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r내와 편.견 581~583
네코네코
2
113
0
05.10 16:31
0581 / 0837 ----------------------------------------------
저녁을 먹으면서도 강이를 자꾸만 흘끔흘끔 보게 되었다.
객관적으로 아무리 봐도 쟈니를 많이 닮았다.
하지만 지난 일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아버지와 엄마가 강이를 보고 놀라던게 갑자기 생각이 났다.
그때는 걸리지 않는게 더 중요했기에 그런 부모님의 반응을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우리 아버지는 중소기업에서 나이 육십이 넘어서도 쇠를 정밀하게
깍는 일을 했었기 때문에….눈썰미 하나는 귀신같을 것이다.
정밀 치수를 다루던 일을 하던 아버지의 눈썰미가 연세가 더 드셨다고 해서
무뎌질리는 없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다리가 애매했다.
아다리가 맞아야 뭘 해먹을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다리가 안 맞는것 같았다.
자려고 누워도 머리속에는 온통 강이 생각 뿐이었다.
에이….진짜 벼락맞을 확률이었다.
그리고 내가 제일 마지막에 떡을 친 것도 아니고 말이다.
홍콩가서 존슨하고 떡을 또 쳤을수도 있고….구월이 되기 전에 말이다.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아내가 팔월 중순에 홍콩에 가기전에는 내가 제일 마지막으로
떡을 쳤을 확률도 있기는 있었다.
머리속이 복잡했다.
아내의 손이 내 엉덩이를 만지고 있었다.
나는 솔직히 오늘은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머리속에 온통 그 생각 뿐이었다…..
진짜 만에 하나 그렇다면…..
진짜 그렇기만 한다면……
아내와 한 달에 한 번만 떡을 쳐도 괜찮을 것 같았고…
일주일동안 밥을 안 먹어도 괜찮을것만 같았다.
그냥……다 좋을것만 같았다.
세상이 온통 다 내 것일것만 같았다.
하지만…..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고….겁이 나는것도 사실이었다.
내가 또 상처를 받을까봐 말이다.
다음날 출근을 했다.
마회장은 아직도 였다.
도대체 어디를 간걸까?
전화를 해도 안 받고 문자도 답신이 없었다.
도대체 마회장은 어디에 쳐박힌것일까?
순영이한테 전화를 해볼까 하다가 괜히 순영이가 모르는 일이면
순영이 걱정시키는 꼴이 될까봐 전화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전에 촬영을 한건 마치고 돌아와서 사무실에서 짜장면과 짬뽕을
한 그릇씩 배달을 시켜서 두 그릇을 혼자서 다 먹었다.
그렇게 점심을 먹은후에 혼자서 종이에 계산을 해 보았다.
그러다가 헷갈려서 종이를 구겨 버렸다.
벽을 보니 커다란 달력이 있었다.
달력 한장을 부욱 찢어버렸다.
그리고 달력 뒷장에 볼펜으로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으로 아연이를 임신했던 년도의 달력을 찾아내었다.
그리고 아연이를 제왕절개수술 한 날을 적었다.
그리고 중간의 날들을 달력에 한달에 며칠씩인지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내가 마지막 생리를 한 날짜와 그 전에 나이트에 갔었다고
말을 했던 때도 어림 계산해서 비슷한 날을 적었다.
그렇게 옆으로 길게 한줄로 아연이의 임신부터 출산까지의 날들을 다 적었다.
그리고 그 바로 아래 또 길게 한줄로 제일 끝에 강이의 생일인 작년
6월 20일을 적었다.
그리고 작년 달력을 꺼내어 한달에 며칠씩인지 계산을 해서 한줄로
옆으로 쭈욱 적었다.
그리고 구월초까지의 날짜를 계산해 보았다.
그리고 아내가 홍콩에 간 날인 8월 중순의 날짜를 적었다.
그리고 그 전에 나와 한 날을 적어보았다.
그런데 찜찜한게 있었다.
아내가 그때 나팔관 수술을 한 이후라서 질내 사정을 시원하게 한 기억이
없었다.
