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r내와 편.견 269~271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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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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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선생님, 디저트 좀 빨리 먹었으면 좋겠는데요."
내가 웃으면서 임연수에게 말을 했다.
임연수가 웃으면서 나를 보았다.
임연수는 벨을 눌러 서빙을 불렀다.
서빙은 차가운 매실쥬스와 따뜻한 녹차를 가지고 왔다.
그것도 임연수가 맘대로 시킨것이었다.
임연수는 컵에 두가지를 반씩 나누었다.
"매실쥬스를 먼저 드시고 그 다음에 녹차로 입가심 하세요,
그렇게 먹으면 훨씬 개운해요."
"네…."
내가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나는 매실쥬스를 한 입에 털어먹고
따뜻한 녹차를 천천히 후후 불어가면서 마시고 있었다.
사무실에서 티백으로 먹는 녹차와는 맛이 틀렸다.
아주 개운하고 담백한 맛이었다.
내가 녹차를 후후 불어가면서 마시는데 임연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신과에서는 리엑션 포메이션이라는 전문용어가 있어요…
우리말로는 반동형성이라고도 하죠."
나는 녹차를 마시면서 이 여자가 뭔소리를 하나 하고 멍하니 임연수를
쳐다보았다.
"편견씨가 진짜로 생각하는 욕구나 생각이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게
그것과는 전혀 다른 정반대의 행동이나 엉뚱한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자꾸만 하는 거에요.
그러는 행동을 전문용어로 리엑션 포메이션이라고 해요.
편견씨의 행동은 전형적인 리엑션 포메이션이에요."
"방금전 대화중에 뜬금없이 갑자기 디저트 이야기를 꺼내신것도
그런 무의식적인 행동중의 하나에요."
이년이 미쳤나?
밥을 먹었으면 후식을 먹고 얼른 나갈 생각을 해야지
뭔 개소리를 하고 있는것인가?
"제가 보기에 편견씨는 머리가 나쁜 분이 아니에요.
오히려 보통 사람들보다 두뇌회전이 빠를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자기 스스로 방어를 해야 하는 일인가? 아니면 단순히 자신과
관련된 일인가를 상당히 빠르게 판단을 해버리고 스스로 그 다음
행동을 결정해버려요."
"편견씨 그 빠른 주먹만큼이나 생각도 빠른 분 같아요.
다만, 그 생각은 절대로 다른 사람이 알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그 생각과는 전혀 다른 행동이 튀어나와 버리니까요….
제가 편견씨를 단지 몇 번의 만남으로 단정을 짓는다는게 조금은
위험할수도 있겠지만, 제가 볼때는 전형적인 리엑션 포메이션의 형태를
보여주고 계세요. 하지만 더 위험한것은 그게 편견씨가 의식적으로
그러시는게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그러실수도 있다는 것 때문에 그렇습니다."
"편견씨의 지금 상황은요 간단히 말해서,
단지 자신이 보고 싶은것만 눈에 담으려고 하고, 편견씨의 주변 바운더리가
침해 받는걸 상당히 심하게 거부하려는 느낌이 있는것 같아요."
임연수는 거기 까지 말을 하고 나를 쳐다보았다.
진짜 의사가 환자를 보듯이 그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잠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 의사선생님이 자꾸만 이상한 이야기 하시면 집에 갈꺼에요.
밥도 다먹었으니까요."
임연수가 내 옆에서 내 손을 잡아주었다.
"알았어요 미안해요, 이제 그만할께요."
손이 따뜻했다.
나는 무슨 마법에 걸린것처럼, 어린아이 조막손 만한 작은 임연수의 손을
뿌리치지 못한채 손을 잡힌채로 그대로 있었다.
임연수는 내 손을 꼬옥 잡아주면서 천천히 말을 했다.
"나중에 집에가서 곰곰히 생각해보세요.
편견씨는 강함은 가지고 있지만,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점은 단 한가지도
가지고 있지 않아요.
