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하지 말입니다? 2. 완
내가 아는 최 중사는 당직 근무를 거의 하지 않았다. 통합 대대의 유일한
여자 간부였기 때문에 배려를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직업 군인으로서 당연
히 해야 할 일을 거의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간혹 간부들끼리도 휴가자 또는 여타의 사정으로 인해서 당직을
서야 하는 근무자가 부족한 경우가 생겼다. 이때만큼은 최 중사도 당직근무
를 피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가뭄에 콩 나듯 매우 드문 경우였지만, 최 중
사가 당직 근무를 서는 일이 종종 있었다.
최 중사의 당직 근무는 내가 속해 있던 알파 포대에서 이뤄지지는 않았다.
그녀의 당직 근무는 본부 포대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나와 함께 당직을 설
수 있는 기회는 전혀 없었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그게 가능할 것 같았다.
상급 부대의 야간 침투 검열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사실 부대가 뚫리든,
막아내든, 나와는 전혀 상관없었다. 말년 병장으로서 모든 근무에서도 열외
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저 집에 갈 날을 세고 있을 뿐이었다.
상급 부대의 불시 검열에 대비하기 위해서 대대장은 두 가지 사항을 지시
했다. 첫째, 각 포대마다 임시적으로 동초 근무를 편성했다. 사회로 놓고
보면 실제 생활하는 주둔지의 방범 순찰 근무를 늘린 것이었다. 이 때문에
한 번씩 돌아오는 비번이 사라져서 병사들의 불만이 많았다.
둘째로는 2지대로 침투한다는 설이 있었기 때문에 당직 근무자를 대상으로
2지대 순찰을 지시했다. 이 두 번째 지시 사항은 사실상 뻘 짓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 누구도 대대장의 지시사항에 토를 달지 못했다. 그는 왕이었다.
포병은 보통 산을 끼고 주둔한다. 우리 부대 역시 산으로 둘러싸인 일종의
분지에 주둔지를 형성하고 있었다. 2지대란 인적, 물적 자원이 집중 되어
있는 내부가 아닌 부대를 형성하고 있는 외부 경계, 즉, 부대의 울타리를
뜻했다.
우리는 통합 대대였기 때문에 부대 면적이 만만치가 않았다. 실상 철조망이
쳐진 울타리를 확인하려면 산을 타야했고, 한 바퀴를 순찰하는데 대략 1시
간 30분 정도가 걸렸다.
그런데 그것을 당직 근무자가 순찰해서 언제 올지 모르는 불시 침투 검열
을 막아낸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대대장의 지시사항을 거부
할 수 없는 일이었고, 말도 안 되는 이 뻘 짓을 당직 근무자들이 감내해야
했다.
다시 말하지만, 대대장이 무슨 지시를 하든지, 나와는 전혀 상관없었다.
그런데 태생이 궁금하고 의아한 것을 참지 못한 나는,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한다는 말년에 무리수를 두게 되었다.
최 중사와 단둘이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눈에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야간이었다.
본부 포대의 당직 근무자가 최 중사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나는 즉시
포대로 내려가서 오늘 당직 근무는 내가 설 것임을 천명했다
우리 포대는 당직 근무자를 당직 분대장이라 불렀다. 짬밥은 둘째 치고,
분대장이 아닌 이상 당직 근무를 설 수 없었는데, 사실상 나는 그 자격이
없었다. 임 상병에게 분대장의 지위를 물려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말년에 미쳐버린 포대 왕고의 말을 제어할 사람은 없었다. 후임들
은 미쳤냐고 했지만, 실제로 견장을 차고 있던 분대장들은 하루라도 당직
근무를 서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에 나의 의지를 반기는 분위기였고, 간부
들은 그러려니 했다.
그래서 다시 차지 않을 것 같았던 완장을 마지막으로 차게 되었는데, 내가
이 짓을 한 이유는 오로지 최 중사 때문이었다.
대대장의 지시사항이라지만, 2지대를 전부 순찰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본부 포대와 알파 포대가 한 팀이 되었고, 브라보 포대와 차리 포
대가 한 팀이 되어서 2지대 순찰 지역을 딱 절반으로 나누었다.
당직 근무자들이 행정반을 전부 비워서는 안 되었기 때문에 각 포대의 당
직사관과 당직 분대장들이 서로 엇갈리게 한 조가 되어서 순찰을 하게 되
었다. 간단히 본부 포대 당직 사관인 최 중사와 알파 포대의 당직 분대장
인 내가 한 팀이 되어서 야간에 2지대 순찰을 돌게 된다는 것이었다.
우연이 깃든 정보와 짬밥의 위력으로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이 기회를 만들
수가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이러다가 정말 말년에 영창을 가는 것은 아닌
가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렇지만 영창보다는 궁금증의 유혹이 컸다.