찔끔찔끔 대다가 뺀 기억만 있지 진짜 깊숙히…..뜨겁게…
팍팍팍 쏴 준 기억이 전혀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8월초부터 중순까지의 기억들을 더듬어서
아내와 이벤트를 했던 날부터 아내가 떠난 날까지의 날들도 달력에
꼼꼼히 적었다.
나는 달력의 위쪽에 적은 아연이쪽의 날짜들을 다 더했다.
계산기를 두들겨 가면서 다 더해서 그 값을 위에 적었다.
그리고 아래줄의 강이의 날짜들을 계산기로 두들겨서 아래에 더했다.
나는 볼펜과 계산기를 놓고……날짜를 보았다.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아연이를 나이트에서 아내가 원나이트를 한 꽃돌이들하고 임신한게 맞다면….
아내가 강이를 임신한 시점은 팔월 둘째주 근방이 될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물론 달력에 넓게 펼쳐가면서 손으로 써서 계산한 것이었다.
정확도가 많이 떨어질수도 있겠지만….
한 눈에 볼수는 있었다.
손이 떨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수가 있단 말인가….
단 한번도….진짜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내가 강이를 본지가 벌써 일년이 다 되어가는데 말이다…..
저녁에 집에가서 저녁을 먹은후에 아내와 아연이는 연습방에 들어가서
같이 연습을 했다.
그리고 나는 강이랑 거실 매트위에서 놀고 있었다.
강이는 나를 잡고 일어서고 자꾸만 내 품에 안기려고만 했다.
강이를 품에 안은후에 강이의 얼굴을 보면서 혼잣말을 했다.
'강아……넌 도대체 누구냐…….
당장 내일이라도 바로 검사를 해 보고 싶은데…..
괜히 나만 더 상처받을까봐…..그것도 이젠 두렵다…..
넌 도대체 누구냐?'
"꺽….."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강이가 내 품에 뺨을 대고 안긴채로
트름을 시원하게 했다.
나는 강이를 내 얼굴 앞에 가져다 대었다.
그렇게 한 일분간 나를 보고 금붕어처럼 입을 벙긋벙긋 벌리는 강이를
보다가 주방으로 갔다.
지퍼백을 하나 가지고 왔다.
그리고 강이의 머리카락을 몇 개 뽑았다.
그리고 잽싸게 숨겼다.
강이는 졸지에 머리카락이 뽑혀서 멍한 표정을 짓다가
갑자기 울어대기 시작했다.
자빠져도 웬만해서는 울지 않는 녀석인데……머리카락 몇가닥 뽑았다고
서글프게 울기 시작했다.
내가 번쩍 안아주자 강이는 울음을 멈추었다.
강이의 얼굴에 대고 속삭여 주었다.
"뭘 울어 이 쉐리야…..
나한테 뭐라고 하지말고….잘난 니 엄마한테 뭐라고 해라……
니가 만약에…..정말 만약에……..
휴우…….
그렇다면 말이다……
난……있잖아…….
에이 아니다….이 쉐리야…..
젖비린내나는 쉐리한테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겠냐……."
강이는 아무것도 모른채 내가 안아주니까 좋아서 내 품에 손을 두들기면서
좋아하고 있었다.
강이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묵직해져만 가는 것 같았다.
참 먹는것도 진짜 되게 많이 먹는것 같았다.
눈 뜨면서 부터 먹기 시작해서 재우기 바로 전까지 먹는것 같았다.
다음날이 되었다.
나는 출근을 해서 오전 일을 나가기 전에 친자확인업체로 갔다.
유전공학박사인 부사장을 만났다.
그리고 급한 건수라고 따로 특별히 부탁을 했다.
그의 손에 건네준 샘플은 강이의 머리카락과 내 머리카락을 뽑은 것이었다.
샘플을 건넨후에 부사장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혹시 친자확인 검사결과가 잘 못 될수도 있나요?"
부사장이 웃으면서 말을 했다.
"편이사님….샘플이 바뀌어서 오지 않는한…..샘플의 신뢰도만 보장이
된다면 검사 결과가 잘 못 될 가능성은 제로 입니다.
기계가 검사하고 사람이 재확인 합니다.
만약 저희 업체 검사 결과중 잘못된게 있다면 제가 길거리에 나가서
발가벗고 춤을 추겠습니다."
