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2] 눈꽃의 후회 027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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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전
눈꽃의 후회 027 ----------------------------------------------
우리는 안주를 추가하고 술을 추가해서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늘어놓기
시작했다.
오혜지 대리의 콧잔등이 살짝 빨갛게 상기가 된 듯이 보였다.
술이 좀 오른 모양이었다.
오대리가 이렇게 영업을 해서 진짜 여자 임원까지 승진을 할지
아니면 수년내에 이 일을 때려치게 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고 있었다.
"가끔은 후회가 되어요…..술을 먹을때면 말이에요.
많이 사랑했었거든요…."
얼굴에 술이 제법 올라온 오혜지 대리가 입을 열었다.
오대리가 슬슬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으려는 모양이었다.
오대리는 살짝 술이 오른것 같았다.
나는 이 정도 술로는 간에 기별도 가지 않았다.
완전 맨정신이었다.
동동주도 술인가…..나에게는 말이다.
"저보다 세살 많은 남자였어요. 정말 많이 사랑했었어요.
그 남자보다, 제가 먼저 그 남자를 사랑했었어요….
마음속으로만 말이에요.
근데요…..고통스러운건….아직도 그 사람을 본다는 거에요…
같은 회사 다니거든요…
우리 회사 과장님이에요……"
나는 가만히 듣기만 했다.
오대리는 내가 따라준 동동주를 다시 원샷을 했다.
"천천히 마셔요…..아까 오대리가 그랬잖아요.
낯술에 취하면…..다 몰라본다고…."
내가 오대리에게 가볍게 말을 했다.
오대리는 씨익 미소를 지으면서 계속 말을 했다.
"우린 회사에 입사하기 전부터 알았어요.
같은 학교 선배거든요….같은 동아리에…..
제가 혼자 짝사랑 했었어요.
아주 많이…
하지만….내색을 하지는 않았었어요.
내가 신입생때 그 사람을 처음 보았었어요.
그 사람은 학군단 제복이 참 잘 어울리던 그런 남자였어요."
"그 사람이 장교로 전방에 복무할때 동아리 선배들하고 같이 면회를
간 적이 있었어요.
나 혼자도 참 많이 가고 싶었었지만…..
그럴수는 없었어요….
그 사람은 전역후에 대기업에 입사를 했죠….."
"그리고 나중에 저도 졸업하면서 그 대기업에 같이 입사를 했어요.
지금 우리 회사 말이에요.
그 사람 때문에 이 회사에 입사한건 아니에요.
여러군데를 썼는데….여기만 합격했을 뿐이에요.
다른 더 좋은 대기업에 합격을 했다면, 아마 그리로 갔었겠죠.
전 꿈이 있었으니까요….."
"그 사람이 저에게 고백을 했었어요.
좋아한다고….오래전부터……
그는 저에게 고백을 하는 그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속으로 생각했어요.
난 당신을 스무살 신입생때부터 좋아했었는데….왜 이십대 중반을 훌쩍
넘어버린 이제서야 고백을 해주냐고……
당신이 원망스럽다고…..
그 사람 얼굴에 대고 속으로만 말을 했어요."
"우린 원래 친하던 사이니까 급격히 가까워 졌어요….
부부나 마찬가지였어요.
제 자취방에서 거의 매일 같이 잠을 잤으니까 말이에요.
아니….웬만한 신혼부부보다 더 깨가 쏟아졌죠…
우리는 바로 결혼을 약속하고 양가에 인사를 드렸어요.
남자는 외동아들인데, 시부모님께서 중소기업을 경영하시는
꽤나 있는 집 자식이었어요.
시어머니께서 상견례때까지는 아무말도 없으시다가….
우리가 결혼날짜를 잡으니까, 제가 일을 그만두시고
전업주부가 되시길 원하셨어요.
그만큼 능력이 되는 시댁이었으니까 말이에요."
"하지만, 전 그때나 지금이나 꿈이 있었어요.
전 대기업 여성 임원이 꼭 되고 싶었거든요.
저희 집은 시댁처럼 부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부모님은 저희 자매들을
반듯하게 잘 키워주셨거든요….
대학을 가서 공부를 한게….그리고 대기업 들어가서 야간 대학원을
다니면서 공부를 한 것들을….밤을 세워가면서 그렇게 공부했던
내 청춘들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전 시어머니에게 제 이런 뜻을 설명을 드렸어요.
결혼해서 바로 아기는 가지겠지만…..육아휴직 기간도 길지 못 할 것이고
전 제 일을 가지고 살고 싶다고 분명한 의견을 말씀드렸어요.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요한 시댁이라고 해도…
저도 꿈이 있었거든요.
