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r내와 편.견 629~631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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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중국으로 간다는 말을 한 이후로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루에
다만 한 번이라도 아내랑 관계를 가지려고 노력을 하고 있었다.
아내가 후회없이 뭔가를 하고 싶다면, 나도 후회없이 아내와 관계를
가지고 싶었다.
아내가 중국에 가기전에 얼마나 더 관계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요새 들어서는 이상하게도 한 가지 자세로만 관계를 거의 했다.
자세를 바꾸지도 않았고, 거의 한 가지 자세로 관계를 하다가
마지막 사정전에는 남녀관계의 가장 정자세로 바꾸어서 사정을 했다.
요새 내가 집착하는 자세는 내가 앉은 자세로 아내가 내 위에 걸터앉는
서로 마주보고 껴안은 채로 삽입을 하고 키스를 하면서 관계를 하는
자세였다.
아내와 마주보면서 키스를 하면서 삽입을 하는 자세는 빠른 삽입질은
할 수가 없었지만 그냥 아내와 마주보고 키스를 한다는 그것이 좋았다.
그리고 그 자세로 아내와 포옹을 한채로 아내의 몸속에 들어가
있는 것이 너무 좋았다.
아내는 아마도 10월이 다 가기 전에 중국으로 갈 것이다.
그렇게 10월의 어느날 오후에 평화롭게 편셔리 옥상에서 온천을 하고
있었다.
영식이가 나를 보고 말을 했다.
"견아, 너 일층에 도시락 배달전문점 사장한테 보증금 다 내주었다면서…
건물에 소문 다 났더라.."
나는 물속에서 눈을 감고서 대답을 했다.
"소문도 빠르네….근데 그런건 어떻게들 아냐…."
나는 눈을 감고 생각을 했다.
얼마전에 일층에 임대해 있는 도시락배달 전문점 사장이 나에게
연락을 해서 따로 만난적이 있었다.
애가 아파서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급전을 구하기가 힘들어서
보증금중에 이천만원만 빌릴수가 없냐고…..어렵게 말을 꺼냈었다.
나는 도시락집 사장에게 애가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다.
애가 초등학생인데….심장이 안 좋아서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갑작스럽게 급전을 구할때가 없어서 염치 불구하고 말을 꺼낸다고 했다.
보증금이 삼천만원이었다.
계약서를 보니까 나보다는 조금 어린 나이였는데….
다른 문제도 아니라 애 문제라서 더 마음이 그랬다.
생 돈 빌려달라고 하는것도 아니고 가게 보증금 중에 일부만
빌려 달라는 거라서, 나는 아예 그냥 삼천만원을 다 내주었다.
그리고 애 수술 다 끝나고 괜찮아지면….차차 벌어서 보증금을
다시 채워넣으라고 말을 했다.
일층 도시락 전문점은 지금 아예 보증금이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아이 수술때문에 가게 문을 닫은 날이 많아서 돈을 벌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목이 좋아서 장사가 제법 됨에도 불구하고 가끔 문이
닫혀있어서 의아했던 적이 있던 집이었다.
나는 삼천만원을 도시락집 사장의 계좌로 송금해 주었다.
그리고 도시락집 사장을 그때 만나서 봉투에 백만원을 넣어서 주었다.
병원 가보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애 수술 잘 받으라고 따로 돈을 주었다.
애 수술 준비하느라고 요새 장사도 못할텐데….월세는 나중에 돈 벌면
그때 생각하자고….위로를 해 주었다.
내가 해줄수 있는건 그거밖에 없을것 같았다.
도시락 사장은 내 앞에서 눈물을 찔금 거렸다.
그래서 내가 나이 몇 살 더 먹은 인생의 선배 입장에서 이야기 해 주었다.
나도 애가 둘인데….
그렇게 마음 약해서 애들 어떻게 키우냐고 아빠가 강해져야 한다고
도시락집 사장의 어깨를 두들겨 주었던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누구한테 말할거리도 못되고 말하기도 뻘쭘해서 나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하고 있던 일이었다.
택봉이 장례전에 있던 일이라서 나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떠벌이 영식이놈이 어떻게 알았을까…..
"넌 누구한테 들었냐?"
내가 영식이를 보고 물었다.
"응 요 아래 피부과 간호사중에 우리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애들 몇 명
있거든…며칠전에 지들끼리 이야기 하길래 나도 끼어들었지….
아주 이 건물에 소문 다 났어…
건물주가 천사라고…..
간호사들이 그런 남자한테 시집가고 싶다고 아주 난리더라…
덩치도 산 만한데 마음도 산 만하다고…
아주 임대인들한테 인기 짱이래….
도시락집 사장이 주변 상인들한테 다 이야기 했나봐…"
"임대인들이 수근대더라…
차도 졸라게 비싼 장갑차 같은거 두 대 번갈아 가면서 건물 앞에
세워놓고 정작 자신은 맨날 똑같은 옷만 입고 걸어다닌다고…."
영식이가 그런 말을 하자 조금 부끄러웠다.
누구한테 알리고자 한건 아니었다.
그냥 나도 같은 아이키우는 아빠로써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에서나마
마음을 써준것 뿐이었다.
내 돈 삼천만원 준것도 아닌데…그렇게까지 소문이 나니까
솔직히 부끄러웠다.
"형 사랑해 시팔…..나도 영원히 데리고 살아죠…."
홍진이가 옆에서 내 허벅지를 껴안았다.
"징그러 이 세뤼야……저리가…."
나는 발로 홍진이를 밀쳤다.
"견아…..남들한테는 그렇게 몰래 착한일도 하는데…
나도 보증금중에 천만원만 땡겨주면 안되겠냐?
남들 다 만드는 애인이나 하나 만들게….나 천만원만 당겨주라…."
