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4] 끝없는 여행 010
네코네코
0
52
0
2시간전
끝없는 여행 010 ---------------------------------------------------------
3월이었다.
그렇게 추운 날씨는 아니었다.
완연한 봄 날씨는 아니지만 나처럼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티셔츠 한 장만 입고 다녀도 별로 춥지 않은 날씨였다.
하지만, 리무진 앞에 있는 여러 사람중에 가운데에 있는 한 사람은
휠체어에 앉아 있는 것도 모잘라서 두툼한 겨울 중절모에
모직코트, 그리고 무릎 위에는 비행기에서 주는 항공담요 같은 그런
담요까지 덮고 있었다.
아무리 짱구 대가리라고 해도 이쯤 분위기가 나오면 저럴만한 놈은
딱 한 놈 뿐이라는게 바로 머리속에 떠올랐다.
그리고 옆에 서 있는 체격이 좋은 검정 양복을 입은 놈들을 보니까
정말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체격이 좋은 양복을 입은 놈들 세 명 사이사이 뒤로 두 놈이 숨듯이
서 있었다.
만두귀는 자신이 잘 안 보이게 뒤로 숨어 있었고, 거인은 몸을 좀 숙이고
있었다.
저 새끼들도 참 진짜 오너 잘 만나서 장기 근속한다는 생각을 했다.
거인과 만두귀는 아직도 존슨의 곁에 있었다.
경호가 맨날 뻥뻥 뚫리면서도 저렇게 장기 근속을 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밀착 보디가드 두 놈은 뒤로 숨어 있고, 생전 처음 보는 듯한
검정 양복을 입은 세 놈들만 전면으로 나와 있었다.
예전에 내가 존슨을 찾아 갔던 때가 생각이 났다.
웬만큼 사실을 다 안 후에…존슨의 옥상 온천으로 찾아갔을때,
존슨이 자기 아프다고 엄살을 떨었떤 때가 말이다.
진심으로 사랑했었다고, 가지고 놀던 여자가 아니라고….
자기 애를 낳아주기를 원했다고 사발을 털던 그때가 생각이 났다.
나는 일부러 그쪽을 더 쳐다보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편셔리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때 타타타탁 빠른 구둣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삽시간에 내 앞에 벽이 만들어 졌다.
하나같이 체격들이 당당하고 젊었다.
세 명의 검정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었다.
"저희 사장님께서 잠시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십니다."
가운데 선 놈이 말을 했다.
나는 뒤를 돌아다 보았다.
멀리 중절모를 쓴 존슨의 옆에 만두귀와 거인이 서 있었다.
만두귀와 거인은 내가 멀리서 돌아보자 일부러 딴곳들을 쳐다보는 것
같았다.
존슨은 도대체 저게 나를 보고 있는건지 모가지를 숙이고 자고 있는건지
보이지가 않았다.
중절모에 또 마스크까지 쓰고 있었다.
눈깔이 보이지 않았다.
마네킹을 옷을 입혀 앉혀 놓은건지도 모르겠다는 의심마저 들었다.
"싫어요, 나 바뻐요, 햄버거 먹어야 돼요…."
나는 남자들을 쓰윽 피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자 세 명의 보디가드들은 내 앞을 다시 가로 막으면서 말을 했다.
"좋게 말로 하실때 잠깐 차로 가시죠…."
나이도 어린 놈들이 내일 모레면 오십살인 나를 협박을 했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복싱을 삽십년 넘게 했어도 젊고 팔팔한 삼십대
초반 이하로 보이는 세 놈을 갑자기 혼자서 상대할 재간은 없었다.
젊음은 아름다운 것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솔직히 요즘 삭신이 쑤셨다.
아연이 친부사건에 이어서 각종 골치아픈 일들로 운동을 요새 많이 빠지고
있었다.
나는 싸우고 싶지 않았다.
다구리에는 장사 없는 법이었다.
다이다이로 싸워도 무척 애를 먹일것같은 포스를 풍기는 놈들이었다.
존슨이 저 머저리과에 속하는 거인과 만두귀를 대체할 놈들을
아주 비싼 놈들로 고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냥 얼른 건물안에 들어가서 햄버거가 따뜻할때 먹고 싶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존슨하고 보기 싫었다.