제 사람하는 남자의 뒷바라지나 하려고 제가 그렇게 졸린눈을 비벼가면서
주경야독을 한 건 아니었거든요.
전, 제 남자 뒷바리지도 잘 하면서, 저도 같이 크고 싶었어요."
"그 다음부터 사사건건 부딪히기 시작했어요.
예단문제부터 시작해서 혼수문제까지 시어머니 눈밖에 나서
그런지….매사 트집을 잡으시더라구요.
전 그냥 무조건 죄송하다고, 잘못했다고 하면서 시어머니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을 했어요."
"청첩이 나와서 다 뿌려지고 결혼식을 얼마 앞두고 있을때,
시어머니께서 저와 단 둘이 식사를 하시면서 말씀하시더라구요.
제 태도와, 니가 거기서 성공해봤자 월급쟁이지 뭘 어디까지
성공하겠냐고….
여자 바깥으로 돌려봐야 바람이나 난다는 이야기 부터 해서
계속해서 저를 비꼬면서 말씀을 하셨어요.
저는 시어머니에게 한 번만 믿어달라고….
나는 한 사람의 며느리 이전에….누군가의 소중한 딸이라고…
나에게도 꿈이 있고, 되던 안되던 그 꿈을 도전해 보고 싶다고
다시 한 번 마지막으로 제 뜻을 똑똑히 말씀드렸어요."
"그날밤에 그 남자가 저를 보더니 화를 내더라구요.
고지식한 분인데 그걸 못 맞추어 드리고, 같이 싸우자고
덤비고 언쟁을 하느냐고 정말 실망했다고 말을 하더라구요."
"저는 너무 억울했어요.
그래서 제가 있던 일을 다 말하니까, 이미 어머님한테 이야기를 다
들었다고 하더라구요.
자기를 생각해서, 그냥…..맞추어 주는 척만 해도 되지 않냐고….
그러는 그 남자와….그날밤 정말 크게 싸웠어요."
"그리고 이틀뒤에…..그 남자 어머님이 저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 결혼 없던걸로 하자면서…..일방적인 파혼통보를 하셨어요."
"저는 그 사람에게 연락을 해보았지만…..
그 사람은 끝내 제 연락을 받지 않았어요."
"그 사람은 회사에도 휴가를 내고 나오지 않았어요."
"전 울면서 주변분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결혼식이 취소되었다는걸
알렸어요."
"그때 얼마나 혼자 울었는지 몰라요.
부모님은 머리 싸매고 누우시고…..
온 집안이 쑥대밭이 되었어요."
"여자는…..열심히 공부해서….자기 일 가지면 안되는건가요?
자기 일 가지면서도 얼마든지 육아고 살림이고 잘 할 자신이 있는데….
요즘은 맞벌이 원하는 시부모님들이 훨씬 더 많다고 하시던데…
왜 전….그런 시부모님이……."
"회사에 소문이 다 나버렸어요…
그 남자는 갑자기 중국지사로 발령이 나서 가버렸어요."
"그 남자는 말이에요, 마마보이였는지….아니면, 그 남자의 어머니가
저와 그 남자를 이간질해서 갈라놓은건지…
아직도 잘 몰라요….
그 남자와 그 이후로 그런 대화를 안했으니까 말이에요."
"그 남자는 회사내에도 인맥이 참 많았어요.
그런 일이 터지고 중국지사로 가버리면 그만이었는데….
전 아무런 빽도 줄도 없는 일개 사원일 뿐이었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지만….
너무 창피해서 숨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어요.
저에게 이제 남은건 회사 뿐이었으니까 말이에요."
"잘못이 있다면, 제가 그 남자를 너무 사랑한 죄겠죠……."
오대리의 눈에서는 창밖에 내리는 봄비의 빗줄기처럼 눈물이 구슬프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저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지만, 오대리의 얼굴에 손을 댈수는 없었다.
"그 남자는 정확히 일년후에 중국에서 다시 본사로 돌아왔어요.
우린 정말 뜨겁게 사랑을 했었는데….
부부보다 더 가까운 사이였는데…
저는 그 사람에게 파혼에 대한 그 어떤 해명 한 마디 듣지 못했어요.
그리고, 그 사람은 복도에서 나를 마주쳐도 아는 척도 안했어요.
그렇게 사랑했었는데….
결혼은…비록 파혼이 되었다고 해도, 서로간에 오해는 풀어야 하잖아요.
전 그 사람에게 문자를 보냈어요.
결혼하지 않는건 그렇다고 해도, 서로간에 오해는 풀고 싶다고 말이에요.
