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펀2] 눈꽃의 후회 019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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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전
눈꽃의 후회 019 ----------------------------------------------
다시 한국에서의 일상이 시작되었다.
거짓말처럼 아무일도 없었던것처럼 말이다.
아연이와 강이는 일월말에 데리러 갈 것이니까, 아직도 시간이 많이 있었다.
나는 마회장과 업그레이드 드론을 가지고 더욱 열심히 일을 했다.
날라다니면서도 오토포커스를 이용해서 고화질의 영상을 촬영하고
고객들에게 상간남, 상간녀의 정보를 확실하게 제공을 해서
이혼소송에서 우위에 선점하게 해주는 것이 우리의 중차대한 임무였다.
이혼전문 변호사님과 친자확인 업체와의 네트워크는 더욱 단단해지고
있었다.
이러다가는 진짜 바람만 피웠다 하면 세상 모든 가정을 작살낼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가끔은 용서하고 사는 집도 있어야 이 세상이 유연하게 돌아갈텐데
말이다.
차 두대의 보험과, 영식이의 체육관 승합차량, 홍진이의 트럭까지
주변의 모든 자동차 보험을 오혜지씨가 담당하는 것으로 갈아탔다.
만기가 많이 남은 것도 있으나 실적을 몰아주고 싶어서 그렇게 했다.
그리고 내 아파트와 임대주는 아파트까지 주택화재보험을 다 들었다.
솔직히 나쁜 의도가 있었다.
친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아내한테 구라를 쳤듯이 가을에 결혼 이런건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이제는 인위적인것은 싫었다.
나중에 정말 결혼하고 싶어 미치겠을 여자가 있으면 그때 결혼을
생각하겠지만…..
아직은 그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강이에게는 아빠이자 엄마 역할까지 다 해 줄 자신이 있었다.
게다가 남자아이이다….
아연이 생리까지 챙기면서 돌봤다.
남자아이 키우는 것은 아연이보다 몇 배는 쉬울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자라온 세월이 곧 육아교과서였다.
오혜지 대리와는 가볍게 점심을 먹을 정도로 친해졌다.
내가 워낙에 실적을 많이 올려주니까 어렵지 않게 서로 대화를
할 수 있는 그런 사이가 되었다.
돈까스도 한 번 얻어먹고, 내가 짜장면을 한 번 사주었다.
하지만…..칼이었다.
어떤 선에서는 오혜지 대리 스스로가 정확하게 선을 그었다.
그리고 오히려 내가 그게 더 편했다.
고객과 보험회사직원으로서의 정확한 선이 있으니까 나도 그게 좋았다.
내가 필요한건 섹스 상대가 아니었다.
같이 대화를 나눌수 있는 여자사람 친구였다.
서로 가볍게 문자를 나누어도 어색하지 않은 사이가 된 것만 해도
장족의 발전이었다.
일본에 다녀오고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아서 말이다.
아연이와 강이를 집으로 데려오는 날, 포개를 차에 실으려고 하자
포개가 격렬하게 저항을 했다.
포개는 몸에 힘을 주면서 차에 타지 않으려고 했다.
영리한 놈이다.
애들까지 차에 다 타니까 자신이 원래 살던 편셔리로 가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빨리 안타 이 똥강아지 새끼….쳐 맞으려고…."
내가 손을 드니까 포개가 깽깽깽 울부짖기 시작했다.
내가 목끈을 잡고 질질 끌었다.
워낙에 덩치가 커서 잘 안 끌렸지만…..난 가진게 힘밖에 없었다.
포개가 짐짝처럼 끌려오고 있었다.
질질 끌려오는 포개를 보더니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아연애비야…..그냥 검둥이 여기서 키우면 안되냐?
검둥이 운다….."
아버지의 말에 내가 포개를 보았다.
정말 포개의 눈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개가 운다….
개가 우는걸 처음 보는건 아니었지만….
진짜 포개가 울고 있었다.
"검둥이가 여기 친구들과 친해진 모양이야….
여기 발정기 암놈들은 검둥이가 한 번씩 다 교접을 했어…..
진짜 남자로 따지면 변강쇠 저리가라인 놈이더라….
내 평생 살면서 이렇게 그게 큰 놈은 처음 보았다…..