홍진이가 영식이 말을 듣더니 깔깔대면서 손가락질을 했다..
"아 배꼽이야….시팔….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보증금 빵원에….니미 월세 빵원으로 기생하는 주제에….
시팔…바람 핀다고 천만원만 땡겨달라네….
나 같으면 당장 쫒아내 버린다…"
"이런 개쉐리가…"
영식이가 온천탕 안에서 홍진이 목을 잡고 헤드락을 걸었다.
둘이 엉켜서 온천탕안에서 프로레슬링 동작을 하면서 장난을 쳤다.
니미 사십대 중반에 저런 장난을 치면서 노는 새끼들은 세상 천지에
이 새끼들 밖에 없을것 같았다.
그때 온천탕 문이 열렸다.
그러더니 웬 검정색 대가리가 쓰윽 고개를 디밀었다.
"어이쿠…."
나는 화들짝 놀라버렸다.
포개였다.
"아니 저 개새끼 어떻게 문을 혼자 열지?"
홍진이가 대답을 했다.
"영식이형이 가르쳤어….
수간이 졸라 영리해….시키는거는 몇 번만 시범 보여주면 다 따라해…"
"어이쿠 근데 저건 뭐냐?"
포개는 입에 진짜 큰 뼈다귀를 하나 물고 있었다.
"니미 저거 혹시 무슨 사람 뼈다귀 같은건 아니겠지…."
내가 섬찟한 생각이 들어서 영식이에게 물었다.
영식이가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견아, 넌 추리영화를 너무 많이 본거 아니냐….내가 정육점에 가서
돼지뼈다구 살점 붙은거 사다가 삶아서 우리 수간이 요새 먹이는거야…
수간이가 사료만 먹다가 뼈다구 먹으니까 완전 좋아해…
인터넷 보니까 개한테 소금기 있는거 먹이면 안 된다고 해서 내가
간을 안하고 그냥 물에만 푹 삶아서 요새 먹이잖아….
우리 수간이 요새 혈색 좋아진거 봐라…."
포개는 뼈다귀를 바닥에 놓고 탕 앞에서 혀를 헥헥 거리면서
활기찬 표정으로 우리를 보고 있었다.
그렇게 즐거운 오후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가니까 아내가 나에게 말을 했다.
"이번 주말 지나고 다음주 화요일에 출국할께요……"
아내가 나를 보고 말을 했다.
"그래…."
나는 가볍게 미소를 지어주면서 아내에게 말을 했다.
기왕 보내준다고 마음 먹었는데, 얼굴 찡그리면서 보내주고 싶지는 않았다.
웃으면서 보내주고 싶었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내가 만약에 정말로 중국에서 쟈니를
면회하여, 쟈니와 끝을 맺고…..
그리고 홍콩을 들러서 귀국을 한다면….
길어야, 일주일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될지, 그렇게 되지 않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내가 만약에 그래준다면….
정말로 그렇게 돌아와준다면…..
정말 너무 좋을것 같았다.
그렇게 된다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아내에 대한 막연한 걱정스러운 생각들이
어느 정도는 사라져 버릴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러면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아내와 다시 혼인신고를 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늙으면 백프로 우리 아버지처럼 될 것이다…
칠십대 노인이지만 아직도 허리가 꼿꼿하다 못해 용수철같다.
내가 늙으면 그렇게 되겠지…..
우리 연지는…..어떻게 될까?......
우리 연지라는 생각을 하니까 락교남 그 새끼의 느끼하고 재수없는
목소리가 생각이 났다.
주말이 되었다.
그동안 우리 네가족 사진들을 많이 남겼지만, 정식으로 된 사진이
없었다.
토요일은 아연이가 학교에서 일이 있어서 시간을 내지 못했기에
일요일날 넷이서 다 같이 시내에 나가서 식사를 하고,
사진관에 들어갔다.
나도 양복을 입고, 아내도 정장을 했다.
아연이도 교복을 단정하게 입었고, 강이도 예쁘게 꾸몄다.
그리고 우리 네 가족은 가족사진을 찍었다.
요새는 가족사진도 여러가지 포즈로 재미있게 찍어서 그중에
잘 나온 것을 고른다고 했다.
우리는 즉석에서 제일 밝게 웃는 표정으로 나온 사진을 골랐다.
커다란 액자로 나오려면 주말은 지나야 한다고 했다.
거실벽에 크게 하나 걸어놓고 싶었다.
일요일 저녁에 아이들을 다 재우고 아내가 나에게 서류봉투를 하나
내밀었다.
...................................................
"이거 임교수님이 나에게 물려준 제주도 별장과 토지의 등기서류에요….
나 이거 필요 없어서 오빠한테 증여하려고 하는데…
세금문제가 걸리네요…
예전에 우리가 부부일때 이미 부부간 증여한도를 다 넘어버려서….
증여로 해도 세금이 많고, 지금은 법적으로 부부가 아니라 매매로 한다고
해도….그래도 세금이 적지 않고…..
이래저래….그냥…복잡해서 내가 매매나 증여나 다 할 수 있도록 인감하고
서류들 다 준비는 해 놓았어요.
당신 아직도 쓸데없는데는 십원한장 지출 안하고 아끼는거 눈에
보이는데….괜히 명의때문에 돈 나갈 필요는 없잖아요.
이건, 당신꺼라는걸 확실히 해두고 싶었어요….어찌되었든간에요…
내가 잘 못 되면 당신한테 넘긴다는 서류도 만들어 놓았어요."
"상속세금 많이 나올줄 알았는데…교수님이 제 이메일로 세금관련해서
따로 현금을 송금하셨더라구요…..
그래서 내 돈은 거의 안 들었어요….