그 사람도 자신이 아버지가 하는 사업을 당장 물려 받을 생각이 없으니
사십대가 넘어서까지 회사에 계속 다닐 것이고….
그 사람은 자신의 동기들에 비해서 승승장구 하면서 잘 나가는 편이었거든요…
저는…..한마디로 갈데가 없으니….다녀야 하는 것이구요…."
"그 사람은 끝내 제 문자에 답장도 안 했어요.
그래서 제가 복도에서 그 사람을 마주쳤을때, 잠깐 대화를 하고
싶다고 하니까 그 사람이 저한테 그러더라구요.
세달뒤에 선을 본 여자랑 결혼을 하는데…..제가 아는척 안했으면
좋겠다구요. 회사에서 얼굴 마주치는거 상당히 불편하다고…
그 사람이 말을 하더라구요…."
"저는 그 사람에게 말을 건것을 후회했어요.
파혼하고 바로도 아니고, 일년이나 지나서, 그 사람이 중국지사에서
돌아온후에….뭐가 그렇게 미련이 남아서 그 사람에게 제가 말을
걸었을까요?
오해가 있으면 그대로 놔두면 되는데….
왜 그 사람에게 말을 걸어서, 그런 창피와 모욕을 당했는지….
그래도 한때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한테….
그렇게 모욕을 주고 마음이 편했을까요? 그 남자는 말이에요…."
"장교 정복을 입고 있던 모습이 무척이나 멋있던 그런 남자였어요.
그날…..제 마음속에 있던 제 첫 사랑이자….첫 남자는요…..
그 사람이 제 첫 경험이거든요…..
사실….바보같은 이야기지만….아직도 그 남자 말고는 남자경험이
전혀 없어요….
그 사람을 스무살때 짝사랑 하기 시작했어서….
연애 한 번 제대로 못하고 그렇게 이십대가 다 지났어요….
지금 제 나이 서른 셋인데…
그 남자 때문에 이젠 남자한테 학을 떼어서….
남자를 믿지 않아요….."
"그 남자….
정말로 결혼을 했어요.
그 사람 결혼을 하는데….사람들의 시선이 저를 향하더라구요.
죽고 싶었어요.
온 회사가 저랑 파혼한것을 다 아는데 말이에요…
그런데 그 사람 일년만에 이혼을 했어요.
저도 이유는 몰라요….
그런데…이혼하고 나서 그 사람이…..어느날 술을 먹고 전화를 했어요…
아는척도 안하던 남자가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서 전화를 하더니
술에 취한 목소리로 저에게 말을 하더라구요…
저를 안고 싶다고, 당장 만나자고…..
저는 욕 한마디도 못하고 그냥 조용히 전화를 끊었어요…
그 사람한테 계속 전화가 와서 그 날밤에 전화기 전원을 꺼놓았어요….
금요일이었을꺼에요….그날 밤이 말이에요…
주말이 지나고 회사에 출근해서 복도에서 그 사람을 마주쳤는데…
역시나 다시 모른척 하더라구요….
전 술에 취해서 안고 싶은….창녀같은 존재였었나봐요….
그 남자에게는 말이에요…..
너무 비참했었어요….."
나는 말없이 오대리의 빈잔에 동동주를 따라주었다.
불쌍한 여자였다.
아니….이 여자가 불쌍한게 아니라….그 새끼가 나쁜 새끼였다.
어찌 인간사이에 오해와 갈등이 없겠는가…
대화를 해야 한다….
정말 대화를 해야만 한다…
나랑 연지는 그렇게 개난장을 치고 살았어도 참 대화는 많이 했던것
같은데 말이다.
이런 젠장…..
이런 순간에….왜 오연지가 생각이 나는가….
오연지랑은 대화가 필요한게 아니다.
망할놈의 것…..
크게 한숨을 내쉰 오혜지 대리가 다시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저희 회사에는 일유대 출신 분들도 많아요.
저나 그 남자나 일유대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노력을 해야 해요…
저희 학교는 일유대 바로 아래 클래스로 쳐주거든요…..
학교 다닐때 항상 상위권 성적이었지만…조금 더 열심히 해서
일유대에 들어가지 못한게 후회가 될 정도더라구요….."
"그 남자는 기획본부 쪽이라서 어쩔수 없이 자주 얼굴을 마주쳐야만 했어요
그 남자 신경쓰고 살기에는 제 인생이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초심을 잃지 말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소모품으로 전락할지도 모르는 관리직에 계속 있느니…
필드로 나오고 싶었어요.
그래서 영업직을 지원했어요.
조기 승진의 기회도 있고……
제가 잘하면 정말 임원으로 승진할수도 있으니까 말이에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잘 한 것 같아요.
