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4] 끝없는 여행 001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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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전
끝없는 여행 001 ---------------------------------------------------------
초인종이 울렸다.
현관에서 누가 초인종을 눌렀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경비원이 일층 현관에서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면 말이다.
우리 아파트는 아무나 쉽게 들어올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일층 현관에서 누군가 우리집 초인종을 눌렀다는 이야기인데
우리는 지금 치킨을 시킨적이 없었다.
물론 치킨을 먹고 있기는 하지만 내가 옛날 시장에서
튀긴 맛을 그대로 재현해서 집에서 싱싱하게 튀겨 낸 그런 치킨을
저녁식사를 겸해서 먹고 있었다.
나와 아내 그리고 아연이까지 모두 초인종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오직 닭고기를 먹느라 정신 없는 강이만 초인종이 울리던 말던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뭐지? 이 야밤에 택배가 올리도 없고, 택배가 와도 저녁시간이면
무인시스템에 넣을텐데…."
나는 혼잣말을 하면서 거실에 인터폰 모니터가 있는 곳으로 갔다.
칼라 인터폰 모니터에 보기만 해도 깜짝 놀라는 얼굴이 보였다.
나는 버튼을 누르고 말을 했다.
"아니 아버지 이 저녁시간에…….."
나는 깜짝 놀라서 말을 했다.
"얼른 문 열어 이 놈아….다리 아파…."
인터폰 화면에 아버지의 그 우락부락한 얼굴이 보이고 있었다.
나는 잽싸게 현관으로 뛰어가서 문을 열고 바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예전에도 갑자기 들이닥치셨을때는 재주 좋게 어떻게 경비원을 구워
삶았는지 집 앞 현관까지 갑자기 들이 닥치시더만….이번에는 들어올 재간이
없으셨던것 같았다.
일층 현관에서 초인종을 누르신 것이었다.
일층에 가니 내가 인터폰으로 문을 열어준 일층 현관문 안으로 들어와 계시는
아버지와 엄마가 있었다.
"아니…엄마…..어쩐일이야…연락도 없이…"
나는 엄마를 보고 놀란 얼굴로 물었다.
아버지가 날 밀치고 엘리베이터에 오르면서 말씀하셨다.
"아들집에 오는데 신문에 광고 때리고 와야되냐? 아유….아주 고속버스
그거 무지하게….피곤하더라…..길은 또 더럽게 막혀요…."
엄마가 웃으면서 나를 보고 말씀하셨다.
"아니, 겨울방학인데 애들이 안 오니까….우리가 직접 올라왔지…
아연이가 많이 바쁘다면서…..
방학때 애들을 안 보면 괜히 섭섭해서리…."
아….젠장….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공식적으로 엄마와 아버지가 오연지가 집에 있는 건 모르신다.
아니지….편아연이가 뭐 다 말을 했을지는 몰라도, 공식적으로는
아내는 다른곳에 사는 것이었다.
이렇게 같이 치킨을 뜯고 있는걸 직접 보시면, 깜짝 놀라실텐데…..
"이야….. 이게 무슨 근사한 냄새냐…..배고파 죽겠다…"
"할머니…."
아연이가 현관으로 달려왔다.
"어이쿠 우리 수석 아연이..……"
"아이….할머니 이제 그만 이야기 해…..전화로 수백번도 더 이야기 해 놓고서…"
아연이가 웃으면서 말을 했다.
강이는 손에 닭고기를 잡은채로 할아버지의 품에 안겼다.
"허….그 놈 참….먹을것에 대한 집착은 지 애비 어릴때랑 아주 똑같네…."
아버지가 강이를 번쩍 들어 안으면서 말씀하셨다.
제일 당황하고 뻘줌한건 아내였다.
아버지 엄마는 이혼한걸로 알고 계시고, 그냥….만나는 것이야 알고 있겠지만
이렇게 다시 떡하니 안방 차지하고 있는건 모르시니까 말이다.
물론….일주일 내내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오셨어요……"
아내가 아버지 엄마에게 고개를 깊게 숙여서 인사를 했다.
아버지는 웃으면서 반갑게 아내를 맞아주셨지만 엄마는 웬지 모르게
조금 아내에 대해서 찬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딸처럼 아꼈던 아내였다.
아내가 바람을 피웠을때도 감싸주었던 엄마였다.
그런데, 엄마가 아내에게 찬바람이 불었다.
저번에 일본에 갈때, 애들을 시골에 맡기러 갔을때 엄마가 했던말이
생각이 났다.