당직 근무를 밥 먹듯이 했던 나는 오랜만의 당직에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
다. 오로지 머릿속에는 최 중사만이 존재했다. 정말 한 병장의 말대로 그녀
가 섹녀일지는, 몇 시간 후면 알 수 있을 것이었다.
일석점호가 끝났고, 부대는 공식적으로 야간 일과에 돌입했다. 대다수의 병
사들은 취침에 돌입했고, 일부 인원들은 야간 경계근무를 시작했다. 계획이
있던 나는 그 날 당직 사관에게 2지대 순찰을 먼저 권했다.
밤 11시와 다음 날 오전 2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는데, 당연하지만 오전
2시를 좋아할 사람은 없었다. 어차피 순찰을 할 것이면, 먼저 하는 것이 훨
씬 유리했다. 잠이 쏟아지는 오전 2시에 움직이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어
디에도 없었다.
나의 권유를 들었던 당직 사관은 곧바로 본부 포대로 연락을 취했다. 본부
포대의 당직 사관이었던 최 중사와 잠시 통화를 하더니, 본인이 밤 11시에
2지대 순찰을 하는 것으로 결정 났다고 알려왔다.
이것이 말년 병장의 짬밥이었다. 말 몇 마디로 최 중사의 2지대 순찰을
오전 2시로 확정했다. 우리 당직 사관이 선수를 쳤기 때문에 최 중사가 거
절하지는 못했을 것이 분명했다. 나 역시 최 중사만 아니었다면, 밤 11시에
2지대를 원했겠지만... 최 중사가 목적이었던 나는 오전 2시가 더 적합한
시간대라고 생각했다.
밤 11시가 되었고, 본부 포대의 당직 분대장이 우리 포대를 찾았다. 그리고
우리 포대의 당직 사관과 함께 2지대 순찰을 위해 밖으로 나갔다. 행정반
에서 나는 당직사관이 돌아올 시간을 예측해 봤다. 최소 40분은 걸릴 것이
었다. 아니, 10분쯤 더 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주간보다 야간
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었다.
당직 사관은 정확히 55분 만에 돌아왔다. 자정 문턱에서 돌아온 그는 이게
무슨 짓이냐면서 투덜거렸다. 말이 2지대 순찰이지, 실상 야간 산행이었다.
그 어두운 곳을 손전등 하나로 순찰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 대대장 돌아이 아니냐? 검열 오는 놈들이 2지대를 어떻게 침투한다고...
- 그러지 말입니다.
투덜거리는 당직 사관의 불만에 장단을 맞추었다. 그러나 내 머릿속에서는
오직 최 중사뿐이었고, 내게 주어진 시간이 약 1시간임을 알 수 있었다.
지루한 당직의 시간은 흘렀고, 당직 사관은 연신 하품을 하며 쏟아지는 잠
과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고 있었다.
오전 2시가 되기 5분 전, 나는 당직 사관에게 경례를 하고 본부 포대로
향했다. 당시는 11월 중순이었고, 야간이라 매우 쌀쌀했다. 몸이 부르르
떨렸는데, 이게 날씨 때문에 떨리는 것인지, 최 중사와의 순찰이 기대가
돼서 떨리는지 알 길이 없었다.
- 충성!
본부 포대 행정반에 도착한 나는 피곤해 보이는 최 중사에게 경례를 했다.
최 중사는 옅은 미소로 내 인사를 받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후레쉬 챙겨야지 말입니다.
최 중사는 맨몸으로 2지대 순찰을 나서려고 했다. 빛 하나 없는 야간 산행
을 해야 할 판에 손전등조차 챙길 생각을 못하는 최 중사였다. 본부 포대
당직 분대장이 최 중사에게 손전등을 건넸고, 그녀와 나는 2지대 초입으로
향했다.
- 말년도 당직을 서는 건가?
- 후임이 아프지 말입니다. 그래서 고참 흉내 좀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내 거짓말을 최 중사가 알 수는 없었다. 어느
덧 2지대 초입 구간에 도착했고,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산행이었다. 정말 어
두웠다. 밤하늘의 달빛과 별빛은 산속 내부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군 생활을 하면서 2지대를 수없이 오르락내리락 했지만, 사실 야간에 순찰
을 하는 것은 나조차도 처음이었다. 매우 익숙한 곳이라고 생각했지만, 야
간의 2지대는 굉장히 을씨년스러웠고, 솔직히 무서웠다. 혼자였다면, 절대
순찰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간부인 최 중사가 앞장을 섰고, 나는 손전등으로 앞을 비추면서 뒤따랐다.
야간이었기 때문에 주간처럼 속도 있게 2지대를 돌파해 나갈 수는 없었다.
생각보다 느린 속도였는데, 난 그저 최 중사 뒤에서 씰룩 거리는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만 보고 뒤따를 뿐이었다.