암놈들한테만 잘하는게 아니라 여기 숫놈 도사견들하고도 안 싸우고
사이좋게 잘 지내더라….
아주 영리한 놈이야….
여기 암놈들 모두의 수컷이야….."
나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흠칫했다.
봉옥봉이가 씨부렸던 모두의 아내라는 말도 안되는 단어가 생각나서 그랬다.
나는 울고 있는 포개를 보았다.
"포개야….너 여기서 살고싶어?"
난 아버지를 보았다.
"아버지….포개는 여기 개들 먹듯이 아무거나 막 먹이면 안돼요….
사료 좋은것만 먹인단 말이에요…..사료값 엄청 들텐데…."
아버지가 웃으면서 대답하셨다.
"니가 돈 잘 버는데 뭔 걱정이냐….그리고 우리 검둥이 사료도 잘 먹지만
여기 도사견들 밥도 다 빼앗어 먹는데……검둥이는 모든지 다 잘먹어…..
그리고 우리 검둥이 참 착하다….
암컷들도 가리지 않고 순서대로 다 교접해주더라….진짜 착한 놈이야...….."
아버지가 포개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씀하셨다….
"우리 검둥이 여기서 할애비랑 살테냐?"
포개는 혀를 내밀고 아버지의 손을 핥았다.
포개는 이미 아버지를 새 주인으로 여기는것 같았다.
아버지가 포개의 목줄을 풀어주었다.
포개가 쏜살같이 도사견들의 견사로 달려갔다.
도사견들이 포개와 다 같이 뛰고 난리가 났다.
"그냥 두고 가라……이산가족 만들어서 뭐하냐…
개는 웬만해서는 안 울어….
너 소 도살장 끌려갈때 우는거 못봤냐?
검둥이도 그정도로 여기서 떠나기 싫은거야….
친구들하고 여기서 개처럼 살게 내버려 둬라……"
나는 결국 포개를 시골집에 놓아두고 아이들만 데리고 집으로 왔다.
마누라고, 개새끼고…..다들 나를 떠난다….
시팔…..내가 왜 이렇게 인기가 없을까….
다 나를 떠나려고 한다…..
아…..다는 아니었다.
떠나가도 괜찮은데 죽어도 안 떠나는 놈들도 있었다.
영식이와 홍진이는 항상 내 옆에 찰싹 붙어 있었다.
셋이서 같이 복싱 연습을 하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셋이 같이 수왕보에서
온천을 하고, 셋이 같이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그리고 노래방에가서 아가씨를 불러서 노래를 불렀다.
이 놈들은 절대로 내 곁을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게 일월이 지나고……해골 복잡했던 일월과는 다르게
평온한 이월이 지나갔다.
오혜지 대리는 편셔리 주변에 오후에 올때마다, 나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다주었다.
오대리는 이상하게 자기 자신의 개인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내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회사 이야기, 보험 이야기만을 했다.
기혼인지, 미혼인지….아기가 있는지 없는지….그런 이야기는
일체 하지 않았다.
미혼일 것이다.
손에 반지자국 조차도 없으니까 말이다.
과거가 있는걸까?
에이…그런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은밀한 과거나 현재가 있다고 해서…..나하고 상관있는것은
아니었다.
나 혼자 썸을 타는 사이니까 말이다.
진짜 아는 여자도 되게 없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알던 여자들은 전부 아기 엄마이니까 말이다.
윤진경이나 임연수나 이제는 전부 친구처럼 지낼수 없는 아기엄마들이다.
그렇게 오혜지 대리가 사다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으면서
겨울은 내 곁에서 소리소문도 없이 천천히 사라져 버렸다.
3월이 되었다.
아연이가 드디어 고3이 되었다.
강이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쟈니를 닮았던 소두가….엄마 아버지의 예상처럼 점점 더 내 모습을
닮은 형태로 변하고 있었다.
변신로봇도 아닌데 말이다.
정말 하루 종일 먹었다.
겨울을 지내면서 감기도 거의 안 걸린 징한놈이었다.
강이와 아연이와 함께 지내다 보니까 일본에서의 일들과 아내의 일들이
이젠 더 이상 기억도 나지 않고 있었다.
옥봉이는 약속대로 더 이상 이메일을 보내지 않고 있었고 말이다.
아직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 했지만…..새학기가 시작된 기분은
체육관에서부터 느끼고 있었다.