내가 존슨을 솔직히 때릴수나 있겠는가….
그 느물느물하게 보이는 기름기 많아 보이는 노인네를 말이다.
게다가 아프다고 하니까 또 얼마나 처량하게 보이겠는가
그냥 상대를 안 하는게 상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놈들의 앞에서 갑자기 옆으로 손을 뻗으면서 크게 소리를 쳤다.
"저…저기 소가 넘어간다…."
내가 너무 번개같이 소리를 질러서 내 앞의 세 병신들은 일제히
내가 손으로 가르키는 곳을 쳐다 보았다.
나는 그 틈에 잽싸게 계단을 올라서 달렸다.
놈들이 뒤에서 쫒아오는 구둣발 소리가 무척이나 크게 들렸다.
나는 정말로 걸음아 나 살려라하고 달려서 삼층의 영식이
체육관 안으로 들어갔다.
"야…..나 살려라……시팔….
영식아……"
내가 소리를 지르면서 체육관 안으로 들어가자 영식이와 홍진이만
뛰쳐나온게 아니라 특공무술을 배우고 있던 중학생들까지 다 나를
쳐다보았다.
"아이고, 숨차라….."
내가 숨을 고르는데 어느새 보디가드 세 명도, 내 뒤에 와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정말 번개같은 속도로 뛰어서 3층까지 올라온 것 같았다.
나도 보디가드도 모두 말이다.
"형 왜 그래? 저 사람들은 뭐야?
형이 저 사람들 얼굴에 방구뀌고 짼거야?
아직도 그 거지같은 장난 하는거야?"
홍진이가 나를 보고 말을 했다.
"아니야….이 사람들이 나를 잡아가려고 해서 졸라게 뛴거야…
아…시팔…나 졸라 숨막혀, 니네들이 이 사람들 좀 상대해라…."
영식이는 산만한 덩치의 보디가드들을 보면서 말을 했다.
"이 체육관의 관장인 고영식 입니다.
일단 구두를 벗으세요, 이게 보통 바닥이 아닙니다.
설치하는데 엄청 돈 든 거에요…."
저 새끼 또 구라를 치고 있었다.
지가 무슨 돈이 있어서 돈을 들이나….
주류배달 트럭 팔아서 제일 싼걸로 바닥을 한 건데, 뭐가 돈이
엄청 들었단 말인가….
보디가드들은 구두를 벗지 않고, 나를 째려보면서 말을 했다.
"지금 저희하고 장난하십니까? 사장님이 기다리십니다.
사장님 몸도 편치 않으신데 그냥 곱게 나가시죠….
사장님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만약에 자기 발로 안 나가시면, 저희가 끌고 나가겠습니다."
가운데 서 있는 셋중에 그나마 연장자 인듯한 보디가드가 말을 하자
홍진이와 영식이가 동시에 코 웃음을 쳤다.
"거 아저씨….
우리 편서리 사장님이 어떤 분인지 아직 잘 모르시네….
여기가 우리 사장님 집이나 마찬가지인데, 어딜 끌고 나간다는거야…."
홍진이가 티껍다는 투로 남자에게 쏘아붙였다.
"제 3자는 빠지십시요…..저희는 편 건씨와 대화를 하는 겁니다.
영식이가 웃으면서 말을 했다.
"아니 편 건은 누구에요?
건이? 옛날 무슨 만화 주인공이 건이였었는데….."
보디가드들은 내 이름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나는 삭신이 쑤시는데 니네들이 오늘 이 아저씨들 좀 정리해주면
내가 다음에 장어 쏜다."
장어라는 말에 영식이와 홍진이의 눈이 크게 떠지면서 둘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장어 수십마리는 기본으로 작살내주겠다는 그런 의지의 눈빛들을
서로 교환하는 것 같았다.
영식이가 입을 열었다.
"아저씨들이 내 체육관에 무단 침입했으니까 우리 서로 깽값 물어주기
없는 거야…."
영식이는 보디가드들을 보고 말을 했다.