어제 당신 잘 안쓰는 00은행 계좌로 현금 삼억오천만원 입금시켰어요.
당신이 관리해 주세요…..
우리 강이 위해서 아낌없이 써주길 바래요…."
그 계좌는 진짜 신경도 안쓰고 있는 휴면계좌나 다름 없는데….
입출금 내역도 문자로 안오는 내가 현재 안 쓰고 있는 계좌였다.
아내도 참…..치밀했다.
아직도 그 계좌를 알고 있다니 말이다.
현재 월세 들어오고 내가 활발하게 쓰고 있는 계좌는 아니었다.
아내가 서류를 보면서 조근조근 나에게 설명하듯이 이야기 했다.
내가 웃으면서 아내에게 말을 했다.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사람처럼 말을 하냐….."
아내가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비행기라도 사라질까봐 그렇죠….
당신이 옛날에 나 해외출장 다닐때마다 버뮤다 삼각지대 이야기 하면서
걱정했었잖아요….."
나도 웃음이 나왔다.
내 30대 시절에는 진짜 그랬으니까 말이다.
"당신도 비상금 좀 가지고 있어야 되잖아….."
"나도 얼마간의 돈은 있어요….
그리고 당신이 관리하니까 마음이 더 편하고 좋아요….
당신은 당신 소유인 물건 관리하는건 정말 최고잖아요…."
참…..나도 흥신소 일을 하지만…..
이런 여자는 세상에 없다….
두가지 면에서 말이다.
이렇게 남편에게 뭐든지 다 주려는 여자도 없을 것이고….
이렇게 미친듯이 연속해서 바람을 피려는 여자도 없을 것이다….
얼굴도 두껍게 말이다.
상간남이 교도소에 있다고 면회를 간다는 년을 보내주는 놈이나….
그걸 가랜다고 가는 년이나….
누구를 탓할수도 없을 것 같았다.
아내는 작은 캐리어 가방을 하나 챙겼다.
그리고 월요일 밤에 아내는 나에게 양해를 구하고 아연이의 방에서
아연이와 같이 잤다.
아내와 아연이가 무슨 이야기를 밤새 나누었는지 나는 모른다.
화요일이 되어서 아연이를 학교에 보내고, 아내와 아침을 먹었다.
아내는 낯 비행기라서 시간이 충분히 여유가 있었다.
나는 어제 오후에 회사에서 아내와 같이 공항에 갈때 들으려고
유에스비에 옛날 가요들 몇 곡을 따로 저장을 했었다.
그중에 김승기의 햄이 있었다.
예전에 아내가 홍콩으로 떠나기전에 아내와 둘이 차를 타고 가다가
라디오에서 우연히 김승기의 햄을 들었던 적이 있었다.
아내는 그 후에 홍콩으로 날라버렸다.
그래서 나는 그 노래가 싫었다.
아내는 그 노래를 좋아했었지만…..물론 옛날에 말이다.
나는 아내가 홍콩으로 날라버린후에 그 노래를 저주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다.
이번에는 마음의 준비가 다 끝난후였다.
이제는 마음 편안히 김승기의 햄이라는 노래를 들을수가 있을 것 같았다.
이따가 아내를 공항에 데려다가 주면서 이 유에스비에 담긴 음악들을
들을 예정이었다.
"중국에 도착하면 그 연락처로 연락해….
상하이 총 영사관에 주재관으로 계신 경찰분이 당신을 교도소까지
안내할꺼야….."
내가 예전에 아내에게 설명했던 것을 다시 한 번 이야기 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면회일정만 잡아주면 나 혼자 갈 수 있어요…"
"아니…..그건 당신한테 이야기 할 것은 아니지요……내가 그 분 하고
이야기를 할께요…."
아내가 혼자 말을 했다.
내 대답도 없이 말이다.
아내의 마지막 아침은 아내가 좋아하는 샐러드와, 클램차우더
그리고 몇 가지 아내가 잘 먹던 것들을 준비했다.
"인상 좀 펴요…..내가 어디 죽으러 가요…."
아내가 나에게 말을 했다.
나는 깜짝 놀랐다.
억지로라도 웃는 모습을 연출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내 표정이 어두웠던 모양이었다.
"이런…. 억지로 계속 웃고 있었는데….아닌가보네…"
내가 가볍게 웃었다.
아내와 말 없이 그렇게 아침을 먹었다.
아내가 미니스커트를 입는걸 얼마만에 다시 보는건가….
그때 호텔식당에 아연이 선생님을 만나러 갈때도 미니보다는 훨씬
긴 치마를 입었던 아내인데…..
아주 예전의 초미니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미니스커트였다.
티팬티는 아니었지만….하늘하늘한 실크팬티에 밴드스타킹을 신은 아내….
밴드스타킹을 신은 모습도 정말로 오래간만에 보는것 같았다.
아내가 옷을 입는 모습을 정말로 오래간만에 뒤에서 보는 것 같았다.
아내는 샤워후에 화장을 하고 옷을 입었고, 나는 그걸 싱크대에서
설거지를 하면서 몰래 훔쳐보고 있었다.
진짜로 옛날 생각이 났다.
내 발 아래서는 강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아내는 짙은 화장은 아니었지만 오래간만에 세련되어 보이는 화장을
한 것 같았다.
그리고 상당히 옛날부터 유행했던 버버리 자켓을 입었다.
누가봐도 버버리 메이커임을 알법한 그런 자켓이었다.
자켓의 길이가 엉덩이를 덮고 약간 더 아래로 내려와서 아내가 입은
스커트 라인하고 비슷한것 같았다.
버버리 자켓 아래로 아내의 검정색 밴드 스타킹을 신은 맨 다리가 보였다.
스타킹이 얇아서 속살이 비추는게 무척이나 섹시해 보였다.