그건, 아마도 모든 여자들이 다 비슷한 생각일꺼에요."
"그렇지 않아요. 제 아내는 날 진짜 좋아한다구요."
나는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잠시 적막이 흘렀다.
하지만, 이상한 상황이 벌어졌다.
소리를 지른 내가 더 깜짝 놀랐고.
내가 소리를 질러버린 상대방인 임연수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 행동을 보고서 어떤 미동도 없이 내 다음 행동을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오히려 내 손위에 얹혀있는 자신의 손에 살짝 더 힘을 주어서 잡아주었다.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내가 미친놈인가?
나중에라도 절대로 정신과 같은데 가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바보가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내 마음을 들켜버린건가?
기분이 너무 이상했다.
나는 임연수의 벤츠스포츠카를 타고 사무실 근처로 오면서 임연수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사무실 근처에 도착해서 내가 내리기 전에 임연수가 나에게 말을 했다.
"기분 나쁘셨으면 미안해요. 하지만 우리는 정말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아요.
그냥 서로 전혀 다른 모습이기에. 우린 서로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밥 잘 먹었어요."
나는 쌀쌀맞은 인사만 남기고 차에서 내렸다.
시팔년….좆만한 땅강아지 같은년이…..
무시당한 기분이었다.
저년을 다시 보면 내가 편견이 아니라 똥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에 들어가서도 괜히 기분이 찜찜했다.
도대체 임연수가 나한테 뭔 소리를 한 것인가?
뭐 무슨 포메이션?
443 포메이션 이런건 축구에서 쓰는 말이 아니던가?
시발년이 자꾸 되지도 않는 이상한 말로 사람 간을 보고 지랄이야…..
연지가 나랑 하는걸 얼마나 좋아하는데…..
시팔년……
한숨이 나왔다.
크게 한숨을 쉬었다.
시팔년, 다음에 만약에 또 밥을 사준다고 하면 이어폰을 끼고 먹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에이 손대면 톡하고 터질것만 같이 생긴년이 진짜 무슨 말이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분도 꿀꿀하고 마회장도 오늘 늦게 올것이라고 문자가 와서 세시쯤에
사무실 문을 닫고 집으로 걸어갔다.
배가 불러서 솔솔 졸음이 오기도 했다.
슬슬 걸어서 집으로 가서 아연이 저녁을 준비했다.
김구수가 알려준 곳으로 일곱시까지 오라고 했으니까 조금 일찍
나가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구수와 약속한 장소로 버스를 타고 갔다.
카메라 가방을 옆에 매고 조심조심해서 버스를 탔다.
약속한 장소로 가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김구수였다.
[영식씨 건물 지하로 내려오시면 됩니다.
간판은 로즈마리 스튜디오 입니다.]
나를 영식이라고 부르는게 조금은 낯설기는 했지만,
본명을 말했다가 임택봉이한테 걸리면 조금 난처할 것 같았다.
나는 약속장소에 도착을 해서 로즈마리 스튜디오라는 간판을 보았다.
나는 건물의 지하로 내려갔다.
건물이 큰 만큼 스튜디오 내부가 상당히 큰 것 같았다.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있었다.
머리가 긴 남자가 나를 보더니 물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아…네…혹시 김구수 교수님이라고…"
"아…네…저쪽으로 가셔서 3번 스튜디오로 들어가세요."
로즈마리 스튜디오라는 곳은 실내가 칸막이로 세곳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나는 3 스튜디오라고 작은 명판이 붙은 문 앞에서 노크를 했다.
안에서 문을 열어주었다.
김구수였다.
"영식씨 일찍 오셨네요, 반갑습니다."
김구수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김구수 교수와 악수를 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갓다.
김교수는 스튜디오의 문을 닫았다.
학교 교실 반만한 크기의 공간에 김교수와 모델 단 둘만이
있었다.