그냥…..그 사람 회사에서 안 보는것도 너무 좋고….
이렇게 사장님 같이 좋은 분 만나서 술도 마시구요….
이렇게 속마음 터 놓는거 처음이에요….
제가 너무 부끄러워서 이런 이야기를
부모님한테 하겠어요? 아니면 친구한테 하겠어요.
친한 친구들도 몇 명만 알아요…
제 스스로 너무 창피해서요.
제가 복도에서 일년뒤에 그 사람한테 말을 걸었던 것은….
사장님한테 처음 말한거에요….
그 남자가 이혼하고 술취해서 나한테 자자고 한것도 아무한테도
이야기 못했어요….제 스스로 너무 창피해서 말이에요.
전 진짜 순수한 마음으로 오해를 풀고 싶었는데…
그렇게까지 면박을 주면….
그 남자 마음이 편할까요…..
제가 조금 더 지혜롭게 그 사람과 그 사람 어머니한테
처신했더라면…..
아니…그냥 제 꿈을 포기하고…부잣집 며느리가 되었다면…
지금 어떨까요……..
사장님….저 솔직히 모르겠어요….."
오대리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기 시작했다.
어쩐지 동동주를 빨리 먹는다 싶었다.
취한데다가 서러움이 복받친 모양이었다.
울고있는 그녀를 보면서 말을 했다.
"내 딸이 열아홉 살이에요….
내년이면 딸이 스무살 성인이 되네요.
내 생각은 그래요.
여자라서 더 포기하고, 여자라서 살림만 해야하고, 그건…..
옳지 않다고 봐요….
오대리가 보기에 내가 지금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난 십년전에는 진짜 내 이름으로 된 재산 같은거 하나도 없던
완전 백수였어요….
내 아내도 혜지씨처럼 대기업을 다녔었어요….
아홉시 이전에 퇴근한 날이 손에 꼽을 정도였어요.
내가 딸을 거의 키우다 시피 했어요.
하지만, 난 불만 없어요.
난 내 딸이, 남자 때문에 자기 꿈을 포기하는것은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서로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되는건 좋겠지만…..
왜 여자만 남자를 위해서 희생을 해야 하나요….
나도 남자지만…..이제 얼마 안 있으면 성인이 되는 딸을 둔 아빠로써….
혜지씨 선택이 잘 못 되었다고는 생각 안해요.
그러니까…용기내요….
혜지씨는 잘 할수 있어요.
서른 셋이면 인생 지금부터 시작이에요….."
오혜지 대리가 눈물을 닦고 코를 풀었다.
나는 훈제족발을 하나 더 시켰다.
부침개 쪼가리 먹어서는 간에 기별도 안갔다.
술도 안 취하고 말이다.
술에 취하면 안된다.
강이를 데리러 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사장님, 제가 많이 고마워 하고 있어요……
솔직히 말씀 드려서요….
그냥, 누가 그러더라구요.
사장님 혼자서 그 많은 실적을 다 올려주셨는데…
제가, 애인은 못 되더라도, 애인 하는 척이라도 해 드려야 한다고…..
그런데….제가 그러지 못해서 죄송해요….."
내가 조금 정색을 하고 말을 했다.
"오대리 실망이네요….
스스로 FC가 어떤 직업인지 나에게 그렇게 정확히 설명을 해주었으면서….
그런 말을 하는건….
스스로 FC가 아닌 단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영업만 하는
그런 싸구려가 되겠다고 이야기 하는건가요?"
크아….
내가 말하고도 스스로 감탄을 할 정도였다.
말 잘하는 년하고 20년을 살았더니 나도 장소팔 고춘자가 된 것 같았다.
나야…..애인해주면 뭐 좋지…뭐….
하지만…..졸라 허세 가득 개 폼 한 번 잡아줄 필요는 있었다.
"사장님…..사장님을 만난게 저한테는 얼마나 행운인지 몰라요….."
"제가 처음에 사장님을 뵈었을때, 저희 지점장님하고 같이 왔었잖아요….
지금은 다른데 가고 없으시지만….
지점장님이 그때 그랬어요.
성공하고 싶으면 가끔은 세상에 타협해야 한다고….
제가….돈 많은 사장님들이 희롱하는걸 못 받아치고, 유도리있게 못하니까
지점장님이 답답해서 절 데리고 사장님을 처음 만난거였어요.
그게 지금 생각하면 저한테는 얼마나 행운이었는지 몰라요….
제가 이쁜건 아니지만…..그래도 젊은 편이어서…
나이 많은 사장님들한테 알게 모르게 성희롱을 많이 당했거든요….
