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r내와 편.견 617~619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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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이 되었다.
워터파크는 일요일날 가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은 우리 네가족이 모두 다 같이 백화점으로 향했다.
강이는 수영복이 없다.
강이의 수영복을 사야했고, 모처럼 만에 가족들이 다 같이 쇼핑을
하기 위해서 백화점으로 향했다.
토요일날 다들 늦잠을 자고 아침을 대충 요기들만 한 후에 점심때가
못되어 백화점으로 향했다.
먼저 유아코너에 가서 강이가 입을 수영복을 샀다.
아기들 전신수영복이 예쁜게 많았다.
강이는 스파이더맨 무늬가 있는 전신수영복을 샀다.
강이가 입으니까 너무 귀엽고 예쁜것 같았다.
아내와 아연이도 수영복 매장에 가서 새로 나온 래쉬가드를 샀다.
위에는 타이트한 잠수복처럼 생긴 티셔츠에 아래는 비키니식으로 된 팬티
한 벌이 세트였다.
아래는 비키니식의 팬티가 아닌 반바지 스타일도 있었다.
나는 아내는 모르더라도 아연이는 그런 반바지 스타일을 사기를 바랬는데…
두 모녀는 같은 스타일로 래쉬가드를 고르는것이었다.
상의는 전신을 다 가리는 긴팔 티셔츠 스타일에 하의는 비키니스타일의
팬티로 된 래쉬가드 였다.
아내는 예전에 워크샵때는 비키니도 입기는 했었지만 이제는 비키니를
입을수가 없다.
배에 수술 상처가 아직도 잘 보이기 때문이었다.
비키니 팬티를 수술 상처를 가리면서까지 위로 당겨 입을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내와 아연이는 비슷한 디자인의 색깔만 다른 래쉬가드를 구입했다.
강이와 아연이 그리고 아내의 수영복까지 다 구입을 하고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갔다.
아내는 내 수영복도 새로 구입하라고 했지만, 나는 커다란 트렁크 수영복이
아직도 쓸만했다.
괜히 돈낭비를 할 필요가 없었다.
강이의 수영복도 유아수영복 치고는 상당히 비싼편이었고,
아연이와 아내의 래쉬가드는 메이커라서 그런지 상당히 고가였다.
수영할때야 돈 만원짜리 대충 걸치고 해도 어차피 물속으로 기어들어갈껀데
그런데 굳이 돈 많이 들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수영복들을 산후에 우리는 백화점에 있는 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들어갔다.
일식우동과 돈까스나베 같은 음식들을 시켜서 먹었다.
강이는 이제는 웬만한거는 다 먹어대는것 같았다.
아주 크거나 질긴것만 아니면 이빨도 이미 났고, 또 계속 나고 있기에
먹을수 있는 음식 종류가 점점 넓어지는 것 같았다.
강이는 돈까스나베와 우동국물에 밥을 말은것을 맛있게 잘 먹는것 같았다.
조금 큰 부분을 으깨서 강이가 먹기 펀하게 해서 먹여주었다.
나도 워낙에 음식을 빨리 먹기에 강이를 먹여가면서도 내 입으로도
음식이 들어가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강이는 쩝쩝 소리를 내면서 새로운 음식들을 잘 먹고 있는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이제 강이도 나이가 들수록 외식을 할 기회가 많을텐데….
이렇게 네가족이 다 같이 외식할수 있는 날이 얼마나 더 있을런지…
나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늦은 점심식사들을 다 한후에 아연이 옷을 사기 위해서 아내와
아연이는 여성복 코너를 다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고, 나는 강이와
함께 백화점과 붙어 있는 쇼핑몰에 있는 아기 놀이방에 들어갔다.
강이처럼 어린 아기들이 놀수 있는 곳이었다.
한 시간에 얼마씩 돈을 내고 들어가는 곳인데…강이를 그곳에 데리고 가서
나도 바닥에 편하게 앉았다.
다른 아기들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그곳에 매달리고 벽에 붙은것들을
보느라고 정신이 없는데, 강이는 그런 장난감들에는 신경도 안쓰고,
다른 자기 또래의 아기들을 보느라고 정신이 없는것 같았다.
다른 아기들 노는데까지 뒤뚱대고 걸어가서는 그 아이들 옆에 앉아서
다른 아기들 노는것을 뚫어지게 보는것 같았다.
다른 아기들 노는게 신기한 모양이었다.
강이를 보니깨 내 어릴때 생각이 났다.
국민학교 5학년때 아버지 손에 이끌려서 강제로 복싱을 배우기 전까지…
난 항상 주변을 맴도는 아이였다.
내가 먼저 나서서 친구에게 다가가지도 못하고,
남들 앞에서 뭘 주도적으로 해 본 적도 없었다.
덩치만 컸지, 겁이 많아서, 조그만 애들한테도 항상 줘 터지던
그런 순둥이였다.
강이도 만약에 크면서 나같은 성격이라면, 복싱을 시켜야 하나….
속으로 많이 고민이 되었다.
아버지가 나에게 복싱을 처음 접하게 만드실때….
