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2] 눈꽃의 후회 022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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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전
눈꽃의 후회 022 ----------------------------------------------
잠이 오지 않았다.
병신중의 상 병신이다.
그렇게 당했으면서…..
그렇게 상처를 받았으면서…..
아내의 뒷모습을 훔쳐보기 위해서 고개를 내밀다니….
너무 창피했다.
아내가 혹시나 아직도 예전의 나로 오해할수가 있는 부분이었다.
하긴….뭐 솔직히 말해서 쪽팔릴게 뭐가 있겠는가…
아내의 품에 안겨서 엉엉 운것만 몇 번 인가….
다른건 몰라도, 오연지가 머리는 이번에 정말 많이 쓴 것 같았다.
나도 오연지를 처음 만난날이 봄 치고는 살짝 쌀쌀했던 졸업반의 어느
이른 봄날인줄만 알고 있었지, 그게 3월인지 4월인지는 아리까리 했었다.
그리고 내가 처음에 말 걸어서 단박에 오케이 한 것도 아니고,
내가 수업도 땡땡이 치고서 오연지 지나다니는 길목에서 며칠을 그 지랄을
하고 잠복을 하고 말을 걸고 지랄을 했던것만 기억이 났지….
뭐라고 씨부렸었는지는 솔직히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땐 정말 오연지한테 푹 빠져있었던 시기이니까 말이다.
나를 보고 한 번만 웃어주어도 그 날 밤에 잠을 못자던 시기였었다.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고?
잡년 같으니라고….
어차피 내가 아무리 못 오게 해도 아연이 엄마, 강이 엄마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아연이한테는 몰라도, 강이한테는 진짜 나쁜 엄마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언제 튈지 모르는데….강이가 만약에 어린이가 된 후에 그런 아픔을
겪으면 어떻겠는가….
차라리 그런 엄마는 없는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쉽게 잠이 들지 못하고 몸을 뒤척이기만 했다.
아내에게 했던 질문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아내는 분명 내 앞에서 봉옥봉이와 관계를 하면서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이젠 나도 그걸 눈치챌수 있을것 같았다.
침대 위에서 게이브라더스의 이야기를 듣고 흥분을 하고 그 쾌감에
못 이겨서 소변까지 보았었다.
그리고 가면을 쓴 워크샵에서의 일들은 더 이상 생각하기도 지겨웠다.
그 모든 행위의 중심에 내가 있었다.
나는 싫은데 왜 자꾸 나하고 결부시켜서 쾌감을 얻으려고 할까…..
아내가 봉옥봉이에게 복수를 하러 간 것은 내가 진작부터 눈치를 채고
있었지만, 가만히 생각하니까 이 년이 일타 쌍피를 노린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봉옥봉이도 응징하지만, 자신도 실컷 즐기다가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떨칠수가 없었다.
이 년이 맹한척…..섹스에 빠진척 하면서도 지 실속은 다 차리는 년이기
때문에 그런 의심을 충분히 할 수가 있었다.
나를 사랑한다는 말은 진짜일까?
정말 애절하게….내가 자신을 사랑했던 것 만큼 사랑하지는 않을지도
모르지만….싫어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젠 그걸 알 것 같았다.
지도 느꼈겠지….
이 놈 저 놈 다 만나봤자….나같이 한결같은 놈이….
아니 나같이 한결같은 병신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는가….
불륜으로 따지면 멀티불륜에 진짜 최강의 상간녀였다.
아내 이상 불륜을 더 걸지게 한 여자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물론 어딘가에 숨어 있을수도 있겠지만 내가 알기로는 거의 최고였다.
그나저나 봉옥봉이는 그럼 어떻게 된건가?
아내가 초절임 해 버리고 온건가?
마회장이 통신판매로 해외배송 주문을 해서 물건을 받은걸 보면
봉옥봉이랑 그 회사는 멀쩡한 것 같던데…..
도대체 뭔 복수를 했다는 것인가?
진짜로 손가락 발가락을 다 잘라버리고 온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그때 했던 말처럼 말이다.