저는 다 거부하고 진짜…..티날 정도로 싫은 티를 내고 지냈었어요.
그게 잘못되었다고 생각은 안하지만….
거부를 하더라도 상대가 민망하지 않게 거부하는것도 기술일텐데
말이에요…..
그런데…사장님이 저에게 용기를 주셨어요.
제가 잘 못 된것이 아니라는…..그런 용기를 사장님한테
받았던것 같아요….."
나는 가볍게 웃기만 했다.
오대리는 흘리던 눈물이 다 말랐는지….가볍게 웃으면서 농담을 했다.
"저 사실 오늘 마음 단단히 먹고 나왔어요.
다 늙은 노처녀 너무 비싸게 노는 것 같아서요.
그리고 사장님은 이제 중요한 계약은 다 하셨잖아요.
저 건물 하나 더 사신것도 뭐….저한테 주신다고 견적 다 들어갔으니까요….
제가 사장님한테 뭘 바라고 이런 말 하는거 아니에요….
사장님….저 이런말 한다고 싸구려로 보지는 마세요….
저 아이비엠이잖아요…..
그냥…….
저 아이비엠이라구요….."
오대리는 쑥쓰러운듯 그 다음말을 잇지는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내가 놀라서 말을 했다.
"서…설마….오대리….지금 말하는 아이비엠이….
세계적인 콤퓨타 업체 아이비엠을 말하는건 아니겠죠?
서…설마 쌍팔년도에…..그러니까…내가 대학생 시절에 유행했던
유행어인 이미 버린 몸을 말하는건 아니겠죠?"
오대리가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맞아요, 사장님….
저 그 말하는거에요….
제가 혼자 비싼척 해봤자….
저 이미 버린 몸이잖아요.
그냥……몰라요…..
사장님….그냥 고맙습니다…."
안한지 거의 일주일이다.
일주일전에 딸딸이 치고 오연지 쓰벌년때문에….
빡돌아서 딸딸이 안 친지 일주일은 된 것 같았다.
오대리는 지금 공떡을 주겠다는 것이다.
외모나 몸매가 오연지 클래스하고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하지만….서른 세살이다.
그리고…..자기 입으로 이야기 하지 않았는가…
파혼한 남자가 첫남자이고…그 남자외에는 남자 관계가
없다고…
완전 생 아다라시나 다름 없는 여자이다.
심봤다 외칠 정도는 아니지만…..
땡잡은 정도는 되는 것이다.
여자가 자기 입으로 아이비엠이라고 대놓고 말을 하는데….
아….그런데 술을 마셨다.
시팔…언제는 술 안마셨나….
갈등이 생겼다.
짧게 가면 무조건 주워 먹어야 한다.
후루룩 짭짭 말이다.
내가 언제부터 젠틀맨인가….
오연지 만나기전에는 담배피고 가래침뱉는 완전 생날라리년들 따먹고
다니던 나도 밑창 인생이었다.
주는년 마다한 적 없었다.
제대로 된 년은 단 한 년도 없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오늘 오대리를 주워 먹으면….
우리 관계는 싸구려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섹스는…..
나에게 아주 많이 중요하지는 않았다.
오대리와 정신적인 교감을 가지고 싶었다.
육체적인 교감은 어떤 잘난년때문에 지겹도록 했었다.
나는 스스로도 너무 허세 떤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목소리를 깔고 다시 한 번 개구라를 풀었다.
"오대리….못 들은걸로 할께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지켜야 할 벽이라는게 있는데…
그걸 너무 쉽게 허물어 버리면요….
서로가 다 상처를 받아요….
난, 오대리와 더욱 친해지고 싶어요.
우리, 친한 친구처럼 지내면 안될까요?
아이비엠은 콤퓨타나 잘 만들라고 전해주세요….."
오대리가 눈에 눈물이 조금 고인채….미소를 지으면서 나에게 말을 했다.
"사장님….아이비엠은 이제 컴퓨터를 만들지 않아요….
비즈니스 솔루션을 공급해주죠…..
사장님 고맙습니다….
제 인생에 솔루션을 은근히 하나씩 전해주시는것 같아서….
제가 너무 고마워요…..
진심으로요…..
제가 싸구려가 되지 않도록….사장님에 저에게 빛을 내주시는것 같네요…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오대리가 눈물이 흥건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말을 했다.
제대로 먹힌것 같았다.
홍진이와 영식이가 지금 내 꼴을 보았으면 가슴을 치고 답답해서
죽을라고 했을것이다.
홍진이와 영식이의 철칙은 일단 먹고 보자였다.
일단 주는년은 먹고 나서 대화를 나눈다가 원칙인데….