나는 강이와 내 친자확인을 의뢰해 놓고 일을 하러 갔다.
마회장은 아직도 였다.
아직도 마회장은 소식이 전혀 없었다.
저녁에 가서 찾을수도 있었지만…..가지 않았다.
밤에 아내와 관계를 했다.
하지만 정신이 딴데 가 있어서 그런지 짧게 관계가 끝나버렸다.
아내는 나에게 뭔가 이상한 점을 느꼈을 것이다.
며칠간 집에서 멍하게 지냈으니 말이다.
솔직히 다시는 아연이 검사결과를 받을때의 그 고통을 겪고 싶지
않았다.
아내가 집을 나간것보다 더 크면 컸지….적지는 않은 고통이었다.
내 지난 삶이 송두리째 뒤집혀 버린 슬픔이었다.
태어나서 처음 아내를 미워하고 원망했던 때가 바로 그때였었다.
아연이의 검사 결과를 안 후에 말이다…..
하지만 강이는 그냥 아니면 아닌것이다.
원래…..그렇다고 짐작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기대도 안했었다.
그리고 만약에……진짜 만약에 의외의 결과가 나온다면….
모든게 다 뒤집혀 버린다…..
아내도 쟈니도……그리고 가장 중요한 나와 강이의 인생이 말이다.
모든게 다 뒤집혀 버릴 것이다.
아침에 출근을 하면서 몇 번을 다짐했다.
마음을 비우자고…..
진짜로 마음을 비우자고 말이다.
바랄걸 바래야지….
그놈의 야쿠르트 이름 때문에……이게 뭔가…..
그건 부부간에 부부관계를 하면서 피임을 하다가 실수할때나 그런게
말이 통하는거지….
아내는 그게 아니지 않는가….
아내가 홍콩에 가기전…..8월초부터 중순까지 관계한 놈들이 한두놈이
아닐것이다.
진짜 개나 소나 다 관계를 한거나 마찬가지였다.
내가 아니면….그들중의 하나인가?
만약에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누군가를 찾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그런것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고 싶지도 않고….그럴 필요도 없었다.
마음이 아팠다.
친자확인 업체 부사장을 만났다.
봉투를 보았다.
부사장이 직접 볼펜으로 적어놓았다.
편이사 긴급이라고…..
"제가 직접 확인한거니까 잘 못 되었을 경우는 없습니다.
VIP고객이 의뢰하신건가보죠?"
"네……"
나는 힘없이 대답을 했다.
사무실로 왔다.
차마 사무실에 들어갈수가 없었다.
사무실 건물 앞의 벤치에 앉았다.
요새는 편셔리 프라자 앞의 벤치에 많이 앉아서 사무실 건물 앞의
벤치에 앉을일이 없지만…예전에 편셔리가 있기 전에는 항상
여기 앉아서 햇빛을 쬐고는 했었는데…..
여기 참 많이 앉아서 혼자 사색을 즐기곤 했었는데….
나는 예전 그 벤치에 다시 혼자 앉아서 손에 든 봉투를 열어보려 하고
있었다.
많이 떨렸다.
아닐 가능성이 거의 다 일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도 인간인지라…..
그리고 이제 다시는….아내의 몸에서 내 분신을 얻을수 없다는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기대라는걸….희망이라는걸…..안 한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
손이 떨릴 지경이었다.
그렇게 오전에 벤치에 앉아서 천천히 봉투를 열어보고 있었다.
0582 / 0837 ----------------------------------------------
이 느낌 너무 싫었다.
아연이 검사 결과를 사무실에서 혼자 열어볼때…..
그때의 그 충격이 아직도 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은 것 같았다.
내가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사무실 건물 앞의 벤치에 앉아서
봉투를 열어보는 것도 어쩌면 그때의 충격 때문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마음에 와 닿은 명언중의 하나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명언이었다.
기대를 하지 말자….
확률상……그리고 지난 모든 과거의 정황상….
말도 안되는 이야기 이다.
내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까짓 야쿠르트 이름 때문에 이런 헛된 희망을 가진 내가 우수웠다.
아버지가 강이를 보고 놀랜건…..눈깔이 나처럼 크고 순하게 생겨서
그런 착각을 하셨을 것이다.
뻔하다….
