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3] 비밀일기 032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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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전
비밀일기 032 ----------------------------------------------
"아연이 합격했는데….그런데….."
아내가 울면서 말을 했다.
"뭐….왜….합격이야? 합격이 맞는거야? 그런데는 뭐가 그런데야…
대기자야?
대기 며….몇 번인데…."
나는 재수해서 방지대 물리학과에 바로 합격한게 아니라 대기자로
대기 타다가 다른 놈들이 등록을 안해서 추가로 등록해서 다닌 것이기
때문에 대기자도 어느정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니….아니….그게 아니라요….."
아내가 울먹이면서 말을 했다.
"아연이가 수석을 했어요…..기악과 수석……음대 전체 수석은 아닌데….
기악과에서 수석을 한 것 같아요…."
아내가 울면서 말을 했다.
아내의 목소리가 많이 떨리고 있었다.
"응…..그래…..그래….고마워…..고마워……자기야….고맙다….."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아내에게 자기야라는 옛날 호칭이 자연스럽게 다시 나왔다.
너무 기뻤다.
그냐 합격만 해줘도 너무 고마울텐데….
수석이라니….
그러니까 과 수석이라는거 아닌가….
효녀 같으니라고…..
등록금같은거 면제 받게 생겼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나는 평생에 한 번도 못 받아본 그런 장학금을 딸래미가 받게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여보 근데 아연이가 전화를 안받아요…전화기를 꺼놓았나봐요…..
여보….나 강의 해야 되서요……다시 들어가 봐야 해요…잠깐 복도로
나와서 확인한거에요……
이따가 강의 다 끝나고 집에 갈께요….."
"아연이 지금 떨린다고 지연이랑 영화보고 있어…..나랑 통화했어….
아연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전화꺼놓고 영화보고 있겠다…..
걱정마……..고마워….정말 고마워….."
아내도 울고, 나도 울었다.
기악과 수석이라니….
아내가 있어야 할 자리였을 것이다.
아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아내는 사정상 가지는 못했어도, 자신의 딸을 그 자리에 올려 놓았다.
내가 울자 티브이를 보고 있던 강이가 신기한 듯 나를 쳐다보았다.
"아빠 아빠…."
강이가 내 얼굴을 만졌다.
나는 강이를 안고 눈믈을 흘렸다.
아연이가 너무 기특하고 고마웠다.
중학교 삼학년 열여섯 나이에 지 에미가 바람나서 집 나가고
그 와중에도 예고입시에 떡하니 붙어주었고,
고등학교 시절에도 지 에미가 죽네 사네 사경을 헤매고, 다시 일본으로
기어가고 그런 수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본분을 잃지 않고
이렇게 떡하니 대한민국 최고의 음대에 합격을 해주었다.
그것도 수석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말이다.
나는 눈물을 닦으면서 다시 뒷방 의자로 가서 테스크탑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다시 합격자 발표 사이트에 접속을 했다.
그제서야 접속이 좀 원활하게 잘 되는 것 같았다.
음악대학 기악과 최종 합격자에 분명히 이름이 있었다.
편아연…..그리고 수석이라는 멘트도 있었다.
너무 기뻤다.
갓난쟁이부터 열아홉살까지의 편아연의 성장과정이 눈 앞에 정말
파노라마 화면처럼 쫘악 펼쳐졌다.
아연이의 그동안 인생 전부에 있어서 내가 있지 않는 곳은 없었다.
나는 정말 언제나 아연이와 함께였던 것 같았다.
지난 내 이십년 인생이 아연이를 키우면서 살았던게 가장 중요한
핵심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물을 닦으니 웃음이 나왔다.
사람이 참 간사하다고, 과 수석의 장학 혜택까지 세세히 읽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니까 참 웃기다는 생각을 했다.
음악대학 전체 수석이면 더 좋을텐데 하는 욕심이 생기기도 했다.
나는 그렇게 한참을 합격자 발표를 반복해서 보다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의과대학 수시 합격자 발표도 보았다.
역시나 승준이의 이름이 있었다.
박승준의 이름이 떡하니 걸려 있었다.
다만 수석이나 차석이나 다른 멘트는 없었다.
지 애비는 차석이었는데….아들은 그러지는 못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되었든간에 승준이도 참 축하해줄 일이었다.
아연이에게 혹시나 하고 전화를 해 보았다.
아연이는 역시나 전화기를 꺼놓고 있었다.
