 그 숫자가 듣고 싶어지는 마음이 답장에 같이 실려 있었다.
[3자: 그럼 듣게 될 겁니다.
여덟 시에 늦지 마세요.]
[엄마: …네.]
나는 폰을 내려놓았다. 방이 정해졌고, 시간도 정해졌고, 들어오는 숫자까지 정해졌다.
내가 섭외한 세 몸이 한 명씩 문을열 것이었다.
남은 것은 그 여덟 시뿐이었다.
아직 삼 일이나 남았는데도 그 장면이 눈에 그려졌다. 심장이 흥분으로 먼저 뛰기 시작했다. 엄마는 내 앞에서 별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혼자 공원에 나가지도 않았고, 근심에 빠져 있지도 않았다. 매일 밤 나와의 섹스에서 언제나처럼 흥분하고, 좋아하고, 사랑했다. 15 일이 다가올수록 나까지 잠이 설쳤다. 걱정과 흥분이 같은 베개를 베고 있었다. 전날, 학교 가는 길에 봐둔 성인용품점을 들렀다. 안대를 고르다 한쪽 진열장에 눈이 갔다. 검은 복면이었다. 강도 가면처럼 투박했고, 입구멍만 뚫려 있었다. 뚱뚱하고 오타쿠처럼 보이는 사장에게 물었다. “사장님, 이거 앞이 안 보이나요.” 남자가 씨익 웃었다. 다 알고 있다는 듯한 웃음이었다. “숨은 편한데, 앞은 하나도 안 보여요.” 여린 안대보다 나았다. 앞이 비칠 것 같은 레이스 대신, 아예 눈이 막힌 검은 면. 그거라면 내가 옆에 있어도 모를 것 같았다.
이미 예전부터 가슴 밑바닥에 고여 있던 것이, 성인용품점의 형광등 아래에서야 모양을 갖췄다. 엄마에게 핸드폰을 쥐여 주는 일. 언제나처럼 영상을 녹화하게하고 녹화한 영상을 받아보고 그 영상을 혼자 돌려 보며, 잘린 허벅지와 초점이 달아난 삽입을 소유하는 일. 그것은 안전했다. 거리는 액정만큼 있었고, 아들은 화면 밖에 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그림이 먼저 선명해졌다. 같은 방. 같은 공기. 티비가 토해 내는 푸른 빛 아래, 내가 직접 그 순간을 받는 일. 영상은 언제나 한 박자 늦다. 손떨림이 있고, 각도가 비틀리고, 들어가는 그 짧은 저항이 프레임 밖으로 달아난다. 생생한 눈은 그렇지 않다. 살의 온도와 숨의 두께를 동시에 남긴다. 복면 아래로 드러난 입술이 얼마나 천천히 벌어지는지. 들어가는 순간에 허리가 한 번 뜨는지, 아니면 참은 채로 받아내는지. 이어폰이 삼킨 신음이 목구멍 어디에 걸리는지. 그런 것들은 화소가 아니라 눈꺼풀 뒤에 붙는다. 나는 레이스 안대 앞에서 한참을 섰다. 안전하게 엄마가 보내온 영상을 볼지, 아니면 옆에서 생생하게 지켜볼지..
이미 답은 정해졌다.
검은 복면은 달랐다. 눈도, 이마도, 볼도 전부 삼키고 입구멍만 남기는 면. 그거라면 내가 옆에서 지켜본대도 , 침대 위 엄마는 아들이라는 존재는 없을것이다. 사장이 씨익 웃었다. 다 알고 있다는 듯한 웃음이었다. 쑥스러움이 목을 졸랐다.
나는 복면을 계산대에 올려놓았다. 손가락이 천의 거친 결을 한 번 쓸었다. 그 결이 나중에 엄마의 콧잔등을 누를 자리였다. 15일 밤, 영상을 찍는 핸드폰대신 내가 그 순간을 지켜볼것이다.
쑥스러움을 삼키고 그 복면을 샀다. 15일이 되었다. 엄마에게는 친구 집에 간다고 말했다. 먼저 모텔로 가 침대 위에 복면과 헤드셋을 올려 두었다. 방문이 살짝 열리는지, 티비 리모컨을 침대에 던져두곤 근처 피시방으로 들어갔다. 선불폰을 열었다. [3자: 삼백삼 호예요. 키는 카운터에 맡겨 뒀어요.] [엄마: 네.] 짧은 네였다. 그 한 줄에 긴장감이 몸을 때렸다. 엄마의 섹스를 보는 일보다, 잘못되어 들켰을 때의 걱정이 더 앞섰다. 피시방의 모니터 불빛 아래서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이제 잔잔하던 엄마의 호수에, 내가 돌멩이 하나를 던진 셈이었다.
물무늬는 아직 작았다. 그 작은 물무늬만큼이나 아주 작은 호기심이다.
그러나 3자는 돌멩이가 아니라 커다란 돌을 집어 들었다. 규칙을 세우고, 손을 고르고, 복면을 사고, 키를 카운터에 맡긴 손. 그 돌이 호수 한가운데로 떨어지면 물무늬는 물무늬로 끝나지 않을 것이었다. 해일처럼 밀려와 나와 엄마를 한꺼번에 덮을 것이었다. 덮인뒤에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여덟 시가 가까워지자
모니터 불빛 아래서 심장이 다시 어긋나기 시작했다.
나는 선불폰을 주머니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복도로 나가는 발소리가 내 것으로 들리지 않았다.
상가 유리창이 가로등을 받아 검게 빛났다.
그 안에 내 얼굴이 붙어 나왔다. 학교 가는 길에 보던 얼굴이 아니었다. 입매는 평온했고, 눈은 즐거웠다. 즐거움 아래로 가증이 고여 있었다. 친구 집에 간다고 말하고 나와, 지금 그 방의 문틈을 향해 걷는 얼굴. 호수에 돌을 던진 뒤에도 물보라를 예쁘다고 여기는 얼굴.
나는 그 유리를 오래 보지 않았다.
고요할수록, 그 아래가 더 더러웠다.
모텔의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문이 열리며 복도의 형광등이 먼저 들어왔다.
303호 쪽으로 얼굴을 돌렸을 때, 살짝 열려있는 문틈이 보인다.
내가 열어 두라고 한 그대로, 아주 얇게. 그 얇은 어둠이 복도 쪽으로 한 줄 흘러나와 있었다.
심장이 한 박자 늦게 맞았다.
늦는 만큼 더 크게 울렸다. 엘리베이터 문이 등 뒤에서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컸다.
발소리를 죽였다.
발바닥을 먼저 내리고, 뒤꿈치를 나중에 붙였다. 카펫이 그 조심을 받아 주었다. 301, 302. 호수가 줄어들수록 숨이 목구멍에 걸렸다. 친구 집에 간다고 말한 입이, 지금 이 복도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303호 앞이었다.
문틈으로 어둠과 함께 티비에서 나오는 시끄러운 소리와 번쩍이는 티비 빛이 가까워진다. 나는 손바닥을 문짝에 대지 않았다. 손끝이 먼저 갔다. 페인트의 찬 결. 그 결을 따라 문을 밀되, 밀었다는 소리가 나지 않게, 아까 유리창에 비친 그 고요한 입매처럼 밀었다.
틈이 한 뼘 더 열렸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벳12
불가마
루루루루
장난꾸럭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