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r내와 편.견 394~397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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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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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소리야? 아연이 엄마가 가출소녀냐? 왜 집을 나가?
그리고 그 집 아연이 엄마꺼잖아, 니가 쫒겨나는게 아니라 아연이 엄마가
집을 나갔다고?"
영식이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겨…견아…이제 너 어쩌냐? 니가 마흔넷에 뭐 특별한 기술이 있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성격이 고분고분해서 어디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는것도
아니고, 기성복 사이즈도 잘 안 맞는 놈이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갈라고
그러냐?"
"장난치지마 이 씨발놈아, 지금 농담할때야?"
내가 영식이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니, 장난이 아니라 아연엄마랑 헤어지면 니가 뭐 가진게 있다고….
아닌말로 가진거라고는 그거 두쪽하고 애기 대가리 만한 니 주먹말고
뭐가 있냐?
너야말로 진짜 이 세상에 니 재산이라고는 개뿔딱지도 없는 놈이잖아.
나야 대출이 많기는 하지만 구닥다리 아파트도 있고 할부기는 하지만
저 주류트럭도 있는 표준 중산층인데, 너는 아연엄마아니면 바로 극빈층
전락이잖아…."
"야 이 씹새끼야, 지금 사랑하는 부인이 집을 나갔는데 재산이 문제고 돈이
문제냐?"
내가 버럭하자 영식이가 바로 대답을 했다.
"그럼 뭐가 문제인데? 사랑? 지랄하네….배가 고픈데 사랑이 되냐?
밥을 먹어야 떡도 치고 사랑도 하는거지…."
"에이 쓰발놈 내가 너랑 뭔 말을 하겠냐….
그런거 아니야, 아연엄마가 집이랑 돈이랑 다 내 이름으로 주고
사랑찾아 간다고 편지 써놓고 사라졌어."
영식이는 내 마지막 대사에 다시 한 번 벙찐표정을 하더니
나에게 말을 했다.
"역시 오연지다….화끈하다. 브라보….."
영식이가 놀란 표정으로 말을 하면서 천천히 박수를 쳤다.
영식이는 천천히 박수를 치면서 나에게 이야기를 했다.
"아….시팔…..진짜 주먹은 웬만하면 안쓰는데….그 동남아 새끼들도
이젠 다 토껴서 팰 새끼들도 없고, 진짜 착하게 살려고 했는데….
얼른 일어나라 가자…."
영식이가 벤치에서 일어나더니 말을 했다.
"가긴 어딜가 이 씨발놈아."
내가 영식이를 보면서 욕지거리를 했다.
영식이를 보고 조금이라도 털어놓고 후련하게 욕이라도 하니까
그나마 살 것 같았다.
혼자서 가슴속에 너무 꽁꽁 묵혀두고 있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자꾸 말을 하다보니 마음이 후련했다.
영식이가 나를 보고 말을 했다.
"어딜가긴 병신아….오연지 잡으러 가야지…
바람핀 새끼 잡아서 아주 대가리를 뽀개놓아야지…
옛날에 너 기억안나? 오연지 근처에 서성이는 놈들 아주 다 죽여놓았잖아.
나는 그때 니가 사람들 패는거 보면서 사람이 아니라 무슨 정신나간
미친 사자가 싸우는걸 보는것 같았어…넌 기억 안나냐…."
"응, 난 기억안나…."
내가 힘없이 대답했다.
영식이가 혼자 흥분하면서 이야기를 했다.
"아니 흥신소가 뭐냐? 바람핀 년놈들 잡는거 아니야, 니네 회장님한테
이야기하면 금새 잡을텐데 여기서 무슨 청승이야, 나도 같이 갈테니까
얼른 대가리 뽀개러 가자…..병신 여기서 왜 청승이야….
얼른 잡아서 조지고, 연지는 보쌈해서 데리고 와야지….
넌 옛날부터 이상하게 바람펴도 연지한테는 뭐라고 한 마디도 안하더라…
좀 패고 그랬어야 작금의 이런 사태가 안 발생하는건데…
남편 알기를 완전 개좆으로 아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거야….
바람펴도 어화둥둥 내사랑이고, 씹질을 하고 다녀도 내 색시 최고다
이 지랄을 하니까 이런 사단이 생기지……
니가 대가리가 안되서 그러는거야….나처럼 장학금도 좀 받고 그랬어야
머리가 확확 도는건데…."
나는 영식이가 숨넘어가게 이야기하는걸 다 듣고 나서 한마디 했다.
"지랄하지말고 얼른 앉어 이 병신아….
국외로 쨌어….."
내 대답을 들은 영식이는 뻘쭘한지 내 옆에 앉아서 한숨을 쉬었다.
나는 한숨을 쉬고 있는 영식이에게 말을 했다.
"패고 싶으면 집에가서 니 마누라나 졸라게 패라, 난 아직도
연지를 아주 쬐끔은 믿는다.
울면서 나를 다시 찾아와서 자기가 진짜 사랑하는 건 나밖에 없었다고
내 품에 안길꺼야…"
"……………………"
영식이는 나를 쳐다보고 한참을 있다가 말을 했다.
"올라가서 운동이나 하자…..너나 나는 그냥 입 꽉 닥치고 운동이나
하는게 최고다…."
그게 정답같았다.
체육관에 올라가서 만만한 샌드백을 졸라게 두들겨 팼다.
운동을 하면서 영식이와 서로 보조를 해주면서 대화를 했다.
아내가 집을 나갔지만, 난 아직 기다리고 있다고….
그리고 아내가 집을 나간것 때문에 아연이가 지 엄마를 많이 미워한다는
것까지 말이다.
영식이한테 말한다고 해서 뭐 달라지는건 전혀 없었다.