그냥 시간 맞추어서 같이 합격자 발표를 보았으면 좋았을텐데…
아연이가 정말로 많이 초조했던 모양이었다.
나는 시골의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서 아연이의 수석합격 소식을 알렸다.
엄마도 우시는 것 같았다.
엄마의 옆에서 기차 화통을 삶아먹은것 같은 아버지의 커다란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아연이한테 문자를 보내야 한다고 말을 하고 전화를 끊은후에
아연이에게 장문의 문자를 보내고 모니터에 합격과 수석이 적힌
화면을 사진을 찍어서 아연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전화를 켜면 아연이도 수석 합격 소식을 알게 될 것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가 버렸다.
저녁 아홉시가 다 되었는데도 아연이는 오지 않았다.
전화기도 안켜지고 말이다.
그때 현관문이 열리면서 아내가 들어왔다.
아내가 들어오자 마자 나를 껴안았다.
강이는 자기를 안아달라고 아내에게 달려가다가 아내가 울면서 나를
끌어안자 칭얼 거리면서 아내의 다리를 붙잡고 매달렸다.
아내가 나를 꼭 껴안고 울었다.
"내가 그랬잖아요….꼭 합격한다고….꼭 합격시킬꺼라고….."
아내가 울면서 말을 했다.
나는 우는 아내를 떼어놓으면서 말을 했다.
"아연이가 올때가 되었는데 왜 안 오지?"
아연이는 아내가 들어오고나서 채 십분도 되지 않아서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연이의 눈도 눈물이 잔뜩 고여 있었다.
내가 본 문자를 보아서 그런건지? 아니면 주변에서 다른 축하전화를
받은건지는 몰랐다.
거실에서 현관에 더 가까운 쪽에 있던 아내가 울면서 아연이에게
두 손을 벌리고 안아주려고 했다. 그때 아연이가 아내보다 더 뒤쪽에 있던
나에게 달려와서 내 품에 안겼다.
그리고 엉엉 소리를 내며 통곡을 하듯이 울었다.
"아빠….고마워……정말 너무 고마워…….모두 아빠 때문이야….."
나는 아연이의 뒤통수를 쓰다듬어 주었다.
"잘했어 우리딸…..정말 잘했어…..대단하다 아연아…..
아빠가 더 고마워…..
아빠가 진짜 더 고마워….."
나는 품안에 폭 안긴 아연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말을 했다.
아빠 품에서 떨어지지 않던 열살 꼬맹이가 어느새 열아홉살이 되어서
떡하니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에 합격을 했다
정말 감개무량하다는 말은 이럴때 쓰는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안고 있는 나와 아연이의 옆에서 아내가 우리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고
울었다.
"아연아…정말 잘 했어….고마워……"
아내도 말을 하면서 울었다.
아내는 조금 뻘쭘할만도 할 것 같은데 그런건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엄마 먼저 안아주고 나한테 와도 괜찮았는데….굳이 나한테 먼저 와서
안긴 아연이 때문에, 아내한테 조금 미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내는 그런건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아연이가 들어오기전에 아내가 왔을때 강이가 먼저 엄마에게 달려갔다가
아내가 울면서 강이를 못 보고 나에게 안겼을때 강이가
칭얼거리던게 이해가 되었다.
아연이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왔다.
아연이의 전화기에서는 계속해서 문자와 카톡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주위 사람들에게 축하 문자가 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아연이는 우리와 대화를 나눌 새도 없이 문자에 답하고 전화를 받느라고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아연이는 그 와중에서도 시골의 할머니와 통화를 하는 것 같았다.
"응? 아빠가 먼저 전화했어? 응 알았어 할머니 잘자….내일 다시 전화할께….
그래…할머니 고마워….나두 사랑해….."
아연이는 할머니랑 전화를 끊더니 다시 바쁘게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받고 했다.
아내는 거실소파에 내 옆에 앉아서 나에게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버린 것 같아요…..
아연이가 벌써 대학생이네….
아연이가 일유대 합격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게 바로 얼마전의
일인데….
이젠….그 다음을 생각해야 할 때이네요…."
아내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채 말을 했다.
"고생 많았다….
그래도 약속은 지켜주었네….
아연이 진짜 일유대 합격 시켜 주었네…."
내가 아내의 손을 잡고 말을 했다.
"여름에 영국에서 상을 받았으면……어린 마음에 많이 우쭐 했을지도
몰라요…
상을 못 받고 그냥 예선에서 탈락한것이 아연이한테 정말 많은
약이 되었을에요….
