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3] 비밀일기 027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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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5 21:27
비밀일기 027 ----------------------------------------------
벤츠에 지피에스를 달아놓으니까 너무 편했다.
아내가 체육관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아내의 집으로 향했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아내의 집안으로 들어가서, 옷장을 열고
사진을 찍고 조심스럽게 노트북을 꺼내서 내 노트북에 연결을 했다.
그리고 빠르게 파일을 추출하기 시작했다.
새롭게 추가된 파일은 아내의 핸드폰으로 찍은 강이의 사진들이었다.
일유대 캠퍼스에 놀러갔을때 내 사진 찍은것도 있었다.
내 노트북 화면으로 내 얼굴 사진을 보니, 나도 마흔 일곱치고는
주름살이 참 없다는 생각을 했다.
아내의 일기 파일이 저번보다 용량이 늘어나 있었다.
새로운 스프레스 시트 파일은 없었다.
아내는 그동안 일기를 더 쓴 것이 분명했다.
다시 아내의 노트북을 잘 정리해 놓고 아내의 집에서 빠져 나왔다.
무사히 일기 파일을 쌔벼 냈으니, 목이 컬컬했다.
편셔리로 가서 차를 세워놓고, 커피전문점에 들어갔다.
커피전문점에 홍진이와 영식이가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테이크아웃 안하고 왜 여기들 앉아 있는거야?"
내가 영식이를 보고 말을 하자, 영식이가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견아 평소 같으면 왜 여기 자빠져 있냐고 할텐데, 왜 니가 그런
정상적인 언어를 쓰냐?"
나는 가볍게 웃어넘기면서 카운터로 걸어가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커피를 받아서 다시 자리로 와서 영식이 옆에 앉았다.
자리에 앉다가 삼학년칠반 비비안수와 눈이 마주쳤다.
커피를 주문하는 카운터에 사람들이 좀 있어서 커피를 주문하고
받으면서도 별다른 이바구를 나누지 못한 것 같았다.
나는 예전에 유행했던 도끼병이 도진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비비안수가 자꾸만 나를 쳐다보고 나에게 말을 걸까?
내가 좋은 걸까?
내가 돈이 많다고 소문이 나서 그런가?
그렇다고 해도, 여자친구한테 돈을 많이 쓸수 있는 형편은 아닌데 말이다.
월세 받는건 따박따박 적금을 넣고 있었다.
아무리 저금리라고 해도, 은행만큼 든든한 건 없었다.
진짜 나한테 꽂힌걸까?
설마 유부녀는 아니겠지?
"야 홍진아, 비비안수 유부녀냐 아니냐? 아직도 못 밝혀냈냐?"
내가 홍진이에게 속삭였다.
"응 우리가 가서 질문하면 그냥 웃기만 해…."
홍진이가 생크림이 듬쁙 올려진 커피를 먹으면서 말을 했다.
"형, 말난김에 내가 가서 또 물어볼까?"
홍진이가 나를 보고 웃으면서 말을 했다.
"오케이….고고씽….다시 가봐…진짜 졸라게 궁금하다.
시팔…서른 일곱에 설마 미스겠냐…."
영식이도 한마디를 거들었다.
나도 홍진이가 알아오면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고개를 끄덕이자 홍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카운터로 걸어갔다.
홍진이가, 무언가를 비비안수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나를 뒤돌아 보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비비안수와 무언가를
이야기 했다.
비비안수가 웃었다.
보조개가 폭 들어가는게….아주 귀여웠다.
홍진이가 웃으면서 비비안수와 무언가 이야기를 더 하더니 천천히 걸어서
자리로 돌아왔다.
"형들…..비비안수 미혼이래….올드미스래….애도 없데…."
"와우….시팔….너 대단하다, 너 저번에 물어봐도 그냥 웃기만 했는데
이번엔 웬일로 가르쳐 주냐…..대박인데…."
홍진이가 활짝 웃는 표정으로 말을 했다.
"응, 내가 견이 형이 물어보는 거라고 그랬지, 견이 형이 궁금해 한다고
좀 가르쳐 달라고 하니까, 웃으면서 말해주더라고…."
나는 순간 입에 물고 있던 커피를 홍진이 얼굴에 뿜었다.