강이를 낳은후에 저런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예전에 회사에 다닐때의 오연지가 다시 내 앞에 나타난 것 같았다.
아내는 작은 캐리어 가방을 손에 쥐고 나와 같이 집을 나섰다.
우리 둘이서 같이 강이를 어린이집에 맡겼다.
강이는 나랑 지 엄마를 보지도 않고 바로 다른 애들이 있는곳으로
가버렸다.
인정사정 없는 놈이었다.
아내와 같이 택봉이가 준 레인지로버에 올랐다.
에스컬레이드를 놓고 일부러 레인지로버를 끌고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이유가 있었다.
레인지로버를 탄 이후에 고속도로를 뛴 적이 없었다.
과속이야 하지 않겠지만 제한속도 이내로 한 번 시원하게 밟아보고 싶었다.
시내에서는 신호에 걸려서 오래 밟아본적이 없었다.
아내를 옆에 태우고 레인지로버를 몰았다.
유에스비를 꽂고 음악을 들었다.
옛 가요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승기의 햄이 제일 먼저 나왔다.
"라디오에요?"
아내가 물었다.
"아니야…내가 일부러 선곡한 노래들이야….옛날 가요들…"
내가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눈치빠른 아내가 모를 일이 없었다.
아내가…..제발…..일주일 내로 돌아오기만 하면 좋겠다.
작년 성탄절 이브날 그런 일이 있었는데….
올해 이브날에는 정말 행복하게 사랑의 키스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은 보내주고 있지만…
마음 귀퉁이에서는 아직 아내를 보내주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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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기의 햄이 끝나고 나온 스페이스 에이의 어게인이라는 노래를
아내와 둘이 같이 흥얼거렸다.
"기도 했는데…..그대나 나의…..마지막 사랑…..이였기를…."
"돌아온다면…..혹시 그래 준다면…."
아내도 나도 동시에 같이 노래를 흥얼거렸다.
나는 가사를 흥얼거렸고, 아내는 입을 벌리지 않고 음만 흥얼거렸다.
스페이스 에이의 어게인이 끝나고 나서 클론의 돌아와란 노래가 나왔다.
잔잔한 노래인 어게인이 끝나고 바로 빠른 비트인 클론의 노래가
나오자 아내가 가벼운 웃음을 지으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운전을 하면서도 아내의 표정을 느낄수가 있었다.
"돌아와 나에게 돌아와……. 돌아와 나에게 모두 내가….."
우린 또 같이 노래를 흥얼거렸다.
아내와 나는 나이 차이가 네 살 차이지만….
좋아하는 노래 코드가 같은지…..우리는 같이 듣고 즐길 음악들이 참
많은것 같았다.
나중에 늙어서도 아내랑 나는 둘이서만 붙어 있어도 참 좋을것 같은데…
같이 영화보고, 음악듣고, 맛있는 요리 만들어서 먹고….
그냥…..참 좋을것 같은데…..둘이만 있어도 심심하지 않을것 같은데…
나만의 착각일까? 아내는 나와는 다른 생각일까?
그냥…기분이 좀 그랬다.
레인지로버에 장착된 카 오디오가 성능이 좋은건지 음이 아주 빵빵하고
좋은것 같았다.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운전을 하다 보니까….
레인지로버는 차가 참 단단한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스컬레이드는 개솔린 차량이라서 그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정숙하고
뛰어난 성능을 자랑했었다.
반면에 레인지로버는 에스컬레이드에 비교될 정도의 덩치이자
디젤엔진이면서도 그 정숙함이 뛰어났다.
원래 디젤 엔진은 시골에서 타는 트럭처럼 좀 달달거리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레인지로버는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고속에서의 안정성이 정말 훌륭한 것 같았다.
명차는 명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공항 고속도로의 제한속도를 벗어나서 한 번 밟아보고
싶었지만….
우리 강이를 위해서 만수무강해야 했기 때문에 무모한 도전은 하지
않기로 했다.
딱 제한속도까지만 밟고 아내와 음악을 들으면서 공항으로 향했다.
클론의 노래가 끝나고 휘성의 다시만난날이라는 노래가 나왔다.
내가 20대 때의 노래는 아니었지만 예전에 라디오에서 들어보니
절절한 노래 같아서 유에스비에 담아 보았다.
"꼭 돌아오라고 여기 있겠다고
가는 니 등 뒤에 말 못하고
혼자 약속했었는데…."
내가 가사를 따라 불렀다…..
아내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면서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그냥 가벼운 표정으로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운전을 했다.
어쩌다보니 노래가 전부 이런 노래만 고른것 같았다.
대낮의 공항 고속도로는 하나도 막히지 않았다.
생각보다 너무 빨리 공항주차장까지 도착한 것 같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 아내가 나에게 키스를 해 주었다.
레인지로버의 선팅이 진해서 밖에서 안이 보이지는 않을것 같았다.
아내가 곱게 칠한 립스틱이 다 번질 정도로 격렬한 키스를 했다.
아내도 나에게 미안한 마음일까?
내가 고른 노래들이 다 그런 내용들이어서……
다 그런 가사들이 있는 노래들이라서 아내도 마음이 찡한 것일까?
질척거리고 싶지 않았다.
엄밀히 말하자면 전처이다….
내 아내가 아니다.
법적으로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게 무슨 소용인가….
그런건 내 스스로에게 하는 개소리일 뿐이다.
다 쓸데없는 소리였다.
지금 나는 아내와 같이 있는데 말이다.
오연지는 누가 뭐라고 해도 영원한 나의 아내이다.
나는 그 아내 옆에 있는 편견이고 말이다.
아내와 편견은 항상 같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내가 편견의 곁을 잠시 떠나가도 말이다.