나의 이 허세 가득한 처세를 보면….
두 놈은 아주 날 죽이려고 할 것이다.
꼴값을 한다고 하겠지….
오대리의 하얀 블라우스를 입은 단아한 모습을 보니까….
나도 성욕이 동했지만…..
더 큰 미래의 그림을 위해서 딸딸이로 기레까이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펄…..
오대리를 택시를 태워 보냈다.
택시 번호를 오대리의 문자로 보내주었다.
답장이 왔다.
[사장님이 오늘 저에게 증명해주셨어요. 세상엔 분명히 좋은 남자도
있다는 것을요. 제가 사장님한테 정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정말 노력해 보고 싶어요.]
오대리는 이제 넘어온거나 다름 없었다.
촉이 왔다.
일주일이나 묵혔다.
내가 이게 무슨 꼴인지….
하지만…정말 여자사람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평범하고, 제대로 된 말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그동안 제대로 된 여자를 만나본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았다.
나는 오대리에게 조심해서 가라는 문자를 다시 답장으로 해주었다.
봄비가 아직도 내리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까 벌써 여덟시 반이었다.
이런….강이를 빨리 데리러 가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산을 쓰니 빨리 걸을수가 없었다.
나는 우산을 접고 뛰기 시작했다.
어린이집까지 뛰어가는 내 두 발이 하늘을 날 듯이 가벼운 것 같았다.
"강아….왜 울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웬만해서는 잘 울지 않는 놈이다.
느긋하기가 나무늘보에 버금가는 놈인데….
내가 어린이집에 도착을 해보니 강이가 눈을 꿈벅이면서
눈물을 한 방울씩 짜내고 있었다.
"아버님….강이가 저녁을 어린이집에서 주니까, 잘 먹지 않고
그때부터 놀지도 않고 이렇게 우네요….."
더 어릴때도 어린이집에 저녁에 맡겼던 적도 많았다.
야간 근무가 있을때도 그렇고 말이다.
하지만….강이가 말을 단어로 하나 하나 조금씩 하고 난 후에는
처음이다.
강이가 무언가 불안했었나보다.
날 보자 강이가 조금씩 울던 울음을 크게 터트렸다.
"빠아……."
이상했다.
이런것에 울 놈이 아닌데 말이다.
강이는 나를 빠아라고 부르면서 크게 울음을 터트렸다.
그때 어린이 집 앞에서 다른 애들 엄마가 뽀뽀해주는 것을 본 이후로….
손가락을 입에 빤 이후로…..
뭔가 강이가 예전과는 달라진 것을 느낄수 있었다.
강이도 이제…..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수 있었다.
강이는 내 목에 강하게 매달렸다.
평소의 강이 같지 않게 내 목을 힘을 주어서 꽉 잡고 놓지 않았다.
"강아….미안해…..아빠 많이 기다린거야….."
나는 강이의 등을 두들겨 주었다.
술이 팍 깨버렸다.
내가 지금 뭔 짓을 한 것인가….
강이는 항상 아기인줄만 알았다.
강이는 항상….그냥 먹을 것만 주면 벙긋벙긋 웃는 아기인줄만 알고 있었다.
아니었나 보다.
내가 뭔가 심각한 실수를 한 것만 같았다.
강이도 무언가…생각을 하고 주변 환경에 하나 하나 민감하게
반응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워낙에 무던한 놈이라서….내가 방심했었다.
아연이 키울때는 단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다.
그때는 처음이라서 항상 긴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난…오늘 긴장이 풀린채…..강이를 잊고 있었다.
그냥 시간이 되어 강이를 데리러 가면 되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어린이집에 늦게 데리러 간다고 말을 해 놓은 것으로….
나는 그냥 안심 푹 놓고 있었던 것이다.
"강아….아빠가 미안해….정말 미안해….."
어린이집 원장까지 와서 괜찮을꺼라고….요 근래에 항상 같은 시간에
아빠가 왔는데…..
그 시간에 많이 지나도 아빠가 안와서 조금 놀란 모양이라고만 말을 했다.
강이를 안고 우산을 쓴채 집까지 왔다.
집에 와서야 강이는 힘 주어서 잡고 있던 내 목을 놓았다.
아연이가 집에 있었다.
아연이는 방금전에 집에 왔다고 했다.
아연이가 우리보다 먼저 들어와 있었다.
아연이도 정말 방금 왔는지 교복을 입은채로 였다.
강이를 씻겼다.
깨끗하게 씻기고 강이를 저녁을 다시 먹였다.
어린이집에서 거의 먹지 않았다고 하는게 마음에 걸렸다.
