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3] 비밀일기 021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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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전
비밀일기 021 ----------------------------------------------
토요일이 되어서 아연이는 학교에 가고 나는 아내와 같이 강이를 데리고
바람을 쐬러 갔다.
나는 교외의 공원을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내는 예상외로
일유대 캠퍼스에 가자고 했다.
토요일의 캠퍼스는 좀 한가할 줄 알았는데 웬걸 학생들이 제법 많았다.
정문쪽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강이를 커다란 유아용 수레에 태우고
내가 밀면서 캠퍼스를 걸었다.
가을 하늘 날씨가 참 푸르른 날이었다.
산책하기에는 참 좋은 날씨였다.
"오늘 날씨 참 좋네요…."
아내가 웃으면서 말을 했다.
"그러게….여기도 녹지가 많아서 앉아서 쉴때가 많겠다."
강이를 태운 수레에는 돗자리와 먹을것들등 준비해온 것들도 실려 있었다.
우리는 수레를 끌고서 일유대 캠퍼스를 천천히 걸었다.
아주 천천히 그렇게 캠퍼스를 걸어가다가 아내가 말을 했다.
"오빠, 저기가 음대 건물이에요…."
아내가 한 건물을 가리켰다.
그러고 보니 건물 앞에 아연이처럼 바이얼린 가방을 든 학생들도
많이 왔다갔다 하고 있었고, 기타가방보다 훨씬 큰 첼로 가방을 들고
다니는 학생들도 보였다.
토요일인데도 학교에 나온 학생들이 제법 많은 것 같았다.
우리는 음대 건물 앞 커다란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았다.
아내가 첼로를 매고 지나가는 여학생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아내는 긴 생머리를 한 그 여학생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뭘 그렇게 봐…"
아내가 집중을 하고 있다가 살짝 정신이 든 것 처럼 나를 쳐다보았다.
"아니요….그냥….부러워서요….."
아내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했다.
하긴…..아내의 집안이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아내도 일유대 음대에
지원을 했었을텐데….
내가 천천히 말을 했다.
"뭐, 다 지난 일인데….그 대신에 딸래미 잘 키워서 여기 들어오기 일보
직전이잖아….
그걸로 대리만족하고 살아야지 어쩌겠어…
세상에, 아쉬움 없는 인생이 어디있겠어…"
나는 강이를 줄 간식의 뚜껑을 열면서 천천히 말을 했다.
강이는 수레에서 나와서 벤치 앞 잔디밭에서 기분이 좋은지 아장아장
걸어다니고 있었다.
걷다가 가볍게 뛰다가 강이는 오랜만에 나오는 넓은 잔디밭이 신기하고
좋은 모양이었다.
아내가 강이를 보면서 말을 했다.
"강이 데리고 이제 야외에 자주 나와야 겠어요.
맨날 아파트하고 어린이집 그리고 마트 같은데만 가니까….."
내가 대답을 했다.
"여름 지난지 얼마나 되었다고….
다 그런거지 뭐…원래 세돌 되기 전까지는 끼고 사는거야…
세상 험해서 뭐 여기저기 돌아다닐수 있겠어…"
아내는 강이가 노는 잔디밭 너머로 보이는 음대 건물을 다시 주시하면서
말을 했다.
"학교 다닐때, 혼자서 음대 건물앞에 와서 잠시동안 있다가 간 적이
참 많았었어요….일학년때 말이에요….."
"…………………."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아내가 아무리 구라대마왕이라고 해도, 자기 유년시절의 꿈까지
거짓은 아닐것이다.
그리고 그건 아내한테만 들은게 아니라 장모님도 같은 이야기를 하신거라서
아내의 꿈에 대한 아쉬움은, 나도 너무 잘 알고 있는 일이었다.
아내의 첼로실력도 아깝고 말이다.
아직도 연주를 할 수 있는 실력이니까 말이다.
아내가 잔디밭에서 놀다가 다시 우리 앞으로 와서 벤치 앞에
깔아놓은 돗자리위에 앉아서 간식을 먹는 강이를 보면서 말을 했다.