"이런 씨발 새끼를……"
내가 너무 쪽팔려서 으르렁 대자 홍진이와 영식이가 잽싸게 자기
커피잔들을 챙겨서 커피전문점 밖으로 달아났다.
나는 창피해서 따라 나가려고 하니까 비비안수가 웃으면서 나를 보고
고개를 살짝 숙여서 인사를 했다.
그러더니 한 쪽손을 살짝 들어서 나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어이쿠 저….저년이 왜 저러지….아니…저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순수하고 깨끗해 보였다.
나는 얼굴이 새빨개 졌다.
나이 마흔 일곱에 이게 무슨 대딩들이나 하는 장난스러운 상황인지….
쪽팔리기도 했지만, 비비안수가 너무 환하게 나를 보고 웃어주어서
기분이 썩 나쁘지만도 않았다.
왜 시집을 안갔지? 저렇게 귀여운데 말이다.
저렇게 귀여운 여자를 데리고 살아도, 은근히 재미있을것 같은데 말이다.
나는 홍진이를 잡으러 커피잔을 들고 편셔리로 뛰어 올라갔다.
녀석은 벌써 어디로 달아나고 난 뒤였다.
나는 어디서 아내의 일기를 볼까 고민을 하다가, 아내도 없는데
집에서 편하게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회사를 안 가니까 진짜 남는게 시간밖에 없었다.
나는 집으로 가서 편한 자세로 소파에 앉아서 노트북을 켜고
아내의 집에서 쌔벼온 일기파일을 열어보았다.
설마 그동안 암호를 바꾼게 아닐까 하는 걱정도 되었지만
일기는 옛날 암호로 너무 쉽게 열렸다.
하긴 그 긴 암호를 바꾸는 것도 고역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코치가 가을 대회에 참가를 해서 3위에 입상을 했다.
아쉽게도 조코치는 순위권 안에 들지 못했다.
조코치가 침울해 하는것 같아서 힘내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주었다.
대회 영상을 사무실에서 이코치가 보여주었다.
조코치도 같이 그걸 보았다.
나는 조코치에게 남자부에서 몸은 조코치가 제일 멋있는것 같다고,
이번에는 운이 없었던것 같으니 다음에 다시 도전해 보라고 격려해주었다.
조코치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좋아하면서 웃었다.
이코치가 조코치를 좋아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코치는 이코치가 자신의 스타일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코치는 여자의
직감으로 보건데, 분명히 조코치에게 동료 이상의 감정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 전에는 그런게 보이지 않았으나, 최근에 그런걸 많이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이코치에게 무언가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혼자 밤에 요가를 하면서 조코치가 선물해준 비키니 대회 의상을
입고 요가를 했다.
혼자 있을때는 알몸으로 요가를 할 때도 있는데, 대회 의상을 입고 요가를
하니 기분이 뭔가 이상했다.
이 의상을 입은 모습을 오빠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아니 오빠에게 안길때, 이 의상을 입고 오빠에게 안기고 싶었다.
그리고 이 의상을 젊은 남자가 선물해 주었다고 솔직히 오빠에게 말을
해보고 싶었다.
오빠가 질투를 느끼면 좋겠다.
질투가 심하면 심할수록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오빠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나보고 미쳤다고 하겠지….
운동을 정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정말 대회에 한 번 나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아연이의 입시가 우선이다.
아연이의 입시일정이 다 끝나면…..아마 올해말이나 내년이 되겠지,
그러면 나도 정말 이코치처럼 대회에 한 번 나가보고 싶다.
젊은 사람들 틈바구니에도 한 번 서보고, 나와 비슷한 또래들과도
한 번 겨루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가 이해를 해 줄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분명히 이상하게 생각할텐데 말이다.
오빠와의 관계가 점점 더 벽이 허물어 지고 있는 느낌이다.
오빠는, 아직도 나를 많이 생각해주고 배려해 주고 있는 것이
분명하니까 말이다.
오빠가 현 상황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 이해가 된다.
오빠의 마음이 말이다.
결국, 조코치도, 하코치도, 그리고 혁이도, 모두 내 상상속에서만
이루어질수 있는 상대들이다, 내 현실속에서 나를 안아줄수 있는 남자는
오빠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상과 현실을 확실하게 구분을 해야 하는데, 그냥 생각이 너무
많아지는 것만 같다.