5분 정도 지났을까? 앞서 가는 최 중사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멀었는데, 5분 만에 최 중사는 지친 것 같았다. 속
으로 아무리 여자라지만, 지나친 배려를 받았다지만, 이 정도로 지쳐버린
그녀가 군인인가 싶을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야간의 2지대는 시야 확보도 힘들었다. 그래서 더더욱 최 중사의 체력을
갉아 먹었을 것이었다. 내가 앞장을 섰고, 최 중사의 체력을 안배하면서
천천히 2지대를 돌파해 나갔다.
군대는 가라(거짓)가 전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평소에 원칙대로 무언가
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2지대 순찰의 경우도 평소대로라면,
하는 척만 하거나 병사들만 보낼 수 있었겠지만, 간부들이 직접 순찰을 돌
수 밖 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순찰 일지에 순찰 임무를 수행하는 간부의 서명이 반드시 적시되어야 했다.
보통 계원들의 경우 대대장, 포대장의 지휘관과 결정권이 있는 행정보급관
의 서명을 정확히 필사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간부들의 서명은 본 적이 없었다. 그들은 문서에 책임을 지는 서명을 하는
군인들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최 중사 역시 죽을힘을 다해서 야간에 2지대를 돌파하고
있었다. 대대장의 지시사항에 따르면, 2지대의 몇 개 초소에 순찰일지가
비치되어 있었고, 도착 시간과 함께 반드시 간부가 서명을 해야 했다.
- 하아.. .하아....
- 괜찮으십니까?
나 역시 야간이라 스피드 있게 움직이지 못했는데, 최 중사는 점점 숨이
거칠어져 갔다.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되었다. 사실 순찰의 목적을 생각하
면 시간이 조금 지체된다고 하더라도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앞선
팀이 1시간이 안 된 시간에 2지대를 돌파를 했기 때문에 너무 시간 차이
가 날 경우, 그건 그것대로 조금 어색한 일이었다.
- 조금만 가면 마지막 초소지 말입니다.
두 팔을 다리에 대고 상체를 숙인 채, 숨을 고르던 최 중사가 힘겹게 고개
를 끄덕거렸다. 사실 내 계획은 이것이 아니었는데, 2지대를 돌파하는 내내
최 중사가 지쳐 있었고, 나 역시 마음 속 갈등으로 쉽게 계획대로 행동을
하지 못했다.
한 번 준다고 하면 진짜 주는 것일까? 영창을 가는 것은 아닐까?
최 중사와의 이 기회를 만들 때는, 나름 설렘과 자신감이 있었는데, 막상
실행을 하려고 하니, 입이 쉽게 열리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순찰일지가 있는 마지막 초소에 도착했다.
마지막 초소에서 5분 정도만 가면, 우리가 담당하는 2지대의 출구였고,
포대로 복귀까지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 하아... 하아...
최 중사가 마지막 초소에서 거친 숨을 내쉬면서 순찰일지에 서명했다.
이제 최 중사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머지않았다. 이미 앞선 팀보다는
시간이 지체 되었고,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고 싶은 내가 최 중사에게 말을
했다.
- 조금 쉬었다 가지 말입니다.
거의 쉬지 않고 야간에 2지대를 돌파했다. 마지막 초소에서 숨을 돌리고
가자는 내 말에 최 중사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초소의 벽에 몸을 기댔다.
사실 초소라고 하지만, 판자를 어설프게 엉겨 만든 것이라 비나 조금 피할
수 있을 만큼 허술한 곳이었다.
- 얼마나... 남았니?
최 중사가 숨을 고르면서 내게 질문을 한다. 사실 이 질문은 들었을 때는,
굉장히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무리 야간이라지만, 2지대를 전혀 알지 못하
는 사람의 질문이 아니던가.
- 5분 정도만 내려가면... 포대 막사가 보일 겁니다.
- 사실... 내가 2지대를 온 것은 몇 번 안 돼.
군인으로서 참 부끄러운 말이었다. 그러나 최 중사는 군 생활을 하면서 육
체적으로 힘든 것은 거의 열외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본인의 말에도 전혀
부끄러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 또한 그녀가 2지대 경험이 적다는 고백에
그녀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시간이 점점 흘렀고, 최 중사는 호흡이 점차 안정이 되었다. 이제
그녀가 출발을 하자고 하면, 이 소중한 기회는 날아가 버리고, 나는 궁금증
과 의구심만 남은 채로 전역을 해야 했다.
- 이만... 가지...
