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r내와 편.견 555~556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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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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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엄마 언제 볼수 있어? 아빠 나 엄마 빨리 보고 싶어…"
아연이가 내 옆에서 나를 보챘다.
"아연아 엄마 검사 끝나야 한데….
엄마 수술하기 전에 중요한 검사래….
나는 아연이의 손을 꼭 잡아 주는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너희들은 들어가, 연지 의식 돌아왔으니까 이제 괜찮아."
"형 나는 오늘 야간 당번이라서 못 들어가…"
홍진이가 말을 했다.
"견아 나는 아까 낮에 가서 낮잠 자고 와서 안 들어갈꺼야…"
영식이도 홍진이 옆에 바짝 붙어서 말을 했다.
그렇게 저녁 여덟시가 넘은 시간에 간호사가 오더니 오연지 환자 보호자를
찾았다.
내가 손을 들고 일어서니까 간호사가 사무적인 딱딱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성질 같아서는 친절하게 좀 말하라고 파리채로 때려주고 싶었으나
내가 지금 그런데 신경쓸 겨를은 없었다.
"오연지 환자분 지금 본인이 자꾸 고집하셔서 일반 병실로 옮길꺼에요.
보호자 잠깐 들어와 보세요…."
내가 사무실로 들어가자 주교수가 있었다.
주교수가 나에게 말을 했다.
"원래 아직 중환자실에 있어야 하지만 오연지 환자가 중환자실에 있기
싫다고 고집을 피우고 있습니다.
일단 1인실로 옮길려고 하는데 보호자는 동의하십니까?"
"네…환자가 원하는대로 해주세요. 1인실보다 더 좋은 특실이 있으면
특실로 옮겨주세요.
최대한 환자가 편한곳으로 옮겨주세요."
내가 주교수와 간호사를 보고 말을 했다.
주교수가 나에게 말을 했다.
"자가면역질환은 일단 어느정도 안정이 되는 것 같고…
어차피 내일 수술에 들어가야 하니까 오늘 밤만 일반 병실에
계시는 겁니다.
원래 규칙상 그러면 안 되는데….
제가 지금 오연지 환자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간호사가 사무실에서 나갔다.
주교수와 나만 둘이 남은 것 같았다.
"최악의 상황입니다.
종양이 더 커져버렸어요.
이젠 자궁이 아니라 그냥 커다란 악성 종양 덩어리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믿어지지가 않아요.
자가면역질환이라는 것이 상상도 못할 고통을 수반하거든요…
그리고 악성종양도 그에 못지 않는 엄청난 고통이 있을겁니다.
오연지 환자가 느끼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것 같은데….
저렇게 버텨내는거 보니까 놀랍습니다.
조금 강한 진통제가 조금 이따가 투여되고 일반 병실로 옮길겁니다.
제가 아시다시피 박재호 원장하고 이십년넘게 친구입니다.
제가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개복해서 수술 들어간다고 해도,
자궁 뒤쪽으로 전이가 시작된거면 손쓸 방법이 없을 겁니다.
이렇게 빠르고 급속하게 악성종양이 커지는건 저도 그 예를 많이 본적이
없습니다."
"오연지 환자 아까 검사 받을때도 저에게 자궁은 보존해달라고
애원을 하더라구요.
정말 지금 자궁이 문제가 아닙니다.
개복후에 바로 덮는 상황이 올지도 모릅니다.
일단 오늘 환자분하고 결정하십시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검사는 어디까지나 검사입니다.
영상의학은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리 기계가 발전했다고 해도, 직접 개복을 해보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지 쉽사리 장담 못합니다."
"이런말 드리기 정말 죄송합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게……
아마도 뱃속이 만신창이가 되어있을 가능성이……"
주교수가 말을 얼버무렸다.
나는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살려주세요 선생님…..
아직 돌도 안 지난 아기가 있었요…..
제발 살려주세요."
내가 주교수의 손을 잡고서 말을 했다.
"물론 최선을 다하겠지만, 사람들의 얼굴이 다 다르듯이 암이라는 놈들도
제각기 전부 다른 성질과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연지 환자의 암은 정말 특이한 형태의 악성종양입니다.