아니…아니요….그냥….아연이가 잘 해서 그런거에요….
일유대라는데가 그냥 실력만 가진다고 되는게 아니잖아요….
이번에 기악과 바이얼린 파트 경쟁률 당신도 보았잖아요….
그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합격만 한게 아니라….
수석까지 했어요…..
아연이가 기악과 입학한 애들중에 학업적으로나 내신으로나
제일 우수한 건 당연할거라고 생각했어요….하지만 연주 실력까지
이렇게 종합적으로 당당하게 최고의 자리에 오르니까….
정말….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아내는 웃으면서 눈에 고인 눈물을 다시 닦았다.
아연이는 얼마뒤에 거실에 나와서 우리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 전화벨 소리에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그냥….행복이란건…..
내가 행복한것보다…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한게 더 좋은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새 정말 너무 좋은 일들만 가득한 것 같았다.
다음주면 성탄절이다.
참 시간 빠른 것 같았다.
벌써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시간이 된 것 같았다.
아연이가 합격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집안 분위기는 쑥대밭일 것이고
한 해의 마지막이 진짜 엉망진창이었을 것이다.
아연이가 합격을 하고, 강이는 건강하게 잘 자라니까, 정말 마음의
평화가 오는 것 같았다.
이렇게 행복할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뒤에 아연이와 단 둘이 아침을 먹으면서, 아연이에게 말을 했다.
내가 이제 합격도 했으니까 좀 쉬엄쉬엄 하라는 말을 아연이에게
해 주었는데, 아연이는 그때 영국에 갔던 이야기를 하면서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내년 여름에 영국에 또 갈거라고 눈에 불을 키고서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냥 대학 합격했으니 좀 놀지….뭘 저러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게 나와, 아내와 아연이의 차이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말을 꺼냈다.
지금이 아니면 꺼낼수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더 늦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이야기였다.
"아연아…..진짜 마지막이야….
이게….아빠가 너에게 해주는 마지막 성교육일거야……"
나는 밥을 먹는 아연이에게 말을 했다.
그동안 첫 생리를 시작한 이후로 귀가 따갑도록 여성의 몸 관리와
남자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반복한 내 이야기에 아주 질려버릴대로
질려버린 아연이는 밥을 먹으면서 태연하게 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아연이는 또 시작했구나 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해가 바뀌잖아…아연이 스무살이고,
대학생이 되잖아.
그럼 아빠가 이젠 아연이한테 이런 이야기 못해.
오늘, 지금 하는게 아빠 인생에 마지막으로 아연이한테 하는 잔소리야….
아연이 기억할지 모르겠는데 너 첫 생리할때 그때 아빠가 챙겨준거
아직도 아빠는 생생해….
엄마는 그때 지방출장인지 해외출장인지…정말 정신없이 집에 붙어 있을
시간 없이 돈 벌러 다닐때야….
엄마가 대기업 다닐때 그렇게 열심히 일해서 빨리 승진하고 월급 많이
받지 않았으면, 우리 아연이 음악교육은 꿈도 못꾸었을거야…
아빠는 돈을 못 벌었거든….
엄마가 돈 잘 벌어서 우리 아연이 피아노도 가르치고, 바이얼린도
가르친거야….비싼 영어과외도 그렇고 말이야….
그러니까 첫 생리때 엄마가 곁에 없었던건 엄마 원망하지 말어….
아빠도 그때 정말 많이 당황했었어, 엄마는 없지, 외할머니도 돌아가셨지…
아빠는 인터넷 찾아보고, 시골 할머니한테 전화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그랬었다고…
세상에 아들이 엄마하고 생리 이야기 하는 집은 우리집밖에 없었을거야…."
내 이야기에 아연이가 손을 저으면서 말을 했다.
"아주 레파토리 다 외웠어…."
아연이가 웃으면서 말을 했다.
나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면서 밥을 먹는 아연이에게 계속 말을 했다.
"핵심부터 말을 할께…..
이제 아연이도 대학생이 되면 남자를 만나고 연애를 할 거거 아니야….
아빠가 이런 이야기 하는 집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아빠는 꼭 할거야…
니가 스무살 되기전에 이런 말 해주려고 마음 먹고 있었어…
아연아, 니 몸은 소중해…
남자를 만나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남자랑 뽀뽀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아니야…이젠 너도 성인이니까 니가 좋아하는 사람 만나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아름다운 연애를 해도 좋아….