조코치와 운동할때 확실히 더 거리를 두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조절을 못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조코치가 조만간에
무슨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될 정도이다.
피가 끓을 나이인데 말이다.
매사에 무슨 행동이던지간에 티가 나지 않게,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
법인데, 나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조코치를 조금 의도적으로 멀리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정신적인 대상 이상으로 발전하기는 힘든 상대이다.
조코치 정도의 어리고 맑은 영혼은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있을 것이다.
과거였더라면, 너무도 쉽게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수가 없다.
오빠에게 말한 약속 이전에, 나 스스로와의 약속도 있기 때문이다.
짐과의 그런 상황까지 다 보고났어도, 오빠는 모든것을 수용해 주었다.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쟈니때와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짐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봉선생까지만으로 끊었어야 했을텐데, 오빠가 다녀간 뒤로
내 몸이 너무 달았던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내 스스로도 주체하기 힘들 정도의 욕망에 빠져 있을 때였다.
나쁜사람이다.
나는 너무 나쁜 사람이다.
결국에는 이렇게 될 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다.
아니 확신하고 있었다.
결국에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오빠가 다시 날 안고 포용해 줄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나에게 무언가 해주고, 나를 위해주는 것으로 행복을 느끼던 사람이다.
오빠를 미치도록 사랑하지 않았고, 내 미래의 남편감으로 깊이 생각도
안 해보았지만, 그래도 결국에 오빠와 결혼을 하게 된 것은 비단 아연이의
임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사랑하지는 않았었지만, 나를 세상에서 오빠보다 더 위해줄 만한 사람 역시
없다는 사실도 나는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오빠를 더욱 적극적으로 밀어내지 않았던 것이었을 것이다.
강이와 오피스텔에 단 둘이 남겨졌을때, 분명히 혼자 살아나갈수 있는
능력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정신적으로 무너진 상태였었다.
그렇게까지 되려면 시간이 많이 걸렸을 것이다.
나를 찾아왔다가 아연이의 사실을 이야기 하고, 다시 돌아간 오빠가
다시 돌아와서 따뜻한 밥을 차려주었을때, 속으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이 남자, 죽을때까지 나를 떠나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아연이마저 친자식이 아닌데도 날 챙겨주다니, 다른 남자같으면
날 돌로 쳐서 죽였을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이십년 가까이 속은채로 살아왔던거니까 말이다.
하지만 오빠는 그런 평범한 남자는 아니었다.
적막이 흐르는 고요한 새벽에 혼자 생각을 해 보았다.
오빠에게 과거에 하코치와 있었던 일들을, 쟈니와 하코치와 있었던
일들을 말하고 싶다.
오빠에게 고통을 주고 싶어서가 아니다.
오빠에게 말함으로써, 나는 오빠에게 또 하나의 면죄부를 받음과 동시에
새로운 환상을 하게 된다.
조코치에게서 오빠를 본다.
오빠는 이제 내가 안을수 있지만, 조코치는 그러지 못한다.
행복함을 망각했을때, 그 행복 자체도 깨져버리는 것일텐데
내가 지금 너무 방종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나 혼자 이렇게 사색하는 시간 동안에 나는 이제 더 이상
공부를 하지도 책을 읽지도 못한다.
쉽지 않다.
고독을 이겨내는 일이 말이다.
아연이가 얼마전에 스쳐 지나가는 말로 이야기를 했다.
아빠를 한 번만 더 아프게 하면 나를 평생 미워해 줄것이라고 했다.
대놓고 하는 증오가 아니라 곁에 두고서 평생 두고두고 조금씩 조금씩
미워해 줄 것이라고 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 하는 사람은 바로 아연이다.
나와 생각하고 바라보는 관점이 너무도 흡사한 아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나와 너무 다른게 하나 있다.
나는 사춘기 시절에 너무 큰 상처를 겪으면서 마음에 응어리를 안고
공부로 간신히 그 시절을 버티어 내었다.
그 당시 내가 의지할 것은 공부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아연이는 다르다.
갓난아기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오빠가 항상 아연이에게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고 있었다.