내가 좆만한 애한테 줘터지는걸 아버지가 목격하시고 나에게 복싱을
시키실때 아버지의 심정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참….만감이 교차했다.
내가 그런 아버지의 자리에 서게 되다니….
아연이를 키울때는 단 한번도 고민해보지 않았던 일이다.
아들이 생기니까 진짜 고민할 거리가 많았다.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우리 강이 하나 잘 키우기도 바쁘다…
강이 엄마한테 잘 이야기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진심을 잘 털어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미워하지 말자….
난 강이 엄마 때문에 부자라도 되었지 않는가….
마누라가 전재산 다 들어먹고 자식들 다 버리고 튄 년들도
많은 세상이었다.
우리 마대정보진흥에서 촬영되어서 이혼하는 부부들 보면
돈문제로 싸우지 않는 부부가 거의 없었다.
다들 바람은 바람이고 돈은 돈이었다.
아내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내 마음에서 다 내려놓고 비워놓으니까 이렇게 홀가분 한것을….
대신에 나에게는 강이가 있지 않는가…..
강이를 보기만 해도 내 마음이 가벼워 지는것 같았다.
모든게 하늘의 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이가 내 아이인것도, 쟈니가 아내를 한국으로 보낸것도, 그리고
마회장이 아내와 강이를 찾아서 나에게 찾아가게 한 것까지도 말이다.
모두 강이와 내가 만나기 위한…..그런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었다.
그렇게 강이를 데리고 아기 놀이방에서 두어시간을 놀았다.
강이가 어린이집에서 왜 오기 싫어하는지 알 것 같았다.
강이는 다른 아이들이 노는걸 보는것을 참 좋아하는것 같았다.
뭐가 그렇게 신기한지 다른 아이들이 노는걸 보면 나중에 혼자 그걸
흉내내는것 같았다.
강이를 데리고 나오려니까 강이가 또 발버둥을 치면서 울기 시작했다.
놀이방에 맛을 들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내 놀이방을 나와서 과일쥬스를 사주자 강이는 과일 주스를
먹느라고 다른건 신경 안쓰는 것 같았다.
아연이와 아내는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나타났다.
아내가 아연이 옷을 참 많이 사준 모양이었다.
아연이한테 쓰는 돈은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우리 아연이가 저렇게 엄마랑 팔짱끼고 쇼핑을 할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더 될런지, 정말로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이 되었다.
우리는 아침을 먹고 바로 워터파크로 향했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실내워터파크 주차장부터 완전히 인산인해였다.
우리는 워터파크 안으로 입장을 했다.
워터파크 입장료는 너무 비쌌다.
옛날에 아연이가 어릴때 데리고 다닐때에 비해서 너무 많이 오른것 같았다.
이젠 보통 월급장이들은 한달 월급 받아서 이런데 몇 번 다니고
밥먹고 장보고 나면 개털이나 남는것도 없을것 같았다.
그동안….아내가 돈을 많이 벌어서 돈 걱정 안하고 산게….
너무 고맙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
나는 셀카봉을 가지고 왔다.
워터파크 입구에서 셀카봉에 핸드폰을 달아서 우리 네가족 셀카를
계속해서 찍었다.
넷이 같이 찍은 사진이 많지 않았다.
강이 돌때 아버지 엄마 오셔서 다같이 찍은 사진들이나 있지…
우리 네가족 어디 나들이 가서 찍은 사진은 거의 없는 것 같았다.
나는 다양한 포즈를 취해가면서 우리 네가족이 화면에 다 들어오는
그런 사진들을 찍기 시작했다.
셀카봉으로 찍는 사진이 다들 신기해서 우리는 활짝 웃은채 그렇게
넷이 한화면에 들어오는 그런 사진들을 계속해서 찍었다.
강이까지 우리가 다 웃으니까 활짝 웃으면서 핸드폰을 보았다.
아내와 아연이는 여자탈의실로 들어가고, 나는 강이를 데리고 남자
탈의실로 들어갔다.
나는 강이 전신수영복을 입혀서 데리고 나갔고, 아내와 아연이도 새로산
래쉬가드 세트를 입고 나왔다.
마흔 두살….
아내의 나이이다….
게다가 자궁암 수술까지 받았다.
애는 두명이나 출산을 했다.
제왕절개로 한 명 그리고 홍콩에서 자연분만으로 또 한 명….
아내가 강이를 낳은후 아파트에 살때, 요가를 열심히 한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아내의 몸매가 저 정도로 빨리 회복되는 것은 그동안
신경 못 쓰고 있었다.
하긴 집에서 밤에 잘때야 세워놓고 몸매를 보는게 아니니까….
그냥 익숙하니까 크게 신경 못썼지만…
래쉬가드를 입혀놓은 아내의 몸매는 이십대 못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래쉬가드가 몸에 완전히 딱 달라붙는 아주 타이트한 스타일이라서
아내의 몸매 굴곡이 완전히 다 드러났다.
아연이도 아내와 비슷한 스타일의 래쉬가드라서 몸매가 다 드러났다.
누가 모녀지간 아니랄까봐, 아연이는 엄마의 몸매를 꼭 닮은것 같았다.