이때까지 나는 마음속 갈등이 심했다. 진짜 한 병장 말대로 했다가 최 중
사가 받아주지 않으면 그대로 영창행 직행열차를 타야 할 판이었다. 어쩌
지 못하는 마음속 갈등만 이어졌고, 결국에는 최 중사의 휴식을 중단
하고 포대로 복귀하는 결정이 내려졌다. 이 초소를 벗어나는 순간, 더
이상의 기회는 절대 없었다. 마음이 급했다.
- 저... 담당관님.
초소를 나서려던 최 중사가 걸음을 멈추고 나를 바라봤다.
- 왜?
- 저... 저...
에라 모르겠다. 그냥 질러버렸다.
- 한 번... 하지 말입니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초소를 나가려던 최 중사도, 막상 말을 내뱉은
나조차도 시간을 잊은 듯 움직이지 못했다. 무거운 침묵의 시간이 얼마
동안 이어졌고, 정신을 차린 최 중사는 나를 향해 소리쳤다.
- 너 뭐야!
최 중사의 얼굴은 꽤나 화난 모습이었다. 그 순간 별의별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영창이다. 씨발 한 병장, 나를 속였나? 아니, 속은 내가 병신인가?
내가 예상한 최 중사의 반응은 이게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무릎을 꿇고
싹싹 빌어야나 싶었다.
- 저... 저...담당관님...
- 너 뭐라고 했어?
- .... 하지... 말입니다....
진짜 무릎을 꿇으려고 했다. 일은 틀어진 것 같았고, 최 중사에게 용서
를 받아서 무탈하게 전역을 해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 마음속으로 방
금전의 행동을 후회하며 그렇게 몸을 낮추려고 했는데, 최 중사의 입에
서 뜻밖의 말이 흘러나왔다.
- 너 어디서 들었어?
최 중사의 말에 나는 급하게 머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최 중사는 분명
내게 어디서 들었냐며 묻고 있었다. 그렇다면 한 병장의 말이 사실이었
다는 것과 같았다. 생문이 보였다. 지옥에서 살아나갈 수 있다는 생각
이 들었다.
- 전역한 한 병장에게 들었습니다.
오히려 당당하게 최 중사에게 말을 했다. 내 입에서 한 병장의 이름이
흘러나왔을 때, 최 중사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쉴 틈이 없이 몰
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최 중사, 아니 한 여자의 눈빛이 흔들린 것이다.
- 담당관님을 평소에 마음에 두고 있었습니다.
거짓말이다. 물론, 그녀를 두고 군 생활 내내 음담패설을 한 것은 사실
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 부대 안에 여자라는 동물이 그녀뿐이었기
때문이었다.
- 담당관님... 정말로 아름답고... 매력적입니다.
뻔한 거짓말이라고 하더라도 여자는 칭찬에 약하다. 특히 예쁘다라는 말
을 싫어하는 여자는 본 적이 없었다. 쉴 틈을 주지 않는 나의 돌 직구에
최 중사의 표정에서는 화가 사라졌고, 약간은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다.
- 안아보고 싶습니다. 한 번만... 한 번만... 하지 말입니다.
최대한 진심인 것처럼 행동했다. 최 중사는 어쩌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초소
안에 서 있었는데, 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일이 잘 풀렸음을 직감했다. 내
가 싫었다면, 그녀는 갈등을 할 이유가 없었다. 바로 초소를 벗어났으면 될
것이었다.
- 저...너...그... 그게... 무슨...
최 중사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았다. 2지대를 돌파하면서 앞선 팀보다 더 많은 시간을 지체했다. 그래서
최 중사의 공식적인 결정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바로 최 중사에게 달려들었다.
들고 있던 손전등은 초소 바닥에 내팽겨졌고, 어둠속에 가려져버린 최 중사
의 얼굴을 찾아 그녀를 껴안은 채, 거칠게 입을 맞추었다.
- 우..우우...아...자... 잠시만...
최 중사가 귀여운 반항을 했지만, 나의 행동은 거침이 없었다. 그녀의 입술
을 미친 듯이 빨았고, 두 손으로는 군 생활 내내 지켜봤던 풍만한 엉덩이
를 과격할 정도로 주무르기 시작했다.
- 너... 존나 먹고 싶었어...
이미 욕정이 폭발한 나는 최 중사의 입술에서 입을 떼고, 그녀의 귓가에
욕망을 내뱉었다. 반쯤 정신이 나가버린 행동이었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었다. 다시 한 번 최 중사의 입술을 찾았다. 입을 벌리고 혀를 집어 넣
었는데, 놀랍게도 그녀가 굉장히 뜨겁게 받아주었다.
최 중사와 나는 서로의 혀를 뽑을 기세로 빨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각
자의 손으로는 서로의 몸을 탐하기 시작했다. 나는 최 중사의 가슴을 주물
렀고, 그녀는 곧바로 발기로 인해서 터질 것 같은 바지 앞섬을 움켜잡았다.
- 쪼오옥.... 쫍....