하지만, 내 가슴이 후련했다.
영식이야말로 나와 아내의 결혼전 모습부터 모든걸 다 아는 친구니까 말이다.
영식이에게 홍콩이나 쟈니같은 이야기는 해봤자 이해도 못할것이다.
그런건 이야기 하지 않았다.
존슨은 그렇게 찾아와서 나를 만나고 간 이후부터는 며칠이 지나도록
어떤 연락도 하지 않았다.
아마 존슨도 어쩌면 내가 이제 더 이상 아내와 어떤 연락도 되지 않는것을
다 파악하고 일부러 나를 귀찮게 하지 않는 것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아무것도 변화한것 없이 10월 중순이 지나가고 있었다.
마회장과 야간작업이 있던날 작업을 끝내고 술을 마셨다.
아연이 저녁을 차려주고 나온 야간작업이라서 그런지 오래간만에 마음 턱 놓고
술을 마시는것 같았다.
"이젠 마음 비운거냐?"
마회장이 나에게 술을 따라주면서 말을 했다.
"그냥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이제 한 달 반 지났네요….
아니 팔월중순에 떠났으니까 못본지는 두 달 지났네요…..
보름간 홍콩에 출장간다고 했었을때는 이제 아내가 돌아오면
둘만의 시간을 더 오래 가진다고 혼자 좋아했었는데….
아내가 출장을 가기전에 저한테 작은 이벤트같은걸 해주었거든요,
그게 너무 좋아서 많이 행복했었거든요…..
이런일이 생길줄은 전혀 예상못하고 있다가 이런 일을 겪으니까
아직도 솔직히 믿어지지도 않고 얼떨떨해요….
그냥 자고 일어나면 아내가 제 곁에서 자고 있을것만 같아요."
나는 내 앞에 놓여진 술을 원샷하고 말을 계속했다.
"그나마 10월 말에 아연이 예고입시 실기시험이 있어서 그것에 집중하느라고
그동안은 잊고 살고 있어요…..
그런데 아연이 입시가 끝나면, 아내가 많이 보고 싶을것 같기는 해요….."
마회장이 자신의 앞에 놓인 잔을 비우고 나에게 말을 했다.
"홍콩쪽에 선배님을 통해서 발이 닿은 사람이 있는데, 홍콩내에서
우리같은 일을 하는 사람인가봐, 편이사 와이프 찾는거 의뢰할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이건 합법하고는 거리가 먼데, 다른건 몰라도 소재는 파악할수
있을꺼다."
"아…아니요…..아직은요….
마음이 떠났는데 몸만 억지로 찾아서 뭐해요. 몸만 억지로 찾아왔다가
다시 나가면 어떻게 해요….
가두어 놓을수도 없는건데 말이에요….
일단은요…..아연이가 입시를 마칠때까지는요….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입시에만 집중하고 싶어요.
그리고 입시를 무사히 치르고 나서 그 다음에 생각하려구요….."
내가 천천히 말을 했다.
"그래….그래라……
벌써 10월 중순이구나, 이젠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네….
정신없이 살다보니까, 뭐가 뭔지 모르겠다.
올해는 사건사고가 제법 많은것 같다."
마회장도 연속해서 술잔을 비우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술잔을 말없이 비웠다.
"편이사 너 그거 아냐? 니 와이프 그렇게 되고 나서 너 그 뒤로 한달반동안
크게 웃은적이 한번도 없다.
니 친구하고 운동한다고 할때 억지로 몇번 웃는것 같은 표정 짓는거 말고는
크게 웃은적이 없어…..
옛날에는 하루종일 껄껄대고 혼자 도대체 뭔 생각을 하는지 하루종일
실실대고 있던게 너였는데 말이다……"
나는 술에 어느정도 취해서 마회장에게 대답을 했다.
"그냥, 아내가 보고 싶어요.
근데 지금은 딸의 미래가 더 중요해요.
내가 싫다잖아요.
내가 싫어서 떠난다는데….전 지금 소리도 못지르겠어요.
일단요, 우리 아연이 입시가 다 끝나고 나면, 어디 산에라도 올라가서
미친듯이 소리지를꺼에요.
그냥 그러고 싶어요……
보고 싶다고 소리 지르고, 나쁜년이라고도 소리지를꺼에요…..
회장님, 이젠 알 것 같아요.
우리가 집나간 부인들 소재 파악해주면 남자들 절반은 바로 못쳐들어가고
망설이잖아요. 그러다가 그냥 포기하는 남자들도 많구요….
저 이제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요.
남자들이 왜 그러는지 알 것 같아요.
진짜 당사자가 안되어 보면 절대로 모를것 같아요.
그런 마음들은 말이에요….."
마음이 너무 답답해서 술만 계속 들어부었다.
이게 뭔지…..
내가 이게 뭔지 정말로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술김에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절대로 이혼 안 해준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할머니가 되어서 이땅을 다시 밟을때 그때
다시 얼굴을 보는 한이 있어도, 절대로 이혼은 해주기 싫었다.
우리는 가족이다…..
아내와 나는……헤어져서는 안되는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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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연이는 열한시까지 연습을 하다가 자러 들어간다.
이제 열흘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회사에서 여섯시정도에 끝나서 집에 가는길에 아파트 단지 옆 상가 많은쪽에
교회십자가가 보였다.
교회라고는 어릴때 성탄절과 부활절등 뭐 먹을것 줄때만 기를 쓰고 나갔던
기억이 있고 결혼후에는 거의 가 본 기억이 없었다.
나는 교회의 본당안을 슬쩍 쳐다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아무나 들어가서 기도를 해도 되나보다 하는 생각을 하고 안으로
들어가서 맨 뒷자리에 앉았다.
