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2] 눈꽃의 후회 026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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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전
눈꽃의 후회 026 ----------------------------------------------
그렇게 며칠후에 오후에 퇴근을 해서, 어린이집에서 강이를 찾아서
둘이 같이 마트에 갔다.
강이는 마트에 가는것을 참 좋아했다.
특히나 장난감 코너에 가면, 각종 신기한 장난감들에 눈이 팔려서는
그곳에 한참을 머물러 있곤 했었다.
강이의 등에 빈 베낭을 메어 주었다.
뒤로 넘어졌을때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강이의 손을 잡고 마트 주차장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고 있었다.
일층 출입구 앞의 넓은 곳에서 강이와 손을 잡고 걷고 있었다.
그때였다.
반대편에서 선글라스를 쓰지 않은 아내가 카트를 끌고 오고 있었다.
아내는 장을 다 보고 계산을 하고 막 나온 모양이었다.
나는 아내와 눈이 마주쳤다.
아내는 나보다 내 옆에서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걷고 있는 강이를 보고 있었다.
아내의 얼굴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내가 몸을 옆으로 급하게 돌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의 거리가 너무도 가까웠다.
나는 당황을 해서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마…..마….."
강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이가 제법 크게 소리를 질렀다.
강이가 내 손을 놓는것이 느껴졌다.
아니…정확히 말하면 내가 꽉 잡고 있던 강이의 손을 강이가 흔들어서
빼는 느낌이었다.
"마….마아…."
강이가 소리치면서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직 두돌도 안지난 강이의 걸음이었다.
하지만 강이는 아장아장 빠르게 뛰는것 같았다.
철퍼덕 앞으로 넘어졌다.
마음이 몸보다 앞선것 같았다.
내가 달려가 일으켜 주려고 했는데 강이는 어느새 땅을 짚고 일어나서
아내의 앞까지 달려갔다.
"마아…마…."
강이가 아내를 보았다.
아내는 강이를 피하려고 했지만 피할수가 없었다.
강이가 워낙 순식간에 소리를 지르면서 아내에게 뛰어갔으니까 말이다.
아내가 강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강아…..우리…강이….."
아내가 울음을 터트리면서 강이를 끌어안았다.
하지만 강이는 아내가 끌어안자 바둥바둥 대었다.
아내가 당황해서 끌어안은 강이를 풀어 주었다.
강이는 무릎을 꿇고 자신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있는 아내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더니 아내의 입술에 뽀뽀를 하는 것이었다.
어린이집에서 맞벌이 엄마들이 아침에 아이를 맡기면서 뽀뽀를 해주었던
딱 그 모습 그대로 말이다.
강이는 그렇게 몇번이나 아내의 입에 뽀뽀를 했다.
"마아….마…."
강이가 활짝 웃으면서 그렇게 아내의 얼굴을 만지고 뽀뽀를 했다.
아내는 주변 사람들이 쳐다보는것도 신경쓰지 않은채 강이 앞에
무릎을 꿇은채 그렇게 펑펑 울고 있었다.
자리를 옮겼다.
마트 구석의 휴게실 같은 곳에 놓인 벤치의자였다.
강이는 아내 품에 있었다.
강이는 아내의 가슴에 얼굴을 푹 파묻고 있었다.
나에게 오려고 하지 않았다.
강이는 아내의 품에서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
아내는 벤치로 옮겨서도 계속 울고 있었다.
울음을 멈추지 못하고 있는 아내였다.
아내는 마치 젖을 먹이듯이 강이를 품에 안은채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찍어서 닦고 있었다.
나도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쳐내었다.
눈물을 억지로 참아보려고 했지만…참을 수가 없었다.
눈에서 눈물이 마치 샘물처럼 샘솟고 있었다.
머리속으로 생각을 해서 흘리는 눈물이 아니었다.
그냥 저절로 흘러내리는 그런 눈물이었다.
어떻게 이럴수가 있단 말인가....
내 눈도, 아내의 눈도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이게 인간이 할 짓이냐…..니가 도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나 하냐…."
내가 울고 있는 아내에게 말을 했다.
"미안해요….정말 미안해요…."
아내가 눈물을 닦으면서 말을 했다.
"강아…엄마가 정말 미안해…..강아….엄마가 정말 잘못했어…"
아내는 품에 안겨있는 강이를 꼬옥 껴안으면서 말을 했다.