"그냥, 남자 같은거 모르고 학교 착실하게 졸업했어도 참 좋았을텐데….
봉선생 그 개자식만 안 만났어도……"
나는 아내의 입에서 갑자기 나온 상스러운 말에 흠칫 놀랐다.
하지만 아내를 쳐다보지는 않았다.
아내도 자신의 입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말 때문에 조금 놀랐는지
나를 보고 말을 했다.
"뭐, 나는 욕도 안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잖아요….
욕을 몰라서 안 하는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뭐….오빠 앞에서 욕 한 두 마디 하면 안돼요?"
아내가 웃으면서 말을 했다.
"혼자 난리냐? 난 아무말도 안했다."
나도 가볍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했다.
"제일 못난게, 지난 나쁜 과거의 기억을 자꾸만 꺼내서 생각하는 거랬는데…
나는 아직도 그러네요….
봉선생은 이제 정말 다 잊은건데도…..일유대 오니까 다시 생각나네요….
에이……"
아내가 자기도 웃긴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을 했다.
"웃기는 이야기이겠지만, 난 아직도 일유대 음대에 입학하는 꿈을 꾸어요…
나이 마흔세살에 첼리스트는 너무 웃기는 꿈이겠죠…"
아내가 멍하니 강이를 보면서 말을 했다.
"뭐가 어때….어차피 뭐 학원에서 영어 가르치는거 평생 할꺼 아니잖아.
마흔 세살이면 어때…..인생은 육십부터라는데..마흔 세살이면 요즘
세상에 완전 애기지…
마회장님 육십 빼기 한 살인데 올해 아빠 되었잖아,
인생은 정말 육십부터야, 늦었다고 생각할때가 제일 빠를때가 아니라
늦었다고 생각이라도 들면 그나마 가능성이 있을때라니까…
죽기 직전에 침대에 자빠져서 그때 하고 싶으면 얼마나 억울하겠어,
당신도 시험 다시 봐서 음대 들어오던가…."
내가 가볍게 웃으면서 아내에게 말을 했다.
"에이, 다시 학교 다닐 자신은 없어요.
그냥 우리 아연이 음대에 입학해서 멋지게 학교 생활 하는걸 보면
그걸로 만족해야죠….."
"그건 니가 알아서 하고, 그나저나 우리 아연이가 벌서 내년에
대학생 되는구나, 진짜 실감이 안난다.
그나저나 아연이가 크면 클수록 너무 예뻐져서 큰일이다.
아연이는 절대로 남자관계를 너 닮으면 안되는데 말이다.
내가 통제하고 관리하는게 아마도 올해가 마지막이겠지….
아연이가 내 품안의 자식인게 말이야…"
나는 쓸쓸한 표정으로 아내에게 말을 했다.
"뭔 말을 그렇게 해요…..
나도 원래 지금 같은 여자는 아니었어요….
난 스무살 입학하고 나서도 남자의 남자도 모르던 여자였다구요.
우리 아연이가 많이 이쁘기는 해요, 몸매도 정말 여자가 봐도 이쁘게
잘 빠졌구요….피부도 관리 한 번 안해도 정말 곱고….."
아내가 멍하니 지나가는 학생들을 보면서 말을 했다.
아내와 같이 음대 앞의 그늘에 앉아서 지나가는 학생들을 보면서
잡담을 나누었다.
강이는 간식을 먹다가 잔디밭에서 뛰어놀다가 좋아하는 것 같았다.
아내가 강이의 손을 잡고 잔디밭을 같이 걸어서 돌아다니면서 놀았다.
우리같이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들이 참 많았다.
일유대 캠퍼스 자체가 공원 같았다.
이십년전에도 이 자리에 이렇게 있었고, 그 전부터 있었지만 말이다.
이 자리가 이렇게 좋은 공원의 역할을 할 것은 정말 몰랐었다.
그렇게 거의 세시간 가까이 잔디밭에서 놀고 대화를 나누다가
다시 정문쪽으로 강이를 수레에 태워서 걸었다.
"상대쪽으로는 안 가봐?"
내가 아내에게 물었다.
"응….이젠 싫어요….
