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초딩이랑 썸탄 썰

내가 20살때 일이다
그당시에 편의점에서 야간알바 하고있었음
야간에 손님도 없지 새벽 2~3시쯤에 물건 들어오면 진열하고 이러면 할 일 끝나서 폰으로 영화 받아온거 보고 만화보고 이런 생활 보내면서 따분하게 보내기만 했었음
언제한번 영화 “더 게임” 이란걸 봤는데
영화초반에 신하균이랑 변희봉이 게임을 하는데
한명씩 돌아가면서 숫자 하나를 말하고 총 8개 번호를 번갈아서 다 부르면 그 번호로 전화를 걸어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맞추는 게임을 하더라고
이 영화를 보고나니깐 나도 그냥 심심해서 아무 번호나 눌러서 몇명한테 문자를 보내봤음
“안녕 오랜만이야, 잘 지내?” 이렇게 딱 보냈음, 누구냐라고 되물으면 실망이다 나 몰라? 라고 장난치려고 그랬었음
몇명이 답장이 오더라고 하나같이 다 “누구??”라고 대답하더라
이렇게 몇명을 갖고 놀면서 마지막에 “사실 그냥 야간에 심심해서 아무번호로 문자했습니다”라고 하니깐 다들 어이없다는 답장하고 치우더라
근데 그 중 한명은 내가 그 사실을 밝혔는데도 계속 나한테 문자를 보내더라고
야간에 나도 심심하거 그래서 이 친구랑 문자 주고받으면서 어디사는지 나이는 몇살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이런거 알게 됐는데
너무 신기하게도 나랑 같은지역에 살고 여자인데다가 초등학교 6학년 짜리 꼬맹이였음
지역이랑 성별까지는 긍정적이게 받아들였는데 나이에서 덜컹 거려버렸음
20살 짜리 남자랑 13살 짜리 초딩이랑 둘이 친척도 아니고 그냥 아는 사람이라도 뭔가 내 마음에 불편한 기분이 들었음
그래서 걔한테 “나 20살인 오빠다 니가 너무 어리구나 내가 장난쳐서 미안하다”하고 보내고 걔가 답장오자마자 문자내역 다 삭제해버림
만약에 나랑같은 성인이라면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있더라고 그래도 아닌건 아닌거니깐 과감하게 끊어버렸지
여튼 며칠이 지나고 여느때랑 같이 편의점 야간알바 하면서 폰 만지작 거리고 있다가 싸이월드 들어갔는데 쪽지가 하나 와 있어라고
뭐지? 하면서 봤는데 “안녕?? 왜 내 문자 답장안해?” 이렇게 왔더라
이거 설마????? 라는 생각들면서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 들더라
아 설마 어떻게 내 싸이월드 주소를 알고... 라는 생각으로 누구냐고 쪽지 보내봣음
답장이 금방 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여초딩 맞았음
첨에는 무섭더라고 죄책감과 쪽팔림이 동시에 들면서 어떡하지라면서 고민 엄청 했었음
그래서 좋게 타이르고 답장 하지말자라는 마음으로 사과의 쪽지 보내고 앞으로 연락 안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음
근데 걔가 “오빠 그냥 계속 저랑 문자해주면 안돼요??” 라고 내 이름을 부르면서 그렇게 말하니깐 위에 썼던 고민들에 조금씩 허물어 지더라
그렇게 나랑 얘랑 하루종일 문자 주고받고 했었어
며칠동안 이 초딩이랑 카톡 주고받는데 생각외로 재밋더라고
내가 말도 가려서하고 뭐 그렇게 조심조심하게 얘기한것도 있고 얘도 나한테 비속어 이런거 하나도 안 하고 클린한 대화인데도 불알친구랑 문자하는거 처럼 존잼이더라
이렇게 몇날며칠 서로 연락 주고받다가 얘가 먼저 나한테 선빵 치더라고