자궁을 마치 삼키려는 듯이 자궁전체에 퍼지고 있어요.
그리고 자가면역질환도 마찬가지구요….
마치 자궁이 암세포와 면역체계 두 군데의 공격을 동시에 받는거나
마찬가지 입니다.
저도 이런 경우는 정말 처음 보았어요….."
"…………………"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남편분에게 이런말씀 드리기 그렇지만, 오연지 환자 저한테도
참 특별한 사람입니다.
처음에 재호가 좋아하는 여자로 그 얼굴을 먼발치에서 처음 보았어요.
제가 젊을때 속으로 연지씨를 혼자서 몇 달 동안 좋아했었어요.
말 한마디 걸어본 적은 없지만, 재호랑 같이 있는걸 먼 발치에서
자주 보았어요.
세상에 저렇게 예쁘게 생긴 여자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던….
그래서 마음속으로 혼자 몰래 좋아했던 연지씨인데…
이런식으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저도 의사이기 전에 한 명의 인간으로 참 마음이 아픕니다.
정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나는 주교수에게 고맙다는 말 외에는 다른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다시 아연이와 기다리고 있는데, 간호사가 오더니 아내를 옮긴 병실을
가르쳐 주었다.
조금전에 병실로 옮겼다고 했다.
나는 아연이와 급하게 병실을 찾아서 올라갔다.
복도가 달랐다.
진짜 특실들이 있는 층인것 같았다.
일반 병원 복도와 틀렸다.
고급스러운 문을 열고 들어갔다.
간호사가 침대에 누운 여인의 링거를 확인해 주고 있었다.
나는 아연이와 같이 병실로 들어갔다.
"어…엄마….."
아연이가 울면서 아내에게 다가갔다.
"아연아….."
아내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아내가 갑자기 링거를 꽂은채로 침대위에서 몸을 일으킨채로 무릎을
꿇었다.
아내는 배가 아픈지 아랫배를 쥐고 있었다.
"연지야 가만히 있어….뭐하는 거야…."
내가 아내를 보고 말을 했다.
아내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아연이에게 무릎을 꿇고 말을 했다.
"아연아…..엄마가 너무 미안해.
엄마 용서 안 해줘도 되는데…..엄마가 아연이한테 사죄는 할수있게 해줘….
아연이 버려서 미안해…..말도 없이 떠나버려서 너무 미안해….."
아연이가 아내를 가볍게 끌어안았다.
아연이는 아내를 다시 편하게 앉히는것 같았다.
"지금은 엄마 용서 안 할꺼야….
엄마가 건강하게 퇴원해서 다시 우리 집으로 돌아가야 용서할꺼야
그 전에는 절대로 용서 안 할꺼야…
엄마…얼른 집에가자….
나 엄마 이렇게 아픈거 처음 본단 말이야…
엄마처럼 건강한 사람이 왜 갑자기 이렇게 아퍼….."
아내는 아연이를 꽉 끌어안고 미친듯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아연아…잠깐….엄마 안정을 취해야해…..뒤로….."
나는 아내와 아연이를 떼어놓았다.
그리고 아내를 다시 눕게했다.
"엄마….."
아연이가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으려고 했다.
"아연아……아빠 말 잘 듣고……꼭 훌륭한 바이얼리니스트가 되어야해….
그리고 아연이는 나중에 결혼할때 꼭 아빠한테 남자 골라달라고 해….
아빠가 골라주면 엄마도 믿을수 있어…."
"엄마 무슨 소리야…..얼른 수술 받고 집에 가야지….."
아연이가 울면서 아내의 말을 막았다.
아내가 웃으면서 아연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연아, 미안해……엄마가 이번에 또 아연이 손을 놓으면….
그건 엄마가 그러는거 아니야…..
그러니까 엄마 그만 미워해줘…..
아연아 진짜 미안해…."
아내가 힘겹게 웃는 얼굴로 아연이 얼굴을 만지면서 울었다.
"엄마는 아연이가 비발디의 겨울을 연주하는걸 꼭 듣고 싶었거든…
아연아 정말 너무 근사했어.
아연아…..고마워…..정말 너무 고마워……"
아내가 아연이의 머리와 얼굴과 온 몸을 쓰다듬었다.