보디가드들은 영식이나 홍진이가 나처럼 덩치가 큰 편들은 아니니까
조금 얕잡아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정말 큰 오산이라는걸 말해주고 싶은 느낌이었다.
홍진이가 체육관 창밖을 내다보더니 말을 했다.
"니미 저게 뭐야? 리무진 아니야….누구 죽었어? 관 실고 가려고
대기하는거야?"
"저 중절모 쓴 새끼는 모야? 야꾸자야? 시팔…모자가 뭐 저래…
딱 검찰수사 받으러 가는 폼이네….
저거 사람 맞어? 시팔…마네킹 아니야?"
홍진이의 말에 영식이와 나도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휠체어를 탄 존슨과 그 옆에 딱 붙어있는 만두귀와 거인이 체육관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이 아저씨들이 진짜 장난하나? 바쁜 사람들 데리고…."
우리가 그렇게 창문에 매달려서 야부리를 털자 젊은 보디가드들이 화를
내면서 우리쪽으로 다가왔다.
"야, 얼른 저쪽으로 가서 운동들 하고 있어, 이쪽 보지 말고…."
영식이가 구경을 하고 있는 중학생들을 쫒아버렸다.
우리는 체육관 입구에 있는 링 근처에 대치하고 있었다.
상대들이 만만하지 않은 상대들 같기는 했지만, 싸움은 경험이었다.
게다가 똥개도 자기집에서는 오십점 먹고 들어가는건데, 여기는 영식이
체육관이었다.
오늘 저 놈들은 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싱으로 탄탄한 기초가 다져진데다가 각종 반칙과 더티한 매너의 길거리
싸움판을 누비던, 방지대 후문의 전설과도 같은 야비하고 더러운 놈들이었다.
경호원 덩치 한 명이 홍진이의 어깨를 손으로 밀치려고 했으나 홍진이는
잽싸게 몸을 피했다.
복싱하는 사람은 상대의 손부터 보기 때문에 그냥 밀침을 당하고 있을리가
없었다.
영식이가 홍진이 귀에 대고 무언가를 소근거렸다.
홍진이가 갑자기 링 옆에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왔다.
"미안해요…우리 그냥 좋게 좋게 말로 하죠….합당한 이유면 우리 사장님
보내드릴께요…"
홍진이가 갑자기 굽신대면서 말을 했다.
나는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어라는 타이틀이 걸렸는데 쉽사리 그걸 포기할 놈들이 아니었다.
마치 피라냐떼같은 놈들인데 아무래도 트릭같았다.
경호원들이 그제서야 긴장을 좀 풀면서 말을 했다.
"우리 사장님이 신사적으로……어후….이…이게 뭐야…."
갑자기 한 놈이 말을 하다 말고 손으로 얼굴을 비비고 있었다.
홍진이가 세 놈을 향해서 링 옆에 있던 송진가루 통을 들고 마구 뿌리고
있었다
특히나 얼굴 눈 주위로 말이다.
저 새끼들 학생때도 싸울때 일단 흙을 한 줌 들어서 상대방 얼굴에
뿌리고 시작한 적이 많았었는데 내일 모레면 오십살인데도 더티한 것은
여전했다.
그때였다.
영식이가 특공무술 수련할때 쓰는 봉을 두 개 가져다가 홍진이하고
하나씩 손에 잡고 눈을 비비고 있는 세명의 보디가드들을
후드려 패기 시작했다.
목이고 등이고 팔이고 사정없이 패기 시작했다.
복날 개새끼도 저렇게는 안 팰것 같을 정도로 정말 야무지게 두 명이서
이를 악물고 패고 있었다.
마치 외나무 다리에서 원수를 만난것처럼 진짜 눈이 뒤집혀서
보디가드들을 패는 것 같았다.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는 두 놈은 아예 무방비 상태로 맞고 있고
그나마 송진가루가 눈에 좀 덜 들어간 한 놈이 저항을 하자
영식이가 봉을 던지고 주먹으로 복부에 펀치를 날리고 있었다.
놈이 쓰러지자 다시 봉을 집어들고 등짝을 패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기선제압이 되자 이제는 주로 넙적다리 같이 패기 좋은 곳을
아주 야무지게 패고 있었다.