다들 한 학년이 올라간 복싱체육관 학생들을 보면서 봄을 느끼고 있었다.
영식이의 지도로, 방지대 사회체육학과에 입학한 몇몇 대학생들은
평생 회비 면제로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었다.
영식이는 지난 일월에 체육관원 두 명을 방지대 사회체육학과에
합격을 시켰다.
복싱체육관이 생겼을때부터 운동을 했던 고등학생 들이었다.
이상하게 사체과는 항상 경쟁률이 치열했다.
유난히 인기학과였다.
두 명의 관원이 방지대 사체과에 합격을 하자 영식이가 엄청나게 큰
플래카드를 빌딩에 걸었다.
나와 홍진이 그리고 야쿠후배까지 나서서 너무 크다고 사이즈를 줄이라고
협박을 했지만….영식이는 기어코 그 큰 대형 플래카드를 2월말이 될때까지
빌딩에 아주 크게 붙여놓았다.
결국 삼일절날 밤에 홍진이와 둘이서 영식이 없을때 그걸 몰래 떼어내었다.
가만히 놔두면 일년 내내 걸어놓을 영식이였다.
아연이가 좋아하던 전교회장 오빠는 일유대 음대에 낙방을 했다.
아연이가 그것 때문에 며칠 풀이 죽어지내는 것 같아서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전교회장 오빠가 일유대에 떨어진것도 주말에 춤을 추러간 애들을
데려다 주러 갔다가 지연이한테 몰래 들은 것이었다.
아연이는 2월의 어느날 아침을 먹으면서 나에게 먼저 말을 했다.
전교회장 오빠랑 이제 더 이상 카톡이나 문자를 하지 않는다고….
나는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어찌되었든간에 고3이 되는 아연이가 남자랑 문자질을 하지 않게된 것은
좋은 일이었으나….기분이 조금 이상하기는 했다.
아연이의 첫사랑은 그렇게 한낱 헤프닝으로 끝나는 것인가 하는
생각만 했다.
더 이상 깊이 개입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연이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고 싶었다.
그렇게 3월 중순이 지나가고 있었다.
옥상에서 불이 난 건물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건물은 임차인들이 건물주에게 보증금을 돌려받고 다 나갔다고 했다.
복구가 길어질 것 같으니까 권리금도 포기하고 나간 사람도 있다고 했다.
건물주는 건물을 복구할 생각은 안하고 흉물스럽게 내버려 두고 있었다.
보험보상을 다 못 받는다고 했다.
건물주의 책임이 있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 건물 말고 다른 재산이 많은 알부자인 건물주 할아버지는 야마 돌아서
건물을 헐값에 매물로 내놓았다고 했다.
부동산 사장님이 거의 땅값정도로 나왔다고 나에게 주우라고 했다.
이 동네에 저 건물을 한 방에 사서 다시 살아있는 건물로 만들
재주는 나밖에 없을것 같다고 부동산 사장님이 말을 하셨다.
마회장에게 상의를 하니까 모험이 되기는 하지만, 가격은 진짜
땅값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건축비를 생각하면, 모험이기도 하다는 말을 했다.
나는 오후에 편셔리 옥상에서 그 불이난 건물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솔직히 고민중이었다.
나쁠껀 없었다.
이자율이 워낙에 바닥이라서 돈보다는 부동산이 나을것 같기도 하지만….
조금 두렵기도 했다.
그래서 유심히 불이나서 작살이 난 빌딩을 보면서 며칠째
고민중인 상황이었다.
그때였다.
희한하게 생긴 빨간 스포츠카 한 대가 불이 난 건물 옆의 이면도로에
섰다.
그 옆의 팔층짜리 대형 상가빌딩 앞이었다.
이 동네 학원들이 다닥다닥 밀집한 학원 전문 빌딩이었다.
저녁이면 동네 아이들이 개떼같이 모이는 그런 상가건물이었다.
그리고 빨간 스포츠카에서 검정색 긴 생머리에 검정 선글라스를 낀
한 여자가 내렸다.
멀어서 얼굴은 자세히 보이지 않았으나 옷입은 스타일이 죽였다.
청바지를 입고 있는 뒷 모습이 보였다.
멀리서 보기에도 몸매가 진짜 끝내주는것 같았다.