봉선생 자꾸 생각나는 것도 싫고, 교수님 생각나는 것도 좀 그렇고….
끝이 안 좋았잖아요…자식 위한다고 그런 선택 하신거지만…
그렇게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결정하신거지만…
본인 속은 어땠을까요?
자기 생명을, 자기 손으로 끊는 심정이 어땠을까요?
나도, 죽을 고비에 서봐서 그 느낌 잘 알아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살고 싶은게 사람 마음이에요….
요새 들어서 다시 가끔 생각나는데, 나 진짜 그때 오빠가 그렇게 빨리
대처하고, 뛰어나니고, 돌봐주지 않았으면 진짜 까딱했으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동안은 살아났다는 사실 때문에 다시 잘 되돌아보지 않아서 그런데…
요새 들어 가만히 되돌아보면, 진짜….오빠 때문에 제2의 인생 사는것
같아요…."
"니미 그렇게 잘 알면서 중국가고, 또 일본에 기어가냐….
말이 좆도 앞 뒤가 안 맞아…."
내가 웃으면서 아내한테 말을 했다.
아내도 웃었다.
"아니, 그냥 그렇다구요…."
우리는 그렇게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토요일의 일유대 피크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한 주가 지나고 오후에 아내와 같이 차를 보러 갔다.
나는 아내가 그냥 편하게 탈 차를 고른다고 해서 그냥 국산 준대형 정도의
편한 차를 생각했다.
물론 레인지로버를 팔았기 때문에 돈은 충분히 있었다.
억대가 넘는 차를 산다고 해도, 뭐 딱히 막을 방법은 없었다.
이억이 넘는다는 혼다 NSX를 아내가 내 명의로 바꾸었기 때문이었다.
다른건 몰라도, 지 재산 나한테 넘겨주는건 정말 시원시원했다.
이런 여자는 정말 세상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회장님에게 혼다차도 아내가 내 명의로 바꾸어 버렸다고 하자,
마회장이 웃으면서 이야기를 했었다.
"그게 뭔 상관이냐…누구 명의냐가….
어차피 지금 니 명의의 재산들은 거의 다 니 아내 때문에 형성된 것이잖아…
니 와이프가 똑똑한거지…
재산 다 자기 이름으로 가지고 있으면 뭐해…
그냥, 관리하기 귀찮은데 다 니 이름으로 해놓고, 너 하나만 꽉 잡으면
되잖아.
너만 평생 꽉 잡는다는 보장만 있다면 나같아도 니 이름으로 다 해놓고
관리하라고 그러겠다."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이론이었다.
다 내 이름으로 해놓던 말던, 나만 꽉 잡으면 된다는 거 아닌가….
젠장….
에이…설마 아내가 그러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필요하면 더 벌어주겠다는 여자인데 말이다.
아내를 NSX 옆 좌석에 태우고 자동차 대리점들이 모여있는 대로변으로
갔다.
나는 국산차 대리점으로 차를 몰려니까 아내가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오빠, 저기로 가봐요…."
나는 아내가 가리키는 대로변에 차를 세웠다.
빨간색 혼다 슈퍼카가 서자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아내가 혼다를 타기 좀 그래하는 이유를 나도 알 것 같았다.
너무 시선 집중을 받는 차였다.
아니 이럴줄 모르고 이걸 주문한 것인가?
길에서 진짜 보기 힘든차인데….
이 차보다 더 비싼 페라리가 차라리 길에서 더 흔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나는 차에서 내려서 아내가 손으로 가리킨 자동차 매장을 보았다.
젠장 벤츠였다.
니미 가진 돈 탈탈 털어서, 돈 없다던 년이 벤츠를 구경하자고 하는 것이었다.
하긴, 쟈니가 월급주는 통장도 아내가 그런게 있다고 말을 하기는 했지만
거기에 얼마가 있다고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내가 존슨의 회사에서 이사로 승진하고 받았던 월급을 내가 알기에
그 정도만 되어도 그동안 상당한 금액이 통장에 쌓였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미니스커트는 아니었지만, 무릎 정도까지 오는 까만 스커트 정장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내 쪽이 아닌 아내의 오른쪽으로 옆트임이 있는 스커트였다.