마회장과 간숙씨는 건강한 사내아이를 출산했다.
그리고 그 하루전에 순영이도 역시 건강한 사내아이를 출산했고 말이다.
아들 풍년이었다.
외손주와 아들이 동갑이었다.
나중에 노총각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은 눈에 선했다.
아연이를 키울때는 귀여운 맛이 있었는데 강이녀석은 내가 먹을 것을
조금만 늦게 줘도 소리를 지른다.
딸 키우는게 재미있는건 어쩔수 없는 사실이었다.
마회장은 간숙씨 몸조리를 직접 한다고 당분간 사무실에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드디어 자기 핏줄이 탄생한 마회장은 출산하자마자 나에게 초긴급으로
친자확인을 해 오라고 했다.
그 와중에도 챙길것은 확실히 챙기는 마회장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마회장의 친자가 확실했다.
마회장의 트라우마는 아직도 완전히 치료되지는 않은것 같았다.
홍진이는 아예 편셔리 근처의 아파트로 이사를 와 버렸다.
이 동네가 딸래미 키우는데 더 좋다고 먼저 살던 집을 팔고 대출을
끼고서 이 동네 작은 평수의 아파트로 이사를 와 버렸다.
그런 홍진이에게 영식이가 말을 했다.
"아예 편셔리에 니가 살림을 차리려고 작정을 했구나…..
뼈를 묻으려고….."
홍진이가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하늘의 태양은 하나면 족해…..
편셔리 부사장도 나 정홍진 한 명 으로 족하다고……"
새로 매입한 건물의 정밀안전진단 결과 건물 기초와 외벽 등 건물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화재를 발견하자마자 바로 진화가 되어서 건물 외관만 손상이 갔지
건물 자체에는 그 어떤 작은 문제도 없다고 했다.
나는 바로 홍진이를 시켜서 공사를 시작하게 했다.
일단 건물 내, 외장 공사를 먼저 시작하고, 모든 전기공사는 아예 새로
공사한다는 마음으로 전부 다시 하도록 시켰다.
전기를 잘 못 깔았다가 합선이 되면 두번째 화재가 될 수 있는 것이었다.
전기에 더욱 신경을 쓰고 싶었다.
건물 전기공사와 내외장 공사가 빠르게 진행이 되었다.
다만 건물 최종 외관공사는 내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게이브라더스 같은 그런 놈들을 더 찾아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실력있는 예술적 감각을 가진 공사업자를 말이다.
아내는 4월초의 어느날 벤치에 앉아서 공사하고 있는 건물을 보고있는
내 옆에 살며시 앉았다.
"김치가 맛있게 잘 익은것 같아요….잘 먹었어요….
오이 소박이도 잘 먹었구요…."
아내가 나에게 말을 했다.
이건 또 뭔 소리인가…..
내가 뚱한 표정을 지으니까 아내가 조금 놀란 듯이 말을 했다.
"아연이가 몰래 퍼 온 모양이네요…..
난 당연히 당신 허락을 받고 가져온줄 알고…..
미안해요….."
"됐어….
요리도 못하는데 그거라도 해서 먹어야지….소금 찍어 먹을수는 없잖아…."
"요새 요리 연습 많이 해요……집에서 요가랑 요리밖에 안 하고 있어요."
아내가 말을 했다.
아내가 손에 들고 있는 봉투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만두 드세요….튀김만두에요……"
이젠 식상했다.
과거에 일을 가지고 감성팔이 하는건….이젠 잘 안먹힌다.
나도 내일 모레 오십인데….
너무 식상했다.
근데 냄새가 좋았다.
"다른 의도 없어요.
그냥 옆 블록에서 유명한 튀김만두 집이라는데….당신이 좋아하는
당면 듬쁙 만두라서 조금 사 와 봤어요.
오늘은 강의가 좀 늦게 있는 날이라서요….."
아내가 만두를 내 입에 넣어주려고 했다.
나는 그런 아내의 손을 치우기 위해서 아예 만두를 내 손으로 받아버렸다.
그리고 입에 집어 넣었다.