모델을 보고 조금 놀랐지만 표정을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다.
예상은 했었지만 이미정이었다.
이미정이 나를 보고 고개를 숙여서 목례를 했다.
나도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했다.
이미정이 고개를 들어서 나와 눈이 마주쳤다.
분명히 놀랜 표정이었다.
아주 잠시동안이지만 말이다.
이런…..내 얼굴을 기억하는 모양이었다.
단 한번의 만남이었다.
하지만, 너무 강렬한 만남이었나 보다.
저번에 그 호숫가 촬영회에서는 사람이 많아서 이미정이 절대로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나를 못 본 모양이지만 지금 이 3 스튜디오 공간 안에는 나와 김구수교수
그리고 이미정 만이 있었다.
눈을 마주치지 않을수가 없을 것 같았다.
나를 알지 못하는데 나를 보고 놀랄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정은 짧은 청 핫팬츠에 검정색 나시티를 입고 있었다.
나는 일반적으로 알기에 스튜디오 한 곳에서 한 촬영을 하는지 알고
있었는데, 이곳 로즈마리 스튜디오는 그런 시스템이 아닌것 같았다.
한 스튜디오 안에 작은 세개의 각기 다른 조명시설과 인테리어를
갖춘 독립 촬영공간이 있고, 이 공간들을 각기 다른 팀에게 대여를
하는 방식인것 같았다.
화장실을 잠시 다녀오는데 1스튜디오의 문이 반쯤 열려져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남자들이 열댓명 가까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리고 조명 아래에는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치고 있는 여자 모델이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모델 옆에서 한 남자가 모델에게 포즈를 지시하면서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저런것이 누드 촬영회라는 것이구나.
모델은 전문 모델인듯 이미정같이 부끄러워 하는 기색이 전혀 없이
당당한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문이라도 좀 꽉 닫고 찍지 지금 뭐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다시 3 스튜디오의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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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수는 이미정에게 포즈를 지시해가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나는 자동모드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마회장과 망원촬영을 할때도 항상 자동으로 놓고 촬영을 했었다.
김구수는 나에게 카메라를 수동모드에 놓고 찍는 법을 잠깐동안
설명을 해 주었다.
조명에 맞추고 배경에 맞추어 가면서 수동모드를 조작하는 방법을 대충
설명해 주었다.
솔직히 무슨 소리인지 전혀 알수가 없었다.
나는 김구수가 안볼때 그냥 다시 자동모드로 놓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카메라가 좋아서 자동모드에 놓고 찍으면 알아서 사진이 뽀샤시 하게
잘 나오는것 같았다.
내가 뭐 그런것까지 자세히 알 필요는 없을것 같았다.
김구수는 실내 촬영을 할때는 내가 가지고 있는 백통 전천후 렌즈같이
무거운 렌즈를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말을 했다.
하지만, 그건 김구수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이야기 였다.
나는 렌즈가 달랑 이거 하나다.
뭔 개소리란 말인가.
나는 김구수를 따라서 이미정을 모델로 촬영을 했다.
청순한 아가씨가 입술을 새빨갛게 칠하고 있으니 은근히 섹시함이
보였다.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그냥 안면을 까는 수 밖에 없었다.
파혼을 한건 미안했지만, 굳이 누드모델까지 다시 할 필요는 없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김구수는 결국 포즈를 계속 바꾸다가 이미정의 핫팬츠와 나시티까지
다 벗겨내었다.
이미정은 올 누드가 되어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음부에는 실오라기 하나 없는 상태였다.
나는 흥분되기 보다는, 그냥 사진을 배운다는 생각으로 촬영을 하고
있었다.
카메라와 렌즈의 무게가 가벼운 편이 아니어서 한시간 넘게 손으로
들고 촬영을 한다는게 결코 쉬운일은 아니었다.
그때 누가 노크를 했다.
아까 들어올때 보았던 긴머리였다.