“오빠 우리 진짜 만나봐요!” 이렇게 보내더라고
사실 나도 만나고는 싶었어 얘랑 얘기하면서 그냥 어떤 아이인지 실제로 보고싶더라고 문자 내용으로 소개된 그런 글자로만 상상하는 걔 모습이 아니라 눈으로 직접 본 걔 모습이 무척 궁금했어
그당시는 내가 평일에 학교가고 수업 마치면 바로 편의점 야간알바 가는 개 미친짓 중이였어서 평일에 만나는건 절대로 불가능해서 토요일 오후2시에 어디서 만나자라고 얘기했음
얘가 알겠다라고 답장하는게 글만으로도 얘기 되게 텐션높아진걸 알겠더라고
뭐 여튼 금요일에 야간 출근하고 또 문자 주고받았는데 얘기 잠이 안 온대 ㅋㅋㅋㅋㅋㅋ
어린 초딩이 그런 답장 보내니깐 그 모습이 상상이 돼서 나도모게 빵터지더라 귀엽기도 하고 그냥 무슨 감정도 들기고 하고했지
그래서 나도 답장 보내면서 늦었으니깐 빨리자고 내일 일찍 일어나자 라고 하고 나도 길고 지루한 야간알바 계속 하고 있었지
그렇게 토요일 오전 7시가 돼도 아침교대 알바가 올 시간이 됐는데 이 썅년이 또 늦더라고
7시 반이 되어도 이새끼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소식도 없길래 점장님한테 바로 전화해서 아침교대가 출근 안 한다 라고 전화함
그래서 점장님이 자기가 전화해보겠다 하고 끊으셨음
ㅅㅂ 설마 내가 아침조 까지 해야되나? 라고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이도 점장님 전화오시더니 그새끼가 점장님 전화받고 깬거임
집앞이라 금방 올거다라는 점장님 말이 우습게 이 년이 9시에 젖을 머리로 와서 미안하다라고 하더라
만약 걔가 수건까지 말고 출근했으면 그 수건 그대로 뺐어서 물걸레 싸다귀 날렸을듯
얼른 인수인계하고 퇴근하고 집에갔는데 시간은 어느덧 10시 30분, 몸은 잠와 죽겠고 약속시간도 얼마 안 남은 상태였는데 알람을 오후 1시로 맞추고 조금이라도 눈좀 붙이자 하고 눈 감고 떴는데
시간이 오후 6시를 가르키더라
시계를 보고 한 번 놀라고 부재중 전화랑 문자온 양을 보고 또 한번 더 놀랐다
문자 보니깐 얘가 출발하기 전 부터 도착해서 그리고 나를 기다리면서까지 문자를 줄줄이 보냈더라고
내용보고도 너무 미안했는데 부재중 전화가 더 마음에 걸리더라
평소 문자만 주고받은 사이인데 얼마나 답답했으면 얘가 이렇게 전화까지 했을까 그것도 수십통이나...
너무너무 미안하고 그래서 나도 문자말고 전화로 해줬다
전화를 받더라 “여보세요...”라고 목막힌 소리가 수화기 넘어서 들리더라
서로 목소리는 처음 듣는건데 이런 불편한 상황에 전화를 받으니깐 마냥 좋지도 않고 마음이 내내 불편했음
나도 일단 달래야 하니깐 전화로 오늘 오전에 있었던 일이랑 내가 알람 맞췄는데 못 일어난거랑 설명하니깐 얘가
“그럼.. 흐, 미리... 흐, 말을... 흐, 해줬... 흐, 어야죠...흐으으윽”
이라면서 울면서 얘기하는데 진짜진짜 미안하다고 내일은 꼭 보자고 다시 그 장소에서 만나자고 했음
얘가 좀 진정되더니 내 상황도 이해해주고 알겠다 하면서 전화 끊었음
내일은 늦지말아야 겠다 생각하고 잘 준비 하고 자려고 했는데 오후 6시에 일어났어서 그런지 잠못이루는밤을 보내다가 아침이 밝았다
이번에는 아침부터 내가 문자를 먼저 날림 난 일어나서 준비 다 했다고
얘도 답장이 오면서 자기도 준비 다 했다고 하고 약속장소 가는도중에도 서로서로 문자주고 받았음
내가 먼저 약속장소로 도착했는데 막상 도착하니깐 얘랑 뭘 해야할지 모르겠더라