하지만…..피임은, 꼭 해야해…..그건 누가 절대로 챙겨주지 않아…
남자들도 잘 모르는 바보같은 놈들이 거의 다라고….
그건 말이야….실수가 용납이 안되는거야….
아빠 학교 다닐때는 말이야….아빠가 주변에 순 불량한 친구들이 더 많아서
그런 친구들 보면 고등학교때 아빠 엄마가 된 친구들도 참 많아…
그 애들 지금 어떤줄 알아?
잘 사는 친구들 거의 없어….
다들 이혼했거나….아니면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리소문도 없이 그래….
어린 시절 철 모르게 실수하면, 물론 잘 사는 사람도 소수 있지만….
다들 나이 들면 후회하고, 문제가 생기더라고….
아직은 책임감이 부족한 나이일수도 있어….
하지만 아연이는 이제 성인이잖아…
아연아, 니 몸을 소중하게 여겨주지 않는 놈들은 만날 필요없어…
절대로 말이야…..
니 몸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피임은 꼭 해….
우주선 날아가는 시대에 순결 이야기 같은건 안 할거야…..
아연아…여기까지는 그동안 수도 없이 했던 이야기니까 너도 지겨울거야…
오늘이 마지막이야….
아빠말 명심해…아연이는 아빠보다 똑똑하니까 아빠보다 더 잘할것을
믿어…."
"오케이…거기까지…"
아연이가 웃으면서 물을 마셨다.
내가 말을 이었다.
"아연아…..지금까지 한 말은, 전부 수 없이 반복했던 말들이야….
그리고 아빠는 아연이가 그 약속을 지켜줄것을 철썩같이 믿고 있어….
그런데…지금부터 하는 말은 아빠가 너한테 처음 하는 말이야…
아빠도 솔직히 옛날에는 몰랐던 일이고 말이야….."
"엄마…..너무 미워하지 말어….
물론…아연이가 이제는 그러지 않는거 아는데…
엄마는…..엄마는 말이야….. 알고보면 불쌍한 여자야….
엄마는 스물 한 살 때까지 남자를 전혀 몰랐었데…
키스 한 번 못해 본 쑥맥이었다고…
아연이는 이쁘고 지금 아연이 좋아하는 남자들도 많잖아…
엄마는 가정형편도 어려웠고, 공부만 하고 아르바이트만 해야해서
그런 낭만같은거 없이 살았었어….
그러다가 엄마가 그만 나쁜 남자를 만났어…
엄마는 처음 남자를 잘 못 배웠어….
엄마도 지금 뼈저리게 후회하는 아픈 엄마 과거야….
아빠가 왜 그런 이야기를 아연이한테 해주냐면…..아연이는 절대로
그런 실수 안 할 것을 잘 알지만….그래도 혹시나 해서….
그냥….이야기 해주는거야…
아연이는 절대로 그런 일이 있으면 안되니까 말이야…
남자와 여자는 서로 사랑하고 행복해야 하는거지….
상대의 성욕을 해소하는 도구로 삼거나 하면 안 되는거야…
아연이도 이제 예비 성인이니까…아빠 말 다 이해할거야…
절대로 여자를 도구로 생각하는 나쁜 놈은….만나지도 말고, 상대하지도
말어….
너를 좋아하는게 아니라….너의 육체를 좋아하는 놈들은….
싹을 잘라버려….달라붙으면 아빠한테 말해줘….
아주 다리몽뎅이를 분질러놓을께…."
아연이는 생전 처음 하는 엄마의 그런 과거 이야기에 눈을 크게 뜨고
살짝 놀란 얼굴로 밥 먹는 것을 멈추고 나를 보고 있었다.
"엄마는 그래서 남자에 대해서 잘못된 욕구가 있었고….
남자와의 만남이 보통 여자들과는 조금 다른 시작을 했었어….
그런 일들을 다 겪은후에 아빠를 만난거야….
아빠는 말이야…
엄마가 첫사랑이야…
엄마를 늦게 만났지만…아빠는 엄마 만나기전에 연애 한 번 변변하게
못해본 바보였어…
아연이도 눈치 챘겠지만…아빠는 엄마랑 계속 이렇게 지낼거야…
엄마가 그렇게 아빠한테 상처를 많이 주었어도, 아빠는 아직도 엄마가
싫지 않어….
아빠는 말이야….엄마한테 그런 상처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그냥 다 감싸줄수 있어….엄마를 옛날에 그런것들보다 훨씬 더
많이 사랑했었으니까 말이야….사랑의 힘이야…."