걸을때 아내의 하얀 허벅지가 묘하게 보이는 그런 스커트 정장이었다.
아내가 벤츠대리점에 들어가자마자 말쑥하게 생긴 영업사원들이 아내옆에
바짝 붙어서 이것 저것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내는 차를 이것저것 보았다.
설마 에스 클래스를 고르는건 아니겠지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레인지로버를 판 돈 이상의 지출이 있는건 싫었다.
우리가 무슨 부자라고 새 외제차를 또 산단 말인가?
아내가 에스 클래스를 만약에 사려고 하면 혼다도 팔아버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내는 개솔린 앤진을 장착한 신형 이 클래스를 골랐다.
은색 이 클래스를 고른후에 나를 보고 말을 했다.
"여보, 나 이걸로 할래요…."
나는 영업사원 앞에서 이년아 여보라고 부르지 말어라고 할 수도
없고 그냥 웃기만 했다.
아내는 계약서에 사인을 한 후에 내 뺨에 가볍게 뽀뽀를 했다.
"여보 고마워요, 잘 탈께요…."
늘씬한 미인이 나에게 뽀뽀를 하자 영업사원들이 멍하니 나를 쳐다보았다.
마치 내가 무슨 재벌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부인한테 벤츠를 사주고, 감사의 뽀뽀를 받는 그런 능력남 말이다.
괜히 우쭐해서 어깨에 조금 힘이 들어간게 사실이었다.
긴장이 되는 한 주였다.
아연이 실기 1차 시험이 있는 주였다.
접수할때까지만 해도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으나, 이제는 시간이
너무 빨리 앞으로 다가온 것 같았다.
실기 1차 시험에서 떨어진다면 그 다음부터는 일이 복잡해진다고 했다.
일단 실기 1차 시험에서 떨어지면 일유대 음대는 그대로 낙방이라고 했다.
다른 기회가 전혀 없다고 했다.
나는 수시가 뭐고 정시가 뭐고 이런게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인터넷에 나온 입시요강을 읽어보아도 잘 몰랐다.
아내의 설명을 들어야 반쯤 이해할 정도였다.
아내가 아연이와 알아서 잘 해주기만을 바라고 있을 뿐이었다.
실기 1차 합격자 발표가 11월 초에 있다고 했다.
그리고 11월 중순이 지나고 1차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한 2차 실기
시험이 있다고 했다.
만약 2차 실기도 잘 한다면 수능 자체가 큰 문제는 안 될 것이다.
2차 실기시험 응시자들을 대상으로 한 필기 및 면접 고사가 3차 시험이니까
말이다.
2차 실기도 다 끝나고 12월초에 필기 및 면접고사를 보고나서
바로 12월 중순 이후에…그러니까 크리스마스 전에 최종 합격자 발표를
한다고 했다.
젠장 뭐 과거시험을 보는 것도 아니고 시험을 이렇게 질질 끌면서
길게 보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대학을 갈때만 해도 학력고사 딱 봐서 한 방에 정하는게 깔끔하고
좋았다.
그래야만 과외같은거 안 받은 개천에서 용나는 학생들이
팍팍 튀어나오는 것인데, 지금은 시험이 아니라 정보전쟁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일단 11월 중순에 있는 수능도 소홀히 할 수는 없었다.
만에 하나 1차 실기에서 떨어진다면 대안이 없었다.
일유대 음대는 바로 포기해야 하지만, 수능을 보고 일유대가 아닌
다른 정시 모집 기회가 있는 음대를 노리려면 수능을 잘 봐야만 했다.
일유대는 올해 정시가 아닌 수시로 음악대학 인원을 전원 선발한다고
했다.
이래저래 아연이한테는 이제 피말리는 시간이 다가온 것이었다.
이젠 공부나 연주 연습에 매진하는게 아니라 일정을 소화하는게
더 중요한 게 되는 것 같았다.
아내가 11월부터 강의를 일주일에 두 번만 하기로 줄인 이유가 있었다.