"아연아….엄마 부탁이 있는데….아빠랑 잠깐만 둘이 이야기 하면 안될까?
엄마가 아빠한테 부탁할께 있어서 그래…."
"응 엄마…."
아연이가 아내의 손을 놓고 병실 밖으로 나갔다.
아내가 내 손을 꼭 잡더니 나에게 말을 했다.
"키스 한 번만 해주세요….."
아내가 나에게 말을 했다.
........................................................
내가 아내의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개었다.
"고마워요 오빠…..내 더러운 입을……내 더러운 몸을 끝까지 사랑해줘서요…."
"오빠…..나 긴 잠을 잔 것 같은데…꿈을 꾸었어요.
엄마가 나 대학교 입학할때 환하게 웃던 그 얼굴, 그 옷차림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손을 흔들었어요.
엄마가 나한테 밥을 먹으러 가자고 했는데, 내가 오빠도 같이 가자고
그러다가 의식이 돌아왔어요……"
"엄마가 정말 오래간만에 꿈에 나온 것 같아요."
"응…연지야….."
내가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오빠…..난 아직도 사랑하는 마음을 잘 모르겠지만,
내가 변기에서 쓰러지면서 오빠 생각만 났어요.
살려달라고 외치다가….오빠를 찾다가 정신을 잃었어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오빠 어디있나….그 생각부터 났어요.
오빠…..난 오빠한테 설레임을 느낀적은 없지만….
오빠가 보고 싶은적은 참 많아요….
오빠가 세상에서 제일 편하고….
오빠가 세상에서 제일 든든해요….
오빠한테는 거짓말을 해도 별로 미안하지도 않았어요….
내 모든걸 다 받아줄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이런게 사랑일까요?
오빠….이런게 사랑이라면….
난 오빠를 사랑하는건가봐요…..
오빠…내가 오빠를 사랑할 자격이 있을까요?
그런데….이제 사랑할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은것 같은데….
어쩌죠?
내가 몸을 너무 막 굴려서….
내 머리속의 쾌락을 위해서…..내 몸을 너무 막 굴려서 벌 받나봐요…."
아내가 힘겹게 말을 계속했다.
"느낌이라는게 있는데…..아까 검사하면서 주성봉교수님에게 물어봤어요.
주교수님이 대답을 제대로 못하네…."
아내가 힘겹게 웃으면서 말을 했다.
"오빠…..아까 주성봉교수님하고 재호씨하고 통화하는 것 들었거든요….
재호씨 여기 이 병원 어딘가에 있을꺼에요….
오빠 핸드폰 잠깐만 줘봐요…."
아내는 내 핸드폰을 받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재호씨, 연지에요…..지금 병원이죠….여기 와 있는거죠?"
"나 지금 여기 특실 18호실이에요….할 말이 있으니까 빨리 오세요."
아내는 박재호를 병실로 불렀다.
박재호가 진짜 일분도 안되어 병실로 노크를 하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
"여…연지야…."
박재호가 아내를 보더니 울먹이면서 다가왔다.
내가 아내에게 말을 했다.
"연지야 내가 잠깐 나가 있을까?"
아내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뇨…..나랑 끝까지 같이 있어요…..오빠 없으면 이젠 불안해요…."
아내가 내 손을 꼭 잡고 박재호를 보면서 말을 했다.
"재호씨, 미안해요. 평생을 착한 재호씨 이용만 해먹네요….
먼저 다시 한 번 사과할께요….재호씨 마음 가지고 장난쳐서…."
"아니야…괜찮아…..다 괜찮아….제발…..이겨내….이겨내기만 해줘…."
박재호의 눈에서 눈물이 나왔다.
아내가 웃으면서 박재호에게 물었다.
"재호씨, 내 성격 알죠….
나 지금 다 알고, 확인만 하는거에요….
나에게 거짓말은 하지 말아줘요….
재호씨가 보는 내 생존확률은 얼마에요.
지금 제일 정확한건 재호씨만이 이야기 해줄수 있을꺼에요…."
"그건 몰라…..수술을 해봐야 안데…."
아내가 웃었다.
"재호씨 나 기운 없어요.