만두 좋아하는거 뻔히 아는데 괜히 애들처럼 삐죽거리는것도 우스웠다.
먹는건 먹는거고, 우리 사이는 우리 사이인 것 이다.
아…..겉은 바삭 안은 당면 가득 들은 쌍팔년도에나 맛 보았던 진짜
옛날 야끼만두 맛이었다.
내가 이 맛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나는 하나 먹고서 아내에게 말을 했다.
"이거 옆 블럭 어디라고?"
아내는 나에게 튀김만두를 사온 곳 위치를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편셔리에서 마대정보진흥 가는쪽이 아닌 반대편이라서 내가 거의
안 가던 동네였다.
나중에 사다 먹어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튀김만두 한봉투를 다 먹는동안 아내는 그냥 멍하니 내 옆에
앉아 있었다.
"오늘은 왜 안 씨부리냐?
레파토리가 없나보지?"
나는 만두를 맛있게 먹고나서 아내를 보고 말을 했다.
"한국에 오고나서 섹스를 한 번도 못했어요…..
한 달이 넘었네요….
이젠 아무하고나 자지 않을 생각이거든요….그럴 이유도 없어졌구요…
근데 섹스는 참 많이 하고 싶어요….
오빠는 요새 어떻게 푸세요?"
이 년 또 구렁이 담넘어 가듯이 지랄 할라고 하는게 딱 보였다.
딸딸이를 치다가 고추 깝데기가 까지는 한이 있어도 너랑은 안 잔다고
쏘아 붙여주고 싶었다.
"우리 인연이나 앞으로의 우리 관계 이런걸 다 떠나서요….
우리 일주일에 한 번씩….같이 잘래요?
물론 연인처럼 자자는거 아니에요….
난 창녀보다 더 더러운 여자니까…
한 번 잘때마다 오빠가 나한테 화대로 십만원씩만 주세요…
창녀라고 생각하고요….
어때요?
나도 너무 오래 안해서 하고 싶어 미치겠는데….
생각 있어요?"
아내가 나를 보면서 작은 목소리로 조근조근 말을 했다.
나는 기가 막혀서 한참을 가만히 아내를 보다가 말을 했다.
"지랄하지말고, 얼른 학원에 가서 영어나 가르쳐….
어디서 약을 파냐….."
나는 만두를 다먹은 봉투를 아내 옆에 던지고는 바로 편셔리로 올라갔다.
이것도 횟수에 치는지는 모르겠지만….그렇게 두번째 프로포즈도
끝이 나버렸다.
그렇게 며칠뒤 4월초의 어느날 오후에 편셔리 옥상에서 새 건물의
공사현장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데 핸드폰 전화벨이 울렸다.
발신번호가 내가 사는 아파트 경비실 전화번호 같았다.
"네 여보세요…."
"사장님….여기 경비실입니다."
"아…네….무슨일이세요?"
나는 경비실에서 뜬금없이 무슨 전화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해외택배라도 온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네…사장님…여기 사장님을 집으로 찾아온 손님이 계시는데요….
전화번호 가지고 계신걸 깜박 잊고 놓고 오셨다고 해서요….
전화 바꾸어 드릴까요?"
"아니 누구인데요? 이름이 뭐라고 해요?"
나는 경비아저씨한테 나를 찾아왔다는 손님의 이름을 물어보았다.
"네 잠시만요 사장님…"
경비아저씨가 누군가와 이야기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네 사장님…봉옥봉씨라고 합니다. 사장님 주소를 가지고 오셨네요...."
"네 뭐라고요?"
나는 기가 막혀서 말도 잘 안나왔다.
"아…아저씨….그…그 새끼 아무데도 못가게 하고 경비실에 잡아놓으세요….
제가 날라갈께요….."
나는 빛의 속도로 차를 몰고 아파트로 날라가고 있었다.
인사성 하면 또 편견이다.
하지만 지금은 인사성이고 나발이고 생각할때가 아니었다.
나는 경비실로 들어가서 봉옥봉을 보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야, 이 미친새끼야,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와….."