어릴때는 복싱을 배우기전에 교회에서 기도를 했던 기억이 있다.
애들이 이름 가지고 놀리지 않게 해달라고도 기도를 했었고,
반에서 1등을 할수있게 해달라고 기도도 했었다.
결국 가만히 생각을 하니까 두가지 기도는 모두 이루어진것 같았다.
아버지 손에 이끌려 5학년때 복싱을 배우기 시작한 이후로
내 이름을 가지고 놀리는 애들은 아무도 없었다.
이름을 가지고 놀리다가 몇놈이 작살나게 나에게 터지는걸 본 애들은
그 이후부터 아무도 나를 놀리지 않았다.
그리고 반에서 1등도 했다.
물론 공부는 아니고 싸움 대빵을 먹게 되었다.
요새 애들은 짱이라고 하는것 같던데, 내가 어릴때는 반에서 제일 힘이
세면 대빵이라고 불렀었다.
덩치도 산만한데다가 주먹까지 쓸줄 알게 된 이후로 항상 1등을 했다.
주먹으로 말이다.
그래도 마음이 여린편이어서 힘 약한 애들을 괴롭히고 그런 기억은
거의 없었다.
담배도 피지 않고, 학생때는 아버지 무서워서 탈선같은건 꿈에도
생각못했으니까 말이다.
나는 눈을 감고 기도 자세를 잡고 기도를 했다.
교회를 다니지 않고 신앙도 없지만 그래도 마음이 하도 헛헛해서
나도 어딘가엔가 기대고 싶었다.
일단 열흘 앞으로 다가온 아연이의 시험을 기도했다.
꼭 합격시켜 달라고…..
그리고 또 하나 기도를 했다.
아내가 집에 들어오게 해달라고….
그렇게 삼십분 넘게 눈을 꼭 감고 같은 기도를 되풀이하고 또 되풀이 했다.
그리고 교회에서 몰래 다시 나왔다.
그래도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것 같았다.
어릴때 기도가 자라면서 다 이루어졌던 것처럼, 대가리가 크고나서
처음 한 기도도 모두 다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두가지 기도가 다 이루어진다면….
아연이가 합격도 하고, 아내도 집에 돌아온다면 나도 교회를 다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어릴때 목사님이 그런 기도는 하면 안된다고 부활절날 계란을
까먹으면서 설교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목사님이 뭘 해주면 나도 뭘 하겠다는 조건부 기도는 하면 안된다고
어릴때 설교를 들었었는데…..
지금 나는 그런 기도라도 해야만 했다.
진짜 아연이가 합격도 하고, 아내도 집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아연이의 실기시험일이 되었다.
나는 마회장에게 이야기를 하고 하루 휴가를 내었다.
아침에 아연이에게 위에 부담이 없는 그런 간간한 아침 식사를 마련해주었다.
메뉴도 평소에 먹던걸 위주로 했다.
그리고 집에서 출발하기 전에 아연이를 꼭 안아주었다.
"아연아, 아빠가 많이 부족해서 미안해….
그리고 엄마가 곁에 없어서 너무 미안해.
하지만, 아연이 니 인생이야.
아빠는 우리 아연이 인생이 별처럼 반짝반짝 빛났으면 좋겠어…."
"아빠는 뭘 새삼스럽게….
실망 안 시킬께….."
아연이는 평소처럼 밝게 웃으면서 말을 했다.
에미가 젊은 놈팽이하고 바람이 나서 사라져 버려도 저렇게 밝게 웃어주는
아연이에게 너무 고맙고 감사했다.
아연이를 태우고 예고로 향했다.
예중하고 같은 재단이니까 멀지 않았다.
아연이는 내가 굳이 같이 가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나는 같이 가지 않을수가
없었다.
아연이에게 너무 미안했다.
엄마의 빈자리를 만들어주어서 너무 미안했다.
옛말에 뒤가 난년은 자식이고 서방이고 다 팽개치고 달아난다고 하더니
진짜 내 마누라가 그꼴이 날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아연이 교육에 무척이나 신경을 쓰던 아내이기에 나는 더욱 믿을수가
없었다.
아연이는 학교에 들어가고 나는 학교 밖에 차를 세우고 멀뚱하니 앉아서
눈을 감고 빌고 또 빌었다.
아연이가 실수만 안하기를 말이다.
나는 바이얼린을 잘 모르지만,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아연이의 연주실력은
수준급이라고 하니까 그걸 믿을수 밖에 없었다.
내신도 좋고 다른데서 밀릴 이유는 없었다.
오로지 실수만 하지 않으면 된다.
나는 아연이가 실수만 하지 않기를 빌고 또 빌었다.
나는 아연이의 홈페이지를 보았다.
홈페이지는 더 이상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있었다.
아연이는 10월에는 실기시험에만 집중을 했으니까 홈페이지에 뭘
올릴 마음의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하루에 꾸준히 들어와서 보는 조회수가 있었다.
그중에 아내의 조회수도 있을까?
아내도 분명히 보고 있겠지….
자신의 사진이 올라왔다가 삭제되어버린것도…..
그리고 돌아오라는 말이 사라져 버린것도 다 보았겠지….
차에 시트를 뒤로 눕혀서 누운채로 스마트폰을 보면서 생각을 했다.
아연이의 이메일을 삼일에 한 번 정도 해킹을 한다.
아니 아내가 집을 나간후에 삼일에 한 번 정도는 꾸준하게 몰래 확인을 했다.
물론 바쁠때는 그 기간이 조금 더 걸린적도 있었지만, 아무것도 새로운것은
없었다.
아연이가 아내에게 보낸것도, 아내가 아연이에게 보낸것도 없었다.
아연이는 엄마에게 왔던 메일도, 그리고 자신이 보냈던 답장도 모두
삭제를 해 버린 상태였다.
