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의 다른 온도(2)
비가 창문을 두드리는 밤이었다.
거실 불은 모두 꺼져 있고, 주방 쪽에서 새어 나오는 작은 LED 불빛만이 방 안을 희미하게 물들였다.
재현이 먼저 움직였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던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어느새 10cm도 채 안 되는 곳까지 좁혀져 있었다.
그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민서의 왼손을 들어 올렸다.
손등 위에 입을 맞추는 게 아니라,
손가락 마디마디를 하나씩 따라가며 입술로 살짝 누르듯이 확인하듯이.
“여기… 따뜻해.”
재현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엄마 손, 내가 어릴 때부터 기억하는 온도랑 똑같아.”
민서는 숨을 참았다가,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
“너도… 손이 커졌네.”
그 말에 재현이 웃었다.
웃음이 끝나기 전에,
그의 엄지손가락이 민서의 손목 안쪽, 맥박이 뛰는 곳을 찾아 부드럽게 눌렀다.
심장 소리가 손끝을 통해 전해지는 듯했다.
“지금도 이렇게 빨리 뛰어?”
그가 물었다.
민서는 고개를 저으려다 멈췄다.
“…더 빨라졌어.”
재현은 그 손목을 놓지 않고,
천천히 민서의 몸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민서가 저항하지 않자,
그는 그녀의 허리를 한 팔로 감싸 안고,
다른 손으로는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
눈이 마주쳤다.
아주 가까운 거리.
서로의 숨이 섞일 만큼 가까운 거리.
“눈 감아도 돼?”
재현이 속삭였다.
민서는 대답 대신 눈을 감았다.
재현의 입술이 먼저 이마에 닿았다.
그 다음엔 눈꺼풀.
코끝.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 망설인 끝에,
입술 위에 살짝 내려앉았다.
처음엔 그저 닿기만 했다.
움직이지 않았다.
서로의 입술 온도와 질감과 떨림만을 느끼듯이.
그러다 재현이 조금 더 깊이,
조금 더 천천히 입을 맞췄다.
민서의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가 놓고,
다시 포개듯이 감쌌다.
혀끝이 스치자 둘 다 동시에 숨을 삼켰다.
민서가 먼저 재현의 목덜미에 팔을 두르고,
그를 더 세게 끌어당겼다.
재현의 손이 그녀의 등줄기를 따라 천천히 내려가며,
등뼈 하나하나를 세듯이 쓸어내렸다.
그 손길은 성급하지 않았다.
단지 존재를, 온기를, 떨림을 확인하려는 듯했다.
키스가 끝난 뒤에도
둘은 이마를 맞대고 숨을 골랐다.
재현의 손은 여전히 민서의 허리춤에 머물러 있었고,
민서의 손가락은 재현의 셔츠 단추 사이로 들어가 맨살을 만지고 있었다.
“이제… 진짜로 알겠어.”
민서가 속삭였다.
“네가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재현은 대답 대신 그녀의 귀 뒤쪽,
머리카락이 시작되는 부드러운 살을 입술로 살짝 스쳤다.
“나도 알아.
엄마가 나를… 그냥 아들이 아니라,
남자로 보고 있다는 거.”
민서는 작게 웃었다.
웃음 속에 눈물이 섞여 있었다.
“우리… 미쳤지?”
“응.”
재현이 바로 대답했다.
“근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미친 게 제일 맞는 것 같아.”
그들은 다시 입을 맞췄다.
이번엔 조금 더 길게,
조금 더 깊게.
서로의 몸이 닿는 모든 지점에서
‘사랑’이라는 단어가 아니라
‘너’라는 존재 자체를 확인하듯이.
비는 여전히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러나 방 안의 두 사람에게는
그 소리조차 멀고,
오직 서로의 숨소리와 심장 소리만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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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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