"교수님 잠시만요, 드릴 말씀이…."
"영식씨 잠깐만요, 잠시 쉬고 있어요,
미미양도 잠깐 쉬고 있어."
김구수는 스튜디오에서 나가버렸다.
이런 시팔, 나는 상당히 뻘쭘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때 실오라기 하나 안걸친, 음부위에도 털오라기 하나 없는
미미모델, 즉 이미정이 나에게로 걸어왔다.
"저기, 흥신소 아저씨 맞으시죠?"
"손 보니까 맞는것 같은데요. 그때 흥신소에서 아저씨 손만
쳐다보고 있었어요. 아저씨 처럼 손이 크고 험하게 생긴 사람은
그때 처음 본 것이거든요."
"네…."
나는 다른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혹시, 제 전 약혼자가 제가 뭐하나 알아봐 달라고 의뢰를 한 건가요?"
아! 이 아가씨 진짜로 꿈도 야무지게 꾸는 아가씨였다.
눈앞에서 도망간놈이 자기를 왜 찾는단 말인가.
"아니요, 그런건 아니에요. 전 그냥 얼마전에 우연히 저 교수님 알게 되어서
취미생활로 사진을 찍는거에요."
"그랬군요, 아저씨 제가 아저씨 보고 제일 먼저 생각난게, 혹시나
제 전 약혼자가 저를 다시 찾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제가 잘 못 생각했네요."
이미정이 나를 보고 억지로 웃는듯한 미소를 지었다.
이미정은 자신의 가방에서 명함을 한 장 가지고 와서 나를 주었다.
미미라고 씌여져 있었고 070으로 시작하는 번호가 적혀 있었다.
"이 번호로 전화하시면 제 핸드폰에 착신이 되거든요,
혹시 개인 누드촬영 하실때 모델 필요하시면 불러주세요.
시간당 십씩만 주시면 되요."
"전 따로 광고같은거 하거나, 어디 소속되어 있지 않거든요,
낮에는 직장을 다니니까 주말이나 평일 저녁에 가능해요."
기분이 조금 그랬다.
하지만 이미정은 차분하고 담담한 표정이었다.
이미정이 나에게 무언가 말을 할까 말까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
이미정은 나에게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혹시 엔조이 하고 싶으실때, 연락주셔도 되요, 밤새 같이 있어드리고,
삼십이에요."
"서비스 진짜 잘 해드려요. 나중에 생각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이미정이 내 눈을 쳐다보면서 말을 했다.
그녀의 눈이 떨리고 있었다.
그런 뻔뻔함도 없으면서, 왜 이런 무모한 짓을 하는지…
나는 그녀의 엔조이에 세장이라는 말을 듣고 마치 뒷통수를 누가 망치로
한대 때린것 같이 충격을 받아버렸다.
개인촬영 누드모델까지는 그냥 별로 놀라지 않았으나.
그녀가 명함을 주면서 개인 성매매까지 한다는 사실에….
너무도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내색을 할 수가 없었다.
"네…."
나는 길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녀와 나 사이에 적막감이 흘렀다.
그리고 잠시후 그 적막을 깨고서 김교수가 들어왔다.
우리는 그렇게 한시간 정도 더 촬영을 했다.
다행히 누드 그 이상의 수위는 촬영하지 않았다.
혹시 진짜 몸에 야채같은거라도 삽입을 하고 찍을까봐 내심 긴장을 하고
있었다.
오늘은 정말로 그러고 싶지 않았다.
우리 가족 세사람중에 두명이 여자이다.
여성을 그런 성적인 도구로 인식하게 하는, 그런 수치심을 주는 촬영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두시간 조금 넘게 촬영을 했다.
촬영한 사진들을 보니 진짜로 여체의 선이 멋지게 나온 작품들이 있었다.
"영식씨 오늘 찍은 사진들은 개인 소장용이지 인터넷 같은데 올리고
그러면 절대로 안됩니다. 미미양은 얼굴 비공개 모델이니까
꼭 좀 부탁해요."