아내의 이메일 계정 두개도 가끔 해킹을 해보면 역시 사용을 하지 않는것
같았다.
쟈니 이 개자식은 내가 메일을 보낸지가 한참이 되었는데 본건지 못본건지
답장이 없었다.
쟈니의 계정은 해킹이 되지 않았다.
쟈니나 아내의 계정은 국내에서는 해킹이 쉽지 않은 서버가 해외에
있는 계정들이었다.
나는 그 정도 실력은 되지 않았다.
마회장에게 한 번 부탁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어차피 지금 내가
해킹을 하는 프로그램이나 실력도 모두 마회장에게 배운것이었다.
마회장도 자신의 능력 이상은 외주를 맡기는데….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게 내 치부를 드러내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몇 시간을 기다리고 나서 아연이가 밝은 표정으로 나왔다.
"아연아, 너무 수고 많았어…."
나는 길에서 아연이를 다시 안아주었다.
"아빠, 집에 가서 기다리라니까 계속 여기 있었어?"
"어때…아빠 오늘 휴가인데….."
아연이를 데리고 오래간만에 중식당에 가서 요리를 시켜놓고 식사를 했다.
아연이와 웃고 떠들면서 식사를 했지만, 오늘같은날 아내도 같이 있어야
하는데….그렇지 못한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아연이가 실수없이 잘 했다고 자신있게 말을 해서
나도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다.
아내가 없어지고 나서 처음 크게 웃어보는것 같았다.
11월 중순에 발표가 난다고 했다.
예고입시중에서 제일 먼저 발표가 난다고 했다.
은서는 아연이가 지원하는 예고가 아닌 다른 예고에 지원을 했다고 했다.
은서는 11월 초가 시험이라고 했다.
아연이와 은서가 같은 학교에 가면 좋겠지만, 은서는 그냥 자기 실력에
맞추어서 은서아빠와 상의를 해서 다른 예고에 지원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예고도 이 동네와 가깝기 때문에 아연이와 은서는 서로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승준이는 예고를 가지 않고 특목고를 지원한다고 했다.
다들 중학교 졸업전에 자기 진로를 찾아서 가는것 같았다.
내가 중학교 3학년일때는 그런게 없었다.
인문계나 실업계만 나누어질뿐 인문계는 그냥 우루루 추첨을 하고
뺑뺑이 돌려서 가는게 인문계였다.
일단 아연이의 시험이 끝나고 나니까 마음이 조금 편해진것 같았다.
하지만 아연이의 시험이 끝나고도 새벽에 잠을 못자는 현상은
없어지지 않고 있었다.
일주일에 한번정도 못 참으면 자위를 했다.
새벽에 말이다.
새벽에 일어나면 아내 생각이 난다.
옛날처럼 민규와의 정사하는 영상을 꺼내볼까 하다가 이젠 그런건
죽어도 보기 싫었다.
아내와 다른 남자가 같이 있는것만 봐도 열불이 치밀이 올랐다.
그런건 너무 싫었다.
옛날에는 민규와 아내의 바람피는걸 너무 가볍게 생각을 해서 그런것
같았다.
이제는 그런걸 보면서 자위를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아연이의 실기시험이 끝나고, 10월이 지나가 버렸다.
11월이 되었다.
나는 평소처럼 출근을 해서 운동을 하고 일을 하고 퇴근을 했다.
아연이는 실기시험이 끝난후로는 집에서 티브이도 많이 보고 친구들과
주말이면 영화도 보러다니고 조금은 느긋해진것이 내 눈에도 보였다.
아연이에게 더 신경을 많이 썼다.
호기심이 많은 나이고, 이성교제도 하고 싶은 나이니까 말은 안하고 몰래
아연이에게 관심을 더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11월이 되어서 평소와 같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마회장과 일을 하고 나서 오후에는 동영상 편집을 하고 친자확인 업체에
외근을 나갔다 와서 건물앞의 벤치에 앉았다.
영식이의 주류트럭이 건물앞에 서 있어서 영식이에게 문자를 보내니까
운동 끝내고 옷입고 나오는 중이라고 했다.
아침에 주로 많이 오던 놈이 이제는 아침에도 오고 오후에도 오고 아주 운동
중독이 된 것 같았다.
영식이랑 벤치에 앉았다.
나는 건물근처에 있는 가판에 가서 붕어빵을 한봉지 사왔다.
그리고 영식이와 건물앞의 벤치에 앉아서 붕어빵을 먹기 시작했다.
"야, 이거 오랜만에 먹으니까 졸라게 맛있다."
영식이가 붕어빵을 입에 넣고 씹으면서 말을 했다.
"씨발놈아 사십대 중반이다 졸라게가 뭐냐….좀 고운말을 써라…."
"지랄을 하네 나보다 욕을 열배는 잘하는게….어디서 지랄이야…."
영식이가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에이….시팔…..이 좋은 가을날 구리구리한 새끼랑 붕어빵이나
쳐먹고 있는 내 신세가 참 좆같다…."
나는 가볍게 웃으면서 혼잣말을 했다.
아연이의 시험이 끝나고 나니 진짜 긴장이 많이 풀린것 같았다.
"야, 그나저나 니네 회사건물 진짜 자리 죽이지 않냐?
이렇게 넓은 공원같이 인도가 있고 벤치도 있고, 완전히 진짜 자리 환상이다
차대기도 편하고…..
건물은 완전히 좆같이 쓰러져가는데 주변환경은 죽인단 말야…."
영식이가 우리 건물을 보면서 말을 했다.
그때였다.
전화벨이 울렸다.
마회장이었다.
고개를 들어서 사무실을 보았다.