진짜 무슨 리카온들이 떼거리로 사냥하는 것 같았다.
저렇게 무자비한 표정으로 침착하게 사람을 패는 새끼들도 참 드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영식이와 홍진이가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배가 고파서, 돈 없다고 무시를 당하고 살아서 그 서러움이
행동으로 다 나오는거라고 말했던 그 옛날의 대사들이 말이다.
경호원들이 하얀색 송진가루를 뒤집어 쓰고 정말 한참동안을 두들겨
맞아서 도저히 반격이 불가능 할 지경에 이르렀을때 매타작이 멈추었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손끝 하나 까딱 안하고 구경만 하고 있었다.
워낙에 야무지게 보디가드들을 두들겨 놓아서 아예 놈들은 반항을 할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놈들을 일으켜 세우는 영식이였다.
"여기서 팀 스프리트 훈련 아는 새끼?"
보디가드들은 그런걸 알 나이들이 아니었다.
많이 먹어봐야 30대 초반이면 많이 먹었을 나이였다.
다들 우물쭈물 하자 영식이가 소리를 질렀다.
"이런 씨발 새끼들…..너희들은 반역자 들이야…..매국노같은 새끼들….
내가 피땀 흘려서 지킨 이 동방예의지국을….."
"쿡….."
순간 홍진이의 웃음이 터졌다.
"이런 개새끼가…"
영식이가 홍진이를 잡으러 뛰어다녔고, 홍진이는 도망다니고 있었다.
저런 병신들, 멋지게 보디가드들을 제압해 놓고 저런 애 같은 짓들을
한다.
정신연령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놈들이었다.
"야, 시팔….빨리와 얘네들 데리고 내려가게…."
내가 체육관 안에서 장난을 치면서 추격전을 벌이고 있는 영식이와
홍진이에게 소리를 질렀다.
자신들을 가르치는 관장하고 사범의 이런 애같은 행동들을 보고서,
중딩들이 체육관을 다 그만두면, 이건 백프로 관장하고 사범 책임이었다.
홍진이는 자기는 월급 안 받는 사범이라고,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고, 영식이는 요즘 애들은 우리 때보다 욕을 더 잘한고
약살빠르다고 애들 앞에서 괜히 무게 잡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긴….운동하는 중딩들을 보니까 대화의 절반 이상이 시팔하고
좆나였다.
무슨 말을 하던 앞에 좆나가 붙었다.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 모양인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나 중학교때 생각을 했다.
하긴 나도 대화의 절반 이상을 욕을 하기는 했었던 것 같았다.
중이병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현상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얀 송진가루를 까만양복에 범벅들을 해서 뒤집어 쓴 보디가드들을
데리고 계단을 내려갔다.
"야 일렬로 줄 맞춰…..저 아래 중절모 쓰고 있는 새끼 앞에 가게…."
일렬로 내려가는 청년들을 보니까 갑자기 나도 모르게 입에서 말이
나왔다.
"참새…."
나는 누군가는 짹짹 할 줄 알았는데, 아무도 내 말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게 뭔 말인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견이 형 좀 어떻게 해봐….시팔….나이 들수록 점점 이상해져…."
홍진이가 내 뒤에서 영식이에게 소근대는게 들렸다.
"씹새끼야….너네 라도 짹짹 해야 할 꺼 아니야….
참새 짹짹, 오리 꽥꽥은 자동 반응이 와야 하는거 아니야?"
영식이가 갑자기 홍진이를 툭 치면서 혼자서 짹짹하고 소리를 쳤다.
영식이는 누가 자신한테 돈을 주거나 장어를 사주면, 똥구멍까지
싹싹 빨아줄 새끼였다.
더럽거나 지저분하다는 이야기는 영식이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마치 패잔병같은 모습으로 흰 송진가루를 뒤집어 쓴 산만한 덩치의 보디가드
세 명을 일렬로 줄 맞추어 데리고 편셔리 입구로 나가자 마자
만두귀가 휠체어에 앉은 존슨을 허겁지겁 리무진에 태우려고 했다.
"동작 그만…."