"네…알겠습니다 교수님."
촬영이 끝나고 셋이 같이 스튜디오에서 나갔다.
김교수는 미미양에게 봉투를 하나 주었다.
이미정은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했다.
"미미씨, 오늘은 회원들도 많지 않고 우리 셋이 단촐한데 같이 가서
식사 겸 술이나 한 잔 같이 하지?
"아니요, 교수님 자주 좀 불러주세요. 요새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지
별로 찾으시는 분들이 안 계시네요. 모델일이 별로 없어요.
저는 이만 먼저 들어가 볼께요…."
"그래, 미미양 오늘 고생 많이했어."
이미정이 웃으면서 김구수에게 말을 이었다.
"밤에 교수님 외로우실때 자주 불러주세요, 이번달은 밤에는 한 번도 안 불러
주신것 같아요."
"그러게 말이야, 내가 이번달에 좀 바뻤나봐. 미미양 내가 나중에 연락할께."
"네, 감사합니다."
이미정이 김구수에게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했다.
그리고 나에게도 꾸벅 인사를 했다.
나는 고개를 숙여서 같이 인사를 했다.
김구수와 삼겹살집에 가서 소주를 마시면서도 이미정이 마지막에
김구수에게 했던 말들을 생각을 했다.
나는 막연하게 이미정이 불쌍하다는 생각만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 너무 이상하고 머리속으로 정리가 되지 않았다.
"교수님, 아까 그 모델이 헤어지면서 했던 말이 무슨 이야기 인가요?"
"응….영식씨 이거 비밀인데요, 그 친구가 페이를 주면 밤에 와서 잠자리도
같이 해주고는 해요. 전문적으로 몸을 팔고 그러는 건 아닌데,
안면이 있는 사람들에게 알음알음 그렇게 하는 것 같더라구요.
참…요즘 젊은이들같지 않게 참하고 착실한 친구인데…..
그냥, 좀 복잡한 사연이 많은 친구에요."
김구수가 웃으면서 나에게 말을 했다.
너 때문에 파혼해서 저렇게 된거잖아 이 씨뱅이 새끼야…
나는 속으로 혼자 김구수를 보고 욕을 했다.
김구수와 삼겹살을 구워서 술을 마셨다.
김구수가 자신의 이야기를 쭈욱 했다.
철학과 교수를 하던 시절의 이야기, 그리고 사진을 평생의 취미생활로
하는 이야기, 그리고 사하라 사막까지 사진을 찍으러 갔던 이야기들을
쭈욱 늘어놓았다.
따분하고 졸려서 죽을것만 같았다.
그게 나하고 뭔 상관이라는 말인가.
한마디로 나이 들어서 할 일없고 심심한 인생이었다.
돈은 제법 있는듯한 눈치였다.
사학연금을 받고 있다고 나에게 넌지시 말을 했다.
지가 연금을 받던 말던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삼겹살과 소주를 잔뜩 먹었다.
마회장과 먹을때처럼 흥이 나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삼겹살은 맛이 있었다.
오늘 그래도 인물 사진을 찍는 기법을 많이 배운것 같았다.
스튜디오에서 어떤 식으로 모델을 찍어야, 어떤 사진이 나온다는 대충의
감은 잡은것 같았다.
일차를 먹고 나와서 나는 집에 갈 생각이었는데 얼굴이 벌개진 김구수가
나를 잡아 이끌었다.
"영식씨, 우리 집에 아무도 없는데, 집에가서 한 잔만 더 합시다.
내가 아끼고 있는 아주 좋은 양주가 있어요……"
아 이새끼 진짜 인간관계가 좆같은 새끼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같이 술을 먹을 놈이 없으면 이제 두번째 만난 사람을 자기
집까지 데리고 가서 술을 먹이려고 하는가.
