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의 그녀들〉 3화 – 베트남의 달빛
방구석딜딜이
4
165
1
1시간전
린은 베트남에서 온 유학생이었다. 한국에 온 지 5년 차, 지난해에 대학을 졸업하고 잠시 알바를 하며 비자를 연장 중이었다. 그녀는 밝고 명랑했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외로움이 있었다. 가족은 베트남에 있고,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대부분 취업이나 결혼으로 흩어졌다. 그녀에게 이 건물은 마지막으로 남은 안식처였다.
그런 그녀에게 중현은 낯선 존재였다. 첫날 슈퍼에서 우유를 사며 농담을 던졌지만, 사실 그녀는 중현이 그 건물의 주인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너무 젊었고, 너무 순수해 보였다. 그래서 그녀는 중현에게 자꾸 말을 걸었다.
어느 금요일 밤, 중현이 슈퍼를 닫고 2층으로 올라가려고 할 때, 린이 복도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집주인님, 지금 시간 괜찮아요?"
"네? 무슨 일이에요?"
"저랑 옥상에서 맥주 한 잔 할래요? 오늘 좀 외로워서."
중현은 망설였다. 하지만 린의 눈빛이 평소와 달랐다. 장난기 없이, 진지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옥상에는 낡은 플라스틱 의자 두 개와 작은 테이블이 있었다. 린은 가져온 캔맥주를 따서 중현에게 건넸다.
"집주인님, 베트남 가본 적 있어요?"
"아니요."
"거기는 더워요. 그리고 항상 시끄러워요. 오토바이 소리, 사람들 소리, 그런데 그게 좋았어요. 한국은 너무 조용해요."
린은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 사실 내일 비자가 끝나요. 연장 신청을 했지만, 안 될 수도 있어요."
중현은 깜짝 놀랐다.
"그럼 어떻게 해요?"
"몰라요. 아마 베트남으로 돌아가야 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게 싫지는 않아요. 그냥... 아쉬워요. 여기서 하고 싶은 게 아직 많았는데."
린은 웃었지만, 그 웃음은 씁쓸했다. 중현은 그녀의 옆에 앉아 조용히 말했다.
"저도 그래요. 대학교 중퇴하고, 갑자기 건물주가 되고, 아무것도 몰라요. 그런데 하루하루 버티고 있어요."
"우리 참 비슷하네요." 린이 중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집주인님, 저 키스해 본 적 있어요?"
"뭐?"
"농담이에요." 린은 웃으며 일어났다. "고마워요. 오늘 얘기해 줘서. 내일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저는 이 순간을 기억할 거예요."
그녀는 옥상 계단으로 내려갔다. 중현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는 그녀가 떠나지 않길 바랐다. 그게 단순한 동정인지, 아니면 다른 감정인지는 아직 몰랐지만.
며칠 후, 린의 비자 연장이 승인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녀는 슈퍼로 달려와 중현을 껴안았다.
"됐어! 나 한국에 더 있을 수 있어!"
중현도 기뻐서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그 순간, 슈퍼 유리문 밖에서 혜진과 예슬이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혜진의 얼굴은 굳어졌다. 그녀는 예슬의 손을 잡고 돌아서며 중얼거렸다.
"역시 남자는 다 똑같아."
그날 밤, 중현은 혜진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집주인, 내일 시간 있어? 얘기할 게 있어."
"네, 무슨 일인데요?"
"내일 오후 2시, 우리 집으로 와."
전화가 끊겼다. 중현은 불안했다. 혜진은 평소에 자신에게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경계했다. 그런 그녀가 먼저 집으로 부르다니. 그는 무슨 일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다음 날, 중현은 203호 문 앞에 섰다. 초인종을 누르자, 혜진이 문을 열었다. 그녀는 평소보다 차려입은 듯했다. 가벼운 블라우스에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들어와."
중현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집은 깔끔했고, 벽에는 예슬이 그린 그림들이 붙어 있었다. 혜진은 그를 거실로 안내하며 차를 내밀었다.
"예슬은 지금 학교에 있어."
"네... 그런데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혜진은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중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너, 린이랑 사귀는 거야?"
"아니에요! 그냥... 친구예요."
"친구?" 혜진이 비웃었다. "그런 친구가 옥상에서 둘이서 맥주 마시고, 슈퍼에서 껴안고?"
"그건... 그녀가 비자 연장이 됐다고 기뻐해서..."
"집주인, 나는 이 건물에서 딸이랑 살고 있어. 너희가 무슨 사이든 상관없지만, 내 딸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마. 애가 헷갈려 해."
중현은 할 말을 잃었다. 그는 혜진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 자신이 너무 경솔했던 건 사실이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주의할게요."
혜진은 그의 사과를 받아들인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다. 중현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혜진이 갑자기 말했다.
"너, 성인용품 가게 계속 할 거야?"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럼 내가 하나 제안할게. 그 가게, 나한테 넘겨. 내가 운영할게."
중현은 놀라서 그녀를 쳐다보았다.
"혜진 씨가요?"
"내가 예전에 그런 쪽에서 일했어. 아니, 그냥 그런 제품에 관심이 많아서. 어차피 너는 슈퍼만 해도 바쁠 거잖아. 나한테 맡기면 월세 대신 내가 수익의 30%를 너한테 줄게."
중현은 망설였다. 하지만 그녀의 제안은 꽤 합리적으로 들렸다.
"생각해 볼게요."
"좋아. 하지만 너무 오래 끌지 마."
중현이 방을 나설 때, 혜진은 그에게 말했다.
"그리고 집주인, 오늘 내가 너를 부른 이유는 그게 전부야. 린이랑 너랑 무슨 사이든, 나는 신경 안 써. 하지만 예슬이 너한테 관심 가지는 건 막아줘."
"예슬이가요?"
"요즘 네 얘기만 해. '집주인 오빠는 멋있어', '오빠는 슈퍼에서 뭐 해?' 그런 말들. 애가 아버지가 없으니까, 남자한테 쉽게 끌리더라고."
중현은 그 말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203호를 나왔다.
그날 밤, 중현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린, 혜진, 예슬, 그리고 세라까지. 이 건물의 여자들은 하나같이 자신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는 베개를 끌어안고 중얼거렸다.
"이게 내 인생이야? 진짜?"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윤지
시타
나다짱가
브리리리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