저기 위에 8층인 사무실에서 마회장이 우리를 내려다보면서
전화를 하고 있었다.
"야 편이사, 어떤분들이 사무실로 너를 찾아오셔서 내가 너 회사 건물앞에
있다고 했다.
내가 뭐하는 사람들이냐고 물으니까 말을 안한다.
너를 직접 보고 말을 하겠다는데…"
그때였다.
건물입구에서 여자 한명과 남자 한명이 우리쪽을 보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마회장과 전화를 끊었다.
누구지?
누가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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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저년 뭐야? 졸라 새끈하네….
시팔…..난 저런 정장입은년들이 좋더라…..
야…견아 저기 저 년 봐봐….완전 죽여…."
영식이가 건물 앞에서 나오는 여자와 남자중에서 여자를 보더니
나에게 말을 했다.
여자는 정장을 입었다.
아래 치마는 무릎위 미니스커트인데 여자가 몸매가 워낙 날씬해서 그런지
진짜 무슨 복사기 선전에 나오는 여자 같았다.
미모도 제법 뛰어난 것 같았다.
검정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지만 안경 안으로 상당한 미모가 보였다.
아내가 생각이 났다.
아내는 저것보다 더 예쁜데….
평소에 사회생활을 할때 얼마나 많은 영식이 같은 놈들이 아내를 보고서
속으로 음탕한 생각들을 했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옆의 남자는 금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나이가 40대 초반정도 되어보이는 젊잖은 스타일이었다.
여자는 많아야 30대 중반이나 될 것 같았다.
남자 여자는 영식이와 나를 보고서는 둘이서 무언가 대화를 주고
받더니 우리 벤치 앞으로 다가왔다.
"야….견아 이쪽으로 온다, 설마 저렇게 이쁜년이 도에 관심있냐고
물어보는건 아니겠지? 도에 관심있냐고 물어보면 졸라게 관심있다고
하고 우리 모텔에 가서 쓰리썸이나 할까? 너 쓰리썸 해봤냐?"
"씨발놈아 내가 멍멍이냐 그런짓을 하게…."
순간 영식이 와이프 희경씨가 동남아 놈들하고 그 짓을 한게 떠올랐다.
저 놈은 도대체 그걸 아는걸까 모르는걸까? 알면서 저렇게 태연하게
말을 하는거면 진짜 멘탈이 대단한 놈이고, 모르는것이라면 졸라게
불쌍한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남아 새끼들을 팬걸보면 아는것 같기는 한데 어디까지 아는줄
내가 세세하게 물어볼수는 없었다.
남자와 여자가 우리쪽으로 다가오자 영식이가 붕어빵을 먹다가 긴장을 했다.
우리 바로 앞까지 두 사람은 천천히 걸어왔다.
여자가 나를 보고 가볍게 웃으면서 말을 했다.
"저, 안녕하세요 편견씨 되시죠?"
나는 일단 아무런 대답을 안하고 있는데 영식이가 먼저 놀래서
대답을 했다.
"네…얘가 편견인데요…."
영식이가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을 했다.
여자와 남자는 내 얼굴을 아는 눈치였다.
그러니까 나를 보고 바로 나에게 다가온것 같았다.
"저희는 제이앤비 파트너스에서 나온 변호사들 입니다."
속으로 한숨이 나왔다.
아내가 편지에 말했던것이 바로 이것인가…
올게 온 것인가……..
억장이 무너지는듯 했다.
이혼….죽어도 못한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나는 일단 진정을 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여자에게 물었다.
"잠깐 조용한데로 옮겨서 이야기를 좀 나누었으면 합니다."
여자가 인상 좋아보이는 미소를 지으면서 나에게 말을 했다.
"여기 조용하잖아요. 무슨 일인지 말씀부터 하세요…."
내가 조금은 퉁명스럽게 여자에게 말을 했다.
여자가 영식이를 보고서 말을 했다.
"그러면 죄송하지만 잠깐 자리를 좀 피해주시면…."
나는 영식이를 보고 말을 했다.
"가만히 있어…"
영식이는 뻘쭘한 표정으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저기 무슨 이야기인데 내 친구를 가라 마라 하는겁니까?
난 여기가 좋으니까 얼른 이야기 하세요. 자리 불편하시면 그냥 가시구요…"
나는 두사람에게 친근하게 대해줄수가 없었다.
오히려 내가 더 부들부들 떨지 않도록 조심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단호하게 말을 하자 여자가 말을 했다.
"오연지 이사님이 보내서 왔습니다.
두 분의 이혼절차를 도우려고 왔습니다."
영식이가 입을 크게 벌리고 나를 쳐다보았다.
조금 진지하고 싶어도 영식이 녀석이 너무 오버해서 놀라는 통에
진지할수가 없었다.
나는 마음을 좀 추스리고 말을 했다.
"저기 혹시 아내하고 연락이 되면요, 아내가 직접 제 앞에 와서
이야기하라고 그러세요. 이혼이 그렇게 하고 싶으면 직접 오면 해준다고
제 앞에 나타나라고 가서 말 좀 전해주세요."
나는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로 여자에게 말을 했다.
"오연지 이사님은 지금 해외에 계셔서 사정상 국내에 들어오실수가
없습니다.
저기, 위자료가 며칠 이내로 편견씨 계좌로 입금될 것 입니다.
섭섭하지 않으신 금액이실겁니다.하지만 더 필요하시다면
저희에게 말씀만 하시면 바로 조치되도록 진행을 하겠습니다."
여자는 차분하게 나에게 말을 했다.
남자는 여자의 옆에서 부동자세로 약간 고개를 숙인채 서있기만 했다.
"저기요, 진짜 마지막으로 말씀드리는거에요.