쟈니도 나처럼 눈이 크고….쟈니는 나보다 눈이 더 멋지니까 말이다.
아니지….그게 아니지…
강이는 쟈니 새끼가 아니지…..
나는 순간 깜짝 놀랬다.
나는 아직도 잠재적으로 강이를 쟈니 새끼로 생각하는 마음이
남아 있었다.
맞다…..강이는 쟈니 새끼가 아니다.
그래서 내가 그런 희망을 가졌던 것이다.
아…..진짜 머리가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다.
아니면 마는거다.
아니면…아닌거지….
어찌되었든 오연지가 낳은 아이라는 건 확실하지 않은가…
강이를 핏덩이때부터 보았다.
아내가 강이를 낳고 딱 보름만에 한국으로 쫒겨 왔으니……
강이가 진짜 핏덩이때부터 내가 아내와 강이를 돌 본 것이다.
처음에 강이 목욕도 시킬줄 몰라서 쩔쩔매던 아내가 생각이 났다.
그런 아내에게 아기 목욕시켜주는 법을 가르쳐주고 분유 온도 맞추는
법부터 시작해서 강이와 살아갈수 있도록….가르쳐주고 심지어
이사까지 시켜주고….
그러다가 지금은 아예 데리고 산다.
기대하지 말자….
아연이때 보다 더 큰 아픔은 없을것이다.
아연이와 강이는 차원이 틀리다.
아연이는 내 모든걸 다 바친 아이이다.
결과가 그랬어도 바뀌는게 아무것도 없는건….기르면서 완전히 내 아이가
되었기 때문에 세상 그 어떤걸로도 그 인연을 끊을수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강이는 이제 겨우 일년 남짓이다.
그리고 아직 강이는 나를 아빠라고 부른적도 없었다.
아직 말을 못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내가 강이를 안을때 내가 니 아빠다 이런 심정으로 안아준적도
단 한 번도 없었다.
웃음이 나왔다.
나는 편견이다.
어떤 면에서는 여리고 겁도 많지만 뚜껑 열리면 칼든놈들도 조져버리는
미친 인간이 되는게 바로 나였다.
다른 사람을 먼저 해꼬지 한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나를 해꼬지 하거나
무시하는 사람은 진짜 가만히 두지 않고 살아왔다.
나는 강하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굳은 다짐을 다시 한 번 했다.
봉투의 밀봉을 과감하게 마저 뜯었다.
그리고 하도 많이 봐서 종이의 어디에 무슨 내용이 있는걸 뻔히 아는
결과지를 확 펼쳐보았다.
"이런……시팔………이……이게………"
나는 결과지를 뒤집어 보았다.
뒤집어 봐봤자 뻔한걸 알았지만 그래도 뒤집어 보았다.
벤치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아악…………..아………"
하늘을 쳐다보고 미친듯이 소리를 질렀다.
결과지를 한 손에 움켜쥐고서 건물 앞 벤치주위의 공원같은 곳을
미친소처럼 마구 달렸다.
뱅뱅 돌면서 소리를 질렀다.
소리를 지르지 않고서는 견딜수가 없었다.
미친듯이 마구 소리를 질러대면서 달렸다.
그때 두루치기 집에서 오전운동후의 늦은 아침들을 먹고 나오는
정관장 모사범 김코치가 눈에 보였다.
나는 달리다가 그들 앞으로 가서 미친듯이 소리를 질렀다.
"아….이 새끼 또 왜 이래……"
정관장이 움찔 하면서 나를 보고 말을 했다.
"편이사님….왜 그래요? 불났어요?"
모사범도 뒤로 몸을 슬슬 빼면서 말을 했다.
나는 계속 소리를 지면서 달렸다.
정관장이 그런 나를 보고 소리질렀다.
"편이사 왜 그래? 마회장도 행불이라면서…..요즘 마대 애들 왜 그래 진짜…
니네 뭔 일 있어?"
나는 정관장과 김코치 그리고 모사범을 보고 크게 소리만 한 번 더 질러준
후에 미친듯이 인도를 달렸다.
눈에 눈물이 나왔다.
편셔리 프라자를 향해서 미친듯이 달렸다.