내가 우렁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나는 휠체어에 앉은 존슨을 리무진에 태우려는 만두귀에게 소리를
지른 것이었는데, 일렬로 걸어가는 세 놈이 갑자기 딱 멈추어 서고
내 옆에서 걷던 영식이와 홍진이마저 딱 멈추고 부동자세를 취했다.
나는 영식이와 홍진이를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이런 새끼들을 데리고, 건물 두 채를 운영하는게 참 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존슨의 앞에 섰다.
길게 이야기 할 필요가 없었다.
"모자 좀 벗어봐요…."
"…………………."
"모자 좀 벗으라고 이 씨발놈의 튀기 새끼야…."
존슨이 튀기라는 말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난 너무도 잘 안다.
어린시절 말봉 국민학교 애들이 존슨…아니 어릴때는 존슨이 아니었지
피광득이는 튀기라고 놀려 대었다고 피광득이가 지 입으로 말 한 것이니까
말이다.
그때였다 뒤로 가서 뭔가 주섬주섬 리무진 트렁크 앞에서 뭔 짓을 하던
거인이 트렁크에서 커다란 방패를 하나 까내 가지고 왔다.
그리고 그 방패로 존슨의 앞을 가로막는 것이었다.
"시팔….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다고….
의경 출신 앞에서 방패를 드네….."
영식이가 웃으면서 말을 했다.
"야….너…우리 견이가 의경출신인거 몰라?
방패만 봐도 경기를 일으키는게 견이인데….
방패로 찍히기 싫으면 얼른 방패치워…
견이는 방패로 삽십가지 응용 찍기를 할 수 있는 방패의 달인이야…"
와….진짜 내 수 십년 친구지만, 저런 구라쟁이는 처음 본다는 생각을 했다.
난 군대에서 밥만 했는데 무슨 방패로 찍는걸 하나….
수경일때는 형사들 따라다니면서 형사들 방패 노릇을 하기는 했지만
그건 주먹이 있으니까 인간방패였지 내가 방패를 들고 뭘 한 것은
아니었다.
내 동기나 선임 후임들이 여름철 땡볕 아래에서 방패를 들고 진압훈련을
할때, 나는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는 그들을 위해서 빛의 속도로 감자
껍질을 벗기고, 밥을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방패를 아예 안 만져 본 것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짬이 찬 후로는 사이드
타기 바빴지 제대로 진압훈련을 받아 본 적도 없었다.
그런 내가 무슨 방패의 달인이란 말인가?
저런 구라쟁이 같은 새끼….
내가 웃음이 터질뻔 했지만, 내가 지금 웃을 상황은 아니었다.
존슨이 모자를 벗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스크도 풀렀다.
"뭐야…..이게……"
나는 존슨의 얼굴을 보고 진짜 깜짝 놀랐다.
아파서 뒈져가는 피골이 상접한 산송장 존슨 피를 상상했었는데
내 눈앞에 휠체어에 앉아았는 존슨피는 그렇지 않았다.
양볼에 통통히 살이 올라서 볼이 빵빵하니 터질것 같았다.
이게 뭔가?
시팔….
내가 상상했던 존슨이 아니었다.
"아프대매? 시팔 죽어간대매….."
내가 너무 황당해서 존슨에게 소리를 쳤다.
"죽어가는 거 맞어.
신장이 아파서 부은거야….
나도 이제 견씨 견씨 안할꺼야…
내가 너보다 나이도 더 많고….돈도 더 많은데 내가 왜 너를 꼬박꼬박
존대 해 줘야 해?
옛날에는 너를 데리고 노는게 너무 짜릿하고 그래서 내가 대우를
해준거지만, 죽기 직전인 지금까지 나 스스로를 속이고 싶지는 않다.
너같이 좀 모자란 반푼이한테 존대해주기 싫어…
니가 못나서 마누라 빼앗긴거지 왜 빼앗은 놈들한테 지랄하냐?"
나는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하고 존슨을 보았다.
콩팥이 아픈게 아니라 대가리가 아픈거였나?
존슨이 저런 말투로 나에게 말을 한 기억이 없었다.
진짜 미친것 처럼 보였다.
