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뻘 연하녀 따 먹기 [S1 E10 - 스스로 만든 덫]
처형Mandy봊이속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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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9 23:57
본 작품은 작가의 실제 경험에서 영감을 얻어 작성되었으나 일부 내용과 디테일은 허구이며, 인명, 지명 및 상호명은 실제와 무관함.
늦은 밤. 불 꺼진 방 안에는 고요함 만이 감돌고 있다. 이따금씩 희연이가 작게 코 고는 소리만 들려올 뿐. 건호는 그 소리를 들으며 생각에 잠긴다. 잠이 도저히 오질 않아 휴대폰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 3시가 넘었다. 눈을 감아 보지만 오히려 정신만 말똥말똥해질 뿐. 그렇게 창밖이 슬슬 밝아온다.
밤새 한숨도 못잔 탓에 그의 눈은 항상 반쯤 감겨 있다. 에너지 드링크 하나 마시고 출근하지만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책상 앞에 앉아 그는 어젯밤에 썼던 검정색 보드마커만 손에 쥐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키라의 보지에서 흘러나온 애액이 굳은 채 허옇게 물자국이 나 있다.
“하아…….”
업무가 도저히 손에 잡히질 않는다. 한숨만 연거푸 쉬던 건호는 점심시간이 지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옷걸이에 걸린 코트를 집어들자 서 과장이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어디 가세요?”
“어, 나 몸이 너무 안 좋네. 미안한데, 서 과장이 오늘 사무실 마무리 좀 해야겠어.”
“예? 아……. 예. 그렇게 할게요. 많이 안 좋으세요?”
“응. 좀 쉬어야 할 거 같아. 오후에 특별히 큰 일은 없을 거야. 나 찾는 전화 오면 일 있어서 먼저 갔다고만 전해 줘. 어디서 전화 왔는지만 포스트잇에 적어놨다가 내일 알려 주고.”
서 과장의 대답을 들은 체 만 체, 그는 회사를 나왔다. 집에 가니, 왜 벌써 왔냐면서 희연이 놀란 표정으로 그를 맞이한다. 그냥 대충 둘러 대고 방으로 들어가서 낮잠을 자 버렸다. 그리고 초저녁에 일어나서 키라의 가게로 향했다.
“후……..”
심호흡을 한 번 하고서 가게 문을 열었다. 안에는 장 보러 온 손님들이 여러 명 있었고, 카운터에는 늘 그랬듯 키라가 바쁘게 스캐너를 움직이고 있다. 고개를 들어보니 건호가 카운터 옆에 서 있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매서운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고는 시선을 피해 버렸다.
그래, 어젯밤에 그런 일이 있었는데 바로 화가 풀릴 리가 없겠지. 그는 손님이 다 나가고 가게가 문을 닫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안이 조용해지고, 키라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정산표를 뽑는다. 카운터를 마감하는 내내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그녀가 마침 고개를 든다. 건호는 반가운 마음에 웃으며 인사를 하려고 했지만 그녀의 입에서는 차갑고도 짧은 말만 흘러 나왔다.
“영업 끝났어요. 나가 주세요.”
“끝난 거 알아.”
짧은 대답. 그리고 잠깐의 침묵. 건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젯밤 일은 내가 미안해. 잘못했어.”
키라는 손에 쥔 현금과 정산표를 한참동안 내려다보고 있다. 아무런 대화도 오가지 않은 채, 가게 안은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와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정적을 메울 뿐이다.
잠시 후, 키라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건호를 바라봤다.
“진짜 더러웠던 거 알아요?”
건호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는다. 변명할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그저 그녀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근데……”
키라의 말이 이어졌다.
“그거 빼고는, 다 괜찮았어요.”
묘한 고백이었다. 순간, 건호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기에.
“그래서 더 짜증나는 거예요.”
키라는 입을 삐죽 내민 채 카운터를 내려다봤다. 마음이 완전히 풀린 건 아니었다. 여전히 화는 남아 있었고, 그 때문에 감정은 더욱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건호는 잠시 서 있다가, 조심스럽게 카운터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천천히 그녀를 끌어안았다.
“미안해, 진짜.”
키라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밀어내지도, 그렇다고 더 다가오지도 않은 채 그대로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 어제처럼 가슴팍을 밀치며 저항하는 손길은 없었기에 건호는 살짝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가만히 숨을 고르는 사이, 은은한 샴푸 향이 건호의 코끝을 스쳤다. 익숙하지 않은 향이었지만 그 때문에 냉담하던 두 사람의 관계가 조금씩 풀리는 듯하다.