가는길에 예전에 아연이 예고 입학하기 전에 기도를 했던 길가의
교회가 보였다.
나는 교회앞에 멈춰 서서 눈물을 흘리면서 거수경례를 했다.
너무 좋아서……뭐라도 하고 싶었다.
그리고 다시 미친듯이 달려서 편셔리까지 전력 질주를 했다.
그렇게 쉬지 않고 편셔리까지 달렸다…
숨이 목구멍까지 차올라서 미칠 지경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심장의 쿵쾅거림이 온 몸으로 퍼지고 있었다.
계단을 미친듯이 뛰어 올라서 편셔리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옷을 입은채로 수왕보 온천탕안으로 뛰어들어가 버렸다.
물을 데워놓지 않아서 찬물이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옷이 다 젖어 버렸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온천탕에 얼굴을 담그고 엉엉 울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어떻에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있을수가 있단 말인가……
물속에 옷을 입은채로 탕에 들어가서 손에 움켜쥔 종이를 다시 펼쳐보았다.
내 친자였다.
내용이…그리고 숫자가…..믿을수 없는 결과를 나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어떻에 이런 일이 일어날수가 있단 말인가……
아내의 말도 안 되는…결국은 암덩어리로 일유대 의대에 기증되어버린
기형자궁이…..
나에게 진짜 말도 안되는 선물을 안겨주고 떠나버린것 같았다.
강이가 너무 보고 싶었다.
아침에 보고 나왔는데….자꾸만 눈앞에 강이의 실실 쪼개는 얼굴이
떠올랐다.
그때……갑자기 아내와 쟈니의 얼굴도 눈앞에 떠올랐다.
다시 등골이 서늘해졌다.
아내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오연지가 강이가 내 새끼라는 이 기적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안된다….그건 절대로 안된다…
아내가 알면 안된다….
오연지는 내가 좋아하는 여자이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똑똑하고 계산적인 여자이기도 하다…
강이가 내 새끼라는걸 알면….
아내는 분명히 자신이 무슨 일을 해도 내가 강이 엄마라는 이유로….
다 용서할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아니….아내는 다시 내 머리 꼭대기 위로 올라갈 것이다.
과거에 아연이 엄마라는 이유로 십칠년간 모든걸 용서하고 감내했듯이
말이다.
아연이가 내 새끼가 아니라는걸 아내가 안 이 마당에…..
다시 강이가 내 새끼라는걸 아내가 알면….
이젠 자궁도 없겠다…
과거의 미모도 회복해 가고 있겠다….
성욕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것 같은데….
상상도 못할일이 벌어질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강이 엄마라는 이유로 모든 걸 또 용서하겠지?
아닌말로 한 번 더 달아나고도 남을 년이라는걸 내가 모르는게 아니다.
저년은 남자에 관한 제대로 미친년이니까 말이다.
지금 아내는 참고 있는것 뿐이다.
편셔리 옆 커피숖에서 재민이와 훈태를 희롱하던 아내를 잊지말자…..
약발 떨어진 택봉이에게는 그 어떤것도 허락하지 않던….
그런 아내를 잊지 말자…
아내는…남자에 관한…냉철하기도 하지만….미쳐버리면 이성을 상실하는
여자라는 것을 말이다.
쟈니가…..아내를 버린것을 후회하면서 용서를 구하고 있다는걸 알면….
쟈니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아내는 뭔 짓을 할지 모른다.
삼년이라는 시간은 짧다.
시계를 거꾸로 매달아 놓아도…..
쟈니를 거꾸로 매달아 놓아도 흘러가는게 시간이다.
한 번의 경험은 나에게 지혜를 주었다.
이 증거부터 없애야 했다.
다시는 종이를 먹지는 않을것이다.
그때 죽을뻔 했었다.
이제는 안된다.
강이….이제 겨우 한국나이 두살…..
나하고 마흔네살 차이가 난다.
강이가 스무살이면 나는 육십을 훌쩍 넘은 나이가 된다.
건강관리를 해서 우리 강이 대학 보내고 군대 보내고 취직 시켜서
장가까지 보내려면…..
건강관리 잘해서 오래오래 살아야 한다.
손에 든 결과지를 물에 더 불려서 잘개 쪼개어 마치 때처럼 아주 잘게 비볐다.