내가 연쇄살인마면 어쩔려고 저런 호기를 부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긴 나는 그때 술에 취한 자신을 집까지 찾아서 데려다 준 전적이 있기는
했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나를 믿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찌되었든간에, 양주인데…..
일단은 콜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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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왔었을때는 잘 몰랐는데, 두번째 와서 보니까 벽에 액자가
참 많은 집이었다.
김구수는 이 집에서 벽에 똥 칠할때까지 살아야지, 이사를 가려면
저 액자들 떼어내다가 볼 일 다 볼 것 같았다.
벽에 못을 박아서 건것도 있었지만 이상한 핀같은걸 벽지에다가
꽂아서 걸어놓은 액자들도 많은 것 같았다.
밤에 잠을 잘때 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벽지가 쭈욱 뜯어져서 대가리 위로
액자들이 떨어지는 상상을 했다.
섬찟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수많은 액자들 중에서 단연 군계일학은 오연지 항문 액자였다.
정말 창피해서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이든 노인네 혼자 사는 집에 자기 똥구멍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걸려있는것을 아내는 알고 있을까?
참, 잘난 마누라랑 살다보니까 별의 별 더러운 일을 다 겪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실에서 오연지 궁뎅이 사진을 정면에 보면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젠장….
김구수가 자그마한 상에 희귀하게 생긴 양주병을 하나 가지고 왔다.
안주같은 것도 접시에 담겨 있었다.
치즈도 수북하게 담아왔는데 육포같은것도 있었다.
"이게 말고기 육포입니다. 맛이 괜찮아요."
김구수가 나를 보고 웃으면서 말을 했다.
말고기를 쳐먹는다고?
말고기는 질기다고 하던데…
나는 호기심에 육포부터 하나 집어서 씹어보았다.
이런, 어떤 개새끼가 말고기가 질기다고 말을 했었나.
육포가 너무 부들부들하고 맛이 있었다.
이렇게 맛이 있는줄 알았으면 진작에 좀 사먹을것을….
양주병이 일반 양주병의 일점오배정도 되는 제법 큰 크기였다.
나는 김구수가 따라주는 양주를 스트레이트로 한 잔 받았다.
김구수가 얼음이나 글라스잔을 준비 안 한걸 보니까 그냥 스트레이트로
마실 작정인것 같았다.
둘이서 건배를 하고 한잔씩 들이켰다.
와우, 목에서 불이나는것 같았다.
"많이 독하죠? 이게 상당히 고급양주인데, 오십오도짜리에요,
불이 활활 붙는 양주입니다."
김구수가 치즈를 하나 집어서 입에 넣고 씹으면서 말을 했다.
치즈도 일반 체다치즈는 아닌것 같았다.
맛이 괜찮았다. 끝맛도 고소하고 말이다. 교수라서 그런지, 아니 교수하고는
상관없는 이야기지, 지 혼자 살아서 그런지 좋은것만 쳐먹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그렇게 삽시간에 양주 반병을 비웠다.
"영식씨 고맙습니다. 요새 같은 각박한 세상에 영식씨같은 좋은 사람도
있네요. 솔직히 길에서 술먹고 쓰러져서 자도 그냥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
많잖아요. 그래서 길에서 얼어 죽는 사람들도 제법 된다고 들었는데…..
나도 이제는 정신차리고 주량 좀 조절 해야 겠어요…..
내가 올해 나이가 육십 여덟살인데…이젠 정말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 이 새끼는 임택봉이랑 아는 사이 이기는 하지만 택봉이보다는 두살이
어리구나, 택봉이가 올해 일흔일텐데, 김구수는 동갑은 아닌 모양이었다.
내가 계속 액자를 흘끔거리면서 술을 마시자 김구수가 액자를 보면서
말을 했다.
"멋지죠? 내 인생에서 손에 꼽을수 있는 걸작중의 하나 입니다.