돈 필요없어요. 돈 다 필요없으니까 오연지한테 다 가져가라고 하시구요,
이혼하고 싶으면 오연지가 직접 와서 나에게 말을 하라고 하세요.
변호사님들은 이제 다시는 찾아오지 마시구요.
테레비 보니까 이혼할때면 남자 여자 같이 법원가서 뭐 4주후에 뵙겠습니다
이런거 해야 하잖아요.
내가 이혼을 하던 안하던 그건 내 아내와 단 둘이서 결정할 문제니까
다시는 찾아오지 마세요. 얼른 가세요….
돈 같은거 필요없으니까 다 가지고 가라고 하세요…."
내가 너무 단호하게 말을 하자 영식이가 옆에서 내 팔을 잡았다.
"겨…견아…."
나는 영식이에게 눈을 부라렸다.
"넌 가만히 있어 이 씨발놈아…"
내가 너무 무서운 표정으로 영식이에게 말을 하니까 영식이는 움찔해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편견씨, 저희는 오연지 이사님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받았고,
오연지 이사님과 상의해서 법적 절차를 처리할 뿐입니다.
오연지 이사님은 분명히 이혼을 원하시고 계시고 저희는 그 절차대로
진행을 해야 합니다."
"제발 부탁인데요. 제 앞에서 이혼이라는 단어는 그만 사용해 주세요.
전 목에 칼이 들어와도 이혼은 안할꺼에요.
만약에 이혼을 해도 그건 아내가 제 앞에 나타나면 둘이 같이 도장을
찍는 경우에만 할꺼에요….
그건 어쩔수 없잖아요….."
여자는 너무도 사무적인 표정으로 말을 했다.
"소송으로 가기를 원하십니까? 편견씨가 이혼에 협조….."
나는 여자의 말을 짜르고 소리를 질렀다.
"야 이 씨발년아 한번만 더 이혼이라는 말 아가리에서 더 튀어나오면
아주 아가리를 갈기갈기 찢어버릴줄 알아…."
내가 주변 사람들이 다 쳐다볼 정도로 크게 소리를 질렀다.
여자는 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많이 놀라면서 얼굴이 사색이 되어버렸다.
영식이가 내 옆에서 내 팔을 껴안듯이 꽉 움켜쥐었다.
내가 돌발행동을 하지 못하게 나에게 안전벨트를 채우는 모양이었다.
그때 여자의 옆에 있던 남자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이봐요 편견씨 어디서 그렇게 상스러운 말을 합니까.
우리가 우수워 보여…..어….어…….컥컥컥……"
남자는 말을 더 이상 하지 못하고 컥컥 소리를 내면서 공중에 매달렸다.
내가 영식이를 뿌리치고 일어나서 남자의 목을 잡고 들어올렸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내 한 손으로 들어올려져서 구두끝만 간신히 땅에 닿고 있었다.
"내가 하지말라고 했는데 니들이 먼저 나한테 지랄들 했잖아.
내가 처음부터 상스러운말을 했냐?
너 이 씹새끼야 한손으로 내가 사람 목뼈 부러트릴수 있을것 같아
없을것 같아?
한 번만 니네 두명 나를 또 찾아오면 너는 모가지를 부러트리고 너 이
씨발년은 아가리를 찢어버릴줄 알아….
이혼이 애들 장난이야?
이 쓰레기 같은 인간들아….열여섯살짜리 딸이 있어…..이 천벌을
받을 인간들아….
가서 오연지한테 전해……얼른 돌아오라고…..
너무 보고 싶다고….."
나는 남자를 땅에 패대기 치고 벤치에 앉아서 얼굴을 두손으로 감쌌다…
나 혼자 열불나서 소리를 치다가 아내가 너무 보고 싶다고 이야기 하는 순간
그만 눈물이 왈칵 솟아 올랐다.
사람들에게 내 눈물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얼른들 가요….얘 완전 뚜껑 열렸어….당신들 얼른 안꺼지면 산소통 매고
병원에 자빠져야해……얘 완전히 무서운 놈이에요….얼른들 가라고…."
영식이가 두 사람을 보내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후에 영식이가 내 등을 두들겼다….
"야….다 갔어…..놈년이 아주 사색이 되었더라….왜 그래….너답지 않게…
요새 니가 그렇게 화내는 모습 처음본다….
마흔 넘어서 좀 젠틀해진것 같더니만 이십대때 더러운 기질 다시
튀어나오고 그래…."
나는 손바닥으로 눈물을 훔쳤다.
"우냐?"
영식이가 물었다.
나는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고개를 저었다……
영식이가 잠시후 손수건 같은걸 내밀었다.
"야…이걸로 눈물 닦어…."
나는 한 손으로 영식이가 내민 손수건 같은걸 받아서 눈을 문질렀다.
근데 손수건이 냄새가 나는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들어 영식이가 내민 손수건을 보았다.
손수건이 며칠동안 안 빨았는지 꼬질꼬질 했다.
나는 기가 막혀서 웃음이 나왔다.
"에이 시팔….진짜 더러워서…."
내가 웃으면서 손수건을 영식이에게 던지자 영식이가 나에게 말을 했다.
"그러게 시팔놈아 질질 짤꺼면서 왜 연지를 파리채로 두들겨 패냐….
너 같으면 맞고 살겠냐…..그 얼굴에 그 능력에….
나같아도 너같은 놈 집 주고 그거나 먹고 떨어지라고 하고 달아나겠다….
게다가 위자료까지 준다고 하네….오연지 돈 많은가 보다…."
영식이가 혀를 끌끌 찼다.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아내가 보고 싶었다.
이 잡년은 내가 이렇게 아파하는걸 알고나 있을까….
이런….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보다보니 8층에서 마회장이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한숨이 나왔다.