하지만 강이는 꽉 껴안으면 숨이 막힌다고 손을 흔들어서 꽉 안지
못하게 했다.
그냥 자신이 편한 자세로 아내의 품에 안겨 있는 강이였다.
강이는 천진난만한 표정이었다.
아내가 있고 내가 있어서 그냥 좋은 어린 아이의 표정이었다.
엄마와 아빠가 우는 것 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강이의 표정이었다.
아내가 장 본 카트에 야쿠르트가 있었다.
나는 그걸 하나 꺼내어 카드에 담겨져 있는 빨대를 하나 꽂아서
강이에게 주었다.
강이는 그걸 아내 무릎에 앉은채 쭈욱쭈욱 빨아 먹었다.
야쿠르트를 맛있게 빨아 먹는 강이의 밝은 얼굴을 보니까
더욱더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내가 무슨 짓을 한건지...
아내가 강이한테 무슨 질을 한건지...
정말로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정말 부모가 할 짓이 아니었다.
"오빠….만약에…오빠 새장가 가면…강이는 내가 키우면 안될까요?
친권이나 양육권 이런건 필요없어요, 그런건 오빠가 다 가지더라도….
강이 성인 될때까지만이라도, 내가 키울께요…..그게….그게
나을것 같아요…"
아내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면서 말을 했다.
"니가 덜컥 맡아놓고 또 달아나면….강이는….우리 강이가 받는 정신적
상처는 어쩔건데?"
"나…이제 아무데도 가지 않아요. 진짜에요…
그리고 그때도 내가 분명히 돌아온다고 했잖아요.
작정하고 떠났던 거라구요…."
"강이가 어려서…강이가 너무 어려서…내가 이런건 진짜 생각을
전혀 못했었어요….
강이가 어려서 아무 기억도 없을것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강이가 엄마를 알아볼 것 이라고는 정말 생각 못 했어요. 다 잊은줄 알았는데…
우리 강이한테 너무 미안하고….불쌍해서….
어쩌면 좋아요…."
"다 내가 벌 받는거에요…"
아내는 진짜 눈이 새빨갛게 충혈이 되어 있었다.
강이는 그것도 모르고 야쿠르트를 두개째 빨아먹고 있었다.
아내가 산 다섯개 들이 한묶음에서 벌써 두개째를 빼서 먹고 있었다.
"강이 새엄마가 키우는거….싫어요…
아니…그냥…내가 키울께요…그렇게 하도록 허락 해 주세요…."
아내가 다시 나에게 말을 했다.
"니가 엄마 자격이나 있냐?......
그리고 나 당장에 새장가 갈 마음도 없고…
강이랑 아연이한테 상처주는 새장가는 안갈꺼다…
그러니까 니가 그런것까지 신경쓰지는 말아라….
넌 그저 아연이 공부나 신경써라…
니가 아연이한테 진짜 죄스러운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속죄하는 의미로 아연이 일유대 음대에 합격시켜라…
작년 경쟁률 보니까…진짜 어마어마 하더라…
니가 진짜 아연이 엄마라면…목숨걸고 아연이 합격시켜….
유학가는거보다 더 힘들다더라…."
나는 아내에게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말을 했다.
"강이가….요새 아침에 어린이집에서 맞벌이 엄마들 아침에
아기 맡기면서 뽀뽀하는거 보고 이러는거야….
다들 엄마가 맡기는데, 강이만 아빠가 맡기니까….그게 마음에 남았나봐…
그러니까…너무 신경쓰지 말아라….
지금 강이가 이러는거 불쌍하다고, 니가 책임감 없이 헛소리 찍찍 하다가
나중에 강이한테 더 큰 상처 줄 수 있는거다.
목숨걸고 책임질 자신 없으면 아가리에 올리지도 말어…."
"오빠…..
정말 염치없고 말도 안 되는 소리인데…
나 강이 일주일에 한 번 만이라도 보게 해주세요.
제발 부탁드려요….
이혼한 부부라도 해도 애들 면접권은 준다고 하잖아요.
오빠한테 법적으로 그런거 이야기 할 처지도 아니고…
그럴 면목도 없어요…
그냥….제가 무릎 꿇고 부탁드릴께요…
우리 강이 일주일에 단 한 번 만이라도….제가 보게 해주세요….
제발 부탁이에요…"
아내가 나에게 두 손을 모으고 사정을 했다.
나는 마음이 답답했다.
천륜이다.
부부야 등을 돌리면 남만도 못한 사이가 되는 거지만….