강이가 좋아하는 고기 반찬도 강이는 많이 먹지 않았다.
멜론도 조금 먹는둥 마는둥 하더니 강이는 고개를 돌렸다.
너무 시간을 많이 잡아먹은것 같았다.
시간가는줄도 모르고 어떻게 그럴수가 있을까….
내가 과연 아빠 자격이 있는 인간일까….
내 나이 올해 마흔 일곱이다.
뭐가 외롭고, 뭐가 대단한 인생이라고, 이제 두돌도 안 된 아이를
맡겨놓고 컴컴해질때까지 여자와 술을 마신단 말인가….
그 여자 인생 이야기 들어주는게…어찌 내 자식보다 더 소중할수가
있을까….
부귀영화 안누려도 되고, 내 행복따위는 없어도 된다.
그저 자식새끼들 잘 간수하는게 부모의 첫번째 의무이자
책임인것을…..
내가 그런 기본중의 기본을 왜 망각한 것일까…..
매일 낮에 같이 있는 애들이 아닐것이다.
엄마 아빠가 늦게 오는 애들이나 하루 종일 맡기는 애들만 있었을 것이다.
선생님들도 야간반 선생님들이 주간반 선생님들하고 교대를 하시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강이 입장에서는 낯선 선생님들도 있었을 것이다.
항상 저녁을 하러 집에 가면서 강이를 찾았기 때문에 날이 컴컴해진후에
강이를 찾은 날이 최근에는 없었다.
적어도, 아내가 다시 집을 나간 이후로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강이를 안고 거실을 천천히 걸었다.
베란다에서 창 밖으로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았다.
술을 먹었지만 전혀 술이 취하지 않은 날이었다.
강이 때문에 속상해서 아까 오혜지 대리와 대화를 나누었던것들이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강이는 평소처럼 편안한 자세가 아니라 조금 불안한 폼으로
나에게 안겨 있었다.
아연이가 연습방에서 연습을 마치고 나왔다.
"강아, 누나가 잠깐 안아줄께 이리와…."
아연이가 강이를 보고 손을 뻗었다.
강이는 나에게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강이 왜 이래? 오라고 하면 넙죽 넙죽 안기더니…"
아연이도 신기한듯 말을 했다.
"오늘 강이 컨디션이 좀 안 좋아….아빠가 어린이집으로 늦게
데리러 가서 강이가 불안했었나봐…..아빠가…..실수했어….."
"에이….뭐가 아빠가 실수야…
강이 저번에도 저녁시간에 맡긴적 많았잖아…."
아연이가 나를 달래주려고 이야기를 했다.
내가 아연이에게 말을 했다.
"아연아…강이도 이젠 아기가 아니야…..자기 감정을…이제…
강이도 하나씩 나타내는 거야….자기의 분명한 의사표시를 말이야…."
나는 강이를 쓰다 듬으면서 말을 했다.
잠이 깜박 들었다가 강이 울음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시계를 보았다.
열두시였다.
아연이를 재우고 강이를 아기 침대에 재우고 나도 침대에 누운기억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바로 잠에 든 모양이었다.
자정인데 강이가 왜 우는걸까….
무드등을 켜고 강이를 보았다.
강이는 잠을 자지 못하고 뒤척이고 있었다.
엉엉 우는 것이 아니라….칭얼대듯이 울고 있었다.
나는 강이를 번쩍 안아들다가 깜짝 놀랐다.
얼굴에 열이 나는 것 같았다.
바로 체온계를 가져다가 귀에다가 넣고 체온을 쟀다.
38.5도였다.
기침도 안하고, 콧물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강이의 옷을 너무 덥지 않게 시원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침대에 눕혔다.
혼자서 괴로운듯 끙끙 앓고 있었다.
나는 강이를 내 몸에 너무 밀착되지 않게 안았다.
그리고 거실로 나가서 구급함에서 해열제를 꺼냈다.
"강아….왜 그래…..우리 강이 왜 열이날까…."
지난 겨울 내내 감기 한 번 안걸렸던 녀석이다.
왜 갑자기 열이 나는 걸까…..
일단 부루펜 시럽을 먹였다.
그리고 안아서 재우려고 했으니 강이는 자지 않고 계속 움직였다.
불편한 모양이었다.
따뜻한 보리차를 식혀서 강이에게 조금 먹이려고 했으나 잘 먹지 않았다.
조금 먹는둥 마는둥 했다.
"강아…물을 먹어야해….."
거의 삼십분동안 안았다가 내려놓았다가를 반복했다.
열이 삼십구도까지 올라갔다가 더 이상 올라가지는 않는것 같았다.