그리고 물과 함께 탕 바깥의 수채구멍으로 흘려보냈다.
완벽하게 증거인멸을 해야 한다.
세상에 나만 알고 있어야 한다.
강이가 내 새끼라는건 나만 알고 있어야 한다.
냉정하자……진짜 냉정해지자…..
눈물을 닦았다.
옥상으로 나가서 젖은 웃통을 다 벗어버렸다.
그리고 웃통을 깐채로 젖은 바지만 입고 복싱자세를 취하고 허공에
주먹을 날렸다.
미친듯이 허공에 주먹을 날리고 소리를 질렀다.
"아악……고맙습니다…..
너무 고맙습니다……..아악……..아………….너무 좋다……."
주먹을 날리면서 미친듯이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계속 소리를 지르면서 있는데 누군가 내 뒤에서 내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나는 거의 무아지경으로 소리를 지르고 있다가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형 괜찮아? 앰블런스 불러야 하는거 아닌가?"
홍진이가 내 이마를 짚어보고 있었다.
영식이가 그 뒤에서 홍진이에게 말을 했다.
"홍진아…체육관 사무실에 타이레놀 있을꺼야…일단 그거라도 가지고
와 봐라….저 새끼 드디어 맛탱이가 갔다….
내가 이런 날이 올줄 알았지…..
우리 견이 불쌍해서 어쩌누….."
나는 내 뒤의 홍진이를 와락 껴안았다.
"이 씨발놈들아……인생이 얼마나 아름다운건지 니까짓것들이 알기나
하냐……"
"컥..컥….숨막혀….씨발…..살려줘……"
홍진이가 숨을 몰아쉬었다.
나는 꽉 끌어안았던 홍진이를 풀어주었다.
홍진이와 영식이가 나를 미친놈 보듯이 보고 있었다.
나는 편셔리 옥상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젖은채로….
바지는 다 젖은채로 웃통을 다 벗고서 그렇게 미친듯이 히죽히죽대고 있었다.
0583 / 0837 ----------------------------------------------
체육관에서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고 체육관에 있던 내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견아 많이 힘들지…..
니가 어디 풀데도 없고…..그래 시팔….니 건물인데….니가 소리지르고
개난동을 피운다해도 누가 뭐라고 하겠냐…..
연지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남의 새끼까지 졸지에 키우게 된 니 마음
시팔…..내가 진짜 모르는거 아니다….."
영식이가 나에게 박카스를 하나 따주면서 말을 했다.
나는 박카스를 한입에 털어먹고 이야기를 했다.
"하나 더 줘봐….오랜만에 먹으니까 졸라게 맛있네…."
내가 영식이한테 말을 했다.
홍진이가 끼어들었다.
"형 박카스는 병에 하루에 한 개만 처먹으라고 써있는데….."
"좆까는 소리는 당나라 가서 하고 하나 더 까봐…."
영식이가 박카스를 하나 더 까서 내밀었다.
그것도 마저 까먹었다.
아……좋다…..
모든지 달고 맛있었다.
홍진이와 영식이가 왜 이렇게 이뻐 보일까?
늑대보다 더 살벌하게 생긴 새끼들인데…..놈들이 귀여워 보였다.
얼른 집에 가고 싶은데 지금 트레이닝복을 입고 집에가면 아내가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강이가 빨리 보고 싶었지만 꾹 참아야 할 것 같았다.
일도 손에 안잡혔다.
오늘 오전에 촬영할 것도 있지만 다 제끼기로 했다.
지금 일이 문제가 아니었다.
내 인생이 뒤집어져 버렸는데 일이 문제가 아니었다.
강이는 이제 나의 모든것이 되어 버렸다.
이럴줄 알았으면 이름을 편강이 아니라 편빈으로 지어야 했는데…
그때는 내가 그걸 몰랐었다.
오늘은 하루종일 체육관 사무실에서 시간을 때우다가 오후에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점심때가 되니까 체육관이 텅텅 비었다.
오전에 다이어트 복싱을 하던 주부회원들이 빠지자 체육관이 텅 비어버린것
같았다.
영식이 홍진이를 데리고 건물 근처의 갈비집으로 갔다.