키도 비슷하고 이젠 몸매마저 아내의 몸매에 거의 근접하게
따라가는 아연이였다.
아연이는 래쉬가드를 입혀놓으니 열여덟살 같다는 생각이 안들었다.
꼭 20대 여대생 같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아연이가 많이 성장을
한 것 같았다.
아내와 아연이가 수영모자 대신에 쓴 야구모자를 나란히 같이 쓰고 손을
잡고 걸어다니니까 진짜 20대 여성 두 명 이서 놀러온줄 착각할 지경이었다.
아내야 원래 그랬지만 아연이의 래쉬가드 팬티가 너무 비키니 스타일이어서
조금 그랬다.
오늘만 그냥 입히고, 나중에 몰래 버리던가, 아니면 숨겨 놓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생이 되어도 저런 수영복 차림은 옳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반바지 래쉬가드를 사주었어야 했는데….
이게 다 오연지 때문이다….
해녀복같이 전신을 다 가리는걸 샀어야 했는데….
아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들다가도 아연이의 래쉬가드 수영복 팬티가
너무 좀 그래서 살짝 화가 났다.
하지만 워터파크에 아연이와 아내의 수영복 차림은 양반중의 양반이었다.
아래는 비키니 팬티같지만 위에는 전신을 다 가리는 래쉬가드 상의를
입었으니까 말이다.
다른 여자들은 진짜 타이트한 비키니를 입고 온 여자들도 상당히 많았다.
영식이 홍진이와 같이 놀러왔으면 셋이서 눈요기 하느라고 정신없겠지만
나는 그럴새가 없었다.
강이 돌보고 아연이와 아내 챙기기도 바뻤다.
강이는 생애 첫 수영장 나들이였다.
나는 유아풀에 강이를 안고 들어갔다.
강이는 따뜻한 물이 좋은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그렇게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놀다가 따뜻한 물이 있는 가족탕으로
들어갔다.
가족들끼리 따뜻한 물에서 오손도손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나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들이 많았다.
아연이가 강이를 안고 물에서 장난을 쳤다.
강이는 아연이의 품에 안겨서 따뜻한 물을 헤치면서 즐거워 하고 있었다.
아내가 내 옆에 딱 붙어 있었다.
"아…오래간만에 물놀이 하니까 진짜 힘드네요…."
아내가 나에게 기대었다.
아내의 야구모자가 벗겨져 버렸다.
아내의 뒤로 묶은 머리가 젖어 있었다.
아내가 내 손을 꼬옥 잡았다.
나도 아내의 손을 꼬옥 잡았다.
우리는 따뜻한 물속에서 손을 잡고 아연이가 강이를 데리고 물에서
노는 것을 보고 있었다.
이 행복한 순간이 얼마나 오래 갈런지….
나는…..짐작할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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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 또래의 돌이 겨우 지난듯한 아이들을 데리고 온 젊은 부부들이
꽤 많이 보였다.
솔직히 나나 아내의 나이는 이런 아기를 데리고 올 나이는 아닌데 말이다.
아 물론, 머리를 묶고 래쉬가드를 입고 야구모자를 쓰고 있는 아내의
모습은 40대로 보이지는 않았다.
강이같은 어린 아기를 가진 아기 엄마로 봐도 무방할 것만 같았다.
아연이와 강이의 나이 차이가 무려 열여섯 살이다.
강이가 대학을 갈때면, 아연이는 무려 서른 여섯살의 아줌마가 되어 있을
것이다.
강이와 아연이를 보았다.
강이를 예뻐해주는 아연이가 너무 고맙고 기특했다.
아연이는 강이가 내 아이가 아닌줄 알텐데…
그럼에도 그냥 아기라서 예뻐해주는 아연이의 마음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강이가 내 새끼가 아니라고 했을때에는 저 정도로 예뻐해주지는
않았었는데 말이다.
워터파크가 너무 넓은것도 넓은거지만 사람이 너무도 많았다.
여기 저기 돌아다니던 아내와 아연이도 지쳤는지 결국은 내가 있는
따뜻한 물이 있는곳으로 다시 다 모이게 되었다.
출출해서 다같이 매점으로 가서 소시지와 떡볶이를 먹고 어묵을 먹었다.
아내와 아연이도 배가 고프다고 해서 이것저것 많이 시켜서 펼쳐놓고 먹었다.
강이도 이것저것 작게 쪼개주는것을 쩝쩝대면서 다 받아먹고 있었다.
강이는 어묵을 좋아하는것 같았다.
우리는 간식을 먹고 다시 따뜻한 탕으로 들어갔다.
나는 강이를 붙잡고 탕안에서 강이를 가볍게 들었다가 놓았다하면서
물놀이를 시켜주었다.
아기 스파이더맨 강이는 기분이 좋은지 웃음이 얼굴에서 떠나지 않았다.
따뜻한 물이 있는 탕은 가장자리에 앉을 자리가 없을정도로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여기저기 파도가 치는 풀이던 물이 수로처럼 흘러가는 풀이던 결국에는
놀던 사람들이 따뜻한 물쪽으로 다 모이는 것 같았다.
"여기 참 좋네요…."
아내가 나를 보고 웃으면서 말을 했다.