- 아앙... 아....
최 중사의 가슴은 컸다. 그렇지만 그녀의 가슴을 느끼기에는 전투복, 특히
야상이 굉장히 큰 벽으로 작용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없어서 그저 거칠게
주무를 수 밖 에 없었다.
최 중사의 혀는 매우 뜨거운 속살이었다. 생각보다 깊은 키스가 이어졌고,
그녀의 혀는 내 입안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다. 딱히 얼굴이 예쁜 편은
아니었지만, 화끈한 키스를 하면서는 그녀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다.
손전등이 초소 바닥에 내팽겨진 상태라 우리는 어느 정도의 어둠 속에서
서로의 몸을 탐하고 있었다. 시간만 주어지면 이 뜨거운 키스를 계속해서
이어가고 싶었지만, 정말로 시간이 없었다.
- 하앙...하앙..
- 빨리 벗어...
입을 뗀 후, 나는 최 중사에게 명령을 했다. 그녀는 거친 숨을 내쉬면서
전투복 바지를 벗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 역시 바지를 벗는다. 최 중사와
나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바지를 무릎 아래로 내렸다.
쌀쌀한 공기가 하체를 강타했지만, 우리의 행동을 멈출 수는 없었다.
주변의 차가운 공기를 데울 만큼 최 중사와 나의 몸은 뜨거운 열을 내뿜고
있었다.
- 빨아!
내 자지는 이미 커질 만큼 커진 상황이었다. 최 중사에게 명령하듯이 빨라
고 했는데, 그녀는 평소에도 나에게 길들여진 여자처럼 곧바로 무릎을 구부
리고 내 자지를 입에 물었다.
- 하아...하아...
체력이 형편없다지만, 그건 군인이라는 신분에서나 그렇지, 확실히 최 중사
역시 일반인 여자와 비교할 수는 없었다. 그녀의 입심은 자지가 뿌리 채
뽑힐 것 같을 정도로 강했고, 무엇보다 스피드가 있었다.
- 하아... 미칠 것 같다...
부대 내라는 환경, 상대가 범접할 수 없는 간부라는 것, 이런 조건들이 내
마음을 더욱 더 자극시키고 있었고, 이와 더불어 최 중사는 정말 립서비스
가 수준급이었다.
전투모는 이미 벗겨진 상황이었고, 나는 최 중사의 얼굴을 잡고 그대로 그
녀의 입에 박기 시작했다. 참기가 힘들어서 즉흥적으로 한 행동이었지만,
꾸억꾸억 거리면서도 최 중사는 그것을 모두 받아 주었다.
- 씨발... 존나... 잘하네...
최 중사에게 이런 매력이 있을지 몰랐다. 절로 욕이 나왔다. 나는 한동안
그녀의 입에 무식할 정도로 내 자지를 박아댔다. 뜨거운 욕망을 최 중사의
입에 쏟고 싶었지만, 아직 맛보지 못한 곳이 있었다.
- 이... 일어나 봐.
이 순간, 최 중사는 나의 노예나 다를 바 없었다. 내 명령을 지체없이 이행
하는 그녀의 표정은 어둠속에서도 느낄 정도로 상기되어 있었다. 내 앞에서
헐떡이는 최 중사의 다리 사이로 거칠게 오른 손을 집어넣었다.
엉덩이가 풍만했던 만큼 최 중사의 둔덕 역시 만지는 맛이 있었다. 손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털은 풍성했고, 힘껏 움켜쥐자, 그녀의 입에서 탄성이 터
져 나왔다.
- 아아...앙...
- 좋지... 좋아 죽겠지?
최 중사에게 거침없이 말하는 나, 이건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그저 본능
에 따라 질렀을 뿐인데, 이 모든 것을 그녀가 받아주었다. 한 병장에게는
듣지 못한 최 중사의 색다른 모습이었다.
최 중사의 둔덕은 이미 애액으로 범벅이었다. 손가락 두 개를 그녀의 보지
안으로 집어넣고 적극적으로 유린하기 시작했다. 최 중사의 입에서는 이제
대놓고 신음이 터지고 있었다.
- 아아아... 좋아... 아아앙... 더... 더...
한 병장의 말대로 최 중사는 확실히 색녀였다. 아니, 섹녀였다.
손가락으로 최 중사의 보짓속을 헤집고 다녔는데, 내 손가락 움직임에
따라그녀는 몸을 빌빌 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꽤나 자극적이었지만, 어둠이
짙어서 자세히 볼 수는 없었다.
- 아아아앙... 아앙...
최 중사의 소리는 점점 커졌다. 그렇지만 걱정할 것이 없었다. 그녀의 목소
리가 커진다 한 들, 이곳 2지대에서는 우리 둘 뿐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최
중사를 손가락으로 유린했지만, 시간의 압박에 마지막 작업에 들어갔다.