또래 여자랑 데이트하면 밥먹고 영화보고 카페가고 밤에 술 한잔 하고 집에가고 이런 코스인데 이 초딩이랑은 영화도 15세 이상 영화도 못봐 밤에 술도 못마셔 이런저런 할게 전혀 없는거야
하 그냥 나도 너무 대책없이 보자고 했나? 라고 이런저런 고민하고 있는데 얘가 이제 도착했다고 문자가 오더라고
괜스레 긴장되고 미안한 마음도 있고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전화가 오더라고
나한테 어디있냐고 물어보면서 전화하는데 나랑 별로 안 떨어진 곳에서 전화받고 두리번 거리는 여자애를 발견함
키는 150중반 정도 되어보이는 긴 머리에 피부하얗고 눈이 크고 얼굴이 작은 걔 모습보고 잠깐동안 뻥졌음
여초딩이라 어린티가 너무 났지만 걔 피부랑 어울리는 그 하얀 티셔츠와 밝은 청바지아이를 향해 손을 흔들어서 나 여기있다라고 하니깐 내쪽으로 돌아보고 눈이 마주쳤어
그냥 첫인상은 예쁜 여자초딩이였음, 진짜 어디내놔도 예쁘단 말 들을것 같은 아이였어
이렇게 만났는데 반은 좀 어색하고 그랬는데 내가 밥 먹었어? 라고 하니깐 안먹고 왔다해서 어색해 하면서 우린 스파게티 먹으러 갔음
스파게티 집 가서 나는 토마토스파게티 주문하고 얘는 크림파스타 시켰음
내가 그래도 나이가 7살이나 많은데 리드는 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어제 알바년에 대한 뒷담을 깜
물론 내 얘기를 듣은 이 아이는 13살 짜리 여초딩이니 수준에 맞게 비속어 안 쓰면서 “어우 그 기집애가 어떠냐면” 이라고 하나하나 설명하는데
내 눈 딱 보고 내 말을 듣더라고 서로 눈을보고 대화해서 그런가? 말로는 다 전달 못할 감정들을 걔가 이해하더니 서로 뒷담까면서 깔깔 웃었어
다행이 어제 그 사건을 그 아침조년을 최대 가해자로 만들어 놓는데 성공을 했고 그 와중에 주문한 음식이 나와서 같이 밥 먹음
밥 먹으면서도 두런두런 얘기를 하고 밥 다 먹고 배불러서 둘이 배꺼질겸 포켓볼 치러 가자고 해서 같이갔어
가면서 막 얘기하고 하는데 말도 잘 통했고 재밌었어
당구장에 도착해서 포켓볼 치는게 그냥치면 재미없으니 서로 내기하자고 했어
포켓볼 대충 룰은 아는데 실력은 초보중 초보고 얘는 당구장 자체를 처음 와본아이여서 공평한 대결이라 생각하고 제안한거였어
당구 초보들은 한 게임에 몇시간 치는거 알고있지? 처음에는 3판 2선승제 하려고 했는데 50분동안 게임이 안 끝나니깐 단판으로 끝내자라고 함
나도 삑사리 많이나고 얘도 삑 많이나는 와중에 내가 실수로 친 검은색 공이 그대로 홀 안에 들어가서 내가 패배함
이렇게 지니깐 허탈해 하는데 얘는 방방뛰면서 어린애 특유의 하이텐션으로 좋아하더라
뭐 진건 진거니깐 계산하고 다음에는 카페로 갔어
카페에서 얘는 여초딩이라서 커피 안 들어간 달달한 초코칩프라페 먹으라 하고 나는 아메리카노 시켰음
커피 나오고 얘는 달달한 초코칩 프라페 먹으면서 맛있다 라고 함박웃음 짓더니
내꺼도 맛이 궁금하다길래 내 아메리카노 살짝 먹어보더니 표정 팍 찡그리고 자기 다시가 폭풍흡인 하는데
딸을 가진 아빠의 감정이 이럴까? 하고 흐뭇해 지더라
얘를 하루만 만났는데 정말 저 나이때는 웃는게 많은거 같더라
나는 학교다니면서 학점 신경쓰고 공부하고 알바해가면서 돈 벌다보니 때지난 중2병마냥 우중충한 모습이였는데
얘는 달달한거 먹는다고 웃고 걷는다고 웃고 당구 실수하고 못쳐도 웃고 너무 해피한 친구더라고
커피를 먹다가 얘한테 아까 내가 졌으니 소원있냐고 말해보라 했다.
비싼거 사달라는 소원이면 꿀밤 때릴거라는 말 하니깐 얘가 빵빵 터지면서 이말 하더라
“오빠 우리 오늘 말고도 계속 주말마다 봐요!”