내가 원하는 대답 그런거 아닌거 알잖아요.
다시 한번 만 물을께요….."
"나 수술실에 들어가서 살아나오지 못할 확률이 구할이 넘죠….."
박재호가 눈물을 흘리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빨리 전이가 될 수가 있나요?"
아내가 침통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의사들도 믿지 못하는 눈치야…..
일단 개복을 해봐야….."
박재호가 말을 잇지 못했다.
"재호씨….성봉씨에게 말 좀 잘 해줘요….
자궁은 꼭 남겨달라고…..
그렇게 해 달라고 다시 한 번….부탁해주세요…..
그냥…..자꾸만…그런 생각이 드네…."
아내가 힘없이 웃으면서 말을 했다.
"연지야….지금은 목숨이 더 중요하지….."
박재호가 울면서 말을 했다.
아내가 힘겹게 다시 한 번 웃으면서 박재호에게 말을 했다.
"재호씨….고마워요. 그냥 재호씨한테도 인사하고 싶었어요.
수술실 들어갔다가…..못 나오면 인사도 못하고 가는거잖아….
자 악수…."
아내가 박재호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내가 박재호와 악수를 했다.
박재호는 거의 통곡하다시피 울기 시작했고, 아내는 웃고 있었다.
"재호씨…미안한데 우리 오빠한테 할 말이 참 많아요…..
자리 좀 피해줘요…."
"연지야…꼭 이겨내야해…..알았지….더 심각한 상황에서도 이겨낸
사람 많어…..꼭 이겨내줘…부탁이야…"
박재호가 아내에게 울부짖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병실에서 나갔다.
아내도 울고, 나도 울고 있었다.
"연지야 배 많이 아프지? 의사선생님이 내일 수술하재…..
수술하면 다 좋아진데….."
아내가 나를 보고 웃었다.
"오빠……나 다 알아요…..방금 재호씨한테 하는말 같이 듣고도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해요…..
그런데….수술을 안 할수는 없겠어요….나 지금 너무 아픈데….
이렇게 아프면서 계속 있느니…..수술은 꼭 해야 될 것 같아요.
오빠….나 베팅하는데는 일가견이 있잖아요.
그냥 수술쪽으로 베팅하는게 더 나을것 같아요.
죽을날만 기다리는 것보다는……
나도 바보 아니에요….다 눈치챘어….."
아내가 나를 보다가 병실 문밖을 보았다.
"어…들어오세요…."
아내가 힘들게 웃으면서 병실 문 밖으로 손을 흔들었다.
문밖에 영식이와 홍진이가 있었다.
"영식이 오빠두 왔네요...……홍진이 오빠 오래간만이에요….."
아내가 웃으면서 영식이하고 홍진이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아내는 영식이와 홍진이에게도 안부를 건네었다.
영식이와 홍진이도 울면서 아내와 인사를 나누더니 병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오빠…..지금부터 내가 하는말 잘 들어요…..
아파트에 내 노트북 보면 내가 오빠한테 편지 써 놓은게 있어요.
오빠는 쉽게 찾을꺼에요…..
우리 강이 위해서 돈을 조금 더 만들어 놓았어야 했는데….
시간이 너무 부족했어요.
내가 급하게 현금화 시킬수 있는건 다 시켰어요.
이억구천만원정도 될꺼에요…..삼억이 조금 안되요…
그걸로 우리 강이 대학교까지 공부 좀 시켜주세요.
모자라면 미안한데….오빠가 좀 보태주세요….
오빠….내가 진짜 염치없지만 부탁 좀 할께요…..
우리 강이…..아연이한테 써주었던 마음의 딱 절반만 해주세요….
그만큼만 사랑을 주어도 강이한테는 차고 넘칠꺼에요….
내가 아연이 부탁은 따로 안하고 가요….
아연이는 알아서 오빠가 나보다 더 잘해주니까 마음이 든든해요.
그리고 아연이 너무 똑 부러져서…잘 이겨낼꺼에요….
다만…강이가 너무 걱정되요….
오빠….강이 잘 부탁해요. 정말 미안해요…."
"연지야…..니가 낳은 자식이면 강이도 내 자식이야…
아연이랑 똑같이 사랑하고 아연이만큼 아껴가면서 키워줄께….