새 여자를 찾으라고……아연엄마한테 더 이상 그러지 말고….
좋은 새 짝을 찾으라고 말이다.
엄마는 그래서…..더욱 그러시는 걸까?
나는 항상 음식을 여유롭게 해서 두고 두고 먹기 때문에 치킨은
산더미 같이 있었다.
어차피 내가 제일 많이 먹지만 말이다.
아버지는 신나게 치킨을 뜯으셨다.
"하여간에 남자놈이 요리는 더럽게 잘해요….요 근래 먹어본 닭고기
중에서 제일 맛있다."
아버지가 신나게 옛날 방식으로 튀긴 닭을 뜯으시면서 말씀을 하셨다.
엄마가 냉랭히 대하는 것을 눈치챈 아내나, 엄마나 둘 다 식사 자리가
불편해 보였지만, 나는 내색을 할 수가 없었다.
불편해 하지 않는것은 아버지와 강이 그리고 아연이였다.
눈치하면 편아연이고, 편아연 하면 눈치였다.
하지만 아연이는 너무나도 태연하게 엄마와 아내의 냉랭함을 신경쓰지
않고 혼자 재잘대면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아내가 측은하게 생각될 정도였다.
식사가 다 끝나고 거실쇼파에서 시원한 감주를 한 잔씩 마셨다.
엄마가 아연엄마를 앉혀 놓고는 말을 시작하셨다.
"아연에미…..똑똑히 들어라.
이제 한 번만 더 나가거나, 아연애비한테 상처주는 행동 하면
그때는 내가 용서하지 않을꺼야, 에미 니가 잘 났으면 얼마나 잘 났어
아연애비 내일 모레면 오십대야,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는거다.
딸처럼 오냐 오냐 하니까 어른들이 우습게 보이니….."
엄마는 잠깐 말을 멈추시더니 주방쪽에서 강이를 안고 감주를 먹여주고
있는 아연이를 쳐다보셨다.
나는 아연이가 지 엄마가 혼나는 이 분위기를 보고 강이를 안고
피해줄것을 생각했는데, 아연이는 이쪽은 쳐다 보지도 않고
그냥 강이에게 감주를 먹여주고 있었다.
오히려 아버지가 뻘쭘하신지 베란다로 나가서 야경을 쳐다보는 척을
하셨다.
아내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아연이를 한 번 쳐다본 엄마의 언성이 더 높아졌다.
"그저 순둥이같이 사람 좋은 아연애비 데리고 장난치려면 지금이라도
당장 그만둬라….더 이상 내가 눈 뜨고 그 꼴은 못 본다….
이십년을 그렇게 봐주고 살았으면 나도 할만큼 한거야….
사람이 정도가 있어야지…."
"어머님….죄송해요…..정말 죄송해요…."
아내가 고개를 푹 쳐박고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말을 했다.
"엄마….그만해……다 지난 이야기를….왜……."
엄마가 나를 보고 소리를 쳤다.
"넌 가만히 있어….."
나는 움찔해서 입을 닫았다.
아버지야, 원래 다혈질이고 세상에 겁나는게 엄마 밖에 없는 사람이라서
아버지가 이러면 또 몰라도…..
아버지는 일부러 자리를 피해서 발코니로 나가 계시고, 밥 잘 먹은
엄마가 아연엄마를 혼내고 있었다.
엄마는 아버지한테나 땍땍거리지, 원래 나 자랄때도 화 한 번 제대로
안 내시던 한마디로 현모양처 스타일이었다.
엄마는 내가 공부를 못해도 별로 혼도 내지 않고, 그저 내 건강에만
신경을 쓰던 그런 착한 엄마였다.
그런 엄마가, 아연엄마한테 소리를 질러 가면서 혼을 내고 있었다.
엄마는 아연엄마에게 호통을 치면서 자꾸만 아연이 쪽을 흘끔 거렸다.
아무래도 손녀 앞에서 지 엄마를 혼내는게 신경이 쓰이시는 모양이었다.
내가 보다 못해서 아연이에게 말을 했다.
"아연아….넌 강이 데리고 방에 좀 들어가 있어…."
아연이는 말 없이 강이를 데리고 거실쪽 주방에 있다가 주방 더 깊숙한
곳으로 내가 보이지 않게 들어가 버렸다.
저놈의 기집애…방으로 들어가라니까 주방쪽으로 옮겨서 내 시선만 피하고
있었다.