이젠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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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년놈들이 찾아왔다간 이후로 며칠동안 풀이 죽어서 지냈다.
마회장은 내가 아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싫어하는것 같으니까
아예 말을 꺼내지 않았다.
나는 그냥 일을 하고 하루를 보내면서 그렇게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이제는 마회장을 찾는 전화뿐만 아니라 나를 찾아서 문의를 하는
고객들도 제법 많이 생겨났다.
마회장이 있을때는 솔루션을 마회장과 상의를 했지만, 마회장은
외근을 많이 나가니까 마회장이 없을때는 내가 주로 상담을 하고
솔루션도 제공을 해주었다.
하지만 나는 아내가 바람을 피워서 상처받은 남자들에게 과감하게
헤어지라는 말을 못해주고 있었다.
일단 자녀를 물어보고 재산을 물어보았다.
자녀도 없고 재산도 별로 없으면서,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마음마저 없다면
그건 진짜 같이 살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식이 있고, 아직 아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남아 있다면
나는 일단은 한번 참으시라는 말을 했다.
어차피 헤어져서 새 여자를 만난다고 해도, 그 여자 역시 누군가와
헤어진 여자일뿐이라고 말이다.
진짜 처녀장가를 다시 가지 않는한은 말이다.
하지만 그건 재벌2세수준이나 가능한거지 보통의 자녀가 있는
유부남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난후에 마회장이 나에게 이야기를 했다.
"편이사, 니가 이야기 하는것 불편해 하는것 같아서 내가 말은 안하는데…
홍콩쪽에서 연락이 왔다.
니 와이프가 며칠전에 홍콩에서 마카오로 이동을 했나봐, 마카오로 이동을
할때는 여권이 있어야 해서 출입국 기록이 남았나봐…
그냥 참고하고 있어라…"
"네….."
나는 힘없이 대답을 했다.
그리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홍콩이면 뭐하고 마카오면 뭐하겠는가….
아직 잘 살아있구나….
얼굴이라도 한 번 보면 좋겠다.
변호사들이 아내에게 내 소식을 전했겠지?
아내가 진짜 나를 찾아와서 이혼해달라고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진짜 감방에 끌려 가는 한이 있더라도 아내를 집에 묶어놓고
나를 떠나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
아내는 미친게 분명했다.
언젠가 정신을 차릴텐데….그때 어떻게 할려고 이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내가 사용하던 아내의 신용카드들 마저 다 정지가 되어서 이제는 내가
내 통장으로 연결된 체크카드를 사용하고 있었다.
아내의 흔적들은 그렇게 하나 둘씩 다 정리가 되어 가고 있었다.
돈에 관한 철저하게 꼼꼼했던 아내의 성격답게 보험같은 것도 이미
다 해약이 되고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아내는 정말로 돌아오지 않을 생각을 단단히 한 모양이었다.
어차피 자동이체 되는 보험료까지 해지할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다.
아연이 학원비하고 11월에 쓸돈들을 정리하고 나서 인터넷 뱅킹으로
계좌를 확인했다.
변호사 놈년들이 다녀가고 나서 일주일정도 시간이 흐른것 같았다.
나는 내 계좌를 보고 한동안 마우스를 잡고 있는 손을 움직이지 못했다.
손이 떨릴 정도였다.
이게 설마 그 위자료라는 돈인가?
엄청난 액수의 돈이 나에게 송금이 되어 있었다.
나에게 송금을 한 사람의 이름이 쟈니리였다.
타행송금도 아니었다.
내가 계좌가 있는 국내은행에서 송금을 한 것이었다.
하긴 쟈니리가 보냈던 오연지가 보냈던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금액이 문제였다.
도대체 이런……..
아내가 남기고 간 돈이면 아연이 대학보내고 또 우리 생활비 하는데는
풍족하고 쓰고 남을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도대체 그놈의 유학을 보낸다는 것이 돈이 얼마가 드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럽이나 미주지역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는 왕복 비행기 값만 해도
몇백만원이 들텐데….그러면 그런 곳에서 몇년간 공부를 한다고 하는것은
얼마의 비용이 들런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리고 아연이가 국비 유학을 가는것도 아니고 순전히 자비 유학을 가야
할텐데….
뭐 솔직히 아연이가 잘해서 장학금이나 어느 단체 후원같은걸 받아서
가면 좋겠지만, 아연이가 과학자나 그런건 아니지 않는가…
순수 예술분야에도 그런게 있는지는 나도 잘 몰라서 내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건 아내가 남긴돈을 떠나서 지금 송금이 된 이혼 위자료라고
하는 돈을 보니까….
내가 아무리 감각이 없다고 해도, 이 정도의 액수면 세계 어느나라를 가서라도
몇년동안 공부를 하고 유람을 하고 호화 생활을 해도 남을 것 같았다.
외국에 집을 사지 않는 한 말이다.
내가 뭐가 대단한 놈이라고 이런 거액의 위자료를 받는단 말인가…
내가 재벌2세와 이혼하는 부인인가?
돈이 적당히 있을때는 그걸로 상가를 사던 오피스텔을 사던 해서 월세를
받고 계속 재테크를 해야겠지만 솔직히 현금이 이렇게 많은데 굳이
뭐 그런 행위를 해야하나 할 정도로 현금부자가 되어 버렸다.
아내는 진짜로 아연이를 교수를 만들고 싶었나보다….
아내가 몇 년은 쇠빠지게 일을해야 받을 연봉이 단숨에 통장에 꽂혀버렸다.
아내가 은퇴하기 전까지 이 정도를 벌수가 있었을까?
아내는 몇살까지 임원을 할 수 있었을까?
쟈니랑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이 돈을 왜 주냐고….