부모 자식은 인위적으로 그 관계를 끊을수가 없는 것이었다.
내가 무슨 처녀장가를 가고, 새장가를 가겠는가….
그냥….연애나 조금 하다가 말겠지….
어떤 새엄마가 들어와서 우리 강이하고 아연이를 친자식처럼 돌 볼 것인가…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새장가를 갈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티브이 같은데 보면…진짜 천사같은 새엄마들이 들어와서
아이들 너무 예쁘게 잘 키워주고 진짜 달아난 친엄마들보다
더 각별한 사이가 되는것도 많이 보지 않았는가….
가슴이 먹먹했다.
오연이 이년한테 한 두 번 속는가…
저 눈물에 말이다.
저 언변에 내가 한두번 넘어가는가….
쉽게 결단을 내릴 문제가 아니었다.
"연지야….
우리 지금 감정 때문에 급하게 결정할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너 두돌때 기억 남아있니?
1학년만 되어도 그런 기억 다 사라져 버려….
강이는 요새 어린이집에서 다른 애들 엄마봐서 그런것 뿐이야….
니가 정말 강이 사랑한다면 말이야…
우리 제발 섵불리 판단하지 말자…
니가 나랑 관계 어쩌구 저쩌구 하는것 보다 우리한테는
애들이 더 소중하잖아.
니가 아연이 만나서 공부 봐주는거 내가 뭐라고 하지 않잖아.
니가 나한테는 잡년이라고 해도, 솔직히 내가 봐도 지금 아연이 입시에
너보다 더 큰 도움줄 수 있는 사람은 없을것 같아.
니가 직접 일유대 입시를 경험했던 사람이기도 하고 말이야….
물론 세월은 흘렀지만 말이야….
얼른 일어나….내가 강이 카트에 태워서 장난감 코너로 갈테니까
너 거기까지만 같이 가고….거기서 내가 손짓하면 조용히 뒤로 사라져…
알았어?"
아내는 눈물을 닦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내의 장 본 카트를 그냥 휴게실에 놓은채로 우리는 강이를 새 카트에
태워서 마트 매장안으로 들어갔다.
강이는 아내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하지만 장난감 코너에 가니 강이는 인형들을 보고서 카트에서 내려서
인형들을 만지고 난리가 났다.
나는 아내에게 슬쩍 눈짓을 했다.
아내는 그렇게 눈물을 흘리면서 강이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강이는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아기 카시트에 고정된 채 마트에서 산
강아지 인형과 곰 인형을 신기한듯 만지고 있었다.
계산할때 주위를 둘러보면서 마아…를 찾기는 했지만, 장난감과 인형을
잔뜩 사서 강이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바람에 강이는 무사히
집까지 올수가 있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아연이한테 마트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 주었다.
"아빠 괜찮아? 강이보다도 아빠가 더 상처받았을것 같은데…."
아연이가 걱정스럽게 나에게 말을 했다.
"아빤 괜찮아…아빤 걱정하지 말어…."
내가 웃으면서 아연이한테 대답을 했다.
"아빠, 미안해…."
아연이가 나에게 사과를 했다.
"아연아, 니가 뭐가 미안해….아빠랑 엄마 일인데, 아연이가 아빠한테
왜 사과를 해…."
"아니, 그냥….나 때문에….
나도 엄마 멀리해야 하고 그러는데….
나 때문에 자꾸 아빠가 엄마한테 신경을 쓰게 만들어서
내가 아빠한테 미안해서 그래….
근데…아빠, 나 솔직히 말해서 중학생때는 엄마가 진짜 용서가
안 될 정도로 밉고 그랬었는데…
요새는 좀 불쌍하고 측은한 생각도 들어….
내가 좀 짜증내고 뭐라고 해도, 엄마는 그냥 나한테 미안하다는 이야기만
반복하거든….
내가 좀 못 된것 같기도 해….
엄마가 자꾸 그렇게 나한테 저자세로 나오니까 엄마를 요새 내가 좀
막 대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나도 솔직히 그런게 있거든….
엄마야 어떻든….난 언제나 아빠가 뒤에 있으니까….
어릴때도, 엄마는 항상 바빠서 내 곁에 없었지만….
아빠는 단 한 순간도 내 뒤에서 나를 지켜주지 않았던 적이 없잖아.
그게 이젠 너무 당연하게 된 것 같아서…..