아내와 꽤 오랜시간 키스를 하면서 별의 별 생각을 다하니까
내 큰 두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키스를 하면서 내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아내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편견의 눈물을 아내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새 아내의 얇고 가느다란 손이 내 눈에 고인 눈물을 닦아주고
있었다.
아내는 내 눈에 그렁그렁하게 고인 눈물을 그 섬섬옥수처럼 곱고
부드러운 손길로 닦아내어 주고 있었다.
나는 아내를 안고 그만 엉엉 울어버렸다.
눈물이 저절로 터져버렸다.
왜 울음이 터지는지 난 몰랐다.
자신이 있는데….
이젠 아내가 없어도 자신이 있는데….
준비된 이별인데….
나도 모르게 그만, 눈물이 터져버렸다.
아내가 떠나는 것 때문에….
아내가 나에게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불안한 생각 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을 했다가….
남 몰래 눈물이 흐르는 속 마음을 감추다가….
아내가 내 눈에 고인 눈물을 그 하얗고 가느다란 손으로 닦아주는 그 순간….
아내의 품에서 그만 엉엉 울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아내가 나를 안은채 내 등을 두들겨주면서 말을 했다.
"울지 말아요….마음 아프게….
나 돌아와요….
나….꼭 돌아올께요….."
아내가 내 등을 두들겨 주었다.
아내가 백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내 눈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뚝 해요…..왜 그래요…진짜…오빠답지 않게….
나이들면 점점 여자가 된다고 하더니….
옛날에 편견 다 어디가고 이래요….
옛날에 오빠 이러지 않았잖아요…."
아내가 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으나, 한 번 터져버린
눈물은 쉽사리 멈추지 않았다.
아내가 나를 자신의 품에 안은채 가만히 등을 두들겨 주었다.
그렇게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예감이 있었다.
아내는 이미 예전에 나를 떠났던 사람이었다.
아내가 스스로 돌아온것이 아니라, 아내는 한국으로 강제로 보내진
것이었다.
아내는 아마 그 오피스텔에서 죽는 한이 있었더라도, 나를 찾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아내를 찾아가고, 내가 먼저 아내를 돌봐준 것이었다.
아내가 나에게 와 달라고 한 적은 없었다.
나는 내가 먼저 찾아가서 돌봐주고 챙겨주고, 아픈거 수술시켜주고….
그리고 아내가 예전에 너무 성급하게 떠나느라고, 나 몰래 떠나느라고
하지 못했던 이혼정리까지 다 한 것이었다.
어쩌면 내가 그동안 했던 행위들은 아내가 다시 떠날수 있는 모든
준비작업을 마무리 해 준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아내가 전혀 모르던 내 아이인 강이라는 존재까지…
강이는 내 아이니까 나에게 주고 가는것이 맞을 것이다.
아니 당연히 그래야만 하고 말이다.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아내는 이미 나를 떠난것이고, 지금은 아내와 전에 헤어질때 하지 못했던
이별의식을 거행하는 것 뿐이다.
나는 마지막 실날같은 희망을 가지고 있다.
아내가 정말 쟈니와 마무리를 하고 홍콩에 들러서 볼일을 보고
나에게 돌아온다면….
그때는…..정말로 그때는, 아내가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내는 예전에 나를 떠났던 그 여름날처럼…..
아니…그 여름날의 이별을 계속 이어가는 것 뿐이다.
나는 아직도 아내가 나에게 남겼던 편지를 잊기 못하고 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그 다짐을 말이다.
많은 생각을 하다보니까 저절로 눈물이 멈추었다.
"이젠 괜찮아요?"
"응…"
내가 멋적은 웃음을 지으면서 아내를 보고 말을 했다.
"이건 당신 모습 아니에요……
내가 아는 견이 오빠는 세상에서 제일 강한 남자에요….
그럴꺼죠? 그렇게 강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갈꺼죠?"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두번…세번….그리고 계속해서 아내를 보고 말이다.
"이제 내려요……"
"우리 노래 하나만 듣고 내리자……
아직 비행기 시간 많이 남았잖아…
생각보다 빨리 도착해서….듣지 못한 노래가 있어….."
나는 유에스비의 노래를 검색해서 뒤쪽에 있는 노래 한 곡을
재생시켰다.
아내와 같이 듣고 싶었던 노래였다.
노래가 흘렀다.
엠씨더맥스의 하루가 십년이 되던날이라는 노래였다.
아내와 나는 각자의 정면을 응시하고 시트에 몸을 기대고서 노래를
들었다.
나는 천천히 노래를 따라 불렀다…….
어쩌면….내 마음을 노래로 부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마지막 말을….노래를 빌려서 아내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너에게 날개를 줄께 멀리 날아서 가렴…….
돌아보면 널 잡을지 몰라…….
조금만 더 참아보고 그땐 널 찾을께……
어서 달아나 내 눈이 모르는곳으로…….."
...................................................
입국장에 아내와 마주 섰다.
"이제 그만 가요….."
아내가 내 손을 잡으면서 말을 했다.
차에서 내리기 전에 나와 키스를 해서 망가진 입술 화장을 깨끗하게
고치고 내려서 그런지 아내의 얼굴이 참 예뻐보였다.
누가 오연지를 마흔 두살의 애가 고등학생인 학부형으로 볼까?
버버리 자켓 아래로 아내의 늘씬한 두 다리가 보였다.
자켓 때문에 아내의 미니스커트가 보이지 않았다.
마치 스커트를 입지 않고 스타킹을 신고 그 위에 자켓만 입은것같은
착시현상을 불러 일으키는 아내의 옷차림이었다.
아내의 뺨에 가볍게 손을 가져다 대었다.
"사진이나 하나 찍자….."