건호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못했어.”
키라는 한동안 그대로 서 있다가, 천천히 그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지만, 아까처럼 날이 서 있지는 않았다.
“마감해야 돼요.”
그 말에 건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더 이상 다가가지 않고서 기다리기로 한다. 키라는 포스기를 정리하고, 불을 하나 둘 끄기 시작했다. 셔터를 내리기 전의 조용한 시간. 건호는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서서 그녀를 기다렸다.
모든 정리가 끝났을 때, 건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밥 먹으러…… 가자. 맛있는 거 사 줄게.”
키라는 잠시 그를 바라봤다. 여전히 남아 있는 감정과, 이미 조금 풀린 마음이 그 사이에서 부딪히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
따뜻한 불빛 아래, 불판 위에서는 호주산 와규 등심과 갈비살이 지글지글 익어가고 있었다. 1인분에 60불이 넘어가는 메뉴였지만 가격은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건호에게 중요한 건 가격이 아니라, 이 자리를 유지하고 그녀의 마음을 풀어주는 것이었다.
“맛있네요.”
키라의 입에서 짧은 감탄이 흘러나왔다. 그 한마디에, 건호는 속으로 조용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아까 가게에서 마감할 때보다도 더 부드러워진 분위기. 건호의 마음 속을 움켜쥐던 초조함과 불안도 자취를 감춘다.
“많이 먹어.”
“이 정도면 충분해요.”
“아니야, 더 먹어.”
건호는 상추쌈을 한 점 싸서 키라에게 내밀었다. 그녀는 주변을 한 번 훑어보더니, 살짝 웃으며 쌈을 한입에 넣었다. 그 짧은 순간, 그녀의 입가에는 아주 옅은 미소가 번졌다. 건호는 그 모습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다시 한 번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그 미묘하게 풀린 표정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조용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때 건호의 전화기에서 카톡 알림음이 울렸다.
[마눌님 ♥ - 왜 이렇게 늦어? 아직 회사야?]
그는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테이블 아래로 내렸다.
[건호 - 아, 나 거래처 사람하고 밥 먹고 있어]
[마눌님 ♥ - 거래처? 누구?]
건호는 잠시 손을 멈추고는 고개를 들어, 맞은편에 앉아 있는 키라를 힐끔 바라봤다. 그녀는 아무 것도 모른 채, 불판 위의 갈비살을 집어 먹기에 바빴다.
[건호 - 아, 시드니 대한무역 사장님이 멜번에 오셨거든. 그래서 식사 한 끼 대접하고 있어]
[마눌님 ♥ - 그래?]
건호는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고, 짧게 숨을 내쉬며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가슴 한 구석이 은근하게 불편했다.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비싼 밥을 사 먹이고 있다는 사실, 그녀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감정은 오래 가지 않았다. 고개를 다시 들었을 때는 키라가 웃고 있었다. 아까보다 훨씬 편해진 얼굴로, 고기를 집어 먹으며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방금까지의 찜찜함이 조금씩 희미해졌다.
‘그래, 지금은 이거면 됐어.’
건호는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키고는 식사를 이어간다. 그 뒤로는 모든 게 자연스러웠다. 술잔이 몇 번 더 오갔고, 대화도 점점 길어졌다. 키라의 표정은 완전히 풀렸고, 웃음도 조금씩 많아졌다.건호는 그 변화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보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게, 테이블 위의 고기는 어느새 거의 비워져 있었다. 직원이 다가와 불판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남은 반찬 접시들을 갖고 갈 때,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먹었어요.”
키라가 배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다음에 또 사줄게. 먹고 싶음 말해.”
“근데, 앤디…….”
“응?”
키라는 몸을 돌려 건호를 바라보았다.
“진짜 미안하다고 생각해요?”
얘 뭐야? 왜 또 이런 말을 하는 거지? 다 풀린 거 아니었나? 비싼 고기까지 먹었는데 설마 헛소리는 안 하겠지라는 생각으로 당당하게 대답한다.
“응.”
키라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내렸다.
“그럼…….”
“?”
“오늘 밤 같이 있어 줄 수 있어요?”
“뭐?”
건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게 무슨 의미지?
사과를 받아주는 건가, 아니면 또 다른 시험 같은 건가. 방금 전까지의 분위기와는 어딘가 결이 다른 제안이었다. 키라의 표정은 예상과 달랐다. 장난도, 비꼼도 아니었다. 조용히, 그리고 진지하게 내려앉은 눈빛. 그걸 보는 순간, 건호의 긴장이 조금씩 풀렸다.
‘아…….. 이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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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