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뻘 연하녀 따 먹기 [S1 E3 - 술 한 잔에 짙어지다]
처형Mandy봊이속살
0
42
0
04.09 23:39
본 작품은 작가의 실제 경험에서 영감을 얻어 작성되었으나 일부 내용과 디테일은 허구이며, 인명, 지명 및 상호명은 실제와 무관함.
키라가 카운터에 앉아서 여러 장의 인보이스를 보며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숫자는 계속 바뀌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전기세, 월세, 직원들 인건비까지 주고 나니 남는 게 없다. 몇 달 전부터 이어진 매출 감소, 쌓여가는 미수금, 그리고 무엇보다도 물류 업체들의 압박이 그녀를 점점 옥죄고 있었다.
“하….…”
작게 한숨을 내쉬며 그녀는 계산기를 내려놓았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진열대 쪽으로 향했다. 비어 있는 공간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그때였다.
‘딸랑.’
고개를 든 키라의 눈에 익숙한 얼굴이 들어왔다.
“어, 안녕하세요?”
건호가 밀차에 제품 몇 박스를 싣고 들어온다.
“카라멜 크러스트 바 왔어요.”
“고마워요. 저쪽 구석에다가 그냥 놔 주시면 돼요.”
건호는 키라가 말한 곳에 제품을 내려다 놓고, 인보이스를 들고 카운터로 향했다. 인보이스에 싸인을 하는 그녀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무슨 일이 있나 싶어, 가볍게 이야기를 던졌다.
“오늘은 좀 어땠어요?”
웃으며 그를 반기고 싶었지만, 입꼬리가 제대로 올라가지 않았다. 그 미묘한 차이를 건호는 놓치지 않았다.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었어요?”
“아니에요. 그냥 좀 피곤해서.”
짧은 대답.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무게는 가볍지 않았다. 건호는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며 상체를 살짝 앞으로 기울였다.
“피곤한 얼굴이 아닌데?”
키라는 순간 고개를 숙였다. 더 숨길 수 없다는 걸 느낀 듯, 조용히 말을 꺼냈다.
“요즘 장사가 안 돼요.”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담담했다.
“거래처에서도 계속 대금 달라고 연락 오고. 오늘 중국 업체 한 군데서 영업사원이 왔는데, 주문 받으러 온 줄 알았더니만 아니었어요. 밀린 미수금 목록 보여주면서 빨리 돈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거 결제할 때까지 물건 못 준다고.”
“.......”
“이런 식으로 지금 물건 안 주고 있는 업체가 벌써 세 군데나 돼요.”
건호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도매고 소매고 다들 허덕이는 건 알았지만 그 여파가 키라의 가게에까지 미칠 줄이야. 하긴, 여기라고 예외겠어.
“많이 힘든가 보네요. 신제품 잘 나간다고 했을 때, 여기는 좀 다를 줄 알았는데.”
“그거도 그냥 제가 지역 커뮤니티랑 인스타 같은 데 홍보해서 그렇지, 그거 아니면 안 나갔을 거에요. 이러다가 진짜 가게 접어야 하나 고민 중이에요.”
그 말은 가볍지 않았다. 건호는 한숨을 삼키며 그녀를 바라봤다. 어제처럼 친절하게 웃어주고 활발하던 그녀의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었다.
‘안타깝다.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데.’
그의 가슴 속에서는 오만 가지 생각이 휘몰아쳤다. 왜 그랬는 지는 모르겠는데, 그러다가 뜬금없는 질문이 툭 튀어 나오고 말았다.
“저녁 먹었어요?”
말을 내뱉고도 건호는 순간 당황했다. 다행히도 키라는 개의치 않고 차분하게 대답했다.
“아직요.”
“같이 밥 한 끼 먹을래요? 나가서.”
* * *
두 사람은 근처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고 마주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테즈매니아산 레드 와인 한 병이 올라가 있고, 잔 부딪히는 소리가 청명하게 났다. 키라가 한 잔을 비우자 건호가 두 번째 잔을 따라주며 말했다.
“한 잔 해요. 이런 날은 필요하잖아.”
“감사해요.”
그 순간 건호는 키라의 얼굴을 빤히 봤다. 가만. 정말 어려 보이는데 설마 얘가 애는 아니겠지?
“혹시……. 미성년자 아니죠?”
“네? 하하하.”
침울하던 키라의 얼굴에는 순간 화색이 돌았다. 그녀는 입을 막고서 말을 이어갔다.
“그렇게 보여요?”
“아니, 어려 보여서…. 술 마셔도 되는 나이인가 하고.”
키라는 와인 한 모금을 홀짝 들이켰다. 그런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기가 가득했다.
“몇 살 같아 보여요?”
아뿔싸. 당연히 나올 질문이었음에도 건호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대답 잘해야 된다. 혹시라도 높게 불렀다가는 기분 상할 수 있으니. 호주에서는 18살부터 성인이라는 사실이 머릿속을 스쳤고, 그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열…… 여덟?”
“하하하.”
키라는 손뼉을 치면서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일단 최대한 낮게 부르기는 했는데. 건호의 표정에는 호기심 반 걱정 반이었다. 그녀는 양 손으로 손가락 두 개를 펼쳐보였다.
“스물 둘?”
“네.”
아, 다행이다. 그제야 안심이 됐는 지 건호도 와인 한 잔을 쭉 들이키고 새로 한 잔을 채웠다. 키라는 양손을 깍지 낀 채 그 위에 턱을 괴고, 건호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그러는 사장님은요?”
“예?”
건호는 머리를 긁적였다. 내일 모레면 마흔이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고, 할 말이 없어서 키라가 했던 것과 같은 질문을 했다.
“몇 살 같아요?”
“음…….”
그녀는 잠시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당당하게 대답했다.
“서른 셋?”
“풉.”
그는 다시 와인 한 모금을 들이마셨다. 취기가 올라오고 오랜만에 들어보는 칭찬에 아이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요. 서른 셋이라고 합시다.”
“뭐에요. 아니에요?”
“그냥 삼십 대라고만 생각해요.”
자신과 다르게 정확한 나이를 까지 않았다는 사실에 키라의 입은 뾰로통 튀어 나와 있다. 하지만, 건호의 생각은 달랐다. 행여나 스무 살 가까이 차이가 난다고 하면, 키라가 자신과 거리를 두거나 아니면 머릿속에서 그리고 있는 앞으로의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그래, 아무리 서양권 국가라고 해도 17살 차이는 심하지.
“아, 우리 엔케이 사장님. 재미있는 구석이 있으시네.”
마음이 울적함에도 자신 앞에서는 저렇게 웃는 모습을 보니 건호도 기분이 좋았다. 웃는 모습조차 참으로 예쁜 키라. 술도 한 잔 했겠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던 건호는 조금씩 위험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