제발 그런 약한 이야기 하지 말고…이겨내자…."
아내가 웃으면서 말을 했다.
"오빠…죽고 싶은 사람이 어디있어요…
나도 살고 싶어요…
그냥….만에 하나….
나 죽으면…..우리 강이 너무 불쌍해서….
오빠가 제일 불쌍하고…우리 강이가 두번째로 불쌍해질까봐….
오빠는 오래오래 살아서 우리 아연이랑 강이….시집장가 다 보내주고….
나 같은년 잊어버리고 행복하게 살아요…."
"오빠….나 죽어도 임교수님 너무 미워하지 말아주세요….
내가 원해서 미친짓 한거니까….임교수님도 미워하지 말아주시고….
나하고 관련 있던 사람들 미워하지 말아주세요…
염치없지만 마지막으로 부탁드려요….."
"연지야…..제발….그러지 말어….
너 만약에 잘못되면 다 죽여버릴꺼야….
그 사람들 미워하지 않게 하려면…제발 이겨내자….."
"오빠…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중에라도…혹시 내가 잘못되고….
나중에라도….쟈니를 오빠가 만나게 되면요…..
쟈니는 진심이 아니었는지 몰라도…..내 마음은 진심이었다고….
그냥 그렇게만 전해주세요….
그리고 강이는 절대로 쟈니 주지마세요…
오빠가 키워주세요…..
쟈니를 향한 내 마음은 진심이었지만…..쟈니는 아니었나봐요….
나쁜놈이에요…."
아내가 씨익 웃었다.
나는 아내의 손을 더욱 꽉 잡아주었다.
아내는 힘이 빠지는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주교수가 병실로 오고 다른 교수들도 병실을 방문했다.
아내는 다음날 아침 일찍 수술시간이 잡혔다.
주교수가 아내에게 말을 했다.
"연지씨 미안해요…
마음의 준비는 되었죠?"
아내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내는 수술실에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 내 손을 놓지 않았다.
"오빠……사랑했어요….
내 기준으로의 사랑은 아니지만…..오빠한테 제일 고맙고….미안해요….
나중에 꼭 우리 다시 만나요….."
아내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수술실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아연이는 학교를 하루 빠졌다.
아연이가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
그리고 마회장이 새벽부터 와서 내 곁을 지켰다.
영식이와 홍진이도 뜬눈으로 밤을 지새면서 묵묵히 우리들의 곁을 지켰다.
박재호도 집에 가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우리는 모두 수술실 앞의 대기실에 앉아서 초조하게 수술중이라는
전광판의 글씨만을 보고 있었다.
환자이름 오연지가 보였다.
참 이름도 이쁘다…..
연지가 다시 만나자고 했으니까….
우린 꼭 다시 만날 것이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을까?
아내의 수술중 글씨가 깜박깜박 거렸다.
나는 심장이 쿵쿵 뛰는것 같았다.
우리는 다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후에 머리에 수술모자를 쓴 주성봉교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표정이 밝지가 않았다.
주교수가 나를 보자 마자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최선을 다………"
나는 주교수가 말을 다 마치지도 않았는데 소리를 지르면서 주저 앉았다.
"아…안돼……."
나는 주교수의 발을 잡고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았다.
"여..연지야……안돼……연지야….."
나는 주교수의 발아래 쓰러지듯이 누워버렸다.
눈물이 흘러내리면서 눈앞이 하얗게 변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 정신이 점점 혼미해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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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얘는 뭐 주사를 맞아도 울지도 않아요?"
간호사가 놀라는 표정으로 나를 보면서 말을 했다.
내가 표정없는 얼굴로 내 손에 들고 있는 그릇을 보여주면서
간호사에게 말을 했다.
"이 녀석 지금 제 손에 있는 이거 보느라고 정신없어요.
바나나 갈은 것 주사 맞은후에 먹일꺼라서요…."
강이는 방금 전 예방주사를 맞았는데 주사 맞은건 신경도 안쓰고
내 손에 있는 바나나 갈은것만 계속 쳐다보다가 나를 보다가 했다.