얘가 그 소원 말 한 이후로 우린 주말마다 데이트 했음
패턴은 맨날 같았음, 가끔 12세 영화 나오면 같이보고 카페 가거나 만화책방 가고, 또 포켓볼 치거나 공원에 산책가고 박물관이나 볼 거 많은곳에 같이 놀러도 가보고 그랬다
20살이랑 13살, 사회적으로 보면 완전 어린아이랑 그냥 어린티 반만벗은 성인 한명이서 이런 만남을 가진거는
누구나 좋게 안 볼거다 나도 알고 있었다
나는 그 사실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그런지 이성으로서 감정은 들지 않았다 그냥 오빠로써, 아니면 아빠같은 마음이였다 만나면 만날수록 얘는 아직 어린아이라는 인식은 더 깊어질뿐이였다
반대로 얘는 날 너무 좋아해줬다 13살 짜리 애 감정표현은 꾸밈이 없어 다 비춰졌다
얘가 손잡고 싶다해서 잡아주니깐 해맑은 미소짓는걸 보고 날 더 좋아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언제부턴가 양손에 뭔가 하나씩 쥐고있어 손을 못잡게도 했었다
이런 만남이 이제 얼마 남지도 않았다
나는 이제 학기를 마치고 군대를 지원한 상태고 기말이 끝나고 몇주뒤 바로 입대 예정이였다
입대일은 가까워 지는데 얘한테 말하기가 미안했어, 그 말을 들으면 저번에 처음 전화했었을때 처럼 울까봐 못하겠더라
그렇게 만나다가 이제 군대가기 일주일전, 이제 더 미룰갓도 없고 더 미뤘다간 나는 천하의 개썅놈이 될걸 알기에 그냥 미친척 하고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걔는 바로 전화가 왔고 그날 전화를 처음 밤새도록 한 것 같다
그 뒤로 나도 편의점 알바를 이제 그만둬야 되기 때문에 정리하고 사람들이랑 이제 하나 둘 만나서 이별을 고했고 군대가기 2일전부터 얘랑 같이 데이트 해줬다
그날 밤새 전화했을때 나한테 군대 안 갈수 없냐고 물었던 그 꼬마애는 막을 수 없단걸 이제 알고는 주말동안 나한테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나도 군대가기 전 마지막 주말동안 얘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어른스럽게 대화를 했던거 같다
너랑 나랑의 나이차이며 지금의 감정,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만날 인연들 이런걸 얘기를 해줬다
얘가 날 지금 좋아하더라도 오로지 나만 좋아한단건 인생에서 너무 손해일거라 생각했다
이 아이는 정말 예뻤고 주변에서 좋아해주는 남자는 분명 있을거다 나는 그 기회를 이 아이가 잘 살리길 너무나도 바랐다.
며칠동안의 내 얘기는 내 눈을 보며 얘기를 들은 이 아이는 내가 하는 감정들이 잘 전달 되었는지 끝내 수긍해 주었다
그리고 일요일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 나는 홀가분한 기분으로 이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운동도 잘 하고 건강해야된다라며 마지막 인사를 해줬다
얘는 그리고 뭘 꺼내더니 나한테 줬다. 그건 편지였다.
어제 밤새 썻다고 한다 지금 읽으면 부끄러우니깐 나중에 읽으라고 당부했다
나는 웃으면서 고맙다 이거 덕분에 군대 잘 다녀올거같다라고 하고 이 아이와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고 우린 헤어졌다
부모님 차에타서 군대로 들어가기 직전 그 편지를 읽어봤다
날 처음 만난게 너무 만화같았고 그 동안 이런 감정이였다. 앞으로 어떻게 살거다라는 그런 내용의 말을 거의 5장 가량 써놨는데 내가 살면서 봤던 그 어떤 소설보다 가장 감정이 잘 전달되는 글이였다.
이후 8년이 지난 지금 나는 이 옛 이야기를 풀고있다
그 아이도 지금 21살이 되었을거다
그때도 예쁜 아이였으니 지금은 더 예뻐졌을거다
8년전에 해줬던 어른스러웠던 그 내용 아직 기억하고 있을까 어떤 남자를 조심해야 되는지 몸가짐 마음가짐을 어떻게 하는지 알려줬던건 잘 실행하고 있을까
지금은 어디서 뭘 하는지 모르겠지만 부디 좋은 남자 만나서 제일 예쁠 나이에 제일 예쁜 사진많이 찍고 나랑 만들었던 추억을 덮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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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y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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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당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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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짬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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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구구짱 |
05.27
+84
짬짬이 |
05.24
+18
오징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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