"시팔 기분이다 오늘 갈비나 뜯자…."
영식이와 홍진이는 내가 마음이 바뀌어서 소갈비가 아닌 돼지갈비를
시킬까봐 전전긍긍하면서 나에게 메뉴판을 주지도 않고 지들끼리 내 눈치를
보면서 바로 소갈비를 시켜버렸다.
"형…이 집은 소가 연하데….물론 나도 아직 못먹어보기는 햇지만….."
홍진이가 내 눈치를 보면서 말을 했다.
나는 소를 시키던 말을 시키던 혼자서 실실 웃으면서 강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강이가 조금 더 자라면 강이를 데리고 사우나에 가서 바나나 우유도
같이 먹고 내 등도 밀어달라고 할 생각을 하니까…..
미칠것만 같았다.
아연이를 키우면서 누리지 못했었던 그런 일들이었다.
녀석들은 대화도 별로 나누지 않고 채 익지도 않은 소갈비를 정신없이
입으로 집어넣고 있었다.
"천천히 먹어 시팔….누가 쫒아오냐….."
내가 영식이와 홍진이에게 말을 했다
"아….시팔….우리 애들하고 와이프 내가 소갈비는 못사주어도….
나라도 대표선수로 많이 먹어야지…."
영식이가 중얼거리면서 미친듯이 소갈비를 먹었다.
"나도….우리 딸래미랑 와이프 소갈비나 좀 배불리 먹여주면 소원이
없기는 하겠지만….일단은 나라도 먼저……."
홍진이도 미친듯이 소갈비를 씹으면서 말을 했다.
"대화 좀 하면서 처먹자….무슨 걸신들이 들렸냐…."
내가 웃으면서 말을 했다.
"형도 참….맨날 얼굴 보는 지겨운 사이인데…우리가 할 말이 뭐가 있어…
하지만 소갈비는 연중행사로 보니까 우리는 소갈비랑 대화할꺼야….
에이 시팔…그거 내가 먹으려고 앞으로 댕겨 놓은건데 그걸 홀랑
가져가 먹네…..시팔…..먹도의가 있어야지…."
홍진이가 영식이를 보고 으르렁 거렸다.
"좆까라….먼저 먹는 놈이 임자지….."
영식이는 홍진이 앞쪽 불판에 홍진이가 짱박아 논 고기들을 자기 앞으로
마구 당겨서 먹고 있었다.
"에이…새끼들아 쪽팔려….조용히들 좀 처먹어….."
나는 웃으면서 느긋하게 소갈비를 즐겼다.
영식이도 자기 친아들이 두 명이나 되고….
홍진이도 자기 친딸이 있다.
그리고 나도 친아들이 있다.
우리는 모두 공통점이 있다.
그냥 저절로 웃음이 터져나왔다.
어제까지만 해도 영식이와 홍진이는 친자식이 있었고…
나는 의붓자식만 두 명 이었다.
하지만 하룻밤 새에….의붓자식중 한 놈이 친자식으로 대 역전극을
만들어 버렸다.
이런 기가 막힌일이…….
미친듯이 소갈비를 흡입하는 영식이와 홍진이가 이뻐보일정도였다.
소갈비를 신나게 먹은후에 수왕보의 물을 데워서 따뜻하게 온천을 했다.
"견아 근데 너 뭐 신나는 일 있냐?
아까 보니까 미친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옷을 입고 물에 뛰어들고…..혼자서 박카스를 두 병 이나 처먹고….
게다가 소갈비까지 웃으면서 그렇게 많이 쏘고….
시팔…뭐가 있긴 있나보네….
뭐냐? 편셔리 프라자 투를 세우는거 아니냐?"
나는 입이 간지러워서 미칠 지경이었다.
편강이가 내 새끼다를 외치고 싶었는데….
그럴수는 없었다.
세상에 나만이 아는 비밀이었다.
그렇게 온천을 하고서 오후에 조금 일찍 집으로 갔다.
현관문이 열리자 거실매트에서 앉아서 놀고 있던 편강이가 무서운 속도로
나에게 돌진을 했다.
나는 진짜 빠른 속도로 욕실로 가서 손을 씻고 편강이를 번쩍 안았다.