아연이가 어릴때 하도 오빠가 아연이가 원하는 대로 다 해주니까
아연이가 되바라지는 것이 아닐까, 너무 버릇이 없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을 했던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정말 기우였다.
사랑을 듬쁙 받고 자란 아이는, 남을 사랑하는 법도 안다.
한결같음에 있어서 오빠만한 사람이 또 있을까?
스물 일곱살의 편견이나 마흔 일곱살의 편견이나 달라진건 거의 없다.
오빠가 지척에 있지만, 오빠가 그립다.
하지만 오빠를 그리워 하면서도 해가 뜨고 날이 밝아서 사람들을 만나면
다른 상상을 하고 육체의 잠재된 욕망을, 정신적인 간음으로 풀어내는
내 자신이 조금은 원망스럽다.
조코치가 운동이 끝나고 수영장으로 내려가는 나를 따라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조코치의 운동복장은 밖에 나가기는 조금 민망한 복장이었다.
조코치가 나에게 말을 했다.
자신이 뭐 잘 못 한거 있냐고 말이다.
왜 이코치와만 이야기를 하고, 자신과는 예전처럼 따뜻하게 대화해
주지 않는지 조코치는 일층 로비까지 따라 내려와서 나에게 따져 물었다.
나는 수영장에 들어가기 전에 조코치에게 말을 해주었다.
나는 남편과 자식이 있는 유부녀라고, 조코치는 과연 나에 대해서 당당할수
있는지를 조코치의 눈을 똑바로 보고 물어보았다.
이러면 안되는데, 내가 이러면, 조코치가 많이 상처를 받을텐데,
조코치의 큰 눈에 눈물이 고였다.
자기는, 그냥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한거라고, 그냥 바라보고, 대화나누고
그런게 크게 잘못한거냐고….자기가 욕심부리거나 그런게 있냐고….
대회의상 입어봐 달라고 한 것 잘못했다고, 그러니까 예전처럼 편하게
대해달라고, 나에게 이야기 헀다.
마치 사정하듯이 말이다.
나보다 한참 어린 이 순진한 남자를 데리고 내가 무얼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선을 긋지 않은 나의 잘못이었다.
혁이도, 조코치도, 전부 내가 눈빛을 컨트롤 했다면 이런 순간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조코치를 달래주었다.
남편에게 미안해서, 그랬다고, 조코치가 잘 못 한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조코치를 달래주었다.
남편이라는 이야기를, 그런것에 대한 이야기를 조코치에게 한 것은
처음인것 같다.
조코치는 나에 대해서 막연한 환상만을 가지고 있었을뿐, 그런 것은
신경쓰지 않고 있었을 것이다.
내 몸뚱아리가 뭐가 그렇게 소중하다고 이렇게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남자들도, 그리고 내 스스로도 말이다.
심지어 오빠까지 말이다.
내 몸을 제일 천박하게 생각하고 막 대해야 할 사람은 바로 오빠인데 말이다.
오빠 때문에 다시 한 번 살아가는 인생인데 말이다.
조코치가 선물로 준 옷을 오빠 앞에서 입을 것이다.
그리고 오빠 앞에서 입은 후에는 조코치 앞에서도 한 번 입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대단한 것이 아니다.
대회 출전 선수들은 매번 그런 의상을 입는다.
이코치가 그런 의상을 휘트니스 클럽에서 입는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새로 구입한 수영복을 입고 수영을 한다.
약간 과감하게 가슴라인이 파지고, 아래 삼각라인이 조금 날카롭게
디자인된 그런 수영복이다.
거의 예전에 존슨의 회사옆 수영장을 다닐때의 수영복 수준에
점점 더 가까워 지고 있었다.
시선을 즐기는 것일까?
하코치는 아직도 내가 나인줄 모를 것이다.
하코치는 조코치와 다르다.
너무도 순진하고, 순수한 조코치에 비하면, 하코치는 조금 닳고 닳은
면이 있다.
경험도 풍부할 것이고 말이다.
항상 그런쪽으로는 처음 접근이 어렵지, 계속 이어나가기는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하코치는 쟈니와 했던 그 행위들을 다른 누군가와 또
영위하고 있을지도 모를일이었다.