경비아저씨가 움찔 해서는 경비실 밖으로 자리를 피했다.
일단 욕부터 하고 보았는데 봉옥봉이를 보고 깜짝 놀랬다.
지금이 4월초니까 세달도 안되어서 다시 보는 것이다.
눈밑이 거무튀튀했다.
윤기가 흐르던 얼굴이 푸석푸석하고 수심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편견씨……오래간만입니다."
"오래간만이고 나발이고 얼른 따라와…..
내 딸이 니 얼굴 안단말이야 이 병신새끼야….
나는 봉옥봉을 반 강제로 경비실에서 끌고 나와서
차에 태웠다.
그리고 바로 편셔리로 갔다.
봉옥봉이를 체육관 사무실로 끌고 가서 앉게 했다.
"아니, 시팔 왜 집으로 기어오고 난리야…
당신 진짜 미쳤어?
내가 흥분해서 봉옥봉에게 소리를 질렀다.
봉옥봉은 내가 무섭게 소리를 질러도 개의치 않은 표정으로 말을 했다.
마치 넋이 나간 사람 같았다.
"연지 어디있어요?"
"아…진짜……쓰벌….그걸 왜 나한테 와서 찾고 난리야?
연지네 엄마한테 가서 물어봐….진짜 사람 뚜껑 열리게 만들고 있네…."
"장모님 돌아가셨잖아요."
봉옥봉이가 침울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했다.
개새끼 그래도 꼬박꼬박 연지 엄마를 장모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성질을 내고 소리를 질러도 봉옥봉이는 끝까지 나에게
공손히 존댓말로 말을 했다.
"형……릴렉스…..왜 이렇게 화가 났어…
혈압올라….이것 좀 마셔….."
파인애플 주스였다.
홍진이가 파인애플 주스를 큰 잔에 따라왔다.
한 잔은 나를 주고 한 잔은 봉옥봉이를 주더니 다시 사무실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나는 단숨에 파인애플 주스를 원샷해 버렸다.
그나마 좀 안정이 되는 것 같았다.
나는 숨을 좀 고르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진짜 번개같이 경비실까지 가서 봉옥봉이를 낚아채서 여기까지
끌고 온 것 같았다.
우리 경비아저씨는 내가 소리지르는 모습을 처음 보았을 것이다.
항상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다니던 나의 전혀 다른 모습을
처음 보셨을 것이다.
나중에 약주 드시라고 용돈이라도 봉투에 넣어서 좀 드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숨을 고르고 좀 진정을 한 후에 봉옥봉이의 눈을 쳐다보면서
말을 했다.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당신이 홍콩에서 오연지랑 뽀뽀하는거
내 딸이 보았거든…..
내 딸이 당신 얼굴 알아….
만약에 당신 얼굴이 내 딸한테 다시 보여지게 된다면 진짜 시팔
너 죽고 나 죽자다……
이빨로 살점을 씹어서 고통스럽게 죽여버릴줄 알아….."
나는 간신히 진정을 했는데 다시 열이 받았다.
"미안해요…..
연지 전화번호는 다 끊겨 버리고….
남아 있는것은 편견씨한테 락교와 영상을 보냈던 주소 뿐이었어요.
편견씨 핸드폰 번호도 어디 있을텐데….
내가 요새 제 정신이 아니라서 그걸 찾을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편견씨 주소를 무작정 찾아온겁니다.
연지가 여기 왔을까봐요…..
우리 연지 좀 찾아주세요….."
"이런 시팔…
니 마누라라면서….
왜 여기서 찾고 지랄이야….
왜 우리집으로 찾아오냐고……"
"그냥…..
연지가 여기 말고는 갈때가 없을 것 같았어요…..
그때 편견씨 다녀가고 난뒤에….연지가 변했어요…
맨날 어디 전화를 하고, 컴퓨터로 무언가를 하고……
내가 시키는 것들도 피곤하다는 이유로 소흘히 하고….
연지가…..그냥…..연지가……."
갑자기 봉옥봉이 울음을 터트렸다.
에이 시팔…..
안봐도 비디오였다.