- 빨리... 뒤로 돌아서 벌려 봐..
최 중사는 초소 벽을 두 손으로 붙잡고 내게 엉덩이를 내밀었다.
나는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를 두 손으로 잡고, 곧바로 삽입에 들어갔다. 물
이 가득했기 때문에 자지가 쉽게 그녀의 보지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 아아아앙...
완전한 삽입이 되었고, 미끌 거리는 그녀의 보지는 내 자지를 감싸 안았다.
최 중사의 엉덩이를 붙잡고 허리를 움직이면서 박기 시작하는데, 무릎 아래
에 걸린 전투복 바지가 굉장히 불편했다.
우습지만, 최 중사 보지의 맛을 보면서 한 병장의 말이 떠올랐다.
씨발, 좆같은 전투복.
- 아아앙아... 더더....
최 중사의 보지는 나름 맛이 있었다. 보지 안에도 속살이 찼는지, 자지
를 감싸는 느낌이 괜찮았고, 무엇보다 나의 허리움직임에 보조를 맞춰
주는 그녀의 스킬도 괜찮은 편이었다.
- 존나 맛있네... 보지야... 너 몇 명한테 대준거야?
최 중사의 보지를 뚫을 기세로 박으면서 그녀에게 묻는다. 한 병장의 말
에 따르면 본부 포대에서 구전처럼 내려왔던 은밀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최 중사를 거쳐 간 예비군들이 꽤나 많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내심 그동안
궁금하던 차였다.
- 모... 모몰...몰라...아앙...
- 씨발... 내가 이렇게 박아주는데... 말 안해?
- 모... 모랄... 정말... 아앙....
- 존나 걸레 같은 년이.... 얼마나 따먹혔으면... 기억을 못해...
내 욕설을 전부 받아주는 최 중사의 반응이 나를 더욱 더 미치게 했다.
그래서 정말 온힘을 다해서 최 중사의 몸에 자지를 밀어 넣었다 뺐다를
반복했다.
- 나... 나올...것 같다...
- 아... 안에...아앙... 안... 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극에 제정신이 아니더라도 최 중사의 안에 정액
을 내뿜을 수는 없었다.
- 이... 입으로...받아....아아.
사정이 임박했을 때, 최 중사의 보지에서 자지를 꺼냈다. 그리고 최 중사의
입안에 가득하게 쏟으려고 했지만,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다. 몸을 돌려 내
정액을 받아먹으려던 그녀는 내 사정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 아아....
내 자지에서 나온 뜨거운 정액은 초소 어딘가로 쏟아졌다. 한참을 토해내
며 꿀럭거리던 자지는 뒤늦게 찾아온 최 중사의 혀로 뜨거운 흔적을 지워
내기 시작했다.
- 제법 맛있었어.
뜨거운 입김으로 내 자지를 마지막으로 간질거렸던 최 중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녀와 나는 전투복 바지를 입기 시작했고, 어느 정도
매무새를 다진 후에는 초소 바닥에 떨어진 손전등을 집었다.
- 늦었네...
시간의 압박 때문에 급하게 섹스를 했지만, 이미 시간은 꽤 흐른 상황이
었다. 우리는 급하게 초소 밖으로 나간 후, 2지대의 출구 쪽으로 뛰다시
피 내려갔다.
- 이 시간 이후로 모두 잊는 거야.
내 뒤를 따르면서 최 중사가 단호하게 말을 했다.
- 전역 전에 한 번 더 먹고 싶은데?
- 안 돼.
- 너... 보지 생각날 것 같은데?
- 이게 정말!
최 중사의 반응이 재밌어서 농담을 할 뿐이었다. 그렇지만 최 중사는 생각
이상으로 단호하게 관계를 정리하려고 했다. 물론, 나는 전역을 하면 이 곳
부대를 다시는 찾지 않을 생각이었다.
- 농담이야... 암튼, 방금 전은 참 좋았다. 좀 아쉽긴 하지만...
최 중사의 진 모습을 진즉에 알았다면, 군 생활이 조금은 즐거웠을 것인데,
군 생활 내내 그녀의 엉덩이만 놓고, 섹드립만 하던 날이 떠오르니, 아쉬움
이 남을 뿐이었다.
- 아악...왜 이래? 누가 보면 어쩌려고?
2지대 출구에 도착했고, 이제 포대 막사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오른손으로
최 중사의 엉덩이를 강하게 움켜쥐었고, 그녀는 깜짝 놀라 나에게서 성큼
도망갔다.
- 그냥... 마지막이잖아... 기념 같은 거지...
- 치이...