나는 아내와 같이 얼굴을 맞대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우리 온 몸이 나오게 손을 위로 높이 들고 아래로 내려 찍었다.
아내도 웃고, 나도 웃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을 했다.
마지막으로 아내에게 기다릴께라는 말을 할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내가 질척거려서 아내가 돌아오는게 아니라…
아내가 내가 좋아서 돌아오는 상황을 만들고 싶었다.
자기 발로 돌아와야 다시는 나를 떠나지 않을것이다.
내가 불쌍해서 억지로 돌아온들….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긴 이미 아내 앞에서 엉엉 울면서 질척거린 주제에…..
뭔 지랄같은 생각인가 하는 부끄러움이 생겼다.
이십년을 같이 보고 지낸 여자인데….
아직도 새롭다니….
나도 참…..징하다는 생각을 했다.
"몸 건강히….차 조심해 연지야…."
아내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내가 나를 보고 손을 흔들면서….입국장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아내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때까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나는 자리를 떠날수가 없었다.
공항청사에서 아내의 비행기가 출발하는 그 시간까지 멍하니 의자에
앉아 있었다.
공항에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오가고 있었다.
나는 시계를 보았다.
아내의 비행기가 출발할 시간이 되었다.
눈을 감았다.
그렇게 멍하니 가만히 있었다.
아내의 비행기는 이륙을 했을 것이다.
아내의 비행기 출발 예정시간이 십오분이 지났다.
그리고 멍하니 더 앉아 있었다.
아내의 비행기 출발예정시간이 십오분이 지났다.
그렇게 한참을 더 망하니 앉아 있었다.
아내의 비행기 이륙시간이 삼십분이나 지났다.
공항이 조용한걸 보니 비행기가 고장났거나 이륙하다가 바퀴가 빠져서
이륙불가 상황이 되지는 않은것 같았다.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공항청사내부를 걸었다.
그때였다.
내가 앉아 있던 곳에서 멀지 않은 입국장 주변의 창문에 한 여자가
서 있었다.
버버리 자켓을 입었다.
늘씬한 몸매에 검정스타킹……..
깃을 세워서 헤어스타일이 위만 보이지만…..
연지다….
연지가 왜 저기에 서있지….
역시나….
연지는 나를 진짜로 사랑했던 것이다.
연지는 떠나려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입국장 바깥으로 나와서
창밖을 보고 멍하니 서 있던 것이었다.
비행기 시간이 삼십분이나 지나버린 이 마당에 말이다.
나는 너무 기뻐서 얼굴 한 가득 큰 미소를 지으면서 유리창 앞에
버버리 자켓을 입고 서 있는 여자에게로 뛰어갔다.
그리고 그 여자를 뒤에서 와락 끌어안았다.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말을 했다.
"가지 않았구나…….연지야…..고마워…..사랑해….."
나는 눈을 감고 속삭였다.
그때였다.
내가 뒤에서 끌어안고 있던 여자가 팔을 확 제끼면서
날 보고 돌아섰다.
"뭐야…이 개새끼야…."
여자가 갑자기 내 얼굴을 향해서 뺨을 날리는 것이 내 눈에 들어왔다.
주먹 피하는 건 내 특기였다.
그짓만 삽십년 넘게 갈고 닦았는데….내가 여자가 휘두르는 따귀를
맞을 사람은 아니었다.
나는 살짝 몸을 피해서 여자의 싸다구를 피했다.
그러자 중심을 잃은 여자가 기우뚱 하면서 넘어지려고 해서 내가 손을
잡아 주었다.
아내가 아니었다.
뒷모습이나 몸매나 키나 특히 버버리 자켓이 아내와 똑같은 색이었는데…
얼굴은 졸라게 못 생긴 여자였다.
앞판 뒤판이 이렇게 다른 여자도 흔치 않은데….
자세히 보니까 스타킹도 아내의 고급지면서도 살이 섹시하게 보이는 검정 스타킹과는
재질이 많이 다른 평범한 검정 스타킹 같았다.
나는 여자의 앞 모습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당신 뭐야? 치한이야?"
여자가 화가나서 나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나는 허리를 구십도로 숙여서 사과를 하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여자가 내 말을 못 믿는 눈치여서 아내가 입국장에 들어가기 전에
아내와 같이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여자가 그제서야 화가 좀 풀렸는지, 사진을 보면서 나에게
말을 했다.
"오해할만 하네요…..세상에 나랑 닮아도 너무 닮은것 같네…
호호호호….."
여자는 아내의 사진을 보더니,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해대고 있었다.
비교체험 극과극에 내보내도 시원찮을 판국에 말이다.
하지만 내가 잘못을 했으니 나는 고개를 다시 한 번 숙여서 사과를 했다
까딱 잘못하면 성추행범이 될 판국이었다.
여자에게 용서를 받은후에 공항 청사에서 나왔다.
잘못했으면 싸다구 한 번 제대로 쳐 맞을뻔 했다.
그러면 그렇지….
아내가 안 갈리가 없지…
안갈것 같으면 공항까지 왔을리가 없지….
내 헛된 기대가….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준비된 이별이다.
많이 아프지 않았다.
매도 준비하고 맞으면 덜 아픈법이다.
웃었다.
활짝 웃었다.
주차장으로 갔다.
택봉이가 남겨준 레인지로버가 위풍도 당당하게 주차장 한 구석에
서있었다.
일부러 차들이 세워져 있지 않은 한산한 곳에 세웠다
덩치가 너무 커서 말이다.
차에 먼지나 털까 해서 트렁크를 열었다.
아….그러고 보니 잊고 있던게 생각이 났다.
택봉이가 차에 렌즈와 카메라들을 쳐박아 두었다고 했던게 생각이 났다.