나는 소아과 대기실에서 밀폐용기를 열어서 바나나 갈은것을 숟가락으로
퍼서 강이의 입에 넣어주었다.
분유만 빨리 먹는게 아니라 과일 갈은것은 진짜 게 눈 감추듯이 먹는
놈이었다.
강이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는 웃지앉는 그냥 담담한 표정으로 강이를 보았지만 강이는
바나나 갈은것을 우물우물 먹으면서 환하게 웃고만 있었다.
뭐가 저렇게 좋고 행복할까…..
조금만 먹이고 나머지는 집에 가서 먹이려고 했는데 강이는 바나나
갈은것을 넣은 그릇을 다 비울때까지 집착을 버리지 않고 계속 쩝쩝대었다.
먹을것에 대한 집착이 병적으로 강한 녀석이었다.
유모차를 끌고 예방접종을 한 소아과문을 나섰다.
징한놈이었다.
그래도 명색이 아기인데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밤에 열나는 일도 없었다.
많이 먹고 잘 싸고….
이렇게 건강한 아기도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유모차를 끌고 집으로 향했다.
3월의 첫 주가 지나고 두 번째 주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길가에 꽃들이
천천히 고개를 들면서 화사함을 드러낼 채비들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강이가 길거리에 놓인 꽃 화단을 보고 좋아하는 것 같았다.
잠깐 유모차를 멈추고, 멍하니 꽃들을 바라보았다.
시간은 누가 잡으려고 한다고 잡히는게 아닌것 같았다.
무슨일이 생기던, 시간은 흐르게 마련이었다.
강이가 신기한듯 길가의 꽃들을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그런 강이를 보았다.
그리고는 잠시후에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보았다.
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니는 3월의 완연한 봄 날이었다.
아주 천천히 걸었다.
유모차를 끌고 말이다.
그렇게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 다 돌아서 집으로 갔다.
요리를 했다.
그냥 요리를 할때가 마음이 제일 편하다.
강이를 보행기에 태워놓았다.
냉장고에서 식재료를 꺼내면서 강이를 보니까 보행기에 타고서는
멀뚱한 표정으로 멍을 때리고 있었다.
보행기를 태워놓으면 좀 걸어다니거나 움직여야 하는데,
저 녀석은 그냥 멍하니 앉아 있기만 하는것 같았다.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마치 보행기가 의자인것 처럼 편하게 앉아 있기만
하는 것 같았다.
냉장고에서 식재료를 하나씩 꺼내서 요리 준비를 했다.
비닐봉투에 담은 엊그제 산 싱싱한 조개가 있었다.
조개를 담은 봉투를 한참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조개를 담은 봉투를 다시 냉장고에 집어 넣었다.
고기와 식재료들을 꺼내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요리를 하다 보니 강이에게 분유를 먹일 시간이 된 것 같았다.
물온도를 맞추어서 분유를 타서 젖병을 흔들기 시작했다.
거실에서 멍을 때리고 있던 강이가 젖병을 흔드는 소리가 나자
나를 쳐다보더니 보행기 바퀴소리가 들릴 정도로 빠르게
발을 움직여서 보행기를 몰고서 내 다리 아래까지 왔다.
그리고는 손을 공중에 대고 휘저었다.
얼른 젖병을 넘겨 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온도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강이에게 젖병을 넘겨 주었다.
강이는 젖병을 받더니 편안한 자세로 보행기에 탄 채로 분유를 빨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요리에 열중했다.
아연이와 저녁을 같이 먹을 것을 준비하고, 강이가 저녁으로 먹을
고기를 갈아넣은 이유식도 같이 만들고 있었다.
아연이와 저녁에 먹을 만두 전골이 대충 완성이 되었다.
아연이 오면 따로 준비한 만두만 넣고 우르르 끓이면 될 것 같았다.
거실 소파에 앉아서 티브이를 켜고 리모컨으로 음악을 검색했다.
쇼스타를 검색칸에 치자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이 검색리스트 중에
보였다.
나는 그것을 리모컨으로 클릭하고 소파에 편하게 몸을 기대었다.
강이는 내가 거실바닥에 깔아놓은 매트위에 누워서 멍한 표정으로
여기 저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티브이에서 천천히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을 연주하는 영상이
나왔다.