아빠도….아빠 인생이 있는건데…
나 때문에 엄마 멀리 하는것도 맘대로 안되는 것 같아서 말이야…."
"내가 아빠 믿고서, 엄마를 조금 막 대하는 것 같기도 하고….
엄마한테 복수하듯이 상처주는 심한 말도 막 하는것 같아서….
그냥….나도 기분이 좀 그래….
아빠…난…그냥 엄마보다는 아빠가 많이 행복하면 좋겠어.
엄마는 엄마가 원하는 대로 실컷 살아 왔잖아.
아빠도 이젠 마음대로 살았으면 좋겠어"
아연이가 미안해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나에게 말을 했다.
내가 웃으면서 말을 했다.
"미안해 하던, 니 엄마를 잡아먹던 그건 상관없는데…제발….
대학입시에 합격이나 하고 이야기 하자….
아빠는 올해 다른 생각은 아무것도 안해…
아빠가 옛날에 공부 못해서 재수하면서…하도 안 좋은 기억이 많아서
아연이는 절대로 재수를 안 했으면 하거든….
그러니까…
올해 진짜 바짝 하자….
알았지?"
아연이가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응….아빠….고마워….진짜루….진심이야….
내 공부 때문에 아빠한테 상처주는거 아닌가 정말 요새 고민 많이 했거든…."
"어휴….아연아…아빠는 웬만해서는 상처받아도 금새 다 잊어…
너랑 강이 생각만 해도 상처받을 시간 없어…"
아연이가 밥을 계속 먹으면서 말을 했다.
"아빠, 혹시 좋은 사람 만날 생각은 없어?"
내가 다시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너 대학에 합격하면 그때 생각해 볼께….
아연이 예고입시 볼때 아빠가 어릴때 먹을꺼 줄때만 가던 교회에 가서
기도까지 했었거든….올해도 교회에 몰래 가서 기도 좀 해야겠다."
지 엄마를 불쌍하게 생각하기까지 하는, 이제는 정말로 다 커버린
아연이를 보니까….
마음 씀씀이가 넓고 어른스러운 아연이를 보니까 꽉 막힌 것 같은
마음이 조금은 뚫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우리 아연이 생각해서라도 내가 중심 꽉 잡고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회장은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사무실에 슬슬 얼굴을 내밀었다.
마회장이 핸드폰으로 찍은 아들 사진을 보여주었다.
"우리 빈이 이쁘지? 완전히 지 엄마를 꼭 닮은것 같다."
"아니 회장님 친자 확인해서 회장님 디엔에이 나왔으니까 회장님을
닮아야죠….."
"원래 첫 아들은 엄마 닮는거래….우리 빈이 정말 이쁘게 잘 생겼다."
"아니 근데 이름을 빈이라고 지으셨어요?
전 우리 강이가 나중에 커서 아들 낳으면 빈이라고 이름을 지을라고
미리 찜해두었는데요….
4대에 걸친 이름의 진화를 이루어 볼라고 했는데, 회장님이 먼저 아도
치셨네요…"
마회장이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강이 아직 기저귀 차지 않냐?
기저귀 차는 애가 무슨 아들 낳을 생각을 하냐…."
"아…근데 빈이요? 빈? 그럼 성이 마씨니까 마빈이잖아요…"
"응…마빈 멋지잖아…."
"회장님….마빈 하면 꼭 외국이름같지 않아요?
마빈 헤글러가 생각이 나는데요…"
나는 미들급 복싱 천재 마빈 헤글러부터 딱 생각이 났다.
"아하….그러고 보니 헤글러 이름이 마빈이구나….
뭐 어쩔수 없지 뭐…나중에 외국 나가게 되면 외국이름 따로 지을 필요
없잖아…
한국에서도 마빈…외국에서도 마빈이라고 쓰면 되지 뭐….."
마흔 일곱에 세 살짜리 아들 아빠인 나와, 나랑 띠동갑인 오십 아홉살에
한 살짜리 아들 아빠가 된 마회장….
우리 둘 다 심한 늦둥이를 본 아빠들이었다.
나는 그래도 양반이었다.
마회장은 아들하고 외손자가 동갑이었다.
마회장의 표현에 의하면 인생이 참 스펙타클 하다고 했다.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이라고 했다.
사월 중순이 지나면서, 다시 차츰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아내는 그때 강이 일로 충격을 받았는지, 일주일 넘게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나는 그냥 내버려 두는게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내버려 두었다.
