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gerous - 16
한아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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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17:33
재준이 회사 선배에게 부탁을 한 날짜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재준은 일찌감치 회사
에 휴가를 받아 놓은 상태였고, 은영도 눈치껏 학교에 사정을 얘기하고 시간을 빼놓은
상태였다. 유달리 스케쥴이 없는 연수 내외는 여행일정이 다가올수록 뭐가 그리 좋은지
그저 눈치없이 이것저것 여행도구를 챙기느라 분주해 보였다.
하지만 순탄할것만 같았던 여행은, 정작 여행을 하루 앞두고 보기좋게 뒤틀어졌다.
"네? 박선생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미안해요 은영씨. 내가 갑자기 상황이 그렇게 됐네. 딱히 부탁할 사람도 없구
"아니요 선생님. 그게 아니라. 아니. 제가 분명히 몇일전에..
-미안해요 은영씨.
여행을 하루 앞두고 학교에서 자료를 정리하고 있던 은영에게, 기러기아빠인 박선생이
다가와 무언가를 부탁하고 있었다. 어쩐지 은영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이에 아
랑곳하지 않고 박선생은 은영앞에 서서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부탁했다.
"김은영 선생님 정말 미안해요. 내일부터 휴가인거는 알고 있는데, 갑자기 외국에서 마
누라랑 애들이 들어온다는데, 딱히 부탁할 사람도 없고. 정말 미안해요. 정말 미안한데,
내일 하루만 어떻게 근무 좀 바꿔주면 안될까?"
-안되요 선생님!. 이러시면 제가 곤란하죠. 분명히 제가 선생님뿐만 아니라 다른 선생님
들께도 미리 말씀드린건데, 무조건 이러시면.
"그래서 미안하다고 하잖아요. 김선생님. 정말 미안해요. 내일 감독하시는 선생님들 조
편성을 봐도 부탁할 사람이 은영씨밖에 없는걸 어쩌겠어요. 미안해요. 이번 한번만 내
부탁좀 들어주면 안될까? 사례는 뭐든 할테니까 김선생~ 제발 부탁이야"
-아이 선생님. 그게.
동료교사가 너무나 절박한 표정으로 은영곁에서 매달려 애원하자 은영도 끝내 곤란한
표정으로 말문을 닫아버렸다. 그런 은영의 표정을 암묵적인 ‘허락’의 뜻으로 받아들인
박선생이, 은영의 두 손을 꼭 잡더니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돌아섰다.
'아. 당장 내일이 출발인데 곤란하게 되어 버렸네. '
생각지도 못한 일을 당한 은영이 한동안 당혹스런 표정을 짓다가 책상위에 놓인 휴대
폰을 들어 재준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그러면서도 불편한 기색을 좀처럼 감출수 없다.
"여보세요? 은영아"
-어. 오. 오빠.
기분이 좋아보이는 남편의 음성을 듣자, 선뜻 말이 나오질 않았다. 은영은 한숨을 몰아
내쉬다 천천히 입을 땠다.
"어. 그러니까 그게. 음. 후우. 아니야 이따가 집에서 얘기해"
-어? 왜? 무슨일 있어?
"아니야. 오빠 이따가 집에서 얘기하자 우리.
어제와 거의 같은 시간에 집에 도착한 은영을, 재준이 조금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맞
았다. 은영은 재준을 향해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 하며 서둘러 방으로 들어갔다. 재준이
서둘러 은영의 뒤를 ㅉㅗㅈ았다.
"은영아 무슨 일이야?"
-하아, 몰라 몰라.
방안으로 들어온 은영이 재준의 질문에 건성으로 대답한뒤 그대로 침대위로 쓰러져 버
린다. 그런 은영을 한참동안 바라보던 재준이 침대옆으로 다가가 조용히 앉았다.
"빨리 말해봐. 무슨일인데? 아까 전화받을때부터 계속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참이야"
-후우.