"그냥…..아연이는 절대로 남자 잘 못 만나서 실수하는 일이 없었으면 해….
그런일 있으면 아빠가 너무 속상할거야….
엄마가 똑똑하게 보이지만, 엄마도 그런 시절이 있었어…
너무도 순수하고 그래서, 남자한테 이용당했던 시절이 말이야….
그리고 버려졌어…엄마는……
엄마도 상처가 있는 사람이었어….
아연아….아빠가 이런 이야기 할까말까 고민 많이 했어….
하지만…절대로 아연이는 그런 실수 안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연이한테 말을 하는거야…
남자도 사람이야….
좋은 사람은 진짜 좋은거고…나쁜 놈들은 진짜 매정하고 못된놈들 많어…
여자 육체나 탐하는 인간 쓰레기들이 너무도 많고 많다고…..
대학가면 많은 남자들하고 대화하고, 옥석을 가리는 눈을 아연이 스스로
키우기를 바래….
아연아…..아빠가 이제 이런 이야기 다시는 안할께…
아빠는 우리 아연이 이제 철썩같이 믿기만 할께….
알았지?
대학생 되면 통금은 있어도, 너무 간섭은 안할께….
외박같은건 안되는거 알지? 옛말에 잠은 가려 자라고 했어…
그냥…..아연아 고마워…
그리고 아빠 마음 아연이가 다 이해해주길 바래……
이상 끝….."
나는 말을 마치고 아연이를 보고 씨익 웃었다.
아연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아빠는…..엄마….정말 좋아하나보다…..
그냥…아빠 표정이 그러네….."
아연이가 천천히 말을 했다.
"엄마도 아빠 좋아해…..단지 엄마는….뭐든지 다 좀 복잡할 뿐이야…."
나도 아연이를 보고 웃어주면서 말을 했다.
"알았어….아빠 결론은…남자 때문에 너무 뭐랄까….그러지 말라는거
아니야…..나도 꿈이 있는데….남자나 연애 때문에 내 꿈이 지장 받는 일은
없을거야….아빠….그건 내가 약속할께…."
아연이가 나를 보고 말을 했다.
"그래…..하지만 아연아….연애를 하고 사랑을 하지 말라는 건 아니야…
아빠는, 엄마를 사랑하고 연애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뜬 것
같았어…
아빠가 아무리 힘들고, 그런 나쁜 일들이 있어도 버텨온건…
아빠가 옛날에 했던 그 첫사랑의 기억들이 너무 행복하고 좋아서
그랬었는지도 몰라…..
나중에 정말 아연이가 좋아서 결혼할 남자가 생기면….많이 사랑하고
행복하게 연애하는건…..꼭 해봐야 하는거야….
중매같은거 해서 조건보고 결혼하는건…..너무….그냥……
재미없잖아….단 한 번 뿐인 인생인데 말이야…."
시팔…내가 말을 하고도 주제가 없었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리 갔다리 하는 것 같았다.
남자를 만나라는 건지, 만나지 말라고 하는건지….
나도 도통 알수가 없었다.
하지만, 우리 똑똑한 수석딸 아연이는….잘 해낼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연이가 학교에 간 후에 아내와 강이와 같이 아침을 먹었다.
아내가 말을 했다.
"요새 운동을 너무 열심히 해서 그런지 밤에 눕기만 하면 잠이
드는 것 같아요….."
아내가 가볍게 웃으면서 나를 보고 말을 했다.
"나….대회 한 번 나가볼까요?"
밥을 먹고 있는 나에게 아내가 슬쩍 한 마디를 했다.
아연이 합격소식 들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아침을 먹으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나는 입에 있던 어묵을 다 씹은후에 아내에게 말을 했다.
"그 끈빤스 입고 무대에 올라가서 다리 벌리고 포즈를 취하겠다고?"
나는 조금 웃으면서 농담식으로 아내에게 말을 했다.
아내는 조금 멋적어 하면서 대답을 했다.
"에이…..그렇게…….음…..그런 의상만 있는것도 아니고…..
그냥….안 되겠죠? 좀 그렇죠?"
아내는 혼자 말하고 혼자 결론을 내리려는 것 같았다.
심각한 이야기 일수도 있겠지만, 아내의 얼굴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뭐 이런 년이 다 있을까?