엄마가 혼나는 것을 끝내 다 들으려는 모양이었다.
하긴 아연이에게도 할머니가 이렇게 화내는 모습은 처음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는 그렇게 한참을 아내를 훈계조로 혼내시고 아버지와 뒷방으로
들어가셨다.
나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두 분을 위해서 편안하게 두툼한 이불자리를
봐 드렸다.
아버지가 날 툭치면서 말씀하셨다.
"잘 달래줘….임마…."
실컷 다 혼낸 다음에 뭘 달래주래나….그럴거면 아까 엄마를 말렸어야지….
나는 그냥 가볍게 웃어 보이고는 안방으로 왔다.
침대 가운데 강이를 재우고 아내와 침대 양 사이드로 누워서 잠을
청했다.
"너무 마음 쓰지말어…..엄마가 오죽하면 저러시겠냐….."
나는 눈이 붓도록 신나게 운 아내를 달래주었다.
"네……...괜찮아요…"
아내가 눈이 퉁퉁 부어서 나를 보고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내는 시집와서 아마 처음 시어머니한테 혼이 난 것이다.
그동안 진짜 딸보다도 더 귀여움을 받으면서 살았으니까 말이다.
그 처음 혼난것이 아주 대박이었다.
진짜 눈물 쏙 빠지도록 혼이 났다.
이혼을 했는데…..어떻게 보면…남인데 말이다.
아내와 나는 그렇게 잠을 청했다.
1월 말이었다.
아직 졸업식 전이지만 아연이는 이른 아침을 먹고 일유대로 연습을 하러
갔다.
나 같으면 고생 끝 놀자 판이라고 탱자탱자 놀기만 할텐데, 아연이는
달랐다.
봄에 있을 일본의 콩쿨에 참가한다고 이른 아침부터 학교로 가서
연습을 하고 있었다.
아연이를 먼저 밥을 먹여서 학교에 보내고 한참 있다가 나머지 가족들이
모두 식탁에 모였다.
아내는 애써 태연한 척을 하면서 아버지하고 엄마의 수저를 놓고,
물을 떠다놓고, 평소에는 하지 않던 식사 수발을 들려고 하고 있었다.
화장을 하지 않고 세수만 한 아내의 맨 얼굴이 아무래도 조금은
부은 티가 나는 것 같았다.
지가 아무리 오연지라고 해도, 평생을 시부모님으로 보았던 어른들이었다.
게다가 어제 밤에는 시집와서 처음 야단이라는 것을 맞아 보았다.
눈물 쏙 뽑히도록 말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엄마가 아버지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는 것을 본게 거의 몇십년 만인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는 아버지가 젊어서는 하지 않던 기집질을 노인네가 되어서 하니까
그것 때문에 화를 내시는 것 말고는 따로 화를 내지 않으셨기 때문이었다.
엄마는 마음이 여리기 때문에 누구한테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이 아닌데
정말 어제 밤은 의외였다.
하긴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이 내일 모레면 오십인데, 마누라가 그런걸 알고
계시니, 얼마나 속이 상하시겠는가….게다가 아들놈이 맺고 끊는게
정확하지 못하고,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 집 나갔던 마누라를 다시
이렇게 받아들이고 허허 웃고 있으니 속이 터지실만도 하겠다는
그런 생각을 했다.
식탁의 분위기는 조금 냉랭했다.
눈치를 보지 않고 있는건 오로지 강이 하나 뿐이었다.
아침에 눈뜨기 시작해서부터 밤에 자기 전까지 하루종일 식욕이 왕성한
강이만 아침부터 쩝쩝대면서 신나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음식을 가리는 것도 없이 이것저것 골고루 다 잘 먹는 강이만
아침부터 포식을 하고 있었다.
아침을 다 먹은 엄마가 갑자기 식탁에서 일어나시더니 아내에게로
다가가서는 밥을 먹는 아내를 품에 안으셨다.
"아연에미야….어제 많이 속상했지…내가 너무 심했지…."
엄마가 갑지가 아내를 안아주셨다.
엄마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아내가 밥을 먹다가 말고 눈물을 터트렸다.
"어머님…..죄…죄송해요…."
"울지마…먹어…어여먹어…."
"나도 어제 한 숨도 못잤다….
에미 시집와서 나한테 그렇게 모질게 혼난거 처음이잖어….
솔직히 니네 부부사이의 일인데….