채근하듯 대답을 촉구하는 남편을 차마 제대로 바라볼 자신이 없어, 한동안 베개 잎에
머리를 묻은채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누워있던 은영이, 겨우겨우 고개를 들고 자초지종
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은영의 말이 끝날때까지 묵묵히 듣고만 있던 재준은, 굳게 닫힌
입을 쉽게 열지 못한채 은영의 얼굴만 바라 보고 있었다.
"오빠 미안해. 갑작스럽게 일이 그렇게 되어 버려서"
-아니지. 은영이가 나한테 미안할 일은 아니지. 후우. 글쎄 직장생활하다 보면 뭐. 그럴
수도 있긴한데.
말꼬리를 얼버무리던 재준이 끝내 입을 꾹 다물어 버렸다. 한동안 말이 없던 재준이, 먼
저 손을 내밀어 은영을 꼬옥 감싸 안았다.
"그나저나 그럼 당장 내일 어떻게 하지? 어머니는 물론이고 누나네 가족들은 하루종일
들떠서는 계속 저러고 있는데. 출발 시간을 조금 늦춰야 하나?"
-아니야 오빠. 그렇게 하면 내가 더 죄송해 지잖아. 내일 학교일정이 빨리 끝난다고 해
도 오후 세네시 정도는 되야 할텐데, 평일이라도 그 시간에 강원도까지 내려가는건 너
무 빠듯하지. 오빠가 노력해서 얻은건데 나때문에 그럴필요는 없어. 내가 더 미안해지
니까
"집에서 강원도까지 그렇게 오래걸리진 않을텐데. 가족들한테 양해를 구하는편이 낫지
않을까? 조금 늦게 출발하자고"
-안된다니까 오빠. 그러지마. 그냥 오빠랑 가족들이랑 먼저 출발하고, 내가 학교 일정 끝
나는대로 버스를 잡아타든 기차를 타든 해서 바로 따라갈게. 그게 차라리 나아.
잔득 걱정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던 재준을 은영이 연신 다그치듯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오후내내 학교에서 강원도까지 가는 버스편과 기차편을 알아본 터였다.
은영의 자세가 워낙 강경했기 때문에, 재준은 더 이상의 설득을 포기하고 은영과 함께
거실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재준과 은영이 거실로 나갔을 때, 연수의 눈치를 ㅅㅏㅍ피던 영길이 기어이 입을 열고
무엇인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 영길을 보니, 은영이 잔득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봤
다.
"그게 그러니까. 그래. 재준. 아니 처남. 그러니까 그게 방금전에 왠 전화가 와서 받았는
데 말이야. 갑자기 친구놈 하나가 아버지 상을 당하셨다고 하셔서 말이야. 당장 그놈한
테 가봐야 할 것 같은데. 그게 그러니까 또 이게 무시하자니, 또 나름 막역한 놈이라서
흐흐."
-아 그래요 매형? 친구분 아버님께서 상을 당하셨어요? 그럼 가 보셔야죠.
"어 그런데 말이지."
-예. 매형!
"흐흐. 그러니까 그게 그놈집이 수원이라서 말야. 음. 아마도 아버지를 근처 병원에 모신
것 같은데. 또 이게 그 뭐냐 막역한 사이라서, 수원까지 내려가면 또 밤도 새고 막 그러
면 또. 음. 막상 또 내일 늦게 집에 도착할 것 같아서 말이지."
-아. 바. 밤을 새셔야 해요, 매형?
"어. 그게 그러니까 이놈하고 그 불알.. 아니. 그러니까 뭐시냐. 막역한 사이라서 흐흐흐
흐"
돌연 입에서 '불알'이라는 말이 흘러나온 영길이 베시시 웃으며 민망한 표정을 은영을
올려다 봤다. 은영이 그런 영길을 곱게볼리 없었다. 재준이 그것을 의식하면서 서둘러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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