아내는 두 번 모두 야간에 강의를 집중적으로 배치했다고 했다.
아내역시 아연이의 입시에 온 정성을 기울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와의 잠자리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아내는 강의가 없어서 집에서 자는 날에는 나와 꼭 관계를 가졌다.
그리고 몇 번 가지다 보니까 자기가 원하는 체위로 나에게 이것 저것
요구를 하면서 관계를 하고 있었다.
아내와의 관계에 다시 익숙해져서 아내가 시키는 대로 하는 내가 좀
이상하게 생각될 정도였으나 아내의 말을 듣는게 워낙 십수년간
익숙했던 일이라서 바로 적응이 되는 것 같았다.
결국 10월말은 아연이의 실기 1차시험과 함께 그렇게 지나가 버렸다.
그리고 11월이 바로 되었다.
예고 입시할때와는 긴장감이 틀렸다.
예고는 떨어지면 그냥 일반계고를 가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유대 음대는 떨어지면 바로 다음 상황을 준비를 해야만 했다.
다른 음대를 진학하거나, 아니면 아연이 선배 전교회장처럼 유학을
바로 가거나 어찌되었든 뭔가는 해야만 했다.
떨어졌다고 슬퍼할 겨를도 없어 보이는 것 같았다.
아내의 일기도 훔쳐보아야 하는데, 솔직히 그런건 신경을 쓸 겨를도
없었다.
11월 한 달은 아연이에게 온 정성과 신경을 다 쏟아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아연이의 1차 실기시험 합격자 발표가 바로 다음날로 다가오자
나는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아내도 잠을 뒤척이는 것 같았다.
떨어지지야 않겠지라는 믿음이 있기는 했지만, 만약에 떨어진다면
1차에서 떨어지는게 나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일유대 음대는 아내가 가지고 있던 과거의 꿈이자, 현재 아연이의
꿈이었다.
하지만 말이다 세상 살다보니까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이 참 많은 것 같았다.
세상 모든게 내 마음 같이 않았다.
만약에 좋지 않은 결과가 있더라도 아연이가 상처를 받지 않는게
더 중요했다.
일유대 음대에 못간다고 해서 인생 끝나는게 아니었다.
그냥, 모든게 다 잘 되기를 바랄뿐이었다.
우리 아연이 너무도 의젓하게 여기까지 와 주었는데 잘 하기만을
바랄뿐이었다.
다음날 오전에 일을 하다가 아내에게 문자를 받았다.
아연이 실기 1차 합격했다고 말이다.
드론을 조종하다가 말고 눈물을 줄줄 흘렸다.
내가 합격한 거 보다 더 기뻤다.
최종합격도 아닌데 너무 가슴이 벅찬것 같았다.
마회장은 왜 니가 우냐면서 웃었지만, 계속해서 눈물이 쏟아졌다.
아연이가 1차 실기시험에 합격을 하고 나니까 마음의 여유가 많이 생겼다.
아내도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지만 아연이는 1차 합격자 발표 전보다
더 얼굴에 긴장하는게 역력했다.
이제부터가 진짜 게임인 것을 아연이도 느낀 모양이었다.
혼자 이겨내기를 바랄수 밖에 없었다.
일정이 복잡하게 꼬여있었다.
일단 11월 중순에 바로 수능이 있었다.
일유대 음대 합격을 자신한다면 수능을 소흘히 해야겠지만
그건 아무도 장담 못하는 일이었다.
아내가 나섰다.
수능은 평소실력으로 보고, 2차 실기시험에 매진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만큼 아연이 평소 실력을 믿고 있는 아내였다.
아연이는 다른때와는 달리 아내에게 무척이나 의지하고 기대는 모습을
보였다.
진지한 표정으로 전혀 긴장하지 않고 아연이에게 이것 저것 작전을 세우고
지시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니까, 맨날 오빠 난 오빠밖에 없어요,
아이 맛있다 하면서 꼬리를 흔드는 아내의 모습은 온데간데 찾을수가 없고
카리스마 넘치는 오연지로 변해 있었다.
남자인 내가 봐도 든든해 보이고 의지하고 싶을 정도였다.