우리 부족한 견이 이렇게 잘 먹고 잘 살게 해주는거…다 에미 공인거
내가 모르는거 아닌데….
너무 섭섭해 하지 말어….
사실은….에미 혼 좀 내라고…아연이가 시킨거야…."
아버지가 갑자기 화들짝 놀라시면서 엄마에게 말씀을 하셨다…
"어허….이 사람이…..아연이가 절대로 말하지 말랬잖아…."
아버지는 눈이 동그래져서 깜짝 놀라셨다.
"에미도 비밀 지켜라…아연이가 대학교 입학 축하 선물이라고, 이 할미한테
시킨거야….
에미가 다시는 다른 마음 먹지 못하게 눈물 쏙 빠지게 무섭게 혼내라고
아예 대본까지 써주면저 전화로 연습시킨거야…..
내가 일주일전부터 아연이랑 전화로 몇 번이나 연습한거야…
내가…언제 니들 사는거 간섭한 적 있었니….
에미도, 아연이가 시킨거 너무 야속하게만 생각하지 말아라…
우리 아연이가 얼마나 지 애비를 생각하면 그러겠냐….
지 에미가 또 지 애비 상처줄까봐, 아주 이 할미를 달달 볶더라구…."
이 놈의 기집애 어쩐지 어제 아내를 혼낼때 방으로 안 들어가고 끝까지
다 들으려고 했던 이유가 있었다.
나는 어제 엄마가 아내를 혼낼때, 자꾸만 아연이를 쳐다보던게,
딸 앞에서 혼내는게 좀 그래서 쳐다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연이 눈치를 보고 있던 것이었다.
엄마는…어제 아연이 눈치를 슬슬 보면서 리얼하게 연기를 하고
아내를 혼냈던 것이었다.
그 모든 상황을 아는 아버지는 일부러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면서
발코니로 피신했던 것이고 말이다.
기가 막힌 노릇이었다.
엄마는 아내를 안아주고 따뜻하게 등을 두들겨 주셨다.
밥을 다 먹고 차를 마시면서….엄마가 아내에게 다시 말씀하셨다.
"니 아버님은 평생 육십살이 넘어서까지 정말 일만 하시고 사셨다.
평생 한 눈을 파신적이 없어, 그 흔한 기생집 한 번 안가고 사시더니…
이렇게 나이가 들어서는, 아주 진짜 주책이란 주책은…."
"어허…이 사람이….아연에미 앞에서…."
아버지가 머쓱한듯 자리를 피하셨다.
"피는 못 속인다고, 아연애비가 지금은 이렇게 가정적이어도, 나중에
나이 들어서는 어쩔지 모르는거야….
아버님이 그러는거 내가 어느정도 눈 감아 주는건, 그래도 평생을 가족을
위해서 죽도록 일만 하신 공이 있어서 내가 참는거야….
아연애비도 니 아버님하고 아주 풀빵이잖어…
지금은 이렇게 너만 바라보아도, 나중에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게다….
그저…그냥…서로 잘 하고 살아라…
강이 이제 겨우 네살이잖아…
내가 어제 너무 싫은 소리만 했지만….그래도 가족이 최고야…
내가 더 이상 이야기 안 하마…."
엄마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남기셨다.
나도 나이가 들면 아버지처럼 난봉꾼이 된다는 말인가?
아내가 슬쩍 눈을 들어서 나를 보았다.
우리는 눈이 마주쳤다.
나는 눈을 피했다.
아내의 눈이 레즈비언을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그때, 그 노트북에 있던 영상을 파기했어야 했는데,
아내와 술을 먹으면서 털어놓았던 그 날 이후로….
아내의 노트북이 사라져 버렸다.
아내가 운동을 갔을때 동영상을 삭제하려고 다시 침입을 했는데,
아내는 다행히 현관문 비번은 바꾸어 놓지 않았지만, 노트북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레즈비언들과의 동영상도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오로지 아내만이 알고 있었다.
아내는 그날, 끝내 자신이 진짜로 왜 그 영상을 촬영했는지에 대한
속 시원한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그냥….얼버무릴 뿐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에, 가장 중요한 화두는 그 영상이 아니었다.
그 남자였다.
그리고 그 남자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 잠시 묻혀 있었다.
너무 뜨거운 화제였고, 아내도 나도, 쉽사리 그 이야기를 다시 꺼내기가
힘들었다.
특히나 집에 아연이라도 있을때는 우리는 절대로 그 이야기를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아연이가 얼마나 눈치가 빠르고 영리한 애인지는 나보다 아내가 더 잘
알 것이다.