토라진 모습은 엄연한 여자였다. 최 중사는 나를 살짝 흘겨 본 후, 본부
포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내가 소속 한
알파 포대로 걸어갔다.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이고 포대에 복귀했을 때, 이미 시간은 오전 4시에
가까웠고, 약 2시간 정도가 흐른 상황이었다. 최 중사와 나는 너무나 시
간이 지체가 되어서 핑계거리를 하나 만들었지만, 그것을 쓸 기회는 없
었다. 당직 사관은 내가 복귀한 줄도 모르고, 그저 잠에 취해 있었다.
누구에게도 말하더라도 믿지 못할 최 중사와의 추억을 뒤로 하고, 나는
며칠 뒤에 말년 휴가를 떠났다. 그리고 그 시점부터는 더 이상의 군인
의 마음가짐이 없었다. 사회에 복귀할 평범한 청년이었다.
말년 휴가 복귀 후, 부대에서는 딱 이틀 밤을 지냈다.
그 사이에 최 중사를 마주친 적은 있지만, 그녀는 평소처럼 반갑게 경례를
받을 뿐, 잊지 못할 추억을 공유한 나를 특별하게 대우하지 않았다.
전역을 축하한다는 형식적인 인사라도 했다면... 아쉬운 마음이 남았지만,
어찌됐든, 지겨웠고 답답했던 나의 군 생활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리고 사회에 복귀 했을 때, 잠시였지만, 한 병장에게 했던 어리석은 질문
이 떠올랐다.
# 그 뒤로는 안 했어? 최 중사를 밖에서 만나도 되잖아?
그 시절 군 생활에서 특별했던 최 중사, 최수연.
사회에는 그보다 예쁘고 아름다운 여자들이 천지였다.
최 중사는 전혀 특별한 여자가 아니었다.
굳이 특별한 것을 하나 꼽자면,
몇 명인지 알 수 없는 병장들이 최 중사에게 했던 그 말,
한 번, 하지 말입니다?
인생에서 다시없을 그 말,
그 시절의 젊음이 아닐까?
... end.
... and.
EP.
- 정말입니까? 사실입니까?
역시나 녀석은 내 말을 믿지 않았다. 이대로 전역하는 것은 매우 찝찝했다.
본부 포대에서 구전으로 내려왔던 최 중사와 관련 된 은밀한 이야기는 본
부 포대의 한 병장이 알파 포대의 나에게만 전하며, 그 맥이 끊겼다.
뭐, 굳이 누구에게 전하지 않아도 최 중사가 알아서 우물을 팔 수 도 있을
테지만, 구전으로 수혜(?)를 받은 나는 은밀한 이야기를 전승해야 한다는
일종의 책임감이랄까? 더불어 최 중사에게 선물 하나를 주고 싶었다. 물론,
선물이 전달이 될지, 안 될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 새끼야.. 속고만 살았냐? 정말이라니까.
- 믿기 어렵지 말입니다.
전역 전 날, 아직 이등병이었던 나의 교육계 부사수였던, 오 이병에게
최 중사에 대한 은밀한 이야기를 전했다. 당연히 녀석은 과거에 한 병장
에게 들었던 나처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 믿기 어렵겠지만... 정말이다.
- 그래도...
내가 최 중사의 은밀한 이야기를 전할 대상으로 오 이병을 선택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남겨야겠다고 결정을 하
고 대상을 물색하기에는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다.
둘째는, 오 이병의 경우 내 부사수이기도 했지만, 굉장한 미남이었다.
기회가 닿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최 중사와 엮인다면, 그녀에게 괜찮은
선물 하나를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오 이병의 군 생활을 위해서였다. 군 생활이란 결국 지겹고
고통만 있을 뿐이었다. 전역이 부럽다는 녀석에게 최 중사에 대한 흥미
로운 사실을 알리면, 힘든 군 생활에 작은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 최 중사가 너 전역할 때까지 이곳에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 이병에게 말년 병장이 되었을 때, 최 중사가 여전히 이 부대에서 근무
를 하면, 반드시 좋은 기회를 잡으라고 조언해줬다. 나는 반은 진심이었는
데, 오 이병은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았다.
- 안 속습니다. 그리고 최 중사 제 취향도 아닙니다.
- 자식...
오 이병은 아직 완전한 군인이 아니었다.
누군 최 중사가 취향이어서 군 생활 내내 훔쳐봤을까? 그저 고추가 달리지
않는 사람이 그녀 혼자라 그런 것이지. 더불어 진정한 군인은 취향을 따지
지 않는다. 그저 치마를 입을 수 있는 사람이면 됐다.
- 내 말 기억해라.