그동안 그건 전혀 신경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가 워낙에 성능이 좋아서 굳이 마대정보진흥에서
초고화질로 불륜장면을 찍을때 말고는 고성능 렌즈나 카메라를
사용할 일이 없었다.
집에 있는 쟈니가 준 카메라와 렌즈도 요새는 거의 안 쓰고 있었다.
그러다보니까 택봉이가 차에 남겼다고 한 렌즈와 카메라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차의 뒷좌석 안쪽에 커다란 검정 가방이 세개나 있었다.
그걸 다 열어보았다.
두 개는 렌즈 가방이었다.
초고가의 렌즈가 가방 두개에 나누어져서 열 개 정도나 들어 있었다.
한 눈에 봐도 싸구려 렌즈는 없었다.
우리 사무실에 있는 렌즈보다 더 비싼 렌즈들이 절반이 넘는것 같았다.
택봉이가 돈이 많기는 많은 모양이었다.
이게 돈으로 다 얼마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다 날 주다니……
다른 가방을 열어보았다.
카메라도 세개나 들어 있었다.
모두 고가의 플래그쉽 모델들이었다.
그리고 카메라 옆에 A4용지를 접은 쪽지같은게 있었다.
이게 뭔가 하면서 쪽지를 펴 보았다.
손으로 휘갈겨서 적은 글씨가 보였다.
택봉이가 남긴 것인가?
[야, 이 멍청아, 너 내 유언동영상 연지양하고 같이 봤지?
분명히 그럴줄 알았다. 아니면 말고…..
니가 나중에 여기는 혼자 볼 것 같아서 내가 노파심에 한 가지만
더 알려준다.
평생 봉옥봉을 경계하고 살아라. 나 진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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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개소리인가?
도독놈을 경계해라, 도사견을 경계해라, 아니면 간첩을 경계하고 살아라
이런건 이해가 되었지만 봉옥봉을 경계하라니….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소리인가?
니미 마지막 쪽지를 남겨줄꺼면 뜻풀이를 해주어야지…
사람 궁금하게 만들어 놓고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을 했다.
쪽지는 일단 주머니에 넣었다.
스마트폰으로 렌즈의 모델별 가격을 조회해 보았다.
이런…..
하나에 천만원이 훨씬 넘는 초고가의 렌즈도 있었다.
내다가 팔것은 포개가 아니라 렌즈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렌즈를 조심조심해서 가방에 다시 넣었다.
아주 렌즈용으로 맞춤 제작한 가방인것 같았다.
방습제도 들어있고 렌즈 크기별로 쏙 들어가게 제작이 된 큰 보관용
가방인 것 같았다.
이 가방 하나에 들은것만해도 얼마인가….
렌즈가방 두 개에 카메라 가방 하나 인데…이 가방 세개만 내다 팔아도
엄청난 가격일 것 같았다.
아내가 떠났는데…렌즈값 생각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까….
역시나…..마음의 준비를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도 안 아팠다.
이런 상황이 얼마나 갈런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사무실로 와서 마회장에게 아내가 잘 출발을 했다고 말을 했다.
"니가 마음 고생이 심하겠다.
내가, 중국에 후배한테 유심히 티 안나게 뒤에서 감시 잘 하라고 했거든….."
"감시하면 뭐해요….어차피 중국에서 볼 일 다보고 홍콩으로 갈텐데
말이에요…."
내가 한숨을 쉬면서 말을 했다.
"하긴 그건 그렇다….중국에서 감시 잘 하면 뭐하냐…
홍콩에서 사라지면 땡이지…."
마회장도 한숨을 쉬면서 말을 했다.
"회장님….솔직히 저 마음의 준비 다 했어요.
아내, 이젠 보내주고 싶어요.
자유롭게 살라고…..
그게 제 진심이에요……"
마회장이 나를 보고 말을 했다.
"진짜루?"
나는 살짝 웃으면서 대답했다.
"50프로만 진짜요….."
"아차 회장님 그나저나 봉옥봉이 뭐에요?
무슨 고사성어나 그런건가요?"
"봉옥봉? 몰라….그게 뭐지?
사람 이름 인가?
에이….설마…….사람 이름은 아닌것 같은데…."
"제가 생각해도 사람 이름 같지는 않은데….
헷갈리네요…."
"그런데 그걸 어디서 들었는데?"
"아니요….그 얼마전에 죽은 임택봉 교수가 저한테 쪽지를 남겼는데요
봉옥봉을 경계하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봉옥봉이 뭔가 도저히 짐작가는게 없어서요….."
마회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옥봉이라는 이름은 나쁜 이름은 아닌데 부모가 굳이 성이 봉씨인데
이름을 옥봉이라고 지을까?
이름은 아닌것 같은데….
편이사 너같으면 니가 봉씨인데 자식 이름을 옥봉이라고 짓겠냐?"
"저도 그렇게는 안 지을것 같은데요…
김옥봉 이옥봉은 뭐 이상하지는 않은데…봉옥봉은 봉자가 두개가
있어서 그렇게는 안 지을것 같은데요….
이름이 아니라면 도대체 봉옥봉이 뭐죠?
인터넷 검색해도 안 나와요….
한문사전 검색해도 안 나오던데…."
마회장이 웃으면서 말을 했다.
"혹시 장난친거 아닐까? 그 교수가?"
나도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리면서 말을 했다.
"그러게 말이에요…..그럴 가능성이 있을수도 있는 사람이라서…
저도…잘 모르겠네요….정말 저 엿먹으라고 그런걸까요….."
마회장과 그렇게 말을 하고서 봉옥봉에 대한 생각은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택봉이가 마지막으로 나에게 엿을 먹인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 이름도 아닌것 같았고, 다른 뜻이 있는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렌즈와 카메라를 잘 가져다 올려놓았다.