하긴 저게 오연지의 진짜 모습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의 일정은 수능을 보고나서 일주일 정도 있다가 2차실기 시험이었다.
아연이는 진짜 자는 시간 말고는 2차 실기 시험에 매진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긴장된채로 살아가는 어느날 오전에 일을 하는데
홍진이에게 문자가 왔다.
[형 지금 일하고 있지? 전화 할수 있을때 전화 좀, 그때 그 모델같은 놈들이
건물에 와서 뭔 짓들을 하고 있어, 난 일단 지켜보기만 할께]
이게 무슨 소리인가?
모델 같은 놈들이라니?
내 주변에는 전부 승냥이 새끼같은 놈들만 있지 모델 같은 놈들이라면
어디보자, 전부 아내와 관련된 놈들인데 그중에 건물에 와서 뭔 짓을 할
놈들이라면, 게이브라더스밖에는 없는데….
그 놈들이 뭔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는 홍진이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보았다.
게이브라더스가 새 건물의 디자인을 좀 수정할게 있다고 사이즈를
재고 이것저것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지금도 충분히 좋은데 뭘 수정을 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나는 일을 마치고 오후에 편셔리쪽으로 넘어갔다.
진짜로 건물 옥상에 있는 디자인 조형물에서 녀석들이 뭔가를 하고 있었다.
나는 녀석들에게 가 보았다.
"아니 연락도 없이, 너희들 웬일이야?"
내가 재민이와 훈태를 보고 말을 했다.
훈태가 대답을 했다.
"형님, 죄송해요, 계속 마음에 걸려서, 이걸 빨리 끝내야 겠다는 생각에
연락도 못 드리고 왔어요.
연락 드리기도 너무 죄송하구요…"
재민이가 이어서 말을 했다.
"사실, 그때 쟈니형을 빨리 보고 싶어서 마무리를 저희가 백프로 만족하는
디테일이 나오지 않았는데, 그냥 빨리 끝을 내고 연지누나한테 정보를
얻어서 중국으로 간거에요.
다른 사람들은 다 괜찮다고 해도, 저희들이 예술가의 자존심 때문에
잠이 안 와서 이렇게 다시 오게 되었어요.
오래 안 걸려요, 며칠 이내로 끝낼꺼에요….
진작부터 오려고 했었는데, 쟈니형이 급하게 시킨일이 있어서요
그거 어느정도 윤곽을 잡자마자 바로 이렇게 오게 되었어요.
이걸 끝을 내지 않으면, 쟈니형이 시킨일이 진도가 안 나가겠더라구요.
여기 이 건물의 디자인에서 쟈니형이 시킨일의 영감을 얻었거든요…"
이건 또 무슨 개소리인가….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말이라는것은 일단 뱉으면 주워담을수가
없으니까 최대한 말을 아꼈다.
게이브라더스는 나에게 디자인해온 도면을 보여주었다.
지금 옥상의 조형 디자인을 조금 바꾸는 것이었는데 나는 지금 있는것이나
바꾼 것이나 별로 차이를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것도 아주 만족했다.
다들 좋다는데 왜 이 놈들만 난리일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내 옆에 있는 홍진이도 나에게 귓속말을 했다.
"형 지금도 졸라게 멋진데, 왜들 난리야…"
나도 홍진이와 같은 생각이었지만, 게이브라더스는 편셔리 부흥의
일등공신이라서 내가 할 말이 없었다.
아닌말로 디자인을 다시 때려부수고 새로 한다고 해도 내가 말릴
재간이 없었다.
내가 전권을 위임한 사실은 분명히 있었으니까 말이다.
녀석들은 다시 일을 하려다가 말고 나에게 말을 했다.
"쟈니형이 형님 정말 많이 보고 싶어해요.
연지누나 이야기보다 형님 이야기를 더 많이 했어요.
형님이 저희들 한테 잘 해주신다는 이야기 하니까 정말 기뻐하세요.
편셔리하고 새 건물 사진도 쟈니형한테 다 보여주었어요."
이런 젠장….