그냥 사진만 보면 여성의 엉덩이를 클로즈업해서 찍은 단순한 사진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저건 그냥 누드사진이 아니에요.
스토리가 있는 사진이에요.
이런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제가 이제 살면 얼마나 더 살까요?
남은 인생동안 내가 해야할 철학자…아니 철학자가 아니라,
사진가로써의 사명이 하나 있다면…..
저 여인을 다시 한번 내 카메라에 담아 보는것입니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저 모델을 만나게 되어서, 그리고 제약도 많아서, 나는 충분한
작품을 뽑아내지 못했습니다."
"내가, 그래서 너무 억울해요.
십년에 한 번 만날까 말까한 그런 모델이었는데 말입니다."
나는 말고기 육포를 질겅질겅 씹으면서 김구수의 말을 듣고 있었다.
뭐래냐, 병신같은 노인네….
사진가의 사명하고 오연지 궁뎅이하고 뭔 상관인데 저 따위로 씨부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스토리라고 하니까 궁금했다.
도대체 무슨 지랄맞은 스토리이길래 이 노인네가 저따구의 말이나
하는지 궁금해졌다.
"교수님 스토리라면 무슨?"
김구수가 나를 보고 웃으면서 천천히 말을 꺼냈다.
"내 이야기 한 번 들어볼래요?"
김구수가 웃으면서 말을 했다.
"이 모델은 이름이 연지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아는게 없어요.
30대의 가정이 있는 여인이라고 했죠.
내 동료교수중에 유명한 학자가 한 명 있습니다.
그 교수의 개인모델이었어요.
그 교수가 자신의 사진작품을 몇 작품 우리 동료 교수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각기 학교는 달랐지만 유학시절에 서로 알게 되어서 수십년 이상
친하게 지내온 교수들입니다.
사진에 취미가 같다는 점도 서로 더 가까워질수 있는 계기였구요…"
"그 교수가 특별히 친하게 지내던 우리 동료 네명을 위해서
자리를 한 번 만들었습니다.
모델에게 몇번을 사정하고 또 사정해서 만든 자리라고 했어요.
그 모델은 그 교수외에는 절대로 모델을 안한다고 했었거든요….."
"다섯명이서 그 모델을 놓고 촬영을 했어요.
페이가 무척이나 비쌌습니다.
말도 안되는 액수였지만, 일생에 딱 한 번만 찍을수 있는 기회라고
그 교수가 이야기를 해서 우리 네명은 일인당 이백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모델비를 냈어요."
허거덕…..
아까 이미정이는 시간당 십만원만 주면 누드모델을 해준다고 했는데,
뭐? 일인당 이백만원? 네명이서, 아니 다섯명이서 모으면 천만원이라는
이야기 인가?
노인네 진짜로 말도 안되는 구라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인당 모델료가 이백이라는게 말이나 되는가?
일반 누드촬영회 참가비의 열배가 훨씬 넘는 금액이었다.
요새 십만원이면 스튜디오에서 하는 누드촬영회 참석도 가능하다고 하고
경기가 안 좋아서 그것보다 더 싼 오만원짜리 누드촬영회도 있다고
인터넷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말이다.
무슨 몸에 금가루를 발랐다고 1인당 참가비가 이백이나 한단말인가?
"아니, 그래서 이백만원을 내고 가서 저 엉덩이 사진을 찍으신건가요?"
내가 조금 황당해 하는 목소리로 김구수에게 물었다.
김구수가 자신의 앞에 놓인 술잔을 들이키면서 말을 했다.
"우리는 말이죠, 다들 교수로 정년퇴임을 해서 어느정도 경제적인 여유들은
있어요. 하지만 우리도 솔직히 사진들을 길게는 30년넘게, 제일 짧은 사람도
수년 이상은 사진들을 한 사람들입니다.
모델료의 적정선이 어딘지는 알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임교수가 보여준……아….내 동료 교수 성이 임씨입니다.
