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일본에서 처음으로 만났던 SM일본녀에 대해서 써볼까 해.

일본에서 생활한지 한 1, 2년 되었을 때였어.

혼자서 타국생활하는데 심심하기도 하고, 일본어 능력을 올리기 위해서 채팅 어플을 찾아봤었지. 일본에서는 히마챳또(챗을 챳또 라고 발음함) 어플에 꽤 성행하던 때였어. 우리 말로 하자면 심심채팅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아.

거기에는 여러 나이대의 사람들이 모여있는데 채팅 어플은 어딜가나 남자가 90%이상이고, 10%도 안되는 여자랑 이야기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더라고. 세상 사는 곳 다 똑같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음.

한류가 한풀 꺾이는 시점이었지만 한국인에 대한 수요가 좀 있을 때였지.

그러다가 한국어를 전공하는 20대 초반의 일본녀와 이야기할 수 있었어.

처음에 한국인이 장난삼아 하는 줄 알정도로 한국말을 잘했어. 사실 한국어 전공자라고 하더라도 일상에서 쓰는 용어를 적재적소에 쓰기는 힘들거든. 근데, 얘는 그냥 한국인이랑 이야기하는 것 처럼 위화감이 전혀 들지 않았어.

이틀 정도는 신상에 대한 것과 일상적인 이야기만 했더랬지. 우애노 주변에서 고기집 알바를 하고, 한국어 전공이고, 졸업 후에는 한국에서 취업하고 싶어하는 애였어. 아마 1주일 정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었는데 어느 날 자기 트위터를 알려주면서 한 번 보라고 하더라고. 자기가 이런 취향인데 이런 자기라도 괜찮냐면서 말이야.

무슨 말인가 싶어서 트위터에 들어가 보니… 의외였어. 

자신의 일상을 올리면서 댓글을 즐기는 SM녀였던거지. 내용의 대부분이 오늘 외출은 이런 속옷과 이런 옷을 입고 나가는 것을 매일 사진으로 올리더라고. 종종 가슴이나 보지 사진을 과감없이 보이는 날이면 댓글이 폭발할 정도였으니 어느정도 네임드였던 것 같아.

트위터를 보고 나서 어플로 고맙다, 덕분에 리후레쉬가 되어서 좋았다, 나도 사실은 SM 취향이고 S다 라고 답장을 보내니 바로 답변이 오더라.

정말 S냐? 어떤 취향이냐? 혹시 디엣 관계도 하냐? 

여기서부터 우리는 서로의 취향에 대해 상세하게 이야기하는 사이가 되었어.

사실 마이너한 취향의 사람들은 타인과 연락하는데 있어 조심한게 대부분이야. 아무리 익명성을 전제로한 채팅이지만, 변태 취급하거나 호기심에 한번 관계 가질려고 감언이설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거든. 여자 쪽의 경우 감언이설에 취하거나 용기를 내서 직접 만나면 기분 더러운 경우 많이 접하는게 현실이거든.

그 애도 트위터로 즐기기는 하지만 실제로 몇번 저런 경우를 경험하고 난 이후, 오프로 만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고 하더라.

근데 나는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하더라고. 왜냐면 다른 사람들과 달리 담담하게 취향 존중하고 이야기하는게 달라보였다고 하더라. 사실 나도 내 취향을 누군가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할 기회도 없었을뿐더러 타국에서 생활하는지라 이런 취향을 서로 이야기하는 누군가를 만났다는게 기뻤고,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해소가 되었던 건데, 이 애의 입장에선 신뢰를 주었던 것 같아. 그리고 직접 만나서 들어서 알게 되었지만, 만나고 싶다고 했을 때 한두번 사양했던 게 인상 깊었다고 하더라고. 사실 난 혹시나 하는 맘에 장기 털리는게 아닌가 싶었거든.

그래서 이 애가 알바 쉬는 월요일 평일 점심시간 대에 시부야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어. 한 15분 정도 먼저 도착해서 긴장한 맘에 줄담배를 피고 있는데 먼발치에서 그녀로 보이는 여자가 걸어오는게 보이더라. 키는 160초반, 약간 통통한 체격… 그리고 옷차림에서 단번에 알 수 있었어. 오프로 날 만난다는 걸 트위터에 올리고 옷차림을 올린 걸 봤거든. 이정도면 그녀도 꽤 SM을 즐긴다는 걸 알 수 있었지.

담배를 끄고, 나에게 다가오는 그녀에서 먼저 말을 건넸어.

"아노…스미마셍가…사에꼬(가명)짱 데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