나는 아내를 보고 가볍게 웃어주기만 했다.
나는 속으로 아내에게 말을 했다.
'나는 아직도 당신이 참 좋아….'
속으로만 생각하고 겉으로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점심까지 먹고 온몸에 힘이 쭈욱 빠질때까지 워터파크에서 놀다가
오후에 다들 기진맥진해서 워터파크 밖으로 나왔다.
공원처럼 꾸며진 워터파크 앞에서 네가족이 다시 사진을 찍었다.
아내도, 아연이도 화장이 하나도 없는…마치 목욕을 하고 나온 사람들같은
생얼굴이었다.
하나도 꾸밈없는 생얼굴의 네 가족이 계속해서 셀카를 찍고 있었다.
지금 이시간에는 우리 네가족은 아무것도 숨기지 않고, 아무것도
꾸밈이 없는 맨 얼굴이었다.
우리가족 그래도의 모습들이었다.
나는 이 모습을 담고 싶었다.
꾸미지 않은 우리 네명의 모습을 말이다.
되도록 많은 사진을 찍고 싶었다.
진짜로 많은 사진을 말이다.
나중에 강이가 컸을때, 한때는 우리 네가족이 이렇게 행복했었다는것을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
다양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연이는…..아내가 뗄레야 뗄수가 없을것이다.
아내가 나이를 먹으면서 아연이도 같이 커온 기른정이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강이와 아내가 조만간 헤어진다면….그래서 강이와 아내가
다른 하늘 아래서 살아간다면, 낳은 정 외에는….일년 조금 넘게….
그렇게 같이 살았던 정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렇게 강이가 성인이 된다면….
엄마에 대한 무슨 정이 있겠는가….
나중에 강이가 컸을때 보여주고 싶었다.
엄마라는 사람에 대해서….
나는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여러 번 되풀이 해서 보아서 그런게 아니었다.
그냥 그때 그 편지를 읽었을때 내 머리속에 너무 강하게 남아버려서
가끔씩 정말 또렸하게 생각이 나곤 했다.
아내가 나를 떠날때….
안방 침대 매트리스 아래에 남겨두고 간 편지를 말이다.
아내가 그 편지에 적었던 내용이 있었다.
아연이가 스무살이 되면 내 인생을 살라고 말이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거라는
것을 말이다.
그게 아내의 진심이다.
그리고 아내는 그때 자신이 그런 결심을 쉽게 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말했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내가 다시 떠난다면 아내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것이다.
그리고 내가 새 인생을 살기를 바랄것이다.
아내가 나에게 남기었던 그 편지의 내용이 아내의 진심이 맞는다면
말이다.
그리고 난 그게 아내의 진짜 숨겨진 진심이라고 믿고 있다.
아내가 생명의 고비에서 이것저것 뱉었던 말들은 심신이 미약한 상태에서
나왔던 말들이다.
감정이 기복이 심했을 것이다.
그렇게 정말 지난 일년간 찍은 사진보다 더 많은 셀카를 찍은 하루가
저물었다.
그렇게 가족끼리 같이 보낸 토요일, 일요일 주말 이틀이 지나버렸다.
행복했다.
진심으로 말이다.
아연이의 콩쿨이 있었고, 아연이의 콩쿨 이후에 진짜 오래간만에 갔던
춤을 추는 클럽 앞에서 아연이가 좋아하는 선배오빠와의 그런 일이 있었다.
아내에게 쟈니의 영상을 보여주었고,
아내를 결박해서 강제로 아내의 친권과 양육권 관련서류를
변호사님을 통해서 법원에 진행시켰다.
그리고 온 가족이 백화점에서 쇼핑도 하고, 워터파크에 가서
즐거운 시간도 보내고 왔다.
9월 한 달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는것 같았다.
그렇게 9월말이 되었다.
나는 평화로운 마음으로 사형집행을 기다리는 사형수처럼…..
아니 솔직히 이 비유는 맞지 않는것 같았다.
모래시계에서 최민수가 사형 집행전에 얼마나 발발 떨었는지 드라마로
잘 보지 않았던가….
최민수가 오죽하면 박상원에게 나 떨고 있니 라고 물어봤겠나….
사형집행을 기다리는 사형수는 발발 떨수밖에 없었다.
하나뿐인 목숨이니까 말이다.
음…그럼 뭐가 좋을까….
나는 그냥 내 순서를 기다리는 그런 차분한 마음으로
아내의 입에서 쟈니를 만나러 간다고 하는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냥 하루 하루가 행복하고
감사했다.
아내에게 매일같이 정성스럽게 음식을 해 주었고, 이삼일에 한번씩
관계를 할때면 한 번 한 번 최선을 다해서 섹스를 했다.
이 섹스가 내 인생에 있어서 마지막 섹스라는 생각으로 정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아내는 9월말이 다 될때까지, 쟈니의 쟈자도 꺼내지 않았다.
나는 쟈니가 생각날까봐 일부러 사무실에서 쟈자가 들어가는
쟈스민 차도 마시지 않았다.
어린 아이의 아빠가 된 정관장은 머리를 항상 새까맣게 염색을 하고
다니다가 이번에는 아예 약간 갈색을 넣어서 염색을 하고 나타났다.