"하아….시팔….졸라 쌔끈하네…..궁뎅이 한 번 만져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내 옆에는 홍진이가 어디서 나타났는지 갑자기 등장해서 내가
보고 있던 스포츠카에서 내린 여자를 보면서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형…..저 여자 졸라 쌔끈하지…..
연예인인가 보다….니미 몸매 죽인다."
정말 그랬다….
오연지 20대 대학생….아니…아니다…오연지 20대 후반에 대기업 다닐때의
성숙한 몸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연지는 아연이를 낳고 이십대 후반에 골반이나 몸매가 더욱 성숙해지고
끝내주었으니까 말이다.
젠장….언제쯤….이 지긋지긋한, 오연지를 빗대어 생각하는 버릇이 사라질까…
홍진이와 둘이서 그렇게 스포츠카에서 내려서 상가건물로 들어간
연예인 같이 잘 빠진 여자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니미 편셔리 주변에는 왜 저런 삼삼이들이 안오는거야….
내가 주차할 공간 졸라게 많이 뽑아 놓았는데…."
어느새 영식이까지 와서 한마디 거들고 있었다.
"어…근데 이상하다….."
홍진이가 늘씬한 미녀가 세워놓은 빨간색 스포츠카를 한참을
내려다보더니 계속 고개를 갸우뚱 거리다가 아래로 뛰어내려갔다.
체육관 사무실 사물함에 있던 쌍안경을 가지고 옥상으로 다시 올라온
홍진이가 쌍안경으로 차를 살펴보는 것 같았다.
"이런….씨발….."
홍진이가 쌍안경으로 차를 보더니, 욕을 하면서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이…..이런…..젖같은……"
홍진이는 쌍안경을 들고 있는 손을 부르르 떨면서 욕을 하고 있었다.
쌍안경을 놓은 홍진이가 나와 영식이를 보면서 말을 했다.
"저….저 차 말이야…….혼다가 만든 NSX 최신형이야……
그냥 스포츠카가 아니라고…..
저….저건 슈퍼카야…….
아니 우리나라에 저걸 공식 판매 시작을 했나? 안 한걸로 알고 있는데…
저건….미국공장에서 양산 들어간지 얼마 안 된걸로 알고 있는데….."
나와 영식이는 뭔 소리인지 몰라서 부들부들 떠는 홍진이의 설명에
눈만 껌뻑대고 있었다.
내가 홍진이에게 물었다.
"비싼거냐?"
"시팔…..지금 가격이 문제야….가격도 이억이 넘지만…..저건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고…..저런 이면도로에 삐딱하게 주차되어 있기에는
차한테 너무 미안한….그런 슈퍼카라고…..
오백마력이 넘고 제로백도 삼초수준인 졸라 슈퍼카야…..길거리에서
흔하게 보는 그냥 외제스포츠카가 아니라고…."
나랑 영식이는 눈만 껌벅이면서 열을 내는 홍진이를 보았다.
"뭔 개소리냐….
그냥 빨간 스포츠카지….
차는 그저 견이 차처럼 졸라게 크고 번쩍번쩍한게 최고지….
있어 보이잖아…."
영식이가 홍진이에게 말을 했다.
"하아…..나 기계공학도야….
자동차 엔진룸안의 모든 메커니즘이 내 머리속에 살아있다고….."
홍진이가 한숨을 쉬면서 말을 했다.
영식이가 깔깔대면서 말을 했다.
"좆깐다….깨진 변기나 갈아주던 새끼가 견이 때문에 먹고 살만하니까
니미 카레이서 흉내를 내네…."
"하아….제발…..제발….나의 로망을 짚밟지 말아죠…..
혼다는 말이야….
그렇게 간단한게 아니야…
흔히들 말하지, 토요타가 일본 기술의 현재라면, 혼다는 일본 기술의
미래라고….
혼다 이새끼들은 당장 돈이 안되더라도, 미래 기술에 졸라게 연구개발을
아끼지 않는 무서운 새끼들이야….
형들처럼 니미 좆도 일본을 공부 안하면….언젠가 또 밟힌다. 저놈들한테…
이젠 십만양병설을 주장할때가 아니라 혼다애들이 차를 어떻게
만드는지 공부할때라고….
일본을 알아야 일본을 넘어서지….."
내가 홍진이에게 말을 했다.