"내가 이제 얼마 살지도 못할꺼….너 같이 대가리에 든거 없고
지 마누라 빼앗기고도 사랑 어쩌구 저쩌구 이상한 말 하는 위선자….
아니지…넌 위선자가 아니라. 그게 진짜인줄 세뇌가 된 머저리지….
넌 있잖아….죽을때까지 오이사 치마폭에서 못 벗어날꺼다…
정상 남자들 같으면…..니 와이프가 그렇게 이놈 저놈 좆빨고 기어다니는데
그걸 보고도 사랑 어쩌고 저쩌고 그런 말을 할 수가 있겠냐?
너같이 세뇌된 머저리 팔푼이나 그러는거지….."
나는 정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 상황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 여기는 나와 존슨 단 둘이서만 있는게 아니었다.
영식이도 있고, 홍진이도 있고, 만두귀도 있고 거인도 있고…..
우리 바로 옆은 아니지만 리무진 뒤쪽으로는 실컷 줘터진 보디가드
삼인방도 있었다.
보디가드 삼인방은 안 들리더라도 영식이와 홍진이는 지금 존슨이
하는 말을 다 들었을텐데…..
그때였다.
누가 내 허리를 감쌌다.
한 명은 앞에서 감싸고 한명은 내 오른손을 꽉 움켜쥐었다.
허리를 감싼건 영식이었고 내 팔에 매달리듯이 두 손으로 꽉 움켜쥐고
있는건 홍진이였다.
"겨…견아…그냥 들어가자….미친새끼인가봐…상대하지 말어….
사람 죽인다….그러다가…..그냥 참어…."
방금 존슨이 던진 말에 나보다 영식이와 홍진이가 더 놀라서 나를
막고 있었다.
내가 뭔 사고를 칠 것으로 예상한 모양이었다.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영식이에게 말을 했다.
"이제…안 그래….
우리 아연이 이제 스무살이다…
딸래미 앞 길 막을일 있냐…
애비가 전과자면, 시집 잘 보낼수 있겠냐?"
내 말에 영식이와 홍진이가 조금 안심이 되는지 내 몸을 놓았다.
나는 존슨을 보고 말을 했다.
"씨발새끼…이제야 본심을 드러내내…..
그동안 그거 참고 견씨 견씨 하느라고 졸라게 고생했다.
다 필요없고, 나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냐?
아까 저 새끼들은 왜 보낸거고?"
내 말에 존슨이 바로 대답을 했다.
"니가 주먹이 세봤자 얼마나 센지….니 놈 무릎 한 번 꿇려보려고 그랬다….
내 경호원들이 나이가 들어서 안 되면 젊은 애들이라도 불러서 한 번
니 놈 무릎 좀 꿇려보려고 그랬다.
성질나면 나를 쳐라…
어차피 곧 있으면 죽을 몸….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뭔 이야기를 하고 싶냐고?
니 와이프 보게 해달라고….
그게 내가 너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야….
니 와이프 다시 니 곁에 있다면서….
내가 그럴줄 알았어….
쟈니가 아니라 널 줄 알았다고…..
오이사가 미쳤냐?
쟈니는 오이사가 세뇌하고 조련시켜봤자 몇 년이나 그랬겠냐….
쟈니한테 갈때 다른 사람들은 전부 몰랐어도, 나는 알고 있었다.
오이사한테 너는 애완견이었어….
쟈니하고 가서 살다가 재미 없어지고, 싫증나면 언제든지 돌아갈수 있는
자기가 만들어 놓은….아니 자기가 십년넘게 세뇌를 시키고 조련 시켜놓은
애완견 말이야…
봐봐 지금 내 말대로 되었잖아….
오이사 쟈니랑 살다가 다시 너한테 가도 니가 다 받아주잖아….
그게…사랑이냐?
아니야….이 머저리 반푼이 인생아…
넌…..오연지라는 천재에 의해서 평생을 세뇌된 그냥 주먹만 센 팔푼이
천치에 불과해……"
이….이런 이야기는 나랑 존슨 단 둘이서 해야지…..
진짜 내 개인 가정사인데…..
영식이하고 홍진이까지 듣게 할 수는 없었다.