정관장님 말로는 열살은 젊어보인다고 자평을 하고 다녔는데,
마회장은 그걸 보자마자 미장원에가서 똑같이 갈색을 넣어서 염색을
하고 등장을 했다.
내가 그걸 보고 마회장에게 한마디를 했다.
"왕년의 국가공무원 가오가 있지….해도 너무하신거 아니에요?"
마회장이 쑥쓰러운듯 거울을 보면서 말을 했다.
"나도 젊은 아빠가 되고 싶다….."
내가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젊은 아빠랑, 젊은 할아버지가 동시에 되실텐데요…."
마회장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거울을 보고 갈색머리를 넘기며서
히죽히죽 대고 있었다.
갈색으로 염색을 싹 해버리니까 마회장의 흰머리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나도 거울을 보았다.
머리를 별로 안써서 그런지 흰머리가 많지는 않았다.
믄득 아내가 그때 내 흰머리를 핑계 삼아서 강이 친자검사를 했던게
생각이 났다.
이젠 그것도 다 추억이 될 것만 같았다.
그렇게 평화롭게 9월말의 시간들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후에 오후에 퇴근을 했다.
아내는 강이 서류사건 이후로 나에게 항상 조심하는 눈치였다.
가끔은 아내가 정말로 쟈니한테 가지 않고 나에게 평생 있으려는걸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아내는 나에게 잘 해주고, 많이 웃어주었다.
강이와 소파에서 놀고 있는데 아내의 핸드폰이 울렸다.
아내는 발신자를 보더니 받지 않았다.
그러자 계속해서 몇 번의 전화가 계속 오는 것 같았다.
아내는 끝까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누구야? 왜 전화를 안받아…."
내가 강이를 안은채 아내에게 말을 했다.
"응….임교수님이요…그냥 받기 싫어서요."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아내는 이제 임교수도 귀찮은 모양이었다.
그 뒤로도 몇 번의 전화와 문자 알림음이 들리는 것 같았지만
아내는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렇게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아연이 아침을 먹여서 학교를 보내고
아내를 깨우러 안방에 들어갔다.
강이도, 아내도 곤히 자고 있었다.
강이는 더 푹자게 내버려두고, 아내만 깨워서 아침을 먹일까
더 자게 내버려둘까 하는데 아내의 전화 진동소리가 들렸다.
아내는 눈을 비비면서 발신자를 보더니 모르는 번호라고 말을 하면서
다시 이불을 덮었다.
나는 아내가 더 자게 내버려 두고 안방문을 닫았다.
그때였다.
바로 내 전화가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가 아내가 안 받자 바로 내 번호로 전화가
온게 조금 이상하기는 했다.
나는 궁금한 마음에 모르는 번호지만 전화를 받았다.
혹시나 지하주차장에서 누가 실수로 내 차를 긁고서 전화하는것 일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나는 식탁의자에 앉아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저기, 혹시 편견씨 되시나요?"
남자의 목소리였다.
누굴까?
이런 아침시간부터….
고객들의 전화는 아니다.
누가 불륜관련 상담전화를 식전 댓바람부터 하는가….
"그런데….누구신가요?"
내가 전화기 속의 남자에게 물었다.
그때 전화기속에서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연결되었어요? 제가 말할께요…..이리 주세요……"
조금 먼 감으로 말소리가 들렸다.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나랑 전화를 하는 남자에게 자기들끼리
하는 말이었다.
"여…여보세요….."
울먹이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신가요?"
나는 배도 고프고 이 놈들이 도대체 누구길래 아침부터 이 지랄들인가
살짝 짜증도 나고 해서 조금 거친 목소리로 물었다.
만약에 진짜 쓸데없는 전화면 상대방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을 예정이었다.
강이가 내 친자임이 밝혀진후로, 다른 사람과 다툼을 한적이 거의
없었다.
참고 또 참았다.
다시 한 번 좋은 아빠되기 프로젝트였다.
아연이를 키울때는 나는 너무 혈기 왕성한 젊은 아빠였다.
이제는 나이는 조금 먹었지만 좋은 아빠, 욕 안하고 싸움 안하는 아빠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식전 댓바람부터 짜증이 나게 하는 이 놈들이 도대체 누군지…
열이 받기 시작했다.
"아저씨……"
상대방이 우는 목소리로 나에게 아저씨라고 불렀다.
내가 원빈도 아니고, 나한테 아저씨라는 호칭을 하는 새끼가 누가
있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서…설마….
아저씨의 주인공인 원빈처럼 잘생긴 놈이 하나 있었다.
온건이….
설마….온건이일까?
"아저씨 저 건이에요….온건이요…."
어이쿠…..이 새끼가 호떡집에 불이났나…
왜 아침부터 나에게 전화를 해서 울지…..
"아저씨, 아침 일찍 죄송해요, 임교수님 소지품에 있던 메모에 연지누나
번호가 있어서 조금전에 전화를 했는데….누나가 통화가 안 되어서요….
제가 아저씨한테 전화를 해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아저씨가 제 번호면 안 받으실까봐, 제가 전화를 걸어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건아, 근데 왜 울어? 남자놈이 창피하지도 않냐…."