가와사끼병은 아니겠지…..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아연이때는 밤에 열나서 애를 안고 응급실로 뛰어간적도 있었다.
하지만….그건 애만 고생시키는 것이다.
응급실에 가도 열나는 아기는 별달리 치료해주는게 없었다.
옷 벗기고 거즈로 문질러주고 해열제 주는것 외에는 응급실에서도
용빼는 재주가 없다는 것을 이미 아연이때 다 경험해 봤기 때문에
이 정도 열로 응급실에 가는건 애만 잡는 거라는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강이를 안고 등을 가볍게 비벼주면서 거실을 걸어다녔다.
"아빠 왜그래? 강이 아퍼?"
아연이가 계속 거실에서 달그닥 더리니까 잠에서 깬 모양이었다.
"응…괜찮아…강이 열이 좀 나서 그래….아연아 너 내일 학교 가야 하니까
얼른 자….."
"아빠 힘들지 않어? 내가 잠깐 안고 있을께….."
"괜찮아…..아빤 너 어렸을때 밤새 안고 있던 적도 있었어…..
아빠 힘세잖아…."
나는 강이를 안고 거실을 왔다갔다 했다.
강이는 잠을 자지는 않고 힘없는 얼굴로 축 늘어진채 나에게 안겨 있었다.
평소의 강이 같지 않았다.
자주 아프지 않는 대신에 한 번 아프면 아주 끙끙 앓는 스타일인것 같았다.
엄마의 말에 의하면 내가 어렸을때 그랬다고 했다.
감기도 잘 안 걸리는데…한번 아프면…진짜 아주 끙끙 앓은후에 툭툭털고
있어났었다고 했다.
내가 어렸을때 그랬다고 했는데….강이도 그런 것일까…..
거실을 그렇게 왔다갔다 하는데 강이가 가족사진 앞에서 손을 뻗었다.
축 늘어진 강이가 손을 뻗어서 아내의 얼굴을 만지려 하면서
작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마아……"
강이의 그런 행동을 보면서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내 인생은 개코나 무슨 내 인생인가…..
내가 무슨 권리로…..강이가 친엄마를 만나는 것을 막는건지….
죽일년이던 창녀이던…..자식에게 엄마는 엄마일 뿐이다.
어린 아이에게 엄마란…..그냥 엄마일 뿐이었다.
다른 무슨 미사여구가 필요한가.
엄마가 창녀던, 화상을 입어서 흉한 상처를 가지고 있던 척추장애로
곱사등을 가지고 있던간에….어린 아이에게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그냥 엄마일 뿐이었다.
마음이 아팠다.
"강아, 엄마 불러줄까?"
내가 강이의 이마를 짚어보면서 말을 했다.
내 입에서 엄마라는 말이 나오자 강이가 다시 힘빠진 얼굴로
말을 했다.
"마아…."
내 입장 따위는 더 이상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거실 구석에 서서 나와 강이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던
아연이에게 말을 했다.
"아연아, 엄마 자나 전화 좀 해봐…."
아연이가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보면서 말을 했다.
"아…아빠….."
내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했다.
"아빠가 무슨 권리로 엄마랑 강이를 떼어놓겠냐…..
강이에게는….세상에 하나뿐인 엄마인데….
아연이도 이해 좀 해줘….
아빠가 강이한테 너무 미안해서 그래…"
"아연아, 엄마 전화 받으면 잠깐 오라고 해…..
아니…아니다…..전화해서 아빠 좀 바꾸어줘…"
아연이가 핸드폰으로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난데…잠깐 아빠 좀 바꾸어줄께…"
아연이가 전화기를 나에게 주었다.
"잤어?"
"아니요…책 보고 있었어요. 그나저나 이 시간에 웬일이에요?"
아내가 놀란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했다.
"강이가 열이 좀 나….그런데 엄마를 찾네….잠깐 이리 올 수 있을까?"
"지금 바로 갈께요."
아내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답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나 문 앞이에요]
문자가 와서 보니까 아내였다.
그러고 보니 아내는 이 집에 들어올수 있는 방법이 없다.
현관비밀번호도 바꾸었고, 아내의 지문기록도 삭제해 놓은 상태였다.
아내는 현관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지 못하고 나에게 문자를 보낸 것이었다.
내가 강이를 안은채 현관문을 열었다.
아내였다.
정말 십분이나 걸렸을까?
차를 가지고 왔을텐데….
아내의 머리와 옷이 약간 젖어 있었다.
아내는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지하주차장에 차를…….
아…..아내의 차는 지하주차장에 등록이 안되어서 들어갈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파트 상가쪽에 차를 세우고 여기까지 뛰어왔다는
이야기였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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