내 마누라를 빼앗아가서 미안해서 주는거냐고….
그렇다면 가져가라고 필요없다고 얼굴에 침을 뱉어주고 싶었다.
아연이한테는 조금 미안했지만, 아연이 호화유학 안 보내도 되니까
이 돈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
옛날에 내 성격같으면 일단 주는건 다 받고 내 실속은 챙기면서
생각을 할 텐데….
이건 그런 문제는 아니었다.
일단은 이 돈은 절대로 손을 대지 않고 있기로 했다.
나중에라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말이다.
나는 아내가 남기고 간 돈만해도 충분했다.
다음날 은행에 가서 통장을 하나 더 만들었다.
그리고 쟈니가 송금한 액수만 원래 통장에 남겨놓고 나머지는 싹 새로
만든 통장으로 옮겼다.
액수가 크니까 은행에서 대접하는게 달랐다.
나는 아내가 남긴 금액중의 일부를 정기예금에 넣었다.
이자율이 낮았지만 그래도 원금이 크니까 이자가 장난이 아니었다.
아연이를 위해서라면 한 푼이라도 더 나오는게 좋았다.
내 통장이 졸지에 여러 개가 되어 버렸다.
마대정보진흥에서 월급받고 경찰에서 포상금 받은것들을 모아놓은 통장과
쟈니에게 송금된 돈만 남겨놓은 통장, 그리고 새로만든 통장과 정기예금
통장까지 말이다.
나는 은행에 온김에 신용카드도 하나 새로 만들었다.
체크카드보다는 신용카드를 쓰는게 편리한 점도 있었다.
은행이란곳은 철저한 것 같았다.
개뿔도 없으면 가볍게 대하고, 돈이 많으면 중하게 대해 주는것 같았다.
내가 그걸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내가 사는 곳은 돈많은 놈이 장땡인 자본주의 사회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어릴때 돈에 한이 맺혔던 아내가….
대학시절 집에 보일러가 너무 자주 고장나서 냉방에서 지내기 싫어서 일부러
따뜻한 내 자취방에 자주 왔던 아내가…..
그렇게나 결혼후에 악착같이 돈을 모았던 것 같았다.
아내는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 남으려고 말이다.
그렇게 살아남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먹고 살만하니까 잘 생기고 젊고 돈 많은 놈하고 날라 버렸다.
영식이가 나에게 말을 했다.
그래도 연지는 양심적이라고, 재산 들고 나르는 년들이 태반인데,
연지는 딸 교육시키라고 재산 다 놓고 가지 않았냐고 말이다.
솔직히 지은지 몇 년 안되는 고급 대형아파트에 내 이름으로 된
차가 두대다 외제차 한 대, 최신 국산 중형차 한대….
그리고 통장에는 현금이 가득하다.
마음만 먹으면 나도 새 여자를 찾을수 있다고 영식이는 말했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11월이 흘러서 중순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아연이 합격자 발표날이 되어버렸다.
전날 새벽에 평소보다 더 잠을 자지 못했다.
무슨일이 있어도 합격하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
아연이는 태연한척 하지만 속으로 맺힌 상처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크면서 점점 더 엄마를 닮아가는 아연이였다.
솔직히 나도 아연이의 예고 입시 때문에 모든걸 억지로 참고 있었다.
술도 거의 안먹고 가끔 마회장하고나 먹을 정도였다.
마회장과 먹으면 영식이랑 먹을때처럼 이삼차 까지 달리는게
아니니까 다음날 지장은 없었다.
그렇게 참아온 시간들이었다.
팔월 중순에 아내가 출장간다고 홍콩으로 떠나버린후 정확히
3개월이 지나버렸다.
아연이는 평소와 같이 학교를 갔다.
나는 인터넷으로 몇시부터 합격자 발표가 나오는지만 정신없이 확인하고
있었다.
낮에 인터넷 홈페이지에 뜬다고 했는데….
도통 게시가 올라오지 않고 있었다.
점심을 다 먹고 불안한 마음으로 스마트폰만 만지고 있는데
아연이에게 문자가 왔다.
[아빠! 나 합격~ 고마워, 사랑해~]
문자를 받고 바로 예고 합격자 발표 홈페이지를 접속을 했다.
합격자 명단이 발표가 되었다.
바이얼린 편아연 이름이 있었다.
마회장은 외근나가고 없는 사무실에서 혼자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울었다.
너무 기뻐서 춤이라도 추고 싶었는데……계속 눈물만 났다.
아연이에게 답장을 보냈다.
[아연아, 너무 고마워, 축하해…아빤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난다.
우리딸 너무 사랑해…우리딸 최고다…..]
아연이의 답장이 바로 도착을 했다.
[아빠, 이제 시작이야….기뻐하기는 일러…..그리고 아빠 나 일유대 말고
다른 대학 가는것도 생각중이야, 하긴 벌써 그걸 생각할 필요는 없지
아빠, 나중에 이야기 해…..저녁때 봐….]
오연지 딸 아니랄까봐 냉철한 태도를 유지하는 아연이의 모습에서
아내의 옛날 모습이 생각났다.
아연이가 일유대 말고 다른 대학을 가는걸 생각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아연이가 엄마를 얼마나 마음속으로 미워하고 있는지 온몸으로 느껴졌다.
나는 눈물을 닦았다.
몇십년만에 처음간, 그것도 주일도 아니고 평일 퇴근길에 아무도 없는
교회에 몰래 들어가 했던 기도 두개중에 하나가 이루어 졌다.
나머지 기도 하나도 이루어지면 얼마나 행복할까….
아내가 집을 나가고 3개월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것 같다.
하지만, 아연이와 나는 그런 와중에서도 꿋꿋하게 하루하루를 헤쳐나가고
있었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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