오연지가 단추를 부수어 버렸다는게 뭔지 이젠 다 알아버렸다.
오연지는 폭력을 좋아하지 않는다.
누구한테 해꼬지 해 본 적도 없을 것이다.
누굴 때린게….아마 내가 알기로는 예전에 아연이 뺨을 때린 답시고
아연이 뺨을 손으로 민게 전부일 것이다.
짝 소리가 안 나는 따귀는 그때 본 게 처음이었다.
맞은 아연이도 황당했을 것이다.
때린게 아니라 거의 살짝 밀다시피 했으니까 말이다.
오연지가 부순것은 봉옥봉이의 손가락 발가락이 아니었다.
이젠 중년이 된 봉옥봉이를 자신에게 푹 빠지게 만들어 버린 다음에
헌신짝처럼 내 버렸을 것이다.
진짜로 안 봐도 비디오였다.
이미 그렇게 병신된 놈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석학중의 석학이라는 택봉이가 그렇게 질질 침을 흘린 삼용이가 된 것을
보았는데, 봉옥봉이는 쨉도 안될것 같았다.
이 새끼 말 더럽게 많은 새끼라는게 갑자기 떠올랐다.
"하여간에 난 몰라….
경찰서에 신고를 해서 찾아달라고 하던지….
니가 괴나리 봇짐 짊어지고 조선 팔도를 헤매면서 찾던지
그건 내 알 봐 아니니까 얼른 꺼져…..
한 번만 더 내 집에 나타나면 진짜 가만히 안 둔다….."
그때였다.
봉옥봉이 갑자기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제 아무런 살아갈 낙이 없어요…..
내가 이제 무슨 낙으로 살겠어요…
돈을 버는것도 다 무의미해요…..
연지가 없이 한 달이나 지냈어요…
제발 연지 좀 저한테 돌려보내 주세요….
정말 공주처럼 잘 모시고 살께요…
제발 부탁입니다.
처음에 연지가 절 시험하는줄 알고 일부러 이상한 행위들 하고
험하게 한거에요…
연지에게 연락을 받고 외국에서 연지를 다시 재회할때만 해도
전 연지를 믿지 않았어요.
다정하게 육체관계를 했지만, 전 연지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었어요….
하지만요….정말 하지만요…연지가 모든걸 다 버리고 날 찾아서 일본으로
와서 헌신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마음을 열었어요…..
연지가 절 진심으로 사랑해서 온것을 확인하고서는……..
정말 아끼고 잘 해주었어요…
한번도 연지를 의심한적이 없었어요….
연지 어디있는줄 아시잖아요….
제발요….."
"…………………………."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봉옥봉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사람이 정신적 충격을 받으면 얼마나 순간적으로 두뇌가
저능아가 되는지 내 눈 앞에서 확인을 하고 있었다.
머리가 좀 좋은 놈이 쇼 하는줄 알았는데….
대가리가 처음부터 살짝 띨빵한 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저런놈이 무슨 수석을 하고, 사업을 성공했단 말인가.
토요타가 어쩌고 자동화가 어쩌고 했던 새끼가 과연 이 새끼가 맞는건지
헷갈렸다.
"일어나서 앉어….누가 보겠다…"
내가 옥봉이에게 말을 했다.
옥봉이는 다시 소파의자로 올라 앉았다.
"편견씨가 가고나서 연지가 평소에 타던 차가 아닌 스피드를 즐길수
있는 차를 타고 싶다고 혼다 NSX최신형을 사달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혼다 본사에 직접 전화를 해서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최신 로트의 물건을 일본으로 에어링하기로 했습니다.
풀옵션으로 배송비까지 제가 부담하는 조건으로 현금송금을 다 해버렸구요."
"그런데, 연지가 중간에 다시 혼다 마국공장에 전화를 해서 배송받을
공항을 일본의 신치토세 공항에서 한국의 인천공항으로 변경을
시켰더라구요.
저도 연지가 떠나고 난 이후에 알게 된 사실입니다.
하긴 지금 차가 문제가 아니에요…
어차피 그 차는 연지꺼니까요.