나는 갑자기 전화를 해서 우는 건이에게 핀잔을 주었다.
"아저씨…..임교수님이 돌아가셨어요."
순간 누가 뒷통수를 손바닥으로 갈긴것처럼, 머리가 띵해졌다.
이게 무슨 소리 인가….
택봉이가…..그렇게 정정하던 택봉이가 죽다니……
진짜로 이게 무슨 소리 인가….
택봉이는 개새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죽었다고 하니까, 나도 순간 당황이 되었다.
전화기 속의 건이는 계속 울기만 했다.
"건아, 울지말고, 어떻게 된건지 말을 해볼래….."
나는 침착하게 건이에게 말을 했다.
아내가 중환자실에 있을때, 나도 건이처럼 저렇게 정신 못 차리고
엉엉 울기만 한 적이 있어서 나도 건이의 마음을 잘 알았다.
건이가 고아이던가….
아마 그런것 같은 기억인데 말이다.
학생때 부모님이 다 돌아가셨다고…..
건이에게는 택봉이가 아버지나 마찬가지의 역할일텐데…..
건이가 저렇게 정신줄 놓고 우는게 이해가 되었다.
"건아 거기 어디야?"
내가 건이에게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
건이는 일유대 병원 영안실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아저씨, 교수님이 유서에 연지누나 이야기를 남기셨나봐요….
누나한테 말해주세요…..아저씨……제발 누나도 꼭 같이 와주세요…..
아저씨 부탁이에요….."
건이가 울면서 나에게 말을 했다.
나는 전화를 끊었다.
나는 소파에 앉았다.
내가 파리채로 개패듯이 패던 노인네….
나중에는 때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뭐랄까….
그냥…..하여간에 나와는 참…많이 얽히고 얽힌 그런 상대였다.
어떤때는 죽여버려도 시원치 않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죽었다니까…..
기분이 정말 이상해졌다.
그런데 왜 죽은걸까?
교통사고인가?
아…아니다..아까 건이가 유서 이야기를 했다.
설마 자살을?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제일 확실한 것은 가서 확인하면 될 것이다.
그나저나 아내한테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하나 걱정이 되었다.
나는 그렇게 멍하니 삼십분정도를 소파에 앉아 있었다.
죽음은….연쇄살인마가 아닌 이상, 죽음은 사람의 기분을 이상하게
만들었다.
택봉이는 나한테 원수같은 놈이기도 했지만….
내 마음이 아직 그렇게 악하지는 않은것 같았다.
아내의 말에 의하면 아내 대학시절에는 락교남에게서 아내를 구해준
은인이었고, 평생을 아내에게 이용 당하면서 산 노인네였다.
물론 반대급부로 아내와 음탕한 행동을 하면서 살았지만 말이다.
아내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내가 한참 뒤에 안방문을 열고 나왔다.
"내가 너무 늦잠을 잤죠? 아까 전화와서 중간에 깨다가 다시 자서 그런지
또 깜빡 잠이 들었네요…."
아내는 강이를 안은채 안방에서 나왔다.
강이가 칭얼거려서 아내가 잠에서 깨었는지도 모른다.
"여보, 당신 얼굴이 왜 그래요?"
아내는 내가 멍하니 앉아 있는것을 보고 말을 했다.
나는 아내에게서 강이를 받아들었다.
강이는 내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찰싹 붙은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아내가 내 옆에 앉아서 나에게 기대었다.
막 자고 일어나서 뜸을 들이는 모양이었다.
"저기, 자기야…..노…놀라지 말고 들어."
아내를 보지 않고 정면을 응시하면서 말을 했다.
속으로 생각을 했다.
택봉이가 올해 몇 살이지?
맞다…아내보다 딱 삽십살이 더 많은 택봉이였다.
그게 기억이 났다.
아내가 올해 마흔 둘이니까 택봉이는 일흔 둘일것이다.
"왜요? 뭐 장난치는거 아니죠?"
아내가 내 팔짱을 끼면서 말을 했다.
솔직히 지금 이순간 쟈니같은 놈들은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래도 나쁜놈이던 좋은놈이던 한 사람의 죽음이다.
세상에 사람이 나고 죽는것만큼 큰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이제 아무리 노력을 해도 이 지구상에서 택봉이를 다시 볼 수는 없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서 아내를 쳐다보았다.
아내가 무척이나 충격을 받을텐데….
하지만, 아내가 모르게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오후에 택봉이가 아내에게 전화를 했는데
아내가 받지 않았던것이 기억이 났다.
여러 번 전화가 오고 문자도 왔던것 같았는데….
그건 택봉이였을까? 아니면, 택봉이의 전화로 다른 사람이 아내에게
전화를 한 것일까?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기…자기야….
임택봉 교수가…..죽었데….."
"네? 뭐라구요?"
아내는 내가 워낙에 작게 말해서 잘 듣지 못했는지,
내 팔을 잡고 다시 한 번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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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천히 다시 또박또박 말을 했다.
"임택봉 교수가 죽었데, 왜 죽었는지는 몰라.
지금 일유대 병원 영안실에 있대….