우리는 정말로 조심을 했다.
하지만, 나는 아버지 엄마가 시골로 내려가시면, 다시 그 이야기를 조심스레
아내에게 꺼낼 생각이었다.
아내도 역시 내가 그런 이야기를 다시 꺼낼 것을 알고 있을 것이었다.
엄마와 아버지는 그 날 오후에 아연이가 집에와서 같이 있을때
시골로 다시 내려가셨다.
용돈을 두둑히 챙겨드리고 리무진을 불러드렸다.
"에이…... 올때도 이걸 타고 왔으면 편하게 왔을것을...….
야….아연애비야, 아연이 졸업식 전날, 이거 시골로 보내라….
타고 올라오게…"
아버지가 나를 보고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아버지는 엄마 몰래 따로 용돈을 달라고 하셔서 몰래 따로 넣어드렸다.
엄마는 아버지 봉투를 빼앗으셨고, 아버지는 그 봉투 말고 또 다른
봉투를 또 따로 이중으로 챙기신 것이었다.
나는 아버지에게 슬쩍 물어보았다.
"아버지 어디 아프고 그런데는 없으세요? 아직도 읍내 나가서
찻집 가시고 그러세요?"
"아플새가 어디있냐…..
우리 시골집에 피가 끓어서 주체를 못하는 놈이 두 놈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나고…다른 한 놈은…니가 데려다 놓은 검둥이다…
나 살다 살다 그런 개새끼는 처음 본다.
일년 삼백육십오일이 발정기야….처먹기는 또 얼마나 처먹는지….."
엄마는 아연이가 있으니까 리무진에 타시기 전에 다시 한 번 아내를 보고
매서운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아연애미 내가 한 말 똑똑히 명심하고 살아라…"
"네…어머님…."
아내는 아연이가 있으니까 더 풀이 죽은 표정으로 연기를 하는 것 같았다.
그 에미에 그 딸이라고, 아주 진짜 놀고들 있었다.
아연이는 너무도 태연한 표정이었다.
아버지 엄마를 태운 리무진이 떠나자 아내는 아연이 앞에서 다시 눈물을
훔쳤다.
저건 백프로 연기였다.
어떻게 저렇게 눈물을 자유자재로 뽑을수가 있을까….
아연이는 그런 아내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그만 울라고 달래주는 것이었다.
그 에미에 그 딸이라고, 둘 다 쇼를 하고 있었다.
나는 강이를 번쩍 안아서 뺨을 부볐다.
그저 우리집에서 순수한 인간은…꾸미지 않은 순수한 인간은
이 놈하고 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늦은밤 아내와 뒷 방에서 관계를 가지고 같이 누웠다.
"당신은 내가 하는거 보면, 흥분되고 그래?
그 영상….그냥 없애주면 안될까?"
내가 아내에게 팔배게를 해주면서 말을 했다.
"없앴어요…너무 신경쓰지 말아요….."
아내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대수롭지 않은 투로 말을 했다.
"퍽이나…."
나는 그냥 무심한 표정으로 내뱉었다.
아내가 정말 퍽이나 그걸 없앨 사람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자신의 동영상은 락스에 담그어서 다 없애더니…
나를 찍은 영상은 이미 어디로 빼돌렸다.
그때 내가 노트북을 발견했을때, 그걸 아예 삭제했어야 했는데 말이다.
아내는 분명히 그 영상을 무슨 용도로든 써먹을것 같았다.
나중에 나이 들어서 나를 협박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건 아닐까?
나를 협박하는 주체가 순덕이 봉심이에서, 아내로 바뀐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내는 나에게 돈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에게 돈 같은건 바라지 않는 여자이니까 말이다.
아내가 나에게 버라는 건 좆과 머슴질일 것이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아내가 그렇게 작전까지 짜서 나를 두 여자와
한 침대에서 관계를 맺게 한 것은 다 이유가 있을것 같았다.
나중에 정말로 중요한 순간에 아내가 그 영상으로 나를 협박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아니라면….도대체 나에게 원하는게 뭘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연이 친부 이야기는 서로 꺼내지도 않았다.
서로 매듭을 지은것도 아니지만, 아연이가 자기 방에서 자니까…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그건….너무 조심스러웠다.
아내와 단 둘이 어디 다른 공간에 있을때만 꺼낼수 있는 이야기였다.
나보다 더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아내가 말이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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