나는 다른 쪽을 보고 있는것 같았지만, 짙은색 물안경 안으로 나는 하코치의
눈빛이 내 몸을 훑어보고 있는것을 느꼈다.
수영이 끝나고 일층 휴계코너에서 하코치와 같이 음료를 마셨다.
하코치는 예전 수영장에서 더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나에게 했다.
오이사님의 의견을 듣고 싶다고 나에게 상의를 했다.
우리는 예전 수영장과 지금 수영장의 조건에 대해서 한참동안 이야기를
했다.
하코치도 오랫동안 운동을 한 사람이라서 그런지 참 깨끗하고 맑다.
잔머리를 별로 굴리지 않는 성격 같았다.
하긴 쟈니가 좋아하고 같이 하는 사람이라면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다.
잔머리를 굴리지 않고 순수한 사람들을 쟈니는 좋아하니까 말이다.
쟈니가 아는 사람중에 제일 잔머리를 굴리던 사람은 바로 나였을 것이다.
쟈니와 처음 만났던 그 순간이 다시 생각이 났다.
쟈니와 예전에 같이 일을 할때는 참 수영하러도 같이 많이 다녔는데 말이다.
그렇게 오래간만에 하코치와 일층 로비의 휴게실에서 한참 수다를 떠는데
누군가 나를 멀리서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조코치였다.
하코치와 너무도 격의 없이 웃고 떠드는 내 모습을 먼발치에서 한참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 같다.
조코치는 고개를 돌려서 다른쪽으로 가버렸다.
하코치는 만난지 벌써 몇 년이 지난 오래전 친구같이 편한 사람이다.
물론 하코치는 모르고 있지만 난 가면을 쓴채 하코치와 관계까지 맺은
사이라서 그런지 하코치는 괜히 편하고 그랬다.
육체관계를 떠나서라도 예전에 오래 보았던 사이기 때문에 내 예전 모습을
알기에, 조금 더 편안한 건 사실이었다.
물론 오연지 이사의 모습만 알뿐이지, 가면을 쓴 변태 여자가 나인줄은
상상도 못 할 것이다.
조코치를 어떻게 해야 하나 솔직히 걱정이 많이 된다.
예전 같았으면 하지 않았을 걱정이다.
남자를 보고 뛰끝이 있을것인지 없을것인지 판단한후에 뒤끝이 없을것
같으면 바로 다음을 진행했겠지만, 내 예전 기준으로 판단하자면,
조코치는 뒤끝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는 예전같이 냉철한 판단력이 지금은 없다.
그리고 누구를 판단해서 진도를 나갈 생각도 전혀 없고 말이다.
피부과 진료를 마친후에 혼자서 스포츠용품 전문 매장에 들렀다.
그리고 휘트니스 선수용 비키니를 고르기 시작했다.
조코치가 준 것이 있기는 하지만, 내 눈으로도 한 번 고르고 싶었다.
나는 한참을 골라서 선수용 비키니 세트를 골랐다.
현란한 반짝이가 부착된 진한 레드컬러의 비니키세트였다.
뒤쪽의 티라인이 상당히 도발적인 세트였다.
이걸 입고 누군가 앞에 선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은밀함과 일상의 경계가 될 것 같았다.
휘트니스 대회를 보고 음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나의 스포츠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걸 다른 대회 무대가 아닌 다른 곳에서 다른 식으로
이용을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 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일유대 캠퍼스에 다녀왔다.
강이가 신나게 잔디위에서 뛰노는 모습을 보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강이가 아니었으면, 난 오빠에게 정말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오빠가 날 사랑한다지만, 내가 염치가 없어서 오빠의 곁에서 고집을
부리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교수님이 생각이 났다.
이제는 지겹고, 또 생각하면 어이없는 실소까지 나오는 얼굴이 되어버린
봉선생도 생각이 났다.
복근씨도 생각나고, 건이까지 생각이 났다.
모두 이 학교와 관련된 사람들이다.
내 평생을 함께한….. 이 학교 캠퍼스에 내 가족들과 같이 와서
이런 망중한을 즐길줄은 몰랐다.
강이가 지금보다 더 커서 열살정도 되면, 그때는 강이를 자주 이곳에
데리고 오고 싶다.