강이가 가끔 어린이집에서 아침에 손가락을 빨기는 했지만, 그래도
잘 지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새로 구입한 건물은 전기공사가 다 끝나고 기본적인 내외장 공사는
어느정도 마무리가 되어 가고 있었다.
이젠 그 누구도 불이 났던 흔적을 찾아볼수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나에게는 고민이 하나 있었다.
건물의 마감 외관공사였다.
마감을 해야 하는데……솔직히 게이 브라더스 같은 예술적인 감각을
가진 공사업자를 구한다는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석들은 원래 이런 공사를 하는 애들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전시장이나 박물관 같은 정말 예술적인 공간을 꾸미는 애들인데….
보고 싶기도 했다.
그 애들이 무슨 죄인가,
그 애들을 중간에 끼고 지들 일에 이용을 해먹은 쟈니와 오연지가 나쁜
인간들이지….
공사가 거의 끝나가는 건물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데
홍진이가 검정 비닐봉투를 들고 올라왔다.
"형, 시장에서 홍어회무침이랑 냉막걸리 사왔어, 얼른 온천 한 판 때리고
시원하게 한 잔 하자고…."
우리 셋은 옷을 벗고 수왕보에 몸을 담그었다.
목만 내놓은 홍진이가 말을 했다.
"형 아까 시장 다녀오다가 형수 보았는데, 형수는 나이를 꺼꾸로
먹는것 같더라….점점 젊어지는것 같아…근데…표정이 많이 어둡더라고…"
"홍진아….괜히 나불대다가 한 대 쳐맞지 말고….셧업해라…."
영식이가 홍진이를 툭 치면서 한마디 했다.
영식이는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여기서 더 나빠지지도 않고, 여기서 더 좋아지지도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내와 나….그냥…우리의 사이가 말이다.
셋이서 온천물로 땀을 쭈욱 뺐다.
우리는 매콤하고, 시큼한 홍어회를 입안 가득 넣고 씹은 후에
냉막걸리로 입가심을 했다.
나는 많이 먹지는 않고 시원하게 목만 축인후에 옥상에서 내려왔다.
저녁 차릴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알코올이 들어갔으니까 차를 놓고
걸어서 집까지 가려고 했다.
아내가, 벤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항상 이 시간 쯔음이면 집에 가는 것을 알고 있는 아내였다.
나는 항상 제 시간에 저녁 준비를 하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할 말이 있어요…"
아내가 나를 보고 말을 했다.
화장기 없는 맨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 보였다.
"오늘 강의 없는 날이야?"
"네…."
"아연이 오늘 공부하러 안온데?"
"오늘은 교수님 레슨을 조금 늦게까지 해서 안 온다고 문자 왔어요."
"그래…얼른 들어가라….난 집에 가봐야해…."
아내가 내 앞을 막어섰다…
"나 생각 많이 했어요….
내가 잘못한건 인정해요, 내 생각이 짧고, 정말 이기적인 판단이었던거
인정해요.
하지만 오빠를 믿었기 때문이란건…..진심이에요…
강이가 나를 기억할 것은 정말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에요….
아연이 그만할때도 오빠가 거의 다 보아서….
난…..솔직히….아연이한테도 자격이 없는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아내가 조금 빠르게 나에게 말을 했다.
"연지야….용건이 뭔데…
용건만 간단히 하자….
나 막걸리 먹어서 기분 달달한데…그냥 조용히 집에 걸어가고 싶다."
"강이가 보고 싶어요…..
강이 낮에 어린이 집에 있을때 가서 내가 좀 보면 안될까요?
일주일에 한두번 만이라도요…."
"안돼….
어린이 집 선생님들은 이혼가정인거 몰라…엄마가 외국에 있는줄
안단 말이야…."
아내가 내 앞에서 비키지 않고 계속 말을 했다.
"강이가 너무 보고 싶어요….
그때….강이가 날 부르면서 달려오던 그 모습이…
지난 일주일 내내 머리속에서 지워지지가 않아요….
나 정말 다시는 강이 떠나지 않을께요….
정말 약속해요…
일주일에 한 번 만이라도 나랑 지내게 해주세요…오빠…제발요…"
"안돼…..지금 대답은 무조건 안돼야….강이 지금 안정적으로 잘 지내는데
괜히 흔들어 놓지 말어….
그리고 조금 더 지켜보자…나도 잘 모르겠어.
