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누나....10
한참이 지나서야 누나의 울음소리가 잦아들었다.
어쩌면 이불 속의 누나보다, 발가벗고 무릎을 꿇은 채 꺼흑거리며 고백을 쏟아낸 내가 더 많이 울어서였을지도 모른다.
방 안을 채우던 울음소리가 완전히 걷히고, 무거운 침묵 속에서 마침내 누나가 이불을 조금 걷어내며 물었다.
눈물이 번져 얼룩진 눈빛이었지만, 목소리만큼은 신기하게도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그래…… 이제 어쩔 셈이니? 내 정체를 현식이한테 알릴 거니?”
“아…… 아뇨! 제가 그걸 왜 알려요? 죽어도 말 안 해요.”
내 다급한 대답에 누나는 나를 빤히 응시하더니, 뼈가 있는 질문을 낮게 던졌다.
“그럼…… 이 일로 앞으로 나를 협박이라도 할 거니?”
협박이라는 단어가 누나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다른 남자들이 이런 약점을 잡고 아가씨들에게 어떤 짓을 하는지 잘 알고 있다는 듯한 말투였다.
나는 억울함과 속상함이 뒤섞여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누나,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요? 전 절대로 그런 짓 안 해요.”
내 단호하고 순수한 태도에 더 이상 누나도 묻고 싶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더는 할 말이 없는 것인지 묵묵부답이었다.
고요해진 방 안에서 나는 바닥을 보며 나직하게 읊조렸다.
“누나…… 정말 죄송해요, 속여서…….”
“동민이라고 했지…….”
“네…….”
누나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이 퀴퀴한 방에서 가장 묻기 두려웠을 질문을 아주 조심스럽게 꺼냈다.
“동민이 넌…… 지금 내가 더럽지?”그 질문을 듣는 순간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나는 무릎을 꿇은 채 누나를 향해 고개를 번쩍 들고 외쳤다.
“아…… 아뇨! 누나가 왜 더러워요? 내게는 아직도 천사인데…….”
‘천사’라는 내 철없는, 하지만 가슴 시리도록 진심 어린 말 한마디에 누나는 망치로 얻어맞은 듯 말문이 턱 막힌 모양이었다.
한참 동안 나를 멍하니 바라보던 누나는, 이윽고 벽 저편으로 시선을 돌리며 나직하게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누구에게도 꺼내지 못했을, 혼자서 짊어지고 있던 삶의 무게였다.
“믿을지 모르지만…… 나 사실 이 일 한 지 얼마 안 되었어.”
“왜 시작하셨는데요?”누나는 마른입술을 축이며 씁쓸하게 고백했다.
“그…… 그게, 학교에서 사귄 선배 보증을 잘못 서주는 바람에……. 이거 우리 집에서 알면 정말 큰일 나…….”
“예, 비밀 꼭 지킬게요. 현식이한테도, 아줌마 아저씨한테도 절대 말 안 해요.”
내 든든한 다짐을 들은 누나가 이불을 꼭 쥔 채, 혼잣말처럼 조용히 덧붙였다.
“너한테만 말하는 건데…… 나 빚 이제 거의 다 갚았어.”
그 힘겨운 터널을 혼자 통과해 왔을 누나의 고단함이 느껴져, 나는 나도 모르게 바보 같은 대답을 뱉었다.
“네…… 축하드려요.”
내 대답에 누나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실소 섞인 웃음을 풉 터뜨렸다.
“축하? 풉…… 이게 축하받을 일인가……. 모르겠다.”
누나의 씁쓸한 웃음소리가 인계동 모텔 방의 탁한 공기 속으로 허무하게 흩어졌다.
비록 몸을 팔아 만든 비참한 돈이었지만,
이제 그 지옥 같은 빚에서 해방을 앞두고 있다는 누나의 고백 속에는 깊은 안도감과 서글픔이 기묘하게 뒤섞여 있었다.
| 이 썰의 시리즈 (총 15건) | ||
|---|---|---|
| 번호 | 날짜 | 제목 |
| 1 | 2026.05.17 | 내 친구 누나....15 마지막회 (43) |
| 2 | 2026.05.17 | 내 친구 누나....14 (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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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 2026.05.17 | 내 친구 누나....12 (39) |
| 5 | 2026.05.17 | 내 친구 누나....11 (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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