아연이가 합격을 하고, 강이까지 일유대에 입학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강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이 캠퍼스에 정말 자주 데리고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대 건물은 언제 보아도 기분이 좋아진다.
아연이가 저 건물에서, 그리고 캠퍼스에서 마음껏 젊음을 발산하기를
기대한다.
적어도 나보다 한참 나은, 구김살 없는 아연이는, 나와는 다른 대학시절을
보낼것이다.
그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코치가 지나가는 말로 쟈니의 일을 다시 물어보았다.
쟈니가 보고 싶다고 다시 이야기를 했다.
나는 웃으면서 들어주는 것 외에는 다른 말을 길게 할 수가 없었다.
가끔씩 나도 쟈니가 보고 싶기는 하다.
하지만 더 이상 쟈니에게 상처를 줄수는 없었다.
쟈니와 내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쟈니도 상처를 받고,
오빠도 상처를 받고,
결국에는 나도 상처를 받을 것이다.
모두에게 좋지 않다.
오빠와의 관계횟수가 많이 늘었다.
점점 편안한 관계가 되어 가고 있었다.
오빠가 사정하는 순간 내 안에서도 쏟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요새 자주 느낀다. 정말 자주 말이다.
오빠와의 관계를 하면서 오빠를 생각하고 오빠를 만지지만, 여러가지
상황들을 생각한다.
조코치부터, 심지어 예전 존슨과의 관계까지 생각이 난다.
나를 험하게 다루어주던, 정말 바닥까지 끌어내려서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던 존슨과의 의도된 행위들이 생각이 난다.
다시는 생각 안할줄 알았는데, 그때가 생각이 난다.
내 얼굴이 보이는것이 부끄러운 행동들을 할때가 말이다.
오빠가 뒤에서 삽입을 할때, 예전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잠든 오빠의 앞에서 뒤로 삽입을 당하던 그 순간이 말이다.
오빠에게는 상처일텐데, 나는 왜 그 순간을 다시 상상하는 것일까?
오빠의 앞에서 거칠게 남자들에게 함락당하던 그 순간이 자꾸만
관계할때마다 떠오른다.
다시는 그런일은 없을것이다.
오빠와 한 공간에 있으면서 다른 남자와 동시에 관계를 하는 일이 말이다.
그때도 오빠가 자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맨 정신의 오빠라면, 그건 죽는날까지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니까 말이다.
내가 다시 가면을 쓰지 않는 한 말이다.
결국 난 오빠에게 조코치의 이야기를 하고 말 것이다.
떳떳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조코치와 무슨 관계를 맺은 사이도 아니고 앞으로도 그럴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내 쾌락을 위해서 그런다는 것이 나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렇다고
속이는 것은 이제는 더 이상 하면 안될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오빠를 데리고 휘트니스 클럽에 가보는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젊음이라는 것을 평생 유지할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가장 비슷하게
곁에 머물게 할 수 있는 수단은, 운동일 것이다.
너무 지나침이 없이 자기 몸에 맞는 적당한 수준을 유지하는 운동 말이다.
지나치면 오히려 노화를 불러 올 것이고, 모자라면, 하지 않음만 못 할 것이
운동이었다.
나보다는 훨씬 더 오히려 운동과 함께 평생을 살아온 오빠야 말로 그것의
산 증인이다.
오빠 스스로는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아직도 삼십대 초반의 오빠나, 지금의 오빠나 체력이 다름이 없는 것 같다.
이제 몇 년후면 오빠도 오십대가 될 텐데 말이다.
봉선생이 외모는 의술의 힘을 빌려서 그런 젊음을 유지했다고는 하지만,
약물의 힘을 어느정도 빌린 그의 체력은 예전과는 많이 달랐다.
짐 정도 나이의 사람들과 비견할 것이 못 되었다.
하지만 오빠는 다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오빠 스스로는 그것을 자각하지 못한다.
아니 별로 중요하게 생각도 하지 않고, 신경도 안 쓰는것 같다.
아마도 나 때문일테지, 오빠의 젊은 시절과 지금의 패턴은 너무도 변했다.
오빠는 부드러운 것을 추구하던 사람은 아닐텐데 말이다.
오빠와 같이 운동을 하는 것을 고려해 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자연스럽게, 나와 오빠의 행동을 동일화 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겠다.