어떤게 강이를 위해서 더 나은 선택인지 말이야…
그러니까 괜히 복잡하게 일 만들지 말고….
그냥 기다려….
부모는 말이야….
죽음 앞에서도 자식을 버리면 안되는거야…."
"오빠….나….난….있잖아요….."
아내가 울먹이면서 말을 헀다.
"뭐 맡겼다 이런 개소리는 제발 좀 그만해라….
내가 전당포냐…뭘 자꾸 맡겼다고 그래….."
"그냥…..아연이나 잘 신경쓰고 지내라.
강이는 당분간 좀 내버려둬…
그리고 어린이집에 니가 찾아오면 시시티브이에 다 나오니까
절대로 무모한짓은 하지 말아라…
나 진짜 폭발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니가 강이 엄마라고 해도, 우리 강이 아프게 하면,
그 누구도 용서 안 할꺼야…"
나는 조금 단호한 어조로 아내에게 말을 했다.
"오빠하고 합의하지 않은 일은….나 혼자 이제 안해요…
그런 걱정은 하지 말아요…
그리고….."
아내는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리고 내 앞에서 그걸 찢어 버렸다.
나중에는 코팅된 표지가 잘 찢어지지 않아서 구기기 까지 했다.
여권이었다.
아내의 여권이었다.
"나 이제 다시는 외국에 나가지 않을꺼에요…
그럴 이유도 없고, 그러기도 싫어요…
당신은 내가 쟈니 만나러 언젠가 또 외국에 나갈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젠 그러지 않아요.
쟈니에게도 친구 이상은 안 된다고 분명히 이야기를 해놓았구요…."
나는 아내의 손 위에 있는 찢겨지고 구겨진 아내의 여권을 보면서
천천히 말을 했다.
"여권은…..구청에 가면 언제든지 재발급 해줘….."
"…………….."
내 말에 아내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숙였다.
"전과자가 왜 무서운지는…..내가 설명 안 해도 니가 더 잘 알꺼다…."
나는 말을 마치고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아내를 피해서 걸음을
옮겼다.
잠시후 뒤를 돌아다 보았을때도, 아내는 멍하니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는것 같았다.
나는 집으로 가는길에 어린이집에서 강이를 찾아서 번쩍 안은채로
집으로 향했다.
"낮술 먹으면, 애비에미도 몰라본다고 하던데요…."
오대리가 웃으면서 말을 했다.
우린 오후 네시경부터 술잔을 기울였다.
아니, 그보다는 오대리의 늦은 점심을 겸한 가벼운 술자리였다.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장대비처럼 쏟아붓는 비는 아니었지만, 은근히 옷이 젖는 그런
끈적끈적한 봄비였다.
우리는 편셔리 빌딩 반대편의 한 번화가 주점에서 동동주에 파전을
먹고 있었다.
예전에 서로 이야기 했던 것처럼 말이다.
"4월이 제일 바쁜것 같아요. 3월은 어떻게 보면 한 해의 제대로 된
시작이자, 겨울이 끝나는 시점이라서 정신없이 후딱 지나가고….
4월쯤 되어야 뭔가 일이 정신없이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오대리가 파전을 입에 넣고 오물오물 먹으면서 말을 했다.
"게다가 비까지 오네요….비오는 날은 진짜 동동주에 파전이 생각나는데
말이에요."
내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을 했다.
오대리는 검정색 스커트 정장에 하얀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누가 봐도 단정한 오피스 레이디의 모습이었다.
"영업이라는 것을 제가 스스로 지원을 했지만, 정말 힘들어요.
이건 진짜 체질에 안 맞으면 못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오대리는 동동주 건배를 제의하면서 말을 했다.
우리는 잔을 부딪히고 동동주를 마셨다.
나는 과음은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원래 오대리와 오늘 약속이 되어 있었고, 비가 내릴것은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일부러 일찍 술자리를 시작을 했다.
강이를 저녁 여덟시까지 어린이집으로 데리러 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아연이는 오늘 엄마 집에서 같이 공부를 하고 저녁까지 같이 먹고 온다고
했다.
나는 일곱시 반쯤 술자리를 끝내고 강이를 데리러 갈 생각이었다.
과음만 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오대리와 첫 술자리인데 과음을 하지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오대리는 제법 술을 잘 마시는 것 같았다.
게다가 비까지 내리니까 기분이 묘하게 꿀렁꿀렁 하는 것 같았다.
비하고 동동주가 참 잘 어울리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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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