제가 필요한건 차가 아니라 연지라구요…..
연지가 차를 한국으로 배송시킨걸 보면 연지는 분명히 한국으로
온게 틀림없어요.
나 우리 연지 있는데 안 가르쳐주면, 여기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겁니다.
난 이제 가족도 없고 아무도 없어요.
연지랑 같이 지내는 몇 개월동안 얼마나 행복했는지 알아요?
마치 천도복숭아가 있는 천상의 세계에 사는 기분이었어요….."
"연지는 내가 도쿄에 일이 있어서 잠깐 다녀온 며칠동안 편지를
써놓고 사라져 버렸어요.
우리는 따로 있어도 같이 있는거니까 자신이 자리를 비우더라도
슬퍼하면 안 된다고 했어요.
그 슬픔이 자신에게 전달된다고….
항상 우리는 같이 있다고, 생각하라고, 그렇게 편지를 남겨놓고
연지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어요."
웃음이 터지려는것을 혀를 깨물고 참았다.
말인가… 방구인가….
오연지 하여간에….진짜 믿을수가 없는 년이었다.
오연지 이년 진짜 징한년이다.
도대체 남자들을 어떻게 다루는지는 모르지만, 남자들이 다 병신이
되어버린다….
아…..내가 지금 남 이야기 할껀 아니지….
난 지난 이십년간 오연지의 포로나 다름 없었으니까 말이다.
남자들중 제일 왕병신은 어쩌면 바로 나였다.
"에이…시팔…난 몰라….하여간에 얼른 꺼져….
다시는 내 눈 앞에 나오지말어…아주 징글징글해…
너 이 씹새끼야…..그날 나 잠도 못자게 밤새 쫒아다니면서 떡쳤던
새끼가……무슨 낯짝으로 나를 다시 찾아오냐…이 개새끼야…."
내가 봉옥봉이에게 욕을 퍼부었다…..
"나도 피곤했어요…..나도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평소에 잘 먹지도 않는 발기부전제까지 먹고 연지가 시키는대로
한거라구요….
그냘 편견씨를 계속 쫒아다닌건 내가 아니라구요….
연지가 그런거라구요…..
하여간에 그건 모르겠고….
얼른 연지있는데나 말해줘요….
연지 만나게 해줘요……"
"연지 안데리고 오면 나 여기 살꺼에요….
일본으로 돌아갈 아무 이유가 없어요.
살아도 사는게 아니에요…."
나는 땡깡을 놓는 봉옥봉이를 잠시 쳐다보았다.
시계를 보니까 애들 저녁준비를 시작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잠시 봉옥봉을 사무실에 내버려두고 밖으로 나가서
영식이와 홍진이를 불렀다.
그리고 간단히 설명을 했다.
일본에서 연지를 찾아온 새끼인데, 연지 만나게 해주기 전에는
절대로 안돌아 간다고 땡깡을 논다는 설명을 했다.
홍진이나 영식이도 선글라스의 미녀가 오연지라는것을 안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내 앞에서 오연지에 관한 언급을
가급적 자제하는 중이었다.
"내가 내일 아침에 다시 여기 올텐데…..
그때까지 저 새끼 입에서 제발 일본으로 다시 돌려보내달라는
말이 나오도록 바꿔놓아라….
견적 나오게 때리지는 말고….
내말 알았냐?"
"옛썰…."
영식이가 대답을 했다.
"누구 분부라고….형 걱정말고, 어서 가서 애들 저녁 요리해야지…
형은 칸트잖아…편셔리 칸트….졸라게 욕하고 놀다가도 이 시간만되면
애들 저녁 차려주러 집으로 가잖아…
얼른 가봐….
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에 저 새끼 입에서 일본으로
돌아가겠다는 말만 나오면 되는 거잖아….걱정마……"
홍진이와 영식이가 나에게 손을 흔들면서 배웅을 했다.
조금 걱정이 되기는 했다.
봉옥봉이 4차원의 미친놈이기는 했지만….
영식이랑 홍진이는 미친놈이 아니라 미친 짐승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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