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이랑 일본 여행 갔던 썰

지난 겨울에 여자친구랑 일본 여행을 갔었음.
산에 눈 온 거 구경하러 간 거 였는데
마침 기상이 안 좋아져서 다들 휴게소 겸 대피소로 다 이동했음.
들어가서 보니까 죄다 한국인에 백인 몇 명만 있더라.
우리는 어차피 휴게소에 예약을 해놔서 방도 있었는데
대다수가 갑작스럽게 온 탓에 취사장까지 사람이 바글바글했음.
휴게소 주인(일본인)이 외국사람들 고생한다고
다음날 폐기인 도시락하고 음식물을 좀 풀음.
그래서 나도 여자친구랑 줄서서 기다리고 있었음.
음료수는 팔고 있어서 우유 좀 큰 거 하나 사서 봉지에 들고 기다리는데(과자랑 봉지는 우리가 미리 사가지고 간거고 우유만 삼.)
뒤에 여자 중딩정도 되는 애가 대뜸 내 봉지에서 우유를 꺼내는 거임.
그러더니 이거 마셔도 되냐는 거야.
내가 웃으면서 아저씨가 개시도 안했는데 네가 먼저 마시면 안되지.
이렇게 말하고 여친한테 컵 좀 있냐고 물어봤어. 애한테 먼저 따라주려고.
근데 물어보고 여친이 가방에서 컵 찾는 사이에
이 여자애가 우유를 까서 지가 먼저 마셔버린 거임.
내가 순간 빡쳐서 야! 누가 허락도 없이 마시래?
이러는 데도 입대고 꼴깍꼴깍 계속 마시더라.
화나서 우유를 뺏어서 휴지통에 집어던짐.
그제야 그 엄마가 죄송하다고 사과하는데
여지껏 아무 소리 안하다가 화내니까 눈치보다가 그러는 거임.
거기다 대고 계속 화낼 수도 없어서
줄서서 기다리는데 드디어 내가 도시락 받을 차례가 왔거든.
와 환장하겠더라.
앞에 한국 사람들이 하나씩 가져간게 아니라
하나 가져가고 다른 도시락 반찬 빼가고
이짓거리를 해놔서 반찬이 반은 없어졌어. 게다가 빈곽만 남겨둔 것도 있고.
그래도 반이 나마 남은 거 집어들었는데 이제 줄 선지 얼마 안되는 노란머리의 한국 여자가
아저씨. 이거 아저씨 차례 맞아요? 누가 그렇게 정했어요?
이러는 거야. 어이가 없더라. 기다려서 반이나 털린 도시락 가진 것도 짜증나는데.
그러면서 그 반 남은 도시락 가져가려고 하길래
줄서서 기다린 거 안 보여요?
이랬거든. 대답은 누가 정한 건데요? 이러더라.
놀러 온 일본에 와서까지 이런 일 겪어야 되는지 원참.
다른 사람들은 남은 도시락 없는 거 아니까 다 흩어졌긴 한데
그 와중에 우리 한국인들은 희희덕 거리면서 구경하고 있더라.
아까 우유 먹은 여자애 엄마가 아까 모른 척 했던게 미안했던지
우리도 다 줄 서서 기다렸던 거다. 어쩔 수 없다. 이러니까
노랑머리 여자가 취사장 현관 문턱에 앉아서 막 소리 지름.
나는 그래도 도와줬다고 애한테 캘리포니아 롤 같은 거 두 개 주고
(엄마랑 먹으라고. 하지만 지혼자 먹었을 것 같다. 엄마는 좋아했지만. 또 애는 고맙단 얘기도 안 함.)
그 여자 넘어서 방으로 올라감. 사람들도 노랑머리 여자가 하도 시끄럽게 구니까 딴데가려고 이동하더라.
근데 백인 두 명 지나가니까 노랑머리 여자가 슬쩍 자리 비켜주더라.
아 근데 백인 중 하나가 좀 일부러 여자 걷어차면서 지나가더라.
그거 보고 좀 욱했긴 한데 나도 똥양남이고 소심남이라 뭐라 하지는 못 하고 좀 지켜봄.
결국 여자는 백인 나가고 난 뒤에 엉엉 울었고 일본인 직원들이 와서 어디 방 같은데로 데려감.
난 방에 와서 여친 울려는 거 달래고 남은 반찬이랑 한국에서 사온 과자 까먹으면서 하룻밤 보냄.
방에 있는 다른 한국 사람들한테도 과자 돌렸는데 아까 취사장에서 희희덕 거리던 사람한테는 일부러 부서진 거 줌.
역시 고맙단 얘기 안하는 사람있더라. 대체로 아주머니들은 잘생겼네. 마음씨 착하네. 빈 말이라도 해주는데.
아저씨 일부는 더 없어? 난 저거. 뭐 이런 얘기함.
다음날 날씨 좋아져서 어제 취사장 일도 있고 해서 일본인 직원들한테 한국 김 두 봉이랑 과자 몇 봉지 나누어줌.
일본인 직원들 어제 그 난리를 겪고도 이웃나라 한국 사람들 고맙다고 연신 그러더라. 한국 드라마 좋아한다고 그러고.
하여간 접대용 멘트겠지만 나쁘지는 않았음.
근데 주인이 직접 와서 또 감사하다고 그러는 거야. 그래서 또 김 한 봉 드림. 이건 좀 대단했음.
여자친구가 제과관련 회사 다녀서 사실 창렬하지만 한국 과자도 좀 알릴 겸 한 여행이었는데
결론적으로는 우리나라 의식 수준이 나도 포함해서 그리 높은 것 같지는 않다고 느꼈음.
여친이 이걸로 수기 써서 냈는데 이 모든 사건들이 많이 주작되서 세계속의 한국인의 정처럼 포장되는 거 보고
누군가는 진실을 알려야 겠다는 생각으로 썰 풀어본다.
여친도 익명이면 상관없다고 했으니 뭐...
일본 여행 팁 하나 주자면 한국 김 한 봉이면 혐한 일본인 빼고 엄청 잘해줌.
한국 과자도 창렬한데 일본에서 안 파는 종류면 가격을 모르니까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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