편셔리를 쟈니한테 보여주면, 나중에 그놈이 찾아오면 어쩌려고….
하는 생각을 하는데 바로 훈태가 말을 했다.
"쟈니형이 내년에 출소하면 형님을 꼭 찾아올꺼래요…
형님한테 잘못을 빌고 예전과 같이 좋은 관계를 유지할꺼라고 쟈니형이
말했어요."
니미 이건 또 무슨 개소리인가?
나랑 언제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좋은 관계를 유지한 척만 했을 뿐이지…
홍콩에서 그 젖같은 동영상들 보내서 사람 가슴 후벼팔때는 언제고
나를 찾아온다는 것인가?
쌍놈의 시키 진짜로 찾아오면 편셔리 옥상의 개집에 가두어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나의 속마음을 게이브라더스에게 이야기 하지는
않았다.
이 놈들은 그래도 나를 도와주고 따르는 놈들이 아니던가
이 놈들이 무슨 죄인가?
쟈니와 오연지가 이상한 인간들이지….
게다가 이 놈들에게 쟈니는 태양이나 마찬가지인 존재였다.
이 놈들은 쟈니가 없으면 광합성을 못하는 새끼들이라서
이 놈들 앞에서 쟈니를 개집에 가두어 버런다고 이야기를 하면
날 당장에 째려볼 놈들이었다.
쟈니가 이 놈들한테 무슨 일을 시켰다고 하는데 솔직히 조금 궁금하기는
했지만 내가 물어보면, 대화가 길어질까봐 일부러 물어보지 않았다.
재민이가 말을 했다.
"쟈니형, 재활치료 너무 잘 되어서 옛날의 쟈니형과 다를게
아무것도 없어요.
약물에 손댄거 뼈저리게 후회한대요. 이젠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안할꺼래요…
옛날에 저희들 약물할까봐 저희 집에 약물들 없나 조사하던
쟈니형으로 다시 돌아온것 같아요."
옥중에서도 다시 사업챙기시고, 쟈니형을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보게되어서 너무 기뻐요…."
재민이가 환하게 웃으면서 말을 했다.
나는 남 안되기를 바라는 생각은 나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쟈니새끼가 아예 아편굴같은데 폭 쳐박히는 상상을 말이다.
완전 또라이다, 지가 어떻게 나를 찾아올 생각을 한단 말인가?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었다.
솔직히 내년이 두려웠다.
아연이는 스무살이 되고,
쟈니는 출소를 하고,
오연지는 점점 더 젊고 이뻐진다.
시팔….
나는 편셔리 옥상에서 게이브라더스가 인부들과 디자인 공사를 하는것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아래로 낙하물 같은게 떨어지는 공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서
아래에 안전망같은것까지 다 설치하게 해서 혹시나 누가 다치는 사람이
없도록 신경을 썼다.
떨어지는 못 같은데만 맞아도 졸라게 아픈 법이었다.
다음날 다시 마회장과 일을 나갔다.
마회장이 모텔 아래에서 대기를 하면서 나에게 말을 했다.
"이번에 바람피는 년은 애가 셋이다.
애를 셋이나 낳은 년이 바람을 피네…
남편이 울더라 젠장….
아, 진짜 요새 우는 남자들 왜 이렇게 많냐…"
내가 대답을 했다.
"미세먼지 때문에 눈물샘이 자극되어서 그래요…"
우리는 드론을 날리고 두 년놈이 차를 세우고 모텔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들어가는 방을 확인한후에 드론을 고정시켰다.
여자가 살짝 통통하면서도 귀엽게 생긴 얼굴이었다.
많아야 삽십대 후반정도밖에 안될 것 같았다.
화장도 진하지 않고 옷차림도 수수한 편인데 바람을 피운다는게
조금 의아했다.
그때 남자의 얼굴이 화면에 잡혔다.
"엄마야…"
남자의 얼굴을 보자마자 내 입에서 저절로 엄마야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내가 놀라는 소리를 들은 마회장이 화면을 확대해 보고서는
깜짝 놀라서 말을 했다.
"어이쿠….저 화상이 또 등장했네…."
강무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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