아연이가 수석합격을 하는데 일등공신은 물론 아연이 본인이겠지만,
아내가 지난 봄부터 체계적으로 옆에 딱 달라 붙어서 이것 저것
잘 이끌어 준 것을 난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정말 그냥 합격이 아니라, 수석합격을 한 것은 아내의 공이라고
말을 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영국에 다녀온후에 아연이는 진짜로 이를 악물고 피나는 연습을 했었다.
자기가 최고인줄로만 알던 우물안 개구리인 아연이가 영국에 가서
예선탈락이라는 쓴 맛을 보고 와서 심기일전 한 것이 어쩌면
수석합격이라는 엄청난 결과를 불러온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건 그렇다고 쳐도….
아연이가 합격을 했으니까 이제, 즐기겠다는 것인가?
나랑도 즐기고, 젊은 놈들하고는 머리속에서 아주 대가리가 터질 정도로
빵빵하게 정신적인 간음을 즐기겠다는 것인가?
늙은 나는 육체 담당이고, 잘생긴 젊은 놈은 정신 담당인가…..
그냥 웃기다는 생각만 들었다.
하지만, 딱히 뭐라고 더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내의 비밀일기를 이제 더 볼 이유도 없고 말이다.
별로 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아연이가 떡하니 수석 합격을 하고…..
순덕씨와 알콩달콩 적당히 거리를 유지한 그런 좋은 관계를 유지하니까
더 할 나위 없이 요새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얼마전 순덕씨와 두 번째 잠자리를 가졌다.
이번에는 같이 꽃등심을 구워먹으면서 술을 먹었다.
양으로 승부하는 곳이 아니라 질로 승부하는 고깃집이었다.
꽃등심도 먹고 양대창도 구워먹었다.
순덕씨는 체구는 작았지만 정말 복스럽고 귀엽게 잘 먹는 것 같았다.
우리는 그렇게 기분좋게 떠들면서 술을 마시고, 바로 무인텔로 들어갔다.
거리에서 걸을때는 서로 몸을 잡지 않고 따로 걸었지만, 우리는
무인텔 안으로 들어가서는 서로 손을 잡았다.
결국……
나는 지난 5년간 마대정보진흥에서 일을 하면서, 열심히 찍어대었던
남들 불륜 하는 것을….
내가 직접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내가 아무리 여자 사람 친구나 깔끔한 섹파라고 생각을 해도….
어찌되었든간에 정상적인 관계는 아니었다.
아니…아니다…
나는 돌싱이고, 순덕씨는 미스니까……
불륜은 확실히 아니었다.
하여간에 두번째 관계도 그렇게 기분 좋게 끝냈다.
우리는 딱 한 번만 하고 서로 헤어졌다.
이번에는 내가 오만원짜리들을 미리 잘 접어놓았다가 슬쩍 순덕씨의
주머니에 넣어주었다.
"저번에도 너무 많았어요……그냥….안 주셔도 돼요….."
순덕씨가 내가 또 주머니에 차비를 넣어주자 말을 했다.
나는 순덕씨 손을 잡고 말을 했다.
"고마워서 선물같은걸 사주고 싶은데요…뭘 좋아할지 몰라서요….
우리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고….그냥…..선물이라고 생각해줘요….
마음에 드는거 샀으면 좋겠어요…."
순덕씨를 택시에 태우고서 서로 손을 흔들면서 빠이빠이를 했다.
편견 인생에……오연지 말고, 이런 진짜 연애 비슷한 알콩달콩한
감정이…..하지만 집착하지 않고, 깔끔하게 이어가는 이런 관계가
생길줄은 정말로 몰랐다.
나는 순덕씨를 보내고, 다시 편셔리로 가서 수왕보에서 몸을 씻기 시작했다.
아예 순덕씨를 만나면 이게 순서가 된 것 같았다.
맛있는걸 같이 먹으면서 술을 마시고, 대화를 나누고….
우리 둘 다 술을 적게 마시는게 아니었다.
둘 다 꽤 많은 술을 마시지만…서로 말을 많이 해서 잘 안 취하는 것 같았다.
순덕씨는 술을 참 잘 먹는 것 같았다.
그런후에 무인텔에가서 깔끔하게 딱 한 번만 한다.
콘돔은 사용하지 않고 질외사정을 한다.
두번째 들어갔을때 순덕씨에게 콘돔을 낄까요 물어보니까, 순덕씨는
그 느낌이 낯설어서 싫다고 말을 했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나는 콘돔을 수입 특수형을 끼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질외사정으로 깔끔한 관계를 한 번만 딱 하고나서,
나와서 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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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