"글쎄다….트럭이나 승합차 경정비는 니가 직접 하는건 인정하지만….
니가 차를 만들꺼는 아니잖아….
니미 혼다는 로보트 만드는 회사 아니었냐?
거 졸라게 실감나게 걸어다니는 새끼 있잖아.
그 로보트 새끼가 혼다에서 만든거 같던데…"
내가 홍진이에게 말을 했다.
"그래….아시모….그거 혼다가 돈이 되서 만드는것 같아?
혼다는 일본 기술의 미래를 말하는 기업이라고…"
홍진이는 얼굴이 상기되어서 개거품을 물었다.
영식이가 말을 했다.
"아닌데…시팔…혼다는 스트리트 파이터에 스모하는 새끼인데….
아뵤…아뵤…."
우리는 옥상에서 빨간 스포츠카를 보면서 그렇게 개구라를 풀어대고
있었다.
그러던 며칠 뒤였다.
회사에서 퇴근을 해서 여느날처럼 오후에 편셔리 앞의 벤치에
앉아서 불이난 건물의 흉물스러운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살까…말까….시팔…살까…말까….
샀다가 좆되는거 아닌가….
쟈니새끼가 준 위자료 잔액을 이번 기회에 다 써버리고 싶었다.
대출을 끼고서 살까?
대출이자가 거의 바닥인데….시팔……대출을 끼고 있는 돈 좀 긁어서
저 건물을 사도 아직 현금은 많다.
이젠 아연이 유학비용같은건 전혀 걱정하지 않을 정도였다.
고정소득이 워낙에 많이 들어오니까 말이다.
건물을 보면서 고민을 하는데 야쿠후배가 지나갔다.
"컴온 후배님...….내 사랑 쿠퍼스 좀 꺼내봐….."
나는 쿠퍼스 네개에 빨대를 꽂아서 연속으로 마시고 있었다.
쿠퍼스는 나에게 효자같은 요구르트였다.
이놈이 아니었으면 강이를 더 빨리 알아보지 못했을테니까 말이다.
그때였다.
홍진이가 우리 건물 뒤 이면도로쪽의 상가건물 앞으로 뛰어갔다.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있었다.
영식이도 가고, 나도 야쿠후배와 같이 슬슬 걸어서 가보았다.
싸움이 난건가
불구경이나 싸움구경 말고는 사람들이 모일리가 없었다.
연기가 없으니 백이면 백 싸움일 것이었다.
영식이나 홍진이나 싸움구경을 하면 말리기는 커녕 휘발유를 붓는
새끼들인데….에휴 진상새끼들…..
나는 쿠퍼스를 빨면서 홍진이, 영식이 옆에 섰다.
학원이 많은 대형상가건물 경비아저씨가 있었다.
경비아저씨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웬 나이가 많이 먹은 허리가 굽은
할머니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어휴…할머니 조심 좀 하시지…어쩌시다가….."
나는 깜짝 놀랐다.
며칠전에 홍진이가 개거품을 물던 혼다인지 자발인지 그 스포츠카였다.
가까이서 보니까 엄청나게 번쩍거렸다.
진짜 새차인것 같았다.
홍진이 말마따나 일반 스포츠카가 아닌것 같았다.
생김새가 진짜 무슨 자동차 시합하는 차같이 근사했다.
홍진이가 설명을 해 주었다.
폐지를 줍는 할머니가 수레를 끌고 가다가 그만 이면도로옆 주차라인에
주차된 저 빨간 슈퍼카의 옆을 수레로 긁은 모양이었다.
슈퍼카의 뒷바퀴 윗쪽이 한뼘정도 길게 긁혀 있었다.
"니미 좆되었다.
저런 도장은 아무데서나 하는게 아닌데…."
내가 홍진이에게 말을 했다.
"도장? 무슨 도장? 누가 도장찍냐…."
"에이 참….형도….페인트 작업을 자동차 도장한다고 하잖아…."
"아…시팔…그거…."
내가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할머니는 울상이 되셔서 계속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고 계셨다.
"할머니….제가 차주가 아니구요…여기 영어학원 선생님 차니까
잠깐만 기다리세요…제가 연락드렸으니까 지금 내려오실꺼에요…."
경비아저씨도 할머니가 애처로운듯 난처해 하고 있었다.
"견아 저 할머니 불쌍해서 어쩌냐…..