건이한테 전화가 왔었어.
당신한테 아침에 왔던 전화가 건이가 지인한테 부탁해서 한 전화였대…."
아내가 최근에 이렇게 놀란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
아내는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리고 크게 뜬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왜 였을까?
아내의 그런 얼굴을 보니까, 아내의 크게 뜬 두 눈에 바람을 후 불고
싶었다.
왜 난 이런 심각한 순간에 그런 말도 안되는 장난같은 상황이 생각이
난 것일까?
아내가 갑자기 뭐가 생각났는지 후다닥 일어나더니
안방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자신의 전화기 화면을 보면서 나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아내가 나에게 말을 했다.
"어…..어제….저에게 일곱통이나 전화를 하셨어요……
저….저는 두세통인줄 알고 아예 무음상태로 해 놓았었는데……"
아내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나를 보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
아내는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는 모양이었다.
아내는 황급히 스마트폰으로 무얼 검색하는것 같았다.
"자…자기야 왜 그래?"
"자…잠깐만요….교수님에 어제 저한테 문자를 보내셨어요.
저한테 이메일을 남기셨데요…..메일확인을 해달라고 문자가 두번이나…."
아내는 스마트폰으로 메일계정을 열어서 메일 내용을 확인하는
모양이었다.
나도 궁금했다.
나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아내의 어떤계정인지 알 수가 없었다.
최근에는 아내의 계정을 단 한번도 안 열어보았으니까 말이다.
아니 아내뿐만 아니라 아연이나 아내에 관한건 아무것도
따로 요 근래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강이한테 온 신경이 다 팔려서 말이다.
아내가 휴대폰을 보던중에 갑자기 손에서 휴대폰을 떨어트렸다.
아내의 휴대폰이 거실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고 아내의 무릎에 맞았다가
그만 튕겨서 거실 탁자의 모서리에 정통으로 부서졌다.
뭐가 살짝 퍽 하는 소리가 났다.
액정이 나갔으면 돈 드는데…..
내가 허리를 숙여서 아내의 핸드폰을 주웠다.
아니나 다를까 액정이 깨져버렸다.
아까웠다.
아내가 작년에 내가 사준 핸드폰을 물에 빠트렸다고 새로 산건데…
새로 산지 일년도 안된 최신폰인데…
정말 아까웠다.
"여보…..어떻게 하면 좋아요….
임교수님이……
임교수님이……
스스로 목숨을……."
아내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펑펑 울기 시작했다.
아니 도대체 아내의 메일에 무슨 내용이 있길래….
아내가 저렇게 우는걸까…
아니 그것보다도 아내는 어떻게 임택봉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것을
아는 것일까?
아내의 메일 내용이 무척이나 궁금했지만 지금으로서는 볼 재간이
없었다.
아니 그것보다도 택봉이가, 그 변태같고, 세상 모든걸 지 손아귀에
쥐고 흔드는것 처럼 당당했던 택봉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내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더니 눈이 새빨개져서 나에게 말을
했다.
"여보, 나…..좀 병원에 데려다 주세요….제발 부탁이에요……
당신이 임교수님 싫어하는거 아는데…..사람이 죽었잖아요…
제발 한 번만…..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보게 해주세요…"
아내가 울면서 나에게 애원했다.
나는……그렇게 악인이 아니었다.
솔직히 뒤끝없고 쿨하기로 따지면 편강이가 1등이고 내가 2등일것
같았다.
아니다…편육옹도 등수에 들수가 있다….
사람이 죽었는데….나도 당연히 가 볼 생각이었는데 아내가 저렇게
애원조로 말을 하니까 기분이 더 그랬다.
"일단 진정해…..내가 데려다 줄께….
그렇게 눈이 새빨개 져서 갈수는 없잖아…
연지야…그나저나….무슨 일이야…
임교수가 스스로….그랬다는거야?
그게 진짜야?"
아내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했다.
"워….원래 정년 퇴직하시면서…..신장쪽이 조금 안좋긴 하셨어요….
만성질환이라서 꾸준히 병원에 다니시기는 했는데 워낙에 관리도
잘 하시고 건강하셔서…..
크게 신경은 안쓰고 있었어요….."
신장이라고?
키? 설마 키는 아니겠지?
택봉이도 옛날놈 치고는 작지 않은 키에 몸매 관리는 잘한 편이었다.
하지만 그 신장은 당연히 아니겠지…
그렇다면 남은건 콩팥인데….
택봉이가 콩팥이 안 좋은가?
콩팥이 안 좋은놈이 홍콩까지 가서 빨가벗고 결혼식 주례를 설수가
있는것인가?
아내가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내는 아침도 거의 먹지 않았다.
나는 택봉이가 죽은건 솔직히 조금 안타깝기는 했지만 일흔두살이다.
일흔살이 넘었으면 완벽한 성공은 아니지만 절반의 성공은 한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오십대에 교통사고나 기타 질병등 사고로 죽는 남자들이 얼마나 많던가…
일흔살 넘게까지 명예와 부귀를 다 누리던 놈이다.
아주 불쌍한건 아니었다.
다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건 진짜 보통사람들은 생각도 안해볼
일인데…..