그냥 표정없는 얼굴로 음악을 듣다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소파에 몸을 푹 파묵었다.
내 귀로 음악이 들리고 있었다.
많은 생각이 나는 것 같지만, 머리속에 꼭 박히는 생각은 없었다.
지금...나는 조금은 멍한 상태인 것 같았다.
영상을 보지는 않고 귀로 음악을 듣기만 했다.
그렇게 멍하니 음악을 듣기만 했다.
그러다가 리모컨으로 아예 반복을 설정을 해버렸다.
왈츠 2번이 계속해서 연주가 되도록 말이다.
내가 원할때까지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들을수 있도록,
그렇게 무한 반복이 되도록 했다.
어디가 끝인지도 모르게 멍하니 넋을 놓고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티브이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면서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눈을 감고 있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듯이 말이다.
정말 시간이 멈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 학원을 마친 아연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연이의 손에 하얀색 소국이 한 다발 들려 있었다.
"뭐야?"
아연이에게 물었다.
아연이가 무표정한 얼굴로 나에게 대답을 했다.
"내일 엄마한테 가는 날이잖아…"
나는 아연이에게서 하얀색 소국 꽃다발을 받아서 주방으로 갔다.
그리고는 하얀색 소국 꽃다발을 꽃병에 꽂아서 식탁위에 놓았다.
거실 매트 위에서 누워서 뒹굴거리던 강이는 아연이가 오자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마치 사자가 어슬렁 거리면서 기어가듯이
현관까지 기어가고 있었다.
나에게 꽃다발을 넘겨준 아연이가 강이를 보더니 말을 했다.
"잠깐만, 누나 손 씻고 옷 갈아입고 안아줄께…."
아연이가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에 아연이 방 앞까지 기어온 강이를
번쩍 안아들었다.
강이는 아연이에게 안겨서 환하게 웃으면서 좋아하는 것 같았다.
식탁에 앉았다.
아연이가 강이를 아기식탁의자에 앉히고 자신도 자리에 앉았다.
오늘 강이 저녁 이유식은 고기 이유식을 먹이는 날이었다.
야채 이유식을 먹이는 날은 그러지 않는데 고기 이유식을 먹이는 날에는
강이는 거의 광분을 하는것 같았다.
빨리 달라고 보채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유일하게 떼를 쓰고 짜증을 내는 날은 고기 이유식을 먹이는 날이었다.
고기 이유식에 대한 집착은 다른 그 어떤 음식보다 강한것 같았다.
"아빠, 내가 먹일께….아빠는 밥먹어…."
"아니야, 아연이 얼른 먹어라….아빠가 먹일께…."
나는 강이 이유식 먹이는게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져 버린것 같았다.
강이 이유식을 먹이면서도 동시에 나도 밥을 먹을 정도로
너무도 익숙해져버렸다.
하얀색 소국이 꽂힌 식탁위에서 그렇게 아연이와 강이와 대화가 많지 않은
그런 저녁식사를 했다.
만두전골을 먹다가 식탁 위에서 은은한 국화꽃 냄새를 풍기는
하얀색 소국을 보았다.
그러고 보니 내일은 아연이와 강이를 둘 다 데리고 아내한테 가는
날이었다.
만두전골을 먹다가 말고 하얀색 소국을 바라보면서 잠시 멍하게 있었다.
고기 이유식을 빨리 더 달라는 강이의 짜증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강이의 입에 고기 이유식을 넣어주었다.
다음날이 되었다.
토요일이었다.
아침부터 햇살이 따사로운 그런 주말의 봄 날 아침이었다.
아침식사를 마친후에 이것저것 정리를 했다.
강이 세수를 씻기고 옷을 입혔다.
아연이가 옷을 입고 나왔다.
아연이는 검정색 원피스를 단정하게 입고 있었다.
아연이가 식탁위의 꽃병에서 하얀색 소국 꽃다발을 꺼내어
물을 털어서 닦고 다시 꽃다발로 포장지로 잘 마무리를 해서
손에 들었다.
강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검정색 원피스를 입고 하얀색 소국을 손에 든
아연이를 데리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아이들을 태우고 아내에게 가기 위해서 차를 출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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