그 임교수가 보여준 작품들을 보고 우리는 이백만원을 내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그건 진짜 비너스의 몸이었어요. 게다가 그냥 누드 작품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무언가를 말하고 표현하려고 하는듯한 그런 절규를 담은 소리없는
외침과도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무슨 귀신 씨나락까먹는 소리를 하고 앉아 있는건지 도통 알수가 없었다.
"교수님이 그렇게 다시 그 모델을 촬영하고 싶으시다면 페이를
지불하고 촬영하시면 되지 않습니까."
내가 모르는 척을 하고 말을 했다.
"임교수에게 그런 뜻을 한 두번 비친게 아닙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교수들도 모두 마찬가지였어요.
하지만, 그 모델이 일단 거절을 한다고 했고, 임교수도 자신이 어떻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모델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한참을 임교수를 졸랐지만 연락처는 진짜 안 된다고 받지 못하고,
이메일 주소만 간신히 받았습니다.
그래서 몇 번 메일을 보내보았지만 결국 답장이 없더라구요."
"요새 임교수가 건강이 많이 좋지 않아서 사진촬영을 못한다고 하던데….
임교수가 얼른 쾌차하기만을 기다릴 뿐입니다."
"임교수가 어디 특별히 몸이 아픈게 아니라, 마음의 병이 생긴것
같더라구요.
저는 그게 그 모델탓이 아닐까 하는 그런 혼자만의 추측을 해 봅니다.
임교수는 자신의 와이프 보다 그 모델을 더 아끼고 사랑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식씨 여기를 보세요, 제가 사진에 새긴 글씨 입니다."
그때 보았다, 이 씨부랄놈아…
나는 김구수를 보면서 속으로 생각을 했다.
[다시 만날수 없는, 이름이 연지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보고싶은 모델을 그리워하면서…. 김구수….]
그때 보았던 그 내용이었다.
"연지라는 이름도 임교수가 우리에게 이야기를 해준게 아닙니다.
임교수가 그녀를 작은 목소리로 연지양이라고 부르던걸 제가 엿들은 겁니다.
전, 그녀가 너무 보고 싶습니다.
사진촬영을 하면서 단 한번도 그녀의 얼굴 모습을 정면으로 보지 못했어요.
그녀는 얼굴을 반쯤, 혹은 어느 부분은 가리고, 이런식으로만 촬영을 해서
그녀의 머리카락이 가려지지 않은 그녀의 맨 얼굴을 한번이라도 마주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제 점점 더 어려워 질것만 같네요.
임교수가 그러더라구요. 그녀의 남편이 알게 되어서 이제 그녀는 다시는
사진모델을 할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구요."
"영식씨, 나는 정말 할 수만 있다면 그 남편이라는 사람을 내가 만나서
직접 대화를 해서 설득을 해 보고 싶습니다.
그 여인이 얼마나 아름다운 몸과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지,
그 남편에게 제가 설득을 할 자신이 있습니다."
어디 한 번 해봐 이 씹새끼야.
지금 니 앞에 앉아 있잖아.
나는 말이 목까지 차고 오르는것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만 김구수에게 소리를 치고 있었다.
김구수는 마치 꿈을 꾸는 듯한 눈빛으로 말을 했다.
옛날에 택봉이도 저 눈빛을 하면서 나에게 말을 하다가
파리채로 쳐 맞았었다.
하지만 김구수까지 팰 수는 없었다.
김구수를 팰만한 명분이 나에게는 없었다.
맞을 인간은 솔직히 김구수가 아니었다.
내 아내 오연지이지…
행실이 워낙에 극단적으로 단정해서 이런 사단을 일으키고 다니니까 말이다.
나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다시 말을 했다.
"교수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모델인지, 제가 한 번 볼수 있을까요?
그 사진촬영한 작품들을 말입니다."
나는 진짜로 궁금한 표정을 지어가면서 김구수를 보고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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