나는 부들부들 떨면서 홍진이와 영식이를 쳐다보았다.
녀석들은 아까와는 달리…존슨 말에 마치 공감을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존슨의 이야기를 계속 경청하려고 하고 있었다.
"뭘 끄덕여, 이 쓰발놈들아…."
존슨을 쳐다보면서 자신들도 모르게 입을 헤 벌리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영식이와 홍진이를 향해서 내가 소리를 쳤다.
두 녀석들은 내가 소리를 지르자 깜짝 놀라면서 갑자기 고개를 심하게
가로 저었다.
녀석들도 은연중에 존슨의 말에 공감을 한 모양이었다.
존슨은 원래 투자능력도 뛰어나고 달변가였다.
하지만, 그것 뿐이었다.
지까짓게 알아봐야 얼마나 알겠는가?
난 오연지의 평생을 다 아는 사람인데…
존슨 지까짓게 오연지에 대해서 알아야 얼마나 알겠는가?
"야, 니들 들어가…"
나는 영식이와 홍진이를 보고 말을 했다.
녀석들은 뒤로 들어가는 척을 하더니 내 뒤로 와서 섰다.
홍진이가 말을 했다.
"우린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죽는 도원결의…아…아니다.
방지결의를 했잖아…."
홍진이의 말에 영식이가 쿡 하고 웃으려다가 혀를 꽉 깨무는 것 같았다.
지금 이 상황이 말장난 할 상황인가?
핵전쟁이 나도 바퀴벌레랑 바퀴벌레를 잡아 먹으면서 이 새끼들만
살아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녀석들의 말장난에 낚일 기분이 아니었다.
다시 존슨을 쳐다보고 말을 했다.
"그냥….가….
뒈지긴 뭘 뒈져….
콩팥때문에 얼굴 부은거 맞어?
개기름이 좔좔 흐르는데…
그래 나 팔푼이 맞어….
난 이렇게 살테니까, 넌 니 꼴리는 대로 살다가 뒈져….
그렇게 잘난놈이 왜 팔푼이를 만나?
내가 이혼을 안 했으면, 너 한테 상간남 소송이라도 해서 돈이라도
뜯어낼텐데….
내가 이혼을 해서….아니 그것보다도…그냥…다 귀찮아서 그냥 가만히
있는거야…
그러니까 제발 꺼져…
팔푼이를 왜 찾아와….."
나는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그러기도 귀찮았고, 내가 존슨을 직접 때릴것도 아니었다.
그냥 평상시 말투로 천천히 말을 했다.
저 뒤에 양복을 털면서 지들끼리 히죽대고 있는 젊은 보디가드 세 명처럼
젊기나 하면 패기라도 할텐데, 다 늙은 놈 패서 뭐하겠는가…
보디가드들은 그렇게 매타작을 당해놓고서도 지들끼리 장난을 치고 있었다.
리무진 뒤쪽 멀찌감치서 말이다.
젊음은 좋은 것이었다.
그렇게 타작을 당하고도 웃음이 나오고 말이다.
하긴 나도 의경시절에 맞으면서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았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니까 말이다.
존슨이 나를 보고 말을 했다.
"오이사 한 번만 만나게 해줘…..
오이사가…나를 안 만나려고 해….
자신은…이제 너만 바라보고 살꺼라고 하면서 말이야…
너 허락이 떨어지지 않으면….
아무도 만날수가 없데…."
지랄을 하네….이런 잡년….
내가 언제 조코치 하코치 만나라고 허락을 해 주었나?
내가 옥봉이 만나러 일본 가라고 허락을 해 주었나?
다만 쟈니 만나러 중국 간다고 할때는 허락을 해 주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솔직히 그건 허락이 아니었다.
억지 허락이지…..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속으로 생각만 하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니미 애완견이고 어쩌고 개소리깔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만나게 해달래?
병신아….난 팔푼이 세뇌된 병신인데…
내가 뭔 재주로 널 만나게 해줘…
애완견이 주인님 한테 명령내리는 것 봤냐?"
"왈왈…."
이게 뭐지?
이런 엄숙한 순간에 어디서 개소리가 났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윤지