편강이의 얼굴을 보고 속으로 생각을 했다.
'이 쉐리…..아니다…이제는 쉐리가 아니다…..이 녀석…..우리 착한 아들….
우리 강이는 알고 있었구나….내가 아빠인줄 알고 있었구나….
그래서 나만 보면 미친듯이 기어서 나에게 왔구나….
그래서 나만 보면 자석처럼 내 몸에 달라붙으려고 했었던 것이구나…..
강아…아빠는 강이한테 너무 미안해….
아들인줄 몰라봐서 너무 미안해….
단 한번도 그런 의심을 못해서 너무 미안해….'
강이를 품에 꼭 안았다.
그리고 소파에 앉았다.
"왜 이렇게 일찍 들어왔어요? 아침에 입고 나간 옷은 어디가고
웬 트레이닝복을 입고…."
아내가 나를 보고 말을 했다.
"응….체육관에서 운동 좀 하고 오느라고……."
나는 아내를 보고 웃으면서 말을 했다.
아내의 얼굴을 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맹한 년 같으니라고…..평생에 걸쳐서 애를 딱 두 명 낳았는데….
두 명다 친부가 누군지 그것도 정확히 모르는 년 같으니라고….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머리 굴리기는 너무 싫지만 이제는 머리를 안 굴릴수가 없었다.
오연지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이제는 그냥 내가 사랑하는 여자로 끝나는게 아니다.
이제는 내 아들 강이의 엄마이다.
엄마없는 아들의 인생은 생각할수가 없었다.
거 영화나 만화도 있지 않는가….
엄마없는 하늘 아래나….엄마 찾아 삼만리 같은…..
주인공은 애들은 전부 남자였다.
엄마가 없는 아들의 인생은 상상하기도 싫었다.
만약에 오연지가 강이가 내 새끼라는걸 알면…..
자식에 대한 유달리 강한 내 집착을 잘 아는 오연지가 그걸 알게되면
나에게 강이를 맡기고서 마음 푹 놓고서 80일간의 세계꽃돌이일주를
할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지도 강이가 내 애인줄 모르는 주제에 만약에 그걸 알게 되면
더럽게 생색을 내면서 나를 지 손바닥위에 올리고 강이를 볼모로
하인처럼 부려먹을께 뻔했다.
아니 그건 백프로다.
지난 17년간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말이다.
아내가 나를 보고 말을 했다.
"화장실로 들어갈꺼에요? 급해서 일찍 온거에요?"
아내가 나를 보고 가벼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했다.
이런 음탕한 년이 뭐라 지껄이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강이를 혼자 내버려두고 욕실에 가서 그 짓을 또 한다고….
절대로 있을수 없는 일이다.
그땐 내가 정말 미쳤었다.
어떻게 강이를 아기안전침대에 혼자 내버려두고….
난간에 매달려서 아빠를 기다렸을 강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찢어질듯이
아팠다.
저녁을 준비하면서 강이가 먹을 이유식을 따로 준비했다.
소고기를 잘 다져서 아주 맛있고 영양 많게 따로 준비를 했다.
더 이상 내 아들에게 아내가 만든 맛대가리 없는 이유식을 먹일수는
없었다.
우리집은 자고로 맛을 중시하고, 끼니를 중요시하던 집이었다.
고등학교 다닐때 아버지와 마주 앉아서 삽겹살을 몇근씩이나 같이
구워먹던 생각이 났다.
구워도 구워도 끝이 없이 구워서 배가 터질때까지 먹어대는게….
우리 집 남자들의 숙명이었다.
앞으로 강이에게 참 고기의 맛을 알려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연이가 와서 다 같이 저녁을 먹었다.
역시나 강이는 내가 만든 고기이유식을 보자 성급하게 짜증을 내면서
허겁지겁 이유식을 먹었다.
매사 불여튼튼이다.
내일 내 거래업체가 아닌 다른 친자확인 업체를 방문해서 강이의
친자검사를 다시 한 번 확인사살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하는 김에 그냥….물론 검사결과가 뒤집히지는 않겠지만…
아연이것도 다시 한 번 확인은 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하는 김에 말이다…..
나는 웃음을 참으면서……그렇게 저녁을 먹고 있었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Highcook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