그렇게 아내가 떠나고 5일이나 지났다.
집 거실에 아내가 떠나기 전에 찍은 가족사진이 크게 걸렸다.
한쪽면에 걸어놓으니까 아주 근사했다.
우리 가족 네명이 모두 환하게 웃는…..참 행복해 보이는 사진이었다.
저 사진처럼 평생 행복할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강이는 아침에 출근을 하면서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을 했다가
오후에 퇴근을 하면서 데리고 집으로 갔다.
강이가 너무 일찍 찾으러 가면 날 보고 어린이집 안으로 도망을 치길래…
뭐 저런놈이 다 있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오후에 너무 일찍 어린이집으로
강이를 찾으러 가지는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말이 되어서 아연이는 친구들과 영화를 본다고 나가고 나는 강이를
데리고 공원에 갔다.
택봉이가 남겨준 카메라중에 좋은 렌즈와 바디를 조합을 해서 가지고 갔다.
그리고 잔디밭위에서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강이를 모델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햇살이 따사롭게 내려쬐는 주말 오후에 나는 강이를 모델로
상당히 많은 사진을 찍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강이가 10월의 푸르른 잔디밭위에서 활짝 웃으면서 뛰노는 모습이
너무도 행복하게 보였다.
작년 이맘때 강이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강이가 참 많이 변한 것 같았다.
강이와 돗자리 위에 앉아서 간식을 먹었다.
강이는 먹을때는 먹을것에만 집중을 하는 것 같았다.
공원에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참 많았다.
강이는 강아지를 볼때마다 신기한듯 멍하게 쳐다보는 것 같았다.
강이에게 포개를 보여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나중에 더 크면
보여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물은 어디까지나 동물이었다.
갑작스러운 돌발사태가 벌어질수가 있는 일이다.
시골에서 도사견때문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다치는가….
사람을 무는 개는 용서할수가 없는 것이다.
강이가 조금이라도 위험한 환경에 노출이 되는건 강이의 아빠로써
용납할수가 없었다.
아예 위험한 장소는 강이를 데리고 가지 않는것이 상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연이는 예전과 별 다름 없이 태연하게 잘 지내고 있었다.
괜히 아연이에게 엄마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았다.
잘 지내고 있는 아연이를 흔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엄마와 무슨 이야기를 따로 나누었는지도 묻고 싶지 않았다.
그냥….지켜줄것은 지켜주고 싶었다.
주말이 지나고 다시 출근을 하자 마회장이 나를 보고 말을 했다.
"주말에 후배랑 통화를 했는데….
후배가 참 많은 이야기를 하더라…"
나는 마회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후배가 니 와이프 보고 진짜 많이 놀랐데….
니 와이프의 외모에 한 번 놀라고….
니 와이프가 중국에 대해서 너무 많이 알고 있어서 또 한 번 놀라고…
중국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가 있어서 또 놀라고…."
내가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원래 남을 잘 놀래키는 여자에요…"
"근데 문제가 있었다."
마회장이 나를 보고 말을 이었다.
나는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하면서 마회장의 말을 들었다.
"내 후배가 니 와이프 교도소 까지 안내해주고 쟈니와의
첫번째 면회까지 주선해 주고 교도소 주차장에서 기다렸나봐….
그러니까 니 와이프가 면회를 마치고 나와서 이젠 가셔도 괜찮다고
말을 했데….
그래서 후배가 중국에 계실동안은 에스코트 해드리겠다고
그러니까 니 와이프가 아무말 안해서 니 와이프가 묵은 호텔까지
다 확인을 하고 했나보더라구….
그런데….그날 저녁에….영사관에서 후배한테 급하게 전화가 왔데…..
얼른 영사관으로 복귀하라고….
누가 영사관으로 전화해서 주재관이 주재관 업무를 안보고 개인업무를
보고 다닌다고 항의전화를 했데…
중국말로….."
나는 마회장의 이야기를 듣고 기가 막히다는 생각을 했다.
"아내인가 보죠?"
"설마 직접 했겠냐…누굴 시켰겠지….웬 남자가 전화를 해서 거칠게
따졌다고 하더라구….."
"그래서 후배는 니 와이프를 끝까지 감시 못하고 영사관으로 복귀를 했다고
하더라구….
그래서 나중에 확인을 해 보니까 니 와이프가 쟈니 버나드 리를 4일 연속
면회를 했다고 하더라구….
그리고 네번째 면회가 끝나던날 사라져 버렸어.
호텔에서도 체크아웃 했다고 한다.
아직 출입국 기록은 확인이 안 되었어.
그때 편이사 너도 겪어봐서 알겠지만 출입국 기록을 확인해주는건
시간이 좀 필요하다……
니 와이프가 지금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모른다.
정말 홍콩으로 간건지 어쩐건지는 말이다.
니 와이프도 참 대단하다.
한 번 면회를 한게 아니라 4일 연속으로 면회를 하다니 말이다.
그리고 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렸어……"
마회장이 혀를 끌끌 차면서 말을 했다.
마회장이 덧붙였다.
"그리고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고 하더라구….
쟈니의 비서라고 하면서 약속한 돈을 송금해 주겠다고 했대.
후배가 그냥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었는데, 돈을 갑자기 주겠다고 해서
일단은 내 연락처를 알려주었데.
어찌되었든간에 그 후배는 아직은 공무원 신분이잖아.
그것도 국외파견 공무원……
그래서 쟈니의 비서라는 놈이 나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아직 답장을 안 했는데 어떻게 하냐….
나도 돈 받기가 좀 그렇다.
니 와이프가 자기 발로 간건데 우리가 돈을 받는게 좀 그렇잖아….."
마회장이 난감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했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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