믿음은 강요할 수 없었다. 나 역시 한 병장의 말을 끝까지, 완전하게 믿고
행동한 것은 아니었다. 오 이병에게 할 말을 마친 나는 다음 날, 위병소를
통과하면서 질기고 질겼던 군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전역을 하고 사회인으로 복귀할 수 있었지만, 군 생활의 인연과는 여전히
이어져 있었다. 오 이병은 일병이 꺾일 때까지 업무를 하다가 모르는 경우
가 생기면 나에게 전화를 했고, 나에게 견장을 물려받은 임 상병은 전역을
할 때까지 주기적으로 연락이 왔었다.
내가 전역을 하고 약 1년이 조금 안 되었을 때, 당시에 상병이었던 나의
부사수에게서 오랜만에 연락이 왔었다. 이제는 오 이병이 아니라, 오 상병
이었다.
- 형.
- 오랜만이다. 잘 지내냐?
안부 인사가 끝나기도 전에 오 상병은 내게 들뜬 목소리로 말을 했다.
- 형 말이 사실이었어. 나 최 중사 따 먹었어.
사실 잊고 지냈다. 전역 전 날, 당시 오 이병에게 최 중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왔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오 이병이 병장이 될 때까지 최 중사
가 부대에 남는다는 보장도 없었고, 병장이 되더라도 그런 기회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
- 나... 진짜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오 상병의 말에서는 활기가 느껴졌다. 나는 최 중사의 얼굴도 이제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오 상병은 최 중사로 인해서 군 생활에 활력을 얻고
있었다. 내 말을 믿지도 않았고, 최 중사는 취향이 아니라던 녀석이...
오 상병은 진정한 군인이 되어 있었다.
- 그건 그렇고 대단하다... 아직 병장 아니지 않나?
- 헤헤... 3개월만 있으면 나도 병장이야...
과거 한 병장도 그렇고, 나도 마찬가지였고, 최 중사와 관계를 맺기 위해서
는 말년 병장의 조건이 필요했다. 그런데 오 상병은 아직도 병장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역시 잘생기고 봐야 하나.
- 적당히 즐겨라... 세상에 여자는 많다.
- 나도 다 알지... 하하... 최 중사 진짜... 잘하던데...
오 상병은 들떠 있었다.
말년 병장들과 일회성으로 즐겼던 최 중사가 오 상병을 선택한 것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최 중사는 즐기면서도 나름의 규칙이
존재했다. 그런데 오 상병과는 그 규칙이 맞지 않았다.
약간 우려가 되었지만, 더 이상 내가 관여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나는
더 이상 군인도 아니었고, 현재의 당사자도 아니었으며,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예언가도 아니었다.
오 상병은 3개월 뒤 병장이 되었다면서 다시 한 번 연락을 해왔다.
이제 군 생활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녀석에게 아직 멀었다면서 농담
을 했고, 그 연락을 끝으로 오 상병, 아니 오 병장은 내 기억에서 지워
졌다. 더 이상의 연락이 없었다.
수 개 월이 지났고, 이미 전역을 했던, 임 상병,
내게서 분대장 직위를 받았던 그 녀석에게서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 형 그거 알아?
임 상병, 아니, 임 병장은 내게 오 병장의 소식을 알려왔다.
- 나도 건너건너 들었는데... 엉덩이 컸던 인사 담당관 기억나지?
임 병장이 전한 소식은 정말로 뜻밖이었다.
최 중사가 오 병장과 결혼한 것이었다. 아니, 오 병장이 최 중사와 결혼을
해서 뜻밖이라고 해야 할까?
- 오 XX이 전역하기도 전에 최 중사가 임신했다고 하더라...
최 중사는 오 병장의 아이를 가지면서 군복을 벗었다.
그리고 오 병장은 최 중사와의 결혼이 결정되면서, 군 생활하면서 알았던
모든 인맥과 연락을 끊었다.
그 후로 최 중사와 오 병장의 소식을 전한 사람은 없었다.
물론, 세월이 흘렀고, 그들을 굳이 기억하는 사람도 없었다. 과거는 과거에
밀려나듯이, 그들의 기억도 시간이 갈수록 흐려질 뿐이었다.
한 번, 하지 말입니다?
정말 많은 시간이 흐른 이 시점에서 그 말을 생각해 보면,
그건 병장들의 말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 시절 병장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한 참가자일 뿐,
어쩌면, 한 명의 오디션 참가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있던,
심사위원이었던 최 중사의 속마음이지 않았을까.
[출처] 한 번, 하지 말입니다? 2. 완 (야설 | 은꼴사 | 놀이터 | 썰 게시판 - 핫썰닷컴)
https://hotssul.com/bbs/board.php?bo_table=ssul19&page=1694&sod=asc&sop=and&sst=wr_good&wr_id=259935
[이벤트]이용후기 게시판 오픈! 1줄만 남겨도 1,000포인트 증정!!
[재오픈 공지]출석체크 게시판 1년만에 재오픈!! 지금 출석세요!
[EVENT]07월 한정 자유게시판 글쓰기 포인트 3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