택봉이같은 놈이 그랬다는게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우울증에 걸린 것일까?
아니면…..도대체 왜 일까?
콩팥이 너무 아파서 못 견디겠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것일까?
너무 궁금했다.
아내는 간신히 울음을 멈추고 씻은후에 옷을 입었다.
화장도 하나도 하지 않은 맨 얼굴에 아내는 검정색 바지 정장을 입었다.
나야 뭐 일상 복장이 거의 검정색이니까 아무거나 입어도 상가집에
가기 어색하지 않았다.
강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었다.
강이는 빠이빠이 하자는 나도 쳐다보지 않고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다른 아이들이 있는곳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지 또래들의 삶이 항상 궁금한 우리 강이였다.
강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어린이집에서 나왔다.
아빠마음도 몰라주고 아빠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벌써 배신을 때리다니….
아내를 태우고 일유대 병원으로 향했다.
이놈의 일유대 병원 수술실 앞에서 자빠져서 엉엉 울던 생각을 하면
다시는 이곳에 오고싶지 않았다.
이곳 중환자실의 그 무겁고 음산한 분위기가 싫었다.
하지만 반면에 아내의 목숨을 살려준 곳이기도 하다.
응급실에서부터 시작해서 그래도 국내 최고의 두뇌들이고, 국내
최고의 의사들이었다.
제때 수슬을 받고 치료를 받아서, 지금처럼 아내가 건강해졌다.
그래서 다시 쟈니한테 날를까 말까 고민을 할 정도까지 회복시켜준게
정말 기적같다는 생각을 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영안실로 향했다.
자실하면 바로 영안실로 올수가 있나?
마회장에게 상가집에 왔다가 일단 전화를 해서 말을 했다.
자살 사건의 처리절차에 대해서 물어보려다가 마회장이 궁금증을
일으키면 설명이 복잡해질까봐 일단 가까운 지인이라고만 말을 했다.
전화를 끊고 나니 그것도 웃겼다.
내 지인이라고 해봤자 몇 놈 되지도 않고, 마회장이 내 밑천 뻔히
아는데…웃기는 일이었다.
평소의 마회장같으면 궁금해 하겠지만 요새 마회장의 관심사는
오직 젊은 아빠 하나였다.
새로 태어날 아기 생각외에는 다른 생각은 모두 2군으로 밀린 상태였다.
영안실로 들어가서 게시판을 보니까 영안실 특실에 정말로 임택봉이
이름이 있었다.
상주들이 전부 딸이었다.
미국에 딸들이 있다고 들었는데….아직 출가를 안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맞다 예전에 택봉이를 조질때 미국에 딸이 두명이 있던게 기억이 났다.
택봉이 마누라, 졸라 못생긴 할머니도 기억이 나고 말이었다.
애들 시집이나 보내고 가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영안실 복도에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다.
그중에 한명이 복도의 의자에 고개를 처박고 있다가 인기척에 고개를
들어보고 아내와 나를 보더니 다가왔다.
눈이 퉁퉁부어 있었다.
온건이었다.
"아저씨 고맙습니다."
온건이가 나를 보고 인사를 했다.
그러더니 아내를 보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
"누…누나 죄송해요. 다 제 책임이에요….제가 교수님 잘 모시지 못해서…"
아내가 건이의 등을 어깨를 두들겨주었다.
"아니야…..건이 잘못 아니야…..건아….교수님….많이 아프셨어….
그래서….가족들에게 폐 끼치고 싶지 않아서 이런 극단적인 결정
하신거야….
교수님이 누나한테 편지 남기셨어…..
아마 사모님도 알고 계실꺼야…."
아내와 나는 특실 안으로 들어갔다.
낯이 익은 임택봉의 부인이 있었다.
진짜 박색박색 저런 박색은 다시 봐도 없는것 같았으나…
눈이 뻘겋게 부어서 울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좋지는 않았다.
딸이 두 명이라고 하는데 한명만 보였다.
상복을 입고 있는 임택봉이의 딸 한 명과 부인만 보였다.
딸이 엄마를 꼭 빼닮은것 같았다.
사진속의 임택봉이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저렇게 환하게 웃다가 나한테 쳐 맞았었는데……
가짜 휘발유를 몸에 뿌리고 쇼를 할때의 택봉이가 생각이 났다.
내 몸에 불이 붙을까봐 그걸 막던 택봉이의 행동을 말이다.
아주 나쁜놈은 아닌것 같기는 한데 말이다.
아내처럼 어떤 특정한 부분에만 나쁜 인간이었다.
아내와 같이 임택봉이의 영정에 절을 했다.
택봉이는 아내와 나를 보면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택봉이에게 절을 한후에 아내는 택봉이 마누라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여…연지양……"
택봉이 와이프는 아내를 알고 있는것 같았다.
아내와 택봉이 와이프가 서로 부둥켜 안고 울었다.
우와 조금 기가 막히기도 했다.
택봉이 와이프는 택봉이랑 오연지랑 그렇고 그런 사이였던걸
알고나 있었을까…..
나는 멍하니 아내와 택봉이 와이프를 바라보고 있었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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