수레가 제대로 긁었네…..아주 뺑끼칠한게 다 까져 버렸네…
누가 칼로 긁은것 같은 모양이 되어버렸네….
수리비 장난 아닐텐데….완전 새차인데…."
영식이가 차를 보면서 나에게 말을 했다.
그때였다.
상가쪽에서 한 여자가 걸어왔다.
사람들이 슈퍼카 주변에 잔뜩 모여있었다.
사람들이 시선이 그 여자에게 집중되었다.
화이트 진을 입고 청남방을 입고 있었다.
검정색 긴 생머리였다.
스트레이트 파마를 제대로 한 모양이었다. 완전 새까만 흑발이었다.
그리고 검정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얼굴의 절반을 가릴만큼 큰 선글라스였다.
선글라스가 큰 건지 얼굴이 작은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혀..형….그때 그 연예인이다…"
홍진이가 호들갑을 떨었다.
우리는 뒤쪽에서 상황을 지켜보았다.
가까이서 보니 더 미인이었다.
묘하게 오연지가 생각나는 여자였다.
오연지만한 키에 오연지 같은 몸매….아니 몸매는 오연지 10년전 몸매였다.
하지만 오연지는 저런 완전 새까만 생머리를 스타일을 한 적이 별로 없다.
마치 여대생 같은 생머리였다.
오연지가 십오년전에는 저랬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죽인다…..형수 옛날 모습같다…."
홍진이가 말을 했다.
"너도 그 생각했냐…..나도 제수씨 생각했는데…."
영식이도 거들었다.
경비아저씨가 미모의 차주인에게 할머니의 폐지수거 수레가 차를 긁은것을
설명을 했다.
경비아저씨도 당황하고 있었다.
아가씨는 웃지도 않고, 찡그리지도 않았다.
그리고 너무도 태연하게 리모컨버튼을 눌러서 차문을 열었다.
차 안에 있던 화장품 파우치 같은 걸 꺼낸 여자는 할머니가
긁은 부분을 한 번 쓰윽 보더니 빨간색 루즈를 꺼내서 할머니가
긁은 부분을 루즈로 쓰윽 칠해버렸다.
티가 안날수가 없었다.
긁힌 부분에 루즈로 칠하니까 말이다.
당장 보기에는 빨간 루즈로 칠하니까 괜찮아 보일지는 몰라도 말이다.
루즈가 지워지면 다시 티가 날텐데 말이다.
미모의 아가씨가 입을 열었다.
"이러니까 괜찮네요……할머니 걱정 마시고 그냥 가세요….
칠하니까 괜찮잖아요…."
아가씨가 선글라스를 쓴채 할머니를 보고 씨익 웃었다.
할머니도, 경비아저씨도, 여기에 모여있는 수많은 사람들도 모두
깜짝 놀래버렸다.
전혀 예상치 않은 아가씨의 태도였기 때문이었다.
할머니가 아가씨앞에 고개를 숙이고 고맙습니다를 계속했다.
경비아저씨도 긴장이 풀렸는지 웃기 시작했다.
"아차…할머니 저 신문지 저한테 조금만 파실래요?
아가씨가 가지고 있던 파우치에서 오만원짜리를 하나 꺼내더니 할머니의
폐지수거 수레에 있던 신문지를 조금 집었다.
"제가 이게 좀 필요해서요….."
아가씨는 할머니에게 오만원짜리를 쥐어드리고 신문지를 차의 의자에
실었다.
할머니는 오만원짜리를 안 받는다고 손사레를 쳤지만, 아가씨가 웃으면서
넣으시라고 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거라고…오만원짜리는 신문지 값이라고 상냥하게
말하면서 말이다.
아가씨가 주위에 몰린 사람을 보았다.
아가씨의 시선이 나에게서 멈추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것 같았다.
선글라스 안의 눈동자는 보이지 않았지만…..
웬지 나를 보는것 같았다.
아가씨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할머니와 경비원에게 다시 인사를 하고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면서 걸어서 건물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모인 사람들이 다들 흐믓한 표정을 지었다…….
단 한 사람만 빼고 말이다.
홍진이도, 영식이도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나도 헤어스타일이나 선글라스 때문에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이십년이나 같이 지낸 여자이다…..
조금 전 그 목소리는 분명히 오연지였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OEC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