내가 추구하는 섹슈얼 포인트에 오빠가 동조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것 같았다.
하루하루 지나가면서 일상속에 빠져드는 것 같다.
학원의 강의가 이제는 너무도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워 졌다.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
선생님이 되는 생각을 말이다.
하지만 학창시절의 내 형편으로는 선생님이 되어서는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지나온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다.
적어도 내 인생의 가장 큰 덫이나 다름없던 돈이라는 굴레에서는
벗어났으니까 그것만으로 만족을 해야 한다.
아연이와 강이라는 사랑스러운 두 아이가 있고,
법적으로는 남이라고 하지만, 내 스스로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평생을 나만 해바라기 해주는 오빠가 있다.
앞으로도 남은 평생을 내 곁에 있어줄 그런 오빠 말이다.
나는 그 평범함 속에 감사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도대체 왜 자꾸만
생각의 바운더리가 안정적인 삶 밖으로 튀어나가는지 알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늦은 밤 쟈니와의 홍콩생활이 문득문득 떠오르기도 한다.
처음 투자회사로 이직을 해서 밤을 세워 일을 하던 그 시절이 생각 나기도
한다.
내가 일을 했던 만큼 리턴이 있던 그 시절의 불꽃같은 정열이
그리워 질때도 있다.
일과 연애 그 두가지를 모두 내 손바닥안에 올려놓고 주무르던 그 시절이
그리울때가 있다.
사무치게 말이다.
이십대때 그러지 못했던 것들을 너무 늦게 다시 재연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지금 현실에 감사해야 하는데,
지금 현실에 만족하고, 순응해야 하는데 말이다.
올해가 무사히, 얼른 지나갔으면 좋겠다.
아연이의 좋은 소식을 올해 안에 듣고 싶은데, 그게 가능할런지 모르겠다.
문득, 다시는 생각해서는 안 되는 그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확인은 되지 않았지만, 변한 얼굴 형태로 보아, 그럴 가능성이 많던
그 남자….
아연이가 스무살 성인이 된다면 그런 생각이 더 날수도 있겠다.
아연이도, 오빠도, 영원히 알아서는 안 될 그런 판도라의 상자이다.
그 상자가 열리는 순간, 그 상자 곁에 있는 모두는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받게 된다.
치유받은 척은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건 치유할 수 없는 상처인걸
내 스스로 잘 알고 있다.
다시는 그 생각을 하지 말아야 겠다.
혼자 있다는 고독감이 정말 별의 별 생각을 다 하게 만드는 것 같다.
레드컬러의 비키니 세트를 입고 거울 앞에 섰다.
조코치가 선물한 것에 비해서 뒷 라인이 더 적나라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것이 아니라면, 난 왜 이것을 샀을까?
나중에 추가로 산 굽이 지나치게 높은 하이힐까지 같이 신어 보았다.
내가 그동안 신었던 힐들과는 조금 어색한 느낌까지 들 정도로 달랐다.
이 의상에 이 힐을 신고 자연스러운 포즈가 나와야 할텐데…
배에 남은 수술자국을 보았다, 의술이 많이 발달을 했을텐데, 예전에
제왕절개 자국을 지웠을때보다, 흔적이 없어지는 속도가 더딘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거의 다 없어져서 어느 정도의 컬러로션으로 터치를 하면
잘 보이지 않지만, 내가 원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다.
아마도 예전에는 젊어서 그게 잘 치료가 된 것이고, 지금은 아무래도
나이가 있어서 그런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음모를 제거한 것을 요새 들어서 가끔 후회를 하기는 한다.
청결면이나, 여러모로 유용한 점이 많지만, 오빠가 내 그곳을 손으로
자꾸 무의식중에 쓰다듬는다.
이십년 가까이 그곳을 쓰다듬는것을 좋아했던 오빠인데, 오빠는
과연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 것일까?
내 몸에 남은 다른 남자들과의 두 가지 흔적들이 오빠를 더욱 아프게
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걸 가지고 내가 다른 포인트로 느껴서는 안될텐데, 나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오빠한테 그 두 가지가 보여질때마다 말이다.
내 스스로 그건 너무 잔인한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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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노트북을 끄고 잽싸게 책상 아래로 숨겼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윤지
경타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